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진주 > 안착
9년이 지난 현재를 사는 나는 9년 전의 그 슬픔을 알아채지 못 하였다. 그래서 나는 우울했다는 9년 전 어제 일기를 남의 일처럼 바라보았다. 오늘 아침, 친절한 알라딘 북플 기능은 9년 전 오늘을 다시 소환시켜 주었다. 기억상실 같았던 어제와는 달리 오늘은 보는 순간 왈칵 눈물이 솟구쳤다.
그가 입원했던 병원 복도가 빛의 속도로 되살아났고, 복도 벽에 걸렸던 어떤 그림도 떠올랐다. 9년전 어제의 번호표 대기자 28명도 그제사 알 것 같았다. 입원 전 날 병원에서 검사나 서류를 떼기 위해 몇 번의 대기가 있었던 것이다. 담당 주치의 이름도 생각난다. 장ㅂㄱ. 무겁게 입을 떼던 의사의 표정도.....그래서 그 때 나는 슬펐고 어느 그림 앞에서 소리죽여 울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오늘 ‘9년 어린 나‘를 다독여 주고 싶다. 너, 많이 힘들지....감당하기 힘든 걸 홀로 떠안고 두렵고 슬퍼서 떨고 있구나. 누구와도 나눌 수 없어서 외로웠지. 그러나 혼자가 아냐. 이제는 9년 더 늙은 내가 그 아픔을 알잖아. 그리고 이제는 편안해진 그도 알아줄거야.
달려갈 길이 멀기에 일기에서조차 다 표현하지 않고 담담하려고 했던 나. 고단한 마음일랑 그림 한 장에 걸어놓고 돌아섰던 9년 전 내가 의연해 보인다. '퍼질러 우는 건 나중에 언제라도 할 수 있어!'라며 다부지게 마음 먹었지만 한없이 가녀렸던. 예감이나 했을까? 그 후로 몰아칠 거센 인생의 격랑을.....인생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것.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몰라도 진심을 다해 한 발씩 나아가는 것.
/20200330ㅇㅂㅊ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