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후에 오는 것들 - 츠지 히토나리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훈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공지영씨가 여자의 시각에서 바라봤다면 이제 츠지 히토나리씨의 남자의 시각에서도 사랑을 바라봐야 하겠다. 사랑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에 어느 한쪽의 시선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는 것이므로 나는 이 소설의 이런 형식을 참 좋아한다. 사랑을 하고 있는 남, 녀 둘의 시각을 함께 볼 수 있으므로.

츠지 히토나리의 남자 주인공들은 왠지 하나 같이 외롭고 쓸쓸함이 묻어나온다. 또 사랑 앞에 한없이 진지하고 순애보적이다. 물론 불만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가 그린 그런 인물들을 나는 무척 사랑하고 있으니까.

스물 세살...홍이와 사랑을 시작했을 때 준고는 첫사랑의 실패를 겪었고,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버느라 정신없어 자신의 꿈인 소설을 적을 생각도 못하는 그저 흐르는 물처럼 되는데로 흘러가는 사람이었다. 서른 살...그는 떠난 홍이를 잊지 못 하고 그녀와의 사랑을 소설로 만들었고 유명한 작가가 되어 꿈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행복하지는 못한 사람이었다. 또 공지영씨가 그린 홍이란 인물이 끊임없이 그녀의 주변과 어울려 내 가슴을 울렸다면 츠지 히토나리씨가 그린 준고란 인물은 잔잔한 바다를 보는 것처러 고요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준고의 시각에서 그들의 사랑을 바라보면서 홍과 준고, 그 둘 사이에 이별이 찾아왔던 건 한국과 일본이라는 국적 차이의 문제가 아니라 남과 녀로서의 의사소통이 부족했던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말로 할 수 없어 글로 적는다는 준고의 사랑의 방식은 사랑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남자의 모습을 그대로 대변한다. 그런 그의 모습이 낯선 나라에 와 외로움에 지쳐있던 홍이에게 전달되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여자는 말이나 행동으로 보여주길 바라는 존재이므로.

준고가 홍이가 떠난 후 그녀를 이해하기 위한 방편으로 취했던 것은 홍이를 대신해 매일 같이 근처 호숫가를 뛰었던 것이다. 그렇게 7년이란 시간을 달리기라는 것이 그 둘 사이를 이어주었던 것이다. 그들이 알게 모르게...

그처럼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이별, 그리움, 변화, 사랑으로 다시 이어진다.  사랑했던 시간이 지나고 이별이 찾아오고, 그것은 그 상대에 대한 그리움으로 점점 자라게 되고, 그때의 서로를 이해하거나 그리워하며 더 나은 자신의 모습으로 변화하고, 또 다시 새롭게 사랑으로 이어지는...그러므로 나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또 사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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