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겨드랑이 속으로 숨어든다. 

                             

 

 

팀 아이텔 / Untitled (Observer) / Oil on canvas / 35x30cm / 2011

 

 

 

어느 블로거 曰 : 우파는 주로 자기계발서를 읽고, 좌파는 인문사회학'을 주로 읽는(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 잘나가는 몇몇 인문학(자의 책)이 답을 제시하지 못한 채 진영 논리에 빠져서 구룡산 뜬구름 위에서 뒷짐만 진다고 비판한다.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면 자기계발서'랑 다른 게 뭔가, 라는 주장이다. 개인적 판단을 전제로 하자면, 원래 철학이란 질문을 던지는 학문이지 답을 제시하는 학문이 아니다. 답을 구할려면 책을 읽지 말고 성경이나 불경을 읽어야 한다. 만약에 어떤 인문학서가 명쾌하게 답을 제시했다면 그것은 인문학서가 아니라 자기계발서'다. 자기계발서만큼 답을 분명하게 제시하는 책은 없다. 자기계발서의 특징은 실천하기 무척 어려운 것을 어이없을 정도로 쉬운 것처럼 말한다. ( ※ 지금 다시 읽어 보니 내가 그 블로거가 쓴 글을 오독한 거 같다.  그도 나와 같은 생각이다. )

 

" 남들보다 10분 일찍 일어나서 날마다 영단어 5개 외우면 10년 후 토익 만점 - 어때요, 참 쉽죠잉 ? " 은 명쾌한 답을 제시하는 것 같지만 터무니없는 말일 뿐이다. 하루에 영어 단어 5개 외우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 예외 상태 없는 지속적 추진력 " 이다. OECD국가 중 연평균 근로시간 1위 국가에서 일하는 한국 노동자'에게 아침에 10분 일찍 일어나서 영단어 5개 외우라는 조언은 뻔뻔해 보인다. 그것은 한 달 내내 강도 높은 잔업량 때문에 밤 12시가 넘어서야 일을 끝마친 봉제공장 여성 노동자에게 사장이 " 일찍 들어가서 편히 쉬어 ! " 라고 말하는 것만큼이나 뻔뻔한 말이다. 하지만 자기계발서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서 미션임파서블한 과제를 매우 쉬운 과제처럼 선동한다. 영어 단어 10만 개를 알아야 유창한 고급 영어를 할 수 있다는 말 대신 하루에 영어 단어 5개씩 외워서 10만 단어를 채우라고 한다. 

 

눈 가리고 아, 웅하는 식이다. 자기계발서는 어떻게 해서든 선명한 답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서 실천하기 어려운 해결책을 쉬운 답'처럼 포장을 한다. 자기계발서에는 답은 있다. 다만 실천이 어려울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답을 제시하지 못하는 인문학은 자기계발서'와 다를 것이 없다는 말은 오류'다. 모 블로거는 강신주를 비판하면서 마르크스'라는 지식 상품을 팔지만 답을 제시하지는 못한다는 측면에서 자기계발서와 같다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강신주는 답을 선명하게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완벽한 자기계발서'다. 다만 그가 제시한 대안을 실천하기에는 아스트랄하다. 자본주의를 거부하라, 라는 말은 아사 직전에 놓인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비만은 몸에 나쁘다고 격정적으로 말하는 것과 유사하다. 그가 말하는 바는 명쾌하다.

 

과소비를 조장하는 자본주의에 빠지면 비만이 된다, 살을 빼야 건강해진다, 루이비똥은 열량이 높은 과자'다. 과식의 주범인 냉장고를 버려라, 라고 말하면서 그 사이, 고개를 숙인 후, 방심한 틈을 타  주먹으로 어퍼컷을 팍, 끝 ! 문제는 대한민국 민중은 과체중'이 아니란 말이다. 상대적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부자병에 걸리지 말라고 하면 쉰소리가 된다. 아프리카 난민에게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빵'이다. 강신주는 노숙자를 수치심을 모르는 존재'라고 정의를 내렸지만 노숙자는 수치심이 없는 존재가 아니라 영토성'을 잃어버린 존재'다. 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 수치심 >을 찾아주는 일'보다는 < 곁 > 을 회복하는 일이다.

 

 

 

 

공식적인 하루의 시작은 아침이 아니라 자정 이후'다. 우리는 흔히 아침이 시작되어야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고 착각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어제 밤 12시 정각에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 ? 술을 마시고 있었다면 음주로 새날을 알딸딸하게 시작했고, 잠을 자고 있었다면 하루의 시작을 잠으로 시작했으며, 섹스를 하고 있었다면 섹스로 보람찬 하루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아침에 눈을 뜨면 이미 새로운 하루가 꽤 많이 지난 상태'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결국 하루란 밤에서 시작해서 밤으로 끝난다. 확장하면 인생이란 밤으로 시작해서 밤으로 끝난다. 이처럼 밤은 인생의 전부'다. 낮은 밤에 비하면 스끼다시'다. 그래서 이선희는 < 아름다운 강산 > 이라는 노래에서 아름다운 강산을 예찬하면서 노래 중간에 " 밤밤밤... 밤밤... 밤밤밤밤. 봐라, 봐라, 봐라 밤 !!!! "

 

이라는 강한 후크송'을 선보이지 않았는가 말이다. 이선희는 " 보아라, 이 찬란한 밤을 ! " 이라고 외친다. 그녀는 밤이 하루를 시작하는 활력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밤은 오묘하다. 이처럼 시작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의미는 차이가 난다. 사실 < 밤 > 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 공포 영화의 배경이 되면서 밤은 불길한 것으로 인식되고는 하지만 동전은 양면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밤이 아니었다면 수많은 문학작품은 탄생하지 못했다. 감성팔이 자기계발서'를 쓰는 작가에게 요구되는 감성은 인간에 대한 믿음, 사랑 따위'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문학이나 인문학을 하는 사람에게 요구되는 감성은 인간을 어느 정도 경멸할 줄 아는 " 다크하며 삐딱하며 삭힌 홍어처럼 훅, 뚫는 " 서정'이다. 인문학은 사실 인간을 탐구한다기보다는 인간이 짐승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경고하는 영역'이다. 

 

밤은 아름답다. 밤이 선생이다. 밤밤밤 밤밤, 밤밤밤, 봐라 봐라 봐라 밤 ! 

 

 

 

 

 

요즘은 한자 공부'를 한다. 아침에 일어나 하루에 한자 5개를 외우면 공자가 된다는 자기계발서에 홀려서 세운 계획은 아니다. 외운다기보다는 감상을 하는 쪽이다. 이 페이퍼를 쓴 이유는 [ 夜 : 밤 야 ] 라는 한자 때문이다. 조합을 보면 夕 : 저녁 석 + 亦 : 겨드랑이 액'으로 이루어진 형국'이다(라고 네이버 옥편이 친절하게 설명한다).  " 저녁과 겨드랑이 " 의 조합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지만 이 이질적인 조합이 묘하게 시적'이다. 시적 긴장은 이렇게 서로 다른 오브제가 충돌할 때 발생하게 된다. 저녁과 겨드랑이라. 곰곰 생각한다. 하루를 사람 몸 부위로 비유를 하자면 < 밤 > 은 겨드랑이'에 해당된다는 소리'다. 겨드랑이'는 곁'이다. < 앞 > 이 공적인 인간 관계를 다루는 장소라면, < 곁/옆 > 은 사적인 관계로 이루어진다. 앞에 있는 사람에게는 말을 하지만 곁에 있는 사람에게는 속삭이게 된다.

 

모든 속삭임은 곁에서 나온다. 그래서  곁을 지키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차지해야 할 자리'이다. 현대인은 편을 만드느라 곁을 잃어버린다. < 뒤 > 에는 많은 " 편 " 이 서 있지만 정작 < 옆 > 에는 " 곁 " 을 지키는 사람이  별로 없다. 밤은 그런 당신의 곁을 채우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 밤은 당신의 곁'이다 ! 그래서 밤은 속삭인다. 夜 라는 글자'는 참 많은 감성을 품었다. 동틀녁, 밤은 겨드랑이 속으로 숨어든다.  잠시,  사라졌다가 해질녁이 되면 다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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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4-03-15 0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번 글 읽고 지금 뒤집어지는 중. ㅎㅎㅎ
울적했는데 좀 풀렸습니다. 잘 자요. 밤밤밤 밤밤, 밤밤밤, 봐라 봐라 봐라 밤 !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5 03:27   좋아요 0 | URL
새벽 님도 밤을 좋아하시는 분이세요. 역시... ㅎㅎㅎ

밤하늘의별소리 2014-03-15 0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밤이 선생이다> 책 되게 좋아해요.. !! 특히 [김연아가 대학생이 되려면]이라는 글을 읽고는, 아 .. 정말 황현산선생님처럼 생각해주는 어른이 있어서 행복하다.라고 생각했지 뭐예요 ^^;

전 오늘의 시작을 기분좋게 끊은것이었군요, 라고 말하지만 사실 왠지 또 잘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5 04:38   좋아요 0 | URL
저는 아직 이 책을 읽지 못했씁니다. 일던 책 읽고 나면 펼칠 생각입니다.
김연가가 ... 고 부분 생각해두었다가 집중해서 읽도록 하겠씁니다.
어른이 있어야 하죠. 그래야 세상이 아름답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른이 되느냐 꼰대가 되느냐의 차이...
우리 어른이 됩시다.

마립간 2014-03-15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파는 주로 자기계발서를 읽고, 좌파는 인문사회학'을 주로 읽는(다고 한)다. ; 마립간 식으로 풀이하자면 우파는 '사람과 쥐' 우화의 첫째 아들이고, 율곡 이이 사고방식이죠. 좌파는 세째 아들이고 퇴계 이황 사고방식입니다. 저의 사고는 둘째 아들과 남명 조식 사고입니다. (순수하게 남명은 아니고 퇴계가 조금, 율곡이 미미하게 섞였습니다.)

수치는 우파의 사고 방식입니다. 그 결과의 하나는 살인과 자살입니다. 노숙자가 살인과 자살을 하지 않았다면 수치(심)는 없다(기 보다 적다)는 판단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수치대신에 죄의식(과 같은 다른 것)이 있겠죠. (강신주씨의 책은 아직 안 읽었습니다.)

유태인들의 하루는 저녁부터 시작합니다. 어둠이 밝음으로 변화하는 직선적 사고방식의 결과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5 13:57   좋아요 0 | URL
우, 유태인은 정말하루를 저녁부터 시작합니까 ? 오, 뭔가 살펴보아야겠군요....

+

딴지는 아니구요. 수치'가 우파의 사고 방식'이라는 말씀에는 동의할 수 없군요.
수치는 제가 알기로는 전형적인 사무라이 문화에서 자주 보이는데 할복도 바로 사무라이 정신에서 비롯되었다고 들었씁니다. 노수자가 자살을 하지 않기에 수치심이 적은 부류라면, 정치가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정치가야말로 배운 만큼 배웠으니 수치를 알 터인데 정치가들 자살하는 거 별로 보지 못했씁니다.

마립간 2014-03-15 14:22   좋아요 0 | URL
유태인의 하루가 저녁부터 시작하는 것은 달력이나 시계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성경에 기반한 유대교인의 사고가 그렇다는 것입니다.

딴지 ; 예전에 알라딘표 악성댓글이란 표현으로 서로 가치관의 교류가 활발했습니다. 논쟁으로 번지기도 하고 감정을 상해 탈퇴하시는 분도 있고... 약간은 엘리트 주의 분위기도 풍기고... 요즘에는 냉소적이 되면서 보기 힘든 현상이 되었죠.

수치 ; 사무라이가 할복하는 것도 수치심때문이죠. 보수적인 정치인이 자살을 하지 않은 수치의 정신 기제가 없다기 보다 방향이 잘못 되었죠. 수치스러워야 할 상황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그들은 병역기피, 위장전입, 투기, 탈세 이런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능력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에 수치가 보수의 사고 기제라는 설명이 잘 되어 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5 15:23   좋아요 0 | URL
논란은 논란으로 끝나야지 그걸 가지고 감정 운운하며 탈퇴하는 거 보면 좀 답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왜 어떤 정치이.... 요 책 글 올리신 거 보았씁니다.
생각보다 좋은 책 같더군요. ( 전 안 읽었어요. 살까 말까 망설이고 있습니다. )
옛날에는 확실히 보수는 수치를 목숨보다 중요하게 여겼씁니다.
그런데 이게 자본주의화 물질만능 성공시대가 되면서 성공하면 무슨 짓이든 한다, 라는 쪽으로 급선회를 한 것 같습니다.


+

오ㅡ 이 책 50% 세일하네요. 냉큼 장바구니에 담습니다.

rtour 2014-03-15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현산 선생의 밤은 선생이다, 좋더라구요. 에세이류가 감동을 주는 일은 극히 드문일인데 말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5 13:53   좋아요 0 | URL
가뜩이나 읽고 있는 책이 많은데 에로티즘'마저 권해서 읽느나 자꾸 후순위로 밀려나서
즐인 님을 국정원에 신고하도록 하겠습니다.

밤하늘의별소리 2014-03-15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글이 더 추가되었네요. 밤은 곁이다..앞에 있는 사람에게는 말을 하지만, 곁에 있는 사람에게는 속삭인다...라니. 우와... 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6 02:35   좋아요 0 | URL
제가 원래 완성한 글을 올리지 않고 일단 쓰면 그냥 올리고 봅니다. ㅎㅎㅎ.

todd 2014-03-17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자기계발서.. 20대 초반에 정말 열심히 봤었고.. 금새 실패했고.. 좌절했던 기억이 있네요 ㅠㅠ ㅎㅎ 자기계발서를 끊은 이유가 어느순간부터 그런 부류의 책들을 보면 욕이 튀어나오더라구요.. 하! 참 말은 잘하네! 라는 ㅋㅋ 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8 19:12   좋아요 0 | URL
자기계발서는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어요.
말 그대로 자기계발서는 저자만 돈을 버는 구조아니겠습니까... 후후...
 

 

 

 

 

 

 

 

 

 

 

 

 

 

 

 

 

 


 

 

 

 

 

당신이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의외의 목록.

 

 

진돗개 암캐는 새끼를 낳는 순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덤빌 수 있는 " 영토권 " 이 생긴다. 다른 짐승이 일정한 거리 안으로 들어오면, 암캐는 그 순간 진돗개 발령 1호'를 내리고는 경계 태세'를 강화한다. 문지방을 넘어서는 순간 사정없이 컹, 짖으며 물어버린다. 비록 그 침입자가 서열 1위인 우두머리 수캐'라고 해도 이 하극상 앞에서는 별다른 딴지를 걸지는 않는다. 서열은  낮지만 그 모성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 쫌 " 멋있는 사회'다. 이 경계 거리가 바로 동물의 < 영토권 > 이다. 개뿐만이 아니라 사슴이나 들소에게도 도주거리'라는 영토권이 있다. 사슴이나 들소는 초원에서 사자를 보았다고 해서 무조건 도망을 가지는 않는다. 사슴이나 들소는 어느 정도까지는 사자의 동태를 예의 주시하다가 반경 ○○m 안으로 접근하면 그때 냅다 도망친다. 

 

이 마지노선'을 도주거리'라고 한다. 이것도 일종의 영토권'이다. 그렇다면 개가 아닌 인간에게도 보이지 않는 영토권이 존재하는 것일까 ? 당연히 존재한다.  두 사람이 나누는 일상적 대화를  자세히 관찰하면 서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대화를 나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데, 대화 도중 한쪽이 지나치게 접근한다 싶으면 다른 한쪽은 한발짝 물러나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해서 < 공간 > 을 확보하려고 한다. 그러니깐 < 영토권 > 이란 최소한의 보호벽'인 셈이다. 그런데 이 사적 영역이 타인에 의해 침범을 당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폭행이나 성추행 따위가 좋은 예이다. 성추행은 타인의 허락 없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영토를 침범하는 행위'이다. 윤창중이 허락없이 인턴 여직원 엉덩이를 만지려고 한 행위는 그 인턴 여직원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공간인 영토권을 허락없이 무단으로 침입했기에 범죄가 된다.

 

폭행도 타인의 영토권을 침범해서 폭력을 가하는 행위'다. 만약에 허락없이 타인의 영토를 침범할 경우 법은 그에 따른 벌을 가하게 된다. 하지만 법률을 공부한 사람도 법이 보이지 않는 영토권'을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도둑이 남의 집 담을 넘으면 주거 침입죄가 성립된다는 사실은 모두 다 알고 있지만 타인의 영토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것에 대해 항의를 하면 " 프랜들리적 스킨십 " 이라는 변명을 하고는 한다. 문제는 친하게 지낼 생각이 전혀 없는 놈이 친한 척을 한다는 데 있다. 어, 이가 없지만 그게 현실이다. " 친하니깐 팔짱도 끼고, 손도 잡고, 어깨동무도 하는 거 아니것어, 이 친구야 ? " 이처럼 타인의 영토권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 심각성을 잘 모를 뿐더러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욕망에 충실할 뿐이다. 이런 사람일수록 에티켓이 부족하다. 에드워드 홀의 문화인류학4부작 시리즈 가운데 하나인 < 숨겨진 차원 > 은 이 영토권에 대해서 자세히 다룬다. 네 권의 책은 쓰여진 연도가 제각각 다르지만 사실 한 권의 책이나 다름없다. < 침묵의 언어 > 는 자신이 앞으로 전개해 나갈 내용을 갈무리한 개론이다. 본격적인 내용 전개는 < 숨겨진 차원 > 과 < 생명의 춤 > 에서 다룬다. 시간과 공간이 어떻게 비언어 의사 소통'으로 작용하는가를 체계적으로 설명하는데 꽤 흥미진진한 분석이 많다. 건축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가 아닌가 싶다. 참고로 책값을 아끼고 싶다면 < 침묵의 언어 > 를 굳이 살 필요는 없다.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발문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책이 생각보다 비싸니 참고하길 바란다.

 

이 시리즈를 읽다 보면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품목 중에 '영토권'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영토권 매입은 말 그대로 땅을 사고 집을 사는 행위'이다. < 집 > 이야말로 눈에 보이는 주거 영토권'이다. " 컬러 오브 머니 " 에 따라 반경 너비가 결정된다. 원이 클수록 영토권 매입가는 비싸다.  부자는 강남에 모여 살지만 재벌은 성북동에 모여 산다. 그들은 넓은 정원과 높은 담으로 둘러쌓인 집에 산다. 반면 가난한 사람은 쪽방에서 산다. < 쪽방 > 이란 방을 쪼갠 주거 형태를 말하는 것이니 1/2 방'이다. 태어나면서 생래적으로 주어지는 권리인 영토권의 너비와 주거 영토권인 쪽방 크기'가 비슷하다는 것은 권력을 얻지 못했다는 것을 나타낸다. 권력자는 자신의 영토권을 확장하는 자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안전한 영토권을 갖기 위해 돈을 주고 공간'을 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은 사실 커피를 구매한 비용과 함께 한두 시간 공간을 빌린 대가에 대한 대여비'도 포함된다. 어쩌면 배보다 배꼽이 커서 공간 대여료가 메인이고 커피는 스끼다시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원초적 공간을 파는 사람도 있을까 ? 공간을 사는 사람도 있으니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공간을 파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 당연하다. 유훙업소나 성매매 종사자들이 그들이다. 그들은 몸을 파는 게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영토권'을 손님에게 잠시 양도한다. 성매매 종사자들은 그 대가로 화대를 받는 것이다. 그것은 일종의 영토권 대여비'이다. 그런 의미에서 성매매 종사자는 노동자로써 권리를 가진다. 에드워드 홀이라면 매춘賣春'이라는 표현보다는 [ 傍 : 곁 방 ] 이라는 한자를 써서 賣傍'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

 

그런데 타인의 영토권을 취득하기 위한 영역을 확장하면 재미있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공간을 사기 위한 투자'는 꽤 광범위하다는 점이다. 연애의 본질은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영토권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팔짱을 끼고, 허리를 감싸고, 나아가 섹스를 하고 싶은 욕망 충족이야말로 연애의 목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데이트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영화 관람, 근사한 카페, 명풍 가방, 목걸이 선물, 여행 비용 따위는 사랑하는 사람의 영토권을 갖기 위한 투자'인 셈이다. 이러한 상품들은 일종의 영토권 상품'이다. 그 투자가 결실을 맺는 게 바로 결혼이다. 결혼이라는 제도'는 합의 하에 서로의 영토권을 구매하는 행위'다. 어느 유명한 학자는 결혼이란 합법적 매춘'이라고 말했지만, 배운 만큼 배운 양반이 천박하게 합법적 매춘'이란 표현이 뭔가 ! 

 

좀 고상하게 결혼이란 합법적으로 곁을 획득하는 거래'라고 하면 안되나 ? 인간은 영토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한다. 생래적으로 발생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영토권과 눈에 보이는 영토권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한다. 그리고 넓은 의미로 보자면 전쟁 또한 영토권 확장을 위한 야망이었다. 김신용 소설 < 달은 어디에 있나 > 는 春, 傍 차원을 떠나서 몸속 피'를 파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매혈기'이다. 성매매 종사자들이 팔게 없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영토권인 < 곁 > 을 팔아 생활하는 존재라면 소설 속 앵벌이들은 팔 수 있는 영토권조차 없어서 < 피 > 를 판다. 강신주는 노숙자가 수치심이 없다고 했는데 그 말은 틀렸다. 노숙자는 수치심이 없는 존재가 아니라 영토권이 없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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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 2014-03-14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이란 내가 누울 수 있는 곳을 제외한 빈 공간을 말하는게 아닐까 문득, 들어요.그렇다면 나와 나의 물건들로 가득찬 어떤 방은 방이라고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미칩니다. 그러나 방의 구분이 없는 곳은 그아무리 공간이 넓어도 역시 방이 될 수 없겠지요. 그나저나 저 책 사야하는데, 말입니다. 혹시 <리듬분석>이라는 책 보셨는지요, 재밌어서 곰발님 생각도 듣고 싶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4 23:24   좋아요 0 | URL
홀 시리즈는 매우 탁월합니다. 다 살 필요는 없고요. 딱 두 권만 사시면 됩니다. 숨겨진 차원, 생명의 춤.
시간 -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공간 - 비인어 커뮤니케이션'을 다루거든요.

+

르페브르는 < 현대세계의 일상성 > 과 앗.. 갑자기 생각이 안나네요. 하여튼 50%세일할 때 산 책 읽었는데
쉬운 책은 아니더라고요.. 후후. < 리듬분석 > 이 고로코롬 재미있나요 ? 아, 이거 또 땡기는군요.....

수다맨 2014-03-14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숙자는 수치심이 없는 존재가 아니라 영토권이 없는 존재다, 이 말 참 쫄깃하게 들리네요. 이 책도 사볼 가치가 충분한 것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4 23:49   좋아요 0 | URL
다 사 보시지 말고요. 숨겨진 차원하고 생명의 춤'만 사면 됩니다. 나머지는 부연에다고 개론 역할을 해요.
노숙자는 머물 영토가 없잖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영토권이 없죠. 곁의 부재 정도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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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보내고 싶은 엽서

                                     양선희

 

 

生花는 꽃이 질 때 가슴이 쓰려.
조화가 좋아지니 나이가 들었나 봐.
나 요즘 조화 배우러 다녀.
조화는 신비해. 못 만들 게 없어.
조화에 정신을 쏟아부으니 아픈 게 덜해.
온 집 안에 조화뿐이야.
조화라도 있으니 집이 좀 그럴듯해.
조화를 가만히 뜯어보면
사는 게 위로가 되기도 하고.
조화, 너도 한번 배워봐.
조화 모양 초보 때는 엉성해도
생화 같은 조화 만들게 돼.
색 쓰는 법도 알게 되고.
요즘 나 조화에 파묻혀서 지내, 죽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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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시 < 너에게 보내는 엽서 > 에서 " 요즘 조화 배우러 다" 닌다고 고백한다. 그녀는 꽃봉오리 가장 아름답게 터질 때의 화사한 조화'를 만든다. 이유는 " 생화는 꽃이 질 때 가슴이 " 아프기 때문이라며 변명을 한다. 그녀는 생의 유한성'보다는 모조품이 만들어내는 불멸'을 선택한다. 그러나 조화'는 불멸이 아니라 이미 죽은 것, 박제를 떠올리게 한다. 불멸에 대한 애착이 강하면 강할수록, 죽음은 보다 더 선명하게 보인다. 그녀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조화에 대한 예찬은 이내 체념으로 끝을 맺는다. " 죽은 듯. " 이, 조화처럼, 답답해. 그녀는 생화에서 조화로의 변화'를 체념하듯 받아들인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마술에 걸린 달밤'을 넘지 못한다. 봄바람 살랑살랑 꽃봉오리 터져도 이제는 설레임이 없다. 월경은 끝을 맺고 폐경기로 접어든다. 씨방 없는 조화의 삶을 살아야 한다. 폐경인 그녀'는 씨방 없는 조화'를 통해 동병상련'의 아픔을 느낀다. 조화를 가만히 뜯어보면 사는 게 위로가 되기도 하고, " 조화라도 있으니 집이 좀 그럴듯해 " 보이기도 한다며 조화 예찬의 이유를 말한다. 하지만 花色 ( 색 쓰는 법도 알게 ) 을 이야기하는 화자는 어딘지 모르게 病色'( 아픈 게 덜해 )이 완연하다. 이 여자, 바람에 꽃대가 흔들리는 이 여자, 위험하다. 찬 가을바람에 단풍 물들기 전에 잎 질라, 걱정이다.

 

 

 

 

 


 

 

 

 

 

 

 

 

로맨스와 불륜 : " 꽃이 필 무렵 "

 

  

 

벽화 마을'에서 산다는 것은 꽤나 거슬리는 일이다. 해당화나 봉선화'가 곱게 핀 마을이라면 모를까, 벽에 그려진 벽화(꽃 그림)가 넘쳐나는 마을이 좋게 보일 리 없다. 해바라기와 코스모스는 단골 소재여서 한 집 건너 해바라기와 코스모스'다. 생화가 아니니 조화'다. 조화를 좋아하는 이도 있을까 ? 비록 조화(造花)가 양귀비보다 예쁜 자태로 그려졌다 한들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못하면 민폐가 되는 법이다. 양선희 시인은 시 < 너에게 보내고 싶은 엽서 > 에서 조화가 좋다고 고백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중요한 것은 예쁜 조화造花가 아니라 주변 환경과의 조화調和'다. 그래야지 조화'가 좋아'보이지, 조화가 조화롭지 못하면 좋아보일 리 없다. 이제 꽃샘잎샘하는 날이 지나면 봄이 온다. 이 마을도 꽃 구경을 하기 위한 상춘객을 맞이해야 한다.

 

초대하지도 않았는데 꾸역꾸역 찾아와서 사진 찍으며 노는 모습을 보면 넉살도 좋다. 아마 당신은 내가 벽화 마을'에 산다는 글을 올리면 제일 먼저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 곰곰생각하는발, 집이 가난하네... " 부정할 생각은 전혀 없다. 가난하다. 하지만 자연으로부터 얻는 혜택을 고려하면 이건희가 사는 집보다 풍경이 좋다. 묵은 쌀을 마당에 뿌리면 참새떼가 날아와 쌀을 먹으며 재잘재잘거린다. 어림잡아 4,50마리는 된다. 창문에 숨어서 그 모습을 보면 참새들이 정말 예쁘다. 집마당에서 참새떼를 본다는 게 그리 흔한 풍경은 아니지 않은가 ? 어치도 종종 내려와서 개밥바라기에 남은 밥풀을 훔친다. 그리고 작은 터앝을 꾸미다 보니 달팽이나 배추 벌레도 자주 보게 된다. 생각보다 꽤 풍경이 좋은 동네'다. 그런데 공공 미술 프로젝트 팀'이 와서 마을에 벽화를 그리고나서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내가 사람들에게 벽화 마을에 산다고 하면, 내색은 안하지만 속내는 빈민촌'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것은 그 사람의 잘못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기획한 벽화 마을 사업은 그런 용도'였기 때문이다. 관료적 발상에서 나온 생각이니 정화와 미화적 측면을 부각시키는 데 중점을 두었을 것이다. 88올림픽 때 달동네 모습이 추하다고  달동네 지나가는 도로에 가림막을 설치했다는 일화가 떠오른다. 가난한 사람에게 그림 하나 그려주면 꿈과 용기가 생긴다는 발상 자체가 얼마나 웃긴 생각인가. 어흥 ! 차라리 떡 하나 주면 감지떡지라도 하지. 아마도 벽화 마을'이라는 아이디어'는 사회학 용어인 < 깨진 유리창 이론 > 에서 힌트를 얻어 추진한 것처럼 보인다. 건물에 유리창이 깨진 채 방치가 되면 양아치 한두 명이 모이게 되어 본드를 불게 되고 이게 확장이 되면 전체가 우범 지역이 된다는 이론이다.

 

보아하니 공공 프로젝트 팀은 내가 사는 동네가 잿빛이니 무지개 색깔로 알록달록하게 그려주자는 동심에서 시작을 했겠지만 그 어느 마을 주민도 삶이 잿빛에서 " 컬러풀 " 하게 바뀌지는 않았다. 개동이네 집 담벼락에 그려진 둘리 새끼는 몇 년 동안 씻지 않아 그 해맑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이제는 그지 새끼'가 되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마을 주민이 안 볼 때 몰래 벽에서 기어나와 담배를 피운다고 한다. 또 다 큰 어른보다 크게 그려놓은 포켓몬스터는 말 그대로 몬스터처럼 보인다. 그리고 백조의 하얀 날개죽지는  이제 까마귀 날개가 되었다. 하여튼 이곳은 일 년 내내 꽃이 지지않는 마을이 되었다. 마치 조화로 멋을 부린 시골 다방 인테리어 같다.  누군가는 내가 벽화 마을에 대해 쓴 글에 대해 사람의 선의'를 그런 식으로 매도하지 맙시다 라는 충고를 하기도 했다.

 

물론 선의였을 테지만 지나친 동정은 종종 폭력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집이 구경거리'가 되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조망권'이나 일조권 주장도 알고 보면 볕을 확보하고 싶다는 속내 못지않게 인접 고층 건물에 의해 내가 사는 집 내부가 남들 눈에 노출된다는 사실에 대한 거부감이 작용한 탓이 더 크지 않을까 싶다. 고층 건물일수록 집값이 비싼 이유는 타인에게 " 보여주지 않을 권리 " 가 작동한 까닭이다. 법으로 정한 조망권은 " 먼 곳을 바라볼 수 있는 권리 " 라고 해석되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내 집 내부를 " 타인의 구경거리 " 로부터 보호를 하기 위해 조망권과 일조권을 주장하는 것이다. 재벌 사장들이 사는 집은 대부분 높은 곳에 있다. 내려다보고 싶은 심리가 작동한 탓이다. 서민이라고 해서 다를까 ?

 

아파트 1층에 사는 사람은 여윳돈이 있으면 가장 비싼 꼭대기 층에서 살고 싶다는 욕심을 가진다. 그런데 벽화 사업'은 " 보여주지 않을 권리 " 를 철저하게 무시했다. 자신들은 그토록 아파트 로열층에서 살고 싶다는 욕심을 가지면서도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전혀 다른 해석을 내리는 꼴이다. 가난한 사람에게는 " 보여주지 않을 권리 " 가 없다는 소리일까 ?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은 여기서도 통한다. 나 같은 사람이 보여주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면 배부른 소리라고 생각한다. 가난한 놈에게는 권리란 없다. 그게 바로 대한민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천박이다. 여의도에는 < 친박 > 이 득실거리고 사회에서는 < 천박 > 이 기세등등'한다. 벽화 마을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공공 프로젝트 사업일까 ? 벽화 마을 주민으로써, 봄이 오면 반갑지 않은 손님은 황사뿐만이 아니다.

 

카메라를 든 상춘객도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니 불청객'이다. 인근 고층 건물 때문에 자신의 집이 노출된다고 지랄을 하던 이'는 어느새 남의 집 담을 기웃거리며 구경을 한다. 주말 대낮에는 방에서 섹스도 못할 판'이다, 조또 !

 

 

 


 

 

 

오늘의 한자 공부 

 

 

[ 告 : 고할 고 ] 는 " 牛(소 우) + 口(입 구) " 가 합친 구조다. 소를 제물(牛)로 바치고는 소원을 말한다(口)에서 아뢰다, 하소연하다, 뵙고 청하다 라는 뜻이 파생되었다. [ 造 : 만들 조 ] 라는 한자는 " 告 + ( = 쉬엄쉬엄가다 ) " 로 이루어져 있다. 즉 제물을 바치기 위해 첫걸음을 떼었다는 뜻이 된다. 그 이미지에서 처음, 시작하다, 벌여놓다, 짓다, 만들다'가 파생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누누이 주장하는 신조어 " 창조경제 " 에서 창조: 創造'는 처음으로 만들다, 신이 우주 만물을 짓다 라는 뜻이다. 번역하면 새로운 경제를 만들겠다는 소리인데, 쉰소리 아닌가 싶다. 박근혜 식 선민 의식'에 사로잡힌 무의식'이 반영된 말이어서 생강을 씹은 듯 인상을 쓰게 된다. 새로 만들지 말고 있는 경제'나 제대로 살렸으면......

 

 

 

흔히 중학교 한문 시간에 [ 又 : 또 우 ] 라고 외우고는 했는데, 그보다는 오른손 우'라고 이해해야 뜻이 통한다. 이 한자는 오른손을 본뜬 글자라고 한다. 마지막 획 삐침'이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끝나지 않은가 ? 그렇다면 왼쪽을 뜻하는 한자는 획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간다는 소리냐 ? 라고 소리칠지도 모른다. 맞다. [ 㔫 : 왼쪽 좌 ] 와 [ 左 : 왼 좌 ] 를 보면 匕와 工를 제외한 획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획, 그어져 있다. 왼손의 상형'이다. 여기서 똑똑한 사람이라면 [ 右 : 오른쪽 우 ] 는 왜 획이 왼쪽으로 삐쳤는가, 라고 따질 것이다. 사실 이 글자는 口를 제외한 획이 왼손의 상형이 아니라 又의 변형'이라고 한다. [ 友 : 벗 우 ] 는 이러한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이 글자는 오른손(又)과 왼손'이 나열된 구조'이다. 친구란 사이좋게 손을 잡는 사이가 아니던가. ( 어떤 분이 한자 원리 쉽게 터득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는데 이런 식으로 공부하니 머리에 쏙쏙 박힌다. )

 

 

" 기형도 시인은 29살의 나이에 요절했다 " 라고 했을 때, " 요 " 가 바로 [ 夭 : 일찍 죽다, 어리다, 아름답다 ] 다. 문득 에곤 쉴레의 < 소녀와 죽음 > 이란 그림이 떠오른다. 찾아보니 상형문자'다. 모양을 본뜬 글자라는 말이다. 가만히 살펴보면 사람이 머리를 가누지 못하고 갸우뚱한 모습이다. 포인트는 바로 여기에 있다. 머리를 자기 힘으로 세우지 못하는 상태는 곧 아기'이거나 죽은 사람'이다. 여기에서 아이 + 죽음'이 겹쳐지니 일찍 죽다 라는 뜻이 파생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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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 2014-03-17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조화가 좋아지니 나이가 들었나봐
요즘 나 조화에 파묻혀서 지내, 죽은 듯

곰발님 예전글에서도 한번 본듯 한 시인데
와 다시보니깐 또다른 느낌으로
참 좋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7 16:11   좋아요 0 | URL
이 시집 잘 모르는 분이 많던데, 시집 좋습니다.
 

 

윤창중은 전형적인 완장이다. 완장을 한자로 풀면 팔 완 + 글 장'이니 팔에 글자를 새겼다는 뜻이다. 아, 윤창중은 무시무시한 문신을 한 사람이다. 그가 양아치와 다른 점은 양아치는 팔뚝에 "차카게살자 " 라고 쓰지만 그는 팔뚝에 " 나라사랑 " 이라고 새겼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런 그가 어공(어쩌다공무원)이 되었으니 물 만난 물고기'가 된 심정이었을 것이다. < 청와대 대변인' > 이라는 아이언맨 갑옷 슈트는 얼마나 근사한 명품 옷인가.  얼마나 훌륭한 완장인가. 어용이 어공이 되면 위세는 하늘을 찌르고, 백성은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 모든 역사가 그것을 증명한다. 한국 사회'가 갑의 횡포'에 무방비로 노출이 된 원인에는 < 벼락 > 이 키워드로 작동되고 있다. 서구 사회'는 근대화와 산업화'를 거치면서 수직적 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수정해 나아가는 단계를 거쳤지만, 한국 사회는 근대화와 산업화'가 빛의 속도로 진행이 되다 보니 이 감정 교육 과정'이 생략되었던 것이다. 세계 꼴찌였던 가난한 나라는 50년 만에 부자 나라'가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벼락(들)이 탄생하게 된다. 수평이 느림이라면 수직은 빠름이다. 한국의 부자들은 대부분 < 완장 > 에 나오는 종술'이다. 빈둥거리던 종술이 느닷없이 완장을 차듯이, 한국의 부자들은 교양 수업 없이 곧바로 부자가 되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완장질은 동네에서 무시받던 놈이 완장을 찼을 때이다. 한국형 부자의 탄생이다.

 

- 갑질사회 中,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66382

 

 

 

 


 

 

 

 

감투와 완장 : " 한 방에 훅, 간다잉 ! "

 

 

 

 

 

권투 시합을 할 때 선수는 상대방 얼굴을 보지 글러브를 낀 손을 보지는 않는다. 상대방 오른손 움직임에 신경을 쓰다 보면 당연히 왼손 움직임을 놓치게 되고, 반대로 왼손 움직임에 신경을 쓰면 오른손 글러브를 놓치게 된다. 블라인드 스팟, 특정 부분을 힘주어 바라보면 부분을 제외한 전체가 하얗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래서 노련한 권투 선수는 글러브를 보지 않는다. 권투란 얼굴을 마주보고 싸우는 게임'이다. 얼핏 보기에는 주먹다짐 같지만 사실은 눈싸움'이다(맙소사, 사내새끼들 격정 다툼인 줄 알았더니 계집아이들 신경전이었다니).  며칠 전에 올린 < 관상 > 이라는 글에서도 말했듯이 표정에 사용되는 얼굴 근육 종류는 무려 22개'다. 단일 근육을 하나씩만 사용한다고 했을 때 최소한 스물두 가지 기본 표정을 만들 수 있다. 여기에 두 개 이상이 짝을 이뤄 표정을 만들어내면 경우의수'는 6000개가 된다고 한다. 그러니깐 사람은 얼굴 근육 22개를 가지고 표정을 6000가지나 만들 수 있는 짐승이다.

 

한자도 마찬가지'다. 기초 한자'만 터득하면 나머지는 연상 암기법으로 숙지가 가능하다. 예를 들면 < 務 > 라는 한자도 기본만 알고 있다면 그리 어렵지 않다. 이 한자는 力 : 힘 력, 矛 : 창 모, 攴: 회초리로 때릴 복'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알면 대충 이 한자가 가지고 있는 뜻을 유추할 수 있다. 국가가 백성을 전쟁에 동원하기 위해서 회초리를 휘둘러서 백성들이 창을 들고 전쟁터에 나가 싸우게 하는 형국이다. 전쟁터에서 살기 위해서는 죽기살기로 싸워야 하는 법이 아니던가 ? 이 세 가지가 짝을 이뤄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낸 것이 바로 < 힘쓸 무 : 務 > 라는 한자'다. 그런데 이 한자'는 자발적 참여라기보다는 국가 동원에 의한 부역'에 가깝다. 그래서 務에는 < 힘을 쓰다 > 라는 뜻과 함께 < 업신여기다 > 라는 뜻도 같이 가지고 있다. 이처럼 한자란 기본 한자를 다양하게 섞어서 수많은 한자를 만들어내는 구조다.  

 

표정도 마찬가지'다. 입꼬리에 있는 근육과 이마에 있는 근육이 두려움을 만들고, 이에 덧대서 눈꼬리 근육까지 사용하면 경멸을 만들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경우의수를 따지면 6000개가 된다는 말. 훌륭한 권투 선수'는 상대방 얼굴에서 순간적으로 " 결심 " 을 읽어낸다. 선수가 상대방 얼굴에서 < 결심 > 이라는 표정을 읽는다는 것은 곧 상대방이 결정적 한 방을 노리기 위해 주먹을 휘두른다는 메시지'다. 바로 그때를 노리면 된다. 그래서 상대방이 주먹을 휘두를 때, 당황하지 말고 살짝 고개를 숙인 후, 오른손 주먹으로 상대 선수 턱을 빡 !!!..... 끄으읏 (끝) ! 하지만 그 아무리 훌륭한 선수라고 해도 럭키펀치 한 방에 무너지는 경우가 있다. 이 펀치는 경우의수'에서 제외된, 말 그대로 계산이 깔리지 않은 우연한 한 방'이다. 이 럭키펀치에 맞으면 아무리 훌륭한 선수라 해도 속수무책이다. 

 

한 방에 훅, 간다. 무릎 탁, 치며 아, 하고 탄식해도 소용없다. 버스 떠나고 나서 손 흔드는 꼴이다. 권투 경기'에서만 럭키펀치'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링이 아니더라도 곳곳에 럭키펀치는 존재한다. 말이 좋아 lucky이지 당하는 입장에서는 hell이다. 헐이요, 훅'이다. 훅, 간다. 최근에 벌어진 " 럭키펀치 " 가운데 많은 사람들로부터 입방아에 오른 사람은 세 사람 정도로 압축될 것 같다. 이들은 모두 강력한 한 방에 펀치드렁크 상태가 되었다. 포스코 라면 상무, 윤창중 선생님 그리고 국민 사위 함익병 씨. 이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빛나는 " 감투 " 를 쓴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포스코 라면 상무도 상무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풋내기 상무였고, 윤창중 선생님께서는 꾀죄죄한 동아방송에서 쾌도난마 출연료 15만 원으로 근근이 버티시다가 청와대 대변인으로 발탁되셨으니 벼락 감투요, 여성 3/4권리 말실수로 곤혹을 치루고 있는 " 입병 함익병 선생 " 도 국민 사위라는 감투를 쓴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문제는 감투가 아니라 그들이 < 감투 > 와 < 완장 > 을 혼동한다는 점이다. 감투를 뜻하는 [ 冠 : 갓 관 ] 은 冖 덮을 멱, 元 머리 원 그리고 寸 마디 촌(손을 뜻하는)으로 이루어진 한자'다. 손으로 갓을 머리에 쓰고 갓끈을 매는 형상이다. 반면 완장에서 핵심 단어인 [ 腕 팔뚝 완 ] 을 조각으로 나누면 月 달 월, 宛 완연할 완'으로 이루어졌다. 여기서 宛 은 소리만 빌렸다. 뜻은 月에 있는데 흔히 우리가 달 월'이라고 생각하지만 肉 고기 육, 둘레 유'다. 여기서 肉은 신에게 바치기 위해 조각으로 나눈 고기를 뜻한다. 이 분해 과정에서 제일 먼저 하는 게 바로 다리를 자르는 것. 사람으로 치자면 팔에 해당되는 것이다. 결국 완장은 팔 둘레'에 차는 팔띠'다. 종합하면 감투는 쓰는 물건이고, 완장은 차는 물건이다. 갓을 팔에 찰 수 있나 ? 당연히 그럴 수는 없다.

 

갓은 팔띠가 아니니 말이다. 윤창중과 라면 상무는 이 갓을 애써 팔에 차려고 했기 때문에 사단이 난 것이다. 양말은 발, 장갑은 손, 갓은 머리, 완장은 팔뚝'이다. 각기 맞는 용도에 사용해야지 패션 아이템을 가지고 이상한 짓을 하면 복장 도착자가 되는 법이다. 감투를 써야 하는데 완장을 차면 럭키펀치가 당신을 찾아온다. 럭키펀치는 저승사자와 비슷하다. 느닷없이 다가온다. 성공에 취해서 방심할 때 럭키펀치는 아침에 질레트 3중 면도기로 깎은 허약한 턱을, 팍 !!!!..... 끄읏 ! 듣기로는 라면으로 지랄을 하셨던 포스코 상무는 감투를 벗으셨다고 한다. 포스코 상무라면 라면 가지고 나무라면 승무원들이 라면 면발처럼 꼬들꼬들 말리비틀어지는 줄 착각한 포스코 라면 상무는 지금도 그때 라면 가지고 나무라지 않았더라면, 하는 후회를 하신다고 한다.

 

그 이후, 라면은 절대 먹지 않는다고 ! 윤창중 선생님도 아파트에서 도를 닦으신다고 한다. 말랑말랑하며 탱탱한 것은 모두 멀리하신다고 한다. 국민 사위라는 명에로운 훈장으로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에 취했던 함익병 선생 또한 십 리도 못 가서 입병 나셨다.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이들에 대해 너무 벌떼처럼 몰려들어서 비난을 하는데 " 그런 얘기 하는 거 아니야.  애들이 많이 다쳤어. " 하여튼 옛사람이 하는 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잘나갈 때 몸을 사려야 한다. 참고로 입병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평소 비타민'을 복용하는 게 좋다. 끄읏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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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 2014-03-12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한방에 훅간다는 이야기가 통용되는 예시들에 탄성이 납니다.

RPM 수치가 2와 3사이를 꾸준히 유지하도록 엑셀을 밟아야죠

잘나간다고 도로상황 파악 못하고 속도 높히다가
브레이크 밟고 시동꺼지기 일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2 15:03   좋아요 0 | URL
미시령 고개에서 그리 달렸다가는
ㅎㅎㅎ. 미시령 고개 내려올 때는 정말 마음을 졸이게 됩니다.

밤하늘의별소리 2014-03-12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투>와 <완장>을 혼동하지마라-!라니, 항상 명심해야겠어요! 물론 제가 명예를 쥘 가능성은 없어요...ㅋㅋ

가끔, 공인이나 연예인 중에서 실수한 걸로 너무나 혹독한 비난을 받는 사람들을 볼 때 좀 걱정이 되기도해요. 예전에 아이유가 안좋은 일 겪고 다시 컴백했는데, 표절시비로 또 엄청나게비난받는 것 보고 쟤 어떻게 되는거 아닌가..제가 괜히 걱정했어요.ㅠㅠㅋ뭐.. 잘못하기도 했고, 인기가 많을 땐 정말 내가 세상에서 제일 최고임-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잘나가니... 그 반대급부도 감수해야하긴 하는 위치기도 하겠지만요!

그러고보면, 전 그냥 이렇게 인기 없이 누구에게도 큰 칭찬 받지 않고 살아가는게 편한것 같기도 해요~0~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2 15:16   좋아요 0 | URL
아니 밤하늘 님, 제가 실종신고 낼 뻔했습니다. 어디 가서 맛있는 거 드시느라
소식이 깜깜했습니까...ㅎㅎ
자세히는 알지 못하겠지만 익병 씨는 보면 아무래도 정치에 뜻을 두어서
립서비스 차원에서
한 소리 같습니다.


감투는 쓰는 것이고 완장은 차는 것이란 차이가 있습니다만,
둘 다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죠. 투명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다만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만 보입니다.

밤하늘의별소리 2014-03-12 16:50   좋아요 0 | URL
저 새로운 곳에 둥지를 틀었거든요 !!ㅎㅎ 그래서 일하고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네요- 다행히 오늘 일하는 시간에 틈이 좀 나서, 책주문하면서 아싸 ~0~ 하면서 곰곰발님 서재에 들어왔습니다ㅋㅋ

함익병씨..ㅠㅠ 방학 때 집에 내려갔을때만 해도, 엄마는 막 칭찬하고 아빠가 저거 설정아니냐고 너무 심하다고 막 뭐라고 하던 기억은 나요... ㅋㅋㅋ

이제 저 나름 사회생활 시작했는데, 어쨌든 조심조심 또 조심, 좋은 일 있고 일 잘풀린다고 그냥 방심하고 함부로 행동하면 안되겠어요 . 저에게 아주 시의적절한 글이어서 뜻깊게 잘 읽었어요-! ㅎㅎ

+ 곰곰발님 그 때 벽화마을- 글 읽고 한참 후에 그런생각이 들더라구요. 부자들은 자기 집들을 수많은 감시체제로 꽁꽁 봉쇄하여 접근금지!를 외치는 것과 참 반대되는 것 같아요. '돈 많고 권력있는 자들에게는 접근 금지', '(자신들에게) 낯설고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소외된 계층'에게는 벽화를 통해서 친밀하게 느껴지도록 만드려고하는 건 아닌지 말이예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2 17:00   좋아요 0 | URL
아, 이 댓글 정말 위대한 통찰인데요 ? 덧글 읽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전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정말 그러네요. 부자들은 사람들이 구경하는 눈이 싫어서 꽁꽁 감추잖아요. 사생활 보호 받고 싶다느니... 이런 소리 하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낯선 사람이 자기 집을 넘겨보면 부자가 아니어도 평범한 집주인이면 불쾌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놓치고 있는것은 자기 집은 남들에게 볼거리로 보이는 것을 싫어하면서 가난한 사람 집은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건 정말 어마어마한 폭력이죠. 나중에 생각을 좀 모아서 이 논의를 좀 확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좋은 지적이세요. 올해 최고의 댓글이어씀...

마립간 2014-03-12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투와 완장 ; 본질적 차이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결과론적 현상인지 고민중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2 15:14   좋아요 0 | URL
차이가 있다면.......


감투는 쓰는 물건이고 완장은 차는 물건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통점도 있습니다.

감투와 완장은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만 보이지 않을가요 ?

아무개 2014-03-13 09:52   좋아요 0 | URL
감투>완장.
감투 쓴 사람이 완장 찰 사람을 선발하고
완장 찬 사람은 감투 쓴 사람의 명령에 따르거나
감투 쓴 사람에게 잘 보여야 하기에 대부분
시키지 않아도 나서서 둘러진 완장을 휘두르고 다님.
완장은 감투의 하수인.

"와! 저사람 감투 썼네!"와" 참내... 완장둘렀다고 저 지랄이네!"
는 많이 다르지 않나 싶어서요.

저는 대충 뭐 이렇게 이해하고 있습니다만..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3 16:51   좋아요 0 | URL
감투는 사실 꼭 나쁜 뜻으로만 쓰이는 단어는 아니란 생각을 합니다. ㅎㅎㅎ
오히려 이웃이 배가 아프니 감투 썼다고 하는 것이지.
반면 완장은 무조건 나쁜 의미로만 쓰이잖아요.
감투를 쓴 놈 중에는 감투를 이용해서 악랄하게 사는 놈도 있지만
꽤 유용하게 검소하게 사용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수다맨 2014-03-13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발님의 명문 "빤쓰 벗고 덤벼라"가 생각납니다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3 16:49   좋아요 0 | URL
반쓰 벗고 덤벼라는 만고진리입죠. 빤스 벗고 싸운 놈이 반드시 싸움에서 이깁니다.
왜냐하면 불알 까고 덤비는 놈과 싸우게 되면 엄청 쪽팔리거든요...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 소설 < 차가운 피부 > 를 읽다가 문득 로맹가리 단편 < 새들은 페루에서 죽다 > 가 생각났다. 두 주인공 모두 인간에 대한 환멸 때문에 세상의 끝‘으로 떠나는 사람들 이야기이기 때문. < 새들은... > 이 페루 해안가 작은 카페‘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 차가운... > 은 남극 근처 외딴 섬 등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오지 섬 기상관으로 복무하면서 1년 동안 책만 읽을 생각으로 섬에 도착하는데 첫날밤부터 주인공은 괴물의 공격을 받는다. 그는 괴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자신이 가지고 온 책을 모두 불태운다. 괴테, 아리스토텔레스, 릴케, 스티븐슨, 마르크스, 시몽, 밀턴, 볼테르, 루소, 공고라, 세르반테스...... 맙소사 ! 위대한 유산은 자연 앞에 한갓 불쏘시개‘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래도 이 분서갱유 속에서도 태우지 않은 한 권의 책’이 존재했으니 바로 프레이져의 < 황금가지 > 였다. 문화인류학자이자 작가인 피뇰이 프레이저에게 노골적으로 오마쥬를 보낸 것은 확실하다. 소설은 흥미진진하다. 괴물과 인간이 싸우는 이야기보다 재미있는 것도 없다. 단점이 있다면 시작은 창대한데 끝은 미미하다는 점이다.

 

 

 


 

 

 

 

함익병, 미인은 잠꾸러기다 !

 

 

조카'가 내게 물었다. " 삼촌, 군대 재밌어 ? " 나는 눈을 흘기며 조카에게 대답했다. " 넌, 공부 재밌냐 ? " 이 말투에는 이주일 식 성대모사가 녹아들어서 " 콩나물에 고춧가루 팍팍 무쳤냐이 ~ " 처럼 들렸을 것이다. 조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군대도 마찬가지야. " 조카가 그 말을 한 이유를 안다. 그때 조카는 mbc 주말 예능 프로그램 < 진짜 사나이 > 를 보고 있었으니깐 말이다. < 진짜 사나이 > 속 병영 생활은 기똥차게 재미있다. 신입 입소식 때는 깜짝 몰래카메라로 감동시킨다. 고된 훈련 끝에는 진한 눈물이 흐르고, 우정이 꽃 피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넘쳐난다. 실제로 그럴까 ? 그럴 가능성은 제로'다. 군 자살자 수를 보면 병영 생활은 < 진짜 사나이 > 속 판타지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예능 다큐에서 티븨 속 " 리얼 " 은 존재하지 않는다.

 

카메라 앞에서 리얼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 군에 입소하게 되면 제일 먼저 배우게 되는 것은 군 시설에 대한 기밀 보안'이다. 간첩이 남한에 침투해서 제일 흔하게 하는 임무가 바로 군 시설을 파악하고 사진을 찍는 것. 그런데 < 진짜 사나이 > 는 이 모든 군대 내 시설을 화끈하게 보여준다. 홍보인가 아니면 누설인가, 애매모호한 지점이다. 대한민국은 분단 국가'다. 그렇기 때문에 일말의 주저 없이 " 강력한 군대 " 를 양성해야 된다는 말은 두 말 하면 잔소리다. 세 말 하면 입 아프니깐 말이다. 하지만 강력한 군대를 위해서 군대 문화를 미화하면 안된다. < 진짜 사나이 > 처럼 군대 문화를 미화시키면 안된다는 말. 어제는 함익병 씨가 국민의 4대 의무인 국방, 납세, 근로, 교윽'을 이야기하면서 국방의 의무를 지키지 않은 사람은 그만큼 권리를 빼야 한다는 소리를 한 모양이다.

 

특히, 여성은 4대 의무 중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니 3/4권리만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서 " 70%만 챙겨라 ! " 라는 소리'다. 오, 독특한 발상이다. 허경영 이후 가장 날카로운 독설'이다. 정치에 뜻을 두었던 이명박, 원세훈, 김황식, 정운찬 기타 등등등등등등등'은 군 미필'이니 3대 의무'만 이행한 자. 그들은 자기 몫의 70%만 챙기면 된다. 이명박도 선거에서 얻은 총 득표수에서 70%만 챙겨야 한다. 박근혜는 어떤가 ?  박 대통령도 자신이 얻은 표에서 30%는 사표 처리한 후 결과를 지켜보아야 하는 것 아닌가 ? 생각만 해도 씐난다 ! 누가 봐도 " 3/4권리 " 발언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은 < 의무 > 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 권리 > 를 보잘것없는 애물단지 취급을 한다. 일단 할 일 다하고 나서 권리를 주장하라고 말한다.

 

선과 후'가 분명하다. 누릉지를 먹으려거든 밥을 먼저 해야 한다는 소리다. 파업이 발생하면 노동자가 일을 하지 않아서 발생하게 된 손실부터 따진다. 안 봐도 딱이다.  하지만 권리는 의무를 이행하고 남은 냄비 속 누릉지가 아니다. 권리는 무시한 채 의무만 강요하는 사람은 독재자이고, 그 사람이 지배하는 사회는 독재 사회가 된다. 반면 의무보다 권리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인권'이다. 지적했다시피, 대한민국은 이미 과노동 국가'이다. 이 말은 곧 국민이 지나치게 국가가 호명한 의무에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의무(義務)라는 단어에서 핵심은 (務  : 힘쓸 무)에 있다. 이 한자는 力 : 힘 력'에 矛 : 창 모, 그리고 攴 : 채찍질할 복'으로 이루어진 한자'다. 이 세 가지'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는 대충 감이 올 것이다. 국가가 백성을 전쟁에 강제로 동원한 모양새다.

 

채찍질을 해서 백성이 창을 들고 싸우게 만드는 형국이다. 그래서 부수다, 무리하게 무엇인가를 하다, 힘쓰다'는 뜻이 된다. 함익병이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무에는 이런 속뜻이 있다. 한국 사회가 노동 과부하 사회라는 점은 이미 국민이 지나치게 국가가 호명한 의무에 혹사당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마당에, 함익병은 의무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채찍을 휘두르다가는 대한민국은 피로사회에서 기절사회로 전환되지 않을까 ? 그런데 그가 피부과 병원 원장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그가 한 속내가 읽히기도 한다. 피부의 적은 피로'다. 기절할 때까지 일하는 사회가 되면 신나는 사람은 피부과 병원 원장 밖에 더 있는가 ? 함익병이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노린 것은 피로였던, 였던, 였던 것이다. 사람들이 피로야, 가라 ! 라고 외칠 때 그는 피로야, 오라 ! 라고 외친다.

 

그가 쏟아낸 격정 토론이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꼼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꽤 실망스러운 결론이서 아, 아아.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그러고 보면 부지런한 놈들은 대부분 밉상인 경우가 많다. 한때 허각보다 인기가 없었던 각하는 지금도 남들 다 잘 때 일어나서 황제 테니스를 치시겠지 ? 아,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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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4-03-11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을 읽긴 읽었는데 기억이 잘 안나네요. 미스테리 소설을 몰아 읽는 버릇이 있어서.
남편이랑 군대 얘기하다가 새파랄 때 개고생하는 아해들 보상이 적극 필요하다고. 왜 여자는 군대를 안가냐는 둥. 이스라엘은 여자도 군대가는데 어쩌고 하다가. 아무튼 군대의 현대화가 필요하고. 투명한 군인문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들을 한 적이 있었죠. 대만 얘기도 하고. 위아래 없는 생활을 하는 미쿡군대가 참 괜찮다는 얘기도 하고. 아무튼 민감한 문제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1 20:51   좋아요 0 | URL
기사 보니 징병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함익병이 한국, 이스라엘, 대만이 전부라고 했는데 보니깐 70군데 가까이 되더군요. 이중 여자도 군대가는 나라는 10여 곳이라 합니다. 더군다나 대만 여자도 군대가는 징접제'는 사실무근이라고 한느군요. 하여튼 이스라엘이 여성을 동원하는이유는 간단해요. 주변국에 비해 인구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것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여성도 참여하게 된 것이지 평등을 위해서 여성도 군대를 가는 것은 아니란 마입니다. 보상 중요합니다. 실제로 징병제 국가들은 대부분 월급을 줘요. 뭐 한 50에서 150정도 받는다고 하더군요. 우리게 이렇게 되어야 합니다. 반갑 등록금 대신 군인에게 100만 원 월급을 지급해야 합니다. 반갑 등록금은 대학생에게만 적용되니 상대적으로 대학 안 간 사람에게는 엄청난 손해죠. 차리라 군대 간 사람에게 적어도 50만 원 정도 월급을 줘야 한다고 봅니다. 한 80만 원 정도... 그러면 말끔해 다 해소가 되요...


+

오, 이 소설 읽으셨군요 ? 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samadhi(眞我) 2014-03-11 21:07   좋아요 0 | URL
네. 애들 월급만 많이 주면 되는데 그냥 일반 회사원 수준으로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웬만한 추리 미스테리는 다 읽었어요. ㅋㅋ 그 장르를 좋아해서.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1 21:09   좋아요 0 | URL
오홋, 그러면 언제 한번 추리 미테리스 추천 베스트 10// 뭔 이런 거 함 올려주십시요. 참고하게 말이죠..

samadhi(眞我) 2014-03-11 21:27   좋아요 0 | URL
다들 읽은 것일터라... ㅎㅎ 저보다 더 그쪽에 능한 분들이 많기도 하구요.

마립간 2014-03-12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함익병 ; 곰곰발님 덕분에 인터넷 기사를 검색해서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군대 없는 국가가 가능한지 의문, 만약 군대가 필요하다는 전제에 모병제가 징집제가 나은지 의문, 그리고 징집제에서 남자만 징집하는 것이 남녀 모두를 징집하는 것보다 나은지 의문 - '집단 정신의 진화'의 책에서는 남녀 함께 징집하는 것이 남자만을 징집하거나 모병제를 통한 군대보다 폭력성을 완화시켜 주어, 질 높은 군대를 유지한다고 합니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0148022
기본적으로 우리 나라에서는 여자에게 국방의 의무는 있죠. 병역의 의무가 없을 뿐.

플라톤의 철인독재는 정치에 참여하는 사람이 부인을 공유하여 자신의 자식이 누구인지 모르는 즉 가족을 갖지 않아 욕심을 배제한다는 전제이므로 전제 조건이 현대 사회에서 성립될 지 의문.

논란의 주제 중 가장 큰 의문은 ; 로마 공화정에서 로마 제정을 넘어가면서 국가 운영이 강해졌나(= 크게 발전) 아니면 약화되었냐인데, 제가 신뢰하는 신문에서는 약화되었다고 하는군요. 이것이 맞는 이야기일까요?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15333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2 15:18   좋아요 0 | URL
제가 역사는 취약 분야라, 더군다나 로미 역사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습니다.
그나저나 남녀 함께 징집하면 질 높은 군대를 유지한다는 저 책 무척 솔깃하군요.
살펴보니 절판이네요.... 후훗....... 어제보니깐 남자만 군대가는 건 합헌이다는 헌법 해석도 있었습니다.

마립간 2014-03-12 15:22   좋아요 0 | URL
그 이유가 군대의 폭력성 때문에, 더 폭력적인 사람들만 모이게 하는 효과(selective bias)가 생기는 것이죠. 미국의 경우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한 계층에서만 지원을 한다던가.

남녀의 차이를 고려할 때, 합헌인 것이 상식적인 것 같고요. 많은 국가에서 남자만을 징집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죠. 중국 근세, 태평천국의 난을 일으킨 집단에서 남녀에게 동일한 병역 의무를 주었는데, 집단 내의 불만으로 집단 유지에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2 15:31   좋아요 0 | URL
일종의 깨진 유리창 이론과 비슷한 거로군요?
왜 깨진 창문 하나가 방치되면 불량한 사람이 한두 모이다가 우범지대가 되는.....

마립간 2014-03-12 15:54   좋아요 0 | URL
그렇죠. '깨진 유리창 이론'과 같은.

위 책을 읽기 전까지 저는 개인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점에서 모병제가 맞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군대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면 폭력성과 같은 부정적인 면을 감소시키는 징집제가 맞고, 남녀모두 징집하는 것도 생각해 볼만 하다고. 뿐만 아니라 신체 장애자도 첨단 기술의 도움을 받아 병역의 의무가 아닌 병역의 권리로 참여시킬만 하다고 생각했죠. (군에 복무할 정도로 생활 기술을 익힌다면 사회에는 더 잘 적응하겠죠?)

급여는 현실화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어째거나 전국민이 병역에 참여한다면 현재 말도 안되는 급여로 인한 불평등한 느낌도 많이 완화될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