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미치게 하는 바다 - 한국 대표 사진작가 29인과 여행하는 시인이 전하는 바다와 사람 이야기
최민식.김중만 외 사진, 조병준 글, 김남진 엮음 / 예담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해마다 겨울이 되면 나는 바다를 찾는다. 비록 살을 에일듯한 바다바람이 불더라도 나는 여름보다 겨울의 바다를 좋아하고 보고 싶어한다. 그처럼 바다는 나를 미치게 하지는 않았으나 미칠 듯한 그리움을 해마다 안겨주는 존재다.

그러나 원한다고 무작정 갈 수도 없는 처지라 이번엔 눈으로나마 대리만족을 하기 위해 이  책을 구입했고 읽게 되었다. 제목과 표지로 나를 단숨에 사로잡은 이 책은 사진작가 29인의 바다 사진과 함께 바다를 좋아하는 시인에 기행문 형식으로 내 그리움의 벽을 조금이나마 삭혀 주었다.

책속의 바다는 너무나 아름다웠고, 처연했으며, 눈이 부셨다. 이제껏 내가 만나보지 못했던 수많은 바다가 이 속엔 담겨 있었다. 더불어 바다는 홀로 존재하기보다 주변에 섬이나 하늘과 같이 다른 것들과 함께 할 때 더욱 그 빛을 발한다는 걸 알았다.

이렇게 멋진 사진과  어울려 시인은 바다와 함께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자신이 찾아간 바다와 그곳에 함께한 사람들과의 추억과 기억들...그의 바다는 사람과 떨어져서는 결코 존재할 수 없는 바다였다. 그렇게 그의 바다는 자기 자신이자, 또 다른 사람이었다.

물론 바다는 늘 아름답기만 하지 않다. 그 속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품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게 바다는 우리에게 그리움의 대상이자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휴식처가 되어주기도 하지만 때론 끔찍한 죽음의 경험을 하게 하니까.  이렇게 바다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바다를 온전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그 푸른 바다 앞에서 나는  내 자신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작은 존재임을 새삼 깨달았다. 그렇게 삶의 끝과 시작이 공존하는 인생의 바다가 내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무네지아 꽃 향기 9
송명섭 지음 / 청어람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진정 최강의 로맨스 판타지로 인정하리라.

사실 판타지라기 보다는 거의 로맨스 소설이라 부르는 것이 나을 듯 싶다. 덕분에 어디에다 리뷰를 써야할지 매우 난감했다. 그러나 판타지로 분리할 수밖에 없었던 건 드래곤이라든가, 오크 같은 것들이 등장해주었고 그 시대 배경때문이었다.

주인공 남녀는 요즘의 여성관과 남성관을 그대로 반영했다. 물론 이 소설이 나왔을 땐 다소 획기적이고 독특한 캐릭터일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저 그런 수준을 면하지 못한다.

남주인공은 아름다운 외모에 책을 너무나 사랑하는 학자고, 여주인공은 얼음마녀라 불리울 정도로 차갑고 대단한 힘을 가진 기사다.  축약하면 '미스터 플라워' 와 '미스 스트롱' 커플이다. 그야말로 성격적으로나 체질적으로나 여러모로 극과 극을 달리는 엽기적 커플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둘이 제대로 사랑다운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심히 우려했으나 그래도 서로 다른 극과 극이 끌리는 자석처럼 사랑을 하긴 하더라. 그것도 이 책의 제목과 표지처럼 강열하고 인상적인 사랑을...

그러나 처음부터 헤어져 만나기까지 시간이 지나치게 길었던 것이 다소 이 책을 지루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것을 제외하고는 참으로 잘 꾸며진 한편의 로맨스 판타지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넷 2006-02-17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제가 중학교 3학년때 보던건데...^^ 재미있게 봤었더랬지요..;
 
피아노의 숲 11
이시키 마코토 지음, 유은영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정말 그림만 놓고 본다면...단연 내 취향이 결코 아닐 뿐더러 평생 쳐다보지도 않았을 만화다. 그러나 이제는 좋아하는 만화 5위 안에 꼭 드는 내게 있어 가장 좋아하는 만화 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

주인공 카이는 얼굴은 여자처럼 예쁘장하지만 성장 배경과 성격을 보자하면 평범하지가 않다. 엄마는 '숲의 가장자리' 라 불리는 사창가에서 일하고, 그 자신 또한 잔심부름을 하며 지낸다. 뿐만 아니라 성격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고삐 뿔린 망아지 같다.  특히 초등학생 때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를 보면 진정 주인공 맞나 의심스럽기도...;;

그런 카이도 버려진 숲의 피아노를 칠 때만큼은 다소 진지하다. 언제까지나 코믹하고 철없이 굴 줄 알았는데 제법 공과 사를 가릴 줄 안달까. 물론 그의 일상은 대다수 코믹, 명랑이다.

카이의 천재적 재능은 그 자신보다 주변에 의해 발견된다. 한때 세계적인 명성의 피아니스트이자 그의 음악 스승이 되는 아지노와 그의 유일한 친구이자 미묘한 라이벌 관계의 슈우헤이 등 주변이 그의 재능을 먼저 알아보고 그를 음악의 세계로 이끈다. 그리고 그 또한 그의 연주를 들은 사람들을 더욱 음악에 심취하게 만든다.

물론 고집쟁이에 망아지 같은 성격인 녀석이 음악의 세계로 들어오기 까지는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아지노와의 대치 상태, 첫 피아노 콩쿠르의 탈락, 거기다 피아노의 숲의 화재까지...수없이 많은 일을 겪으며 카이는 자신이 피아노를 치지 않고는 살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마치 물고기가 물이 없이는 살 수 없듯이...

그러나 한편으로는 만화 속에 드러난 현실에 씁쓸하기 짝이 없었다. 카이는 아지노란 스승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그의 재능을 발견하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계속 피아노를 칠수도 없었을 것이다. 가난과 환경 때문에 재능이 있음에도 그 재능을 제대로 살릴 수 없다니 어찌 속이 쓰리지 않겠는가.

또 친구 슈우헤이와 카이를 비교해보자면 살리에르와 모짜르트를 보는 것만 같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살리에르가 결코 천재인 모짜르트를 이기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이 둘은 좋은 라이벌 관계가 될 소지가 더 크긴 하지만.

뿐만 아니라 여기서 나오는 콩쿠르 대회 같은 경우에도  어리고 재능있는 음악생을 뽑기 위한 것이 아니라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을 누를려는 경향을 보인다. 재능을 살려주기 보다는 타인의 재능을 시기하고 그를 밑바닥으로 끌어내리기 위해 아둥바둥 거리는 이기적인 모습이 좋아보일리가 없다.

이처럼 피아노의 숲은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한 소년이 음악을 만나고 피아노를 통해 한 사람의 피아니스트이자 당당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폭의 그림과 피아노 소리와 같이...앞으로도 꾸준히 카이의 성장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의 어떤 것
현고운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2년 8월
구판절판


번득이는 하나의 영감이 아흔아홉의 노력보다 우선할 때가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 마지막 1%만은 내 힘으로 이룰 수 없는 일이고 그 1%는 때로는 99%를 변하게도 할 수 있으며 내 인생을 완전히 다른 길로 안내할 수도 있다. 마지막 1%가 없이는 전체가, 때로는 인생이 완성되지 않는다.-7쪽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모래가 손끝에서 빠져 나가는 것처럼 그렇게 순식간에 마주친 사람도 언젠가 어떤 상황에서 서로 다른 모습으로 만나게 될 줄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누군지 전혀 알 수 없는, 지금 당신 곁을 지나는 그 사람이 앞으로 어느 날 어떤 의미를 갖고 다가서는 존재가 될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27쪽

돈에 관심 많아요. 하지만 내 지갑 속의 현금만이 흥미 대상이에요. 생길지 말지 모르는 남의 돈에 신경 쓰기엔 난 할 일이 많답니다.-91쪽

누구에게나 진심으로 대할 수 있는 건, 그것만은 진짜 쉽지 않네. 거짓 없음. 그게 어렵다는 거 자네도 알고 있지 않나.-120쪽

슬플 때 울지 못하는 사람은 감정이 메마른 인정머리 없는 사람익, 기쁠 때 입가에 미소조차 없는 사람은 이성적인 사람이 아니라 꽉 막히고 답답한 사람으로 평가했다.-129쪽

사람은 말야. 99가지의 장점 중에서 한 가지 단점만 보면 아무리 괜찮은 사람이라도 온갖 정나미 다 떨어지는 거구, 99가지 단점밖에 없는 사람인데 나머지 1%의 장점이 눈에 띄면, 거기에 반하는 거야. 그게 그 사람의 매력인 거지. 다른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내게 그런 1%의 어떤 것이 눈에 띈다면 사랑하게 되는 거야.-22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이름은 김삼순
지수현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 MBC 연기대상 ' 을 보고나니 이 책 리뷰를 안 쓴게 생각났다. 그래서 비교겸 쓴다.

워낙에 게으른 성격이라 드라마 시간 맞춰 보는 것조차  질색하는 내가 그나마 1,2회를 제외하고는 꾸준히 본 거의 유일한 드라마기에 원작이 있다는 말에 덜컥 사서 읽었다.

원작만한 드라마 없다지만 그래도 이 드라마는 원작에 제법 충실했다. 책의 재미를 살리면서, 드라마적인 요소들도 첨가해 두배의 재미를 선사했으니 말이다.

김.삼.순. 확실히 촌스러운 이름이다.(실제 이 이름을 쓰시는 분들께는 진심으로 죄송스럽다.)

요새 처럼 예쁜 한글, 한자 이름이 많은 시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름의 여주인공. 더구나 외모도, 나이도, 몸매도 꽝이다. 내세울거라곤 파티쉐라는 직업 하나 뿐.

그처럼 그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만큼 평범한 여자다. 그러나 당당하고, 솔직하고, 사랑에 실패해도 다시 사랑을 시작할만큼 용감한 여자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그녀가 멋있어 보이고, 그녀의 사랑을 응원하고 싶게 하는 것이다.

반면 남주인공인 장도영.(드라마에선 현진헌이었나?) 그는 사고로 소중한 가족(형과 형수)를 잃었고, 다리를 절게 되고 열렬한 사랑의 후유증을 앓고 사랑에 부정적이 되면서도 한편으론 떠난 사랑을 기다린다. 그렇게 헤어졌어도, 혼자라도 사랑을 계속하는 그의 순애보적인 모습이 그를 더욱 인상적이게 만든다.

드라마와 소설 모두 이 설정은 비슷하지만 장도영은 나이가 더 많고, 안경을 쓴 돈버는 기계이자 냉혈인간에 뺀질거리고 능글맞은 요괴라 불리지만 삼순이를 감싸줄만큼 어른스러운 느낌을 준다면 현진헌은 나이가 어리고, 툭 쏘고 건방진 말투에 귀여운(?) 미지왕이며 삼순이에게 되려 의지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뭐, 둘 모두 저마다 매력적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런 극과 극의 사람들이 만났으니 그 사랑이 쉬울 턱이 없다. 그러나 둘의 사랑은 유쾌하고, 즐겁다. 그리고 묘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아마 작가가 실제 경험한 일들을 에피소드로 집어넣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또 그들의 주변 역시 따뜻하고 포근하다. 그 흔한 악역이 존재하지도 않을 뿐더러, 저마다의 다양한 색채와 모습들은 자연스럽게 이 작품의 배경이 되어 준다. 개인적으로 이건 소설 쪽이 더 좋다. 삼순이의 가족들이 서로 위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런게 바로 가족이지!' 라고 연신 생각했으니 말이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와 소설 모두 중간중간 밑줄 긋고 싶고, 적어 두고 싶을 만큼 공감가고 느낌이 좋은 말들이 참 많다. 달콤한 케이크의 향기와 맛깔스러운 언어들의 조화...환상적이지 않은가! 

이처럼 '내 이름은 김삼순' 은 기존에 평범한 신데렐라 스토리하고는 전혀 다른 새로운 로맨스다. 그래서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시 아직도 남주인공은 재벌이라는 그 사소한(?) 사실아닌 사실만은 다소 아쉬울 따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