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든 상태에서 사람을 죽일 수 있는가. 죽일 수 있다면, 그 살인은 유죄인가 무죄인가. 벤 프린스는 법심리학자이다. 그런 그가 정부로부터 비밀리에 의뢰받은 일이 있다. 바로 4년 전 일어났던 살인사건의 용의자인 안나를 깨우는 일이었다. 안나 오길비는 오두막에서 같은 회사를 운영하던 두 친구의 시체와 함께 발견되었다. 발견 당시 안나는 잠든 채였고 4년 째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엔 흥미로웠다가 갈수록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흐른다는 느낌을 받았다. 안나의 ‘체념증후군’이 사건의 핵심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으로 이끌던 일들은 산만하고 장황했지만 이것 역시 심리전의 일부인 것일까. 진짜 안나는 그 두 사람을 죽였을까. 정치인 어머니와 사업가인 아버지를 둔 안나는 어떻게 이 일에 휘말렸을까. 얽히고설킨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안나의 삶을 추적하는 벤과 안나를 돌보는 간호사 해리엇은 무사히 안나를 깨울 수 있을까. 깨어난 안나는 그들에게 진실을 이야기 해 줄까. 안나는 <인 콜드 블러드> 같은 글을 쓰고 싶어했다.(사실에 입각하기만 하면 소재가 끔찍해도 아무렇지 않은걸까) 결국 자신이 그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상황이 반가울라나. 이 이야기들을 어떻게 풀어냈을지 궁금했는데, 반전을 위한 반전 같아서 조금은 실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