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 먹어라 !
종술은 심각한 사태에도 불구하고 고봉밥 한 그릇을 단숨에 먹어 치웠다
- 윤흥길, 완장 中
양파를 물에 담그면 나중에 싹이 나듯이 보리도 물에 담그면 나중에 싹이 난다1). 싹이 난 보리와 고두밥을 골고루 섞은 후 물을 부어 약불에 3,4시간 끓이면 조청(물엿)이 되고 굳으면 엿'이 된다.
다시 말해서, 엿의 단맛은 오롯이 보리와 쌀이 만든 맛'이다. 보리와 쌀은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결국에는 단맛으로 산화하신 분이다. 알고 보면 쌀과 보리는 슈가보이'다. 밥은 곧 sugar 덩어리'다. 그렇기에 밥 한 공기에 포함된 당을 각설탕으로 환산하면 22개나 된다는 사실에 놀랄 필요는 없는 것이다. 설탕(雪糖)을 의미하는 한자 당/탕(糖)의 부수가 米(쌀 미)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밥이 곧 설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채식주의자인 승려들이 몸집이 후덕한 이유도 설명이 가능하다. 허세를 부리지면 한자 糖을 사용하는 혈당과 당뇨(와 관련된 성인병)는 쌀의 과잉 섭취와 관련이 있다.
밥이 주식인 한국인에게 반찬 없이 삼시 세 끼를 밥만 먹는다고 가정해도 하루에 최소 각설탕 66개를 먹는 꼴이 된다. 여기에 간식과 야식을 포함(떡볶이 1인분 : 각설탕 17개, 콜라 : 9개, 아이스크림 : 13개, 식빵 1개 : 13개, 잔치국수 1인분 : 39개)하면 하루에 각설탕 100개 이상을 섭취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커피를 마실 때 각설탕 한 개 더 넣느냐 마느냐를 놓고 고민해야 하는 당신에게는 놀랄 만한 사실이다. " 이거 실화냐 ? " 이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명쾌하다. " 응, 실화야 ! "
< 저탄고지 > 의 핵심은 고기'를 많이 먹는다는 데 방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탄수화물인 밥을 줄이는 데 방점을 찍는 식단이고, 내가 실천하고 있는 < 1일1식 > 도 따지고 보면 밥 두 공기를 먹지 않는 식단이다. 그리고 현미 위주의 식단도 백미의 양을 줄이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 이제 흰 쌀밥 위주로 삼시 세 끼를 채우는 것은 위험하다. 옛 사람들은 고봉밥을 먹어도 탈이 없었던 것은 그 당시에 설탕은 귀한 음식 재료였다는 데 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아침에 먹는 밥이 황금 밥상이라며 꾸역꾸역 밥을 권하는 것은, 음.... 그러니까, 그게.......... 밥 먹으라는 소리는 엿 먹으라는 소리와 똑같다 ■
1) 엿기름은 엿으로 만든 기름이 아니라 싹이 난 보리를 말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