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니코라치우푼타 - 2022 제16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구병모 외 지음 / 강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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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에 오래 쓰던 전기밥솥이 고장나서 서비스 센터에 갔다. 그리고 기사님이 아주 충격적인 말을 했더랬다. "와, 고객님. 제가 10년 정도 이 일을 했는데 일 하면서 본 것 중 제일 오래된 밥솥이네요." 이 정도로 오래 일을 했으니 보내주라고. 부품이 없어서 못 고치니 새로 사라고. 결국 나랑 남편은 웃으면서 새 밥솥을 샀다.


이 책에 수록된 박지영 작가의 <쿠쿠, 나의 반려밥솥에게> 제목을 보자마자 우리를 웃게 했던 그 오래된 밥솥이 생각났다. 오래 버텨줘서 고맙고 또 장렬하게 간 우리의 쿠쿠가 말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다. 고령화 사회가 심화되지만 고령 환자는 가족이 돌보지 않으면 안 된다. 청년은 청년대로 천정부지로 오르는 집값과 좁아지고 있는 일자리 문턱을 넘기가 힘들다. 사회 안전망은 넓어지고는 있다지만 세상을 따라가지 못한다. 


구병모 작가의 <니니코라치우푼타> 역시 비슷하다. 이 이야기는 좀 더 직설적이다. 근미래의 어느 날, 중위연령이 60대이니 말 다했다. 초고령사회를 훌쩍 뛰어넘는 사회라고나 할까. 택시를 타면 기사님이 말을 못 알아들어 이상한 데로 가기고 하고 나이 오십이 되어도 직장에서는 여전히 막내인 경우도 많다. 그리고 치매에 걸린 어머니는 어린 시절 만났던 외계인 니니코라치우푼타를 보고 싶어 한다. 애증이 얽힌 모녀는 표현이 서툴고 어긋나기도 하지만 결국 서로를 사랑했다. 자주 그러하듯, 딸은 엄마의 사랑을 조금 늦게 깨달을 뿐이다.


심아진 작가의 <신의 한 수>는 인간인 내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이야기였다. 하지만 인간이 아닌 입장이라면 안타깝거나 아쉬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신'은 누구를 위해 존재할까. 인간만을 위한 건 아님이 틀림없지 않을까. 인간이 선의를 가지고 행한 일들이 모두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오지 않는 것을 보면 신의 조화이든 우연이든 인간이 우월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한낱 미물이라 생각했던 존재가 때로 인간에게 미친 영향이 클 수 있다는 점 역시 인간을 위해 세상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김혜진 작가의 <축복을 비는 마음>을 읽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청소일도 아무렇게나 하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 말이다. 가끔 일을 하다가 그냥 공장이나 편의점에서 아무 생각없이 몸만 쓰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다가도 그 일조차도 일머리가 없으면 못 한다는 걸 깨닫곤 한다. 그래서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다시 힘을 낸다. 어느 자리에 있든 상관없이 대부분의 일은 자기 마음에 달린 경우가 많으니까. 두 사람이 고단해도 기쁨을 느끼기를, 축복을 비는 마음이 가득해진다.


백수린 작가의 <봄밤의 우리>는 소설집 <봄밤의 모든 것>에서 읽었더랬다. 그때도 마음이 어수선하니 싱숭생숭했다. 타인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지만 가끔 서로를 이해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시간이 흘러 나 역시 그런 경험을 맞닥뜨렸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긋난 시간 속에서 그 마음은 그저 어딘가로 흘러가고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건 자신의 삶에서 나온다는 것을, 돈이나 지위가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된다.


장혜령 작가의 <당신의 히로시마>는 어딘가 흑백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디지털이 아닌 필름이 돌아가며 잔잔한 고백을 듣는 느낌. 피천득 선생님의 <인연>이 생각나기도 했다. 아사코와의 만남을 이야기 하며 세 번째는 아니 만났으면 좋았겠다는 그 이야기가 어째서인지 그녀에게서도 느껴졌다. 다만 차마 꺼내보지 못했다가 마침내 꺼내버린 기억은 미처 말하지 못한 후회가 서려 있었다. 히로시마의 원폭에서 조선인들 역시 어마어마하게 희생되었음에도 우리는 일본이라는 나라에만 집중한 것 같다. 


이기호 작가의 <어두운 골목길을 배회하는 자, 누구인가?>는 은근히 의뭉스럽다. 작가가 그날 본 사람은 과연 그 사람이 맞을까? 작가는 그 사람에게 따졌어야 했을까? 작가가 이야기를 쓸 때 어디까지 시대를 반영하고 고발해야 할까. 제인 오스틴을 비판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그 시대의 부조리함을 외면했다는 거였다. 그녀가 그린 세상에 비판과 풍자가 부족했나? 작가는 여전히 고민하고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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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2-01 01: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래된 전자 제품의 가장 큰 문제가 고장시 부품이 없다든 것이지요.특히 요즘 밧데리를 쓰는 제품들 예를들면 핸드폰 같은 경우도 제품 자체는 고장이 나지 않음에도 해당 배터리가 단종되어서 더 이상 제품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래선지 제품을 만드는 회사들이 대략 2~4년 사이에 제품이 고장나서 소비자들이 새로운 제품을 사도록 유도한다는 도시 전설이 있기도 하지요^^

꼬마요정 2026-02-02 14:20   좋아요 1 | URL
그저 도시 전설이기만 하면 좋겠어요. 확실히 기능이 많아질수록 고장이 잘 나긴 하더라구요. 지금 집에 있는 가전들 둘러보면 옛날에 샀던 기능 별로 없는 것들은 잘 쓰고 있는데, 기능 많은 애들은 교체했거나 수리한 게 많네요. 특히 선풍기요!!! 저는 버튼식이 좋더라구요. 역시 단순한 게 좋은 것 같습니다.

부품이 많이 들어가는 제품은 하나만 없어도 작동이 안 되니 부품 생산이 끝나버리면 진짜 버리는 수밖에 없겠더라구요ㅠㅠ

감은빛 2026-02-04 11: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사님이 칭친한 정도로 오래 쓰셨다니, 대단하세요.
그런데 저는 15년 이상 된 전기밥솥을 가지고 있어요.
중고를 선물 받은 것이라 실제로 얼마나 오래된 녀석인지 모르는데,
제가 받아서 한 1년 정도만 사용하고 그냥 놔두고 있거든요.
말 그대로 가지고만 있고 사용하지 않은지 14년 정도 되었네요.
본격적으로 에너지 활동가의 삶을 살면서
전기밥솥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거든요.

압력밥솥으로 밥을 하고, 스테인레스로 된 보관용 밥솥에 밥을 담아 보관합니다.
전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바꿨어요.

꼬마요정 2026-02-04 23:16   좋아요 1 | URL
우와 정말 유물 같은 밥솥이겠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전기를 이용하지 않는 방식을 선택하신 거 진짜 대단하세요. 저는 부모님이랑 살 때는 전기밥솥 보다는 압력밥솥 밥이 맛있으니까 압력밥솥으로 밥을 하고 전기밥솥에 밥을 보관했는데, 결혼하고는 남편이 요리를 해서 남편 뜻대로 하거든요. 남편은 전기밥솥에 밥을 하더라구요. 그리고 유리 용기에 밥을 나눠 담고 냉동실로... 어떻게든 전기를 사용하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