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rainy > 노래 <오규원>

 

 노래


 내가 사는 등촌동에는 노래 한 가닥이 밤이고 낮이고 이곳

저곳 떠돌아다니는 것을 봅니다.


 벌써 몇 년이 되었습니다.


 가끔 그 노래 한 가닥은 내 이층 창문을 열고 들어오기도

하고 나의 잠 속에 들어와 나의 잠을 가져가기도 하고 내가

우리집에 심어 놓은 몇 개의 까닭을 흔들다가는 그 잎을 데

려가서는 소식이 없곤 했습니다.


 벌써 몇 년이 되었습니다.


 그 노래 한 가닥은 내 안에서 날이 갈수록 가락의 끝이 날

카로와져 요즘은 내 몸 곳곳에 상처를 냅니다. 오늘은 노래

가 지나간 길 여기저기에 긁힌 자국이 남아 노래가 가고 난

뒤 다시 보니 그 자국들이 하나하나 노래가 되어 풀밭을 헤

치며 가고 있습니다.


 어느새 내 안의 상처도 하나하나 노래가 되어 다른 노래

와 함께 떠납니다. 노래가 되어 떠나간 자리를 더듬어 보니

아직 태어나지 않은 노래들이 내 손을, 내 손을 참 싸늘하게

합니다.


                               <오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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