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과 미모를 겸비했던 박경리선생이 1955년 등단 후 자신의 작품을 두고 '전쟁 미망인의 신변이야기'라는 폄하까지 들어야했을 때 그 화를 어떻게 억눌렀을까, 딸 김영주의 회고담이 잔잔히 이어질 때 그녀의 눈가가 촉촉히 젖어들었다. 입을 굳게 닫고 꾹꾹 누르고 있다가 한번씩 창자가 끊어질듯이 울곤 하셨다는, 그 말을 할 때...

어젯밤 10시 55분, 모 티비 채널에서 스페셜로 하는 박경리 선생에 대한 이야기는 '내 어머니, 박경리'라는 제목을 달았다. 청상으로 홀로 키운 딸 김영주가 나레이터가 되는 건가,라고 생각했던 건 선입견이었다. 박완서, 오정희, 공지영을 비롯해 무수한 문인들, 사위 김지하, 외손 원보, 땅위의 풀, 까치 한 마리까지에도 선생은 '어머니'였다. 나는 10분 정도 지나서 막걸리를 두어 잔 했다. 왜 그랬는지, 그냥 혼자 마시고 싶어졌다.  

흑백사진들, 김지하가 출소하던 해 1975년 한국일보 기자였던 김훈의 증언, 당시 신문기사 등 많은 자료들이 나오는 중, 선생이 외손자를 업고 엄동설한 가파른 공기속을 지나는 모습과 잔디밭에서 아이와 놀아주던 모습은 강직한 작가라고만 생각했던 어줍잖은 내 마음에 말할 파장을 일으켰다. 유방암 수술 후 붕대를 감고 앉아 글을 쓰며 그 고통을 정면에서 극복하려했던 새파랗게 날 선 정신에 대한 이야기, 1969년부터 1994년 8월 15일까지, 토지 집필을 이유로 은거하듯 외부와 담을 쌓고 살았던 당시의 증언들이 이어지며, 치열한 작가정신과 고통을 주는 삶에 대한 애증 너머의 통제력이 한없이 경외스러웠다. 

특히 눈을 겸손하게 내리깔고 자분자분 회고하던 박완서 작가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토지 집필로 칩거 중 수없이 찾아오는 방문객을 냉정한 말로 돌려보냈던 걸 두고, 왜 그렇게까지 하셨냐고 반문했을 때, 선생은 '박선생, 그렇게 하지 않고는 글을 쓸 수가 없어.'라고 일축했다는 것이다. 그리곤 박완서는 이렇게 결론 지었다.  

- 글을 쓰는 사람은 쓸쓸함과 절대고독의 시간을 확보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소통은 이런 걸 두고 말하는 것 같다. 숙명적으로 미완성에 그칠 수밖에 없는 언어 - 박경리 선생도 인정했듯이 - 를 어떻게 완성의 경지로 해석하여 끌어올리느냐의 문제, 늘 내겐 숙제다. 쓰고 말하는 자의 몫보다 읽고 듣는 자의 몫이 아닐까. 그러니 잘 읽고 잘 들어야겠다는 생각은 또 생각에 그치고 말아야할까.  

쓸쓸하다고 외롭다고 투정하는 게 아니라 그런 시간을 의도적으로 확보하여야 한다는 것. 그 고독의 울타리 안에 자신을 철저히 가두고 그걸 즐길 수 있어야 비로소 글을 쓸 수 있다는 말로 들렸다. 의존적이고 외로움에 쉽게 자신을 내어주는, '나'를 놓아버리기 일쑤인 내가 부끄럽다.   

   
 

왜 쓰는가, 하는 물음은 왜 사는가, 하는 물음과 통합니다. 그것은 근원적인 물음이기도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은 그 물음을 끊임없이 되풀이하게합니다. 삶의 터전이며 조건반사인 현실은, 그러나 완전한 것이 못되고 또한 현실은 토막 낸 한 단면도 아니며 반복도 아니며 끝없는 연속, 새로움이기 때문입니다. 순간마다 같은 수 없는 사물과 시간 속에서 우리 생명들의 삶은 반복되어 왔고 왜 사는가 물어왔습니다. 

- 작가는 왜 쓰는가, 중  <작가세계> 1994 가을,  [가설을 위한 망상] 114쪽

 
   

'왜 쓰는가'와 '왜 사는가'가 동의어라면, 쓸쓸함과 고독의 시간을 스스로 확보할 줄 아는 능력이야말로 삶의 능력이 아닐까, 새겨본다.

 

 

 

 

 

 

 

  

이혼녀였던 어머니를 평생 그리워하며 어떠한 부재감을 승화한 '큰어머니'로서의 작가, 그가 쓴 '어머니'라는 시다. 채마밭을 가꾸는 수수하고 두툼한 손등을 닮았다. 

 

어머니 /  박경리



어머니 생전에 불효막심했던 나는
사별 후 삼십여 년
꿈 속에서 어머니를 찾아 헤매었다

고향 옛집을 찾아가기도 하고
서울 살았을 때의 동네를 찾아가기도 하고
피난 가서 하룻밤을 묵었던
관악산 절간을 찾아가기도 하고
어떤 때는 전혀 알지 못할 곳을
애타게 찾아 헤매기도 했다

언제나 그 꿈길은
황량하고 삭막하고 아득했다
그러나 한번도 어머니를 만난 적이 없다

꿈에서 깨면
아아 어머니는 돌아가셨지
그 사실이 얼마나 절실한지
마치 생살이 찢겨나가는 듯 했다

불효막심했던 나의 회한
불효막심의 형벌로써
이렇게 나를 사로잡아 놓아주지도 않고
꿈을 꾸게 하나 보다 

 


 (daum 이미지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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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7-04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리가 잘 됐네요.
원주문화관에 어머니랑 찍은 큼지막한 사진이 걸려 있는데, 그걸 보면서 어머니를 그리워 한 작가 맘을 알 거 같았어요. 딸이 가야 할 길의 고통스러움이 결국 딸한테 화를 많이 냈다는 건데... 그 맘도 알 거 같았구요. 어머니의 마음은 어머니가 돼봐야 알게 되는 듯...

프레이야 2010-07-04 22:18   좋아요 0 | URL
오기언니는 당연 원주문학관에 다녀오셨군요.
아, 가보고 싶어요.
딸의 가시밭길이 내다보였으면서도 허락할 수밖에 없었으니
참으로 안타까웠겠지요.

세실 2010-07-04 0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럴땐 TV 치운것이 후회 됩니다. 아.
모든 분에게 어머니 셨군요.
땅위의 풀, 까치 한 마리까지 에게도.....
멋진 글 감사합니다.

프레이야 2010-07-04 22:16   좋아요 0 | URL
나비님과 세실님 티비 치우셨다고 했죠? ㅎㅎ
큰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분.

2010-07-04 16: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0-07-04 22:18   좋아요 0 | URL
개인적으로 콕 와닿은 부분이라 그걸 포인트로^^
오늘 문우와도 얘기했지만 소소한 삶의 이러저러한 부분들이
글쓰기에 집중하는 걸 방해한다구요.
어느 정도 게으름의 핑계라고 감안한다해도, 분명 그렇기도 해요.
난삽한 감정의 몰이에도 휩쓸리지 않아야할까요?
아니면 그것에 오히려 몰입해야할까요?
아무튼 박경리선생은 20년 넘는 세월을 거의 담장안에서 살겠다고
결심하신 이유, 조금의 헛점도 찾아볼 수 없는 대하소설을 집필하기에
대단한 결단이 아니었나 싶어요.

소나무집 2010-07-04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박경리 선생님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답니다.
원주에서의 박경리 선생님이, 살아 계셨을 때나 돌아가신 지금이나 너무 외로워 보여서요. 다른 지역에 사는 분들은 박경리 선생님 생각에 애가 끓는데 원주시도 원주 사람들도 너무 무관심해 보여서요. 오늘 오후에 선생님이 사시던 매지리 토지문화관에 갔는데 주인이 없으니 더 황폐해 보이기까지 해서 목이 메이고 눈물까지 나왔더랍니다. 저 같은 일반 독자들이 나서서 박경리 선생님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 하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들었어요.
언제 한 번 알라딘 식구들 원주 박경리 선생님 집에 모일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프레이야 2010-07-04 22:10   좋아요 0 | URL
원주는 제가 가보지 못한 무수한 곳 중의 하나에요.
박경리 선생의 집에 가보고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그런 기회가 오면 좋겠어요.
소나무집님은 오늘 오후에도 가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사시군요.
늘 삶을 참 알차고 충실히 사시는 것 같아 참 좋아보여요.^^

꿈꾸는섬 2010-07-04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프로 봤어요. 박경리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 경외심이 더 많이 생겼죠. 작가로, 생명을 키워내는 농부로, 자식을 보살피는 어머니로, 그 어떤 것도 소홀히 하지 않으셨잖아요.
저도 너무 가보고 싶은 곳이에요. 원주문학관...꼭 가보고 싶네요.

프레이야 2010-07-05 06:34   좋아요 0 | URL
아들을 불의의 사고로 잃고 고통과 분노를 어떻게 다 승화했을까,
딸 김영주의 회고 중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었어요.
부단히 글을 쓰며 이겨내지 않았나싶어요.
원주, 다음에 같이 가볼 기회 있을라나요?

꿈꾸는섬 2010-07-05 11:40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과 함께 원주에 간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마녀고양이 2010-07-05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신랑이 통영이라서, 박경리 선생님을 자랑스러워해여.
더 웃긴건 자랑스러워하면서도 '토지'는 안 읽어봤다는거.

글을 쓰지 않아도,
한번씩 혼자 있는 시간으로 자신을 들여다봐야 삶을 산다는게 가능할거 같아요.
저야 워낙..... 혼자 다니길 좋아하긴 하지만. ^^

프레이야 2010-07-05 19:48   좋아요 0 | URL
ㅎㅎㅎ 이쁘게 봐주시죠, 웃지말고요.
혼자있는 시간을 즐길 줄 알아야겠어요.
혼자 다니시다 우연히 절 만나면 윙크하기에요.ㅋ

같은하늘 2010-07-09 0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프로 오기언니가 알려주셔서 본다는게 결국 또 깜박했어요. ㅜㅜ
그래도 여기서 글로보니 감회가~~~ 감사합니다.^^
 
내 꿈은 기적 알맹이 그림책 17
수지 모건스턴 지음, 최윤정 옮김, 첸 지앙 홍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이 다음에 커서 뭐가 되고 싶은지 어릴 적에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었던가. 그런 아이들도 있긴 했다. 물으니까 대답은 해야겠고 억지로 생각해서 뭔가 근사한 답변을 하였던가. 난 그런 기억이 별로 없는데 요즘 아이들 교실 뒤 게시판에 가보면 어쩜 그리 근사한 장래희망들을 구체적으로 적어뒀는지 신기하다. "이 담에 커서 뭐가 되고 싶니?" 라고 물으면 아무렇게나 검사, 판사, 의사, 변호사... 아무렇게나 대답하는 아이가 있다. 사실은 잘 모르겠기 때문이란다. 솔직하다.

바람의아이들, 알맹이그림책 시리즈 <내 꿈은 기적>에 나오는 남자아이가 그애다. 약간 노란 얼굴(동양인)에 고집스럽게 보이는 눈과 입, 통통한 맨발을 한 이 아이는 어른들의 그런 질문에 아무렇게나 떠오르는 대로 대답하고는, 참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 아침, 아이는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알게 되는데, 그것으로 이 그림책의 나레이션이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글자수가 많지는 않지만 그 내용의 깊이는 제법이다. 7,8세 아이와 같이 보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만한 그림책이다.  처음에 아이가 하고 싶은 건 어쩌면 단순하기 그지없다. 늦잠을 자고 싶은 아이의 작은 소망 같은 것일 수도. 하지만 점점 책장을 넘길수록 아이가 정말 하고 싶은 것들의 목록이 심상치않다.  

존 레논의 Imagine이 떠오르는 희망사항을 꿈꾸는 아이는 기적을 이룰 수 있을까. '꿈'과 '기적' 모두 엄청난 무게의 단어인데 가볍고 통통 튀는 수지 여사의 글이 묵직한 일러스트레이션과 만나 특별한 체험을 하게 한다. 첸 지앙 홍은 고학년소설 <바다소>에 삽화를 그린 화가다. 붉은수수밭을 연상하게 하는 이글대는 배경에 붉게 타오르는 태양, 시커멓고 굵은 붓질로 휘날리는 파도와 총알, 부활한 죽은자들의 율동감 있는 몸짓, 굵고 선명한 검은 윤곽선. 어딘지 모를 깊은 꿈속, 원체험의 공간으로 빠져드는 것 같은 심오한 세상, 그 끝에서 아이는 양손을 옆으로 활짝 펼치고 뒷모습을 보이고 서 있다. 잿빛 높은 산등성이에 올라, 세상을 굽어보며.  

아이가 꿈 꾸는 건, 이 담에 커서 '뭐가' 되고 싶은 것인데 그 이유를 하나하나 들어보면 아이답지 않을 정도의 폭넓은 사랑과 지혜가 담겨있다. 세상과 인생과 사람에 대한 이 정도의 이해와 사랑으로 산다면 세상이 아름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 줄 한 줄 새겨읽을 만하다. 한마디로 말해, 세상을 지금보다 좀 낫게 만들기 위해서라니. 마지막 장은 뒷통수를 때린다. 그래도 아이는 아이다. 참 대견한 아이다. 그래도 어른의 글이라는 게 표나서 별넷이다. 그만한 나이의 아이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니 말이다. ^^  하지만 그 내용은 충분히 올바르고 바람직하고 만족스럽다. 수지 모건스턴다운 글을 최윤정님이 발랄하게 옮긴 흔적도 보인다. 가령 '이 다음에'를 '이 담에'로 번역한 것. 아이다운 말투다.

표지의 "내 꿈은 기적"이라는 붓글씨체는 한글을 모르는 첸 지앙 홍이 직접 썼다고(아니 그린걸까?ㅎㅎ) 한다. 힘이 느껴지는 필체다.  

그런데 아이의 꿈, 기적(뭘까???)은 이루어질까. 못 이루어진다고 할 수도 없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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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6-26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 아이에겐 꿈 자체가 기적이겠죠?!
요즘 아이들은 참 좋겠어요, 나도 울 애들 보면서 맨날 부러웡~~ㅎㅎ

프레이야 2010-06-26 21:44   좋아요 0 | URL
저 아이 꿈이 기적을 이루는 건데요,
그 기적이란 게 발칙해요.
아니 발칙한 게 아니라 어쩌면 도발적이지만 의미있다고도 할 수 있구요.
아이랑 대화해볼 수 있는 그림책이에요.^^
우리 어릴 땐 이렇게 좋은 그림책이 없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풍요롭다 할 수 있지요.
어릴 적 엄마가 사주신 안데르센동화그림책전집이 생각나요. 흐흑~
그걸 아빠 몰래 사주셨다고 들켜서 야단났었더랬지요.

전호인 2010-06-29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들 어릴 적에 물으면 "대통령이요!" 돈을 얼마만큼 벌거냐고 물으면 "백만원이요"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것이 허상이었지만 결국은 그런 꿈이 있었던 것인데 먹고 살다보니 꿈을 잃고 살게 됩니다. 저의 또다른 닉네임이 "꿈을 가진 남자"라지요. 우리 또래 친구들의 어릴적에 가졌던 원대한 꿈, 대통령(이게 과연 원대한 것인지는....). 지금부터라도 작은 꿈이라도 꾸며 살고 싶네요.

같은하늘 2010-07-02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이기 때문에 기적을 꿈 꿀수 있는거겠지요.
그것이 안된다는 것을 알아버린 어른들의 현실이 슬픈거지요?
 

  앗, 이미지가 뜨지 않는다. 오쇼 라즈니쉬의 수염난 얼굴이 ㅠ 

 일전에, 1997년 초판 발행된 계몽사의 오쇼 라즈니쉬 사상선집 중 7,8권, 피타고라스 강론 1과 2 두권을 신청도서로 받았다. 꽤 두꺼운 책인데 확 끌리는 책이라 다행이다. 이런 책은 도대체 어떤 분이 녹음신청을 하는가 싶어 물어봤더니, 60대 남자분이라고 한다. 예전에 전집을 구입하여 소장하고 있고 다 읽었던 책인데, 세월이 흘러 다시 읽고 싶어서 신청한다고... 아.. 이런 분이 계시구나.

아마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으신 분이다. 사연은 가지가지일 거다. 당뇨합병증 외에도 어느 젊은 개그맨처럼 난치병이 어느날 찾아왔을 수도 있고. 신청도서는 우선 급한 책이라 오늘은 아침부터 하루종일 큰딸을 데리러 학교에 가기 전까지 낭독녹음 했다. 내용이 참 좋아 더더 읽고 싶었다.

특히 어느 기막힌 솜씨의 망나니 이야기는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목숨이 어떤 것인지, 놀라게 했다. 

- 더 이상 놀리지 말고 어서 목을 치게나, 라며 화를 내는 죄인에게 한참 칼솜씨를 허공에 부리며 춤을 추던 망나니 왈, 고개를 한 번 흔들어보게!  그 죄인의 고개는 툭 하고 땅에 떨어졌다. -

(우리는 이미 죽은 목숨을 가지고 살면서 자신이 죽은 줄도 모르고 떵떵거리는 건 아닌지. 죽음을 확인하는 게 두려우면 고개를 흔들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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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6-25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그럼 이 두꺼운 책을 모두 녹음하시는 거여요?
엄청난 시간과 공이 들텐데...?

프레이야 2010-06-25 21:44   좋아요 0 | URL
오늘 1/5 좀 넘게 녹음했어요.
(다른 책 일차편집도 하고)
내용이 좋아서 시간 가는 줄 몰라요.^^
마기님, 또 한줄 드릴게요
- 사랑은 얼굴 없이 온다. 사랑은 꽃, 기도는 그 향기다.
(누군가를 위해 미움의 사랑보다 기도의 사랑을 할 수 있으면...)

비로그인 2010-06-25 21:47   좋아요 0 | URL
으악~~~미움의 사랑보다 기도의 사랑!
제 가슴에 쾅쾅 박아놓겠어요.

blanca 2010-06-25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도서를 신청하신 분의 사연 읽으니 괜히 눈물이--;; 그리고 종일토록 그것을 녹음하셨다는 프레이야님 생각하니 또 가슴 뭉클하고--;; 오늘 저녁 정말 감성 충만입니다.

프레이야 2010-06-25 21:52   좋아요 0 | URL
네, 그런 사연을 들으니 더 정성껏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후천적인 분들이 더 힘들거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비가 부슬부슬 오더니 지금은 그친 것 같아요.
장맛비 시작인가요? 빨래가 안 말라 우찌한데요.ㅋ

L.SHIN 2010-06-25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정말 저 어떻게요..프레님..ㅜ_ㅡ
제목을...'피타고라스'가 아니라 '파스타'로 읽었..;;; (어쩔..이 눔의 난독증...)

프레이야 2010-06-25 22:30   좋아요 0 | URL
엘신님 에고고^^
다요트 금단증상인가요? ㅎㅎ
주방서랍들 정리하다 왔더니 저도 뭣이 글자가 어리어리해요.ㅋ
몹쓸 기립성빈혈 같으니..

라로 2010-06-25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바쁘셨군요~. 모든일에 성실한 프레이야님은 복 받을껴~~~.^^
근데 비가 오나봐요...

프레이야 2010-06-26 00:34   좋아요 0 | URL
와락~ 나비님, 오늘 어땠어요? 잘 보내셨죠?
여긴 장맛비 서서히 시작하는 거 같아요.
좋아요. 비오는 날, 빗소리, 시원하고.
안 하던 집정리를 여기저기 하느라 파스까지 붙이고 야단났어요.ㅠ

순오기 2010-06-26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햐~ 망나니의 솜씨라는 건 신의 경지네요.
건강하게 살아있는 나날들을 잘 살아야... 불끈!

프레이야 2010-06-26 20:02   좋아요 0 | URL
네, 불끈!
오기언니는 에너지의 신이세요^^

소나무집 2010-06-26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죽은 목숨을 가지고 살면서 자신이 죽은 줄도 모르고 떵떵거리는 건 아닌지...
하루하루 잘 살겠습니다.

프레이야 2010-06-26 20:04   좋아요 0 | URL
곳곳에 어찌 떵떵거리는 사람들이 많은지요..ㅠ
고개 함부로 흔들지말고 살아야겠어요.ㅎㅎ

같은하늘 2010-07-02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조금만 말을 많이해도 혀가 꼬이는데...
또박또박 이쁜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시는 프레이야님의 모습을 상상하니 존경스러워요.^^

프레이야 2010-07-02 18:15   좋아요 0 | URL
헤헤, 마이크 앞이랑 다른가 봐요.
저도 실제로 말로 하라면 혀 꼬이고 목소리도 허스키해지는데 말에요.^^
 

당시 예조판서였던 김상헌은 굴욕적인 항복문을 찢었다. 인조가 청태종에게 항복을 하자 의관을 벗고 대궐 문 밖에서 짚을 깔고 엎드려 적진에 나아가 죽게 해줄 것을 청하였다. 그러고 나서 여러 날 동안 음식을 끊고 있다가 이때에 이르러 스스로 목을 매었는데, 자손들이 구조하여 죽지 않았다. 이를 듣고 놀라며 탄식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 이조참판 정온도 칼로 복부를 찔러 자결을 시도하였으나 이 또한 실패하였는데, 사관은 국치를 맞아 "강상과 절의가 이 두 사람 덕분에 일으켜 세워졌는데 이를 꺼린 자들이 김상헌을 임금을 버리고 나라를 배반했다고 지목하였으니, 어찌 하늘이 내려다보지 않겠는가"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 뒤 김상헌은 안동의 학가산에 들어가 와신상담해서 치욕을 씻고 명나라와의 의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상소를 올린 뒤 두문불출하였다. 그는 장령 유석 등으로부터 "김상헌이 혼자만 깨끗한 척하면서 임금을 팔아 명예를 구한다"라는 내용의 탄핵을 받았는데, 이에 대해 <풍악문답>이라는 글에서 자신의 소회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묻기를 "어가가 남한산성을 나갈 때에 그대가 따르지 않은 것은 어째서인가?" 하기에, 내가 응답하기를 "대의가 있는 곳에는 털끝만큼도 구차스러워서는 안 된다. 나라님이 사직에 죽으면 따라 죽는 것이 신하의 의리이다. 간쟁하였는데 쓰이지 않으면 물러나 스스로 안정하는 것도 역시 신하의 의리이다. 옛 사람이 한 말에, 신하는 임금에 대해서 그 뜻을 따르지 그 명령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士君子의 나가고 들어앉은 것이 어찌 일정함이 있겠는가. 오직 의를 따를 뿐이다. 예의를 돌보지 않고 오직 명령대로만 따르는 것은 바로 부녀자나 환관들이 하는 충성이지 신하가 임금을 섬기는 의리가 아니다 " 하였다. (하략)
 
   

  
 

그 후 김상헌은 조정에서 군대를 보내 청이 명을 치는 것을 돕는다는 말에 분연히 반대하였다. 이 때문에 청나라로부터 위험인물로 지목되어 1641년 심양으로 끌려가게 되었다. 심양으로 끌려가면서 그는 시 한 수를 지었다.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마난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하여라  
    


심양으로 끌려간 김상헌은 이후 6년 여를 청에 묶여 있었는데 강직한 성격과 기개로 청인들의 굴복 요구에 불복하여 끝까지 저항하였다. 1645년 소현세자와 함께 귀국했지만 여전히 척화신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인조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해 벼슬을 단념하고 향리로 내려가 은거하였다. 1649년 효종 즉위 뒤 좌의정에 임명되었다.  
 
 
 
 64 - 66쪽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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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5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0-06-25 22:49   좋아요 0 | URL
이 책에는 23인의 조선인물들에 대한 뒷이야기가 나오는데,
김상헌은 실리와 기회만을 우선으로 하지 않고
무모하다고 할 수도 있는, 조금더 험난한 길을 선택했다는 점만으로
좀 달리 보이는 인물이었어요.

마녀고양이 2010-06-25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하여라

이 문구 말이죠... 어째 맘에 팍 와닿습니다. 아하하.
프야 언니, 요즘 저는 대원사에서 나온 <빛깔있는 책들> 시리즈에 필 받았습니다.
<전통 장신구>, <전통 매듭> 책을 읽는데,, 아 너무 사진들이 멋져염.

프레이야 2010-06-25 21:30   좋아요 0 | URL
네, 유명한 시조구절이죠.
빛깔있는 책들, 울집에도 있는데 예쁘장한 것들이 많지요.
님은 역시 손재주가 아가자기 있으니^^

2010-06-25 1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0-06-25 21:31   좋아요 0 | URL
그렇게 방문자수가 이상하게 불어나는 때가 있어요.
전 그냥 별 신경 안 쓰니까요.ㅋㅋ

2010-06-25 1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0-06-25 21:34   좋아요 0 | URL
(네^^ 알아요^^)
그런 측면은 김상헌뿐만 아니라 아주 많은 사례들이 있구요.
저 책을 읽다보니 우리가 알고 있는 훌륭한 인물들에게도
인간적인 약점들이 모두 있더군요. 누구든 쉽게 재단할 순 없지만
공이 과를 덮을지라도 과를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게 또 역사인 것 같아요.

blanca 2010-06-25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가노라 삼각산아,가 여기서 나왔군요. 진정한 충신이란 주군의 귀에 쓰더라도 대의를 추구해야 된다는 전범 같습니다. 저는 프레이야님, 선조랑 인조가 너무 얄미워요--;; 그래요 효종 즉위 뒤에 좌의정으로 임명되었다니 다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프레이야 2010-06-25 21:37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명분만을 내세웠던 인물이라는 편견을 조금은 갖고 있었는데
임금을 섬기는 신하의 도리로 그 뜻을 따르지 명령을 따르는 게 아니라는
말이 곱씹을만하더군요. 그나저나 사랑스런 블랑카님, 얄미운임금ㅎㅎ;;
 

 

 

 

 

 

 

 

셋다 번역책이다. 글과 일러스트 모두 유쾌하게 꾸며져있다. 

<일러스트 다이어리>는 큰딸이 보더니 얼른 가져갔다. 

과학자 다이어리와 글쓰기 다이어리도 내용이 알차다. 

특히 <글쓰기 다이어리>는 '수지 모건스턴 지음'에 최윤정 번역이다. 

<과학자 다이어리>도 상당히 매력적인 책인데, 예를 들어, 3월6일 기포와 기포실험에 대한 면의 좌측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있다. 

   
 

진실은 샴페인의 기포, 이 기포는 언제나 표면으로 떠오른다 - 질 마르탱-쇼피에

 
   

 3월7일에는 유리컵 안 사이다 위에서 춤추는 건포도를 관찰하고 적게 해두었는데, 우측에 이런 글귀가...  (기포와 밀도 실험) 

   
 

춤은 시다 - 드니 디드로

 
   

 시인다운 과학자, 과학자다운 시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무한히 자극을 주는 책들이다.  

초등 고학년, 청소년, 어른 구분없이 두루 쓸 수 있겠고, 한 권당 가격이 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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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0-06-22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우리 N군에겐 하나만 줜하신다면 어떤거?????

꿈꾸는섬 2010-06-22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 아이들에겐 정말 좋겠어요.^^

전호인 2010-06-22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해람이가 좋아할 법한 모델입니다. ㅎㅎ

같은하늘 2010-06-23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중에~~~ 그땐 더 좋은 책이 나오겠지요? ㅎㅎ

하늘바람 2010-06-23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의 아이들에서 이런 책도 나오네요

겨이 2010-08-18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이야 님, 안녕하세요! 바람의아이들 관계자(?) 입니다ㅋ 인터넷에 '과학자 다이어리'를 검색해서 들어왔어요. 저희 책에 관심가져 주셔서 감사드려요. 이 글을 저희 카페 '독자서평' 게시판에 담아가도 될까요? 살짝 여쭙니다. 참고로 저희 카페 주소는 http://cafe.daum.net/barampub (미래의독자) 랍니다. :)

프레이야 2010-08-18 11:48   좋아요 0 | URL
네, 괜찮습니다.^^
미래의독자,엔 저도 종종 가지요.
리뷰 올려놓은 것도 좀 있는데 요즘 좀 뜸해요, 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