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척하는 삶에 대한 동경 :











효리네 민박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니 아닐 수 없습니다아. 엄혹했던 시절, 물에 밥 말아먹으면서 mbc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 << 우리 결혼했어요 >> 를 보다가 방송이 하도 어이가 없어서 혼잣말로 제작진을 향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 에라이, 밥은 먹고 다니냐 ? "

에피소드 속 가상 부부는 아무 계획도 없이 방에서 뒹굴뒹굴하다가 계획에도 없는 서울 시티 투어를 한다. 연예인 둘이 쏘가리처럼 여기저기 쏘다니다가 들린 곳은 서울 시청 도서관.  알콩달콩 부부의 도서관 데이트라는 알록달록한 색깔의 자막이 뜨고,  바쁘기로 소문난 박원순 서울 시장도 그곳에서 우연히 만나 인터뷰도 한다.  이 모오든 것이 대본 없이 진행되는 연예인 시티 투어. 오, 예에 ~                       그런데 카메라 뒤에서 돌아가는 풍경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대본 없이 진행되는 시티 투어가 사실은 대본대로 척척 진행되는 시티 투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 동원되는 연예인은 둘이지만 카메라 뒤에서 그들을 쫓는 스텝(연출, 카메라1,2, 카메라 보조, 녹음1,2,  대본 작가, 현장 진행, 연예인 매니저 등등......)은 최소 열 명이 넘는다.  이들이 조용한 공공 도서관에 침투하여 도서관을 도떼기시장으로 만들어놓으리라는 것은 상상 가능한 일.  특히, 국가 공공 기관 시설을 촬영할 때에는 미리 촬영 허가 신청을 해야 하고 허가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상식.  종합하면  :   무작정 카메라 한 대 들고 도서관 가서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 꿍짜작꿍짝 ~                      이런 분위기는 아니라는 점이다.

이것저것 따지고 보면 알콩달콩 부부가 무작정 도떼기 스텝을 이끌고 서울 시청 도서관을 침투하는 시나리오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제작진은 우결 부부가 그날 즉흥적으로 도서관 데이트를 하기 오래 전부터 이미 공공 도서관 촬영 허가 신청을 해놓았다고 봐야 한다. 어떻게 알았을까 ?   이런 것을 두고 예능의 전지적 작가 예언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지상파 리얼리티 예능 프로는 " 다큐 " 가 아니라 " 페이크 " 에 가깝다는 점이다.  자연스러운 행동은 사실은 철저하게 계산된 행동이다. << 아빠를 부탁해 >> 가 대표적이다. 


딸 바보를 자처하면서 국민 꽃중년으로 인기를 끌었던 조민기와 조재현은 좋은 아빠가 아니라 딸 같은 어린 여자만 보면 " fuck " 하고 싶어 환장한 " fake " 파파'다. 그러니까 face는 on(air)이냐 off(air)냐에 따라 그때그때 표정이 달라요. 그것이 바로 fact다. 그들을 탓할 필요는 없다. 카메라 앞에서 우리 모두는 연기자'다. 더군다나 그들은 프로 연기자가 아닌가. 그런 점에서 << 효리네 민박 >> 또한 " 일상 " 이 아니라 " 판타지 " 에 가깝다. 이 방송에 등장하는 자동차, 청소기, 음료수, 매트리스는 모두 PPL이다. 이 상품들은 방송에 몇 초 동안 노출이 되느냐에 따라서 가격이 달라진다.


또한 그들이 입는 의상도 방송의 기조 색에 맞춰 통일성을 유지하도록 설계된다. 즉, 이효리와 이상순 부부 그리고 그 친구들은 PPL의 광고 모델인 셈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시청자는 그들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휴일(休)을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휴-일(勞)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효리네는 제주도 쉼터에서 쉬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는 연기자의 일터인 셈이다. 이런 방송에서 삶의 진정성을 찾는다는 것은 쪽팔린 일이다. 이효리와 이상순 부부가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 다 내려놓고 " 자연과 함께 사는 삶이 가능한 이유는 필요한 것은 그들 부부가 " 다 손에쥐고 " 있기 때문에 가능한 판타지'다.  그렇기 때문에 손에 쥔 것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당신이 이 방송을 보고 제주도에 내려가 그들 삶을 따라 하며 " 힐링 " 하려다가는 " 오링1) " 되기 쉽다. 

다시 한번 반복해서 말하지만 효리네 민박은 일상이 아니라 판타지다. 긴말하지 않으련다. 이 방송에 투입된 연출가는 총 10인이다. 그리고 이 방송에 투입된 대본 작가는 9명이다. 그들이 만든 프로그램이 바로 효리네 민박이다.












​                                            


1)     도박이나 기타 등등에서 쓰이는 전문 용어로, '올인(All in)'을 일본식으로 발음한 것이나 의미는 약간 다르다. '올인'의 경우 '100% 확신하여 자신의 판돈을 전부 그 곳에 건다' 뜻이나, 오링은 '판돈을 전부 잃었다'는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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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3-03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능 버라이어티의 ‘판타지‘에 너무 빠지면 현실과 판타지를 구분하지 못해요. 이효리-이상순 부부의 집에 함부로 들어올려는 사람들은 방송이 만든 판타지에 제대로 속은 거죠. ‘나도 연예인 집에 숙박할 수 있겠다‘ 그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03-04 17:07   좋아요 0 | URL
후후.. 요즘은 이 방송이 인기를 얻자 사기 사건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겨울호랑이 2018-03-03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봤던 영화 「트루먼 쇼」가 그렸던 미래가 현실로 나타나는 느낌이 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03-04 17:06   좋아요 1 | URL
왜 사람들은 짜고 치는 사기에 열광하는지 저는 좀 이해가 안 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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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친 상 간 과   부 친 살 해   :




 



아빠를 부탁해




 


                                                                                                       불교 철학을 공부하고 싶어서 이쪽 방면에서 꽤 박식하다는 이에게 읽을거리를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그가 내민 책이 << 벽암록 >> 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 이 책 한 권 속에 불교 철학의 모오든 삼라만상이 담겨 있습니다, 할렐루야 !                         

하지만 나는 읽다가 포기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다 읽긴 읽었으나 안 읽은 것이나 다름없다. 나는 이 책을 추천한 이를 원망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것은 마치 구구단도 못 외우는 이에게 위상수학 책을 내민 꼴이라고나 할까. 듣기로는 돈오를 경험하게 되는 선문답 모음집이라 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독설과 요설이 난무해서 깜짝 놀랐던 기억만 생각난다. 이 책에서 운문문언 선사는 " 만약에 석가모니가 내 앞에서 다시 한 번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오만을 부린다면, 다리몽둥이를 분질러 놓겠다. " 고 으름장을 놓는다.

그런가 하면 그 유명한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고, 부모를 만나면 부모를 죽이고, 나한을 만나면 나한을 죽이고, 친척 권속을 만나면 친척 권속을 죽여라(살불살조살부살모(殺佛殺祖殺父殺母))의 출처도 이 책이다. 나는 당황스러웠다. 아니..... 부처님을 왜 죽여.  듣기로는 속세에서 선승이라 칭송이 자자하던데 아니올씨다,네. 요승이네, 요승. 요물들이야.                     살불살조살부살모의 깊은 뜻을 어렴풋이 깨닫게 된 계기는  이명박근혜 정권을 경험하면서 시작되었다. 달리 생각하면 : 씨발놈들, 참... 고마우신 분들이었다. 이명박 정권을 대표하는 문화 상징은 신경숙 문학이었다.

소설 << 엄마를 부탁해 >> 는 날짐승도 아니면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그런가 하면 박근혜 정권을 대표하는 문화 상징의 키워드는  << 아빠를 부탁해 >> 였다. 박정희 신화가 폭력적인 아빠에 대한 마조흐적 향수였다면 < 7번 방의 선물 > 은 모자란 아빠에 대한 향수였고, 오락 프로그램 < 아빠 어디 가 > 와 < 아빠를 부탁해 > 는 " 아빠 " 라는 낡은 이미지를 유쾌하고 즐거운 이미지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니까 이명박근혜 정권을 관통하는 문화 상징은 상징적 아버지(어머니)에 대한 긍정성'이었다. 의문이 들었다. 왜, 이명박근혜 같은 극우 정권은 하필 아버지와 어머니를 호출했을까 ?

돌이켜보면 진보 정권 10년을 관통하는 것(혹은 군부 독재 정권에 대항했던 운동권 문화)을 이성복과 최승자 시인의 시를 빌려서 설명하자면 " 아버지...아버지, 씹새끼. 너는 입이 열이라도 말 못해 1) " 와 " 오, 개새끼 못 잊어 2)" 였다. 장정일을 필두로 새롭게 대두된 포스트모더니즘 소설의 핵심은 아버지 개새끼'가 아니었을까. 이 사실을 감안하면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고, 부모는 만나면 부모를 죽이고, 친척을 만나면 친척을 죽여야 된다는 요설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다. 스승과 우상으로서의 아버지를 극복하는 것이야말로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문화 예술 전반의 숙명적 비극인 것이다.

아버지를 죽이기는커녕 오히려 아버지를 숭배하고 죄를 은폐하게 되면 그 문화는 몰락할 수밖에 없다. 고은, 이윤택, 조민기,조재현의 추태가 말해주는 것은 부친 살해에 실패하게 될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고인 물이 썩듯이 인간은 아버지가 되는 순간, 어머니가 되는 순간, 부처가 되는 순간, 조사가 되는 순간 반드시 부패한다. 공교롭게도 오락프로그램 << 아버지를 부탁해 >> 에 출연했던 두 아버지(조민기,조재현)가 어린 여성을 상대로 성폭력 범죄에 연루되었다는 점은 아버지의 본성이 근친상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근친상간3)에 대항하기 위해 부친살해가 필요한 것이다. 역설적인 표현이지만 < 아버지 개새끼 > 를 말할 수 있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인 반면에 < 이십대 개새끼 > 를 주장하는 사회는 병든 사회'다. 하여, 나는 이렇게 말하련다. 아버지... 아버지 씹새끼. 너는 입이 열 개라도 말 못해 !





가족의 이익을 위해 부정부패도 서슴없이 저지르는 가족주의로, 이탈리아 마피아의 가족주의가 그 전형적인 사례다. ‘비도덕(amoral)’은 ‘부도덕(immoral)’과 달리 도덕에 반한다기보다는 도덕 관념이 없거나 약한 것을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살펴볼 때에 가족주의가 강한 나라일수록 부정부패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런 현상도 비도덕적 가족주의로 설명할 수 있다. 가톨릭 국가들이 프로테스탄트 국가보다 부패가 더 심한 것도 가톨릭 국가들이 더 가족 중심적이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같은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도 가족에 대한 의무를 더 강조하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중앙아시아 국가들보다 부패의 정도가 한결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차원에서 부정부패는 혐오스러운 것이지만,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사람의 가족에겐 물질적 풍요를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된다. 사회적으로 부정부패 척결의 목소리가 아무리 크게 외쳐져도 부정부패가 끊이지 않는 것은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사람의 지극한 가족 사랑 때문일 수 있다.

- 비도덕적 가족주의(amoral familism) , 선샤인 논술사전(인물과사상사)




​                                       


1)  그해 가을, 이성복

2)  Y를 위하여, 최승자

3)  http://myperu.blog.me/220280372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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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 2018-02-26 18: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렇게 유쾌한 한 호흡의 글은 곰발님 머리 밖으로 그냥 막 뛰쳐나오나요?
늘 역쉬~하며 감동합니다.
길위에서 읽다가 좋아요를 자동으로 누르고 있습니당!

곰곰생각하는발 2018-02-26 19:05   좋아요 0 | URL
아. 초원 님. 오랜만입니다. 무탈하시지요 ? 저야 뭐 늘 머릿속에 생각이 많아서
이것저것 꺼내놓아야 별탈이 없습니다. 이것저것 꺼내 놓다 보니 박리다매적 성격이 되었습니다..

수다맨 2018-02-27 1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번 기회에 고은이라는 인물의 인격적 과오를 점검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의 문학적 허실에 대한 비판적인 고찰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고은은 특정 평론가들(백낙청을 위시로 하는 참여문학 계열의 평자들)과 특정 출판사(창작과 비평)에 의해서 지나치게 고평가(노벨상 수상 후보?)를 받아 왔지요. 고은이 한국문학사에서 이른바 ‘아버지‘ 노릇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를 지지하는 열성적인 문학 에콜들이 있었습니다. 바꾸어 말해서, 고은이 아버지로 대우받지 못했다면 그가 도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과연 상습적으로 행할 수 있었을지도 의문이 들더군요.
저는 ‘고은은 왜 그러한 행동을 했는가‘를 준절히 따져야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들은 왜 고은을 아버지로 만들어야 했으며 그로 인한 책임과 부담은 어떻게 짊어져야 하는가‘라는 논의도 마땅히 제기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02-27 12:14   좋아요 0 | URL
판갈이해야죠. 한국 문화가 뒷걸음질치는 것은 어르신들이 장악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어르신들 물러나야지 새로운 세대가 새로운 문화를 선도한느 것 아니겠습니까..
 


 

​                                         


흥부를 보며 의자를 떠올리다 :


 




                                   영화 흥부 : 다 자빠뜨려


 

사업주는 지속적으로 서서 일하는 근로자가 작업 중 때때로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경우에 해당 근로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의자를 갖추어 두어야 한다.

 

-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 16조

 



 


러시아어를 한국말로 발음할 때에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 < 라이터 > 는 " 좌지깔까 " 로 발음되고, < 내일 또 만나 > 는 " 다 자빠뜨려 " 로 발음되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 없이 " 헤이, 친구 !  좌지깔까(어이, 친구 ! 불 좀.... ) " 이라거나, " 헤이, 친구 !  우리집에서 다 자빠뜨려(어이, 친구 ! 우리 집에서 내일 또 만나....) " 라고 말했다가는 성폭력 설화에 휩쓸리기 딱이다, 물론 이 모오든 구설수가 오해에서 비롯된 사실이라는 것이 곧 밝혀지겠지만...... 

영화 << 흥부 >> 을 연출한 조근현 감독은 뮤직비디오 주연 배우 오디션 과정에서 여성 응모자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 깨끗한 척 조연으로 남느냐, 다 자빠뜨리고 주연하느냐, 어떤 게 더 나을 것 같아 ?  조연은 아무도 기억 안 해 ! " 설 대목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설렜던 감독은 " 다 자빠뜨려 " 라는 이 한마디에 모든 게 무너진 인간이다(물론 이 설렘은 감독의 착각으로 밝혀졌다.  시사회 이후 작품성에 대해 흉흉한 소문이 돌던 영화였다). 그는 타인을 " 자빠뜨리 " 려다가 스스로 " 나자빠진 " 경우라고나 할까. << 흥부 >> 가 설 대목을 겨냥한 영화이다 보니 한국 영화 평균 순 제작비 50억이라고 했을 때 여기에 덧대어 마케팅 비용 대략 20억 정도를 포함한다면,

어림짐작만으로 계산해도 이 영화에 70억 이상의 투자비가 투자되었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조근현의 말 한마디에 70억이 투자된 영화가 나자빠진 경우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는데 조근현은 말 한마디에 70억을 날린 꼴'이다. 조근현의 구설 중에서 내가 눈여겨본 대사는 조연은 아무도 기억 안 해 _ 라는 말이었다. (여성) 주연을 감독 따위나 자빠뜨려야 능력을 인정받는다고 믿는 감독의 저능한 인식도 문제이지만 조연은 아무나 해도 된다는 인식도 마찬가지다. 전자가 감독의 발기된 여성관을 보여준다면 후자는 잘못된 직업관을 보여준다.

박력 있는 주연보다 매력 있는 조연이 영화를 살리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 살인의 추억 >> 이 위대한 걸작으로 남는 이유는 김뢰하, 송재호, 변희봉, 류태호, 박노식의 기라성 뺨치는 매력적인 조연 덕이다. 밀가루 요리에서 박력분과 중력분은 그 쓰임새가 다를 뿐이지 중력분이 박력분의 시다바리는 아니다. 영화에서의 주연과 조연 역할도 마찬가지다. 이런 인식을 가진 감독이 만든 영화라면 안 봐도 비디오다. 똥을 굳이 먹어봐야 아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  하여, 나는 이 영화를 보지 않았으나 본 것과 다르지 않다는 믿음으로 별점과 함께 20자 평을 남기자면   :   흥부 찍다 흥분한 감독의 일갈. " 다, 자빠뜨려 ! "        

결론  :  좌지까까와 다자빠뜨라'라는 러시아어를 발음할 때는 항상 문맥을 따져가며 사용할 것.  조근현 감독에게 있어서 < 자빠뜨리려는 욕망 > 과 < 세우려고 하는 욕망 > 은 비슷한말이지만, 반대로 자빠뜨리려는 욕망과 자빠지지 않으려는(세우려고 하는) 욕망이 상반된 경우도 있다.  그런 점에서 < 자빠뜨려 > 의 반대말은 " 좌지까까 " 가 아니라 < 의자 > 다.   영화 << 방가방가 >> 에 등장하는 의자 공장 최반장의 말을 빌리자면 의자는 " 자빠지지 않으려는 불굴의 의지 " 가 내재되어야 한다.  아무리 디자인이 훌륭하다 한들 쉽게 나자빠지는 의자는 의자가 아니라 의지박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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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8-02-23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무살 넘으면 탈중심주의에 빠져드는 거 아닌가요? 저는 그랬거든요. 요즘이라면 10대에 그럴테지만. 10대에도 이미 중심과는 동떨어져 살았지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8-02-23 13:49   좋아요 0 | URL
중2병에서 벗어나야지요.. 후후..
 

 

 

 

 




신파와 함께








                             나는 얼리어답터가 아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참새가 더 많은 벌레를 잡는다고는 하지만 같은 이유로 밤잠 없는 올빼미가 남보다 일찍 일어나는 참새를 잡아먹기도 하니 참새의 지랄같은 근면은 다 부질없는 짓이다. 그것은 자본주의 자본가 승냥이들이 퍼트린 유언비머'다.  남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개봉일에 맞춰 영화를 보고는 하는데 나는 만석인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끔찍해서 끝물일 때 주로 영화를 본다. 이 넓고 아득한 나와바리에서 혼자 영화를 본다는 것은 꽤나 근사한 일이다. 천만관객영화 << 신과 함께 >> 를 보았다. 개인적으로 정보석과 함께 연기를 가장 못하는 연기자에 속하는 차태현이 주연이라 크게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역시나 메로나'였다. 저 어설픈 표정 연기와 높낮이 없이 발성되는 대사를 듣고 있노라니 한심하다는 생각조차 들었다. 자홍이라는 캐릭터가 이 세상에 둘도 없는 " 착하고 명랑한 캐릭터 " 를 연기할 때마다 신파를 한방에 터트리기 위해 비축한 풍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기다가 울리는 것이야말로 한국 영화의 특징이니깐 말이다. 이제는 특수효과가 영화를 평가하는 데 프리미엄으로 작용하는 때는 지났다. << 신과 함께 >> 특수효과가 할리우드 특수효과와 견줘 손색이 없다손치더라도 그것이 영화를 평가하는 미덕이 될 수는 없다는 말이다. 무엇보다도 배우 예수정이 연기하는 어머니 캐릭터는 신파와 최루에 봉사하기 위해 소모되는 납작한 캐릭터라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 그 > 는 늙고 병들었을 뿐만 아니라 언어 장애를 가진(말을 못하는) 노모'다. 문제는 한국 영화가 장애인을 소비하는 방식이다. 한국 영화 속 장애인은 비장애인을 울게 만들 목적으로 만들어진 " 눈물 - 장치 " 이다. 예수정도 마찬가지다. 깊이는 없고 모성애에 기대서 값싼 눈물을 구걸할 뿐이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가족 동반 자살에 대한 낭만적 접근이다. 그것은 명백한 살인 행위인데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는 비극적 가족 서사에 봉사하기 위한 헌신적 가족애로 포장된다. 한국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지독한 모성 신화'이기도 하다. 보는 내내, 1초의 환희도 없이 모든 경멸과 혐오를 담아 이 영화를 보았다. " 뭐, 이런 신파 ! 이따구 영화가 천만 관객을 동원했다니. 맙소사. " 나라도 욕이나 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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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8-02-22 1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원작이 훨씬 좋은데 알 수 없는 이유로 이상한 장치로써 개작을 선택했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8-02-23 13:24   좋아요 0 | URL
그런 말씀 많이 하시더군요.. 한번 원작 읽어봐야 겠습니다..

cyrus 2018-02-22 1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설날에 집에서 이 영화를 결제해서 봤어요. 무료로 받은 포인트로 결제하길 잘 했어요. 제 동생이 보라고 해서 봤는데 생각보다 별로였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8-02-23 13:24   좋아요 0 | URL
저도 생각보다 슬프지도 즐겁지도 않아서 의외였습니다. 이게 뭐가 그렇게 슬프고 재미있지 ? 의아하더군요..

samadhi(眞我) 2018-02-22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님과 비슷한 이유로 가족애를 그리는 영화를 저는 못 보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8-02-23 13:23   좋아요 0 | URL
좀.. 담담한 가족애를 그린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양이라디오 2018-02-22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영화 궁금하지만 참고 안보고 있어요ㅎㅎ 봤다면 곰발님과 비슷한 감상을 남기지 않았을까 싶네요ㅎ

곰곰생각하는발 2018-02-23 13:23   좋아요 1 | URL
걸레 빨듯 쪽쪽 빨아서 어떻게 해서든 관객을 울리겠다는 작심이 저는 불편하더라고요..

2018-02-22 2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02-23 13:23   좋아요 0 | URL
네. 알겠습니다
 

 

 

 


 






나와바리 문화 : 이 구역의 미친놈은 나야





 



                                                                                                         영화평론가 정성일은 어느 글에서 영화인도 아닌 사람들이 영화에 대해 말을 하고 글을 쓰는 것에 대해서 꽤나 불쾌한 심정을 내비친 적이 있다. 저잣거리 입말로 표현하자면 : 좆도 모르면서 개나 소나 영화에 대해서 한마디씩 한다는 불멘소리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에인젠슈타인이 고다르에 대해 말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비트겐슈타인이 고다르에 대해 말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인가 ?  영화(와 관련된 사유)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자격은 오로지 영화인뿐이라는 정성일의 억지를 듣고 있노라면 나는 이 사람이 박식한 것인지 박약한 것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가뜩이나 정성일을 꼴 같지 않은 사람 취급을 했던 나는 그의 지적질에 더욱 정나미가 떨어져서 내 마음은 금세 모나미가 됐다. 허허, 이러다가는 오나미가 되게써어 ~                그것은, 뭐랄까. 이 구역(나와바리)의 미친놈은 나야 _ 라고 외치는 뒷골목 양아치 쌈마이 나와바리 선언 같다.

약은 약사에게 평은 평론가에게 ! 그런데 이 논리, 위험하다. 작년에 문단 내 성폭력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 문제에 대해 신랄할 어조로 비판했던 몇몇 사람들은 외부 개입을 차단한 채 문단 스스로 자정 능력을 발휘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는 논리를 펼친 바 있다. 그러니까 외부 개입(예를 들면 정치권에서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행위 따위)을 불순한 개입으로 인식한 것이다. 그들은 시민 단체의 중재 제안도 거부한 채 장고에 들어갔다. 문단이라는 글쟁이 나와바리 영토의 자폐성 때문에 곪아 터진 일인데 여전히 울타리를 닫은 채 스스로 자정 능력이 있으니 당신들은 상관할 바 아니라는 말투다.

조직의 개혁 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조직 내 사람들이 내놓는 대책이다. 국정원 개혁은 국정원이, 검찰 개혁은 부패한 검찰에게라는 논리와 다를 것이 없다. 이 인간들도 정성일처럼 약은 약사에게 진단은 문학인에게 _ 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런 식의 땜빵 전략은 밑돌 빼서 윗돌 고이는 꼴이다. " 개혁의 대상 " 들이 " 개혁의 주체 " 인양 떠들고 있다. 흔히 문단이라고 하면 지식인의 꽤나 근사한 운명공동체처럼 보이지만, 까놓고 말해서 문단이라고 쓰고 나와바리라고 읽어야 한다. 그들은 단순히 이익 단체일 뿐이다. 양아치들이 뒷골목에서 나와바리를 차지하기 위해 쌈마이 혈투에 목숨을 바치듯,

문인들은 사시미칼 대신 고상하게 언어로써 쌈마이 전투를 펼친다. 나와바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운다는 점에서 둘은 하나다. " 옛날에 고은이란 위대한 문단의 거산, 거봉, 대물 선생님이 계셨다. 옛날에 소뿔 여러 개 작살내셨지. 그 양반 스타일이 그래. 너, 너너너너 소야 ? 나, 고은이야. 그리고는 존나게 내려치는 거야. 바로 그런 무대뽀 정신이 필요하다. 좆도 아닌 것을 좆도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 문장력. 양아치에게는 가오가 생명이지만 우리에게는 아우라가 생명이다. 그게 바로 우리 문단의 사명이다. 알겠느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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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2-21 08: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인 물은 썩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폐쇄적인 구역이 된 문단은 썩기 마련입니다. 문학 권력이 자신들을 비판하는 독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일은 한 두 번이 아니에요. 신경숙 작가 표절 시비가 있었을 때 문단은 귀를 닫았고, 박범신 성추행 사건 때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어요.

˝고은 물˝이 썩은 지 오래됐는데 그동안 침묵하던 문단은 이제서야 ˝고은 물˝을 빼내기만 할 뿐입니다. 그렇게 되면 문단 내 추악한 일면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동조했던 문학 권력자들은 비판의 칼날을 피할 수 있어요. 이들이 문단 나와바리의 최고 권력자가 되면 ˝썩은 물˝이 또 생깁니다. 이번에야말로 문단 물갈이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02-21 12:4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고은물은 썩는다... ㅎㅎㅎㅎ 탁월하신 언어유희이십니다..


숲에 호랑이가 없으면 여우가 왕이 된다고 고은 물 빠진다고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죠.. 술자리에서 들었던 추문들이 모두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는데 제가 알고 있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어르신들 졸라 많습니다..

어떤 사안에 대해서 문단 어르신들 그렇게 사회적 목소리 높이며 그 결기가 대단하던데.. 참 신기하죠. 왜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쓴소리하는 문단 어르신이 없어요.

꼬마요정 2018-02-21 2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들 하던 짓거리라 뭐라 할 사람이 없는 걸지도 모릅니다. 사실 뭐가 잘못됐는지 모를 수도 있구요. 어떤(혹은 대부분)남자들은 식욕, 수면욕, 배설욕 이런 건 참는데 성욕은 못 참을 뿐더러 채우기까지 해야한다고 자신들을 세뇌시키는 것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02-22 11:59   좋아요 0 | URL
침묵하는 어르신이 범인이닷.. 뭐,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네요..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