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님들 다 잘 지내셨나요?


저는 한동안 뜸했습니다.


올해 유난히도 실익없이 좀 바빴는데요, 그래서 운동도 많이 못했고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단순히 체력이 떨어지고 힘이 없는 게 바쁘고 운동도 못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설상가상 살도 계속 찌는 거예요. 저는 10년에 1~2키로 찌거든요. 그래서 몇 달 사이에 2키로나 쪄서 도대체 얼마나 먹은거야 싶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톤은 보름 전부터 목에 생긴 혹을 무심결에 어루만진다. 그러다 폴로셔츠 깃으로 가린다. 우주에서 가장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아픈 것이다. 사람들은 걱정하며 당신을 집으로 돌려보낼 것이다. 혼자 갈 수는 없으니 두 명이 더 동행할 테고, 그 두 명의 임무를 중단시킨다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짓이다. 안톤은 전담의나 동료들에게 이 사실을 말하지 않을 생각이다. 부디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으면 한다. 목 아래 움푹 들어간 곳에 체리만 하게 튀어나온 혹은 아무런 통증도 없다. (162쪽)



저도 안톤처럼 턱 밑에 혹이 있었거든요. 생긴 지 제법 됐는데 통증이 없으니 별 생각이 없었는데 왠지 이거 때문에 몸이 힘든가 싶었습니다. 그래서 주변에 물으니 모두 갑상선을 이야기해서 갑상선 병원 추천받아서 갔더랬죠. 의사 쌤이 거기 갑상선 아니라고... 일단 초음파는 찍었는데 턱 밑 종물이 크기가 1.6센티로 크고 불균질해서 큰 병원 가라고 의뢰서를 적어주셨습니다. 이비인후과를 가야한다네요. 


그래서 양부대 갔죠. 거기서 심전도 검사하고 세침검사 하고 CT 찍고 엑스레이 찍고 피검사 하고 등등 했습니다. 그 와중에 길을 잘못 찾아서 병원을 헤맸더랬죠. ㅋㅋㅋㅋ 여튼 양성이지만 수술을 해야한다고 해서 수술일정을 잡고 병원에서 5일을 있었네요.


수술 당일 좀 힘들었고 나머지는 아주 좋았습니다. 저는 병원 밥 좋아해서 밥도 다 먹었구요. 수술 하고 나서 나온 죽도 다 먹었어요. 목구멍이 아픈데 그걸 기어코 삼켰네요. 다행히 미각 손실을 없는가 봅니다. 아니, 다들 병원밥 맛있다고 하니까 미각에 문제가 생긴 거라 하긴 하던데...ㅋㅋㅋ


아침에 수쌤은 올 때마다 누워있다고 좀 움직이라 그러고 저녁에 간호사 쌤은 혈압이 너무 낮으니 움직이지 말고 다리 올리고 누워 있으라 그러고 그랬습니다. 혈압이 많이 낮긴 해서 간호사 쌤들이 번갈아 혈압 재러 와서 심심할 틈이 없었네요.


병원에 있는 덕분에 책 많이 읽었네요. 하루에 한 권씩 읽었습니다. ㅋㅋㅋ 따뜻하고 밥 주고 약 주고 하면서 관리 받아서 무슨 호텔인가 싶기도 했네요. 그래도 퇴원을 위해 열심히 먹고 시킨대로 했습니다. 귀여운 의사쌤 1과 귀여운 의사쌤 2가 설명도 잘 해줬구요. 배액관도 안 아프게 잘 제거해주더라구요. 며칠 머리를 못 감았더니 미칠 것 같아서 드라이 샴푸 사서 뿌렸는데 나쁘진 않았지만 물로 감고 싶더군요. 퇴원날 물 들어가도 된다길래 방수테잎 사서 붙이고 머리 감고 나니 피가 철철... ㅋㅋㅋㅋㅋㅋ 다시 외래병동 가서 지혈하고 퇴원했습니다.


집에 와서도 신나서 좀 움직이면 피가 철철... 옆에서 남편은 호들갑 떨길래, 당연히 구멍 내서 관을 꽂았는데 피가 나지 않겠냐며 지혈이나 해달랬죠. ㅋㅋㅋ 수술은 제가 했는데 남편이 병자 같았어요. 


고양이들 때문에 왔다갔다 한다고 힘들었을 거예요. 그래도 저는 팔다리를 다 쓸 수 있어서 굳이 간병인이 꼭 있을 필요는 없었어요. 그리고 수술 후 아픈 부위를 보니 그동안 피곤해서 아팠다고 생각한 부위였네요. 편도가 부은 줄 알았고, 어금니들이 아픈 것도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 줄 알았고, 자주 미열이 올랐던 것도 그냥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다 이 침샘종양 때문이었어요. 


요거 제거했더니 정말 몸상태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다행히 수술 후 떼어낸 덩어리가 다형종물? 어쨌든 암이 아니었어요. 주변에 의료인이 많아서 결과를 미리 알 수도 있었는데 안 그랬어요. 좋으면 다행이지만 만약 암이면 미리부터 걱정해야 하니까요. 동생이 검사했을 땐 미리 알려줘서 안심시켰는데 막상 저는 암것도 안 했네요. 그래도 입원하니까 오랜만에 친구도 보고 그랬네요. 제 몰골이 퉁퉁 부어있긴 했지만요. 제 여동생은 부위가 목이다보니 진짜 아파보인다고 하더라구요. 심지어 제 여동생은 저보다 심한 암이었는데 별 표시가 안 났거든요. 계속 언니가 더 아파보인다면서 막 웃었네요.


이게 모두 10월 말부터 12월 말 두 달 사이에 일어난 일입니다. 본래 느긋한 성격이라 그냥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요. 큰일이 아니어서 다행이네요. 생각보다 책 많이 읽었습니다. 드라마도 좀 보려했는데 에어팟이 똑또로롱 하면서 배터리가 빨리 닳아서 한 편 보고 충전하고 하는 게 너무 귀찮더라구요. 그래서 덕분에 책만 팠습니다. 남편이 짐 쌀 때 병원에서 책 뭐 그리 많이 본다고 막 머라하더니 결국 읽은 책 들고 가고 다른 책 들고 오고 그랬네요. ㅋㅋㅋ


의사쌤한테 주짓수 해도 되냐니까 한 달 있다 하면 된다는데... 아무래도 의사쌤이 주짓수가 어떤 운동인지 모르시는 거 같아요. ㅋㅋㅋ 어제 도장 놀러갔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한 달만에는 못 할 것 같아요. 목인데 초크나 삼각조르기 같은 거 걸리면 죽겠는데요. ㅋㅋㅋㅋ


요새는 의료기술이 엄청 좋아져서 실로 꿰매지 않고 본드로 붙이는군요. 신기했습니다. 30년 전에 화상흉터 피부이식 할 때는 실로 꿰매고, 20년 전에 화상흉터 치료 할 때는 레이저인지 토치인지 막 지지던데 이제는 본드네요. 신기합니다. 오랜만에 전신마취하고 수술대에 올랐네요. 예나 지금이나 그닥 심각하지 않은 꼬마요정입니다. 


모두들 건강하세요!!! 저도 건강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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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5-12-27 17: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안녕하세요 고생 많으셨네요 무사히 회복 잘 하시길 기원합니다 연말 잘 보내시길요!

꼬마요정 2025-12-27 17:5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서곡 님도 연말 행복하고 따뜻하게 보내세요^^

감은빛 2025-12-27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마요정님, 턱에 혹이 있었다면, 평소에 많이 불편하셨겠어요. 무사히 제거해서 다행입니다. 병원에서 잘 지내셨다니, 부럽네요. 저는 예전에 병원 생활이 정말 힘들고 지루했거든요. 하루라도 빨리 퇴원하고 집에 가고 싶어서 다 나아가고 있다고 의사에게 엄청 강하게 어필했었어요.

요즘 세상에 주짓수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잠깐 들었다가, 아니 모를수도 있지 했어요. 그러게요. 한 달 후에 주짓수라니. 꼬마요정님 아무리 운동하고 싶어도 좀만 더 참으심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