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속의 여인
리즈 칼라일 지음, 박희경 옮김 / 신영미디어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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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레이디 머서가 소문과는 다른 여자이기 때문에? 뭐, 진짜 그런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델라코트 경과의 염문은 거짓이라는 건 확실하다. 그리고 그 외의 남자들은....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모르겠고. 그보다도 콜과 조넷이 만나서 줄곧 느끼는 것은 유혹과 욕망, 기댈 수 있는 든든함.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졌다는 로맨틱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사실 그건 외국 로설의 특징이기도 하다. 항상 여주와 남주는 서로의 육체에 끌리고, 잠시 서로를 알아가는 동안 사랑에 빠진다. 여주는 그 사실을 일찍 인정하고 모든 것을 내주지만, 남주는 사랑 따위 난 하지 않아라는 뚱한 행동으로 둘 사이를 어렵게만 만든다. 여기서는 그렇지는 않지만, 둘의 지루한 자존심 싸움과 급작스런 욕망의 회전이 어리벙벙 짜증을 돋군다.

머서 후작부인, 킬더모어 여백작, 레지우드 여자작, 카로우 여남작, 던티스 여남작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조넷은 당당함과 자존심 때문에 사교계의 질시를 받아 온갖 염문에 휩싸이다 급기야는 살인 누명까지 쓴다. 물론 어떠한 물증도 없어 그녀는 무죄로 풀려났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녀가 늙은 남편인 머서를 살해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머서의 동생 제임스는 조카인 콜을 시켜 그녀를 염탐하게 하지만, 너무나 올곧은 그는 제임스의 청을 거절하고 순수하게 아이들을 걱정하는 마음에 그녀의 아이들의 가정교사가 된다.

처음 본 순간부터 그들을 전율케 한 것은 서로의 육체에 대한 욕망이었다. 조넷이 처한 상황을 생각해 볼 때, 욕망보다 기대고 싶은 연약한 마음이 들었다면 오히려 더 설득력이 있었을 터이지만, 작가는 콜보다는 조넷을 더 달뜨게 만들었다. 조넷은 끊임없이 콜에 대한 욕망에 시달렸고, 마찬가지로 강한 의지로 참고는 있지만 콜 역시 조넷을 원했다. 둘 다 서로에게 진지하고 싶었지만, 그 자존심 때문에 서로를 밀어냈고, 둘의 아픈 과거는 둘 사이의 관계를 평행선으로 만들었다.

결국 조넷은 그를 유혹하기로 결정한다. 사랑 없는 결혼으로 상처받은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려고 하지 않았다. 콜 역시 아내와 아이를 잃고 방황하다 자신보다 신분도 높고 평판도 나쁘지만, 진정한 그녀의 모습을 믿고 결혼을 원했다. 그러나 둘 사이에 놓인 머서 후작의 죽음과 델라코트 경, 그리고 제임스는 그 둘을 편안히 놔두지 않았다.

끝의 반전도 조금은 어이가 없기도 하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이 범인인 것보다는 훨씬 나은 결말이었다. 그다지 긴장감이나 박진감도 없었고, 그렇다고 애달픈 로맨스가 철철 넘치는 것도 아니었기에 그냥 그냥 읽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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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05-06-12 0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어머~~ 정말 감사합니다.^^
저야 뭐 늘 잘 지내지만... 님두 행복하시겠죠? ^^*

히피드림~ 2005-06-14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시는군요. 알라딘에 로설 매니아 몇 분 계신것 같아요. 저두 고등학교때 친구들이랑 쫌 읽었죠.

꼬마요정 2005-06-14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대학 와서 입문했답니다. 1,2학년 땐 죽어라 외국 로맨스만 읽다가 1년 공백기를 두고 작년부터 다시 죽어라 국내 로설만 읽고 있지요...^^
 
그대와 함께라면
린다 하워드 지음, 정성희 옮김 / 신영미디어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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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그리스 역시 가부장적인 요소가 상당히 강한 나라이다. 결혼 같은 큰 일은 반드시 집안의 허락이 있어야 하고, 아버지의 권위는 막강하기 그지없다. 그래서인지 니콜라스 콘스탄티누스는 상당히 권위적이고 오만한 남자이다. 그래도 뭐, 자신이 사랑 따위는 하지 않는다고 뻗대는 남주들과는 달리 사랑에 대해 진지한 면이 있으니 봐 주기로 하자. 그런데 문제는 그 '사랑'을 표현할 줄 모른다는거. 지 딴에는 사랑한답시고 온갖 소유욕을 불사르는데, 여주는 말 할 것도 없이 읽는 내가 보기에도 그건 욕망으로밖에 안 보인다. 게다가 사랑한다더니. 세상에, 사랑하는 여자를 정부로 둘 생각을 해? 미친 X. 욕이 절로 튀어나온다.

순결? 그러는 너는 어지간히도 순결한가 보구나. 질투를 유발하기 위해 자기를 좋아하는 여자나 이용하면서... 게다가 색시감으로 찍었다는 그 순결한 엘레나가 자기랑 결혼해 준다든? 혹시 아는가? 젊음을 누릴 자유를 줬다가 딴 남자랑 결혼할지... 만사가 다 자기 뜻대로 된다는 보장이 어디있담?

여주의 진심은 몽땅 거짓으로 보이고, 악의에 찬 소문으로 너무나 힘들어 하는 그녀의 내면은 보지도 못하면서 그는 끝까지 그녀를 붙잡고 마음대로 휘두른다. 정말 끝까지! 여주가 죽을 뻔 했는데도!!! 뭐야.. 당신? 여주더러 넌 매춘부니까 너랑은 결혼 안 해. 하지만 내 애인이 된다면 경제적인 지원은 해 줄게? 거기다가 자신의 재산에 손대지 않겠다는 계약서에 사인 하란다. 여기서 또 미친 X. 더 더욱 꼴불견인 건 청혼 해 놓고 혼전계약서를 작성하는데, 가관이다. 이혼 시 남편의 재산은 한 푼도 못 받는다. 위자료도 없다. 게다가 제시카가 전남편으로부터 상속받은 재산까지 지 꺼란다.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양육권은 오로지 남자에게만! 여자는 아이에 대한 어떠한 권한도 없다. 이 제안을 받아들임으로써 제시카는 자신의 사랑을 증명하려고 했지만, 어림없지.

제시카. 불쌍한 인생을 살아왔다. 고아원에서 자라서 18살에 76살인 억만장자 로버트와 결혼한다. 다들 돈 보고 결혼했다고, 더럽다며 난리를 치지만, 막상 진실은 다른 데 있다. 누구보다 제시카를 아꼈던 로버트는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결혼을 했을 뿐, 다른 건 없었다. 그리고 늙은 그가 죽자 제시카는 사교계를 떠난다. 그리고 문제의 니콜라스를 만나서 티격태격하는데.

거기까지는 좋다 이거야. 티격태격 서로 자존심 끝까지 세우기 정말 잘 한다. 둘 다 무슨 별 희한한 자존심 대결 한다. 그러나 어째서 제시카가 니콜라스의 그 정부 제안과 청혼의 조건 앞에 굴복하는가이다. 그렇게 드높은 자존심을 휘날리더니 정작 가장 자존심이 필요할 때는 수그린다. 도대체 뭐하자는 건지... 앞에서 실컷 도도한 척 다 하더니 꼬리 내리는 강아지가 되어버렸네. 그러면서 왜 그렇게 쉽게 용서하고 유야무야 넘어가는지... 온갖 상처는 혼자 다 받더니 임신으로 모든 게 끝인가? 절대 용서 못 해. 증오해..라더니.. 니콜라스가 미안하다는 둥, 제발 부탁한다는 둥의 말을 썼다고 바로 용서!

그래 둘이 잘 살아봐라~~ 에잇!!

왜 이렇게 열이 받냐고?... 너무 가슴 아프게 읽었는데, 너무 쉽게 끝나버리니까! 너무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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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5-27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좀 옛날 작품인가 봐요.. 저도 이 남주 때문에 속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꼬마요정 2005-05-27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안 그래도 날개님의 리뷰를 읽었다죠... 정말 가슴 아팠는데..흑흑 여주에게 보상도 안 해주고...ㅠ.ㅠ 그쵸? 하지만 재밌게 읽었어요~ 정말 감사해요. 날개님~~^^
 
낙화
박원숙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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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인 남자. 도화의 아버지는 부인이 있으면서도 이화, 도화, 하화, 설화의 생모를 놓아주지 않았다. 끝까지 어둠에서 손가락질 당하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그녀의 모습에, 꽃자매들은 사랑을 혐오하고 증오했다. 그들은 잘못된 사랑에 의한 희생자들이었고, 지독한 외로움에 사랑을 갈구하는 이들이었다.

진우는 사랑하는 아내 희수를 떠나보내야만 했다. 정략결혼으로 맺어졌지만, 진우는 그녀를 사랑했다. 그러나 표현할 줄 몰랐던 그는 희수의 첫사랑에게 그녀를 보내줘야만 했다. 도화는 남자를, 남자가 하는 맹세를 믿지 않겠다고 수천번 다짐했지만, 경후의 끈질긴 구애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를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품은 따뜻했고, 계속 속삭여주는 사랑의 밀어가 달콤했다. 스스로를 죄의 씨앗이라 생각하여 자신의 행동을 조심하고 또 조심하던 그녀가 외로움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경후는 도도한 도화를 넘어뜨리기로 친구들과 내기한 것이었기에, 비 오는 날 도화는 무참하게 버려졌다. 그 날 진우 역시 이혼을 결심하고 희수를 보내주었다. 전혀 모르는 사이였지만,  재즈가 흐르는 바에서 외로움에 허덕이며 서로를 갈구한 것은 어쩌면 너무나 애처로운 몸짓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그들은 그 밤을 서로에 대한 갈망으로, 각자의 상대를 증오하며, 떠난 그들에게 애원하며, 스스로의 처지에 대해 슬퍼하며 그렇게 서로를 위로했다.

그리고 그들은 각기 다시 만날 수 밖에 없었다. 대기업의 아들, 딸들인 그들은 아버지들에 의해 다시 만나게 되었고 강하게 끌리는 걸 느끼며 둘 만의 사랑을 가꾸어간다. 그러나 사랑에는 험난한 장애물이 있는 법. 그들이 다시 시작하는 사랑이란 것에 코웃음을 치며 채희와 경후가 방해한다. 상처 받는 것을 두려워 하는 그들은 결국 그들의 계략에 서로를 오해하고 상처주고 아파하며 마침내 곪은 상처가 터지듯, 그렇게 사랑을 표현하고 외로움을 표현한다. 그러나 둘의 성격 탓인지 절절한 로맨스는 없다. 다만 안타까운 시선과 몸짓, 느낌들이 나를 강하게 사로잡았다. 깊은 밤, 잠 못드는 이들에게 가슴 시린 로맨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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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묻다
가선 지음 / 영언문화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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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연은 신병을 앓았다. 내노라하는 양반 가문에서 태어난 그녀에게 굿을 한다는 건 집안에서 느끼기에 죽음보다 더 치욕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의 병은 쉬쉬하는 사이 깊어만 갔고, 너덜너덜해진 심장은 점점 느려지고 있었다. 그런 자신의 상태를 잘 알기에, 다연은 너무나 사랑하는 태인을 보냈다. 태인은 상관없었다. 오히려 함께 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데 아파했다. 남아있는 시간이 얼마 없다면 죽음이라도 함께 하겠다 결심한 그였지만, 다연은 그것을 거부했다.

얽히고 설킨 인연들 사이로 수많은 상처와 아픔이 오갔다. 사랑하지만 만날 수 없는 이들과 엇갈린 사랑으로 증오의 업을 키우는 이와 사랑받지 못한 가슴을 부여잡고 평생을 살아가는 이가 한데 엮어져 급기야는 무서운 결말을 가져왔다. 태인의 죽음 앞에 이성을 잃은 다연은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겉으로는 싫다 내쳤지만, 사실 속으로 얼마나 애태웠던가. 그런 그를 잃는다는 것은 생의 의미를 잃는 것이었다. 그랬기에 다연은 뛰어내렸고, 인연의 힘으로 시공을 넘어왔다. 다연이 현대로 넘어오자, 다연의 현생은 의식불명. 하나의 영혼이 계속해서 윤회하는가. 다연은 자신이 시공을 초월한 것이 무슨 뜻이 있을거라 짐작했고, 짐작대로 그녀의 역할은 얽힌 실을 푸는 거였다. 그리고 풀려버린 인연들은 이제 사랑만이 남고 모두 스러졌다.

그다지 긴박감이나 급박함 같은 건 없다. 그저 평이하게 읽을 수 있을 뿐. 얼음처럼 냉정한 루카스가 사랑을 느끼는 부분도, 차가운 성품의 태인이 사랑을 느끼는 부분도 평이하다. 감정의 격랑 따위는 없다. 그저 평이하게 평이하게 평이하게. 그리고 끝이 났다. 불멸의 연가를 보지 못했지만, 안 봐도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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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어떤 것
현고운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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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처럼, 사람은 각자의 인연이 있어서 자신의 반려를 만나 평생을 함께 한다. 그 인연을 알아보는 방법이 아마 상대방이 가지고 있을 본인에게만 느껴지는 1%의 어떤 것이겠지. 재인과 다현이 그러했던 것처럼.

다현은 우연히 어떤 할아버지를 도와주었기 때문에 재인을 만나게 되었다. 즉, 자신의 반려를 만나기 위해 인연의 힘이 작동하여 재인의 '대장'을 도와주게 된거다. 덕분에 둘은 만나게 되었지만, 상황이 좋지 않았다. 유산 상속이라는 물질적인 조건 아래 두 사람은 '진지한 교제'를 시작하게 되고, 다현과의 만남이 횟수를 더해갈수록 독불장군 재인은 점차 인간다워진다. 자신의 특별함 때문에 사랑을 꺼려했던 다현은 결국 재인의 배려와 사랑에 마음을 열게 되지만, 재인의 재력과 상속에 의한 계약이 둘의 사랑을 방해한다.

읽으면서 조연들의 인상이 강렬했던 점이 특이했다. 다현의 오빠인 서현. 모델 뺨치게 잘 생긴 얼굴을 가진 의사이면서 카리스마 넘치는 성격. 어떻게 생각하면 남주인 재인보다 더 멋진 캐릭터였다. 서현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도 꽤나 재미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 정도로. 다현의 친구인 현진. 한마디로 미녀다. 성숙한 아름다움을 가진 그녀는 다현의 절친한 친구이자 의사이다. 그녀는 재인이 다현에게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미인계를 써 보지만, 정작 그 미인계의 효력은 다른 사람에게 나타나 버린다. 태하와 현진의 사랑 이야기도 재미있을 듯.

전체적으로 유쾌하고 흥미로운 책. 따뜻한 오후, 나른한 시선으로 꿈을 꾸듯 읽어보아도 괜찮을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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