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바리 문화 : 이 구역의 미친놈은 나야





 



                                                                                                         영화평론가 정성일은 어느 글에서 영화인도 아닌 사람들이 영화에 대해 말을 하고 글을 쓰는 것에 대해서 꽤나 불쾌한 심정을 내비친 적이 있다. 저잣거리 입말로 표현하자면 : 좆도 모르면서 개나 소나 영화에 대해서 한마디씩 한다는 불멘소리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에인젠슈타인이 고다르에 대해 말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비트겐슈타인이 고다르에 대해 말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인가 ?  영화(와 관련된 사유)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자격은 오로지 영화인뿐이라는 정성일의 억지를 듣고 있노라면 나는 이 사람이 박식한 것인지 박약한 것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가뜩이나 정성일을 꼴 같지 않은 사람 취급을 했던 나는 그의 지적질에 더욱 정나미가 떨어져서 내 마음은 금세 모나미가 됐다. 허허, 이러다가는 오나미가 되게써어 ~                그것은, 뭐랄까. 이 구역(나와바리)의 미친놈은 나야 _ 라고 외치는 뒷골목 양아치 쌈마이 나와바리 선언 같다.

약은 약사에게 평은 평론가에게 ! 그런데 이 논리, 위험하다. 작년에 문단 내 성폭력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 문제에 대해 신랄할 어조로 비판했던 몇몇 사람들은 외부 개입을 차단한 채 문단 스스로 자정 능력을 발휘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는 논리를 펼친 바 있다. 그러니까 외부 개입(예를 들면 정치권에서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행위 따위)을 불순한 개입으로 인식한 것이다. 그들은 시민 단체의 중재 제안도 거부한 채 장고에 들어갔다. 문단이라는 글쟁이 나와바리 영토의 자폐성 때문에 곪아 터진 일인데 여전히 울타리를 닫은 채 스스로 자정 능력이 있으니 당신들은 상관할 바 아니라는 말투다.

조직의 개혁 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조직 내 사람들이 내놓는 대책이다. 국정원 개혁은 국정원이, 검찰 개혁은 부패한 검찰에게라는 논리와 다를 것이 없다. 이 인간들도 정성일처럼 약은 약사에게 진단은 문학인에게 _ 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런 식의 땜빵 전략은 밑돌 빼서 윗돌 고이는 꼴이다. " 개혁의 대상 " 들이 " 개혁의 주체 " 인양 떠들고 있다. 흔히 문단이라고 하면 지식인의 꽤나 근사한 운명공동체처럼 보이지만, 까놓고 말해서 문단이라고 쓰고 나와바리라고 읽어야 한다. 그들은 단순히 이익 단체일 뿐이다. 양아치들이 뒷골목에서 나와바리를 차지하기 위해 쌈마이 혈투에 목숨을 바치듯,

문인들은 사시미칼 대신 고상하게 언어로써 쌈마이 전투를 펼친다. 나와바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운다는 점에서 둘은 하나다. " 옛날에 고은이란 위대한 문단의 거산, 거봉, 대물 선생님이 계셨다. 옛날에 소뿔 여러 개 작살내셨지. 그 양반 스타일이 그래. 너, 너너너너 소야 ? 나, 고은이야. 그리고는 존나게 내려치는 거야. 바로 그런 무대뽀 정신이 필요하다. 좆도 아닌 것을 좆도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 문장력. 양아치에게는 가오가 생명이지만 우리에게는 아우라가 생명이다. 그게 바로 우리 문단의 사명이다. 알겠느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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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2-21 08: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인 물은 썩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폐쇄적인 구역이 된 문단은 썩기 마련입니다. 문학 권력이 자신들을 비판하는 독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일은 한 두 번이 아니에요. 신경숙 작가 표절 시비가 있었을 때 문단은 귀를 닫았고, 박범신 성추행 사건 때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어요.

˝고은 물˝이 썩은 지 오래됐는데 그동안 침묵하던 문단은 이제서야 ˝고은 물˝을 빼내기만 할 뿐입니다. 그렇게 되면 문단 내 추악한 일면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동조했던 문학 권력자들은 비판의 칼날을 피할 수 있어요. 이들이 문단 나와바리의 최고 권력자가 되면 ˝썩은 물˝이 또 생깁니다. 이번에야말로 문단 물갈이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02-21 12:4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고은물은 썩는다... ㅎㅎㅎㅎ 탁월하신 언어유희이십니다..


숲에 호랑이가 없으면 여우가 왕이 된다고 고은 물 빠진다고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죠.. 술자리에서 들었던 추문들이 모두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는데 제가 알고 있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어르신들 졸라 많습니다..

어떤 사안에 대해서 문단 어르신들 그렇게 사회적 목소리 높이며 그 결기가 대단하던데.. 참 신기하죠. 왜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쓴소리하는 문단 어르신이 없어요.

꼬마요정 2018-02-21 2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들 하던 짓거리라 뭐라 할 사람이 없는 걸지도 모릅니다. 사실 뭐가 잘못됐는지 모를 수도 있구요. 어떤(혹은 대부분)남자들은 식욕, 수면욕, 배설욕 이런 건 참는데 성욕은 못 참을 뿐더러 채우기까지 해야한다고 자신들을 세뇌시키는 것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02-22 11:59   좋아요 0 | URL
침묵하는 어르신이 범인이닷.. 뭐,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네요..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