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품은 달 - 하
정은궐 지음 / 캐럿북스(시공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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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추월에 이어 여러가지 사연들이 얽히고 섥힌 가운데 하나씩 그 정체를 드러내는 멋진 소설을 발견했다.

조선이라는 실제한 나라에 존재하지 않았던 왕을 내세워 조선에 있을 것 같지 않은 이야기를 잘 풀어냈다. 몇 몇 왕을 제외하고서는 왕권과 신권이 거의 대등하던 그 나라에 이훤이란 왕은 군사력을 바탕으로 외척들을 제거하며 왕권을 강화한다. 그 중심에 서 있던 사람이 단 하나의 운명인 연우였다. 어린 시절, 서신으로만 서로를 은애하던 훤과 연우는 권력욕에 사로잡힌 파평부원군과 대왕대비 때문에 가슴 아픈 이별을 하고 만다.

어떤 이가 붉은 실로 꽁꽁 매여 있는 그들을 갈라놓으려고 사술을 부리는가. 이미 맺어진 인연이 눈을 부릅뜨고 그 인연을 지키려고 하는데. 자신의 자리가 아님을 알면서도 그 자리에 앉았던 중전 윤씨가 불쌍할 따름이다.

민화공주 역시 탐내선 안 되는 이를 탐내여 모두의 운명을 엇갈리게 만들어 버렸다. 응석받이 어린 아이가 떼를 쓰듯 그녀는 미래를 내다볼 생각도 없었다. 아니 알면서도 외면했다고나 할까. 결국 그 이기심이 자신이 사랑하는 이마저 고통 속으로 밀어넣으니 그 사랑이 애처롭고 슬프다.

제목이 참으로 멋있다. 해를 품은 달이라니... 훤이 해라면 연우는 달이다. 언제나 다정하고 따뜻한 사랑으로 훤을 감싸는 연우는 어떻게 그 고통을 감내할 수 있었을까.. 그래도 그녀는 그 사랑을 보답받아 아름답다지만, 외사랑에 울고 웃던 설은 그 사랑을 승화시켜 웃음으로 막을 내렸다.

훤과 연우, 염과 민화공주, 운, 양명군, 설, 장씨 도무녀... 그네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 속에는 항상 사랑과 의리가 있었으니, 부디 모두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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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접 2
조윤주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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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소국 요란과 강대국 대하.

마치 조선과 명을 보는 듯 한 구도이며, 현대가 아닌 고대를 배경으로 할 때 자주 등장하는 모습이다. 뭐, 약소국이 가진 자격지심과 울분이야 말로 다 할 수 있겠느냐만은, 왕족을 그것도 현왕의 딸을 볼모로 달라함은 심히 모욕적인 일이다. 비록 그걸 왕녀가 자초했다고 해도 말이다. 물론, 사적인 감정을 공적인 일에 집어넣어 마음대로 한 건 강대국의 황자이고.

미려는 염을 사모했다. 그가 누구인지 몰랐기에. 하지만 그가 자신 앞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미려는 절망했고, 배신감을 느꼈다. 어느 여인인들 그러지 아니할까. 조선 말 자신을 구해 준 훤칠한 이가 사실은 이토 히로부미의 아들이었다.. 이런 충격이 아니었을까.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희생양으로, 아니 거미의 먹잇감인 나비가 되어 머나 먼 대하로 끌려간 미려는 살아남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염에 대한 마음까지 깨끗하게 지우길 바라면서. 하지만 사랑이 쉽게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모든 것은 오해와 질투, 사소한 잘못에서 비롯되는 것 아닐까.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보고, 상대를 미워하기 위해 행동하고.. 그러다가 후회하고...

마지막 장치로 나타난 염의 둘째는 너무 짐작하기 쉬워서 뭐...

그래도 행복해져야 로맨스 소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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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의 인장 2 - 깨어진 봉인
이준희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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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읽을 때만 해도 두근거리면서 마리스와 자라를 응원했다. 하지만 방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기에 두 권으로는 모자랐던가...

판노니아의 탄생은 둘째치고, 끊임없이 출생의 비밀 아닌 비밀 때문에 정통성에 목숨을 거는 자라는 뒤틀린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녀가 오로지 자신의 왕국만을 위하고 지키려고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자격지심이 사라지고 난 뒤에도 엘프리드나 마그다, 두갈에 대한 평가는 없었다. 게다가 너무나 온순해진 모습이라니...

사막의 나란토야에서의 나란토야와 비슷한 캐릭터인 자라.. 천방지축에 제멋대로이지만 순수한 영혼을 가졌던 나란토야와는 달리 음울한 기운으로 뒤덮인 자라는 아름다운 어머니를 눈 앞에서 잃고, 출생을 의심받고, 꼭두각시처럼 원로원에 의해 이리저리 휘둘리기만 한다. 그러나 언젠가는 인정받고야 말겠다는 굳은 의지를 가지고 있던 그녀는 마법의 숲에 일어난 원인 모를 산불로 인해 거대한 왕국을 잃고 피난을 다니며 스스로 설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가는데...

때마침 나타난 멋진 마리스. 그는 자라에게 사랑을 주지만, 그것이 사랑이란 것을 모르는 자라는 아니, 마리스에게 가진 자신의 마음이 사랑인지도 모르는 그녀는 마리스를 거부하고, 마리스는 애태운다.

제대로 사랑을 받지 못한 자라와 사명을 띈 마리스.. 둘의 로맨스는 좋았는데, 결자해지가 좀 부족한 것이 아쉽다. 위에 이야기 한 것처럼 엘프리드에 대한 재평가는 있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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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르 - 전3권 세트
이지환 지음 / 청어람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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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름만으로도 집어들만한 소설이었다. 사실, 내가 볼 때 화홍 이후 그만한 작품은 없는 듯 하다. 시대를 고대 쪽으로 잡는 게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 항상 카리스마 넘치고 제멋대로 하는 남주는 더 이상 별로다. 막무가내도 어느 정도여야지. 아무리 여주가 당차고 강단있다 한들 권력과 재력 앞에서 얌전한 고양이가 되어버리는 걸 어쩌나. 화홍의 경우 시대가 그러했기에 그게 먹혔다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남자만 바라보고 살라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각자의 삶은 각자가 꾸려나가는 거다. 사랑하는 사람만 바라보며 행복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사람도 있다. 나의 입장에서 타인의 행복을 평가할 수는 없을 뿐더러 강요할 수도 없다. 이 작품에서 남주는 항상 여주에게 무언가를 강요한다. 그게 그녀의 행복을 위함이라는 핑계로.

남주의 행복을 위한다는 게 더 맞지 않을까. 남주는 여주에게 집착하고 있을 뿐이다. 사랑의 어두운 면인 집착과 질투. 타인에 대한 배려는 어디로 갔는지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거기에 점점 끌려가는 여주.. 사건이 터지고 어느샌가 해피엔드다.

약간 지루하다는 느낌도 들었고, 지나치게 인도를 설명하는 것도 힘들었다. 뭐랄까.. 인도라는 공간이 가진 신비함이 사라져 버린다고나 할까. 우리와 다른 세계를 사는 인도인들의 이미지를 너무 가깝고도 약간은 진실에서 벗어나게 각인시켰다고나 할까.

3권.. 분량이 너무 많다는 것도 단점.. 흡입력이 부족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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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ll Love
이희정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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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만 살짝 봤을 때 제법 재밌겠다 싶어 집어든 책이었다. 하지만, 읽다가도 그냥 끝까지 읽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흡입력이 부족하다. 덕분에 그냥 건성으로 페이지를 넘기기가 일쑤였다.

서선이 승환에게 매이는 것도 어색하고, 룸싸롱을 개업하기까지도 너무 쉽고, 일건의 오만함이 깨어지는 것도 어설프다. 언젠가부터 로설이 재미가 없어진다. 슬프다.

어쩌면 두 권이었다면 재미있었을지도 모른다. 일건의 과거 이야기도 좀 더 극적으로 담고, 서선의 아픔도 좀 더 그려보고 (어릴 적 아버지를 잃은 상처) 영건이나 미자 이야기도 더 생생하게 이야기 했더라면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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