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 전기요금이 나왔다.
지난 한 달 동안 우리집은 144kwh를 썼고 15,900원치에 해당된다.
100kwh까지는 1단계 요금단가 57.30 원이 적용되어 5730원.
나머지 44kwh는 2단계 요금단가 118.40원이 적용되어 5209원.
1단계 100kwh와 2단계 44kwh의 요금이 거의 같은 액수이다.
1단계에 비해 2단계 단가가 2배가 넘도록 누진적용이 되기 때문이다.
겨울이라 사용량이 부쩍 늘었다. 베란다에 내어놓은 세탁기가 얼지 않도록 전기 코드를 내내 꽂아둔 것 외에도 애들이 방학이라 노트북 두 대를 밤낮으로 끼고 살더니 확연히 많이 나왔다.
냉장고, 김치냉장고,세탁기,데스크탑1대와 노트북2대, 전등, 텔레비젼.
우리집에서 주로 사용하는 가전제품이다. 그 외에도 헤어드라이어며 다리미, 전자렌지, 진공청소기, 블랜더 등 쓰임새 다양한 가전제품이 있다. 우리집 벽 속에는 전기선이 핏줄처럼 깔려 있을 것이다. 무슨 기계가 되었든지 스위치 하나만 누르면 전기는 지체없이 재깍 달려와 가전제품을 순식간에 가동시켜 준다. 참 놀라운 전기, 참 편리한 전기, 참 고마운 전기. 살펴 보면 현대인의 생활은 전기를 기반에 두고 사는 것 같다. 전기없는 안락한 삶은 꿈도 꾸지 못할 지경이다. 전기의 힘으로 우리는 편안하고 만족스럽게 살아가는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나는 전기 요금이나 수도 요금을 내면서 돈 아깝다는 생각은 한번도 들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싸서 불만인 쪽이다. 전기 없이 한 시도 못 사는데 네 가족이 한 달을 부족함 없이 쓰고도 15,900원밖에 내지 않다니 턱없이 값이 싸다. 핏자 한 판 값도 안 되고 미용실에서 머리 한 번 자르는 돈도 안 된다.
감히 제안하건데 전기요금을 지금보다 5배나 10배 정도 더 올리면 어떨까? 전기요금이 한 달에 15만원, 20만원, 30만원 나온다면 누가 전기를 낭비하겠는가. 후덜덜 놀라서 우선 나부터도 정신 바짝 차리고 줄이려 들 것이다. 단돈 천원짜리에 달달 떨며 가계부를 쓰는 주부들은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반박하겠지만 우리나라 강토 곳곳에 원자력 발전소가 세워지는 것을 보면....... 우리가 앞으로도 지금처럼 전기를 펑펑 써댄다면 계속해서 22호기 23호기 24호기.....원전들을 지어야 할 것이다. 핵무기 못지 않게 무서운 원전을 많이 갖고 있기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몇 위 안에 든다. 다른 건 몰라도 전기를 만들기 위해 원자력(이 되었건 화력이 되었건)발전소를 가동하는 것은 너무나 큰 희생을 치른다는 것만은 확실히 안다. 내 아이, 우리 후손들에게 나중에 무엇을 물려 줄지 걱정 된다. 자원은 현 세대가 깡그리 다 써버리고 장차 아이들에게는 공포덩어리만 넘겨준다면 부모로서 얼마나 무책임한 행동인가!
이렇게 말 하면서도 이 달 수도 사용료는 6260원, (공동수도료포함)7톤 가까이 썼다니 부끄럽다. 역시 같은 핑계지만 애들이 방학이라 집에 있으니.....우리집 수도요금의 주범은 세탁기와 시도때도 없이 먹고 싸는 두 녀석이 레버 한번 딸깍 제끼면 10리터도 넘는 물이 단박에 쏟아져 나가는 변기이다.
오줌을 못 누게 할 순 없으니 아낄만한 것은 제발 좀 아끼면 좋으련만 아이들은 내 마음을 좀처럼 몰라 준다. 어릴 적 내가 엄마를 다 이해하지 못 했던 것처럼 말이다. 우리 엄마도 여느 옛어른들처럼 지독히도 물과 전기를 아끼셨다. '전깃불 꺼라, 허드렛 물 모아라....' 엄마는 뭐든 필요하면 투자를 아끼지 않는 상당히 진보적인 생각을 하시는 분이신데도 유독 전기와 물에 대한 절약 정신은 강박증에 가까울 정도이다. 짜증이 나서 하루는 '그깟 돈 얼마나 나온다고 그래?' 넌더리 난다고 팩 쏘아부쳤더니 엄마는 정색을 하고 말씀하셨다.
"돈이 아까운게 아니야. 자연을 아끼려고 하는 말이지."
내 마음에 큰 울림을 주는 말씀이었다. 학교에서 또는 공익광고에서 귀가 따갑게 듣고 배워 알던 것과는 다른 가르침이었다. 재활용품을 깔끔하게 분리해서 내고 발품을 팔아가며 근처 아파트까지 가셔서 폐건전지와 폐식용유를 분리수거함에 넣으시는 엄마에겐 전기와 물 절약도 환경을 생각하는 일환이셨다. '그깟 돈 얼마' 때문이 아닌 환경을 위해 불편함도 감수하시는 엄마가 내 어린 마음에 참으로 우러러 보였다. 나는 그때부터 진심으로 자연을 보호하고 자원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을 했지 싶다. 자원과 환경에 관심이 생기니 절로 생활습관이 바뀌었다. 꼭 필요한 것은 편리하게 이용하되 허투루 낭비하되는 건 없는지 매달 요금표를 보면서 짚어보곤 한다. 20120203ㄱ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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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1. 잊지말자. 우리가 매달 내는 짜잘부리한 '그깟 돈 얼마' 수도요금은 그야말로 수도설비 및 수돗물을 이용할 수 있는 재반 수고에 대한 요금이지 절대 물값은 아니다. 물은 값으로 헤아릴 수 없다. 우리가 다 써버리고 나면 후손들은 돈을 주고 사려고 해도 물이 없을 것이다.
2. 자원 절약과 자연보호를 위해 아끼는 것도 아끼는 것이지만, 근본적으로 물을 아낄 수 있는 구조가 먼저 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수세식 변기는 혁명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나라 대부분의 인구가 수세식 변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수세식 변기로 멀쩡한 물이 너무 많이 쏟아져 나간다. 보통 가정의 물 소비량의 1/3~1/4이 변기에서 없어지는 물이라고 한다. 일본은 2차용수를 화장실 변기로 사용한다고 하는데 그것도 좋은 방법이고, 소변과 대변에 따라 물양을 다르게 내릴 수 있는 변기가 가정에도 다 보급되어야 할 것이다. 극소량의 물만으로 변기를 세척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 나오면 더 좋고. 암튼. 우리는 똥오줌을 싸면서도 물을 쓰는 야만에서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