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등학생이 되는 큰딸은 12월30일이 생일이다. 작년(그래봐야 열흘 좀 넘는 날 전이지만^^) 생일에 케잌에 촛불잔치로 그냥 넘어가고 새해 첫날 점심을 밖에서 했다. 어차피 미역국 안 좋아하는데 뭐, 이렇게 쿨하게 말하는 아이.ㅎㅎ 레스토랑에서 아이 옆에 내가 앉아있었고 옆지기는 찍히고 싶지 않아하는 나를 뺐다. 저 때는 아마 할아버지 할머니께 새해인사 드리는 중.

아이는 배 안에서부터 거꾸로 앉아있더니 막달까지 돌아앉지 않았다. 내 바람대로(우습게도 난 분만의 고통에 대해 지나치게 두려워했다) 93년 연말, 수술 날짜와 시간을 잡아놓고 하루 전날 입원하여 병실에서 혼자 자던 밤까지는 아무런 실감을 할 수 없었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서서히 어떤 느낌들이 스멀스멀 밀려왔다. 수술실 앞에서 엄마와 눈으로 손으로 멀어지며 '혼자서' 수술실로 들어가고 내 등 뒤에서 육중한 문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아니 겁 안 나는 척 걸어들어가면서 실은 상당히 외로워지고 두려워졌다. 처음 느껴보는 모종의 공포였다. 준비실에 들어가서부터 심장이 두근거리고 왠지모를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러 잠시 나 스스로를 다독일 필요가 있었다. 곧 간호사가 들어왔고 나는 수술실로 들어가 높고 차가운 침상(!)에 누웠다. 눈이 부셔서 똑바로 뜰 수 없을 정도로 날카로운 빛들이 쏟아지고 아랫도리에는 이상하리만치 서늘한 바람이 불어드는 느낌이었다.  

빛에 의해 바람에 의해 나는 마취주사를 맞기 전부터 눈을 감지 않을 수 없었다. 바늘이 팔에 들어오고 지시에 따라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네엣, 다서~ㅅ.. 채 못 헤고 잠에 빠져들었다. 눈을 떴을 때 제일 먼저 마주한 건 심한 통증이었다. 아랫배가 찢어지는 것 같고 토할 것 같고 어지러웠다. 수고하셨어요,라는 간호사의 인사가 들려왔다. 병실로 옮겨지고 그때부터 일주일간의 입원생활이 시작되었다. 94년 새해 첫주는 병원에서 맞았다. 3일간은 그야말로 어떻게 살았나싶은데 하루 하루가 지나면서 살만해지는 게 또 신기했다. 

아이는 갓 태어나서부터도 피부가 뽀얗고 똘망똘망했다. 산도를 어렵게 나오는 과정이 없어서인지 얼굴이 붉지 않았고 머리모양도 일그러지지 않았다. 세상밖으로 나오는 일이 상대적으로 쉬웠지 않았나싶다. 머리숱은 적은 편이었고 머리카락이 몹시 부드러웠다. 잘 먹었고 잠은 잘 자지 않았다. 모자동실을 권하는 병원이라 내 침대옆에 같이 있었는데 사실 고역이었다. (유두의 모양탓으로) 모유가 잘 나오지않아 아플 정도로 세차게 빨아당기는 아이를 안고, 앉아있으면 더 찢어질 것 같은 아랫배의 통증에도 모유수유를 무조건 권하는 간호사에게 적개심이 일었다. 결국 그나마 3일간 초유를 조금 먹인 뒤 나는 나쁜 엄마가 되기로, 올바른 엄마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포기하기로 하고 젖 삭이는 약을 달라고 한밤중에 울며 소리쳤다. 퉁퉁 부은 젖을 매몰차게 짜는 친정엄마와 간호사의 손길이 그렇게 무자비할 수 없었다. 결국 친정엄마는 울부짖는 내게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선 간호사실로 뛰어갔다. 일주일분의 약을 처방해 받고 퇴원해 집에 돌아왔서도 한동안 압박붕대로 가슴을 친친 동여매고 지냈다.  

당시 파스퇴르 분유가 아이의 주식이 되었는데 무탈하니 잘 먹고 건강하게 자라주었다. 하루에 스무 시간을 자야한다는 육아책의 내용과는 달리 아이가 하루 자는 시간은 최대 열 시간이었다. 지쳐서 넉다운이 된 나는 병원 육아상담실에 전화해서 문의하기도 했다. 다른 이상이 없고 발육도 정상적이라면 수면시간은 개인차가 있으니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초보엄마에게 요구하는 것도 많았고 하루종일 엄마를 가만 두지 않았던 아이였다. 밤에는 아이를 안고 앉아서 눈을 부쳤고 낮에는 하루종일 흔들침대나 그네에서 아니면 내 팔 안에서 흔들어줘야했다. 뭐든 같이 하자고 손을 끌어대서 혼자 쉴 수 있는 시간이 없었던 나는 잠이 모자라 틈만 나면 병든 닭처럼 깜박깜박 졸기 일쑤였다. 밖에 데리고 다니면서부터는 낯선 사람이 말을 걸면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 패대기치고 제 머리를 벽에 박곤 해서 난처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2개월에 처음 예방접종을 하러 동네 소아과에 가려고 아기띠를 해서 앞으로 안고 (2월말이라 바람이 찼기 때문에) 아이 머리를 뒤집어씌우려 하는데 아이가 한사코 머리를 뻗대며 그걸 걷어치우는 거다. 아무리 씌우려해도 안 돼서 포기하고 모자 하나만 씌워 첫 나들이를 했다. 그때 첫 세상을 보겠다고 눈망울이 이리저리 어찌나 바쁘게 굴러다니던지 그 반짝반짝하던 포도알 같은 눈을 잊을 수 없다. 신난다고 다리도 어찌 버둥대던지. 아이는 신생아 때부터 옷을 얇게 입혀 버릇하고 차게 키워서인지 감기도 잘 걸리지 않는다. 첫돌 지나 이하선염으로 한쪽 볼이 부어오르고 열이 나서 일요일에 하던 유일한 병원을 찾아 혼자 택시를 타고 달려갔던 일을 빼고는. 그때 새파란 의사라는 작자 참 어이없었다. 아이의 고개를 그렇게 터프하게 재껴서 살펴볼 필요가 있었을까. 아무리 아이가 버둥대기로서니. 아이가 처음으로 갑자기 당하는 완력에 얼마나 놀라며 겁먹어하던지 지금 생각해도 화가 난다. 아이에 대한 애정이라곤 손톱만큼도 없는 사람이 무슨 소아과 의사를 하겠다고... 

4살 때였던가. 아이 코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더니 사라지지 않고 갈수록 심해지던 때가 있었다. 병원에 가서 사진을 찍어보았더니 코안에 이물질이! 요쿠르트 뚜껑으로 쓰이는 알루미늄호일같은 그것이었다. (지금이나 그때나 자질구레한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아이는) 유아원에서 친구들이 하는 걸 보고 호기심에 따라했나 본데 조금 집어넣자 그게 쑥 들어가버렸던 모양이다. 코안이 얼마나 답답했을까. 엉뚱한 녀석. 요샌 좀 다른 쪽으로 엉뚱하지만. 참, 다섯살(만 네 살 채 안 되어서) 때 내게 준 짧은 편지는 지금 생각해도 가슴 뜨끔한 내용이었다. 동생이 태어나기 전이었고 하루종일 둘이서 온갖 종류의 싸움(!!)을 하며 지내야했던 '좋기도 나쁘기도 했던' 시절이었다.  "엄마, 내가 예쁘다면 사랑해주세요."  지금도 두 딸의 어떤 행동이 맘에 안 들어 한 판 하고 나면 이 말이 떠올라 사랑의 방법과 표현과 내 진정에 대해 생각하며 나를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후회하면서. 하지만 엄마에 대한 환상을 갖지 않고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으로 봐준다면 그보다 고마울 데가 없을 성싶다.  

둘째아이 가지고 8개월 쯤에 정기검진 받고 돌아오며 사준 유일한 인형, 푸우을 책상머리에 아직 두고 있다. 인형을 좋아하지 않는 아인 줄 알고있는데 이걸 그렇게 오래도록 가까이 두는 걸 보면 내가 많이 사주지 않아서 그랬던 건지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변한 것도 많다. 지금은 몸치에 유연성 제로의 뻣뻣한 몸이지만 서너살 적 아이는 나랑 손 잡고 춤추길 좋아했다. 비디오 테잎이 늘어질 정도로 '백설공주'를 보다가 난장이들과 공주가 춤추는 장면에서는 어김없이 일어나 같이 신나게 추었다. 뱅글뱅글 돌고 뛰며... 10살까진 교회 성가대도 하고 찬송대회 나가 상도 받고 그랬는데 지금은 노래를 썩 잘하는 것 같진 않다. 글도 참 잘 썼는데 중학생 이후론 썩 즐기는 편이 아니다. 책 읽기를 좋아하고 열번이고 반복해 보는 습관은 여전하다. 체육을 못하고 좋아하지 않는 것도 여전하다. 움직이는 것보다 가만히 있는 게 적성에 맞아 중학교 때 예쁜글씨 쓰기반과 십자수반을 특기적성으로 했다. 변칙을 용납하지 않고 고집 있고 결벽성 있으면서도 코 후빈 휴지를 책상에 그대로 두는 건 또 뭔지.ㅋㅋ

다이어리 적기를 좋아해서 신년에 세 개의 다른 다이어리를 구입했고 학습 플래너 수첩도 두 개 꼼꼼히 쓰고 있고, 밀크티와 호박고구마와 땅콩전병을 좋아하고 굴과 만두와 날음식은 싫어하는 아이. 서재에 있던 내게 다가와 좋은 영화들(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밀크 등등) 개봉 예정이라 기대된다면서 히죽 웃고 아빠의 하셀브라드 카메라에 눈독 들이는 아이. 한겨울에도 아무것도 안 발라도 피부가 매끈매끈하고 날씬해서 뭘 입어도 예쁜 딸.(완전 고슴도치 엄마^^) 친구처럼 옷도 같이 입고 포스터 속 에릭의 근사한 얼굴을 보고 역시 제일 잘 생겼어, 라고 하면 좋아라 헤벌쭉 동감의 미소를 짓는 아이. 동생을 야단치고 있으면 은근히 좋아하는 얼굴을 못 감추는 아이. 그리곤 다른 때 같으면 안 그러면서 슬쩍 다가가 이거 먹을래?, 이러며 동생 기분 좀 맞춰주려고 하는 언니. 군주론을 읽고 있고 조니뎁과 브래드 피트와 영국 락 그룹을 좋아하고 라디오헤드를 듣고 독일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아이. 그래도 우선 앞으로의 전공을 위해선 프랑스어를 제2외국어로 결정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아이. 아이결정에 맡길 예정이다.

무엇보다 엄마와 감정 전쟁에 휘말리지 않게 스스로 타협할 줄 아는 딸. 잘 자라고 있어줘서 고맙다. 나도 함께 자라고 있어야하는데 한 해 한 해 중간점검해 보자면 아직 멀은 듯. 그나저나 희원아, 네가 불던 플루트 이제 엄마 줘야겠다. 배워보려고 결심했으니...

 - 사실 미시적으로 들여다보면 심란하고 우울한 순간들도 많긴 하지만 육아는 여자들이 제도교육 속에서 차례로 잃어버린 직관과 감성, 신화학자 조셉 캠벨 식으로 말하자면 천복(Bliss)을 회복하는 절호의 기회다. - <뼛속, 치맛속> by 목수정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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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1-12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소회를 기록으로 남겨주는 엄마, 너무 고맙고 사랑스러워요. 사진 속에 이미 혜경님이 있네요. 당연한 얘기지요. ^^

프레이야 2009-01-12 20:57   좋아요 0 | URL
너무 밤새도록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얼른 생각나는 것만 간단히 한 게
저거에요.ㅎㅎ 어찌나 까탈스럽고 쉽지 않던 아이였던지요. 지금은
어찌나 달라졌는지 또 놀라구요. 그만큼 억압된 부분이 많았던 것이라
생각하면 한편 마음이 편치 않구요.

바람돌이 2009-01-12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닮았어요. 성격도 엄마 닮았을까요? 그럴것 같음... ^^
저도 예린이 고등학교 들어갈때쯤 이런 글을 쓸까봐요. 근데 제가 쓰면 뭐든 코미디가 되는 것 같던데...ㅠ.ㅠ

프레이야 2009-01-12 20:58   좋아요 0 | URL
작은딸보다는 닮았어요, 성격이.^^
예린이 코믹스토리 기대할게요. 아니 코믹은 해아쪽이 더 어울릴 것
같아요.ㅎㅎ

아영엄마 2009-01-12 0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처자 티가 나네요. 저는 두 아이 어렸을 때 어땠는지 기억도 잘 안다고, 이런 글도 못 쓸 것 같아요. ^^;

프레이야 2009-01-12 20:59   좋아요 0 | URL
아영엄마님 연우 잘 크고 있죠? 아영이 혜영이가 얼마나 좋아라 할까요.
쁜이네 집에 올해도 복 많이 깃들기를 바래요.

조선인 2009-01-12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언젠가 제게 올 그 때가 두렵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하고.

프레이야 2009-01-12 21:00   좋아요 0 | URL
뭐 후딱~ 옵니다요^^
그때가 되면 마로 얘기도 아마 끝이 없을 걸요.

다락방 2009-01-12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혜경님을 쏙 빼닮았는데요! 처음엔 혜경님인줄 알았어요. 잘 자라고 있어줘서 고맙다, 라는 문장이 쏙 박히네요. 좋은 페이퍼에요.

프레이야 2009-02-21 17:16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사실 생긴 건 아빠를 더 닮았어요. ㅎㅎ
네 정말 고맙죠.
새벽 네시, 저도 참 두근거리며 읽은 소설이에요.

진주 2009-01-12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윤이랑 동갑이라 대한민국의 열 여섯, 열 일곱 살짜리들이
그러하듯 비슷한 속도와 비슷한 행보로 자라가고 있군요..
혜경님, 고이 잘 키우셨습니다.고생 많으셨어요^^

프레이야 2009-01-12 21:04   좋아요 0 | URL
듬직한 윤이가 있는 진주님은 얼마나 좋아요!
쟤가쟤가 나중에 기억이나 할까요. 8개월 때 거실 바닥에 온통
제 똥으로 퍼포먼스 해놓은 걸요. 그 가운데 앉아서 두손에 다 묻히고
얼마나 좋아하고 있던지요. 거침없이 야생적이던 아이가 결벽할 정도로
길들여진 건 다 제 영향이 크겠죠. 아, 난 할 수 없이 나쁜 엄마에요.
우리는 본성을 죽이는 역할이 커요.

마늘빵 2009-01-12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쁘네요. ^^ 브래드 피트와 레디오헤드는 저도 사랑하는 이들입니다.

프레이야 2009-01-12 21:05   좋아요 0 | URL
드러머 아프님,^^ 저도 브랫 좋아해요.


가시장미 2009-01-12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혜경님이랑 꼭 닮았어요!! 크크 :)
저도 희망이 낳고, 저 닮은 딸 한명 더 낳을까봐요~~ 엄마한테는 딸이 꼭 필요하다던데!!!
(근데 저 닮으면 싸움질 많이 하고 다녀서 속좀 섞을텐데 ㅋㅋ)

프레이야 2009-01-12 21:06   좋아요 0 | URL
희망인 남자아인가 봐요. 벌써 알아보셨구나.
딸 아들 가려 낳을 수 있는 거 참 신기해요.
그렇게 되길 빌어요. 장미님은 싸우기도 하고 알콩달콩 좋은 친구가
될 거에요.

순오기 2009-01-12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엄마예요~ 저 속에 보이는 엄마는 어쩌라고요!^^
딸은 자라면 친구가 되지만 아들은 자라면 애인이 된답니다.ㅋㅋ
우리 애인은 과묵한 열일곱 살예요.^^

프레이야 2009-01-12 21:07   좋아요 0 | URL
앗, 보였어요? ㅎㅎ
과묵한 애인 있는 오기 언니가 부럽다구용^^

세실 2009-01-12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일곱이 되는군요. 보림인 열네살. 사춘기가 시작되겠지요.
님의 글 읽으면서 저도 보림이를 떠올렸답니다.
아직은 어리게만 생각되는데...하루 하루 다를듯.
참 예뻐요. 큰따님도 님도...

프레이야 2009-01-12 21:09   좋아요 0 | URL
보림인 완전 아가씨 같더군요. 키도 크고 성숙해 보여요.
사춘기는 우리집 작은딸도 시작한 것 같더라구요, 벌써.
중학생이 되면 하루하루 정말 다를 거에요. 많이 자라죠.
힘 주시는 말 고마워요.

라로 2009-01-12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볼 땐 혜경님보다 쬐끔 더 이쁜듯~.헤헤헤
94년 전 결혼을 했는데 그대는 아기를 낳으셨군요~,ㅎㅎ
열입곱,,,참 특별한 나이에요~.^^
친구같은 딸이 있어 좋겠다 혜경님은~.^^

프레이야 2009-01-13 09:00   좋아요 0 | URL
헤헤 맞아요.ㅎㅎㅎ
님은 딸에 아들 둘까지 정말 부럽다구용~

춤추는인생. 2009-01-12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원이 오랜만에 봐요 혜경님. 언젠가 사진을 볼때 옆지기님을 많이 닮은 큰딸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적어주신 예쁜글들안에 혜경님의 모습도 많이 있는것같아요.
분신.. 엄마와 딸사이 늘 애뜻하고 찡해요

프레이야 2009-01-13 09:02   좋아요 0 | URL
그래요^^
요즘 희령인 사춘기 시작하는지 많이 어려워보이는데
마음이 쓰여요. 잘 해주진 못하고.. 희원인 그 시기 잘 넘긴 것 같구요.
오늘 하루도 잘 보내요, 우리.

소나무집 2009-01-13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잘 키우셨어요.
바라만 보고 있어도 뿌듯한 딸일 것 같아요.
이렇게 아이들의 역사를 기록하는 엄마도 엄청 멋지구요.
저도 딸이 있는 게 참 다행이다 싶네요.

프레이야 2009-01-13 17:56   좋아요 0 | URL
딸 아들 골고루.. 소나무집님은 대빵 복덩이에요^^
저기 기록 못한 얘기가 참 많아요. 어찌나 독특했던지요..
이젠 저보다 훨씬 커버린 아이, 잘 안 먹어서 걱정이에요^^

미설 2009-01-13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이 12월생이군요. 반가워라^^ 알도가 12월생이라 사실 학교 보내려니 좀 걱정되요.. 여자애들은 좀 낫다고 하긴 하던데, 특히 요즘은 1,2월생들도 같이 다니고... 암튼 늦었지만 따님 생일 축하드리고 새해 복도 많이 받으세요^^

프레이야 2009-01-14 00:08   좋아요 0 | URL
미설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거에요.^^
알도는 분명 잘 해낼거에요. 고맙습니다.
아이들 자라는 것 보면서 우린 나이들어가지요. 나쁘지 않아요.^^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
목수정 글, 희완 트호뫼흐 사진 / 레디앙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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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늘 가지고 싶어 했던 그것. 세상의 논리를 시선 하나로 간단히 유린하고, 경쟁의 뜀박질에서 슬쩍 비껴나 울울창창한 숲 속에서 자신의 열매를 가꾸는 사람들에겐 언제나 그런 성이 있다. 누군가는 그것을 지하실이라고 표현하고, 자크 뒤아멜(1970년대초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자신만의 소우주'라고 표현한다.-38쪽

이 공간은 소비를 종용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무언가를 생산하는 것도 아니었다. 경제적 가치에 이바지하거나 효율이나 화합 등 공동체를 위한 어떠한 미덕에도 기여하는 바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의 노동력을 요구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나는 분명 언어적 표현을 넘어서는 이 공간의 매력에 압도당했다.-46쪽

똘레랑스가 프랑스 사회를 유연하게 만드는 여러 개의 벽돌이라면, 연대는 그 벽돌 사이를 메우는 유연하게 메워주는 풀이다. 이 풀은 원한다면 언제고 떼어내고 다시 결합할 수 있어 아나키스트적 운동을 가능하게 만들어준다.-68쪽

가장 급진적인 정치집단도 '시민'이나 '우리'라는 표현을 쓴다고 한다. 말하는 자와 듣는 자를 가르지 않는 '우리'는 운동을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든다.......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 파리의 뉴요커까지도 포함할 수 있지만, '민중'은 마치 나를 그 단어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인 것처럼 낯선 존재로 만들어 문제에서 내쫓아버린다. 선동하는 자와 선동 당하는 대상을 가르고 이끄는 자와 이끌리는 대상을 나누는 사고는 운동을 수직적인 권력구조에 가두고 수평적 연대를 방해할 뿐이다.-72쪽

나와 희완은 아이가 어떤 사회적 억압이나 고정관념도 물려받지 않고, 당당하고 자유로운 정신으로 인생의즐거움을 누리길 바란다. 모든 사회에 존재하는 관습의 폭력과 인간 스스로 자신을 갉아먹도록 지배 이데올로기에 의해 재생산되는 자본 중심의 가치관들... 부지불식간에 그 모든 것의 포로가 된 것을 자각하고, 거기에서 벗어나려 쏟아 부어야 했던 그 엄청난 에너지. 아이가 그 소모적인 시간들에 구속받지 않고 최대한 자유로운 자아를 지닐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133쪽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적 세계질서는 '죽음'을, 생태의 복원과 성과 인종에서의 평등, 문화다양성, 공정무역 등을 주장하는 좌파의 질서는 공존하는 '생명'을 향한다는 희완의 통찰은 완벽하게 옳다.-139쪽

세상의 모든 자장가는 평화로우면서도 구슬프다. 전쟁과 실업 그리고 기아라는 세계 공통의 비극이 인류를 뒤덮는 동안, 그녀들은 품에 꼭 끌어안은 아이의 달콤한 살 냄새를 맡으며 고달픈 삶을 위로 받았을 것이다. 애절할 수밖에 없는 곡조는 평화와 소박한 행복을 비는 그녀들의 주문 같았다.-157쪽

나의 색깔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가장 유의해야 할 것은 '한 우물' 이데올로기의 강박으로부터 탈출이다....... 집단의 관점에서 보면 사람들이 한 영역씩 맡아서 한 우물을 죽어라 파주는 것이 효율적이다. 그러나 각 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그건 어쩌면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인생일 수도 있다. 난 이 거대한 사회의 나사가 아니다. 나 혼자서도 하나의 거대한 우주를 구성할 수 있다. 여러 우물을 파면서, 세상의 모든 재미를 두루 즐기면서.-162-163쪽

행복은 마음에만 있는 게 아니라 사회 속에서 쟁취하고 학습하는 것이며 또 전이되는 것이다. 우리는 어린아이 속옷에, 팬시용품에 값싸게 수놓아진 장식으로서 happy가 지천인 사회에 산다. 하지만 불합리한 문제들이 있을 때마다 "원래 그렇다'는 말밖에 들려주지 않는 이 사회는 얼마나 행복할까. 결코 납득할 수 없는 편협한 정상이 활개를 치는 한, 이 사회의 행복은 버석거리는 포장지로만 존재하는 공허한 사기일 뿐이다.-199쪽

일찍이 부르디외가 명쾌하게 일갈한 바 있듯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취향이란 많은 사람들이 흔히 착각하는 것처럼 스스로의 선택이 아니다. 그것은 일차적으로 출신계급과 교육수준, 집안 환경 등이 촘촘히 얽혀서 구조적으로 생산되고 또 확산된다. 개인의 의지로 쉽게 떨쳐낼 수 없는 유기적 습성이다.-209쪽

예술가들은 그들이 인식하건 하지 않건, 숙명적으로 기존 미학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미학의 전선을 구축해 가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진정한 예술가들이 모두 아방가르드일 수밖에 없고, 그들의 작업 내용이 사회 참여적인지 혹은 정치적인지와 무관하게 정치적인 목적에서 유리될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같은 맥락에서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무언가를 창작하는 행위는 최종적으로 자신의 소우주를 건설하기 위해 가장 구체적인 실천이 될 것임은 물론디다. -221쪽

최근 들어 깨달은 좌와 우에 대한 가장 명확한 정의는 전자는 생명을 지향하고 후자는 죽음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정신의 무한한 자유를 추구하고 모든 살아있는 것들과 조화로운 상생을 꿈꾸며 깨어있는 존재가 좌파라면, 텔레비전 앞에서 일생의 대부분을 보내면서 일찌감치 자신의 영혼을 무덤 속에 파묻고 보수언론의 선동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생태를 파괴하는 것이 발전이라고 믿는 쪽이 우파다. 우파가 가장 싫어하는 좌파의 부류가 생태주의자라는 사실이 어떻게 우연일까.-290쪽

좁디 좁은 잣대가 가두어 놓은 '정상'과 '합법'의 틀을 표면적으로나마 벗어나지 않으려 애쓰다 거기서 밀려나면 좌절하고 소외되는 어리석음이 이 격렬하게 요동치는 한국사회엔 지천으로 널려있다. 나는 두려운 것이 없다,고 말하고 나면 두려운 것이 없어진다. 우리가 갖는 두려움의 실체는 결국은 타인의 판단과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다. 모든 판단과 평가가 내 안에만 있다면, 두려움 따윈 정복하고 살 수 있다.-3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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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6년 8월
구판절판


호퍼의 작품은 잠시 지나치는 곳과 집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마치 우리 자신 내부의 어떤 중요한 곳, 고요하고 슬픈 곳, 진지하고 진정한 곳으로 돌아온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의 작품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기억하는 것을 돕는다. '우리자신'을 잊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문제는 실제적인 자료를 말 그대로 잊는 것이 아니다. 우리 자신의 완결성이나 행복의 느낌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우리 내부의 어떤 특정한 부분을 잊는 것이다.-15쪽

비행기는 넓은 세상의 상징으로, 그 안에 자신이 건너온 모든 땅의 흔적을 담고 있다. 그 영원한 이동성은 정체와 속박으로 답답해진 마음에 상상의 평형추를 제공한다.-30쪽

어쩌면 침묵과 어줍음은 욕망의 애처로운 증거로서 용서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상대에게 무관심한 사람은 능란한 유혹 솜씨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어줍게 유혹하는 사람이야말로 상대를 향한 진정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고 관대하게 봐줄 수도 있다. 정확한 말을 찾지 못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정확한 말을 의도하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다.(말로 표현하지 못할 뿐)-48쪽

고용자와 피고용자 사이에 어떤 동지애가 이룩된다 해도, 노동자가 아무리 선의를 보여주고 아무리 오랜 세월 일에 헌신한다 해도, 노동자들은 자신의 성과와 자신이 속한 조직의 경제적 성공에 의존한다는 것, 자신은 이윤을 얻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감정적인 수준에서 늘 갈망하는 바와는 달리 결코 그 자체로 목적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결국 노동자는 늘 불안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것은 매우 슬픈 일이지만, 사실 우리가 현실에 눈을 감고 일에 대한 기대를 극단적인 수준으로 올려버릴 때와 비교하면 반도 슬프지 않다. 인생은 고통일 수밖에 없다는 확고한 믿음은 수백 년 동안 인류의 가장 중요한 자산의 하나였다. 이것은 마음이 독에 물드는 것을 막아주는 보루가 되기도 했고, 좌절밖에 기다리는 것이 없는 희망의 길로 가는 발걸음을 막아주는 보호벽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근대적 세계관이 배양한 기대가 이 보루와 보호벽을 잔인하게 제거해버리고 말았다. 이제 휴가를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오면, 일이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는 쪽이 일을 견디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두는 것이 좋겠다.-82-83쪽

호흐의 예술은 우리가 매우 모호한 관계를 맺고 있을 수도 있는 부르주아라는 단어에서 긍정적인 연상들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부르주아라는 말은 부정적인 함의가 가득해 보인다. 이 말은 순응, 상상력부족, 경직, 현학, 속물근성을 암시하는 것 같다. 그러나 호흐의 세계에서 부르주아는 소박하지만 매력적인 옷을 입고, 너무 천박하지도 않고 또 너무 허세를 부리지도 않고, 자식들과 자연스러운 관계를 맺고, 방탕한 상태로 빠지지 않으면서도 감각적 기쁨들을 인정한다. 꼭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중용의 화신 같다. 호흐의 작품들은 소박한 생활, 예컨대 저녁 식사, 집안일, 친구들과 한잔 기울이는 것의 재미와 가치를 일깨워주는 귀중한 임무를 수행하여, 평범한 일상에서 속물적으로 탈출하고자 하는 헛된 야망과 유혹을 진정시켜준다.-116쪽

위대한 책의 가치는 우리 자신의 삶에서 경험하는 것과 비슷한 감정이나 사람들의 묘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보다 이들을 훨씬 더 잘 묘사하는 능력 또한 중요하다. 독자가 읽다가 이것이 바로 내가 느꼈지만 말로 표현을 못하던 것이라고 무릎을 쳐야하는 것이다.-126쪽

이런 희미한, 그럼에도 치명적인 떨림을 포착하는 데 모든 관심을 쏟는 책을 읽다 보면, 그 책을 내려놓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뒤에도 작가가 우리와 함께 있다면 반응을 보였을 만한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우리의 정신을 새로 조율된 레이더처럼 의식을 떠다니는 대상들을 포착한다....... 이제 우리는 전에는 지나쳤던 것들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하늘의 음영에, 한 사람의 얼굴의 변화무쌍함에, 친구의 위선에, 이전에는 우리가 슬픔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상황으로부터 밀려오는 축축하게 가라앉은 슬픔에.-128쪽

농담이 비판에 특별히 효과적인 것은, 겉으로는 즐거움만 주는 것처럼 보이면서 은근히 교훈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만화는 권력 남용을 비판하는 설교를 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만화를 보면서 낄낄거리다가 어느새 만화의 권위 비판이 적절하다고 인정하게 된다.-135쪽

마음이 상냥한 만화가들은 지위로 인한 우리의 근심을 보고 우리를 조롱하는 것이 아니라 놀린다. 그들은 우리가 기본적으로 괜찮은 사람이라는 전제하에 우리를 비판한다. 그들의 교묘한 솜씨 덕분에 우리는 마음을 열고 웃음을 터뜨리며 우리 자신에 관한 씁쓸한 진실을 받아들인다. 만일 그들이 다른 사람들처럼 우리를 비난했다면, 우리는 분노하거나 상처를 입고 움츠러들었을지도 모른다.-1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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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9-01-08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통 책 중에 제가 아직 안 읽은 책이네요. :) 혜경님이 리뷰 올려주시면 읽어보고 지를까 결정해야 겠어요. 크크 리뷰 안 써주신다구요? 그럼 어쩔 수 없구요. ㅋㅋ

프레이야 2009-01-08 22:57   좋아요 0 | URL
보통 산문의 결정들만 골라있다고 해도 좋아요.
놓치고 싶은 문장이 없을 정도에요. 얇고 가볍고 이쁜 표지에요.
지르셔도 좋을듯, 어여쁜 장미님^^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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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엄마가 된 건 스물여덟 살 때였을까. 아니면 그 이전 소꿉놀이 시절의 엄마역할 때부터였을까. 그때부터였다면 난 그때 엄마역할에 만족했었나? 분명 엄마가 되고 싶지 않아했던 기억이 난다. 어리광을 부리는 아이 역할이나 굵은 목소리를 내는 아빠 역할을 더 하고 싶어했다. 몇 명이 어울려 놀 땐 역할을 바꾸기도 했지만, 혼자 소꿉놀이를 할 때면 자연스레 나는 엄마가 되어있었다. 그리 바라지도 않았던 역할인데도.

 <엄마를 부탁해>는 엄마이기를 강요당한, 엄마가 필요했던, 영원히 딸이고 싶었던, 딸의 이야기다. 작품 속에는 박소녀를 비롯해 두 딸이 나온다. 그들 세 딸 안에 ‘엄마’는 서로 다른 얼굴을 하고 숨거나 드러난다. ‘엄마’들은 복합적으로 내 안에 살고 있는 세 가지 얼굴이기도 하다. 거부하고도 싶고 애틋한 연민이 일기도 하고 굳세게 강한 힘을 발휘하기도 하는. 책장을 다 덮고 나니 모순으로 상충하는 내안의 엄마, 를 부탁하고 싶다는 자조의 말이 슬몃 나오기도 했다.

 엄마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데서부터 이야기는 시작한다. 진짜 이야기는 오래전 엄마가 어린 아이였을 적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스토리는 도시적인 생활을 해온 독자가 보기에는 현실감이 없을 정도다.(그럼에도 어디서나 본 듯한 소눈을 가진 여인으로 누구나에게 기억됨으로 보편성을 얻는다)그만큼 박소녀가 넘어온 생의 굴곡이 험난하고 그녀 삶은 가시울타리 안의 것처럼 보인다. 빠져나가려면 가시에 찔려 피투성이가 될 수밖에 없어서 차라리 돌아서 앉아 울음을 삼키는 게 나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녀는 엄마로서 살아야하는 가시울타리 안의 삶을 슬픔과 절망만으로 덧칠하지 않았다. 독특하게도 화자를 달리하며 육성으로 들려주는 듯한 박소녀의 징글징글한 삶 속에 언뜻언뜻 보이는 환희와 자부심이 읽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엄마'에게서 희망을 읽으라면 그런 곳에서 찾고 싶다.

 그녀의 삶은 두터운 한 권의 점자책이다. 점자도서관에서 점자책을 앞에 두고 느꼈던 일로 소설가 큰딸이 엄마를 알아가는, 잃어버린 엄마를 찾아가는 긴 이야기가 시작된다. '우리는 엄마를 얼마만큼 알고 있을까.' 우리가 바라는 대로 보고 역할을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엄마라는 이름표를 달아주고 발목을 붙잡고 있진 않았는지. 엄마의 눈을 보고 이야기 한 지는 얼마나 되었는지. 보고 만진다 해도 해독이 되지 않는 점자책 앞에서 까막눈으로 살아온 딸의 회한이 낡은 필름처럼 이어진다. 글을 못 배운 인간 박소녀가 큰딸이 쓴 소설이 자랑스러워 그걸 누군가의 목소리를 빌어서라도 읽은 것, 매달 적지 않은 돈을 불우아동에게 나눈 것, 생의 고비마다 정신적인 힘이 되어준 비밀 같은 사람에 대한 소중한 추억. 그런 것들을 다 열거하지 않더라도 이름처럼 ‘소녀’의 꿈을 안고 살았던 엄마도 외국의 낯선 풍광에 빠져보고 싶고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의 장미묵주를 그래서 상징적으로 갖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밝은 면을 보는 쪽은 딸보다 오히려 아들이었다. 엄마의 삶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엄마의 삶을 그렇게 슬프게만 생각하는 건 우리의 죄의식이 갈구하는 하나의 자위일지도 모른다는 말이었다.

 딸은 좀 다르다. 특히 작은딸은 아이를 셋이나 두고 전문직까지 있으면서 안팎으로 힘든 생활을 꾸려가면서 생각한다. ‘과연 엄마가 부엌에 들어가는 걸 진짜 좋아했을까.’ ‘아무리 그래도 나는 엄마처럼 할 수 없어.’ 사회적 역할은 물론이고 아들과 딸이 당면한 소소한 문제들이 다르니 딸이 보는 엄마는 좀 더 구체적으로 애잔하다. 엄마라는 자리가 암묵적으로 요구하는 덕목이 희생이나 인내, 자비 같은 것이라면 박소녀는 아주 적격의 엄마이지만, 그녀도 딸에게 소리치고 투정할 때는 엄마가 아닌 딸이 되고 싶은 것이다. 그럴 때면 성인이 된 딸은 엄마 역할을 한다. 이 역할은 큰딸에게서 더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큰딸은 아직 진짜 엄마이진 않지만 늘 엄마가 안타까운 그래서 어쩌면 엄마 되기를 미루고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머나먼 땅, 피에타상 앞에서 엄마를 부탁해, 라고 말하며 속죄라도 하려는 것일까. 이제는 자신의 시야에서 멀어진 엄마에 대한, 동시에 내재된 자신의 '엄마'에 대한 좀 더 홀가분한 주문 같기도 하다. 여동생은 엄마를 포기하지 말고 찾아달라고 언니에게 부탁했지만 언니는 오히려 엄마를 놓아주고 싶어한다. 엄마에게 무기한의 자유여행의 시간을 부여하고 싶었던 것으로 읽힌다.

 두 딸들과 아들에게 엄마 박소녀는 실종자로 남았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몸을 숨긴 건 아닌지, 상상해보면 슬근슬근 웃음바람이 난다. 투명인간처럼 혹은 전지자처럼 보고 듣고 서술하며 자신의 모든 걸 토로하는 마지막 장에서 그녀는 오래전 사라진 것들에 대한 그리움, 온정에 대한 갈망,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을 하염없이 풀어낸다. 사랑과 욕망을 이야기하는 그 어조가 아련한 슬픔 위에 너울너울 춤을 추는 듯하다. 그녀에게도 그녀처럼 품 넓은 ‘엄마’가 필요했음을, 뒤늦은 후회를 하는 남편과 아들은 딸보다 더디 아는 것 같다. 수많은 엄마와 그 속의 '엄마'는 오늘 하루도 잘 지내셨는지, '엄마'를 잃어버린 우리들 가슴에 '엄마'를 회복하는 일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하는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단 하루만이라도 엄마와 같이 있을 수 있는 날이 우리들에게 올까? 엄마를 이해하며 엄마의 얘기를 들으며 세월의 갈피 어딘가에 파묻혀버렸을 엄마의 꿈을 위로하며 엄마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내게 올까? 하루가 아니라 단 몇 시간만이라도 그런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엄마에게 말할 테야. 엄마가 한 모든 일들을, 그걸 해낼 수 있었던 엄마를,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엄마의 일생을 사랑한다고. 존경한다고.(p262)

 작은딸이 큰딸인 언니에게 눈물로 쓴 편지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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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8-12-30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아요.
저도 이 책을 눈물 찔끔거리며 읽었답니다.
친정 부모님이 농사를 짓는지라
작가 엄마의 이야기에 공감이 많이 되었어요.

프레이야 2009-01-03 19:23   좋아요 0 | URL
신파조라는 말도 있지만 공통분모 같은 슬픔의 정서가 묻어나요.
그렇군요, 소나무집님.^^

순오기 2008-12-31 0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참 전에 읽었지만 리뷰를 쓸 수 없었던 책.
올해가 가기 전에 해야 할 또 하나의 숙제~~~
그댁의 엄마는 안녕하시겠죠.

프레이야 2009-01-03 19:24   좋아요 0 | URL
엄마는 안녕하기도 하고 그렇지 못하기도 하고 그래요.
엄마로서 강건하기를..

BRINY 2008-12-31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이 왜 이 책 리뷰를 안쓰실까 궁금했더랬습니다.

프레이야 2009-01-03 19:24   좋아요 0 | URL
브리니님, 그랬어요? ㅎㅎ
 

큰딸이 이번에 부산국제고등학교에 합격했어요. ^^ 특목고를 지원하게 된 경위는 말하자면 길고 복잡했어요. 아니 오히려 아주 단순하게 결정되었다고 볼 수 있어요. 전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웠고 그래서 아이 스스로의 결정에 맡겼으니까요. 아이와 전 굳이 특목고를 가야하는가를 두고 오래 갈등했어요. 전 그런 쪽에 워낙 발품 팔고 다니는 편도 아니고 엄마들끼리 모여 이러쿵저러쿵 정보교환이니 뭐니 하며 모이는 편이 아니라 관심 밖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중3 여름방학이 지나고부터는 결정을 해야하는 쪽이 되었어요. 몇군데 특목고에서 학교소개와 설명회도 갖고 학교 홍보도 하고 그러면서 슬슬 관심을 갖기 시작하더군요. 부산외국어고등학교 입학모의고사에서는 전혀 준비하지 않고도 장려상을 받았어요. 영어공부는 우리나라 여느 아이들처럼 계속 해왔는데 3학년 2학기 가을에 두번째 응시한 TEPS 에서 850점을 받더군요. 그걸로 가산점 2점은 확보했어요. 그러더니 가을에 부산국제고 입학설명회에 갔다온 후 그 학교에 응시하겠다고 단호하게 말하더군요. 커리큘럼이 아주 마음에 든다면서요. 떨어지면 일반고에 가면 된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응시했어요. 말은 그래도 애살이 많은 아이라 차근차근 혼자서 문제집을 풀고 정리를 하더군요. 중간중간 책도 보고 영화도 보고 무한도전 다운로드 받아 보면서 깔깔거리고 그러면서요. 시험당일보다 발표날 속으론 더 떨리지 않았을까 싶어요. 

아이는 인문사회 특기자 전형으로 합격했어요. 언어, 사회, 영어 세과목을 봤는데 점수가 잘 나온 것 같아요. 물어보니 그리 어렵지 않게 시험을 본 것 같아 속으로 좀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아주 기뻤습니다. 아이도 스스로 흐뭇해하며 좋아하구요. 무엇보다 아이가 꼭 가서 공부해보고 싶은 학교에 합격이 되어 만족스러워요. 대학 가기 좋은 학교로 간다는 것보다 소중한 3년을 어떻게 보낼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니까요. (이 학교에서 서울대 가기는 좀 쉽지가 않다고들 합니다. 내신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이유로)  비전을 갖고 자신을 가꾸며 배워서 남 주는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고대사학에 관심이 높은데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만 조심스레 해봅니다. 독일어를 꼭 배우고 싶다고 하니 제2외국어는 독일어과를 지망하려고 하네요.

요즘, 아이는 알랭 드 보통의 책에 빠져 '불안', '행복의 건축'을 읽고 '여행의 기술'도 사달라고 해서 주문해 뒀어요. 오래 전 사줬던 '반지의 제왕' 원서도 틈틈히 보네요.  '아임 낫 데어'와 '파이트 클럽' 디비디도 사달라고 해서 흔쾌히 주문해뒀어요.(이미 다운로드 해서 봤으면서요)  아이 스스로 하는 습관이 잘 되어 있는 편이고 제가 뭐 해라 하지마라 얘기해본 적이 별로 없어요. 아이의 투정도 잘 받아주지 못하고 같이 소리지르고 더해버리고, 맛나고 영양가 높은 음식도 별로 챙겨주지 못했어요.  간섭하는 걸 싫어하고 자의식도 강한 편이라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고 대개는 모른 척 내버려두는 편이었어요. 사달라고 하는 문제집 사줬고 사달라고 하는 음반 사줬고 봐야겠다는 영화 있으면 친구랑 보러가거나 저랑 보러가거나 그랬던 것밖에요. 어릴 적 밤낮으로 잘 안 자고 두 눈 말똥말똥 깨어있어서 참 쉽지 않았던 애였는데 이제 저보다 훌쩍 커버렸네요. 

입학하게 되면 기숙사 생활을 하게되니까 주말에만 볼 수 있을 겁니다. 토요일에 기숙사에서 데리고 나오면서 점자도서관에 가서 같이 낭독봉사 하고 올까 합니다. 그곳에서 그리 멀지 않거든요. 영어동화 낭독봉사자로 적격이라고 실장이 귀띔해 주더군요. 물론 오디션을 봐서 통과되어야 하겠지만 적극 권유하고 있는 중입니다. 날씬해야 한다고 어찌나 안 먹는지, 먹성 좋은 통통이 작은딸과 비교되어요. ㅎㅎ  뭐든 아이가 행복해하는 모습이 절 행복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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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8-12-27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따님이 공부를 잘하는군요,,
역시 공부는 본인이 원해야 잘 하는법인것 같아요
원하는 학교에 갔으니 잘 할 거예요
멋져요,
엄마도 멋지구 아이도 멋지구요,
정말 축하드려요,

프레이야 2008-12-27 19:20   좋아요 0 | URL
지가 원하는 곳에 가게 되어서 그게 가장 기뻐요.
울보님 새해에 좋은 일 많이 있기 바랍니다.
류가 참 예쁘게 크고 있어요.^^

가시장미 2008-12-27 0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축하드려요 ^^ 엄마 닮아서 딸이 너무 똑똑한 거 아니에요? 으흐 벌써 보통씨 책에 관심을 가질 정도라니, 그 수준이 짐작이 되네요. 제가 중3때는 한국 단편소설도 제대로 안 읽었던 것 같은데 ㅋㅋ 책을 좋아하니 학습능력이 뛰어날 수밖에 없겠죠? 저도 울희망이는 정말 책 좋아하게 만들고 싶어요. 책 읽는 모습 많이 보여주려구요. ㅋㅋ

낭독봉사도 하시고.. 연말을 아주 뜻깊게 보내고 계시군요. 감기에 걸리시진 않았어요? 제 페이퍼의 댓글보고 그리 짐작했는데, 낭독봉사와 감기는 영~ 어울리지 않네요. 만약 감기때문에 고생하고 계시다면 어여 쾌차하시길 바랄께요. 전 거의 나았어요. ^^

2008년 행복하게 마무리 하시고, 평온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게 되시길..!!

프레이야 2008-12-27 19:22   좋아요 0 | URL
네 지금 고생중이긴 한데 그래도 괜찮아요.
장미님은 거의 나았다니 다행이에요. 약도 못 먹고 얼마나 힘든데요.
책읽는 모습 많이 보여주면 희망이도 그런 아이가 될 거에요.
고마워용.. 그리고 새해엔 엄마 될 테니 더욱 씩씩하고 아름답게요.

hnine 2008-12-27 0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 보고서 와, 뭔가 이거 축하드릴 일이 있구나, 생각이 들어 얼른 들어와봤습니다.
어느 학교에 들어갔다는 것보다 뭔가 도전을 해서 그것을 이루었다는데서 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점이 그 나이때에는 크게 플러스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실패하면 실패하는대로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배우는 과정이 될 것이고요.
따님에게 축하한다고 전해주세요 ^^

프레이야 2008-12-27 19:26   좋아요 0 | URL
네, 나인님 자신감과 스스로에게 거는 기대감 같은 게 상승효과로
작용하네요. 실패했다면 차선의 길이 있지만 그랬더라면 겉으론
안 그런 척 해도 한동안 실망감이 있었을 거게요.
축하 고맙습니다.^^ 님에게 새해에도 좋은일 많이 생기길 빌어요^^

하늘바람 2008-12-27 0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조카가 올해 이번에 그학교를 졸업해요.
조카를 보며 역시 고등학교도 좋은데 가야하나보다 했어요.
일단 꿈의 범위가 세계더군요.
만나는 친구들도 절제를 알고
게다가 여러 클럽활동이 있나봐요.
하지만 기숙학교다 보니 엄마품 떠나는게 아쉽지요.
능력있는 따님을 두신 탓이니,
정말 축하드려요

프레이야 2008-12-27 19:31   좋아요 0 | URL
기숙학교 가는 것에 대해 기대감도 있어요.
거기서 좋은 친구도 만나고 단체생활도 하면서 좋은 경험 많이 하길
저도 바라구요. 목표가 흔들리지 않는 아이들이 모여있으니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 챙겨주고 그런다고 들었어요. 조카는 이번에 대학생이
되나요? 태은이랑 바람님 모두 건강하시죠? 새해에도 행복하세요^^

행복희망꿈 2008-12-27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고 노력하는 따님의 모습이 참 대견하네요.
멋진 학교에 입학하게 된거 축하드려요.
앞으로 더 행복한 일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프레이야 2008-12-27 19:32   좋아요 0 | URL
꿈님 고맙습니다. 딸둘이란 점 저와 같잖아요.^^
착한 아이들 행복한 아이들 되길 바래요.
꿈님도 새해에 더욱 행복하시구요.

미설 2008-12-27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 멀었는데도 이런 일만 보면 덩달아 흥분하고 부럽고 그래요. 저도 혼자서 알아서 잘~하는 아이를 만드는?게 꿈인데 잘된, 잘하는 아이 보면 항상 어떤 비결이 있는지 궁금하더라구요. 따님의 비결은 모전녀전 혹시 아닐른지요? 축하드립니다^^

프레이야 2008-12-27 19:34   좋아요 0 | URL
비결이라고 하면 하나 들려줄 말이 있어요.
제 친구들이 막 웃더라구요. 넌 아무것도 안 해주고 네 글 쓰고
네 활동하고 네 하고 싶은대로 아이한테 성질 부리고 특목학원도
안 보내고 그랬는데 이러면서요.. ㅎㅎ
스스로학습이 관건이 아닌가 싶어요. 알도와 봄이 참 예뻐요.
잘 자랄 겁니다^^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마노아 2008-12-27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의 좋은 점만 쏙 빼닮은 게 아닐까요? 자의식 강하고 스스로 알아서 하고 애살스럽고, 야무지기까지! 어유, 팔불출 아니래도 자랑할 게 너무 많아요.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는 장을 만난 것, 얼마나 큰 축복인가요. 축하합니다. 아이는 새로운 길을 가려는 문을 향해 용감히 달렸고, 그 문 하나를 씩씩하게 열었어요. 그 앞길도 지금처럼 열심히 달려나가길 소망합니다. 제가 다 흥분되어요. 아유, 너무 좋아요. ^^

프레이야 2008-12-27 19:36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첫문을 잘 연 것 같아 우선 안심이고 기뻐요. 고마워요^^
히힛! 이틀동안은 저도 아이도 흥분해설랑 합격자발표 홈페이지를
여러차례 들락거렸죠. 아이도 안 믿기는지 확실하냐고 제게 묻더군요.
근데 전 의외로 안 야무지고 퍼석한걸요..ㅋㅋ

조선인 2008-12-27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가 하고 싶은 게 있는 아이는 뭐든지 알아서 척척척이 되나 봐요. 부럽습니다. 축하드려요.

프레이야 2008-12-27 19:38   좋아요 0 | URL
아직 무슨 직업을 갖고 싶다는 생각은 못 정하더군요.
굳이 지금 꼭 정해야할 필요도 없으니 전 내버려둡니다.
똑 소리 나는 마로는 앞으로 얼마나 잘 자랄까 정말 기대되어요.
조선인님 축하, 고맙습니다^^

다락방 2008-12-27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하는 학교에 합격한 것도 축하할 일이지만, 자신이 무얼 공부하고 싶은지 아는게 더 대견한데요. 저는 아무것도 몰랐거든요. 제가 무얼 잘하는지, 제가 무얼 공부하고 싶은지 말예요. 이제와 생각해보니 이걸 공부할걸, 하는 후회가 들지만 뭐 어쩌겠어요. 그냥 현재에 순응하며 살 밖에요. 그러니 혜경님의 딸은 지금 그대로 원하는 공부 계속해서 원하는 일 하고 살았으면, 하는 기대를 하게 되네요. 축하드려요.

프레이야 2008-12-27 19:40   좋아요 0 | URL
아이는 사회과목 특히 세계사를 좋아해요. 이집트 같은 고대사를 특히요.
어려서부터 책을 두루 많이 읽고 독해력이 뛰어난 편이었어요.
누구나 후회가 남는 생을 살지만 아이의 삶은 또 아이가 개척해 나가야
하는 것이겠죠. 전 그저 믿고 바라보며 반발짝 정도만 거들어줄 수밖에요.
다락방님 축하 고마워요^^

전호인 2008-12-27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할 줄 모른다고 합니다. 학원의 일정에 따라 가다보니 그런 기현상이 발생하나 봅니다. 기성세대들은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 여부가 그리 중요치 않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으면서도 아이들을 공부하는 기계로 내몰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 하고 싶어하는 것에 대한 자아를 형성해 주는 것이 우리의 할일이지요. 그런 측면에서 따님의 목표와 성취에 대해 찬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주변의 지나친 치맛바람에 의해 휘둘리는 우리의 교육현실에 경멸감이 들지만 차근차근 본인의 목표를 달성해 가는 자랑스런 혜경님의 따님 소식은 새로운 희망이 됩니다. 옆에서 아이를 믿고 지켜보는 일,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 하는 일 이것이 어른들이 할일 입니다. 그런 부모였기에 오늘의 따님이 있었겠죠? 앞으로 본인의 꿈과 희망에 결실이 맺힐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홧팅 *^

프레이야 2008-12-27 19:44   좋아요 0 | URL
아이가 바라는 결실이 맺히길 기대해 주시는 전호인님 감사합니다.
그동안도 바삐 지내셨는지요? 제가 참 무심했지요.
주위에도 보면 엄마의 주장이 너무 강해서 학원까지도 이리저리
옮기고 아이의 결정은 무시되는 경우를 보면 결과가 그리 좋지 않더군요.
아이와 부모와 학교, 그리고 모든 동기가 자발적이고 긍정적이어야 좋은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홧팅, 고맙습니다.

. 2008-12-27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왕축하드리고 너무 부럽습니다.^^ 공부를 정말 잘했나봐요. 실력만 된다면 저희 애도 보내고 싶은 학교인걸요^^ 비결을 종종 나눠주세요^^

프레이야 2008-12-28 19:10   좋아요 0 | URL
노피솔님 참말로 오랜만이죠^^ 연말인데 어찌 지내시는지요.
아이는 저 혼자 알아서 하는 편이에요. 제가 해준 게 별로 없지요.
축하, 고맙습니다^^

푸른신기루 2008-12-27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축하드려요!!
아직 어린데도 똑 부러지는 성격이 부럽네요ㅎㅎ
앞으로도 좋은 일만 있으시길..^-^

프레이야 2008-12-28 19:11   좋아요 0 | URL
네 고집도 있고 완벽주의자에 취향도 또래에 비해 독특하지요.
전 존중해 주는 편이구요. 저 닮아 꽉 막힌 구석이 때때로 있지만
아니다싶으면 훌훌 터는 것도 금방이구요.
신기루님의 새해에도 좋은일 많이 일어나길 바랍니다.^^

Jade 2008-12-28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얼마전 학교 오빠들하고 얘기를 했는데, 어렸을때부터 이것저것 많이 생각하고 본 아이들은 나중에 커서도 사고의 범위가 다르다고 얘기하더라고요. 평범한 고등학교시절을 보낸 저의 지난날이 참 한탄(?)스러웠는데 ㅎㅎ 혜경님 따님은 멋진 아가씨가 될 거예요!

프레이야 2008-12-28 19:13   좋아요 0 | URL
충분히 멋진 아가씨 제이드님,
한동안 마음고생하시던데 좀 나아지셨는지요.^^
다 지나가게 되지요. 경험이 사고의 범위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잘 한 선택이라 생각해요. 아이가 지 하고싶은 것 하며 넓은 세상에서
살면 좋겠단 생각뿐입니다.

L.SHIN 2008-12-28 0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뭐든지 혼자서 알아서 하는 아이들을 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합니다.^ㅡ^

프레이야 2008-12-28 19:18   좋아요 0 | URL
엘신님, 고맙습니다. 새해에도 알라딘의 외계인으로
즐거움 많이 주시기를요^^

혜덕화 2008-12-28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일찍 홀로 서기를 하게 되는군요. 축하드립니다.^^

프레이야 2008-12-28 19:19   좋아요 0 | URL
그런 때가 되었나 봐요. 홀로서기요^^
혜덕화님 방학이시죠? 편안한 연말연시 맞으시기 바랍니다.

2008-12-28 1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28 1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08-12-28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아이가 바라는 학교에 가서 좋아하겠네요. 축하합니다.
아이가 열심히 했겠지요. 공부가 체질에 맞을 수도 있을 거구요.
아무나 갈 수 있는 학교가 아닌데... 부럽기도 합니다.
우리 애는... ㅠㅜ 외고도 쓸 수준이 아니라서리... ㅎㅎㅎ
요즘은 그냥...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하고 있답니다.
우리 애는... 지가 정신 차려야 한다는, 그 유명한 태음인이거든요. ㅎㅎ

프레이야 2008-12-28 19:23   좋아요 0 | URL
글샘님 아이가 태음인이군요. 우리집 작은딸이 그래요.
느긋하죠.^^ 그래도 지가 할 건 또 맘 내키면 잘 하구요.
아들도 그럴 걸요. 체질별 공부방법, 이런 것도 있던데요..
축하, 고맙습니다^^
글샘님 강의 2시간 재미나게 들었다는 말씀 제가 전했던가요?
알면서 한번더 말씀드리고 싶어서요^^

세실 2008-12-28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축하드립니다. 역시 스스로 학습이 중요하군요.
제가 다 대견하고 기특합니다.
멋진 따님 화이팅!

프레이야 2008-12-29 02:09   좋아요 0 | URL
미모로운 세실님 고맙습니다. 저보단 나은 것 같아요.^^
새해에도 더욱 왕성한 활동 두루두루 하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바람돌이 2008-12-28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저도 축하드려요. ^^
아이의 꿈은 언제라도 변할 수 있지만 변할때 변하더라도 지금 뭔가 하고 싶은걸 찾아낼 수 있는 아이로 커준 딸이라... 부럽네요.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자라야 할텐데 말이죠. ^^

프레이야 2008-12-29 02:13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 고맙습니다. 우린 딸 둘이 대세라고 우기자구요.^^
예쁜 예린이, 귀여운 해아도 너무나 잘 자라고 있어요.
얘도 어릴 때 시를 즐겨 쓰더군요. 요즘은 통 아니지만요.

뽀송이 2008-12-29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혜경님 축하드립니다.^^
무엇보다 따님이 원해서 선택한 학교에 합격해서 더욱 기쁘겠어요.
만만찮은 경쟁률이었을텐데 말입니다.^^
저희 아들넘은 과학고도 싫고, 기숙학교도 싫다해서 결국 일반고 갔는데 말입니다.ㅡㅡ;;
대학가기 좋은 학교라 생각하기보다,,, 다니는 동안 일반고보다는 고교시절이 풍요롭고,
즐겁고, 멋진 경험들로 가득하리라는 기대로 더욱 기쁘고 즐겁기를 바랍니다.^.~

프레이야 2008-12-29 12:06   좋아요 0 | URL
뽀송이님 아들도 스스로 최고 잘 하잖수? ^^
축하, 고마워용~
입학전 과제물 무게가 묵직하더군요.
턱은 다음에 조용히.. 우힛~

2008-12-29 0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12-29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축하~ 글 올린날 봤는데 이제야 댓글 남겨요. 갈수록 뒷북전문~ㅎㅎㅎ
역시 부모는 자식들 잘되는 일이 제일 살맛나죠~
2009년 혜경님댁에 운수대통 들어가신다~ 대문 활짝 열어라~~~~

프레이야 2008-12-29 21:37   좋아요 0 | URL
우하하~ 오기언니 고맙습니다. 그쪽에도 새해 운수대통이길요~~

chika 2008-12-29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제야 축하의 인사를...드려도 되겠죠? 사실 지금도 축하인사를 굳이 할 필요있을까,라는 맘에 망설였어요. 맘속으로 축하의 기쁨을 같이 나눈거로 됐지, 뭐..하다가 그냥 넘 오랫동안 소원했던 것 같아서 불쑥 인사드려요 ^^

프레이야 2008-12-30 00:23   좋아요 0 | URL
어머 명랑한 이미지 치카님, 축하인사 주셔서 넘 고마워요.
그곳 제주는 지금 겨울풍경이 참 좋을 것 같아요.
큰딸이 읽은 '행복의 건축'은 님이 주신 거랍니다.^^

소나무집 2008-12-30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좋으시겠다.
따님도 정말 대단하구요.
엄마의 극성이 아닌
공부도 결정도 따님 스스로 했다는 데 더 감동이에요.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프레이야 2008-12-31 01:20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그점이 대견해요. 고맙습니다.
소나무집님 그곳에도 새해는 슬며시 다가오고 있지요.
더욱 행복한 일들 많이 생기길 바랍니다.^^

BRINY 2008-12-31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산국제고라면 명란님 나온 학교로군요.
축하드립니다. 스스로 알아서 잘하는 학생들을 보면, 그렇게 키운 부모님이 대단해 보이더라구요.

프레이야 2009-01-03 11:21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축하, 감사합니다.^^
브리니님 올 한해도 좀더 나은 나날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