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계곡
스콧 알렉산더 하워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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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으로 가면 20년 후의 미래가, 서쪽으로 가면 20년 전의 과거가 공존하는 계곡이 있는 마을. 그러면 동쪽 계곡을 넘으면 그곳은 동쪽의 서쪽일테니 중간에 있는 마을의 서쪽이 되고, 서쪽 계곡을 넘으면 중간 마을의 동쪽이 되는 건가. 공간 개념에 한없이 약한 나는 철책과 장소를 설명할 때 조금 헤맸다. 재밌고 특이한 설정이라 생각했다. 시간의 계곡은 결코 넘어서는 안 되지만 특별한 경우에만 넘을 수 있고 '개입'을 막기 위해 철저히 관리됐다.


책 광고 문구 중에 '충분히 애도한 사람만이 안다. 과거를 구원할 수 있는 건 오직 현재라는 것을.' 이란 게 있었다. 하지만 오딜이 충분히 애도한 사람은 아니지 않을까. 오딜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을 위한 선택을 했다. 오딜은 자기 자신을 제일 사랑한 사람이었다. 


정말로 과거든 미래든 갈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이 책에서는 '애도'하는 사람만이 시간의 경계를 넘을 수 있다. 하지만 애도하는 모든 사람이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엄선된 사람들이 짧은 시간 그리워하던 대상을 보고 오는 일이 정말로 남은 이에게 도움이 될까. 그 시간대에 '개입'해선 안 되기에 철저히 얼굴을 가리고 멀리서 바라만 보는 일이 도움이 될까. 만약 그 대상을 구할 수 있다면 개입하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어쩌면 오딜은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했기에 그런 결과를 가져온 걸지도 모르겠다. 다른 결말이었다면 더 여운이 남았을까.


덧붙여 오딜을 어떻게 해보려 했던 헌병들 다 벌 받았으면. 개인적인 감정을 공적으로 바꾸어 그녀를 이용하거나 괴롭혔던 놈들 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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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4-28 0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무해 전이라는 게... 지금이 있고 앞날과 지난날로 가는군요 바꾸지 못해도 지난날은 자신이 잘못 기억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앞날은 지금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습니다 슬픔을 가진 사람이 시간을 넘어갈 수 있는가 봅니다 제대로 애도한 사람...


희선

꼬마요정 2025-04-29 15:24   좋아요 1 | URL
상실을 경험한 사람은 일단 자격이 됩니다. 그렇다고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경험한 모든 사람이 갈 수는 없구요. 저런 세상 자체를 생각한 작가가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역시 사람의 상상력이란 정말 멋져요! 재밌게 읽었지만 결말이 좀 달랐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들었어요.

coolcat329 2025-05-16 1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정님, 저도 이 책 어제 다 읽었는데 좀 실망했어요. 오딜의 모든 선택은 거의 모두가 자신을 위한 선택 아니었는지...책 뒷표지 문구에 동의가 안 되더군요...

꼬마요정 2025-05-18 19:26   좋아요 0 | URL
그쵸? 읽으면서 오딜이 뭔가 중요한 감정을 깨닫나 싶었거든요. 타인의 삶에 들이대던 규칙을 자신의 삶에는 적용하지 않는데 왜 책광고는 그렇게 했을까요? 자신의 삶을 애도한 걸까요?
 


지난 토요일,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를 했다. 아침에 기차 타고 수서역에서 내려 예당까지 지하철과 마을버스를 타고 갔다. 2시 공연은 당일치기하기 좋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다행히 내가 갈 때는 비가 오지 않았다. 


존 프록터 역은 엄기준 배우님이었다.


연극은 거의 3시간이었는데, 무슨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내용을 다 아는데도 불구하고 무대는 긴장감과 처절함과 광기가 흘러넘쳐서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지난 달에 부산에서 <베르테르> 뮤지컬을 봤는데, 그 때 베르테르가 엄기준 배우님이고 롯데가 류인아 배우님이어서인지 존 프록터와 애비게일 윌리엄스만 떼놓고 보면 뭔가 베르테르 흑화 버전 같다고나 할까...


1692년 1월 미국의 매사추세츠 주 세일럼에서 새무얼 패리스의 질녀가 병에 걸렸고 마녀가 사악한 주술을 행했기 때문이란 주장이 나왔다. 소녀들은 자신들에게 위해를 가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이름을 마구 불렀고 특별법정이 세워졌다. 결국 19명이 교수형을 당하고 1명이 압살당헀고 17명이 감옥에서 목숨을 잃었다. 6월 10일에 브리지트 비숍이 처음 교수형을 당했고, 사흘 동안 13명의 여자와 5명의 남자가 교수형을 당했다. 10월에 주지사가 이 특별법정을 해산시키고 재판을 기다리던 사람들을 석방시키고 나서야 마녀사냥이 잦아들었다.


1950년 2월, 미국의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은 미 국무부에 205명의 공산주의자가 침투해 있다고 공개적으로 고발했다. 그는 조금이라도 자신의 생각과 다르거나 사회 비판적인 성향이 있거나 자기보다 뛰어나거나 하면 공산주의자로 몰아가 사회에서 매장시켰다. 줄리어스 오펜하이머나 찰리 채플린도 그렇게 희생되었고 아서 밀러 역시 괴롭힘을 많이 당했다. 


이 극은 패리스 목사가 자신의 딸 옆에서 기도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조카인 애비게일과 딸인 베티가 벌거벗고 춤을 추는 모습을 본 뒤로 베티는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먹지도 않았기에 패리스 목사의는 자신의 지위와 재산이 위태로워질까 걱정이 컸다. 그리고 마을엔 마녀가 악마와 결탁한 이들이 있다고 난리가 났다. 마녀사냥의 시작이었다. 


패리스 목사는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 저명한 목사인 헤일 목사를 초청하고 헤일 목사는 책을 잔뜩 들고 오면서 이 책들이 도움이 될 것이라 말한다. 그 책 중엔 <말레우스 말레피카룸(악마에게 가하는 망치)>도 있지 않았을까.


애비게일은 존에게 집착했기에 존의 아내인 엘리자벳을 고발했다. 메리 워렌은 사라 굿을 고발했고, 자일스의 아내 역시 고발당했다. 신실하다 칭송받던 레베카도 고발당했다. 세일럼은 혼란에 빠졌고 소녀들은 계속해서 사람들을 고발했다.


존은 아내인 엘리자벳이 끌려가자 이 말도 안되는 일을 멈추게 하기 위해 자신의 죄를 고백한다. 하지만 아내인 엘리자벳은 남편인 존의 명예를 위해 단 한 번 거짓말을 했고, 모든 것이 끝났다. 파국이었다.


존은 성자가 아니었다. 적당히 깨어있고 적당히 냉소적인 면도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자신의 죄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선한 사람이 아니란 걸 아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마지막에 살기 위해 자백서에 사인을 하지만 끝내 그 이름만은 넘기지 않았다. 자신의 이름이 공개적으로 남으면 다른 사람들까지 모두 죄인이 되고 자신의 아이들 역시 자유롭지 않을테니까. 그는 자백을 할 때에도 다른 사람의 이름은 말하지 않았다. 아서 밀러가 청문회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자신이 자백하지 않으면 레베카처럼 선한 사람으로 인식될 것이란 사실에 거부감도 느꼈다. 자신은 죄인이 분명하니까. 하지만 그 자백서를 찢음으로써 그에게도 선한 면이 있음을 입증했다. 엘리자벳은 그런 그를 이제서야 진실되게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마녀사냥은 17~18세기 초에 광풍처럼 몰아쳤는데, 많은 사람들이 계몽, 이성의 시대라고 불린 때에 어떻게 저런 광기가 휩쓸 수 있는지 연구했다. 여러 의견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흉년, 전쟁, 전염병 등 재난이 심해졌을 때 마녀재판이 많이 벌어졌다는 거다. 하지만 그런 재난이 없을 때에도 마녀사냥이 많이 있었기에 완전한 설명은 못 된다. 종교 간 갈등도, 희생자들의 재산 약탈도 완전한 이유가 아니라고 한다. 공동체 내의 갈등은 여러 가지이기 때문에 꼭 한 가지 이유만으로 마녀사냥이 벌어진 것은 아니라고. 이 원인들은 모두 안 맞기도 하지만 부분적으로는 맞을 수도 있다고. 키스 토마스의 연구를 보면 마을 내 전통적으로 유지되어 오던 기독교적 자선 혹은 부조를 하지 못한 이들이 죄책감 때문에 자선 대상을 제거하는 경향이 생겨났다고 한다. 앞에서 메리 워렌이 세라 굿을 지목한 이유가 설명된다. 키스 토마스의 주장은 마녀재판이 결과적으로 공동체 내에서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는 '기능'을 했다는 거다. 


이 희곡의 경우에는 복수와 재산 약탈 그리고 자기 기만이 마녀사냥의 원인이 된 것 같다. 자일스의 부인이나 레베카, 존 프록터 등이 마녀재판에서 유죄가 되면 그들의 재산이 모두 압류된다. 그럼 언제나 그들의 땅을 노리던 푸트넘이 헐값에 넘겨받겠지. 애비는 존에게 복수하고, 나머지 소녀들은 자신들의 죄를 숨기고 남에게 전가시킨다. 패리스 목사는 처음에는 동조했다가 이 모든 것이 자신을 무너트리게 될 것을 알고 바로잡기 위해 노력한다. 헤일 목사는 순수하게 성찰하지만 결국 모두를 구하지는 못한다.


극 중에서 애비게일과 소녀들이 희생양의 이름을 외치는데 정말 섬뜩했다. 이 장면은 조지프 매카시가 아무 증거 없이 사람들을 공산주의자로 몰아간 것과 유사했다. 매카시 사후 밝혀진 명단은 159명이었는데 이 중 9명만이 스파이로 밝혀졌다고. 


인간은 이성적이라고 하지만 상황과 감정에 많이 좌우된다. 누군가에게 동조하여 희생자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기합리화와 자기기만으로 죄책감을 덮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사람은 또한 뉘우치고 책임을 지려는 존재이기도 하다. 아서 밀러는 이 극을 통해 인간의 추악함을 드러낸다. 우리는 각자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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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04-27 11: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낯익은 건물이 보여 반가웠어요. 저도 지난 달에 무용 공연을 보러 갔다왔어요. 자주 가려 했는데 잘 안 됩니다. 좋은 관람을 하셨네요. 다른 곳에서 뮤지컬을 본 적 있는데 세 시간짜리라 힘들더군요. 연극은 예전에 본 기억만 있네요. 앞으로 연극 관람을 자주 해야겠습니다. 인간은 감정의 지배를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꼬마요정 2025-04-27 22:04   좋아요 2 | URL
저는 정말 오랜만에 예당엘 갔어요. 2023년 8월에 뮤지컬 <그날들> 본다고 갔거든요. 연극 <시련> 정말 좋았답니다. 올 초에 부산에서 했던 <벚꽃동산>을 놓쳐서 아쉬웠는데 이 극은 볼 수 있어 다행이었어요. 정말 인간은 감정의 지배를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희선 2025-04-28 0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시간이나 하는 연극이었는데 그 시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 않았나 봅니다 여러 사람이 한사람을 공격하는 건 지금도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네요 한사람이 정말 잘못이 있을지, 그런 건 알기 어려울 것 같기도 한데... 옛날엔 억울한 사람 많았을 것 같기도 합니다


희선

꼬마요정 2025-04-29 15:27   좋아요 1 | URL
세 시간인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답니다. 긴장감이 장난 아니었어요. 내용은 힘들고 비극적이지만 재밌었습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인간 세상은 그런 면에선 비슷한 것 같아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거요. 정말 완벽하게 착하고 죄 없는 사람은 없겠지만요. 죄 지은 사람들이 지은 죄보다 더 큰 벌을 받는 건 참 억울하겠습니다.

minjsca 2025-05-05 1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았어요. 배우들의 연기잔치가 정말 좋았어요..물리적인 3시간이 길었다기 보다는 인간의 광기..아니라는것을 집단적으로 모른체하면서 상관없는 누군가를 마녀로 몰아가는집단광기를 보고있기가..괴로웠어요. 여전히 현실에서도 존재하고 너무 괴로워 나가고 싶을정도로..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합니다

꼬마요정 2025-05-06 22:30   좋아요 0 | URL
정말 연기잔치였어요. 저도 무대를 가득 채운 광기가 힘들었어요. 어우 저 옛날부터 지금까지 인간은 그다지 변한 면이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여러 번 보기는 힘들 극이었어요.
 
달의 뒷면을 걷다 순정만화 X SF 소설 시리즈 3
전혜진 지음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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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만화xSF소설' 컬래버레이션의 마지막 작품이다. 권교정 작가의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와 전혜진 작가의 만남으로 <달의 뒷면을 걷다>가 탄생했다.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에서 2092년 거대 함선 우주정거장 '디오티마'가 완공된다. 이 이름은 천재 과학자이자 이 우주정거장을 만든 csc(우주철도공사)의 회장인 스카 지니어스와 그의 쌍둥이 형제 루이스 지니어스가 붙인 이름이다. 26년 전 최악의 우주선 사고 때 자신들을 구해 준 존 H. 서얼 선장의 별명 '디오티마'에서 온 것이다. '디오티마'는 달의 뒷면을 보고 싶어했던 플라톤의 <향연>에 나오는 지혜로운 인물 또는 휠덜린의 소설에서 휘페리온의 연인이자 조화의 상징이다. 


이 거대 함선 우주정거장 '디오티마'의 역장을 취임한 사람은 스물여섯 살의 나머 준이다. 진화하는 영혼 디오티마의 새로운 육체인 그는 앞선 생에서 존 H. 서얼 선장으로 살았고 2천 년의 세월을 지나온 인물이다.


나는 이 만화를 단행본 1권까지만 봤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장면은 부역장인 지온이 헐렁해보이는 나머 준이 매일 이 거대한 함선을 둘러본다는 것을 깨닫는 부분이다. 나머 준이 때때로 헐렁하게 보이고 어딘가 모자라 보이기도 하지만 언제나 정확한 지시를 내리고 이 넓은 정거장을 매일 다 둘러봤다. 그녀가 가진 비밀은 무엇이고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는 걸까.


전혜진 작가가 되살려 낸 나머 준과 지온은 아주 자그마한 이야기로만 나오지만 반가웠다. 존 H. 서얼의 영혼을 알아봤던 '영혼감별사' 아서 우코의 손자인 라테라사를 자신들이 데리고 있을 수 있었던 이유를 말하는데, 그것은 아주 뒷 이야기. 이 책의 주인공은 바로 아서 우코의 손녀인 디오티마 우코이며 그녀가 달에서 '월인'인 자신의 '종'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지구의 폐기물 쓰레기장이 되어버린 달의 뒷면은 쓸쓸하다. 지구에서 보이는 쪽이 지구인의 환상을 깨트리지 않도록 각종 공장이나 쓰레기장은 달의 뒷면에 만든 것이다. 애초에 달에서 태어난 디오티마는 몇 안 되는 월인이며, 자신이 태어난 곳이 지구의 부속품처럼 여겨지는 것에 분노했다. 


끝없이 아득하게 펼쳐진 미래를 홀로 걸어야 했던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의 디오티마와 <달의 뒷면을 걷다>에서 디오티마의 이름을 가진 디오티마는 알 수 없는 미래를 응시한다는 점에서 닮았다. 2천 년 전 달의 뒷면을 보고 싶었던 디오티마는 지금 달에서 태어나 달의 뒷면을 보는 디오티마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어떤 존재라도 다른 존재의 도구로만 여겨지는 것은 잘못된 것일테니.   


이런 연속 기획물이 계속 나오면 좋겠다. 그리고 권교정 작가님이 건강하시면 좋겠다.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는 완결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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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4-26 1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무슨 잡지에선가 디오타마를 본 기억이 나는데 이 만화 완결되었는지 무척 궁금해 집니다.

꼬마요정 2025-04-26 21:45   좋아요 0 | URL
아직 완결 안 된 걸로 알고 있어요. 작가님 건강이 안 좋다고 하더라구요. 얼른 건강해지시면 좋겠습니다. 그나마 저는 권교정 작가님 단편집 몇 개 가지고 있는데 내용이 참 좋답니다^^
 

나는 유튜브로 주로 뉴스를 보거나 날씨를 보거나 괴담을 보는데, 문득 이런 영상이 떠서 눌러봤더니... 너무 웃긴 거다. 와, 요즘 정말 재미있고 유쾌한 사람들이 많구나 싶었다. 아, 두릅 먹고 싶다. ㅋㅋㅋㅋㅋㅋ


출처 : 농러와TV 농림축산식품


하루에도 몇 번씩 본다. 기분이 너무 좋아진다. ㅋㅋㅋㅋㅋㅋ


 이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성공한 인생도 실패한 인생도 없다. 오직 내가 경험한 인생만 있을 뿐이다. 지금 경험하고 있는 인생이 내가 좋아하는 것인지, 좋아하지 않는 것인지의 차이만 있다. (218쪽)


저 두릅송을 만든 사람은 분명 자신의 일을 즐기는 사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나도 즐겁고 행복해졌다고나 할까.

저 악어 어쩔... 아, 애들 말로 킹받아 ㅋㅋㅋㅋㅋ





지구에 참 많은 훌륭한 분들이 다녀가셨건만 세상은 왜 이런 걸까. 모두 서로를 사랑하고 포용하고 용서하고 그렇게 살라고 가르치는데 그것만 잘 못하는 것 같다. 어째서 인간은 미운 것도 많고 함부로 하는 것들도 많은 걸까. 


회두시안(回頭是岸), 즉 고개를 돌리니 극락이 있다고 한다.(201쪽) 고개를 돌리는 행위가 있어야 비로소 바뀔 수 있다고. 누구나 죄를 지을 수 있지만 그 죄를 진심으로 참회하고 속죄하고 바르게 살려고 노력한다면 바로 그 자리가 극락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왠지 저 말이 너무 와닿아서 계속 되뇌였다. 회두시안.... 회두시안... 요즘 내 마음 상태가 그런가 보다.


제철농산물 두릅 좋아요!!

성공한 인생도 실패한 인생도 없다. 오직 내가 경험한 인생만 있을 뿐이다. 지금 경험하고 있는 인생이 내가 좋아하는 것인지, 좋아하지 않는 것인지의 차이만 있다.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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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5-04-17 02: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봄엔 두릅 맛있어요.
꼬마요정님 좋은밤되세요.^^

꼬마요정 2025-04-17 14:06   좋아요 2 | URL
두릅 맛있죠!!
오늘 부산은 날씨가 우중충합니다. 제가 사는 동네엔 비도 오락가락 하구요.
서니데이 님 계신 곳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아마 저녁에 알려주시지 않을까 합니다.
오늘 하루도 힘 내세요!!^^

카스피 2025-04-17 2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릎이 맛있긴한데 은근 비싸서 지주먹기 힘들어요.요정님 즐밤 보내셔요.

꼬마요정 2025-04-19 22:55   좋아요 0 | URL
맞아요. 두릅이 비싸긴 하더라구요. 근데 저 악어 보면서 자꾸 많이 사서 나눠먹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 중입니다. ㅋㅋㅋ
카스피 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책읽는나무 2025-04-18 1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릅철 딱 맞는 광고네요.ㅋㅋㅋ
근데 두릅 넘 비싸서…ㅜ.ㅜ
가격만 좀 내려준다면 저 악어처럼 춤 추면서 먹을텐데 말이죠.
장 보러 가서 두릅 나물 보면 이제 요정 님이 올려주신 저 악어가 생각날 것 같네요.ㅋㅋ

꼬마요정 2025-04-19 22:56   좋아요 0 | URL
가격 내려주면 악어마냥 몸을 흔들면서 막 사서 막 먹을텐데요 ㅋㅋㅋ 광고 너무 웃겨서 매일 보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저 악어 너무 매력적이에요!!!

희선 2025-04-21 0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개를 돌려야 하는데, 그러지 않을 때가 더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기 저기 둘러보는 여유를 가져야겠네요 성공하고 실패했다는 건 거의 다른 사람이 봤을 때가 아닌가 싶군요 다른 사람보다 자신이 어떤지 생각해야 하는데... 저도 잘 못하는군요


희선

꼬마요정 2025-04-25 13:14   좋아요 1 | URL
그렇죠. 역시 비교가 무섭고 슬픈 일인 것 같습니다. 제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살아야 할텐데 남들 눈에 좋아보이는 일을 하려고 하니 힘들어지기도 합니다. 참 어려운 일이에요ㅠㅠ
 
기억의 빛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5
마이클 온다치 지음, 김지현 옮김 / 민음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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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는 자기 악보의 특정한 악절들 옆에 schwer(슈베어)라는 단어를 적어 넣었다. '어렵다'는 뜻이다. '무겁다'는 뜻이기도 하다. (44-45쪽)


'슈베어'와 '워라이트(warlight)'는 이 소설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듯 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너새니얼의 아버지는 싱가포르로 발령이 났다. 아직 십 대인 레이철과 너새니얼을 집에 두고 어머니와 아버지는 싱가포르로 간다고 했다. 대신 보호자로 '나방'이 그들과 함께 하기로 했는데 부모님이 떠난 집에 '나방'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게 되었다.


'워라이트'는 전쟁 때 도시가 정전된 시간 동안 비상용 차량들을 안내하던 흐릿한 불빛을 의미한다.(105쪽 각주) 독일 폭격기가 영국 하늘에서 폭탄을 떨어트리는 동안 영국은 등화관제를 실시했다. 불빛은 공격 대상이었고 사람들은 불을 꺼야만 했다. 그리고 화약 등을 나르기 위해 밤길을 이용했던 요원들은 아주 희미한 불빛에 의지한 채 달려야 했다. 이는 너새니얼이 자신의 어머니인 로즈의 삶을 추적하는 것과도 비슷했으며 자신의 삶이나 자신의 삶에 영향을 주었던 나방, 화살, 올리브, 아서, 애그니스의 삶을 추적하는 것과 비슷했다.


어떤 것도 명확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하는 일, 어머니가 하는 일, 그들이 어디 있는지, 나방이나 화살이 무슨 일을 하는지 등등 말이다. 부모가 곁에 없는 동안 너새니얼은 학교가 아닌 다른 곳에서 아주 다양한 경험들을 했다. 그리고 애그니스를 만났다.


스파이를 다룬 소설들은 많다. MI6나 CIA, 모사드, KGB 등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뛰어난 능력으로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는 이야기들 말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달랐다. 스파이의 삶은 결코 화려하지 않았고, 안개에 쌓인 듯 모호했으며, 수많은 상처와 어쩔 수 없는 죄책감을 안고 있었다.


그가 온다면 잉글랜드 남자 같을 것이다...

내 죄는 여러 가지야. 


로즈는 돌아온 뒤 저 두 문장에 사로잡힌 것 같았다. 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이야기만 하던 로즈. 이엉장이 막내 아들이나 체스 천재 이야기를 하던 로즈. 팔에 있던 흉터만이 어쩌면 진짜 그녀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녀 역시 워라이트에 의지한 채 걷고 있었다. 목표는 명확하지만 가는 길은 잘 보이지 않는다. 길을 잘 안다고 믿지만 어떤 상황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로즈는 레이철과 너새니얼을 구하려 했지만 길은 어긋나 버렸다.


너새니얼은 레이철과 달리 어머니를 미워하지 않았다. 어쩌면 고양이를 잊어버렸던 것처럼 자신을 상처주는 일들을 외면했던 걸지도 몰랐다. 나방과 화살과 올리브가 준 관심과 사랑이 그의 마음을 충족시켜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너새니엘 앞에 있는 '슈베어'들을 치워줬기 때문일지도. 이제 너새니얼은 그들의 발자취를 더듬는다. 그 흔적들을 따라가며 자신이 외면한 진실을 깨닫기도 하면서 말이다. 


어쩌면 인생이란 그런 것인지도. 희미한 불빛을 따라가며 선택하고 슈베어를 만나고 후회하고 다시 선택하고... 가지 못한 길은 늘 마음에 남고 '힘든 일'은 결국 지나가기 마련이고 흐릿한 빛 속에서 아름답던 것이 사실은 무거운 과거라는 사실을 깨닫고야 만다.

말러는 자기 악보의 특정한 악절들 옆에 schwer(슈베어)라는 단어를 적어 넣었다. ‘어렵다‘는 뜻이다. ‘무겁다‘는 뜻이기도 하다. - P44

그가 온다면 잉글랜드 남자 같을 것이다...
"누가 어머니를 찾아올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만약 내가 알았다면 그렇게 물었을 것이다. "대체 무슨 끔찍한 짓을 하셨기에요?" 그러면 어머니는 이렇게 답했을 것 같다. "내 죄는 여러 가지야."라고.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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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4-13 2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파이로 사는 건 그렇게 쉬운 게 아닐 듯합니다 그런 사람한테 식구가 있다면 더... 어쩔 수 없이 그런 일을 해야 했던 걸지, 어떤 신념이 있어서 한 걸지... 자기 마음을 잘 모르고 하는 것도 있을 것 같습니다


희선

꼬마요정 2025-04-16 23:28   좋아요 1 | URL
너새니얼의 엄마인 로즈가 스파이가 된 건 자아를 찾기 위함일지도 모릅니다. 그저 아이를 낳고 집안일을 하며 살기에 로즈는 똑똑하고 야망도 있거든요. 넓은 세상도 보고 싶고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일을 하고 싶은 건지도요. 박진감 넘치는 그런 스파이물은 아니지만 뭔가 여운이 남는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