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잊기 위해 읽는다.       

 

 

 

 

종종 < 한글 > 이 절묘하다는 생각을 한다. 가만 보면 가장 중요한 단어들은 한 글자인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단어가 바로 < 숨 > 이다. 만약에 숨'이라는 단어가 1음절이 아닌 7음절로 이루어졌다면 이 단어를 발음하는 사이 숨넘어가는 사람도 꽤 있었을 것이다. < 숨 > 이라는 단어가 < 김수한무거북이와월월이 > 라고 하자. 어떤 이가 떡을 먹다가 떡이 목구멍에 걸려서 켁켁거리며 " 숨 막혀. " 라는 말을 전달해야 한다고 할 때 이 단어가 길면 " 김수한...무...거북이와....월월....... 이.... 막혀.... " 라고 해야 될 것이 아닌가 ? 의사를 전달하려다가 죽는 수가 발생할 수도 있지 않을까 ? < 물 > 도 마찬가지'다. 떡이 목구멍에 걸려서 가슴을 치며 급히 물을 좀 달라고 요구할 때 " 김수한무거북이와월월이 좀 줘 ! " 라고 하다가 그 사이에 큰코다치는 수가 있다. 그래서 중요한 단어는 한 글자'인 경우가 많다. 밥, 숨, 물, 삶, 눈, 코, 입, 손, 발.......

 

< 사랑 > 이라는 단어가 2음절'이라는 사실은 사랑보다는 밥이 먼저'이고, 사랑보다는 숨이 먼저'이고, 사랑보다는 삶이 먼저'라는 것을 의미한다. 누군가는 예수의 말을 인용하며 " 그 중의 제일은 사랑이라 ! " 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인류가 굶주림을 벗어나서 풍요롭게 산 시기는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옛사람들은 굶어죽지 않기 위해서 날마다 끼니 걱정을 해야 했으니 사랑이라는 감정은 사치'에 가까웠을 것이다. 눈물이 앞, 을 가린다. 만약에 옛 조상이 끼니 걱정을 하지 않고 넉넉하게 살았다면 < 사랑 > 이라는 단어는 1음절이 되었을 것이다. 아마도 하느님이 계시는 구름 위 천국에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한 글자'가 아닐까 싶다. 이런 낭만적 진술은 됐고 !

 

로르샤흐 검사'라는 게 있다. 잉크 얼룩을 보고 연상되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심리 검사 방식이다. 작동 원리는 간단하다. " 종이에 새겨진 얼룩 " 과 " 심장에 새겨진 얼룩 " 간의 유사성을 끄집어내는 방법이다. 그러니깐 어떤 이에게는 코끼리 아저씨 코 같은 얼룩이 살인자의 눈에는 몽둥이처럼 생긴 그림처럼 보일 수도 있다. 눈이 나쁜 나는 < 사랑 > 이라는 단어를  자주 < 사람 > 이라는 단어로 착각하고는 한다. 그만큼 형태가 유사하다. 한국인이라면 모두 같은 생각일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감탄사 아, 를 쏟고 가야 한다. 아.... 좋다. 이것이 바로 웅숭깊은 맛이다. 사람은 네모'를 가지고 태어난다. 네 개의 꼭지점은 네 개의 모'다. 미음 ( ㅁ ) 을 가지고 태어나니 생래적으로 모가 난 상태인 것이다. 이 모가 난 삐딱이를 모가 나지 않게 다듬는 과정이 바로 사랑'이다. 사랑이란 네모를 동그라미 ( ㅇ ) 로 만드는 과정이다. 모나지 않은 상태가 사랑이다.

 

한글은 이처럼 절묘한 구석이 있다. 모양이 비슷한 단어들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교묘하게 연결되어 있다.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 된다는 사실은 " 타자성 " 에 대한 심오한 통찰을 던져준다. 내가 사랑하는 님과 나와 인연을 맺지 않은 남'은 반대말이 아니라 유사한 존재'이다. 점이라는 작은 얼룩 하나가 님을 만들거나 남을 만드는 것이다. 측은지심' 또한 남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뺀 결과이다. 데리다나 푸코 혹은 라캉이 한글을 모국어로 사용했으면 더 빛나는 업적을 세웠을 것이 분명하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던 것 가운데 하나는 바로 망각'이다. 많은 소설을 읽었지만 줄거리를 자세히 기억하는 것은 거의 없었다. 책을 덮고 나면 잊는다. 처음에는 당혹스러웠다. 누군가는 기억도 못하니 차라리 안 읽는 게 낫다는 소리도 한다. 셈셈 ( same same ) 이라는 주장이다. 코끼리 귀처럼 팔랑귀'를 가진 나는 그 말이 맞는 소리처럼 들렸다. 내용도 기억 못할 바에는 차라리 안 읽는 게 낫다. 암, 그렇고 말고 ! 

 

하지만 다시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독서 행위에서 중요한 것은 < 읽기 > 가 아니라 < 잊기 > 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잘 읽기 위해서는 잊어야 한다. 지우개로 싹싹 지우고 나서 다음 소설을 읽어야 한다. 지우지 않은 상태에서 읽기 시작하면 섞이게 된다. 그래서 잘 읽기 위해서는 잘 잊어야 한다. 탁월한 가객, 김광석이 말하지 않았던가. "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썼다 지운다... " 라고 말이다. 어제는 큰 마음 먹고 개복치를 들였다. 몸무게가 400kg이나 나가는 생선'이다. 눈이 새파란 무  밑동처럼 내리던 밤, 나는 하루종일 개복치를 부위별로 나누는 작업을 했다. 목이 말랐다. 사람들은 내 직업을 비아냥거리며 칼질 하는 일'이라고 하지만 나는 이 일이 좋다. 부위별 해체 작업에서 가장 흥미로운 때는 배를 가르는 일이다. 어제는 개복치 뱃속에서 뚜껑을 따지 않은 코카콜라 병'이 발견되었다. 잘 씻은 다음 뚜껑을 따 한 모금 마셨다.

 

피라냐 떼가 몰려와서 내 혓바닥을 물어뜯는 맛이 났다. 개복치 뱃속에서 발견된 코카콜라는 신이 내게 준 선물일까, 아니면 우연이 내게 준 선물일까. 개복치 뱃속에서 코카콜라를 발견하듯이, 인생이란 어떻게 흘러가는지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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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시경 2013-12-14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서운 추위를 잊게 할 만큼,,,따뜻한 곳에서 커피마시면서 여유롭게 읽었답니다^^ 한 글자에 담긴 깊은 삶의 성찰~ 넘 멋진데요...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4 11:49   좋아요 0 | URL
여긴 눈이 옵니다. 눈이 오니 좋군요. 여유롭게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
생유 ~~~

마립간 2013-12-14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조를 금언으로 살아가는 저는 자조를 합니다. 그리고 저의 독서는 도피를 위해 하지요. 도피를 하지 않는 삶이 더 바람직한 것이겠죠.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4 11:50   좋아요 0 | URL
생각해 보니, 저도 늘 책은 도피였던 거 같습니다. 눈이 오니 심란하네요....
눈이 오면 심난해집니다..

만화애니비평 2013-12-14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 잔 같이 하고 싶네요
콜라도 좋고 소주도 좋고 탁주도 좋고..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4 13:57   좋아요 0 | URL
다 큰 어른이 서로 콜라나 쪽쪽 빨고 있으면 안 됩니다.
압생트나 한 잔 합시다..

르미에르 2013-12-14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페우애 님이나 저나....다들 파우스트네요....
먹을래 알래? 꼬임에 넘어가는...

전 기꺼이 독배를 마셨음.

2달후면 집에서 쫒겨남.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4 13:57   좋아요 0 | URL
아니 그 천국 같은 남해 푸른 바다 별장을 왜 떠납니까...
남들이 꿈꾸는 삶임..

르미에르 2013-12-14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제 곡팔아 저작권으로 먹고 살아야함.
펜션지기는 내년 2월까지만....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4 13:56   좋아요 0 | URL
저작권 팔아 사는 생 근사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알그지 됩니다..ㅎㅎㅎㅎㅎ

새벽 2013-12-15 0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그럼 역시 '마음'보단 '몸'이 중요한... 하고 생각하고 있다가 아, '맘',이 있었지..! 그러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정말 한글엔 1음절 짜리 알짜 단어들이 많은 것 같아요.
몸, 맘, 넋, 얼 ... ZOT (읭?)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5 05:17   좋아요 0 | URL
마음의 준말이 맘'이니 2음절입니다.ㅎㅎㅎ. 건강한 몸이 바탕이 되어야 건강한 마음이 나오는 거 아니겟습니까.
이거 스피노자 말씀입니다. 하긴,,, 좆이 중요하죠. 엄청 중요함...

엄동 2013-12-16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묘하면서도 애달프죠
한글은.
특히 한글자의 한글은

맘이 무척 쓰라리고 쓸쓸했떤
작년 겨울 어느날 새벽.
귀가길에 택시안에서 듣던 어떤 노래땜에
어이없게 슬프게도 울었었는데
큭.

제목도 모르던 그 노래도
한글자로 절 울렸더랬죠

님"과 남"
점하나로 차이라고
장난같이 들리던 그 노래
훗.

시간 참 빠르네요
세월이 야속해애애애
 
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 밀리언셀러 클럽 50
스티븐 킹 지음, 한기찬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 하나의 낙차가

홈런을 헛스윙으로 잡는다.      

 

 

 

 

삼천포로 빠지지 말고 바로 직언직설'로 가자. 내가 서평가의 입장이라면 이 작품에 대해 별 1개를 주겠다. 반면 문학평론가'라면 이 작품에 대해 별 3개'를 주겠다. 그리고 문학을 꿈꾸는 학생을 가르치는 문학창작과 교수라면 별 5개'라는 값을 정했을 것이다. 3명으로부터 총 별 9개의 점수'를 얻었으니 평균값을 내면 별 3개'다. 개인적인 판단 기준에 의하면 < 비평 > 은 " 건물 설계도 " 에 해당되고, < 서평 > 은 그 설계도에 의해 만들어진 " 건물 " 에 해당된다. 무슨 말인가 하면 비평은 텍스트(설계도)를 중심으로 評을 하는 것이고, 서평은 만들어진 책(건물)을 중심으로 評한다. 어쩌면 비평과 서평은 전혀 다른 영역인지도 모르겠다. 직접 설계를 의뢰해서 집을 만들지 않는 이상, 대부분은 만들어진 집을 산다. 수압이 좋은가 확인하기 위해 수도꼭지를 틀어 보기도 하고, 변기물은 잘 내려가나 물을 내려 보기도 한다.

 

꼼꼼하게 챙긴다. 책을 사는 독자 입장도 마찬가지'다. 책 표지 디자인은 좋은가, 레이아웃에 신경을 썼는가, 종이 재질은 무엇인가, 오타는 없는가, 번역은 깔끔한가.......  표지 디자인이나 레이아웃은 그렇다 치고, 오타나 번역이 엉망인 경우는 작가가 만들어준 설계도대로 집을 만들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설계도에는 창문이 오른쪽에 있는데 실제로는 왼쪽에 창문이 설치된 경우다. 화, 난다. 이것은 깐깐한 소비자의 존나 꾀죄죄한 진상'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왜냐하면 출판사가 작가가 건내준 설계도대로 만들지 않고 엉터리로 책을 만들었다는 것은 독자뿐만 아니라 저자에 대한 실례'이기 때문이다. < 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 > 는 오역투성이'다.  " ... 고든이 투구 자세를 취합니다. 와인드업했습니다. 던졌습니다. 삼진 아웃. 마르티네스가 잡았습니다. 멋진 슬라이더였습니다! 안쪽 구석으로 들어오는 공이었는데 버니 윌리엄스는 손도 대지 못했군요 ! 오, 이런 ! 2회가 끝나고 반 이닝이 진행되었는데 여전히 양키스가 2점, 보스턴 레드삭스는 득점이 없네요. " ( p. 86 )

 

이 문장 읽고 나서 한참 생각했다. 9회 때나 등장하는 고든 투수가 마운드에 나온 것으로 보아 9회 말'이다. 와인드업... 고든은 슬라이더를 던져서 버니 윌리엄스를 삼진 아웃으로 잡는 설정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페드로 마르티네스 투수가 삼진을 잡았다고 번역을 해놓았다. 어리둥절할 즈음에 결정타를 날린다. 마무리 투수 고든이 나온 것으로 보아 9회인 줄 알았는데 2회가 끝나고 반 이닝이 진행 중이란다. 무슨 말인가 ? 팀 고든이 마무리에서 선발로 기용되었다는 뜻일까 ? 그런 소식은 내 평생 들어본 적이 없다. 명백한 실수다. " 싱글 안타를 뽑아내고... ( p. 88 ) " 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다. 공기 반 소리 반도 아니고, 영어 반 한글 반을 섞어서 " 싱글 안타 " 는 무슨 조합일까 ? 차라리 싱글 히트'라고 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단타나 1루타'라고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 ? 야구 스포츠 해설 20년 동안 청취했지만 싱글 안타라는 소리는 처음 듣는다.

 

데릭 지터'를 굳이 데렉 제터'라고 표기한 부분은 그냥 웃고 넘어가자. " 주자는 1루와 3루에 있었고, 아웃된 타자는 하나밖에 없었다. 펜웨이의 관중들은 회망을 품고 환성을...  ( p. 91 ) " 양키즈가 원 아웃에 주자를 1,3루에 보내 득점 찬스를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레드삭스 홈펜들은 이 상황에 대하 희망을 품고 환성을 지른단다. 태어나서 이런 악질적인 팬'은 본 적이 없다. 아마도 저 문장은 양키즈 선수에 대한 환성이 아니라 마무리 투수 톰 고든에 대한 격려와 지지일 것이다. 하지만 문장 자체만 보면 마치 레드삭스 팬들이 양키즈 선수를 응원하는 것만 같다. 압권은 " 양키스의 어린 왼손잡이 타자 앤디 페티트... ( p. 152 ) " 이다. 투수는 타자로 바뀐다. 이런 문장은 어떤가 ? " 고든은 3안타 3득점을 내주고 말았다. 레드삭스 팀은 2 대 1로 패했다.  " 고든은 3실점을 했는데 2 대 1로 패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 ! < 득점 > 은 상대팀 선수가 1루에 나가서 동료 선수의 안타로 직접 홈을 밟을 때 얻는 점수를 득점이라 하고, 동료를 불러들인 타자가 얻은 점수는 타점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고든은 타자가 아니라 투수이므로 3안타 3실점을 허용했다고 해야 정확한 문장이 된다. 번역가가 모든 분야에 대해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책에서 인용되는 야구 관련 페이지는 기껏해야 2,3 페이지 분량이 전부다. 조금만 발품을 팔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들이다. 더군다나 이 소설은 스티븐 킹이 레드삭스를 위한 헌정 소설에 가까우니 관심을 가졌어야 했다. 서평가적 입장에서 보면 이 책은 별 하나도 아깝다. 반면 비평가의 입장에서 책 만듦새는 신경 쓰지 않고 설계도( 텍스트 ) 만 놓고 평가하자면 스티븐 킹 작품으로는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은 작품이다. 하지만 문학 지망생을 가르치는 문학창작과 교수 입장에서 보자면 이 소설은 정말 기막힌 소설이다.

 

오해하지 마시라. 기가 막힌 소설이 아니라 기막힌 소설이다. 글을 다루는 솜씨가 일품이기 때문이다. 내용은 간단하다. 9살 소녀가 길을 잃고 숲속을 헤맨다는 내용이 전부다. 만약에 당신이 스티븐 킹처럼 9살 소녀가 숲속에서 헤매는 이야기를 300페이지에 가깝게 써야 한다면 ? 보이는 것이라고는 풀과 고사리와 냇물이 전부인, 사람이라고는 한 명도 없는 숲속에서 이야기를 전개시켜야 한다면 과연 잘 쓸 수 있을까 ? 아마, 황석영이라고 해도 쩔쩔맬 것이다. 소설 작법으로써 이 소설이 놀라운 점은 회상 장면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숲속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9살 소녀를 가지고 이야기를 끌고 간다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가들은 숲속 장면과 아이를 찾기 위한 수사 진행이 교차 편집으로 이루어질 터인데, 이 작품은 거의 숲속이 주를 이룬다. 300페이지 분량이 숲에서만 이루어진다.

 

더군다나 주인공은 9살 소녀다. 9살 소녀가 가지고 있는 교양 수준에 맞춰 서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이게 쉬운 게 아니다. 몽테뉴나 로빈슨 크루소라면 막힌다 싶으면 잡다한 사유를 꺼내서 박물지를 선보이며 페이지 수를 차곡차곡 쌓을 수 있으나 9살 소녀에게는 그런 꼼수가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스티븐 킹은 해낸다. 그는 9살 소녀가 숲속에서 일주일 간 벌이는 원맨쇼'를 꽤 흥미롭게 묘사하다. 웬만한 스토리텔러가 아니고서는 힘든 작업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문학창작과 교수'라고 한다면 이 작품에 별 5개를 주겠다. 독자가 저자의 텍스트를 오독하는 것은 자유'다. 하지만 책을 만드는 출판사가 저자의 설계도를 엉터리로 해석해서 집을 지으면 ? 별것 아닌 손거스러미 때문에 일하는 데 집중을 하지 못한 경험이 있듯이, 사소하지만 뼈아픈 실수가 이 책의 완성도'를 떨어뜨렸다.

 

좋은 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빠른 공보다 제구력이 필수다. 공 한 개 정도의 사소한 낙차가 홈런을 헛 스윙을 유도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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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퀸 2013-12-13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고객서비스 확실하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3 19:18   좋아요 0 | URL
제가 성격이 모난 놈은 아니에요. 사실 정 많은 인간 하면 저 아닙니까...

샤아 2013-12-13 23:3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그건 그렇죠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4 08:53   좋아요 0 | URL
샤아 님 말씀에 공감 !

르미에르 2013-12-14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멜 확인 부탁드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4 05:58   좋아요 0 | URL
확인했습니다.

김유다 2013-12-14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스티븐킹이 아직도 소설을 내나요, 궁금한데 이 책은 2006년이고. 여하튼, 평범한 소재하나 기가막히게 뽑아내는 능력이 아직까지 건재할지는 궁금.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4 05:5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그럼요. 아주 왕성하게 내십니다. 언더 더 돔은 원고지 7000매 분량이고, 11/22/63은 5000매 분량의 소설이고, 이번도 샤이닝 속편을 출간했어요. 아마 조만간 샤이닝 2 나올 겁니다. 개인적으로 샤이닝 2 엄청 기대됩니다. 제목이 뭐였더라.... 타임슬립이었나 그랬을 거비다.

2015-11-20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스티븐킹이 다시 메인에 떳어요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11-20 20:40   좋아요 0 | URL
신간이 나왔어요. 아니다. 옛 초기작이 출간되었습니다. 지금 전 이 책 읽으려고 막 준비하고 있습니다.
 

                                                          

고흐'는 우편배달부 룰랭'과 친해서 그의 초상화 몇 점'을 그렸다. 룰랭을 포함한 부인과 아이들 그림까지 합하면 20점이 넘는다. 룰랭 또한 술주정뱅이'여서 고흐를 좋아했던 것 같다. 술고래는 술고래를 알아보는 법이니깐. 길을 가다 서로 부딪치면 출렁거린다. 어 ?! 당신 술고래입니까 ? ( 출렁 ) 그러는 당신도 술고래이시구랴 ?  ( 출렁 ) 전 고흐입니다. 가난한 화가입죠 ! 난 룰랭이요. 우편배달부 룰랭, 인생의 절반은 취해 있었을 것이니 그림 모델을 하는 와중에도 룰랭은 늘 취해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룰랭은 술 친구가 필요해서 그림 모델이 되었다. 그는 항상 술과 음식을 싸가지고 고흐의 방문을 두드렸으니깐 말이다. 순전히 술친구 하기 위한 방문이리라. 어쩌면 그는 술에 쩔은 자신의 얼굴'을 추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고흐 그림을 좋아하지만 이 룰랭이라는 모델은 특히 애착이 간다. 자신의 얼굴이 그려진 그림이 어마어마한 가격으로 팔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룰랭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 끄억, 그러니깐... 음냐, 백 억이면 끄억... 압생트가 몇 잔이냐 ?  룰랭을 볼 때마다 골목길 소유권을 주장하던 봉천동 주사파 아저씨와 서울역 만두가게 아저씨 생각이 난다. 룰랭을 닮은, 코가 빨간.....

 

- 우편배달부는 벨을 울리지 않는다 中

 

 

 

 

 

 

 

 

 

 


 

 

 

 

 

 

 

 

내가 마신 술에 대한 기록     

 

술 약속이 없으면 집에서 꼬박꼬박 술을 마셨다. 처음에는 < 소주 > 만 마셨다. 밑반찬 한두 개만 있으면 되니 돈이 드는 일도 없었다. 그렇게 1년 정도 마시면 뒤탈이 나기 마련이다. 감기약을 먹은 상태에서 수면제를 입에 털고 나서 소주로 삼켰다가 응급실에 간 적도 있다. 병원에서는 자살 시도라고 했으나 솔직히 고백하면 해프닝이었다. 감기가 심하게 걸려서 약을 먹었고, 평소에 복용하던 수면제를 삼켰으며 소주를 급하게 마셨을 뿐이다.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 ( 기억난다. 돌아오는 길은 정말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세란 병원 앞에 있던 벚꽃이 유독 아름다워서 슬펐던 기억이 난다. ) 나는 다짐에 다짐에 다짐을 했다. 소주를 마시지 않으리라. 소주를 끊으리라.

 

그 다음날부터 나는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는 병'이었다. 빈 병'을 처리하기가 여간 곤란한 것이 아니었다. 소주를 마실 때에는 1병이면 족했지만, 맥주는 3병 정도를 마셔야 했다. 더군다나 부피가 커서 3일만 쌓아두면 빈 병이 9병이나 되는 것이다. 아마, 이 " 곤란 " 에 대해서 격하게 동의하는 사람은 나처럼 술주정뱅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렇게 1년 정도 맥주만 마시다 보니 날마다 이 빈병을 어디에 버려야 할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출근길 가방에 넣었다가 버리기도 했다. 점점 맥주에게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다. " 시바, 배만 부를 뿐이다. 오줌 맛 나는 국산 맥주에 질렸어. 내 오줌을 병에 담아 냉장고에 넣었다고 깜빡 잊고 먹어도 모르겠는걸 ! 생각해 보니 살만 쪘군. 이러다가 돼지가 되겠다. " 나는 곰곰 생각했다. 그래, 건강을 생각해야지 맥주를 끊자 !

 

그 다음날부터 나는 맥주병'을 줄일 요량으로 소맥을 마시기 시작했다. 모든 조건을 충족시켰다. 빈 병이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배가 부르지도 않고, 무엇보다 빨리 취기가 찾아온다는 것은 내게 행운이었다. 그리고 잠도 함께 ! 하지만 소맥만큼 건강에 해로운 것도 없다. 나는 술은 마시되 건강도 챙길 방법을 구상하기에 이른다. 그 다음날부터는 막걸리'를 마시기 시작했다. 막걸리 많이 먹어서 죽었다는 소리는 들어보질 못했다. 내가 막걸리를 마시기 시작한 때는 막걸리가 웰빙 식품으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던 시점이었다. 곡주 아닌가, 곡주 !  쌀로 빚은 곡주 ! 두부 한 모 사서 막걸리 한 잔이라. 하지만 이 짓도 오래 가지 못했다. 숙취에 시달렸다. 더 큰 문제는 막걸리 냄새가 방에 밴다는 사실이었다. 시바, 이 짓도 오래 못하겠는걸 !

 

내가 최근 다시 주종을 바꾸기 시작한 것은 바로 고량주'였다. 도수가 높을수록 숙취가 없는 법 아닌가 ? 하루에 반 병씩만 마시자 ! 하지만 문제는 안주였다. 냉장고를 열어보았자 밑반찬이라고는 김치와 나물이 전부인데, 아..... 고량주'는 이런 안주와는 궁합이 맞지 않았다.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기름 범벅인 중화요리와 곁들여서 먹어야지 캡사이신처럼 불타는 45도 도수를 리드미컬하게 커버할 수 있는데 김치 하고 먹으니 써서 헛구역질만 났다. 나름 귀한 술안주라고 생각했던 황태포와 울릉도 반건조 오징어'를 함께 먹어보았으나 역시 고량주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밤 10시에 안주 하나 만들자고 몇 시간 동안 탕슉'을 요리할 수는 없는 법 아닌가. 고량주를 마시기 시작한 지 일주일만에 나는 고량주를 마시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금 나는 소주를 마시고 있다. 꼴뚜기를 데쳐서 먹고 있다. 역시, 한국인은 소주가 좋다. 어찌 하다 보니 내 주사( 酒史 ) 에 대한 소사 ( 小史 ) 를 기술한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린다

 

고 말할 줄 알았지 ? 나, 그런 인간 아니다. 커피 애호가는 근사한 취향이고 술 애호는 천박한 취향이냐 ? 시바 ! 딸기코 무시하지 마라. 조롱하기에 앞서 루돌프 먼저 비판하라. < 술 > 하면 떠오르는 문학 작품이 몇몇 있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찰스 부코스키'다. 이 양반 책을 읽을 때는 항상 술에 취한 상태에서 마신 것 같다. ( 맙소사. 책을 술에 취한 상태에서 마신 것 같다 라고 쓰다니 ! ) 술에 취한 상태에서 찰스 부코스키 소설을 읽은 것 같다. 술 마시고 읽으면 마치 쓰리 디 입체 영화를 색안경 끼고 보는 맛이 난다. 치나스키가 숙취로 화장실 변기에 대고 먹은 것을 토해내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헛구역질이 나고는 했다. 그의 소설은 온통 하는(?) 이야기'인데, 이상하게도 그의 책을 읽으면 성욕보다는 슬픔이 찾아온다. 모를 일이다. 도스토예프스키 소설도 술 생각나게 만든다. 도스토예프스키 소설을 읽다 보면, 낡은 외투를 걸치고서 술집에 들어가 보드카 한 잔 털고 싶다. 내가 보기엔 제정신으로 쓴 것 같지는 않다. 도박 빚 때문에 억지로 쓰다 보니  술에 취한 상태였을 것이다.

 

그리고는 마지막 장을 쓸 때에만 온전한 정신으로 썼을 것이다. 소설 끄트머리에 나타나는 " 이상하게 교훈적이며 강박적 도덕적 설교 관념 " 은 아마도 그가 제정신으로 돌아왔기에 가능한 설정이 아닌가 싶다. 술 하면 무엇보다도 비트세대들이 생각난다. 잭 케루악의 < 길 위에서 > 가 압권이다. 술 마시고 지랄한 게 전부이니 말이다. 막나가는 중독을 원한다면 월리엄 버로스의 소설도 좋다. 그리고 < 우리집 > 이란 아주 희한한 만화도 추천한다. 고흐가 그린 우편배달부 룰랭 그림'을 볼 때에도 술 생각이 난다. 압생트'라 불리우는 술, 단 한번도 마셔본 적은 없으나 꼭 한번 마시고 싶다. 다음은 압생트에 대한 신문 기사 내용이다. ( 2010.3.15자, 부산일보 기사 )

 

 

드가, 고흐, 로트렉, 베를렌, 랭보. 시대를 풍미한 예술가들이다. 또 하나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압생트의 애호가란 점이다. 19세기 말 유럽을 지배했던 술, 예술가들의 영혼을 불태우고 상상의 날개를 달아준 술이 '녹색요정'으로 불린 압생트다. 압생트는 18세기 스위스에서 개발되었다가 제조법을 전수받은 프랑스인 앙리 루이 페르노가 1797년 대중화시켰다. 맛이 쓴 향쑥과 아니스 향료를 주원료로 만들었다. 압생트란 이름도 향쑥의 라틴명 압신티움에서 유래했다. 처음에는 만병통치용 약품으로 판매되었으나 투명한 초록빛깔과 진한 향, 높은 알코올 도수(60~70도)로 인해 대중적인 주류로 탈바꿈했다. 압생트를 마시는 방법은 색달랐는데, 보통 구멍이 난 숟가락을 잔에 걸치고 그 위에 각설탕을 올려놓은 뒤 차가운 물을 조금씩 부어 설탕을 녹이면서 마셨다. 쓴 맛과 알코올 농도를 희석시키기 위한 방법이었다. 이러한 독특한 음용법과 빨리 취기가 도는 점, 저렴한 가격 때문에 예술가들은 물론 일반 서민들까지 압생트에 매료되었다. 하지만 퇴폐·향락문화가 만연하고 알코올 중독자가 증가하자 압생트는 척결대상 1호로 지목되었다. 향쑥에 함유된 투존이란 물질이 환각, 뇌 손상, 발작 등을 유발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1906년 벨기에에서 처음 압생트가 판매 금지되었고 네덜란드, 스위스, 미국 등에 이어 1915년 3월 16일 마침내 총본산 프랑스에서도 금지령이 내려졌다. 그렇지만 과학적인 성분 분석 결과 압생트에는 투존이 극히 미미하게 들어있고 다른 유해물질도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정신적 장애는 독주를 과도하게 마신 중독에 의한 것이었다. 1980년대 이후 압생트는 유럽에서 다시 판매가 허용되었다.

 

 

몇 년 전, < 퀴즈 골든벨 > 프로그램에서 최후의 3인이 경합을 펼칠 때 나온 문제가 고흐가 즐겨 마시는 술 이름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내가 큰 목소리로 " 압 !! 생 !! 트 !! " 라고 소리치자 어머니가 한마디 하셨다. " 술 얘기 나오니 눈이 올빼미처럼 말똥말똥하구나 ! 말세다, 말세. 쯔쯔쯔.... " 글쎄다, 나는 어머니 말씀에 동의하지 않는다. 공영방송이 미성년자들에게 술 종류가 무엇인지를 묻는 게 더 막장이 아닐까 싶다. 내가 보기에는 그 질문은 14살 아이들에게 사가미 콘돔의 장단점을 A4 용지 3장에 걸쳐 기술하시오, 라는 황당한 주관식 문제처럼 보였다. 변명인지는 모르겠으나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술에 취하지 않고서는 버티기 힘든 하루다. 홍보수석 이정현처럼 울고 싶다. 아랫 입술을 바들바들 떨면서 말이다. 그래도 그 사람은 그리 울면 주군이 예쁘다, 예쁘다 칭찬하지만 나는 예쁘다, 예쁘다 할 위인도 없어서 차마 울지 못한다.

 

국민이 원한 것은 " 철  의여인 대처 " 가 아니라 지도자의 " 참,  의연한 대처 " 가 아니었던가 ? 대처는커녕 난처한 일만 벌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책이나 읽으련다. " 시바. 내일은 압생트 한 잔 해야겠다. 당일치기로 네덜란드'나 다녀와야 겠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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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lick website
    from click website 2014-02-26 15:48 
    [새빨간 활] "책과 통하뚔 블로그, 앜라딘 서재!"
 
 
아진 2013-12-13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잘 지내셨죠? 보드카를 추천합니다. 깨끗하고요, 나름 오래두고 먹고. 한번에 훅 갑니다. 안주는 오렌지주스나 빵 덩어리 정도면 되고요.

한 병 사드릴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3 00:35   좋아요 0 | URL
아, 아진 님 ! 요즘 근황 보니 러시아가 아니라 독일 여행 중이신 거 같든데...ㅎㅎㅎㅎㅎㅎ
저 가끔 보드카도 마십니다. 뭐, 그리 비싼 술은 아니니...
아, 데낄라 먹고 싶군요. 참.. 데낄라가 보스카인가요 ? 한번에 탁 털고 소금 조금 혓바닥으로 흡수하면 딱인데...ㅋㅋㅋㅋㅋ

Forgettable. 2013-12-13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킬라는 보드카가 아니오.... 저도 한동안 소주 멀리하다 다시 컴백했죠. 순환이 있는듯. 의외로 모두들 막걸리 숙취를 얘기하시는데 전 막걸리 숙취 아예 없어요!! ㅋㅋㅋㅋ 오히려 제일 멀쩡.. 어제도 동생이랑 막걸리 몇통을 비웠는지.. ㅠ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3 00:55   좋아요 0 | URL
갑자기 압생트 한 잔 마시고 싶군요.
고흐가 날마다 마셨다는... 그 압생트.
막거리 마니아이시구랴..... 숙취가없다느 다행입니다.
전 막걸리 알레르기가 있나봐요. 정신을 못 차림.. 머리가 아파서 말이죠...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3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가 공감을 눌렀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알콜중독자 같으니라구..
이보슈 ! 술 끊으슈.. 좋을 거 하나 없수다.

매직퀸 2013-12-13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왜 네이버 블로그에는 . 만 찍으시나요? 클릭하기 귀찮게. 저도 압생트 마셔보고 싶어요. 요즘 나오는 압생트는 그때와는 성분이 다른 압생트라고 하네요.. 그때 훅가게 했던 성분은 다 빼버렸다고 ..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3 05:17   좋아요 0 | URL
이웃들이 자꾸 링크 걸어달라고 해서... ㅎㅎㅎㅎㅎㅎ. 하긴 . 하나 찍으면 고거 찍기 좀 그렇죠 ? ㅎㅎㅎㅎㅎ
고흐가 마시던 압생트는 당시 가장 싸구려 술이었어요. 우리 식으로 말하면 막소주였죠.
그런데 요즘 나오는 압생트는 보드카 수준으로 말입니다.
그러니 옛날에 마시던 고흐표 압생트는 아니지요...
사실 저 안 먹어봤습니다. 이거 왜 국내에는 없는지 모르겠어요...

매직퀸 2013-12-13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덧) 저는 매일 밤 혼자 마시지만, 술을 못해서 아주 소량을 마십니다. 이것도 알콜중독인지 ... 안 마셔도 뭐 금단 같은 건 없고요.. 그런데 문제는 저도 페루애님과 비슷한 실험을 해봤다는 겁니다. 저는 와인이 추가되었지만.. 근데 와인은 따면 금방 마셔야 하기 때문에 술을 더 많이 마시게 되고 술값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더군요. 보드카가 위에 누구 말씀대로 제일 깔끔한데, 문제는 보드카도 돈이 많이 든다는 겁니다. 싼 보드카는 소주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이왕 마실거면 좋은 보드카를 마셔야 하기 때문이지요. 결국 병맥주로 낙찰 보긴 했으나,, 한국맥주는 맛이 없어서 .. 외국맥주는 비싸기도 하고..또 맥주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뭐 깔금한 거 없나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3 05:12   좋아요 0 | URL
제가 유일하게 이마트를 가는 이유가 고량주나 술 조금 다양하게 마실려고 날 잡아서 가는데
결국은 싼 술만....
보드카 싼 걸 먹다 보니 막소주 맛이랑 똑같더라고요.
나폴레옹이랑 똑같음.. 공업용 알콜 마시는 기분이랄까요... ㅎㅎ.
전 와인이 받질 않아요. 무슨 음료수 마시는 거 같아서....

하여튼 결론은 소주더군요. 그런데 하루에 한두 잔 정도면 퀸님은 농담으로 하는 소리이지만
장수하실 겁니다. 하루에 한 잔 마시면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하더라고요.

퀸 님 성향상 그런 거 안 좋아하실 거 같으니 어서 날마다 한 병씩 비우시기 바랍니다.
인생 오래 살아 뭐 합니까..

매직퀸 2013-12-13 15:4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ㅋㅋ "제 성향상 그런 거 안 좋아하실 거 같으니" - 뭡니까?

저 오래 살고 싶어서 환장한 놈인데요 ... 술은 많이 마시고 싶어도 체질상 안 받아서 많이 못 마십니다.
공업용 알콜 = 싼 보드카, 제가 느낌 고대로. 나도 소주나 한 번 마셔볼까 생각 중. 소주는 독해서 ..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3 17:20   좋아요 0 | URL
아니 뭐 이리 드러운 세상 오래 살고자 하십니까. 걍 저랑 짧게 살다 갑시다요...ㅎㅎㅎㅎ
소맥 추천합니다. 그나마 소맥이 양쪽 모두 섞은 거임...
그렇게 쓰지도 않고, 오줌 맛도 안 나고 조음...
문제는 한번 뚜껑 열면 무조건 소주 한 병에 맥주 한 병을 비워야 하나는 사실...

매직퀸 2013-12-13 19:1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제가 죽는 게 무서워서요..

그리고 이미 굵고 짧게 가기에는 나이가 들어버려서 지금 가버리면 뭐 이건 짧게 가는 것도 아니고 어중간하게 가버리는 것이 되어 버려서 오래 살려구요.

소맥은 마시면 죽으니. 암튼 소주로 한 번 바꿔보겠습니다. 맥주는 시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3 19:32   좋아요 0 | URL
소심쟁이시군요. 죽음을 두려워하면 안 됩니다. 남자 새끼'는 지구의 악'이므로 40대 이전에 죽어야 합니다.
여성들에게 길을 터주고 그래야 합니다.

에피큐리언 2013-12-13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입술을 드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3 05:18   좋아요 0 | URL
음.... 입술이 있으면 마시고 싶군요. -_-

rtour 2013-12-13 0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량주..튀김을 사다 같이 드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3 05:19   좋아요 0 | URL
사실 동네 앞 매점에서 튀김 사다 먹었는데 아시다시피 아, 그런데 파는 튀김은 눅눅하고 그럼...
확실히 보면 다 각자 맞는 술이 있는 거 같습니다.
그냥 탕슉 먹는 날 시켜 마셔야겠어요..

핍이 아니라 픕! 2013-12-13 0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펠뤠님 ㅠㅠ 술 너무 많이 드시지 마세여 간이 아푸자나여! 간이 말을 안해도 엄청 화나있을거에요

저는 갈치조림 먹고 싶어여... 갈치조림할때 같이 넣는 감자..그 감자가 먹고 싶당!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3 05:21   좋아요 0 | URL
날 걱정해 주는 분은 핍뿐이군요.
갈치조림 마시쬬.. 후후. 갈치조림에서 가장 맛있는 건 아무래도 감자겠죠 ?
고등어조림에서 가장 맛있는 건 무이듯이...
캬. 아, 갑자기 땡기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동 2013-12-13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고 돌아도 소주"만한 것이 없죠
배부른 맥주에 신물올라오는 막걸리 홧홧하지만 끝발약한 고량주까지
다 덤벼도 말이죠

왜 끊으려고 하시나영!
약은 물과 먹는 습관만 하나 추가하십쇼



덧.

그나저나 전 요즘
소주를 먹은 후에
달달한 걸 찾아 큰일입니다.

어제도 집에가며
스니커즈 아몬드맛과 땅콩맛을 양손에 쥐고
씹으며 갔다는 ;;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3 17:23   좋아요 0 | URL
저도 소주 먹고 나면 아이스크림 자주 찾습니다.
근데... 설한 님도 알콜중독자시구랴 ?


감기약과 소주는 정말 치명적일 수 있어요. 물론 여기에 수면제가 들어가면
정말 위험합니다. 조심해야 해요..

엄동 2013-12-13 17:25   좋아요 0 | URL
알코올홀릭으로 가죠
가와이하게 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3 17:33   좋아요 0 | URL
가와이... 오랜만에 듣는 소리군요.
저도 이젠 왠만한일본어는 다 습득했음.
가와이, 스고이, 야메떼 구다사이... 등등....
이젠 일본인 눈빛만 봐도 다 알 수 이씀...

르미에르 2013-12-13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가사를 아예 난도질 처서 회로 만들었음.
그래도 당신께 드릴때 쪽팔리지 않을 자신이 있음.

심지어 가훈까지 정했음 "쪽팔리지 말자"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3 17:22   좋아요 0 | URL
내 곁을 떠났으나 상관없습니다. 하여튼 곡 다 되면 미리 좀 듣게 해주십셔..
뭐 노래 가사 봅니까. 다 멜로디지...

르미에르 2013-12-13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작권자가 되겠죠.

르미에르 2013-12-13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참 제 입으로 이런 말 드리기 그렇지만.........
대박....


참......아직 녹음중이에요 전 펜션을 운영하는 관계로........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3 17:25   좋아요 0 | URL
앞으로는 작사가 선생 나으리' 라고 불러주세요...
투잡 뛰시는..... 흑흑......

르미에르 2013-12-13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전 매직퀸 같은 좆병신들과는 다릅니다.
재력도 있고 인맥도 있고.............최선을 다해 심판받을 준비를 함.

파일로 보내 드릴때 듣고 판단하세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3 17:31   좋아요 0 | URL
아니 왜 매직퀸 님을... 제가 사랑하는 분입니다.
싸움은 자재 ~~~~~

르미에르 2013-12-13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네 영화 찍는다고 하는 ..........
지금 약간 술이 올라서....


어째튼 대박....................

짐 계속 파일들 모니터링 중인데..............점점 욕심이............와............... 이런걸 자뻑이라고 하죠 -_-;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3 17:41   좋아요 0 | URL
한 잔 하셨군요. 여긴 날이 추워서 그런가 오늘은 생선 사러 오시는 분들이 없네요.
시바, 생태가 동태가 되버렸네...

르미에르 2013-12-13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몇달후 여기에 걸릴거에요 ...............
대한민국 주류에 대한 도전....

코인 충전해서 한번 보세요.
http://www.lezhin.com/comic/moonlight_night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3 17:42   좋아요 0 | URL
주류에 도전이라 해서 잠시 주류 ( 술 ) 에 도전인 줄 알았습니다.

비로그인 2013-12-13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우리집이다! 최근에 팩토텀 읽었는데 좋더라고요. 유난히 올해 왕가위 영화를 많이 틀어주네요. 이번 기회에 아비정전을 필름으로 봐야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4 05:49   좋아요 0 | URL
전 이상하게 아비정전 필름으로 보고 나서 열정이 식기 시작한 거 같습니다.
신기하게 아비정전은 모니터로 봐야 좋더라고요. 개인적으로 말이죠.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게씀..

김유다 2013-12-14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엊그제 덧글이 생각납니다.
보드카 아니면 소주이죠. 소주는 양키 보드카 급이에요. 맥 라이언의 <당신이 사랑할 때>만 봐도 ㅋㅋㅋ다른 영화 드라마 다 통틀어도 알콜중독의 말로는 보드카, 그리고 한국은 소주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4 05:52   좋아요 0 | URL
술 하면 떠오르는 영화가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이 영화 보고 나면 진짜 술 마시고 싶어 죽겠더라고요...ㅎㅎㅎ
윗분 누가 그랬는데 옛날 유럽에서는 알콜중독의 말로가 바로 압생트였죠.
고흐가 싸서 먹었던 술이라는데 요즘은 좀 비싼 가격으로 팔리나 봐요.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팔지 않는 모양이더라고요.
마트에서도 못 본 거 가틈....
다음에 마트 갈 일 이씀 찾아봐야겠습니다.
 

 

 

오늘날은 그런 시기, 대부분의 해석 작업이 반동 행위에다 숨통을 조이는 행위가 되고 만 그런 시기다. 도시의 공기를 더럽히는 자동차와 공장의 매연처럼, 예술을 해석하는 사람들이 뱉어놓은 말들은 우리의 감성에 해독을 끼친다. 정력과 감성을 희생하면서까지 비대할 대로 비대해진 지식인의 존재가 이미 해묵은 딜레마가 되어버린 문화권에서, 해석은 지식인이 예술에 가하는 복수다. 아니, 그 이상이다. 해석은 지식인이 세계에 가하는 복수다. 해석한다는 것은 '의미'라는 그림자 세계를 세우기 위해 세계를 무력화시키고 고갈시키는 짓이다. 이는 세계를 이 세계로 번역하는 것이다('이 세계'라니! 다른 세계가 있기라도 하다는 말인가? 세계, 우리가 사는 세계는 충분히 고갈됐고, 충분히 허약해져 있다. 세계를 복제하는 짓 따위는 집어치워라. 우리가 가진 것을 또 다시 있는 그대로 경험할 수 있을 때까지.                   

 

- 해석에 반대한다 中

 

 

 


 

 

 

 

 

 

홍보 수석 이정현論 : 눈물이 앞을 가린다.     

 

양승조 발언 전문

 

홍보 수석 이정현이 주군을 향한 눈물의 소야곡'을 연주했다. 눈물이 앞을 가리니, 눈에 보이는 게 없다. 캄캄하다. 오호통재'라 ! < 소야곡 > 과 같은 말인 < 세레나데 > 라는 쉬운 말도 있지만, 나는 소야곡'이란 어감이 좋아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이다. 작을 小에 밤 夜, 그리고 굽을 曲'이다. 밤에 사랑하는 사람의 집 앞에서 낮게 읊조리듯 노래를 한다는 뜻이다. 夜 앞에 小 가 있으니 아기자기하다. 문제는 이 " 눈물의 소야곡 " 이 슬프기는커녕 오히려 많은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오직 이정현만 슬픈 감정에 몰입되어서 눈물이 앞을 가렸을 뿐이다. 그가 브리핑실'이 아니라 슈퍼스타 케이나 케이팝스타 무대'였다면 심사위원들로부터 호된 질타를 받았을 것이 분명하다. 이승철이라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 이정현 씨 ! 관객은 울 준비가 하나도 안 돼 있는데 혼자 울컥하면 안 됩니다. 제 점수는요. 0.9점 ! " 반면 박진영은 양 미간에 내 川 자를 새기며 말할 것이다.

 

" 슬픈 발라드는 관객이 울어야지 먼저 가수가 울면 안 됩니다. 울면 호흡 조절에 실패해서 공기 반 소리 반이 나오질 않아요. 진심이 담겨 있지 않아요. 목소리는 우는데 눈은 심사위원 눈치나 살살 살피고 있잖아요. 제 점수는요. 0.0001점 " 그렇다, 이정현이 부른 소야곡'은 관객들에게 대성통곡'을 유도하기는커녕 수많은 논객들로부터 시일야방성대곡'을 뽑아내기에 이른다. 노래 한 곡이 이렇게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적은 임재범이 < 나는가수다 >에서 부른 " 여러분 " 이후 처음인 것 같다. 조인성의 " 주먹 울음 " 이야 워낙에 조각같은 배우가 울었으니 모든 것이 용서가 되지만, 이정현의 " 울먹 울음 " 은 보기에 민망한 것이 사실'이다. 조인성 따라한답시고 입에 주먹 물고 오열하다가는 주먹 날아오기 십상이다. 노래 실력도 후졌고, 무대 매너도 후졌고, 오열 연기도 안쓰러웠다. 오호통재라. 그가 주군을 위해서 눈물을 흘리지 말고,

 

국민을 위해서 눈물을 흘렸다면 감동적인 무대가 연출될 뻔했다. < 에비타 > 코스프레는 집어쳐라. 여기는 코리아'이지 돈 크라이 포 미 아르헨티나'는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박근혜이지 에바 페론'이 아니다.  뮤지컬보다는 차라리 신명나는 마당극이 어울린다. 그날 브리핑실 논평 분위기만 보면 마치 국상이라도 치루는 정국 같다. 그럴수록 국민은 울상이 된다는 사실을 그대는 정녕 모르는가 ? 오호, 통닭이 먹고 싶구나. 도대체 이 기상천외한 격정(스펙타클 빅 사이즈 마시)멜로'를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지, 아...... 모르겠다. " 도대체, 왜 그러셨어요 ? 네에 ?! " 이 질문에 제발  "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 " 라고 말하지는 맙시다.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린다. < 충성 > 으로 승부를 보려는 자는 반드시 망한다. 충성이 부족해도 문제이지만 충성이 과해도 문제가 된다. 충성이 부족한 놈은 배신을 때리지만,

 

역설적으로 총성이 과한 놈도 배신을 때린다. 그 수많은 조폭 영화'에서 보스를 찌른 놈은 사실 믿었던 놈이 아니었던가 ?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세계가 바로 보스와 시다바리의 관계이다, 주군과 신하의 관계이다. 대한민국 사회는 지나치게 충효'를 강조한 나머지 의(義)와 예(禮)를 상실했다. 공익을 위한 공익제보자'는 배신자'가 된다. 헬싱키나 스톡홀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라스베가스에서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지만 대한민국에서는 날마다 일어나는 소동극이다. 공익제보자를 손가락질하는 내부 조직 사람들은 < 공익 > 에 반대하는 인물이니 < 공해'> 에 해당된다. 새누리당 의원 155명 전원이 양승조, 장하나 의원 제명안을 제출했다. 위에서 하라고 하니 억지로 한 티'가 나긴 하지만 그것은 충성이 아니다. 비겁한 것이다. 밑반찬이 입맛에 맞지 않으면 다른 반찬을 먹으면 되는데,

 

밑반찬으로 나온 시금치 무침'이 맛이 없다고 김치찌개 백반 값을 환불해 달라고 어깃장을 부리는 진상과 다를 것이 같다. 뻔뻔함이 지나치면 철면피가 되고, 철면피가 SF적 감수성을 만나면 아이언맨'이 된다. IRON MAN'이니 철갑을 두른 자이다. 그리고 이들이 하는 짓은 갑질'이라 ! 시바, 오호, 통닭이 먹고 싶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충성 따위는 필요 없다. 충'이라는 것은 그리 환영할 만한 덕목이 아니다. 義보다 忠을 높이 살 때, 그것은 단순히 양아치 세계에서 말하는 의리'일 뿐이다. 바른 사회라면 당연히 忠보다는 義가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그래도 나는 이정현 홍보 수석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는 않았다. 그가 흘린 눈물이 가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좋게 마무리하련다. 안 그러면 국정원이 이 글을 보고 내 이메일을 샅샅이 훑을지도 모르니깐 말이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진심을 담아서 나는 개인적으로 이정현 홍보 수석을 좋게 생각한다.

 

물론 눈물의 소야곡은 빵점에 가까웠지만 말이다. 충성 따윈 개나 줘라. 끝으로 존경하는 수전 손택의 문장을 패로디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가장 탁월한 에세이스트'를 뽑으라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수전 손택을 선택하겠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단어 몇몇을 고쳤을 뿐이다. 고친 부분은 붉은 글씨로 표시했다.

 

" 오늘날은 그런 시기, 대부분의 해석 작업이 반동 행위에다 숨통을 조이는 행위가 되고 만 그런 시기다. 도시의 공기를 더럽히는 자동차와 공장의 매연처럼, 정치(예술)를 해석하는 사람들이 뱉어놓은 말들은 우리의 감성에 해독을 끼친다. 정력과 감성을 희생하면서까지 비대할 대로 비대해진 지식인의 존재가 이미 해묵은 딜레마가 되어버린 문화권에서, 해석은 이정현(지식인)이 양승조(예술)에 가하는 복수다. 아니, 그 이상이다. 해석은 이정현(지식인)이 한국 사회(세계)에 가하는 복수다. 해석한다는 것은 '의미'라는 그림자 세계를 세우기 위해 세계를 무력화시키고 고갈시키는 짓이다. 이는 세계를 이 세계로 번역하는 것이다( '이 세계'라니! 다른 세계가 있기라도 하다는 말인가? ) 세계, 우리가 사는 세계는 충분히 고갈됐고, 충분히 허약해져 있다. 세계를 복제하는 짓 따위는 집어치워라. 우리가 가진 것을 또 다시 있는 그대로 경험할 수 있을 때까지. "     

 

 

 

 

 

 

 

 

+

참고하려고 서재를 뒤졌으나 < 해석에 반대한다 > 를 찾을 수가 없어서 모 서재에서 책갈피로 인용한 부분을 긁었다. 이 책이 도대체 어딜 간 것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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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tour 2013-12-12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이 오네요. 생선은 많이 팔았습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2 18:19   좋아요 0 | URL
눈 오는 날엔 시장이 한가해요.
이면수어 7마리
방어 1마리
고등어 20마리
갈치 30마리
개불 1킬로

기타 등등....



유구일턴 2013-12-12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경험자체가 가설을 포함한 해석 일듯. ㅋ
수잔손탁 이야기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대한 이야기일텐데 너무 나가신듯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2 18:21   좋아요 0 | URL
패로디'입니다... ㅋㅋㅋㅋㅋ.

수잔손택의 저 말은 워낙 유명한 문장이기에....
참고로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대한 이야기는 네버 아닙니다.
예술에 가하는 모든 해석에 대한 반로닙니다.

rtour 2013-12-12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치를 30마리나 팔다니! 요즘 갈치가 싸졌나봐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2 23:41   좋아요 0 | URL
저희 동네가 달동네치고는 잘사는 달동네에 속합니다.

엄동 2013-12-18 11:54   좋아요 0 | URL
갈치, 고등어 제치고 ‘국민생선’ 탈환!
이라고 기사 떴었음.


갈치"가 국민생선이었던 적이 있었나보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8 12:35   좋아요 0 | URL
갈치가 국민 생선이면 나처럼 비싸서 못 먹는 놈은 천민임....

수다맨 2013-12-13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또 현대문학이 사고를 쳤더군요. 이제하 작가의 장편 원고에 '박정희 유신'과 '6월 항쟁'이라는 말이 들어갔다고 해서 주간이 게재하지 못하게 했다고 하네요.
애수의 소야곡을 부르는 능참봉이나 별것도 아닌 거 꼬투리 잡고 완장질하는 어용잡지나 다 근본이 똑같아 보입니다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3 00:56   좋아요 0 | URL
박그네 수필 게재했을 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누가 요즘 그 잡지 읽나요. 이미 잊혀진 문예지....
하여튼 정치가 개판이고, 문학도 개판이고, 아, 하여튼 요즘 무지 짜증납ㄴ다..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 스티븐 킹의 사계 봄.여름 밀리언셀러 클럽 1
스티븐 킹 지음, 이경덕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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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생크 탈출 시리즈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86271 : 쇼생크 탈출 1 : 언젠가 여성은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87416 : 쇼생크 탈출 2 :    야구와 멜로는 엇갈림의 미학이다.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90523 : 쇼생크 탈출 3 :            당신은 독 안에 갇힌 죄수다.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91172 : 쇼생크 탈출 4 :                왼팔이 부러진 적이 있다.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93984 : 쇼생크 탈출 5 :                카사블랑카여, 영원하라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685283 : 쇼생크 탈출 6 :                시간과 압력에 대한 단상.

http://blog.aladin.co.kr/749915104/6690209 : 쇼생크 탈출 7 :       정직한 사람에게는 소리가 난다.

 

 

 


 

 

 

 

 

 

 

 

칠리 소스와 푸딩.     

 

 

 

 

 

미국 플로리다의 슈퍼마켓'에서 식료품을 고르던 스티븐 킹'을 알아본 할머니가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 난 당신을 알아요 ? 스티븐 킹 씨죠 ? 무시무시한 공포 소설을 쓰는 사람 말이에요. 맙소사 ! " 그리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고 한다. " 나는 심장이 약해서 말이우. 당신이 쓴 공포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심장이 벌렁벌렁거려서 항상 잠자리가 뒤숭숭하다오. 그래서 다음에는 < 쇼생크 탈출 > 같은 책으로 마음을 다스린다오. 칠리 소스가 뿌려진 멕시코 요리를 먹고 난 다음에는 달콤한 디저트를 먹어야 하듯이 말이우. " 귀가 솔깃해진 킹이 < 쇼생크 탈출 > 도 자신이 쓴 책이라고 웃으면서 말하자 할머니는 그 사실을 끝끝내 믿지 않았다고 한다. " 이보슈, 작가 양반 ! 이 늙은 노인네를 놀리는 거유 ? 달달한 푸딩 같은 소설을 당신이 썼다는 거요 ? " 스티븐 킹이 자주 거론하는 에피소드'이다.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킹은 " 공포 소설의 제왕 " 이 아니라 그냥 " 소설의 제왕 " 일 뿐이다. 다만 공포 소설을 많이 썼을 뿐이다. 심심풀이로 썼다가 단편 분량도 아니고 장편 분량이라고 하기에도 애매모호해서 서랍 속에 넣어두었다가 그만 잊고 있었다는 < 사계 > 시리즈'는 개인적으로 < 애완동물공동묘지 > , < 샤이닝 > 과 더불어 킹의 " 불멸의 명작 " 이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소설, 비소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선정한다면 작법서를 가장한 인생론'인 < 유혹하는 글쓰기 > 도 포함하고 싶다. 그가 작가 생활 동안 써온 작품이 500여 편이 넘는다. 여기에는 장편만 50여 편이다. 최근작에 속하는 < 언더 더 돔 / 2009年 > 이 원고지 7000매 정도의 분량이고, < 11/22/63 ( 2011年 출간 ) > 이 5000매 정도이니, 1년에 단편 한두 개 쓰고는 엄살을 부리는 한국 작가들에게는 킹은 " 넘사벽 " 이다.

 

이 왕성한 필력은 비단 시간과 투자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한국 작가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타고난 재능이 없다면 이룩할 수 없는 발자취'이다. 조르주 심농이 400여 편 이상의 작품을 썼을 때만 해도 그의 타자 실력을 넘볼 수 있는 이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여겨졌지만, 스티븐 킹은 이 기록을 가뿐하게 갱신한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은 이 기록은 마침표가 아니라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그는 왕성한 필력을 자랑하고 있다. 원고지 7000맨 분량의 장편 소설을 쓴 노 작가가 2년도 안 된 시점에서 다시 5000매 분량의 소설( 11/22/63)을 출간한다는 사실은 놀랍기보다는 차라리 환상적이다.

 

다시 플로리다 이야기로 돌아오자. 마켓에서 만난 할머니가 공포 소설을 읽고 나면 달달한 푸딩이 필요하다며 찾던 < 쇼생크 탈출 > 이 포함된 소설집이 바로 " 사계 " 이다. 순서는 1.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 봄 ), 2. 우등생 ( 여름 ), 3. 스탠 바이 미 ( 가을 ) , 4. 호흡법 ( 겨울 ) 순이다. 그리고 이 리뷰는 황금가지에서 나온 사계 중 봄과 여름을 다룬 <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 와 < 우등생 > 에 대한 글이다. 시작부터 말풍선이 너무 커진 감이 있다. 폐활량이 남들보다 큰 탓이니 이해하기 바란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

 

 

1.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영화 < 쇼생크 탈출 > 은 이미 서른 번 넘게 보았다. 어느 순간부터는 셈'을 하지 않아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서른보다 한두 번 적거나 혹은 서른보다 대여섯 번 많을 것이다. 그래서 내게는 소설과 영화'가 따로 분류되지 않고 하나가 되었다. 영화 < 쇼생크 탈출 > 은 소설이 가지고 있는 서사를 보완해서 확장시켰으며, 소설 <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읽기 > 또한 영화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이 둘은 공생 관계이다. 스티븐 킹의 소설을 대중소설이라고 폄하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 가운데 하나가 킹이란 작자는 자극적인 쌍스러운 저잣거리 입말을 자유자재로 사용해서 독자를 홀리는 작가'라는 것인데, 사실 킹의 문장은 매우 문학적'이다. 그는 의도적으로 문장에 사용되는 낱말 수를 최소화해서 독자들이 문장을 쉽게 이해하도록 했다. 스티븐 킹과 조르주 심농이 자주 비교 언급되는 이유는 우사인 볼트보다 빠른 타자 실력뿐만이 아니다.

 

심농은 대중이 즐겨 사용하는 일상적 단어 종류가 600개 정도라는 점을 언제나 명심했다. 그래서 그가 소설 한 권에 사용한 단어는 총 2000개를 넘지 않았다. 의도적인 조율이다. 예를 들어 이별 ( 離別 )과 별리 ( 別離 ) 는 뜻이 같다. 하물며 쓰인 한자도 같다. 순서만 바뀌었을 뿐이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우리가 쓰는 단어는 이별이지 별리'는 아니다. 이 글을 읽고 나서 처음 접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심농은 잘 쓰이지 않는 < 별리 > 라는 단어는 가차없이 삭제했다. 소설은 소설일 뿐이지, 소설을 읽다가 사전을 찾아보게 만들지 않겠다는 고집 때문이다. 재미있으니 하나 더 말하자. 주옥( 珠玉  ) 은 구슬 珠에 구슬 玉'이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 주옥같은 ~ " 이라는 말은 자주 사용하지만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른다. 모르지만 그냥 상투적으로 말할 뿐이다. 그런데 박완서는 < 그 여자네 집 > 에서 사랑을 " 그해의 겨울은 내 생애의 구슬 같은 겨울 " 이라고 묘사해서 내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그녀가 구슬 같은 겨울이라고 하지 않고 주옥 같은 겨울이라고 했다면 이 소설이 그렇게 내 마음에 와닿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가슴을 치는 명문은 쉽게 쓰여진 글이다. 스티븐 킹도 마찬가지다. 킹이 이런 소리를 한 적이 있다.

 

글쓰기에서 정말 심각한 잘못은 낱말을 화려하게 치장하려고 하는 것으로, 쉬운 낱말을 쓰면 어쩐지 좀 창피해서 굳이 어려운 낱말을 찾는 것이다. 그런 짓은 애완 동물에게 야회복을 입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애완 동물도 부끄러워하겠지만 그렇게 쓸데없는 짓을 하는 사람은 더욱더 부끄러워해야 마땅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엄숙히 맹세하기 바란다. 평발이라는 말을 두고 편평족이라고 쓰지는 않겠다고.

- 유혹하는 글쓰기, p. 141

 

 

단어 수를 늘려서 문장을 멋들어지게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쉬운 단어로 좋은 문장을 만드는 것이지, 전문 지식이나 교양이 필요한 어려운 단어로 그럭저럭 좋은 문장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킹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쉬운 단어로 좋은 문장을 만드는 데 있다. <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 에서 레드/모건 프리먼'은 앤디/팀 로빈스'를 회상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무엇보다 지질학은 앤디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였다. 아마도 급하지 않고 꼼꼼한 성격과 잘 맞았을 것이다. 이건 만 년 전의 빙하기시대, 저건 백만 년 전의 조산활동, 밑바닥의 지반은 몇 천 년에 걸쳐서 지각 깊숙한 곳에서 꾹꾹 눌려진 것이야. 압력. 언젠가 앤디는 나에게 지질학의 모든 것은 압력의 연구라고 말한 적이 있다.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p. 143

 

스티븐 킹이 " 지질학의 모든 것은 압력의 연구 " 라고 썼을 때, 이 표현은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모두 설명한다. 감옥이란 결국 자유를 억압하는 세계가 아니었던가 ! 스티븐 킹'이 탈옥하는 과정을 생략한 채 힘으로 개인의 자유 의지를 억압하는 세계'에 대항하는 앤디 듀프레인의 투쟁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던 것도 사실은 폭력과 억압에 대한 저항이었다. " 압력의 연구 " 였다.

 

 

 

 

2. 우등생

 

사실 < 사계 > 에서 영화 " 쇼생크 탈출 " 과 " 스탠 바이 미 "가  대박이 터져서 그렇지, 이 작품집에서 가장 작품성이 높은 것은 바로 < 우등생 > 이다. ( 이 작품은 브라이언 싱어가 감독한 <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 > 의 원작이다. )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왜 스티븐 킹이 뛰어난 이야기꾼'인지 이해하게 된다. 장정일은 < 독서일기 1993.1~1994.10 > 에서 < 스탠 바이 미 > 와 < 우등생 > 을 언급하면서 다음과 같이 직설적으로 말한다. " 여기 실린 네 편의 중,단편이 장편을 쓰고 남은 뒤에 남아도는 여분의 힘으로 씌어진 것이라는 작가의 말이 얄밉게까지 여겨진다. 여분의 힘으로, 심심풀이로 이런 소설을 쓸 수 있다면 이를 악물고, 죽어라고 글을 써도 개발새발이 되고 마는 많은 작가들은 넥타이 공장이나 차려야 한다. ( 장정일의 독서일기, P. 108 ) " 과장된 면은 있으나 그닥 틀린 말은 아니다.

 

그는 이 소설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모든 독법을 뒤집는다. 13살 소년이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나치 전범을 발견하게 된다는 내용인데, 평범한 작가'라면 소년이 이웃의 정체를 밝히는 과정을 기승전결 형식으로 꾸렸을 테지만 킹은 이 모든 과정을 생략한다. 시작부터 강렬하다. 소년은 동네 이웃집 문을 두드린다. 그리고는 문 앞에서 말한다. "  베르겐벨젠, 1943년 1월부터 같은 해 6월까지. 아우슈비츠, 1943년 6월부터 1944년 6월까지, 부소장.  파틴에서...... ( p. 177 ) " 조용필은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이고 히든 카트 또한 마지막에 펼치는 법이지만, 킹은 이런 따위는 중요한 게 아니라면서 시작부터 패를 보여주고 간다. 다시 한 번 반복하지만, 이 소설은 그 흔한 독법을 계속 뒤집는다. 소년은 늙은 나치 전범을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아니라 노인에게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홀로코스트에 대한 생생한 경험을 들려주기를 요구한다.

 

" 거부한다면 경찰에 신고하는 수밖에 없죠, 뭐 ! " 이 부분에서 일반적 독법은 또 한 번 뒤집어진다. 협박을 하는 쪽은 소년이고, 협박을 당하는 쪽은 늙은 노인이다. 반복되는 말. 가해자는 소년이고, 피해자는 노인처럼 보인다. 노인은 협박에 못 이겨 날마다 그에게 아우슈비츠에서 벌어졌던 생생한 기억을 억지로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설정이다. 어디서 보았더라 ?!   바로 < 아라비안 나이트 > 의 " 천일야화 " 와 동일한 구조이다. 왕은 자신과 잠자리를 갖는 여자를 다음날 반드시 죽인다. 주인공인 공주는 꾀를 내어 날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어서 하루하루 생명을 연장한다는 이야기. 이 소설도 이와 유사한 구조다. 여기서 왕은 소년이다. 그리고 공주는 늙은 나치 전범이다. 허를 찌르는 조화이지만 그것이 킹의 매력이다. 킹은 이 소설에서 우리가 관습적으로 받아들이는 모든 것을 뒤집는다.

 

소년은 정의롭다기보다는 가학적인 가해자에 가깝고, 늙은 노인은 오히려 피해자에 가깝다. 독자들이 이 구조에 받아들이고 적응하려 할 때, 킹은 더 독한 설정으로 독자를 혼란에 빠뜨린다. < 천일야화 > 에서 세헤라제데 공주 역을 했던 늙은 나치 노인'은 어느새 왕이 되어서 소년을 조종하게 된다. 이 과정이 기막히다. 아직 이 소설을 읽지 않은 이'를 위해 말을 아끼련다. 뛰어난 소설이다 ! ( 할 말 없어서 급히 매조지 하는 것은 아니다. 나, 그런 남자 아니다. ) 내용에 대한 언급은 여기까지 하고 잠시 문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끝내자. 킹은 문장을 억지로 꾸며서 장식하지 않는다. 그의 문장은 쉽지만 아무나 뽐낼 수 있는 실력은 아니다. 그가 < 유혹하는 글쓰기 > 에서 플로베르를 직접적으로 겨냥해서 비아냥거린 것은 아니지만 의심이 가는 대목을 하나 소개하기로 한다.

 

나는 등장 인물의 신체적 특징이나 옷차림 따위를 시시콜콜하게 묘사하는 방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 특히 의류 명세서 같은 소설은 정말 지긋지긋하다. 옷에 대한 설명을 읽고 싶으면 차라리 패션 상품 카탈로그를 보겠다 ). 내가 소설을 쓰면서 등장 인물의 모습을 반드시 묘사해야 한다고 생각한 일은 많지 않았다. 용모나 체격이나 옷차림에 대해서는 독자들이 상상에 맡겨버리는 것이다.

- 유혹하는 글쓰기, p. 214

 

그가 " 의류 명세서 같은 소설 " 이라고 말한 부분은 아마도 플로베르를 말하는 부분일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 보봐리 부인 > 을 읽다가 짜증이 났던 이유는 그 지긋지긋한 옷차림새에 대한 묘사가 길게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나는 플로베르의 만연체에, 아... 질려버렸다. 그렇다면 스티븐 킹은 어떤 식으로 묘사할까 ?

 

듀샌더는 헐렁헐렁한 회색 셔츠와 멜빵이 달린 구깃구깃한 카키색 바지(알코올 중독자의 바지라고 토드는 마음속으로 경멸하는 말을 내뱉었다.)를 입고 있어다. 셔츠나 바지 모두 시내에 있는 구세군 가게의 뒷문에서 직접 상자에 넣어 받아온 느낌이었다. 

-  우등생, p. 211

 

이 얼마나 간단하고 명료한가 ! 킹은 듀샌더의 옷차림에 대해 자질구레하게 길게 설명하지 않았지만 독자들은 그 이미지를 매우 선명하게 인식하게 된다. " 시내에 있는 구세군 가게의 뒷문에서 직접 상자에 넣어 받아온 느낌 " 이라는 문장에서 색이 낡고, 유행이 지났으며, 아무리 다리미질을 해도 펴지지 않을 것 같은, 구질구질한 가난이 선명하게 보이는 낡은 옷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 정도면 정말 뛰어난 문장 실력이 아닐까 ? 리얼리즘 소설이 반드시 " 리얼 " 하다고는 할 수 없다. 같은 이유로 모더니즘 소설이기에 " 리얼 " 하지 않다는 소리도 어불성설이다. 중요한 것은 대상에 대한 접근이지 묘사가 아니다. 긴 말 하지 않겠다. 이 소설은 압권이다. <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 이 달달한 푸딩 같다면, < 우등생 > 은 아주 독한 칠리 소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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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3-12-11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시바.. 다시 읽은 오타가 많네... 고치기도 귀찮고... 모르게싸..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1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닝기미 덧글도 오타투성이구나.... 덧글도 고치기 귀찮다...

비로그인 2013-12-12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본 결과, 딱히 결정적 오타는 없는 것 같습니다.
갑자기 오타를 문제삼으시길래 평소보다 꼼 꼼히 읽었는데 말이죠,

이게 또 알고 보니 곰발님 특유의 낚시가 아니었나...
뭐 그렇다구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2 01:41   좋아요 0 | URL
고친 게 이 모양입니다.
왜 고칠려고 들어가면 안 보이다가 나와서 읽으면 보이네요..
이새끼들 이상한 놈들 같습니다.

char 2013-12-12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gotcha!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2 03:09   좋아요 0 | URL
미국인 같소만... 어찌 한글로 쓴 리뷰를 이해하셨수.
그런데 < 가자 ! > 라고 쓰셨는데 어딜 가자는 말입니까 ?
국정원 가자는 소리는 아니겠죠 ?

샤아 2013-12-13 12:4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샤아였습니다. 쿠쿠쿠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3 12:46   좋아요 0 | URL
앗 ! 샤아 님이셨습니까 ? ㅎㅎㅎㅎㅎㅎㅎㅎ.
아니 이럴수가.... ㅎㅎㅎㅎㅎㅎ.
아이고 어찌 잘 지내고 계십니깡 ? ㅎㅎㅎㅎ
반갑네요.

그나저나 옛날에 가차'란 영화가 있었어요... 물감총으로 급소를 맞추면 주인공이 늘 가차 ! 이랬거든요..ㅎㅎ

샤아 2013-12-13 12:5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증발했던 페루애님을 드디어 "잡았다" 라는 말이였어요. 저는 한달 동안 공연하고 지금은 곡작업중입니다. 쿠쿠쿠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3 12:56   좋아요 0 | URL
아, 그 뜻이었군요. 전 또 내 글이 워낙 아름다워서 끝내준다, 이런 감탄사인 줄 알앗습니다...ㅋㅋㅋㅋ
하긴 샤아 님은 노래가 아니라 연주곡 쓰시죠 ? 저도 최근에 가사 하나 썼습니다.
녹음 들어갔으니 조만간 .... ㅎㅎ.

샤아 2013-12-13 12:5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발매되면 곡제목 꼭 알려주세요. 그리고 페루애님의 글에 대한 감탄사는 너무 새삼스럽지요. 으흐흐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3 13:20   좋아요 0 | URL
아, 네에... 이 노래가 주제곡 형식으로 들어갈 거라 딱히 앨범이 나올지는 모르겠으나
음원은 나올 겁니다. 나오면 알려드리겠습니다. 이거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거 가터서 쪽팔리네요..ㅎㅎ

2013-12-12 1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12 1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