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연 2 - 일월지애, 완결
진해림 지음 / 발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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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삶의 이유가 되는 존재. 그 깊이와 무게는 되려 살아가는 힘이자, 그 삶을 포기할 수 있게 하는 어떤 것이었다.  

언제나 왕의 여자는 왕의 여자들이었다. 오로지 한 사람만을 사랑하고 한 사람만을 옆에 두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처럼 보였다. 오로지 한 사람에게만 뛰는 심장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말이다. 소중한 왕가의 혈통을 위해서라면 조건에 적합한 여인들을 비든 빈이든 들여야 했고, 원한다면 마음에 드는 여인들을 취할 수 있었다. 그리고 왕이든 비이든 빈이든 왕의 권력을 가지려 했다. 그 권력의 부스러기는 주변 사람들마저 잡아먹고, 결국 사람은 없고 왕과 왕의 여자들, 왕의 인척만 있을 뿐. 

그런 왕실의 삶 속에서 유미령은 왕을 사랑했다. 오롯이 왕만을 바라보고 왕의 사랑을 갈구했다. 자신이 사랑하는 왕의 맘 속에 다른 이가 있다고 오해한 그녀는 뒤틀리고 비틀린 질투심을 불태웠다. 그 여자를 죽여버리는 것으로. 

대가는 참담했다. 죽어가는 여자는 딸을 낳았고, 여자를 죽인 여자는 자신이 아이를 가진 것을 알았다. 죽은 여자의 딸과 죽을 운명의 여자의 아들은 어려서부터 부모의 애정을 받지 못했다. 한 쪽은 가해자의 아들이 되어 어떤 것도 인정받지 못하고, 다른 한 쪽은 죽은 여자를 잊지 못하는 아비로부터 딸임을 부정당한 채 아들이 되어서 말이다.  

둘의 만남은 필연이었다. 부모들이 남긴 인연을 끊어내기 위해서, 그 인연을 선연으로 바꾸기 위해서. 둘은 사랑할 수 밖에 없었다. 같은 외로움을 자아내고 있었으니. 하지만 사랑으로 둘이 함께하기에 둘 앞에 놓인 시련은 거대하게 덮쳐왔다. 

질투에 미쳐 공신의 아내를 죽인 폐비의 아들인 이지천우는 1왕자임에도 왕실에서 거의 버림받은 존재였다. 무얼해도 인정받지 못하고 그저 방황할 뿐. 그런 그에게 동생의 죽음은 그를 세자 자리에 올려놓았고,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했다.  

단월사휘. 여인이지만 남자로, 무인으로, 어전호위검으로 살아야 했던 그녀는 자신이 모시던 세자가 죽자 1왕자인 이지천우를 찾는다. 둘은 반감 속에서 만나 의무로 주종관계를 이어가다 사랑으로 맺어졌다.  

이 둘의 사연만으로도 충분히 아플텐데, 이 둘 사이에는 또 다른 인연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지율령과 서문강윤. 둘의 이기심과 어긋난 복수심은 얽히고 설킨 실타래를 더 꼬아서는 순수하지만 힘들게 사랑하는 이들을 괴롭히고 또 괴롭힌다. 정말 끝까지. 

어쩌면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일지도 모른다. 사랑하던 순간은 그저 꿈인 듯 그렇게 서로를 묻고 살아지는 대로 살아가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관계. 오해와 죄책감, 거짓말로 물든 관계. 그 꼬인 매듭은.. 푸는 게 아니라 잘라야 하는 걸지도 모른다. 다시는 서로를 보지 않도록, 붉은 실이 찬연하게 붉게 빛나도. 그래도 전부를 버려도 오직 한 사람만을 갈구하는 마음은 잘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상대가 없으면 자신마저 죽어버리는, 그래서 삶의 존재의 이유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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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06-06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대가 없으면 자신마저 죽어버리는... 크흑! 이 문장 완전 좋네요. 진정한 사랑이라면 저래야 겠죠. 아..가슴이 먹먹하군요.

꼬마요정 2011-06-06 23:50   좋아요 0 | URL
그래서 진정한 사랑은 찾기 힘든가봐요..
 
초혼사
정지원 지음 / 노블리타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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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옛날 옛날에 사악하고 못된 마법사가 있었다. 그는 아름다운 공주를 납치해 그의 성 깊숙한 곳에 가두었고, 왕은 공주를 그리워하며 공주를 구출하기 위해 많은 기사들과 마법사들을 보냈다. 그러나 사악하고 못된 마법사는 너무나 막강하여 아무도 공주를 구출하지 못했다. 불행히도 공주는 사악하고 못된 마법사의 성에 갇혀 하루하루를 두려움에 떨며 보내야했다. 그러던 어느 날 공주를 구하기 위해 나타난 사람은 다름아닌 검은 머리의 어린 마녀. 그녀는 자신을 초혼사라고 소개했다. 

그렇게 사악하고 못된 마법사, 카인은 아무런 해가 되지 않을 것 같은 어린 마녀 세로와 만났다. 너무나 뛰어난 능력을 가졌고 너무나 순수했던 마법사 카인은 의구심을 버리지 못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이 그녀에게, 연약하고 어린 그녀에게 끌리는 게 더 중요할 뿐. 

원하는 모든 걸 들어드릴게요.. 절 사랑해주세요 

그녀의 말에 그는 응답했다. 

널 위해 이 나라를 무너뜨려주마. 널 위해 학술원의 모든 사람을 죽여주마. 

그들의 사랑은 아름다우면서 잔혹했고, 신비로우면서 아팠다. 자말란과 세로가 누가 더 끔찍한 경험을 했는지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숨이 막혔다. 팔이 부러진 채 강간당해 본 적이 있다는 세로의 말은 경쾌하지만 무거웠다.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심장이 베여 증오를 넘어선 분노의 극을 보는 듯 했다. 사람이 죽는 모습을 보며 웃으면서 "좋아"라고 이야기하는 유년을 살해당한,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린, 자신의 감정조차 부서진 소녀는 가여웠다. 

권력자들이 바라는 그 능력 - 죽은 사람을 살려낼 수도, 산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 때문에, 한 사람의 보잘 것 없는 질투 때문에 그녀는 인생이 통째로 변해버렸다.  

카인. 너무나 순진하여 사람을 깊게 믿었던 그는 결국 거짓의 세계 속에서 거짓된 명예를 붙들고 있을 뿐이었다. 그가 생각하던 선함, 도리, 마법사의 길이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었던가. 그렇게 세상은 온통 거짓과 교만, 추악함에 뒤덮여 있었다. 

명예란 무엇이며, 신분이란 무엇이며, 권력이란 무엇일까. 복수는 무엇이고, 동정이란 무엇이며, 사랑이란 무엇일까.   

되게 평범하네..... 길거리를 지나가면 당신이 바로 그 예언의 인물인 줄 혹시 누가 알아보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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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06-09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우면서 잔혹하다..신비로우면서 아팠다. 이건 비단 소설에서의 사랑에 대한 표현보다도 현실의 사랑 역시 저 문장이 딱 맞지 않나 싶어요. ^^

꼬마요정 2011-06-09 01:00   좋아요 0 | URL
아아.. 삶은 표현하기가 힘들죠.. 사랑 역시 그러하구요.. 그런 감정의 모순이 더 사랑을 갈구하게 하는지도 몰라요..
 
주작의 제국 2 - 완결
원정미 지음 / 마루&마야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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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아무리 뜨악스럽다고 해도 몰입할 수 있다면, 그래서 한숨에 다 읽어버릴 수 있다면 그건 정말 멋진 일이다. 하지만 여주와 남주의 애정 자체에 공감하지 않는다면 읽는 내내 짜증이 날 수 밖에 없다. 이 책이 그러했다. 채현과 담덕의 사랑이 절절하게 느껴지지 않는 건 왜일까. 

사랑해선 안 되지만 사랑하게 된 두 사람은 절절할 수 밖에 없는 상태다. 서로의 신분 차이가 큰 데다 적국의 사람이다. 게다가 신물을 모시는 이는 함부로 사랑할 수 없다. 하지만 둘은 사랑한다. 그런데.. 그런데.. 전혀 애달픔이나 절절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제일 중요한 두 사람의 사랑이 엉망이니 책에 몰입이 안 되는 건 당연지사. 게다가 인연들이 완결지어지지 않는 듯한 느낌. 벌려놓은 일들을 다 마무리 짓지 않은 듯하고, 마고나 진무가 지나치게 역할이 축소된 듯 하다. 그리고 그토록 담덕에게 생명의 중요성을 역설하던 채현이 아버지의 원수인 진무를 향한 부담스러운 증오나 주작의 힘으로 쓸어버린 많은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도 부족하고.. 담덕, 즉 광개토대왕이 38세의 젊은 나이에 승천했다는 걸 알려주지도 않는다. 그러면 도대체 뭘 희생했는지 알게 뭐람.

고대를 배경으로 하는 데 여주의 이름부터 이질스러웠다. 채현이라니.. 그런 현대식 이름은 좀... 차라리 재연이라고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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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 - 하 - Navie
정선영 지음 / 신영미디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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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쪼개고 용을 불러내어 비를 부르는 춤, 파천무.

아주 먼 옛날, 용과 사랑을 나눈 처녀는 죽음을 맞이하고 용은 그녀를 잊지 못해 자신의 심장을 잘라 주고 긴 잠에 빠졌다는 슬픈 사랑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왔다.

약소국 금하국의 기빈.. 하늘이 내린 춤재주를 가졌다는 그녀는 결국 황후의 손에 죽임을 당하고 만다. 그리고 그 지독한 황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아비인 왕은 사랑하는 딸을 대국에 공녀로 보낸다. 여주가 겨우 열 둘의 나이로 머나먼 타국 땅으로 떠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대국인 무국의 황제 건은 당차게도 이름을 내려달라는 금하국의 공녀에게 무아라는 이름을 내려준다. 그리하여 황제에게 잊혀졌지만 살아남을 수 있게 된 그녀는 그저 무탈하게 살기만을 소박하게 바랄 뿐인데...

무아가 건에게 연정을 품는 과정이 전혀 애틋하지 않고 뭔가 생뚱맞아서 좀 아쉬웠다. 딱 한 번 보았을 뿐이다. 그리고 그냥 몇 년이 흘렀다. 무아가 황제인 건을 마음에 품기엔 뭔가 약하다. 좀 더 괜찮은 사건이나, 감정의 흐름선이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아니면 차라리 예랑을 좋아하다가 황제에게로 마음이 기울던가.. 그래서인가 1권이 끝나도록 나는 둘의 사랑에 집중할 수 없었다.

감정선은 약해도 스토리는 제법 탄탄하다. 여주에게 예정된 시련들이 애틋하기는 하지만 일단 중요한 주인공들의 애정에 몰입할 수 없으니 그 애틋함이 반감되고, 완전 만능인 왠 남색왕자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점점 쉬워진다. 마지막에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기는 하지만...

 파천무를 출 수 있는 일족에 대한 이야기가 없어서 아쉬웠다. 그 부분을 좀 비중있게 다뤘어도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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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2 - 완결
김인숙 지음 / 청어람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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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가린 달이라서 죽어야 한다니, 사비는 태어나면서부터 시련을 맞이하게 된다. 쌍둥이로 태어난 것도 불길한데, 공주가 왕자보다 먼저 태어나다니.. 지극히 불길한 이 일은 다행히 왕비인 연화에 의해 침묵으로 덮여진다. 사비를 강물에 띄워 버리게 되면서.. 처음부터 버림받은 그녀의 인생에 그닥 좋은 일은 없었다. 그나마 자신을 돌봐주고 귀이 여기던 양아버지가 죽고 나서부터는 가희와 어머니 뒤치닥거리에 하루도 쉴 날이 없었다. 겨우 열 살도 되지 않은 나이부터 해녀가 되어 잠일을 해야 했고, 배가 고파도 제대로 먹을 수도 없었고,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도 사랑한다 말도 못했다. 죽을까봐, 죽임을 당할까봐 사랑하면서도 도망쳐야 했고, 아니라고 외쳐야 했다.

애초에 고귀한 핏줄을 타고난 그녀가 가희에게 자신의 자리를 빼앗기고, 자신의 연인인 해율도 빼앗기고, 생명마저 위태로울 때, 살아남기 위해 그녀는 남자가 되었다. 그것도 양물이 잘린. 대상단의 단주로 단하가 된 사비는 그렇게 홀로 삶과 맞섰다. 그리고 모든 걸 버리고자 한 해율과 운명처럼 재회했다.

숱한 시련과 고난 속에서도 그들은 서로를 향한 인연을 거둘 수가 없었다. 남색이라고 손가락질 받아도, 눈 앞에 놓인 온갖 부귀영화도, 어릴 때부터 꾸어 온 광활한 대륙에의 꿈도 모두 미뤘다. 한 여인을 얻기 위해서. 오직 그 여인만이 자신의 심장을 뛰게 해 줄 수 있기에.

해율과 단하, 둘은 정말 파란만장한 사랑을 했다. 온갖 음모와 시련과 터무니없는 오해까지.. 그래도 그들은 서로를 지켰다. 끝내는 모든 걸 거머쥐게 되었다.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에서도, 산해진미와 금은보화가 가득한 궁 안에서도 그들의 사랑은 청초하면서도 맑은 향을 내는 난처럼 그윽하기만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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