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국과 꼬부랑국수
남조선 한글 정책을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규칙이랍시고 내놓는 것은 온통 예외투성이라서 억지로 짜 맞춘 " 가다와꾸 " 같다. 예외가 많다면 불규칙인데 그들은 규칙이라고 우기니, " 홍시 맛이 났는데, 어찌 홍시라 생각했느냐 하시면, 그냥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생각한 것이온데...... " 라고 말했던 어린 장금이의 삐딱한 곤경이 이해가 간다.
사이시옷 정책은 참고 참았던 내 인내심에 기름을 붓고 불을 붙인 정책이었다. 어느 날 눈을 뜨니 순대국이 순댓국이 되었고 만두국이 만둣국이 되었다. 만두를 만두라 하지 못하고 만둣으로 써야 하니 입말이 쓰다. " - 국 " 앞에 사이시옷이 붙으면 맛이 안난다. 시옷이 주는 어감이 맛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라고 나는 추측한다). 사이시옷 넣는 조건은 간단하다. 한글은 기본적으로 소리나는 대로 적는다는 것이다. 소리 나는 대로 쓴다고 ? 소리 나는 대로 썼다가 맞춤법 틀렸다고 욕 좀 먹어본 사람이라면 황당한 시추에이션이다. 언제부터 한글이 소리 나는 대로 적는 표음문자였던가 !
예외 많은 규칙은 규칙이 될 수 없다는 상식을 모르는 것일까 ? < 예외 많은 규칙 > 은 한글 맞춤법의 특징이어서 사이시옷을 넣느냐 마느냐도 그때그때 다르다. 전세 + 집 = 전셋집인데, 전세 + 방 = 전세방'이란다. 한자어와 한자어가 결합하면 사이시옷을 삽입하지 않는다는 규정 때문이다(전세방에서 전세(傳貰)와 방(房)이 모두 한자어로 구성되었다). 억지로 규율을 정하다 보니 북어로 국을 내면 북엇국이 되고 탕을 내면 북어탕이 된다. 나랏 말쌈이 듕국과 달라서 서로 사맛디 아니 한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식으로 구별을 짓는 것은 언어 차별이다. 그런데 한자어로 구성된 단어도 예외는 존재하니 곳간(庫間), 셋방(貰房), 횟수(回數), 숫자(數字), 찻간(車間), 툇간(退間) 따위는 모두 한자로 구성된 단어인데 사이시옷을 넣는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예외의 예외도 존재한다.
고간과 차간을 각각 곳간과 찻간이라고 적으니 기차간이라는 단어를 기찻간(汽車間)이라고 쓰는 것이 합당할 텐데도 기찻간은 틀린 표기이고 기차간이라고 써야 한다. 뭐지 ?????!! 이 정도면 원칙보다 불규칙이 더 많은 규칙'이다. 사이시옷 정책은 예외가 너무 많을 뿐만 아니라 쓸데없이 어렵다. 또한 그것이 한글맞춤법의 특징이기도 하다. 소리 나는 대로 적었다고 좆 되거나 젖 된 경우...... 다들 있으시죠 ? 반면, 북조선 한글 정책은 남조선 한글 정책에 비해 우수하다. 라면을 북한에서는 " 꼬부랑국수 " 라고 한단다. 무릎 탁, 치고 아, 했다. 귀에 쏙쏙 박힌다. 그리고 네비게이션은 북한어로 길동무라고 한단다.
만약에 남조선과 북조선이 통일이 되어 한글 정책을 하나로 통일해야 된다면 남조선은 무조건 북조선 한글 정책을 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