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 서른 살 빈털터리 대학원생을 메이지대 교수로 만든 공부법 25
사이토 다카시 지음, 김효진 옮김 / 걷는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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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지 않았다면 난 아마 일찌감치 스스로 목을 메고 죽었을 거다. 두 번의 파산에도 우울증에 빠져들지 않은 이유는 오로지 책을 읽었기 때문이 아닐까. 주변에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있다면 책을 권해 보는 건 어떨지. 사이토 다카시는 추천도서가 아니라 끌리는 책부터 먼저 읽어라라고 말한다. 동감이다. 고전이건 만화책이건 관심 가는 책부터 읽어야 독서에 재미를 붙일 수 있지 않을까. 책 추천이 불가능한 이유기도 하다. 각자의 취향이 다른데 내가 좋았다고 해서 상대방에게도 좋을 거라 장담할 순 없다.

 

독서에 관련된 책들의 조언 중 단 하나의 조언을 뽑자면 동시에 여러 책을 읽어라가 아닐까. 이른바 동시병행독서법’. 나 역시 한 번에 다 읽는 책은 없다. 재미있건 재미없건, 무조건 돌려 읽는다. 다섯 권에서 스무 권 정도. 소설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중간 정도 읽다 보름이 지난 후에 읽던 소설을 다시 봤더니, 무슨 내용인지 전혀 기억이 안 난 적도 있다. ‘앞에 내용이 뭐였더라하고 잠시 생각하던 사이, 마치 감자 뿌리 드러나듯 단 한 순간에 앞의 내용들이 모조리 기억나기도 한다. 정혜윤 PD는 아예 책갈피를 쓰지 않는다고 한다. 나도 요즘은 책갈피를 쓰지 않는다. (읽은 내용들을 저절로 재독하게 된다.) 이렇게 병행하며 책을 읽으면 쉽게 지치지도 않을뿐더러 한 번에 책을 읽을 때 보다,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앞 내용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 가지 더. 사이토 다카시는 자기가 소화하기 어려운 책이라면 입문서를 보라고 말한다. 동감이다. 나 역시 어릴 때는 입문서를 보는 게 치사한 방식이라 생각하고 이해하든 못하든 무조건 읽으려 들었는데, 돌이켜보면 그냥 멍청한 거였다. 예를 들어 <창조적 진화>가 어렵다면 베륵손에 관한 입문서를 읽어보는 게 더 도움이 된다. <창조적 진화>는 베륵손 책 중 그나마 가장 이해하기 쉬운 책이다. 철학 책이라고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다. 수학의 예를 들자면 왜 미분도 모르면서 적분을 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유클리드 기하학을 모르는데 비유클리드 기하학 책을 백 날 쳐다본다고 이해할 수 있을까. 그 어떤 철학자도 철학과 학생들에 쉽지 않다. 한 학기 내내 공부해도 알까 말까다. (나만 그랬던 걸까) 그런데 일반인이 무턱대고 철학자들 책을 읽는다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나 역시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기 위해 입문서를 읽어가는 중이다.)

 

이 책에서 새로운 가르침을 얻었다면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꽂은 작은 책장을 만들어라이다

자신만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꽂은 책장이라니. 생각 만해도 설레인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2005년 미국 스탠포드대학 졸업식에서 인생의 선택을 점과 점 이어 긋기에 비유하며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지금 한 일이 인생에 어떤 점을 찍는 것이라고 한다면 미래에 그것들이 어떻게 이어질지는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후 돌이켜 보니 그 점들은 이미 모두 연결되어 있었다.”

 

독서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읽는 책 한 권이 내게 무엇을 줄지, 내 인생을 어떻게 바꿀지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우직하게 책을 읽어 나가다 보면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수많은 점들을 갖게 된다. 그러다보면 언젠가 반드시 깨닫게 되지 않을까. 점과 점이 이어져서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을.

 

그러니까 독서란 내 인생에 어떤 점을 찍는 것이다. 점과 점이 이어져 10년 후엔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궁금하지 않은가. 점과 점들이 어떻게 이어질지 예측할 수 없지만,

오늘도 나는 점을 찍겠다

희망도 절망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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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30 0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30 0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6-05-30 0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늘 책이 나를 구해주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도 내겐 책이 있으니까. 라고 위로를 받기도 하고요.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시이소오 2016-05-30 09:08   좋아요 1 | URL
그렇죠? 책이 있으니 뭐 어때, 싶죠?
`달빛 저녁`님의 민음사 책장을 봤습니다. 우~~ 너무 부러워요~~ ㅎㅎ

다락방 2016-05-30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여러권 동시 읽기는 저한테 맞지 않아 다른 이들에게도 추천할 수 없지만, 제가 좋아하는 책만 꽂은 책장은 이미 오래전에 민들어 두었답니다. 보기만해도 아주 흐뭇한 책장이에요. 흐흣 :)

시이소오 2016-05-30 09:23   좋아요 0 | URL
역쉬, 다락방님. 발빠르시군요.
저는 어디다, 어떻게 만들지 계속 즐거운 고민 중입니다. ^^

읽다지쳐 스르르... 2016-05-30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동시에 다섯권정도 읽는데 기억이 안나는것 같으면서도 갑자기 확 날때는 그렇게 기분이 좋더라구요..글구 전 책장까지는 아니고 책장 제일 잘보이는 칸들이 저의 베스트 책이 있는 칸이에요..소소하지만 정말 뿌듯하고 다시 읽을 기쁨에 늘 기분좋아지는 공간이에요..ㅎㅎ

시이소오 2016-05-30 10:00   좋아요 0 | URL
아,저도 빨리 저만의 베스트책들
책장을 꾸려야겠어요^^

CREBBP 2016-05-30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스트책장 완전 굿 아이디어입니다. 전 정리하는 거 싫어하믄데 책들을 택장의 이곳 저곳으로 옮기고 들이다보며 읽은 책 읽을 책 살 책 팔아치눌 책들을 생각하는 건 좋아요

시이소오 2016-05-30 11:15   좋아요 0 | URL
저는 워낙에 게을러 베스트 책과 ㅂㅓ릴 책이 섞여있어요
책장 정리해야 겠어요 ㅋ^^

2016-05-30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6-05-30 11:45   좋아요 0 | URL
철학 책을 정말 좋아하시네요
야무님의 철두철미한 독서도
반드시 보답받는 날이 있을거라 확신합니다!

베스트책장 부럽습니당
^^

fledgling 2016-05-30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책갈피를 사용하지않는다.. 라 좋은 거 배워가요~^^

시이소오 2016-05-30 12:33   좋아요 0 | URL
정혜윤 피디님의 노하우죠^^

cyrus 2016-05-30 13: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독서가 우리 인생에 찍는 점이라면, 서평은 또 다른 애서가들의 인생을 위한 좌표라고 생각해요. 내가 남긴 점의 흔적이 누군가의 독서를 위한 좌표가 될 수 있으니까요. ^^

시이소오 2016-05-30 13:28   좋아요 0 | URL
오호, 좋은 말씀이시네요 ^^

북깨비 2016-05-30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 권을 꾸준히 못 읽고 그때 그때 기분 따라 자꾸 다른 책에 손을 대는게 나쁜 독서 습관인 줄 알고 고쳐 보려고 애를 쓰고 있었는데 시이소오님 말씀을 읽고 안심이 되네요. ㅎㅎ 그냥 앞으로도 쭈욱 읽고 싶을 때 읽고 싶은 책 읽으렵니다. 아, 저는 베스트 책장은 따로 없고 제게 있어 베스트가 아닌 책들은 읽자마자 중고서점에 팔거나 도서관에 기부합니다. 그러면 생각에 제 책장에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만 꽂혀 있을 것 같지만 아직 사놓고 읽지 않아서 베스트인지 아닌지 판별을 못한 책들이 두배로 꽂혀 있다는게 함정이지요. ㅎㅎㅎ

시이소오 2016-05-30 16:20   좋아요 0 | URL
오, 좋은 방법이네요. 쓸데없는 책이 없어질수록
양서만이 남을 확률이 높아지겠네요 ^^




알레프 2016-05-30 2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역시 독서가 아니면 우울증에 걸렸을지도 모른다 생각했기에 이번글은 더욱 반갑네요 ^^

시이소오 2016-05-30 22:22   좋아요 1 | URL
아, 알레프님도요?
북플엔 역시 애서가님들이 많ㄴ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