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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는 눈발 속에는(서정주)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수부룩이 내려오는 눈발속에서는
까투리 메추래기 새끼들도 깃들이어 오는 소리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폭으은히 내려오는 눈발속에서는
낯이 붉은 處女아이들도 깃들이어 오는 소리

울고
웃고
수구리고
새파라니 얼어서
運命들이 모두 다 안기어 드는 소리

큰놈에겐 큰눈물 자죽
작은놈에겐 작은 웃음 흔적
큰이얘기 작은이얘기들이
오부록이 도란그리며 안기어 오는 소리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끊임없이 내리는 눈발속에서는
산도 산도 청산도 안기어 드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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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24 1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밥헬퍼 2007-05-24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語 중에 '폭으은히'가 눈에 들어옵니다. 요즘은 '포그니'라는 말이 더 많이 익숙해져 있는데 시에서 이렇게 써넣은 것을 보니 새롭습니다. 잘읽고갑니다.

프레이야 2007-05-24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인ㅇ님, 고사리손이라면 아기손처럼 작고 귀여운 손을 말하는 건데요.
흔히 앙증맞은 아기손을 그렇게 말하죠.^^

밥헬퍼님, 시어의 조탁이 눈부신 시인이지요. 폭으은히...
그리고 디지로그, 잘 받을 게요. 감사합니다.^^

Heⓔ 2007-05-24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정주시인의 행적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시들은 '폭으은히' 느껴지는 것 같아요..;

프레이야 2007-05-24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이님, 그렇습니다. 행적을 차치하면요.. 빗방울이 한 방울씩 떨어집니다.

소나무집 2007-05-25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욕심이 많은 시인이셨죠. 저도 서정주 시인의 눈부신 시어들을 좋아합니다. 그 분 앞에서 덜덜 떨었던 스무 살 어느 날이 생각납니다.

전호인 2007-05-25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연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듭니다.

rainy 2007-05-25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에 읽는 이 시도 멋지군요.. 갑자기 정신이 환기되는 느낌이네요..
하긴.. '괜찬타..'는 일년 내내 필요한 것 같아요.
혜경님.. 오늘은 거짓말처럼 날이 좋아요^^

프레이야 2007-05-25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집님, 그분앞에 덜덜 떨었다는 표현이 참 재미있어요. 실감나구요.^^
그의 시어들은 어쩜 그리 잘 빚었나 싶게 눈부시네요.

전호인님, 자연속에 깊숙이... 말없는 위안이 되지요.

레이니님, 괜찬타, 를 일년 내내 주문처럼 외울까 싶어요.
오늘 정말 눈부시게 화창해요. 나갔다 왔는데 조금 더울 지경이네요.
점심 먹으며 바다를 한 눈에 담고 왔답니다.^^

짱꿀라 2007-05-26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서 요렇게 제 마음에 드는 시만 쏙쏙 뽑아 오시는 원. 감사합니다.

프레이야 2007-05-26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타님, 호호~ 멜기세덱님이 댓글로 선사하신 시에요.^^
내일은 토요일이네요. 주말 행보오옥하게 보내세요^^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 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은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 이생진 (전호인님 서재에서 담아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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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16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7-05-16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가보니 벙개한다고 경사났네요. 근데, 흑흑... 서울이라 거리상 어려울
것 같아 아쉬워요. 님 얼굴은 뵈면 금방 알아볼 것 같은데요..

전호인 2007-05-17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생진 시인은
평생을 바다와 섬을 찾아다니면서
시를 쓰신 분이지요.
십여년전
친구에게 이 시집을 
선물받아 읽었고,
싯구가 너무 아름다워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프레이야 2007-05-17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호인님, 좋은 아침이에요. 시집까지 이리 소개해 주시고 고맙습니다.
표지의 파란색이 바다를 떠오르게 하네요. 그리운 바다, 그리운 파랑...
 
 전출처 : 잉크냄새 > 老母

老母

- 문태준 -

반쯤 감긴 눈가로 콧잔등으로 골짜기가 몰려드는 이 있지만
나를 이 세상으로 처음 데려온 그는 입가 사방에 골짜기가 몰려들었다
오물오물 밥을 씹을 때 그 입가는 골짜기는 참 아름답다
그는 골짜기에 사는 산새 소리와 꽃과 나물을 다 받아먹는다
맑은 샘물과 구름 그림자와 산뽕나무와 으름덩굴을 다 받아먹는다
서울 백반집에 마주 앉아 밥을 먹을 때 그는 골짜기를 다 데려와
오물오물 밥을 씹으며 참 아름다운 입가를 골짜기를 나에게 보여준다

-------------------------------------------------------------------------------

어버이날, 늙으신 부모님의 주름진 얼굴이 떠오른다.
그 주름이 아름다운 것은 주름마다에 농익은 삶의 애환을 알기 때문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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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rainy > 노래 <오규원>

 

 노래


 내가 사는 등촌동에는 노래 한 가닥이 밤이고 낮이고 이곳

저곳 떠돌아다니는 것을 봅니다.


 벌써 몇 년이 되었습니다.


 가끔 그 노래 한 가닥은 내 이층 창문을 열고 들어오기도

하고 나의 잠 속에 들어와 나의 잠을 가져가기도 하고 내가

우리집에 심어 놓은 몇 개의 까닭을 흔들다가는 그 잎을 데

려가서는 소식이 없곤 했습니다.


 벌써 몇 년이 되었습니다.


 그 노래 한 가닥은 내 안에서 날이 갈수록 가락의 끝이 날

카로와져 요즘은 내 몸 곳곳에 상처를 냅니다. 오늘은 노래

가 지나간 길 여기저기에 긁힌 자국이 남아 노래가 가고 난

뒤 다시 보니 그 자국들이 하나하나 노래가 되어 풀밭을 헤

치며 가고 있습니다.


 어느새 내 안의 상처도 하나하나 노래가 되어 다른 노래

와 함께 떠납니다. 노래가 되어 떠나간 자리를 더듬어 보니

아직 태어나지 않은 노래들이 내 손을, 내 손을 참 싸늘하게

합니다.


                               <오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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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hnine > 정 호승 '나의 혀'

나의 혀

 

                                     정 호승

 

한때는 내 혀가
작설이 되기를 바란 적이 있었으나
가난한 벗들의
침묵의 향기가 되기를 바란 적이 있었으나
우습도다
땀 흘리지 않은 나의 혀여
이제는 작살이 나기를
작살이 나 기어가다가
길 위에 눈물이나 있으면 몇 방울 찍어 먹기를
달팽이를 만나면 큰 절을 하고
쇠똥이나 있으면 핥아먹기를
저녁안개에 섞여 앞산에 어둠이 몰려오고
어머니가 허리 굽혀 군불을 땔 때
여물통에 들어가 죽음을 기다리기를
내 한때 내 혀가
진실의 향기가 되기를 바란 적이 있었으나

 

(작설이 되지도 못하고, 침묵의 향기, 진실의 향기는 더더욱 되지 못하는 혀를 가진 사람으로서 위안이 되는 시라서 적어본다. 땀 흘리지 않은 모든 것들은 겸손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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