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신현림
울음 끝에서 슬픔은 무너지고 길이 보인다
울음은 사람이 만드는 아주 작은 창문인 것
창문 밖에서
한 여자가 삶의 극락을 꿈꾸며
잊을 수 없는 저녁 바다를 닦는다
/어느 해 겨울 끄트머리쯤. 내 주방의 작은 창으로 은행나무 새순을 찍으려 했나보다(많이 흔들렸다-그래서 차마 '찍었다'라고 말 못 한다.)
신현림이 그러했던 것처럼 울음 끝에 무너진 슬픔이 한 줌 흘린 희망 하나, 작은 창은.
비록 나는 울지는 않았지만 켜켜이 쌓인 슬픔의 무게에 갇혀 있었다.
설거지하며 바라보는 내가 만든 아주 작은 창문-은행 새순.
# 이골나서 다시는 안 하려고 했는데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또 다시 아이들과 마주 앉았다. 다른 점이라면 무료로.
목소리 가다듬고 차분하게 읽어 주었다.
눈만 꿈뻑꿈뻑...내 그럴 줄 알았다. 뇬석들~
시인에 대해 잠깐 언급하고 늬놈들 가슴패기를 울릴 때까지 나는 읽고 또 읽을거라고 했다.
두 번, 세 번....
그 후, 우리들은 '울음'과 '슬픔', '좌절', 등에 대한 경험들을 나눴고
'희망'과 '길'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으며
'여자'와 '싱글맘' 또 '최진실' 이야기까지 나눴다.
아...난 이래서 또 빠져들고 만다.
흑머루같이 새카만 눈동자가 반들반들하다가 촉촉하게 잦아들던 그 녀석들에게...
2008. 11.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