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박원숙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이기적인 남자. 도화의 아버지는 부인이 있으면서도 이화, 도화, 하화, 설화의 생모를 놓아주지 않았다. 끝까지 어둠에서 손가락질 당하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그녀의 모습에, 꽃자매들은 사랑을 혐오하고 증오했다. 그들은 잘못된 사랑에 의한 희생자들이었고, 지독한 외로움에 사랑을 갈구하는 이들이었다.

진우는 사랑하는 아내 희수를 떠나보내야만 했다. 정략결혼으로 맺어졌지만, 진우는 그녀를 사랑했다. 그러나 표현할 줄 몰랐던 그는 희수의 첫사랑에게 그녀를 보내줘야만 했다. 도화는 남자를, 남자가 하는 맹세를 믿지 않겠다고 수천번 다짐했지만, 경후의 끈질긴 구애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를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품은 따뜻했고, 계속 속삭여주는 사랑의 밀어가 달콤했다. 스스로를 죄의 씨앗이라 생각하여 자신의 행동을 조심하고 또 조심하던 그녀가 외로움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경후는 도도한 도화를 넘어뜨리기로 친구들과 내기한 것이었기에, 비 오는 날 도화는 무참하게 버려졌다. 그 날 진우 역시 이혼을 결심하고 희수를 보내주었다. 전혀 모르는 사이였지만,  재즈가 흐르는 바에서 외로움에 허덕이며 서로를 갈구한 것은 어쩌면 너무나 애처로운 몸짓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그들은 그 밤을 서로에 대한 갈망으로, 각자의 상대를 증오하며, 떠난 그들에게 애원하며, 스스로의 처지에 대해 슬퍼하며 그렇게 서로를 위로했다.

그리고 그들은 각기 다시 만날 수 밖에 없었다. 대기업의 아들, 딸들인 그들은 아버지들에 의해 다시 만나게 되었고 강하게 끌리는 걸 느끼며 둘 만의 사랑을 가꾸어간다. 그러나 사랑에는 험난한 장애물이 있는 법. 그들이 다시 시작하는 사랑이란 것에 코웃음을 치며 채희와 경후가 방해한다. 상처 받는 것을 두려워 하는 그들은 결국 그들의 계략에 서로를 오해하고 상처주고 아파하며 마침내 곪은 상처가 터지듯, 그렇게 사랑을 표현하고 외로움을 표현한다. 그러나 둘의 성격 탓인지 절절한 로맨스는 없다. 다만 안타까운 시선과 몸짓, 느낌들이 나를 강하게 사로잡았다. 깊은 밤, 잠 못드는 이들에게 가슴 시린 로맨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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