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밥 먹은 두 아들 녀석이 컴퓨터 모니터에 머리를 박고 있습니다.
"밥 먹은 것 소화도 안 되게 먹자마자 컴퓨터 못살게 구냐?"
"선생님 선물 골라요~"
아하, 이제 곧 졸업! 두 아이가 세 살 터울지니 올해 큰애는 고등학교, 작은애는 중학교를 나란히 졸업합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적까지 저는 한 해 공부가 끝나는 봄방학 무렵에 담임 선생님께 작은 선물을 늘 챙겨 드렸습니다. 책 한 권이나 손수건 정도로 소소한 물건이지만 아이와 저는 각자 꽃편지지에 정성껏 꼭꼭 눌러 편지를 써서 함께 넣어 드렸지요. 저학년 때에는 엄마 주머니를 털어서, 좀 자란 후에는 아이들이 제 피같은 용돈으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중학교 들어간 후로는 선물 챙기는 일을 전적으로 아이들 몫으로 맡겨 두었더니 챙겨 가기도 하고 더러는 잊어버리기도하고 그러더군요.
이번에 큰아이가 고른 선물은
<--이과수 커피입니다.
두 개 들이를 두 세트나 사더군요. 즉, 네 통!
고등학교 와선 정신이 없어서
작년, 재작년 담임 선생님께
선물을 하나도 못했다고 한통씩 드리겠답니다.
남는 한 통은 저한테 준다고 해요. 와우~쒼난닷ㅋ
작은아이가 고른 선물은
<--이어령 박사님의 신간서적입니다.
작년에 우리 교회 해피데이 행사 때,
작은애가 담임 선생님을 모시고 왔었는데
선생님께서 하나님을 더 깊이 아실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고심 끝에 고른 책이지요.
해피데이는 새가족 초청 잔치예요.
이 책은 제가 강력히 추천했는데
실은 제가 너무 너무 보고 싶은 책입니다.
애석하게 저는 아직도 이 책 못 봤는데
남한테 선물만 두 번째네요...
읽어보고 좋았던 책만 선물하는데
이 책은 예외예요. 안 읽고도 좋으리라 아는!
"너희들 밥 해먹이느라 엄마도 수고했는뎅...
엄마도 이 책 보고 싶당..." 혹시나 또 고물이 떨어질까 기대했지만
용돈 바닥나서 안 된다고 얄짤없이 거절하네요.(고물이 너무 컸던 듯...)
저는 뭐...괜찮습니다^^ 석 달 기다리면 어버이 날이니까요. 한 해 동안 가르치고 고생하신 선생님께 엄마가 옆구리 찌르지 않아도 이젠 알아서 고마움을 표시할 줄 아니 뿌듯할 뿐입니다. 녀석들이 이젠 제법 시근이 들었나 봅니다. 선물 고른다고 모니터 앞에 머리를 맞댄 모습이 하도 예뻐서 다 큰 놈들 엉덩이를 토닥거리는 것도 모자라 이 깊은 밤에 잠도 안 자고 여기에 자랑질하는 저는 못 말리는 팔불출 엄마입니다. 용서해주세요ㅋㅋ20120208ㅅㅂㅊ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