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혼사 7 - 완결
김태연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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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반혼...말 그대로 죽은 사람의 혼이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그러나 생전의 모습 그대로 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것은 죽음의 공포와 두려움만 가지고 세상에 되돌아 오기 때문이란다. 그럼에도 인간은 왜 죽은 자를 되살리고자 하는 것일까? 예전의 자신이 알던 그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반혼을 토대로 죽은자와 산자 간의 갈등과 관계, 인간과 요괴 그리고 선인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때론 재미있게, 때론 슬프게, 때론 감동적으로 맛깔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배경은 중세 중국으로 삼고 있지만 그 속에 깃든 정신과 무속은 우리의 것을 더 많이 담고 있다. 또 매화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쉽게 감정이 이입되고, 중심 인물들 또한 캐릭터가 분명하고 확실하게 구성되어 재미를 더한다.

특히 가장 좋았던 것은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무섭게만 느껴졌던 저승사자가 다정하게 죽은 이를 다독이는 모습이라든가, 저승이 생각만큼 잔혹하지도 않고 사람 사는 이승과 비슷하게 그린 것, 그리고 몰살된 강족 할머니의 죽는다는 것은 내가 살았다는 증거이기에 온 힘을 다해 살았다는 말들을 통해...죽음이란 것을 무섭고 나쁘게 보지 않고 우리의 삶과 결부시켜 따뜻하게 감싸안았다.

또 반혼이라는 말에서 죽은 이의 혼을 되살리는 것을 죄악이라 표현하며 현세에만 집착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타박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거듭되는 윤회의 길을 버리고 비록 파멸의 길로 가더라도 소신껏 현세를 최선을 다해 사는 인간의 치열함과 사랑하는 이를 다시 보고 싶다는 인간의 절실한 소망을 느꼈다면...그건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그렇게 따뜻하고 정겹게 죽음을 감싸 안았던 반혼사...다소 숨겨진 뒷 이야기가 더 남아있는 듯한데 끝이 나 비록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지만 읽는 내내 여러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좋은 만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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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주세요
쓰지 히토나리 지음, 양윤옥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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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하는 말이 아니니까 그건 당연히 진실한 얘기가 아니었어요. 서로 거짓말만 주고 받으니까 그들은 상처 입을 일도 없었어요. 말하자면 서로 속고 속이는 사이이기 때문에 그 관계가 유지되고 있었던 거예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일 거짓말들을 진실 속에 듬뿍 섞어서 모두들 그렇게 매일매일을 살고 있었습니다.-35-36쪽

나만의 세계, 얼마나 멋지냐? 그렇게 생각하면 쓸쓸함 같은 건 그리 큰 문제가 아닐 것 같은데? 외로움은 가장 좋은 친구라고 생각되는 때가 있어. 외로움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 때 우리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
-68쪽

어째서 거슬리는 인간이 이렇게도 많을까? 그건 분명 하느님이 너나 나를 시험해보시려고 그런 사람들을 이용해서 인생 공부를 시키시는 거야. 나는 맘에 안 드는 인간을 만났을 때는 항상 그렇게 생각하곤 해. 남의 잘못을 보고 내 잘못을 고치라는 말도 있잖아? 그런 사람들을 내 인생의 교재라고 여기고 내 식대로 살아가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더라.-70-71쪽

너무도 쉽사리 누군가를 사랑해버리는 이 시대에 쉽게 사람을 사랑하지 못한다는 건 결코 나쁜 일이 아니야. 사랑이 범람하는 요즘 시대에는 더더욱 사랑과 진지하게 마주하는 게 옳다고 생각해.-86쪽

모두가 다 좋은 친구가 되는 건 아니지만, 여러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인간을 평가하는 기준도 불어나더라. 인간의 수와 똑같은 만큼의 존재 이유가 있다는 것도 깨닫게 돼.-88쪽

나는 힘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힘내라는 격려의 말을 기대하고 있니? 그건 지금의 네게는 역효과야. '힘내라, 열심히 살아라' 라고 격려하는 소리들만 넘치는 세상, 이제 사람들은 그런 말로는 참된 힘이 솟지 않아. 나는 도리어 이렇게 말하고 싶어.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
-115쪽

사람들은 아침이란 그냥 찾아오게 마련이라고 믿고 있지. 그러나 우주라는 거, 사실은 누군가의 심심풀이 장난 때문에 한 순간에 사라져버릴 수도 있는 위태로운 거야. 내일 아침이 반드시 온다고 장담할 수는 없는 것이지.-164쪽

내 방에서 키우던 선인장이 시들었어. 선인장을 시들어 죽게 하다니, 나 정말 한심하지? 근데 내가 물을 안 주긴 했지만 선인장이란 원래 물을 거의 주지 않아도 잘 자라야 되는 거 아니야? 그런데도 시든 걸 보면 내 일상이 진짜 건조한가 봐. 아니, 선인장을 시들어 죽게 할 정도로 무심하게 살고 있다는 걸까? 나만 몰랐을 뿐이지 실은 내가 주위를 제대로 둘러보지 않고 살았다는 걸까?-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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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만나요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병모 옮김 / 세시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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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은 이번이 두번째다. [노르웨이의 숲=상실의 시대]라는 그의 대표작을 읽고 나서 난 한동안 그의 작품을 찾지도 읽지도 않았다. 그런 내가 그의 대해 논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이렇게 리뷰를 쓰고 있다.

사실 나의 가장 나쁜 독서 버릇은 어떤 작가의 한 작품을 읽고 나서 그 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작가가 어떤 책을 내건, 설령 그것이 베스트셀러가 되든, 주변에서 추천을 하든 결코 읽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에 하루키 또한 그렇게 내게서 단번에 논외의 대상이 되버린 작가 중 한명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었던 건 잡지에서 읽은 하루키에 대한 관심이 생겨 이미지즘적인 단편들만 모아 놓은 이 책이라면 적어도 그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읽고 난뒤 내게 남은 건 하루키에 대한 실망감 뿐이었다. 더구나 그에게서 한발짝 더 멀어지게 되는 역효과만 나았을 뿐.

책의 디자인과 속에 그림들도 전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본디 유명 작가들은 그 이름만으로도 책이 팔리곤 한다. 그만큼 확보해 둔 팬층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런 책을 내는 것은 그다지 좋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작가를 믿는 팬에게 배신감을 들게 할 수도 있기에...

걸작을 바라지도, 다작을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고, 마음에 닿을 수 있는 작품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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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후에 오는 것들 - 츠지 히토나리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훈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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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씨가 여자의 시각에서 바라봤다면 이제 츠지 히토나리씨의 남자의 시각에서도 사랑을 바라봐야 하겠다. 사랑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에 어느 한쪽의 시선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는 것이므로 나는 이 소설의 이런 형식을 참 좋아한다. 사랑을 하고 있는 남, 녀 둘의 시각을 함께 볼 수 있으므로.

츠지 히토나리의 남자 주인공들은 왠지 하나 같이 외롭고 쓸쓸함이 묻어나온다. 또 사랑 앞에 한없이 진지하고 순애보적이다. 물론 불만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가 그린 그런 인물들을 나는 무척 사랑하고 있으니까.

스물 세살...홍이와 사랑을 시작했을 때 준고는 첫사랑의 실패를 겪었고,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버느라 정신없어 자신의 꿈인 소설을 적을 생각도 못하는 그저 흐르는 물처럼 되는데로 흘러가는 사람이었다. 서른 살...그는 떠난 홍이를 잊지 못 하고 그녀와의 사랑을 소설로 만들었고 유명한 작가가 되어 꿈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행복하지는 못한 사람이었다. 또 공지영씨가 그린 홍이란 인물이 끊임없이 그녀의 주변과 어울려 내 가슴을 울렸다면 츠지 히토나리씨가 그린 준고란 인물은 잔잔한 바다를 보는 것처러 고요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준고의 시각에서 그들의 사랑을 바라보면서 홍과 준고, 그 둘 사이에 이별이 찾아왔던 건 한국과 일본이라는 국적 차이의 문제가 아니라 남과 녀로서의 의사소통이 부족했던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말로 할 수 없어 글로 적는다는 준고의 사랑의 방식은 사랑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남자의 모습을 그대로 대변한다. 그런 그의 모습이 낯선 나라에 와 외로움에 지쳐있던 홍이에게 전달되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여자는 말이나 행동으로 보여주길 바라는 존재이므로.

준고가 홍이가 떠난 후 그녀를 이해하기 위한 방편으로 취했던 것은 홍이를 대신해 매일 같이 근처 호숫가를 뛰었던 것이다. 그렇게 7년이란 시간을 달리기라는 것이 그 둘 사이를 이어주었던 것이다. 그들이 알게 모르게...

그처럼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이별, 그리움, 변화, 사랑으로 다시 이어진다.  사랑했던 시간이 지나고 이별이 찾아오고, 그것은 그 상대에 대한 그리움으로 점점 자라게 되고, 그때의 서로를 이해하거나 그리워하며 더 나은 자신의 모습으로 변화하고, 또 다시 새롭게 사랑으로 이어지는...그러므로 나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또 사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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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후에 오는 것들 - 공지영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공지영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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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권을 들여다 보며 무엇을 먼저 읽을까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다 이전에 [냉정과 열정사이]를 읽었던 것이 떠올라 그때처럼 여자의 시각을 먼저 살펴보기로 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나는 내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다고 믿냐고...

공지영씨는 여전히 따뜻하고 잔잔하게 다가왔다. 그것이 그녀의 소설이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렇게 그녀가 그린 최홍이란 인물과 그 이외에 사람들이 너무나 따뜻하고 잔잔하게 다가와 내 가슴에 고요한 파문을 일으켰다.

스물두살...처음 사랑을 시작했을 때 홍이는 아침 햇살처럼 마냥 밝기만 한 사람이었다. 스물아홉살...이제 사랑의 아픔을 알게되었을 때 홍이는 어딘가 쓸쓸함이 묻어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7년이란 그 사이를 한 사람에 대한 그리움으로 채우고 있는 순수한 사람이었다.

어떻게 오랜 시간동안 한 사람만 그릴 수 있을까? 그 사람이 어떻게 변했을지 모르는데도 한없이 그 사람만을 그리워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녀가 그리워한 건 '그'가 아니라 그때의 '우리'라는 관계였는지도 모른다. 철없이 사랑만 했던 그때 그 시절이 그리웠던 건지도 모른다.

그리고 홍이는 매일 같이 호숫가를 뛰었다.  일본에서는 혼자라는 지독한 외로움을 떨치기 위해, 한국에서는 가만히 있어도 떠오르는 한 사람에 대한 기억을 떨치기 위해...뛰고 또 뛰었다.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줄거라는 친구 지희도, 오랫동안 한결같이 그녀만을 바라보는 민준이도 곁에 있었지만 홍이에겐 그 7년이란 시간이 무릎을 꿇었고, 민준의 사랑마저도 그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렇게 변함없는 사랑이 있다고 믿냐고 물었던 홍이는 스스로 변함없는 그녀의 사랑을 증명했다.

공지영씨는 그렇게 홍이의 사랑과 그리움을 풀어내며 그녀의 주변의 이야기도 함께 풀어냈다. 아버지와 어머니, 또 다른 여자와의 삼각구도의 사랑과, 친구로서 머물며 끊임없이 사랑을 표현하는 민준의 사랑과, 진돗개 미루의 자리를 대신하는 풍산개 번개에 대한 홍이의 감정 등...이 모든 것들이 한데 어울려져 잔잔히 가슴을 울렸다.

이 책을 덮을 때 난 내 나름대로 처음의 답을 내렸다. 오랫동안 한 사람만을 그리워한다면...어쩌면 그것이 변하지 않는 진짜 사랑인지도 모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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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1-18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읽으셨네요. ^^ 좋죠?

어릿광대 2006-01-19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좋아요. 사놓고 늦게 읽은 것을 후회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