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남자
박윤후 지음 / 영언문화사 / 2000년 9월
평점 :
절판


끝없이 펼쳐진 사막 한 가운데 무릎을 꿇고 앉아 수통을 꼭 쥔 채 자고 있던 실버레인... 정은우. 은우라는 이름을 영어로 풀었더니 실버레인이란다. 하지만 실버레인이라는 이름에서 나는 자꾸 은비가 내리는 나라가 생각 나고 괜히 다른 공상을 하게 된다. 어쨌든 레인은 우리의 여주이다. 그리고 사막에서 그녀를 발견하는 아랍의 멋진 왕자님은 아심과 앤드류. 앤드류는 곁다리이고, 주목해야 할 인물은 아심이다.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 강압적이면서도 남성우월주의자인 그는 전형적인 로설의 남주이다. 오는 여자 막지 않고, 가는 여자 잡지 않으며 대부분의 여자들이 선망의 눈길로 쳐다보는 것을 즐기지만 그들을 경멸하는... 사랑은 절대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오만함까지. 그런 그가 은우와의 계약에 휘말리며 '목숨을 불사하는 사랑'을 대가로 내놓아야 할 사태가 벌어졌다.

대학 입학식 날 사라져버린 은우. 단지 누군가가 부르는 듯해서, 타는 듯한 갈증을 이기지 못해서 한국을 떠나 유럽을 돌아다니다 아프리카의 사막으로 들어섰다. 한국을 떠나온 지 벌써 3년째이지만, 집에 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런 그녀가 사하라 사막에서 만난 아프리카 투아레그족의 우두머리인 아부의 손자들인 아심과 앤드류는 왕위 계승 문제로 심각한 문제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은우는 그런 그들과 계약을 한다. 앤드류의 약혼녀인 샤를르 대신 약혼녀 행세를 하는 것. 목숨을 걸 만한 일이었으나 목숨에 그다지 애착이 없었던, 아니 목숨을 잃는다는 걸 몸으로 느껴보지 못했던 그녀는 흔쾌히 그 일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대가로 장난스럽게 목숨을 불사하는 사랑을 달라고 요구한다. 처음엔 정말 장난으로 그 말을 했었지만, 어느 새 그 말은  자신에게 족쇄가 되어 돌아온다.

뭐, 둘의 로맨스를 그릴 때 좀 어색한 면도 있었고, 생각만큼 책장이 잘 넘어가지도 않았다. 마지막에 은우가 사랑해요라고 한국어로 적어놓은 쪽지는 괜찮았지만, 그 뒤의 뚱함은 무엇인지... 그냥 읽어볼만한 로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일화 - 단편
현지원 지음 / 청어람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대로국의 대들보인 한율. 그는 왕의 조카이자 뛰어난 군인이었다. 그는 권력에 관심이 없는 자유를 추구하는 무인이었다. 그런 그의 절친한 친우가 연나라 손에 죽었다. 그는 복수를 해야했다.

연의 마지막 공주 부용. 그녀는 버림받은 공주였다. 그녀를 낳다 죽어 버려 어머니라고는 머리카락도 못 보았고, 왕비를 목숨처럼 사랑했던 왕은 도저히 공주를 볼 수 없다 하여 그녀를 내팽개쳤다. 그러던 어느 날 왕은 그녀를 보러 왔고, 며칠 뒤 낙마로 죽었다. 덕분에 왕위를 차지한 부용의 숙부는 매일 연회에 사냥에 방탕하여 나라는 엉망이 되었다. 여전히 부용은 뒷방 신세였다. 그러다 연은 대로국의 침입을 받는다.

한율의 노예가 되어 대로국으로 끌려가는 부용은 끝까지 공주로서의 위엄을 잃지 않는다. 언제 죽어도 상관없을 목숨이었으나, 그녀를 보필하던 유모나 궁녀들의 안위 때문에 겨우 살아 죽음보다 더 한 고통 속에서 나라 잃은 설움을 맛보면서도 말이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잘 대해주는 한율에게 조금씩 마음이 가는 것을 어쩌지 못해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부용이었다.

주위의 여자들은 모두 자신을 경배하였다. 덕분에 여자들의 그런 시선에 익숙해 있던 한율은 자신을 벌레보다 못하게 쳐다보는 부용이 신선하면서도 언짢았다.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부용의 곁을 맴돌던 그는 심술도 부리고 오해도 하며 그녀를 쉼없이 괴롭혔다. 애도 아니고 사춘기 소년도 아닌, 한 나라의 당당한 대장군인 그가 한 여자를 상대로 심술을 부린다니 우습지 않은가. 사랑을 믿지 않는 남자들은 모두 이기적이다. 여자가 자기 자신만을 동경하고 사랑해주길 기대하면서 정작 그런 시선을 보내면 경멸하니 말이다.

뭐, 그럭저럭 읽었다. 가끔 아니다 싶을 때도 있었지만 제법 흡입력 있는 소설이었다. 하지만 읽고 난 뒤 한 번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고대를 배경으로 한 로설도 대충 다 읽었는데, 아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린 핑거
김경미 지음 / 영언문화사 / 2002년 6월
평점 :
절판


그린 핑거. 이상하게 그 사람 주위의 식물은 너무나 잘 자란다. 아마도 마음이 따뜻하고 사랑이 가득하여 식물들이 반응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여주인 시우는 자라온 환경에 따르면 비뚤어진 상처투성이의 아가씨여야 할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그녀에게 너무나 가혹한 현실이 되겠지. 그런 환경 속에서도 밝고 씩씩하고 당차게 살아가는 걸 보면 이미 복수는 이루어진 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사랑하는 찬혁은 그녀를 상처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어린 시절부터 계속된 폭력은 여러 사람의 인생을 망친다.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이나 당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 친구들 모두 그 폭력의 피해자가 된다. 게다가 부모라고 해서 자식을 마음대로 휘두르며 맘에 안 든다고 (훈육이 아니라 단지 자기 말대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때릴 수는 없다. 동물에게도 그러지 않는데 하물며 상대가 사람임에야. 그런 면에서 시우의 아버지는 이미 인간이기를, 부모이기를 포기한 인간 말종이었다. 돈을 보고 결혼하여 재산을 가로채고 여탐이 심하여 본처와 자식을 괴롭히고, 심지어 이혼하고 난 뒤에는 남은 딸 자식을 개 패듯이 패니 그게 어디 인간인가.

그런 그녀에게 가슴 깊이 새겨진 상처 하나 없다면 그건 거짓일테지. 그렇지만 그녀는 그 상처를 이겨내려 애쓰고 있었고, 무너질 때마다 찬혁은 기둥이 되어 주었다. 하지만 언제나 현실과 이상은 거리가 있는 법. 찬혁이 그토록 지켜주려 했던 시우와 너무나 사랑해서 불안하기까지 했던 찬혁. 두 사람의 사랑은 시련을 거쳐야 하는가보다.

든든한 버팀목으로 그녀를 지켜주었던 그에게, 그 끔찍한 과거로부터 벗어난 그녀에게 행복이 가득하기를...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날개 2005-10-05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은지 너무 오래되어서 잘 기억은 안나지만, 뭔가 조금 부족한 책이었어요.. 그래도 데뷰작이니 좀 봐줘야 하는 거겠죠? ^^

꼬마요정 2005-10-05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해서 별을 네 개나 줬지요~^^ 제법 재밌게 읽었어요.
 
청애 2 - 해오라기의 사랑
김경미 지음 / 캐럿북스(시공사)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야래향을 읽고 반한 작가 김경미. 그녀의 소설이라 아무런 의심없이 읽었다. 그리고 나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무협과 판타지를 섞어놓은 스케일 큰 소설. 한 여자와 한 남자의 사랑은 유구한 세월 동안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저 거대한 황하처럼 그렇게 끊이지 않고 서로에게만 고정되어 있었다.

단리 세가와 사황교, 정도의 문파들. 강호는 이렇게 세 가지의 세력으로 삼분되어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단리 세가의 가주 아사는 자신의 친우 남궁과 비랑, 유하의 삼각관계에 얽혀 심독을 맞고 죽음의 지경에 이르게 되지만 어린 시절 아버지께 받은 은린환 덕택에 목숨을 건진다. 그것도 아주 기묘한 장소에서.

아잔티스는 가딜 제국의 황제. 선택받은 자였다. 그의 곁에는 나이젤이라는 푸른 용이 항상 수호하고 있었고,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이른 그는 무예도 출중하였을 뿐 아니라 잘 생기기까지 했다. 그야말로 완벽한 조건이었으니 그의 곁에는 여자가 끊이지 않았다. 그런 그의 앞에 나타난 여자 아사. 둘의 운명은 서서히 얽히기 시작했다.

샤하닐. 무어 대륙에서 가딜 제국의 황제로 선택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팔찌. 아잔티스는 샤하닐 덕택에 드래건의 원조를 얻을 수 있었고, 숙부를 몰아내고 황제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구세력의 힘을 무시할 수 없었던 터라 서서히 함정을 파고 그들을 숙청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는데, 그런 시기 아사는 라샤하닐을 가진 채 그의 곁에 섰다.

라샤하닐. 황후로 선택된 자, 샤하닐을 가진 자의 반려만이 가질 수 있는 팔찌. 아사가 소중하게 간직해 온 아버지의 유품 은린환이었다. 이게 어째서 다른 차원의 세계에 나타났는지, 그것은 둘의 운명만이 말해줄 수 있는 진실이었다. 그와 그녀는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둘은 해오라기마냥 서로만을 바라보는 운명에 묶여 있었던 거다.

야래향에 로맨스가 좀 부족했다면 청애는 로맨스로 철철 넘쳐흐른다. 보는 내가 가슴이 떨릴 정도로. 아잔티스는 그의 사랑을 여과없이 아사에게 쏟아붓는다. 그 둘 앞에 놓인 현실이 너무나 가혹하지만, 아잔티스는 그 현실마저 뛰어넘으려 한다. 그의 그런 사랑은 어떤 때는 느긋하게 어떤 때는 강하게 아사를 흔들어 결국 심장을 손에 넣는다.

해오라기는 만 년을 사는 동안 단 한번 짝을 맞고 제 짝을 잃으면 피를 토하듯 구슬프게 울다 죽어버리니 그것이 서글픈 해오라기의 사랑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날개 2005-10-05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기대되는 책! +.+

꼬마요정 2005-10-05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었어요~^*^ 얼른 읽어보세요~~~^^ 로맨스 풍부하답니다.
 
흑화
성유나 지음 / 영언문화사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나의 님이 주군을 선택했으니, 나는 칼을 버리고 뭐 님이 가는 길에 꽃이 된다는 문구가 눈에 들어와 대뜸 읽었다. 선전만큼의 내용도 아니었지만, 무엇보다도 등장인물들 간의 어투가 영 거슬렸다. 조선시대면 그 시대다운 말투를 사용하던가, 어정쩡한 현대어와 섞여서 불편했고, 대화간에 '휴.., 에휴..'가 너무 많이 나왔으며, 끊고 이어지는 맥이 어설펐다. 대화간에 쉬어주는 맛도 있어야 하는데, 사연을 이야기하는데도 줄줄... 긴장이 확 풀려버린다.

내용은 다모와 비슷하다. 억울하게 반역으로 몰려 참수당한 양반가의 남매가 도망치다 헤어진다. 오라버니 일은 아버지의 친우의 집에서 몸을 숨기고 무예를 단련하며 살고 있고,  누이동생 월은 기억을 잃고 자객으로 살아간다. 기이한 인연으로 월은 흑화란 이름의 자객이 되어 자신의 정인에 목에  칼을 겨누지만, 결국 실패하고 만다. 그러나 그 일로 자신의 과거가 밝혀진다. 거기다 정조의 등장. 가슴 아프지 않은가. 정조는 18년간의 통치 끝에 독살당했는데... 그 뒤 르네상스를 꿈꾸던 조선시대는 마지막 빛을 잃고 자멸하고 마는 것을... 그러니 정조의 든든한 방패막이였던 그들이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기는 글렀지...

어찌 생각하면 내용은 참 가슴 아플 것도 같고, 재미있겠는데 그 내용을 어떻게 풀어나가는가..하는 데 따라 재미가 확 떨어져 버렸다. 책도 이쁘장하게 생겼는데.. 아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