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 100주년 시집 - 님의 침묵,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그날이 오면, 모란이 피기까지는, 광야, 쉽게 씌어진 시
한용운 외 지음 / 스타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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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  /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ㅡ 과거, 추보식 구성

하늘이 처음 열리고 ㅡ 광야의 탄생

어디 닭 우는 소리가 들렸으랴. ㅡ생명의 기척



끊임없는 광음을 ㅡ 오랜 세월

부지런히 계절이 피어선 지고 ㅡ 세월을 꽃에 비유, 추상적 개념을 시각화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ㅡ 역사의 시작




지금 눈 내리고 ㅡ 현재 일제 강점하의 시련

매화향기 홀로 아득하니 ㅡ 현실극복(광복) 의지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ㅡ 독립을 향한 강인한 생명력, 명령형 종결은 의지적 태도



다시 천고의 뒤에 ㅡ 미래

백마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ㅡ조국광복을 가져오는 민족의 구원자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ㅡ 예언자적 태도, 미래지향적



===

지금 눈발이 날린다.
눈 속에서 매화 향기는 어찌나 황홀하던지!
얼마 전에 뜰에 매화 핀 걸 보고 사진 찍어
카톡 프로필에 담아 다니면서도
뭔가 허전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는데
눈이 나리니 비로소 잃었던 짝을 찾은 것 같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육사의 싯구 이 부분 덕분에
매화와 눈은 따로 뗄 수 없는 조합인가 보다.


일제 강점기에 감히 비할 순 없지만

내 개인의 삶에도 지금 갑작스런 눈이 내리고, 나는 지금 눈에 갇혀있다.
강인하진 못해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버텨내야 할 텐데...
회사에서 생활안정자금을 무이자로 지원해준다니
내일은 신청해봐야 겠다.


눈이 내리면 언제까지 내리려구..
한파라고 해봤자 지가 어쩌겠냐구, 이미 춘삼월인데.
찬 바람이 잉잉 댈지라도 며칠 남지 않았다.
며칠 남지 않았다.
봄이여, 얼른 백마타고 오길.


200315ㅇㅂㅊㅁ


※ 사진에 이육사 이름 한자는 수인번호 264를 생각하여 일부러 64라고 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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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20-03-16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로나에 묻혀 봄이 오는지도 몰랐는데, 우리집 마당에도 매화가 피고 거리엔 목련도 활짝 피었더군요.
바람은 차도 바다도 너무 푸르고 아름다워, 친구랑 산책하고 들어왔어요.
매화에 눈이라, 상상만 해도 좋네요.
코로나가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봄은 오고 꽃은 아름답네요.

진주 2020-03-16 23:53   좋아요 0 | URL
역경이 어우러져야 인생도 좋은 것일까요?
평탄하길 바라지만 화약을 짊어지고 불길로 들어가는게 인생이기도 하고...ㅎㅎ
혜덕화 님, 봄맞이 즐거우셨나 봐요^^

hnine 2020-03-17 0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험에 자주 나오는 시라서 저렇게 행마다 의미 해석까지 외워가며 배웠던 시였죠. 옛날 생각 납니다.
어려운 시절 잘 넘겨야지요. 우리 모두.

진주 2020-03-18 11:24   좋아요 0 | URL
찬찬히 읽으면 저 정도는 이해하리고 생각했지만, 제 착각이더라구요. 어쩔 수 없이 아해들에게 저렇게 반강제로 공부시켜놓고 감상은 두번째죠. 저도 안그러고 싶은데 요즘은 공부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요. 시를 머리로 익혀요.
우리 어릴 적이 좋았어요!
저는 아직도 중학교 시절에 시 배우던게 생각나요.
사실 그게 저의 전 재산이죠...
제가 배웠던 방식으로 요즘 아해들에게 가르치고 잡습니다 진심ㅠ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 인생이 빛나는 곤마리 정리법
곤도 마리에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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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더이상 넓은 집이 필요없게 되었다. 




전처럼 찾아올 손님도 친척도 없을 뿐만 아니라 끼고살것만 같던 내 피붙이 애들마저도 군으로 학교 기숙사로 떠났지 않았는가? 혼자서 감당하기에 너무 큰 집이었다. 나는 혼자서 눈 뜨고 혼자서 밥을 먹었다. 생명체라곤 나와 내 그림자밖에 없었다. 내 그림자는 살아있고 나는 유령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나와 내 그림자에겐 공허하기 짝이 없는 휑뎅그런 공간이었다. 이 기막힌 현실이 믿어지지 않아서 어떤 날은 눈이 떠져도 일어날 엄두를 못 내고 이부자리에 파묻혀 있었다. 아침 햇살에 이리저리 부유하는 먼지톨을 눈길로 쫒다가 마침내 나는 작은 집으로 옮겨 가기로 마음먹었다.




이사를 결심하고 꼬박 2년 6개월간 내 살림살이를 정리하였다. 못해도 하루에 하나씩은 버리기로 마음 먹고 '365개 버리기 프로젝트'라는 거창한 이름까지 지어붙였다. 혹시나 오해할까봐 미리 말하겠는데, 정리하기와 버리기를 혼돈해서는 안 된다. 세간에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하면서 아낌없이 다 버리는 걸 종종 본다. 막 버리는 것은 정리하기가 아니다. 다 버릴 것 같으면 48평 세간살이 정도는 하루 아침에 싹 쓸어버릴 수도 있다. 우리 집에 있는 물건들은 살아가는데 각기 필요한 기능과 역활이 있어서 들인 것들이기 때문에 내가 죽으러 가지 않는 한 계속 필요할 것이다. 노동의 댓가를 지불하고 집에 들인 내 재화들을 일순간 쓰레기 취급을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언제라도 요긴하게 쓰일 물건이 있고, 또 어떤 건 추억이 깃들어 있다. 그래서 버리기는 쉬워도 정리는 결코 쉽지 않다.  




그 시절 나는 도서관에서 정리 기술에 관련된 책들을 빌려보았다. 깨끗하게 단장한 작고 예쁜 집 화보집도 많이 보았다. 정리는 손으로 하는 게 아니고 정신으로 하는 것, '정리는 마인드!'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원하는 미래의 집 모습을 그려도 보고 의지도 다지게 되었다. 다니던 시립 도서관의 서가에서 정리관련 도서를 남김없이 다 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에 가장 도움을 받았던 책이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이다. 사실 책 전체 내용보다 책 제목 저 한 마디에 전율했다는 것이 맞겠다. 설레는 감정을 여기까지 적용시키리라곤 생각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책 내용은 제목을 길게 설명해 놓은 정도이다. 제목의 이 한 마디 속에는 정리에 관한 고민과 갈등, 그리고 고난이도 기술이 굉장히 압축되어 있다.




설렘, 설렘이라.........나에게 아직도 설렐 일이 있을까, 어떤 물건들이 아직도 내 심장을 뛰게 할까, 반신반의하며 나는 저자가 시키는대로 눈을 감고 (버릴까말까 결정해야할 대상의)물건에 손을 얹었다. '설레지 않는다-그럼 그렇지, 살아도 산 것같지 않은 허깨비같은 내가 설레다니 말도 안 되지.' 하나 하나 정리해나가다가 어느 날엔가 내 심장이 반응하는 것이 나왔다. 믿어지지 않지만 나는 설레고 있었고, 눈을 떠보니 전자레인지가 묵묵하게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서 그 전자렌지는 글을 쓰고 있는 오늘로 19년째 나와 함께 하고 있다. 그 외에도 냉장고가 그러했고, 아이들 성장 사진이 담겨있는 사집첩이며 자질구레한 물건들이 나를 설레게 했다. 그림자보다 더 죽어있던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했다. 설렘은 살아있기에 느끼는 감정이니까.




그 후로 8.5톤의 짐을 3.5톤을 줄여 작은 집으로 이사왔다. 나는 소박하고 아늑한 새 보금자리에서 조금씩 생기를 되찾게 되었다. 어쩌면 나의 리뷰는 얼토당토 않게 무거울지도 모르겠다. 객관적인 서평이 아니라서 페이퍼로 올리는게 더 옳았을지도. 책은 간결하고 밝다. 정리하다가 한번쯤은 봉착할 갈등의 단계에서 어떤 것을 버릴지에 관한 기술을 쉽게 설명해준다. 그러나 뭐 어떠랴, 어차피 전문적인 서평을 위해 쓰는 것도 아니고 보는 이들도 큰 기대를 하고 보는 것도 아닐 테니 말이다. 책이 저자의 손에서 떠나면 어떻게 읽고 어떻게 받아들이냐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니...여튼 나에겐 이 책이 참 그랬다.





/20200314ㅇ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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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0-03-14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톤을 줄이시다니@_@;;;;;; 존경합니다@_@;;; 저도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정리해보려고 노력해보지만 잘 안 되더라구요.(가장 큰 문제는 책-_-) 이사라도 해야 좀 해결이 될른지-_-;;;

진주 2020-03-14 19:06   좋아요 0 | URL
5톤보다 2년 6개월을 하루도 빠짐없이 한결같이 그 일을 해냈다는게 저는 놀라워요! 비로소 저도 의지의 한국인 반열에 들어간 느낌이랄까..ㅎㅎㅎ 달밤 님 책 많으시죠? 이사도 딱히 해결책이 안 되리라고 경험상 알아요. 우야노 ㅎㅎ

라로 2020-03-14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ㅂㅊㅁ뭔지 알았는데 거기에 ㅇ이 있으니 ㅇ은 뭘까? 생각을 하게 됐어요.
아무튼 저는 곤도 마리에의 정리하는 방법을 넷플릭스에서 우연히 보게 되었어요.
그당시 저도 정리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더랬죠.
저는 주로 옷,,,,^^;;;
진주 님의 글이 참 그리웠나봐요,,,괜히 글썽이게 되는 걸 보니...하하
아무튼 그런데 왜 평점은 3개 밖에 안 주셨어요? ㅋ

진주 2020-03-14 19:10   좋아요 0 | URL
배춘몽을 아시는군요~ 나는야 배춘몽 ㅋ
별 3개는 오롯이 제목에 드리는 점수입니다.
별 3개짜리 제목이예요. 제목 아주 잘 뽑은 것 같아요^^

흐음...라로 님은 상당한 멋쟁이라고 사료되네요~ㅎㅎ
옷이 그만큼 많다면 패쑝에 관심도 그만큼 지대한 법.

cyrus 2020-03-14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렘이 느껴지지 않은 책을 팔다가 나중에서야 후회한 1인이 바로 접니다... ㅎㅎㅎ

진주 2020-03-14 19:15   좋아요 0 | URL
세상에 완벽한 건 없나 봐요.
설레냐 안 설레냐의 기준 역시 완벽한 건 아니었어요.
당시엔 분명 안 설레서 깔끔하게 마음에서 지웠더랬는데
세월이 지난 후에 후회막급한 게 나오더라구요ㅎㅎ
그렇기에 남아있는 3.5톤을 더 아끼고 사랑하려고 해요.
남아 있는 것한테 더 잘 하면 안 될까요? ㅎㅎ

반딧불,, 2020-03-14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오랜만입니다. 이사하고 좋으시다니 더 좋네요. 봄..건강도 조심하시구욧!

진주 2020-03-15 14:24   좋아요 0 | URL
아 아..반딧불 님, 반가워요. 방금 기억의 등 하나가 반짝 켜졌어요. 아니 반딧불 하나가 반짝 켜졌다고 할까요?ㅎㅎ 우리 제법 오순도순 지냈던 거 맞죠? 기억의 저편에서 어떤 느낌들이 몽실몽실 피어나네요^^

hnine 2020-03-14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요 이 먹먹해지는 가슴은. 진주님.

진주 2020-03-15 13:40   좋아요 0 | URL
짐정리하게 된 동기를 말하다보니 좀 그렇게 되었어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개정신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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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알려진 바 일곱 명의 여성을 살해, 암매장한 강호순의 뉴스가 연일 나온다. 현장검증을 나온 그는 모자 두 개나 쓰고 입까지 올라오는 점프로 얼굴은 거의 다 가렸다. 흉악범의 인권보호를 위해 얼굴을 가리는 것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피해자의 고통 보다 그 따위 흉악범의 인권이 대수냐며 얼굴을 공개하라는 분노가 거세어지면서 마침내 인터넷과 티비 뉴스에서 얼굴이 공개되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법에는 사형제가 있지만 문민정부 이후 10년 이상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적으로는 사형제가 사라진 나라에 든다는 뉴스를 작년 연초에 들었다. 온 나라를 경악케 하는 이런 흉악범 뉴스가 보도되자 범죄자의 인권과 함께 흉악범에 대한 사형제 폐지에 대한 의견도 다시 논란거리로 들썩인다. 찬반은 여전히 갈리고 있다. 영화로도 나왔으며, 내가 가진 책 2007년 2월 5일에 이미 초판 161쇄를 찍어 낸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을 읽으며 사형제 존립과 폐지에 대해 또 생각해 보는 것이다. 짐승보다 무섭고 잔인한 희대의 살인마들을 살려둘 가치가 있느냐는 사형제를 지지하는 쪽의 의견을  이 책 중에서 '서울구치소소장'이라는 사람이 대표해서 이렇게 말한다.  

   
  "사형제 폐지요?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중략)....저로서는, 좀 그렇습니다. 그러면 우선 교도소 예산 문제가 생겨요. 사형수 일인당 일계호인데, 그럼 교도관들 더 늘려야 해요. 그 비용을 누가 다 감당합니까? 그리고 이건 극단적인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그사건의 피해자들, 결국 자기네 세금 내서 자기네 가족 죽인 놈들 먹여살리란 말밖에 더 됩니까?"-p253
 
   

한편으론 일리는 있지만, 이렇게 다분히 이기적인 잣대로 과연 인간이 인간을 죽일 권리란 있는 것일까.  


소설로 민감하고 중대한 사안을 풀어 씀으로써, 죄 지은 것들은 무조건 죽여야 돼!,를 외치는 목소리 대신 인간의 존엄성을 생각케 하는 시도가 무척 좋았다. 그리고 공지영 작가의 미덕인 '쉽고, 빨려 들어가는 글쓰기'도 좋았다. 작가는 오랜 기간 공을 들여 취재하고 탈고하기까지 숱한 밤을 새었겠지만 이 책을 들고 이삼일을 골머리 앓았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흡입력 있다. 나는 현학적이거나 화려한 문체보다는 쉽게 쓸 수 있는 재주가 더 비상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눈물 한 됫박씩 흘리는 최루성 장치가 눈물 마를만 하면 나타나곤 하기 때문에 책 다 읽고 나면 왠지 가슴이 후련해지는 소득도 있다.

그러나 나는 공지영 작가의 책을 읽으면 뭔가 채워지지 않은 허전함을 느낀다. 사건을 엮어나가는 얽개가 촘촘하지 못하다. 이 책에서 정윤수의 블루노트와 문유정의 이야기를 병행하는 구성은 신선했지만 이야기 구성은 영화도 못 보고 책 내용 소문도 전혀 들은 바 없는 나일지라도 이야기 초입에 벌써 어떻게 전개되고 절정- 위기- 결말의 코스를 밟을지 뻔히 보였다고 할까. 제발이지 나를 영악한 독자로 만들지 말란 말이다 ㅠㅠ  

 
소설마다 반드시 반전이 있으란 법은 없지만 틀에 박힌 듯, 진부한, 식상한...따위의 소감은 비록 내가 질금질금 눈물은 훔쳤지만 어쩔 수없다. 뿐만 아니라 작가의 걸러지지 않은 편견도 마음에 안 든다. 종교에 대한 편견들. 사람마다 편견은 다 있다 치자. 그러면, 다 아우를 수 없다면, 최소한 작중 인물이라도 내세워 작가가 하는 그런 대사들이 작가의 편견만은 아니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도록 글쓰는 실력을 더 돋우든가 해야 할 것이다. (초베스트셀러 작가한테 이런 말 하면 나더러 미친X이라고 하겠지만)소설 쓰는 실력의 문제이거나 퇴고하는 시간이 턱없이 짧았거나의 문제다.

2009.2.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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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2-13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요. 공지영 소설은 그래서 손이 잘 안 가는데
베스트셀러 작가란게 참 그래요.
전 이 작품을 영화로 봤어요.
책 읽어봐야 실망할거고 영화는 그나마 이나영이 좋아서 봤다고 해야하려나?
근데 그냥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해 만들었다뿐이지
내용도 별로 없더라구요.
사형반대라면 그만한 논리와 설득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없고.
이게 인정이나 눈물에 호소한다고 될 일은 아니잖습니까?
사람을 죽이는 사람이 다 우발적인 것도 아니고.
그나마 전 눈물도 안 나오고 허탈한 웃음 밖엔 안 나오더라구요.
그리고 영화가 대박인 허 참 거...

진주 2011-02-13 16:25   좋아요 0 | URL
이나영이 그 커다란 눈망울로 연기했다면 완전 최루탄이겠는걸요^^;
지난 번에 책 정리할 때 공지영의 책들도 다 보내려고 하다가 대중들이 그렇게나 사랑해마지 않는(그..그러니까..사랑하니까 많이 사본다는 전제 하에) 공지영의 작품인데 왜 사람들이 좋아하는지라도 읽어서 알아보자 싶어서 남겨뒀었죠. 그래서 공지영 책들을 읽는 게 올해 내 숙제인데...흠냐..숙제는 없었던 걸로..
옛날에 공지영이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었는데 화가 나서 운전대 잡았다는 사실을 잊을 뻔 한 적이 가끔 있었어요. 그때 제가 공지영을 별로 안 좋아했던 건 문장력이니 글쓰기 실력의 문제라기 보다 사고방식이 저와 맞지 않다고 봐야겠죠...

 
바다의 기별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나는 처음에 이것을 "꽃은 피었다"라고 썼습니다. 그러고 며칠 있다가 담배를 한 갑 피면서 고민고민 끝에 "꽃이 피었다"라고 고쳐놨어요. 그러면 '꽃은 피었다"와 "꽃이 피었다"는 어떻게 다른가. 이것은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습니다. "꽃이 피었다"는 꽃이 핀 물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진술한 언어입니다. "꽃은 피었다"는 꽃이 피었다는 객관적 사실에 그것을 들여다보는 자의 주관적 정서를 섞어 넣은 것이죠. "꽃이 피었다"는 사실의 세계를 진술한 언어이고 "꽃은 피었다"는 의견과 정서의 세계를 진술한 언어입니다. 이것을 구별하지 못하면 나의 문장과 소설은 몽매해집니다. 문장 하나하나마다 의미의 세계와 사실의 세계를 구별해서 끌고 나가는 그런 전략이 있어야만 내가 원하고자 하는 문장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바다의 기별』「 회상」中 (p140~141)  
   

 김훈이 20대 초반에 처음 읽던『난중일기』가『칼의 노래』로 태어나는데 37년이 걸렸다고 한다. 오랜 세월 김훈의 독에서 곰삭혀 잘 익어 만들어진 『칼의 노래』를 '나'라는 독자는 그때 하룻밤 지새며 쥔 자리에서 다 읽었었다. 원래는 단박에 읽을 생각이 아니었는데 가속도 붙어 저절로 읽혀나가는 숨을 어디쯤에서 끊어야 할지 몰라 내달린 끝에 이미 잠은 달아나 버렸고 정체 모를 전율을 내 속에 개켜 넣으며 희뿌윰한 새벽에 앉았었다.  

내가 정체 모르겠다고 했던 그 전율의 실체를 어렴풋이 알아차린 것이 이번 책 읽기의 소득이다. 에세이『바다의 기별』을 통해 칼의 노래를 포함한 여러 작품들을 집필하게 된 배경 뿐만 아니라 작가의 글쓰기에 대한 고달프리만큼의 진지함을 읽었다. '꽃은 피었다'가 '꽃이 피었다'로 고쳐지기까지 며칠의 시간과 담배 한 갑이 필요했다. 대단한 작가니까, 또 문학하던 아버지의 피를 물려 받았으니까 입으로 글이 쏟아지듯 나오지 않을까 하는 을녀(갑남을녀)의 생각은 빗나갔고 역시 글을 짓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런 작업임을 보았다. 

더우기 그는 아직도 원고지에 연필로 꾹꾹 눌러 글을 쓴다니 더욱 고될 수밖에.  

   
  연필로 쓰기는 몸으로 쓰기다. 나는 컴퓨터를 다룰 수가 없지만, 컴퓨터로 글을 쓸 수 있다는 상상을 해본 적도 없다. 연필로 쓰기는 몸으로 쓰기다. 연필로 글을 쓸 때, 어깨에서부터 손가락 끝까지 작동되는 내 몸의 힘이 원고지 위에 펼쳐지면서 문장은 하나씩 태어난다. 살아 있는 몸의 육체감, 육체의 현재성이 없이는 나는 한 줄의 글도 쓸 수 없다. 글은 육체가 아니지만, 글쓰기는 온전한 육체노동인 것이다. 『바다의 기별』「무너져가는 것에서 빚어지는 새로운 것」中 (p110~111)  
   

나는 컴퓨터 워드기능을 전적으로 이용하는 부류이지만, 하루에 한 시간씩은 손으로 책 쓰기를 진행하고 있어서 '육체노동'이라는 표현에 공감한다. 필사본 성경을 가보로 물려주겠다는 경건한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꼬박 앉아서 글자를 쓰자니 무척이나 힘들다. 과연 내가 죽기 전에 완필할 수 있을지, 자신 없다. 오른손 새끼손가락부터 어깨와 목줄기가 아프고 욕심을 더 내서 무리하게 쓰고나면 눈도 침침하고 골반이며 복사뼈까지 온 몸이 아파 벌렁 드러눕는다. 김훈이 쓰는 연필과 내가 사용하는 필기구의 차이도 있겠고 자신의 사유를 풀어내는 글쓰기와 (가능한)정확하게 베끼려는 작업에 차이가 있겠지만 아무튼 손에 필기구를 잡고 종이에 글을 쓰는 작업은 녹록찮은 육체노동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이 육체노동도 행복으로 여기니 그는 천상 작가이다. 한 손으로 활을 쥐고 손으로 줄을 문질러서 소리를 뽑아내고 다른 한 손으로 줄을 통째로 쥐었다 폈다 눌렀다 풀었다 하면서 소리를 내는 해금연주에 매료되는 것도, '오치균이 손가락으로 물감을 으깰 때 재료가 육체와 섞이는 그 확실한 행복감을 나는 짐작할 수 있다'라고 하며 손가락으로 그림 그리는 화가의 작업에서 각별한 친밀감을 느끼는 것도 육체노동에 대한 동질성이 기저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몸을 던져 문지르는 작업이고 연필심이 닳듯이 그의 몸이 닳은 후에 가까스로 태어난 것이 작품이다.  

김훈의 소설을 읽을 때, '에세이가 더 근사하겠다'고 생각한 적 있다. 그의 소설에 성이 안 찬다고 말하기엔 내 역량이 부족할 뿐더러 작품도 많이 접하지 못한 조악한 처지이니 소설을 폄하하는 말은 아니다. 다만 소설이란 장르에서 느낄 수 있는 짜릿하고 탄력있는 '필연적인 인과관계에 의한 사건의 유기적인 배열' 즉 구성보다 사물의 내면 묘사라든가 문체에 더 마음이 끌렸던 건 사실이다. 그의 문장 하나하나는 벼루어 놓은 듯 단아하고 그러면서도 그의 사유는 담담하다. 내가 막연히 에세이를 기대하게 되었던 건 아마도 이 담담함 때문이 아닐까. 그의 나이 60, 귀가 열린다는 이순에 펴낸 이 에세이집은 더욱 담담하여 만추의 하늘같다. 나는 수필 읽기를 좋아하지만 쓰는 입장에선 수필만큼 어려운 갈래도 없을 것이다. 김훈의 작품은 시보다는 산문에 강하고 소설보다는 에세이가 더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다의 기별』을 곁에 두고 자주 보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20110208ㅎㅂㅁ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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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의 중국견문록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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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에 한비야 씨는 잘 나가는 직장을 접고 어릴 적 꿈을 따라 세계일주를 감행한, 그것도 걸어서 이루었다는 점 때문에 주목을 끌었다. 그런 비현실적인 엉뚱함과 천진스러운 도전을 이루는 사람답게 생기 넘치는 표정이 아주 예쁜 얼굴이 아님에도 아름답다고 느껴졌었다. 《중국견문록》은 7년에 걸친 세계 일주와 국토 종단 이후 쉼 없는 도전 정신을 가진 그녀의 새로운 도전을 담은 책이다. 세계일주의 이유가 어릴 적부터 꼭 해복 싶었던 꿈이었던 것처럼 중국으로 유학가는 이유도 간단하다. 중국어를 배우고 싶었다는 이유만으로 훌쩍 떠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독신이라 사방 거칠 것 없기도 하겠지만 그 역시 아무나 쉽게 하는 결정은 아니다.  

중국에서 공부하는 1년 동안 타국의 생소한 풍경과 사람 사는 모습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묶었다. 기행문의 성격도 띄고 있지만 배우고, 생각하고, 깨닫고, 성찰하며, 다짐하는 진솔한 에세이이다. 사람은 누구나 세월따라 생물학적인 나이를 먹을 수밖에 없지만 한비야 씨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마음은 늙지 않고 늘 푸를 수 있겠구나 싶다. 중간에 국화꽃 이야기가 마음에 깊이 와닿았다. 봄꽃과 여름꽃이 다 지나가고 가을이 되면 드디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국화는 결코 늦게 지각해서 피는 늦깎이 꽃이 아니라 가을이 바로 국화의 제철인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뒤처졌다기 보다는 우리의 속도와 시간이 다른 사람의 시간표와 다르기 때문일 뿐이라고 한다. 자기 차례를 기다리며 준비하면 되는 것이다. 

훌훌 털고 걸어서 세계를 일주하건 중국 유학을 가건 그것이 그저 개인적인 꿈과 하고 싶은 것을 추구하는 이야기로만 그친다면  이 시대의 환호-네티즌이 만나고 싶은 사람 1위, 여성특위가 뽑은 신지식인, 평화를 만드는 100인 등-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상당히 건전하고 진보적이며 가슴이 포근한 사람이다. 오지를 여행하며 만난 가난과 기아에 허덕이고 병마에 짓눌린 사람을 보며 '불쌍하다'라고 끝내지 아니하고 몸으로 기꺼이 사랑을 실천하는 힘이야말로 '아주 예쁜 얼굴이 아님에도' 그녀를 볼수록 더 아름답게 돋보이게 하는 것이다. 도전하고, 생각하고, 실천하는 그녀의 삶은 오늘날 청소년들에게도 귀감이 되고 파급력이 크다. 이기주의에 쩔어 있는 의식들을 일깨우는 그녀의 바람의 행군이 계속 되어지길 바란다. 20110205ㅌㅂㅊㅁ.  

 

덧: 칭송칭송(輕松輕松) : '느긋하게 사세요'란 뜻의 중국말이다. 중국말이 신기해서 외마디라도 외워보려고 본분 내용과 상관없지만 제목으로 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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