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 먹어라 !







​종술은 심각한 사태에도 불구하고 고봉밥 한 그릇을 단숨에 먹어 치웠다 


- 윤흥길, 완장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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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파를 물에 담그면 나중에 싹이 나듯이 보리도 물에 담그면 나중에 싹이 난다1).  싹이 난 보리와 고두밥을 골고루 섞은 후 물을 부어 약불에 3,4시간  끓이면 조청(물엿)이 되고 굳으면 엿'이 된다. 

다시 말해서, 엿의 단맛은 오롯이 보리와 쌀이 만든 맛'이다. 보리와 쌀은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결국에는 단맛으로 산화하신 분이다.  알고 보면 쌀과 보리는 슈가보이'다. 밥은 곧 sugar 덩어리'다.  그렇기에 밥 한 공기에 포함된 당을 각설탕으로 환산하면 22개나 된다는 사실에 놀랄 필요는 없는 것이다. 설탕(雪糖)을 의미하는 한자 당/탕(糖)의 부수가 米(쌀 미)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밥이 곧 설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채식주의자인 승려들이 몸집이 후덕한 이유도 설명이 가능하다. 허세를 부리지면 한자 糖을 사용하는 혈당과 당뇨(와 관련된 성인병)는 쌀의 과잉 섭취와 관련이 있다.

밥이 주식인 한국인에게 반찬 없이 삼시 세 끼를 밥만 먹는다고 가정해도 하루에 최소 각설탕 66개를 먹는 꼴이 된다. 여기에 간식과 야식을 포함(떡볶이 1인분 : 각설탕 17개, 콜라 : 9개, 아이스크림 : 13개, 식빵 1개 : 13개,  잔치국수 1인분 : 39개)하면 하루에 각설탕 100개 이상을 섭취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커피를 마실 때 각설탕 한 개 더 넣느냐 마느냐를 놓고 고민해야 하는 당신에게는 놀랄 만한 사실이다. " 이거 실화냐 ? " 이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명쾌하다. " 응, 실화야 ! "

< 저탄고지 > 의 핵심은 고기'를 많이 먹는다는 데 방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탄수화물인 밥을 줄이는 데 방점을 찍는 식단이고, 내가 실천하고 있는 < 1일1식 > 도 따지고 보면 밥 두 공기를 먹지 않는 식단이다. 그리고 현미 위주의 식단도 백미의 양을 줄이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 이제 흰 쌀밥 위주로 삼시 세 끼를 채우는 것은 위험하다. 옛 사람들은 고봉밥을 먹어도 탈이 없었던 것은 그 당시에 설탕은 귀한 음식 재료였다는 데 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아침에 먹는 밥이 황금 밥상이라며 꾸역꾸역 밥을 권하는 것은, 음.... 그러니까, 그게.......... 밥 먹으라는 소리는 엿 먹으라는 소리와 똑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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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엿기름은 엿으로 만든 기름이 아니라 싹이 난 보리를 말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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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5-24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어머니는 콩밥, 잡곡밥을 많이 하십니다. 마지막으로 집에서 흰쌀밥을 먹은 게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콩밥, 잡곡밥을 많이 먹었어요. 콩을 많이 먹으면 정자 수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본 적이 있어요. 콩밥 먹은 양을 생각하면 정자 수가 많이 줄어들었을 거예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8-05-25 14:34   좋아요 0 | URL
저도 평생 잡곡밥을 먹었습니다. 콩밥이죠. 콩 넣고 보리 넣고 수수 넣고 ... 저희는 말린 고구마도 넣어도 정말 잡곡밥을 먹었는데... 그게 전 그렇게 싫더군요. 어린 마음에.... 지금은 그립습니다.. ㅎㅎㅎㅎ

다크아이즈 2018-05-25 0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곰발님의 일일일식 이론이 올라 올 때마다 솔깃해지는 일인입니다.
근데 방법을 알면서도 곰발님처럼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강단과 의지력이 부럽기만 하옵니다.

일일 이식을 하되 탄수화물을 줄이는 방법으로도 살이 빠질까요?
(운동 없이요 ㅠ)

곰곰생각하는발 2018-05-25 16:08   좋아요 0 | URL
뺄 살이 뭐가 있다가 다이어트를 하시나요..ㅎㅎ
다이어트에 운동을 가성비 측면에서 보자면 형편없죠. 운동으로 살 뺄 생각하면 안 되고 무조건 식이 요법인데... ㅎㅎㅎㅎ 방법이 없습니다. 눈 딱 감고 1식 한달만 해보세요. 평생 다이어트 해서 오는 고통을 생각하면서... 1식을 습관화하면 이거 장점이 무궁무진합니다. 정말 강추합니다아..

2018-05-25 0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05-25 14:30   좋아요 1 | URL
미국이 비만의 천국이 된 이유는 맥도날도 때문이랍니다. 지금의 햄버거 보통 크기가 50년대에는 딱 절반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경쟁을 하다 보니 조금 더 크게 조금 더 크게 경쟁을 하다 보니 지금처럼 빅 사이즈 햄버거가 표준이 되어서 사람들도 그것을 따라하다 보니 1일 섭취량이 늘었다는 겁니다.. 결국 많이 먹게 만드는 것은 사람의 의지가 아니라 시스템의 계략인 거죠. 확실히 사 먹는 음식은 더 많이 먹게 하기 위해 달고 짜게 음식을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ㅎㅎ
 





순대국과 꼬부랑국수


 

 

                                                                                                       남조선 한글 정책을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규칙이랍시고 내놓는 것은 온통 예외투성이라서 억지로 짜 맞춘 " 가다와꾸 " 같다. 예외가 많다면 불규칙인데 그들은 규칙이라고 우기니, " 홍시 맛이 났는데, 어찌 홍시라 생각했느냐 하시면, 그냥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생각한 것이온데...... " 라고 말했던 어린 장금이의 삐딱한 곤경이 이해가 간다.

사이시옷 정책은 참고 참았던 내 인내심에 기름을 붓고 불을 붙인 정책이었다. 어느 날 눈을 뜨니 순대국이 순댓국이 되었고 만두국이 만둣국이 되었다. 만두를 만두라 하지 못하고 만둣으로 써야 하니 입말이 쓰다. " - 국 " 앞에 사이시옷이 붙으면 맛이 안난다. 시옷이 주는 어감이 맛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라고 나는 추측한다). 사이시옷 넣는 조건은 간단하다. 한글은 기본적으로 소리나는 대로 적는다는 것이다. 소리 나는 대로 쓴다고 ?  소리 나는 대로 썼다가 맞춤법 틀렸다고 욕 좀 먹어본 사람이라면 황당한 시추에이션이다.  언제부터 한글이 소리 나는 대로 적는 표음문자였던가 !

예외 많은 규칙은 규칙이 될 수 없다는 상식을 모르는 것일까 ? < 예외 많은 규칙 > 은 한글 맞춤법의 특징이어서 사이시옷을 넣느냐 마느냐도 그때그때 다르다.  전세 + 집 = 전셋집인데, 전세 + 방 = 전세방'이란다. 한자어와 한자어가 결합하면 사이시옷을 삽입하지 않는다는 규정 때문이다(전세방에서 전세(傳貰)와 방(房)이 모두 한자어로 구성되었다). 억지로 규율을 정하다 보니 북어로 국을 내면 북엇국이 되고 탕을 내면 북어탕이 된다.  나랏 말쌈이 듕국과 달라서 서로 사맛디 아니 한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식으로 구별을 짓는 것은 언어 차별이다.  그런데 한자어로 구성된 단어도 예외는 존재하니 곳간(庫間), 셋방(貰房), 횟수(回數), 숫자(數字), 찻간(車間), 툇간(退間) 따위는 모두 한자로 구성된 단어인데 사이시옷을 넣는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예외의 예외도 존재한다.

고간과 차간을 각각 곳간과 찻간이라고 적으니 기차간이라는 단어를 기찻간(汽車間)이라고 쓰는 것이 합당할 텐데도 기찻간은 틀린 표기이고 기차간이라고 써야 한다. 뭐지 ?????!!    이 정도면 원칙보다 불규칙이 더 많은 규칙'이다. 사이시옷 정책은 예외가 너무 많을 뿐만 아니라 쓸데없이 어렵다. 또한 그것이 한글맞춤법의 특징이기도 하다. 소리 나는 대로 적었다고 좆 되거나 젖 된 경우...... 다들 있으시죠 ?  반면, 북조선 한글 정책은 남조선 한글 정책에 비해 우수하다. 라면을 북한에서는 " 꼬부랑국수 " 라고 한단다. 무릎 탁, 치고 아, 했다. 귀에 쏙쏙 박힌다. 그리고 네비게이션은 북한어로 길동무라고 한단다.

만약에 남조선과 북조선이 통일이 되어 한글 정책을 하나로 통일해야 된다면 남조선은 무조건 북조선 한글 정책을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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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1 15: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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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1 15: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1 1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1 21: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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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그는 몸으로 울었다




 



나는 이름이 없어. 너도 이름이 필요 없어. 우리는 바깥 세상의 모든 것을 잊고 이 방에서 만나는 거야 !



-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김애란 소설을 다시 보기 시작한 계기는 << 두근두근 내 인생 >> 이었다. 이토록 " 형편없는 "  소설을 " 형편있다 " 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문단의 허세가 놀라웠을 뿐만 아니라

명색이 대한민국 문학상을 싹쓸이한 소설가가 쓴 소설치고는 지나치게 미숙하다는 점도 놀라웠다. 실망했으나 기대를 저버린 것은 아니었다. 한 번 저지른 실수이겠거니 했으나......      그 후에 나온 작품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예쁜 문장으로 예쁜 감성을 탁마하는 기술이야 김애란만 한 작가가 어디 있겠는가마는, 작가가 소설 속 주인공의 절망과 빈곤을 이야기하면서 지나치게 예쁜 문장만으로 상황과 심리를 묘사하는 것은 세상 물정 모르는 소년/소녀 감성처럼 느껴졌다.  김애란 소설은 가난한 달동네 담벼락에 칠해진 예쁜 벽화 같다(구경꾼이 보기에는 예쁜 그림이나 동네 주민에게는 불편한 관심일 뿐이다).

나이가 들다 보니 달달한 소설보다는 담담한 문학이 좋아진다. 권정생의 << 몽실 언니 >> 는 꾸미려는 수작이 없어서 좋다.  실에 대한 직시와 시대에 대한 증언은 이 작품의 깊이를 더한다. 김애란이 명심해야 될 것은 문학에서 중요한 것은 미문이 아니라 직시와 증언이라는 점이다. 가난한 마을의 담벼락을 알록달록하게 색칠한다고 해서 마을사람들의 삶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소설 << 몽실언니 >> 에서 몽실이는 길 위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길 위에서 헤어진다. 이별의 순간이 다가오면 몽실이는 언제나 그렇듯이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 이름이 뭐예요 ?                

몽실이는 왜 그토록 사람의 이름에 집착했을까 ?  양돈장에서 처음 일하게 되는 사람들이 쉽게 범하는 실수 중 하나는 새끼 돼지에게 이름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한다. 저 녀석은 똘똘이, 이 녀석은 촐랑이, 그 녀석은 얼룩이. 이름이 생기는 순간에 각각의 고유한 개성도 생기게 된다. 그러다 보니 돼지를 키워서 도축장으로 보낼 때에는 마음의 상처를 얻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양돈장에서 돼지를 키우는 사람들은 일부러 짐승에게 이름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름을 지어준다는 것, 혹은 그 사람의 이름을 알고 싶다는 것은 그 대상을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마음가짐의 출발이다.

앵무새를 키우는 친구가 있었다(https://blog.naver.com/unheimlich1/221080922232  : 숙녀와 새). 혼자 사는 그는 앵무새에게 말을 가르치기 위해서 자기 이름을 반복적으로 앵무새에게 상기시켰다고 한다. 내 이름은 ○○○이야. 따라해 봐 !                          혼자 사는 그가 아무도 없는 방에서 하는 말은 혼잣말이었으나 어느 순간부터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생각에 외롭지 않다고 했다. 그는 나를 만나면 항상 입에 침이 마르도록 앵무새를 칭찬했다(정확히 말하자면 친구가 아니라 아는 동생이었다). 그에게 불행이 찾아온 것은 몇 달 후였다. 새가 사라진 것이다. 친구는 술자리에서 앵무새를 잃어버렸다며 대성통곡을 했다. 

지금은 그 앵무새 이름이 무엇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친구는 내내 앵무새 이름을 부르며 슬퍼했다. 그때는 다 큰 사내가 작은 새 한 마리 때문에 우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으나 혼잣말이 늘어날수록 그 친구의 슬픔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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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2 11: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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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2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18-05-12 13: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ㅠㅠ 아오 곰발님 글 너무 좋네요. 감사합니다!

저도 담담한 문학이 좋습니다ㅎ

곰곰생각하는발 2018-05-12 14:15   좋아요 1 | URL
앗, 고양이라디오님 오랜 만입니다. 왤케 오랜.. 아니다... 저도 요즘은 좀 뜸합니다아..

고양이라디오 2018-05-12 14:39   좋아요 0 | URL
요즘 책 읽는 것도 뜸하고 알라딘 활동도 뜸합니다아..
생활리듬이 깨졌습니다. 바로 잡으려 노력중입니다ㅜㅋ

곰곰생각하는발 2018-05-12 14:45   좋아요 1 | URL
저도 불규칙합니다. 어느 달에는 몇 십권씩 일다가 또 몇 달 간은 한 권도 안 읽기도 하고...ㅎㅎㅎ

2018-05-20 15: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05-21 12:53   좋아요 0 | URL
오랜 만이십니다. 댓글도 반갑지만 야무 님의 알찬 포스트가 그립군요. 잘 지내시지요 ? ㅎㅎ
김애란, 너무 소년소녀 감성으로 글을 쓰는데 어느 순간 불편하더라고요.. 왜 이렇게 다듬지 ? 이런 반감...
어서어서 패션 포스팅 올려주십시오. 발군의 글입니다.... 시리즈로 쭈욱 한번 가시지요 ?

2018-05-21 1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1 14: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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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8-05-22 2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인 구달이 침팬지...실험동물에게 이름을 붙이기 시작한 첫 사례라고 하죠. 번호로만 취급하며 대상화할 때 함부로 다루기 쉽고 거기서 소통의 마음이 생길리도 만무.
언젠가 버스를 탔는데 앵무새를 동행자로 데리고 다니는 아저씨를 보고 깜놀@0@...그런 분들이 세상에 많았으면 좋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8-05-24 13:36   좋아요 0 | URL
버스에서 앵무새와 동행한 사람, 혹시 제가 아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네요... ㅎㅎㅎㅎ
이름을 지어준다는 것은 또 다른 생명의 시작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하 나 의   가 족   삼 성  :






삼성과 나치





                                                                                                         유대인 600만 명을 학살한 홀로코스트 주범이었던 나치 친위대 장교 아이히만은 어떤 사람일까 ? 유대인 정치 철학자였던 한나 아렌트는 주간지 뉴요커 특파원 자격으로 아이히만 재판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하여 잡지 << 뉴요커 >> 에 4회에 걸쳐 게재1)한다.

사람들이 아이히만을 통해 보고 싶었던 것은 인간의 탈을 쓴 짐승만도 못한 개새끼, 혹은 " 악마 오브 악마 오브 악마 대마왕 " 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나 아렌트는 대중이 바라는 인물상과는 달리 다음과 같은 인물평을 내놓는다 : 아이히만, 성실함. 졸라 성실함(원문 : 각별히 근면한 것을 제외하고는.....  <<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 에서 발췌)이었다. 승전국은 아이히만은 개새끼라는 프레임을 원했는데 사람 새끼라고 하자 발칵 뒤집어졌다. 뭐야, 이따위 삼시세끼 !  또한 자신을 각별히 근면한 사람이라고 믿었던 세계인들도 패닉에 빠졌다. 한나 아렌트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악은 평범하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이렇게 주장한다.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 자체가 악입니다아. 그러니까 누구나 아이히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렌트가 주목한 것은 아이히만이 즐겨 사용하는 언어 습관이었다. 그는 생생한 생활어보다는 구닥다리 상투어와 딱딱한 관청어(관청에서 관료들이 특수하게 쓰던 언어)를 습관적으로 구사했다. 예를 들면 " 학살 " 을 최종 해결책, 완전 소개, 특별 취급 따위로 언어를 탈색시켰다. 이것은 언어(학살이라는 단어)를 암호화해서 행위에 따른 죄의식을 무감각하게 만들고자 하는 의도였다. 삼성이 삼성전자 노동조합을 와해시키는 것을 " 그린화2) " 라는 용어로 표현했다는 기사를 접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아이히만이 즐겨 사용하던 관청어'였다.

삼성전자서비스센터 노조원 염종석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자 삼성 노조 말살 내부 문건에 기재된 언어는 " 노조원 1명 탈퇴 " 라는 표현이었다. 회사 측의 지속적인 회유와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목숨을 끊은 불행한 죽음이 고작 " 탈퇴 " 라는 사무적이며 무미건조한 표현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삼성이 구사한 전략은 바로 아이히만의 그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삼성의 기업 이미지 광고를 볼 때마다 절실하게 깨닫게 되는 것은 악의 평범성이다. 저토록 친절하고 감성적인 언어 속에 숨겨진 그 악마성.  같은 노조원 최종범 노동자의 죽음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너무 힘들고 배가 고팠다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딸 최별이 태어나던 날, 그는 자신의 sns 대문에 남긴 문자는 다음과 같다. 오늘부로 최종범 인생 끝. 최별 인생으로 다시 시작.












​                                           

 

1)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부터 사형집행 순간까지 1년여의 취재를 바탕으로 아렌트가 고급 주간지 ‘뉴요커’에 1963년 4회에 걸쳐 연재한 심층기사를 엮은 책이 바로 <<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 이다.

2) 삼성은 노조 가입자의 노조 탈퇴를 " 그린화 " 라고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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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8-05-11 13: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삼성은 핸드폰 팔아서 남긴 이윤으로 세월호 폭식 퍼포먼스 자금을 지원했다 !
삼성은 악덕 기업이라는 차원을 뛰어넘는다.

겨울호랑이 2018-05-11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시절 강조된 그린(green)화, 녹색성장, 녹조라떼, 새마을 운동 등등을 생각하면 녹색 공포증이 생길 것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05-12 10:09   좋아요 1 | URL
옛날에 전두환은 학원 내 좌파 세력 척결을 ˝ 녹화 사업 ˝ 이라고 했다고 하더군요. 그린화나 녹화사업이나 똑같은 거죠.... 삼성은 망해야 합니다..

2018-05-12 00: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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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2 10: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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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 하루총량 " 이지 " 한끼열량 " 이 아니다  :














전문가들의 사회





                                                                                                        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하여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 < 전문가 > 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이다. 전문가는 곧 권위자'이다.

한평생 한 우물만 파신 분들이셔서 그 분야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으니 전문가들 납시면 어리숭한 알거지 무지렁이인 우리 모두는 납작 엎드려 합죽이가 됩시다, 합 !  문제는 귄위를 앞세운 전문가 대부분은 좆문가라는 데 있다. 옛날에는 패션 전문가들이 티븨에 나와서 청바지 밑단을 접으면 키(다리)가 작아 보이기 때문에 접지 말라고 근엄하게 충고하고는 했으나 지금은 청바지를 롤업(밑단을 접어 입는)해서 바지 전체의 주름을 없애야 다리가 길어 보인다고 충고한다.  양복도 마찬가지다. 옛날에는 통 넓은 양복바지 밑단이 구두를 가려야 다리가 길어 보인다고 조언했으나 지금은 정반대다. 그들은 이렇게 외친다. " 통 넓은 수트 핏은 스튜핏 ! "

말이 서로 다르다. 둘 다 패션 분야에 대해 권위를 가진 전문가의 조언인데 말이다. 뭐야, 이런 쬬다쉬 ~          그렇다면 다이어트에 대한 상식은 ?  내가 1일1식을 선언했을 때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이 짓'을 4년째 하고 있다. 그 결과, 한 끼만 먹고 어떻게 살아 ? _ 라고 의아해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하루에 한 끼만 먹고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 끼만 먹어도 체중 변화(1식을 처음 시작한 1년을 제외한 기간) 없이 정상적인 체중을 유지한다는 사실도 깨달았을 것이다. 1일1식은 체중을 감량하기 위한 목적보다는 요요 없이 정상 체중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에 보다 적합한 식습관이다.


하여, 내가 내린 결론은 성인이 되어 성장이 멈춘 상태라면 한 끼만 먹어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한 끼만 먹는다는 것은 밥을 1/3으로 줄인다는 차원을 떠나 소금과 설탕을 1/3 줄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말을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남들보다 조금 더 달게 그리고 조금 더 짜게 먹어도 하루에 섭취하는 설탕과 소금 총량은 삼시 세 끼를 먹는 남들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 하루 총량 " 이지 " 한끼 열량 " 이 아니다. 1일1식 프로젝트는 일종의 내 몸을 실험하는 과정이었다. 내가 이 실험에서 증명하고 싶었던 것은 다이어트와 관련된 사회적 통념 상당은 허구라는 점이었다.  차근차근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6시 이후에는 아무것도 먹지 말라  :  이 통념은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다. 나는 4년 동안 6시 이후에만 밥을 먹고 있다. 그중에서 처음 1년은 폭식의 향연이었다. 너무 많이 먹어서 배가 터지지 않을까, 걱정을 하며 먹었을 정도다. 하지만 1년 동안 10kg의 체중 감량을 경험했다. 그러니까 식사 시간과 체중 증가는 아무 관련이 없다.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중요한 것은 하루 총량이다. 야식이 비만을 부르는 이유는 6시 이후에 음식을 섭취했기 때문이 아니라 하루에 네 끼를 먹었기 때문이다.

둘째, 과식이 비만을 부른다  :  이 소리도 개소리다. 과식이라 해도 하루 총량을 넘지 않으면 체중 증가는 없다. 하루에 섭취하는 음식이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소식으로 하루에 다섯 끼니 나눠먹는 사람과 과식으로 한 끼에 몰아서 먹는 사람의 체중 변화는 미미하다(나는 1년 동안 세 끼 양을 한 끼에 몰아서 먹었다).

셋째, 먹고 바로 자면 돼지가 된다. 하하하하. 이 소리야말로 정말 개소리다. 나는 저녁을 먹고 나면 식곤증이 몰려와서 바로 잔다. 저녁의 포만감은 가장 좋은 수면제'다.

넷째, 육식은 비만의 주범이다  :   육식이 비만의 주범이라는 잘못된 통념과 함께 널리 퍼진 것이 채식이 체중 조절에 도움을 준다는 통념이다. 이 통념이 사실이라면 채식을 하는 승려는 비만일 수가 없다. 하지만 승려 대부분은 날씬한 쪽보다는 통통한 쪽이다. 왜 그럴까 ?  이 구역(다이어트)에 미친놈은 나야 _ 라고 외치던 전문가라면 이 사실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

종합 : 다이어트의 적은 6시 이후도 아니고 육식도 아니며 과식도 아니다. 보상 심리가 다이어트의 최대 적이다. 예를 들어, 운동한답시고 등산을 하고 나면 그렇지 않은 날보다 더 많이 먹는 경향이 있다. 열심히 운동했으니 보상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겠다는 심리이다. 하지만 운동이 체중 감량에 도움을 주는 영향은 매우 미미하다. 63빌딩 계단을 걸어서 오르는 운동은 약과 1개의 칼로리를 소모시키는 것과 동일하다. 그리고 갈비찜 5토막(750kcal)의 열량은 달리기를 1시간 30분 동안 해야 태울 수 있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이 쉽게 범하는 실수는 채식은 마음껏 먹어도 된다는 환상(보상 심리)이다. 

정말 그럴까 ?  김치전 한 조각(손바닥 크기)의 열량을 태우기 위해서는 수영을 40분 동안 해야 한다. 그리고 저칼로리 식품으로 알려진 감자와 고구마도 마찬가지다. 고구마 한 개(200g인 경우 250칼로리) 먹으면 40분 동안 좆 빠지게 뛰어야 소모된다.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순간, 그때부터 살이 더 찌는 이유는 이처럼 잘못된 통념을 믿고 실천하기 때문이다. 운동과 채식 위주의 식단은 체중 감량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 분야의 고수라는 그들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일까 아니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신소리를 하는 것일까 ?

비만 인구가 많을수록, 그리고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다이어트 산업은 호황을 이룬다. 전문가들은 그들이 소속된 집단의 이익에 봉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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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 2018-05-04 1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림자들이 흔들리는 거리를 잠시 걸었는데, 사원증을 휘날리며 걷기에 취해 있는 사람들을 여럿 보았어요.

먹을 것에 기대고, 날씬함에 기대고, 김치전에 기대고 걷기에 기대고.
한 우물에 기대고, 곰발님에게 기대고.

저도 고구마 좋아하는데요 요즘 비싸서 못 먹고 있어요.
전문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결과를 원인에 덧씌우는 풍경이 낯설지가 않아요.

지난 주에 <헝거>를 읽었는데
그 속에도 많은 전문가가 나오지요. 무력하기 그지없는.

곰곰생각하는발 2018-05-04 13:50   좋아요 0 | URL
요즘은 온갖 전문가들이 등장합니다. 전문가, 무슨무슨 컨설턴드, 심지어는 무슨무슨 코치... 따위. 다 전문가예요. 그런데 전문가의 신뢰를 지나치게 믿게 되면 자기결정권이 상실하게 됩니다.
결정을 그들 전문가에게 맡기거든요. 그러니까 이제는 데이트 할 때 입을 옷을 트친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