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잔차키스 전집을 사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똘레도와 부르고스, 그외 스페인 곳곳을 일찌기 여행하며 사유한 기록인데 문장에도 통찰에도 격이 있다. 오늘날의 여행기 트랜드에 비교하자면 클라식한 느낌이랄까. 그러면서도 날렵하다.
그는 스페인은 두 얼굴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하나는 슬픈 얼굴의 기사라는 돈키호테의 열정적이면서도 긴 얼굴이고 다른 하나는 실용주의자인 산초의 멍청한 얼굴이라고. 특히 부르고스와 똘레도에 관한 문장을 따라 기억을 훑는다. 아는 만큼 느끼는 만큼 여행의 진폭이 달라진다는 건 진리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이 책의 프롤로그를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 흔히 창작은 가장 정확하고 고상하게 고백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런 의미에서 여행과 고백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기쁨이었다. 이 세상을 돌아다니는 것, 그것은 새로운 땅과 바다들, 새로운 사람들과 사상들을 보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을 마음껏 음미할 수는 없다. 모든 것을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처럼 오랫동안 머뭇거리며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난 눈을 감는다. 그리고 시간이 그것들을 고운 체로 걸러서 나의 모든 기쁨과 슬픔의 정수로 정제시킬 때까지, 내 안에서 조용하면서도 격렬한 결정화가 일어나 풍요로워지는 것을 느낀다. 내가 보기에 이런 마음의 연금술이야말로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커다란 기쁨이다. 이런 방식으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알게 된다.
(프롤로그 중)
똘레도의 은세공사2015,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