친구는 마음앓이 하는 십대 딸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고 관심과 애정을 쏟을 대상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여러해 전, 친구는 업둥이로 아기고양이를 데려왔다. 사실 데려왔다기보다 어느 집 담벼락 아래 길냥이 어미 고양이가 낳은 여섯 마리 냥이들 중 한 마리를 훔쳐온 거다. 그때 어미냥이와 친구는 눈빛을 교환하였고 냥이는 덤벼들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 눈빛을 생각하면 무섭기도 죄스럽기도 하다고 말한 적이 있는 그 친구는 지금 그 어린 냥이와 썩 잘 어울리는 동거를 하고 있다. 오늘이라고 이름 지어주고 딸아이보다 친구가 더 가까워져서 이젠 오늘이 없는 날은 생각할 수 없는 것 같다. 친구딸은 데려온 냥이한테 관심도 안 보여서 목욕이니 뭐니 친구가 돌보아야 하는 몫이 하나 더 늘어났던 거다. 화분이며 소파며 다 흩어놓고 뜯어놓고 정신없다고 투덜대던 말은 언제부턴가 냥이를 자랑하는 말로 바뀌었다. 사진 찍어서 한번 보여줘봐라 했더니 길냥이는 대체로 이쁜데 이 애는 안 이쁜 편이라고 친구 특유의 한발 빼기를 하더니 사진을 연거푸 보여줬다. 고양이들의 특성과 얼마나 사랑스러운지를 말할 때, 눈이 반짝이고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침대에 누워있으면 언제 왔는지 발치에서 간질거리고 있다고, 안으면 얼마나 폭신한지, 애절하게 쳐다보는 눈빛은 또 얼마나 사랑스러운지‥알러지 있는 남편이 안방에서 밀려나긴 했다지만.
아직 마음이 낫지 않은 친구딸도 오늘이한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인천공항으로 가는 열차 안이다.
매거진에 묘연으로 유명한 고양이시인 이용한과 마당고양이들에 대한 기사가 있어 반갑다.

[어쩌다 보니 고양이작가라 불리게 됐지만 그 역시 이전엔 고양이를 몰랐다. 알게 되니 사랑하게 됐고 사랑하다 보니 슬픈 일도 불편한 일도 많아졌다. 마당 고양이가 열 마리가 넘으니 연출하지 않아도 순간순간이 마당극이다. ]
- 매거진 기사 중에서

슬프고 불편한 일을 감내하기 싫다는 건 진정 사랑하지 않는다는 증거라는 생각이 든다.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는 나도 읽은 책이고 나머지 두 권은 읽지 않았지만 한 권은 가지고 있고. 고양이 사진과 담백한 이야기에 눈꼬리가 흐물흐물해지는 책. 무더운 여름도 시원하게, 아니면 더위를 즐기며, 이것도 저것도 선택인데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는 것 자체도 감사할 일 아닐까 싶다. 삶에는 선택이 불가한 경우들이 어쩌면 더 많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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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8-02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동물농장’에서 파이프에 낀 새끼고양이 사연이 나온 걸 봤어요. 파이프 밖으로 빠져 나오려고 안간힘을 쓰는 새끼고양이의 모습이 안쓰러웠어요.

프레이야 2015-08-02 12:30   좋아요 0 | URL
에구 불쌍해라. 동물이 제대로 보호 받는 나라가 선진국이라고 하더군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5-08-03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분은 대단하시네요.
전 한겨울 애기 고양이의 눈빛을 외면했단 이유로 종종 죄책감에 시달리면서도......
도저히 길냥이들을 데려다 키울 생각은 들지 않네요.
스스로 모질고 못된 여자가 되는 한이 있어도. 정 주고 마음 주고 노력과 시간까지 줄 수는 없다고 다짐해 봅니다.(ㅎㅎ)
혹여 그런 선택을 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 뭔가 제게도 아주 큰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싶네요.
더운데 건강히 잘 지내세요~^^

프레이야 2015-08-03 19:43   좋아요 0 | URL
저도 사진으로 보는 정도만 좋지요 그 이상은 못할 것 같아요. 자신도없구요. 고양이한테 두려움을 느꼈던 구체적 경험이 있어서 더 그렇구요. 그런데 더 본질적인 건 그만한 책임을 지기 두려워하는 마음이 더 큰 게 아닐까 해요. 감당하길 거부하는‥ 더위랑 적절한 거리 두시고 잘 지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