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는 우편배달부 룰랭'과 친해서 그의 초상화 몇 점'을 그렸다. 룰랭을 포함한 부인과 아이들 그림까지 합하면 20점이 넘는다. 룰랭 또한 술주정뱅이'여서 고흐를 좋아했던 것 같다. 술고래는 술고래를 알아보는 법이니깐. 길을 가다 서로 부딪치면 출렁거린다. 어 ?! 당신 술고래입니까 ? ( 출렁 ) 그러는 당신도 술고래이시구랴 ? ( 출렁 ) 전 고흐입니다. 가난한 화가입죠 ! 난 룰랭이요. 우편배달부 룰랭, 인생의 절반은 취해 있었을 것이니 그림 모델을 하는 와중에도 룰랭은 늘 취해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룰랭은 술 친구가 필요해서 그림 모델이 되었다. 그는 항상 술과 음식을 싸가지고 고흐의 방문을 두드렸으니깐 말이다. 순전히 술친구 하기 위한 방문이리라. 어쩌면 그는 술에 쩔은 자신의 얼굴'을 추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고흐 그림을 좋아하지만 이 룰랭이라는 모델은 특히 애착이 간다. 자신의 얼굴이 그려진 그림이 어마어마한 가격으로 팔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룰랭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 끄억, 그러니깐... 음냐, 백 억이면 끄억... 압생트가 몇 잔이냐 ? 룰랭을 볼 때마다 골목길 소유권을 주장하던 봉천동 주사파 아저씨와 서울역 만두가게 아저씨 생각이 난다. 룰랭을 닮은, 코가 빨간.....
- 우편배달부는 벨을 울리지 않는다 中
내가 마신 술에 대한 기록
술 약속이 없으면 집에서 꼬박꼬박 술을 마셨다. 처음에는 < 소주 > 만 마셨다. 밑반찬 한두 개만 있으면 되니 돈이 드는 일도 없었다. 그렇게 1년 정도 마시면 뒤탈이 나기 마련이다. 감기약을 먹은 상태에서 수면제를 입에 털고 나서 소주로 삼켰다가 응급실에 간 적도 있다. 병원에서는 자살 시도라고 했으나 솔직히 고백하면 해프닝이었다. 감기가 심하게 걸려서 약을 먹었고, 평소에 복용하던 수면제를 삼켰으며 소주를 급하게 마셨을 뿐이다.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 ( 기억난다. 돌아오는 길은 정말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세란 병원 앞에 있던 벚꽃이 유독 아름다워서 슬펐던 기억이 난다. ) 나는 다짐에 다짐에 다짐을 했다. 소주를 마시지 않으리라. 소주를 끊으리라.
그 다음날부터 나는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는 병'이었다. 빈 병'을 처리하기가 여간 곤란한 것이 아니었다. 소주를 마실 때에는 1병이면 족했지만, 맥주는 3병 정도를 마셔야 했다. 더군다나 부피가 커서 3일만 쌓아두면 빈 병이 9병이나 되는 것이다. 아마, 이 " 곤란 " 에 대해서 격하게 동의하는 사람은 나처럼 술주정뱅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렇게 1년 정도 맥주만 마시다 보니 날마다 이 빈병을 어디에 버려야 할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출근길 가방에 넣었다가 버리기도 했다. 점점 맥주에게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다. " 시바, 배만 부를 뿐이다. 오줌 맛 나는 국산 맥주에 질렸어. 내 오줌을 병에 담아 냉장고에 넣었다고 깜빡 잊고 먹어도 모르겠는걸 ! 생각해 보니 살만 쪘군. 이러다가 돼지가 되겠다. " 나는 곰곰 생각했다. 그래, 건강을 생각해야지 맥주를 끊자 !
그 다음날부터 나는 맥주병'을 줄일 요량으로 소맥을 마시기 시작했다. 모든 조건을 충족시켰다. 빈 병이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배가 부르지도 않고, 무엇보다 빨리 취기가 찾아온다는 것은 내게 행운이었다. 그리고 잠도 함께 ! 하지만 소맥만큼 건강에 해로운 것도 없다. 나는 술은 마시되 건강도 챙길 방법을 구상하기에 이른다. 그 다음날부터는 막걸리'를 마시기 시작했다. 막걸리 많이 먹어서 죽었다는 소리는 들어보질 못했다. 내가 막걸리를 마시기 시작한 때는 막걸리가 웰빙 식품으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던 시점이었다. 곡주 아닌가, 곡주 ! 쌀로 빚은 곡주 ! 두부 한 모 사서 막걸리 한 잔이라. 하지만 이 짓도 오래 가지 못했다. 숙취에 시달렸다. 더 큰 문제는 막걸리 냄새가 방에 밴다는 사실이었다. 시바, 이 짓도 오래 못하겠는걸 !
내가 최근 다시 주종을 바꾸기 시작한 것은 바로 고량주'였다. 도수가 높을수록 숙취가 없는 법 아닌가 ? 하루에 반 병씩만 마시자 ! 하지만 문제는 안주였다. 냉장고를 열어보았자 밑반찬이라고는 김치와 나물이 전부인데, 아..... 고량주'는 이런 안주와는 궁합이 맞지 않았다.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기름 범벅인 중화요리와 곁들여서 먹어야지 캡사이신처럼 불타는 45도 도수를 리드미컬하게 커버할 수 있는데 김치 하고 먹으니 써서 헛구역질만 났다. 나름 귀한 술안주라고 생각했던 황태포와 울릉도 반건조 오징어'를 함께 먹어보았으나 역시 고량주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밤 10시에 안주 하나 만들자고 몇 시간 동안 탕슉'을 요리할 수는 없는 법 아닌가. 고량주를 마시기 시작한 지 일주일만에 나는 고량주를 마시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금 나는 소주를 마시고 있다. 꼴뚜기를 데쳐서 먹고 있다. 역시, 한국인은 소주가 좋다. 어찌 하다 보니 내 주사( 酒史 ) 에 대한 소사 ( 小史 ) 를 기술한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린다
고 말할 줄 알았지 ? 나, 그런 인간 아니다. 커피 애호가는 근사한 취향이고 술 애호는 천박한 취향이냐 ? 시바 ! 딸기코 무시하지 마라. 조롱하기에 앞서 루돌프 먼저 비판하라. < 술 > 하면 떠오르는 문학 작품이 몇몇 있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찰스 부코스키'다. 이 양반 책을 읽을 때는 항상 술에 취한 상태에서 마신 것 같다. ( 맙소사. 책을 술에 취한 상태에서 마신 것 같다 라고 쓰다니 ! ) 술에 취한 상태에서 찰스 부코스키 소설을 읽은 것 같다. 술 마시고 읽으면 마치 쓰리 디 입체 영화를 색안경 끼고 보는 맛이 난다. 치나스키가 숙취로 화장실 변기에 대고 먹은 것을 토해내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헛구역질이 나고는 했다. 그의 소설은 온통 하는(?) 이야기'인데, 이상하게도 그의 책을 읽으면 성욕보다는 슬픔이 찾아온다. 모를 일이다. 도스토예프스키 소설도 술 생각나게 만든다. 도스토예프스키 소설을 읽다 보면, 낡은 외투를 걸치고서 술집에 들어가 보드카 한 잔 털고 싶다. 내가 보기엔 제정신으로 쓴 것 같지는 않다. 도박 빚 때문에 억지로 쓰다 보니 술에 취한 상태였을 것이다.
그리고는 마지막 장을 쓸 때에만 온전한 정신으로 썼을 것이다. 소설 끄트머리에 나타나는 " 이상하게 교훈적이며 강박적 도덕적 설교 관념 " 은 아마도 그가 제정신으로 돌아왔기에 가능한 설정이 아닌가 싶다. 술 하면 무엇보다도 비트세대들이 생각난다. 잭 케루악의 < 길 위에서 > 가 압권이다. 술 마시고 지랄한 게 전부이니 말이다. 막나가는 중독을 원한다면 월리엄 버로스의 소설도 좋다. 그리고 < 우리집 > 이란 아주 희한한 만화도 추천한다. 고흐가 그린 우편배달부 룰랭 그림'을 볼 때에도 술 생각이 난다. 압생트'라 불리우는 술, 단 한번도 마셔본 적은 없으나 꼭 한번 마시고 싶다. 다음은 압생트에 대한 신문 기사 내용이다. ( 2010.3.15자, 부산일보 기사 )
드가, 고흐, 로트렉, 베를렌, 랭보. 시대를 풍미한 예술가들이다. 또 하나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압생트의 애호가란 점이다. 19세기 말 유럽을 지배했던 술, 예술가들의 영혼을 불태우고 상상의 날개를 달아준 술이 '녹색요정'으로 불린 압생트다. 압생트는 18세기 스위스에서 개발되었다가 제조법을 전수받은 프랑스인 앙리 루이 페르노가 1797년 대중화시켰다. 맛이 쓴 향쑥과 아니스 향료를 주원료로 만들었다. 압생트란 이름도 향쑥의 라틴명 압신티움에서 유래했다. 처음에는 만병통치용 약품으로 판매되었으나 투명한 초록빛깔과 진한 향, 높은 알코올 도수(60~70도)로 인해 대중적인 주류로 탈바꿈했다. 압생트를 마시는 방법은 색달랐는데, 보통 구멍이 난 숟가락을 잔에 걸치고 그 위에 각설탕을 올려놓은 뒤 차가운 물을 조금씩 부어 설탕을 녹이면서 마셨다. 쓴 맛과 알코올 농도를 희석시키기 위한 방법이었다. 이러한 독특한 음용법과 빨리 취기가 도는 점, 저렴한 가격 때문에 예술가들은 물론 일반 서민들까지 압생트에 매료되었다. 하지만 퇴폐·향락문화가 만연하고 알코올 중독자가 증가하자 압생트는 척결대상 1호로 지목되었다. 향쑥에 함유된 투존이란 물질이 환각, 뇌 손상, 발작 등을 유발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1906년 벨기에에서 처음 압생트가 판매 금지되었고 네덜란드, 스위스, 미국 등에 이어 1915년 3월 16일 마침내 총본산 프랑스에서도 금지령이 내려졌다. 그렇지만 과학적인 성분 분석 결과 압생트에는 투존이 극히 미미하게 들어있고 다른 유해물질도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정신적 장애는 독주를 과도하게 마신 중독에 의한 것이었다. 1980년대 이후 압생트는 유럽에서 다시 판매가 허용되었다.
몇 년 전, < 퀴즈 골든벨 > 프로그램에서 최후의 3인이 경합을 펼칠 때 나온 문제가 고흐가 즐겨 마시는 술 이름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내가 큰 목소리로 " 압 !! 생 !! 트 !! " 라고 소리치자 어머니가 한마디 하셨다. " 술 얘기 나오니 눈이 올빼미처럼 말똥말똥하구나 ! 말세다, 말세. 쯔쯔쯔.... " 글쎄다, 나는 어머니 말씀에 동의하지 않는다. 공영방송이 미성년자들에게 술 종류가 무엇인지를 묻는 게 더 막장이 아닐까 싶다. 내가 보기에는 그 질문은 14살 아이들에게 사가미 콘돔의 장단점을 A4 용지 3장에 걸쳐 기술하시오, 라는 황당한 주관식 문제처럼 보였다. 변명인지는 모르겠으나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술에 취하지 않고서는 버티기 힘든 하루다. 홍보수석 이정현처럼 울고 싶다. 아랫 입술을 바들바들 떨면서 말이다. 그래도 그 사람은 그리 울면 주군이 예쁘다, 예쁘다 칭찬하지만 나는 예쁘다, 예쁘다 할 위인도 없어서 차마 울지 못한다.
국민이 원한 것은 " 철 의여인 대처 " 가 아니라 지도자의 " 참, 의연한 대처 " 가 아니었던가 ? 대처는커녕 난처한 일만 벌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책이나 읽으련다. " 시바. 내일은 압생트 한 잔 해야겠다. 당일치기로 네덜란드'나 다녀와야 겠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