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와 밥값

 

 

 

 

웬만한 회사는 활동비 명목으로 법인카드'가 지급된다. 내가 다니던 회사는 유독 " 업무 외 기타 잡비 " 에 관대했다. 말이 좋아 품위 유지비'이고 대외 활동비'이지 툭 까놓고 말해서 " 술값 " 이었다. 물론 법인 카드 사용 한도액은 정해져 있었다. 직급과 카드 사용 한도액은 비례했다.  문화 사업으로 분류되는 회사였으나 사풍 : 社風 은 기수 문화가 존재하는 해병대'였다. 내가 " 두더지 새끼 " 라고 부르던 부장대우 과장이 하는 일은 주로 밤에 이루어졌다. 낮에는 과장 직급이었으나 밤에는 상무였다, 술상무'였다. 직원 회식은 한달에 두서너 번 정도였다. 1차는 삼겹살집이고, 2차는 맥주홀이었고, 3차는 자기가 좋아하는 측근만 모아놓고 룸쌀롱 가는 것을 좋아했다.

 

그가 좋아하는 노래는 신나는 트로트'였다. 싸랑에 빠떼리가 다 된나 봐요 ~ 땅신을 향한 나으 싸랑은 뜩급 싸랑이야 ~ 아가씨는 몸을 팔았지만 나는 영혼을 팔았다. 아가씨는 엉덩이를 흔들었고 나는 탬버린을 신나게 흔들었다.  4차는 다들 아시리라. " 홍콩 " 갔다 !   사실 직원 회식'은 정식 업무에 해당되었으니 이 정도에서 끝났지 그가 주로 밤에 하는 ( 거래처 사람들 만나서 ) 물밑 교섭'은 꽤나 하드코어'했다는 것은 안 봐도 비디오였다. 아랫물이 흐리니 윗물이 맑을 리 없었다. 한번은 술상무가 아니라 진짜 상무가 격려 차 내려왔다. 술상무가 아닌 상무는 밤에만 상무인 척하는 술상무와 쫄개들을 이끌고 거나하게 술상을 차렸다. 마셔라, 흥한다 ! 그가 마지막으로 데려간 곳은 집창촌이었다. 

 

열외는 없었다. 그는 이순신 장군이 되어서 홍등 아래에서 명을 거역하고 도망치는 자는 목을 벤다고 소리쳤다. 그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그게 의리'다.  윗물이 흐리니 아랫물도 흐린 것이다. 두더지 새끼는 영업을 뛴다는 이유로 법인 카드로 긁은 금액이 무려    1년에 사용한 금액 총액인지 아니면 2년 동안 사용한 총액인지는 헷갈리지만     1억이 조금 안되는 돈을 썼다. 주로 룸쌀롱 비용이었다. 접대비에 관대한 회사'였다고는 하나 이 정도면 과했다고 판단한 회사는 그에게 경고장을 날렸다. " 김 과장, 오입질은 적당해 하쇼 ! "  하지만 카드 사용 금액이 제한되었다고는 하나 3차로 룸쌀롱만 안 가면 배가 터지도록 흥청망청 쓸 수 있는 넉넉한 금액이었다.

 

그때부터 그는 꼼수를 부리기 시작했다. 그는 직원 회식 때마다 내가 1차, 2차, 3차를 샀으니 4차는 너희들이 돌아가면서 술값을 계산하라는 것이었다. 자신은 3차까지 밥값, 술값 긁었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늘 이런 식이었다. 자기 돈으로 밥을 산 적은 단 한번도 없었지만 법인카드 덕에 항상 통 큰 사나이'라는 사실을 자랑했다. 이 꼼수를 모르는 자 누가 있으랴.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것뿐이었다. 결국 4차는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해결해야 했다. 문제는 4차 장소가 대폿집이 아니라 룸쌀롱이었다는 데 있다. 룸쌀롱 비용은 한달 월급보다 비쌌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두더지는 늘 같은 수법으로 " 밥값은 내가 냈으니 커피는 네가 사 " 전략으로 나왔다.

 

그때 한 직원이 술김에 한마디했다 " 과장님 ! 밥값은 법인카드로 긁으셨으면서 찻값은 직원 호주머니 속 쌈지돈으로 충당하는 건 이상한 논리 아닙니까. 과장님 돈으로 우리에게 눈깔사탕 하나 사신 적 있습니까 ?  " 다음 장면은 다들 짐작하시리라. 주먹이 오고가고 술병이 깨지는 꾀죄죄한 싸움이 일어났다. 잠자코 상황을 주시했던 나는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 그만하지 못해 !!! " 그리고는 참고, 참고, 참았던 주먹을 날렸다. 오, 놀라지 마시라. 내 주먹은 두더지를 향한 게 아니라 사원 얼굴을 향했다. " 이 자식이 어디서 하늘 같은 과장님 얼굴에 스크래치'냐. " 두더지, 보기에 좋았어라. 나는 그날 이후로 두더지의 사랑을 듬뿍 받는 애제자가 되었다. 헤헤, 저는 과장님의 귀염둥이 막둥이입니다요. 에헤, 우헤,  으하하, 에헤 

 

ㅡ 했다는  싸움 이야기는 농담이고 !    하여튼 법인카드로 밥값과 술값을 내면서 온갖 생색을 내는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늙지는 말자는 다짐을 했다. 두더지는 치사한 꼰대의 전형이었다. 황우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사용한 1년 밥값이 2억6천 만원이란다. 1인 한 끼 식사 비용이 26만 원인 점심을 먹었다고. 초중고 무상 급식이 시행되면 나라 살림이 거덜난다고 뒷방 늙은이 앓는 소리를 하던 그가 정작 법인 카드로 긁은 밥값이다. 무상 급식을 원하는 사람을 거지 근성이라고 놀리던 입치고는 꽤나 적나라한 카드 사용 내역'이다. 이럴 때마다 비교 평가되는 곳은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세부 항목을 기재하지 않아서 김한길이 밥값으로 얼마를 긁었는지 알 수 없었다고 한다. 염치없기로는 새누리나 민주당이나 똑같지만 싸가지가 더 없는 쪽은 민주당이다.

 

나랏돈으로 밥값 내는 주제라면 최소한 사용 내역은 밝혀라. 씹새끼들아. 박신양 성대모사로 말하련다. " 동태 찌개 먹었으면 동태 찌개 먹었다. 갈치조림 좋아하면 갈치조림 좋아한다. 왜 말을 못해 !  " 그나저나 두더지'는 룸살롱 가서 술 마시면서 뻘짓 하느라 법인카드로 1억을 썼다지만 황우여와 김한길은 밥만 먹었는데 억 소리가 나니 고상하기는 하다. 두더지는 잘 살고 있다고 한다. 법인 카드로 생활비까지 챙기는 바람에 월급은 한 푼 쓰지 않고 고스란히 저축했다고 했다. 알뜰한 두더지 아저씨. 회사는 망했다. 정확히 말하면 인수합병되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홍등가에서 이순신과 이승만을 연기하던 술상무가 아닌 진짜 상무는 상호만 말하면 모든 이가 " 아 ! " 하게 되는 커피 체인점 사장이 되었고,

 

상무도 아니면서 상무 행세를 했던 술상무도 멀티플렉스 전략 기획팀에서 임원으로 있다. 인수합병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 사람들은 대부분 룸살롱 접대비로 200만 원이 넘는 돈을 계산할 때 손을 벌벌 떨었던 말단 직원들이었다. 다음날, 그들은 편의점에서 삼각 김밥에 컵라면을 먹고는 했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r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samadhi(眞我) 2014-09-14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에서 거품과 욕이 동시에 나오지요. 어제 언니랑 언니친구 만나서 수다 떨다가 서울시 무상급식 얘기가 나왔는데, 새똥 하는 짓이랑 민주(라는 이름이 부끄럽게) 하는 짓이 같거나, 민주가 더해서 그놈이 그놈이고. 친환경급식의 실상을 듣게 되었지요. 그 뒷돈이 정치자금으로 흘러간다는 뻔하지만 우리는 "설마" 하는 얘기들.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4 12:31   좋아요 0 | URL
개새들... 오죽 했으면 박근혜 같은 어르신이 인기가 하늘을 찌를까요...
이게 무조건 새누리가 언론을 장악했다고 막 우기지말고 진짜 민주당 좀 깨달아야 해요..
정신 좀 차려야 합니다.

마태우스 2014-09-14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건을 너무도 잘 정리해주셔서 읽기만 해도 분노가 치미네요. 정말 한방 날렸으면 좋았을뻔했는데, 그게 쉽진 않죠 ㅠㅠ 황우여 법인카드 사용액도 대단하네요. 2억6천이면 매일 70만원 가량 쓴 건데, 그렇게 잘먹으니 나이 들어도 건강한가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4 19:50   좋아요 0 | URL
옛날 오바마에서 만찬 할 때 인가...
그런 때 보니 만찬은 아니고 하여튼.. 뭐 그런 거인데
각국 참가국 회원에게 각자 포도주 마신 거 더티페이로 내더라고요..
고거 보고 깜짝 놀란 적 있습니다. 아니 왜 정치인 밥값을 나랏돈으로 내야 하나요 ?
그게 외교 업무도 아니고 말입니다.

수다맨 2014-09-14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시대 사람들 평균 수명이 워낙에 낮아서 그당시에는 오십만 넘게 살아도 고령자 축에 속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예외라고할 만한 부류들은 바로 (고위) 정치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놈들은 참, 역적으로 몰려 죽거나 불치병에 걸리는 경우를 제외하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참 오래 사는 것 같습니다. 그 어느 계급보다도, 이놈들만큼 진수성찬 먹으며 신수가 편한 족속들도 없을 겁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4 19:49   좋아요 0 | URL
조선시대 평균 수명이 아마 40도 못되었지 싶습니다.
단명했다는 임금 보면 사실 그 시대 평균 수명이잖아요.
오히려 정조 이런 양반이 정말 어마어마한 장수를 한 거죠...
평민들이야 못 먹고 영양실조에 전염병 창궐하고 그러면 그냥 평균 수명 10살씩 막 깎아먹고 그러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여튼 기득권은 내내 잘살았죠...
 

 

 

 

 

 

 

 

 

 

 

 


 

 

짬뽕 대신 순댓국을 먹으며......

 

 

 

 

 

술을 마시는 것까지는 좋다. 문제는 다음날이다. 숙취로 인한 고통은 식도에 통증을 느낄 정도로 구토를 해야 알 수 있다. 괄약근 조이고 주먹 불끈 쥐며 다짐을 하고는 한다.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으리라. 하지만 구토 증세가 사라지면 결심은 작심삼일'이 된다. 술을 마시다 보면 일정한 패턴이 반복된다. 나는 늙수그레한 꾀죄죄 아저씨이기에 코스는 늘 정해져 있다.  1차, 2차에서 헤어지지 못하면 3차로는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하며 원기를 복구한 후 다시 4차로 이어진다. 새벽 닭이 울고 배가 출출하면 얼큰한 국물에 해장을 하며 다시 술을 마신다. 그리고는 뭐..... 공터에 앉아 캔맥주나 까며 넋두리나 늘어놓지. 술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반드시 탈이 나게 되어 있다.

 

사소한 일에 욕이 오가고 주먹을 휘두르기 일보직전까지 간다. 술주정뱅이 주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다음날이면 주워담지 못할 말'에 대해 땅을 치며 후회하지만 이미 늦었다. 못된 습속일수록 버리지 못한다. 이병률은 시 << 여전히 남아있는 야생의 습관 >> 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전히 남아있는 야생의 습관

-이병률-


서너 달에 한번쯤 거처를 옮겼다가 되돌아오는 습관을 버거워 하면 안된다

서너 달에 한번쯤, 한 세 시간쯤 시간을 내어 버스틀 타고 시흥이나 의정부 같은 곳으로 짬뽕 한 그릇 먹으러 가는 시간을 미루면 안된다

죽을 것 같은 세 시간쯤을 잘라낸 시간의 뭉치에다 자신의 끝을 찢어 묶어 두려면 한 대접의 붉은 물을 흘려야 하는 모른 체 하면 안된다

자신이 먹는 것이 짬뽕이 아니라 몰입이라는 사실도, 짬뽕 한 그릇으로 배를 부르게 하려는 게 아니라 자신을 타이르는 중이라는 사실 까지도

 

 

이 시는 짬뽕이란 단어를 빌려 말하지만 사실은 간을 파 먹는 천년 여우에 대한 이미지처럼 읽혔다. 인간이 된 여우가 먹는 것은 새빨간 짬뽕이 아니라 새빨간 간이 아니었을까 ? 한 대접의 붉은 물은 막 꺼낸 생간에서 뚝뚝 떨어지는 피에 대한 은유이리라.    시를 왜 그따구로 해석하느냐고 묻지 마라. 내 마음이다    노마드적 삶을 버리지 못하는 어느 천년 여우의 " 변장술 " 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내가 이 시를 읽자마자 떠오른 생각은 " 해장술 " 이었다. 여우는 여자로 둔갑하는 데 성공했으나 입맛을 버릴 수는 없던 모양이었다. 천년 여우가 느끼는 허기'는 " 환상통 " 에 가깝다. 그 식욕은 결핍이 만든 결과'다. 여우 꼬리를 잘라 사람이 된 죄로 그는 결핍이 만든 허기에 시달린다.

 

그 식욕은 가짜 통증이지만 여우는 그 사실을 모른다. 타는 듯한 허기'만 남아있을 뿐이다. 여우의 허기는 잘린 꼬리의 환상통이었다. 시인 김신용은 << 환상통 >> 이라고 시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새가 앉았다 떠난 자리, 가지가 가늘게 흔들리고 있다

 

나무도 환상통을 앓는 것일까 ?

몸의 수족들 중 어느 한 부분이 떨어져 나간 듯한, 그 상처에서

끊임없이 통증이 베어 나오는 그 환상통,

살을 꼬집으면 멍이 들 듯 아픈데도, 갑자기 없어져 버린 듯한 날

 

한때,

지게는, 내등에 접골된

뼈였다

목질의 단단한 이질감으로, 내 몸의 일부가 된

등뼈.

 

언젠가

그 지게를 부수어버렸을 때, 다시는 지지 않겠다고 돌로 내리치고 뒤돌아섰을 때

내 등은,

텅 빈 공터처럼 변해 있었다 

그 공터에서 쉬임없이 바람이 불어왔다

 

그런 상실감일까 ? 새가 떠난 자리, 가지가 가늘게 떨리는 것은 ?

 

허리 굽은 할머니가 재활용 폐품을 담은 리어카를 끌고

골목길 끝으로 사라진다

발자국은 없고, 바퀴 자국만 선명한 골목길이 흔들린다

 

사는 일이, 저렇게 새가 앉았다 떠난 자리라면 얼마나 가벼울까 ?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창 밖,

 

몸에 붙어 있는 것은 분명 팔과 다리이고, 또 그것은 분명 몸에 붙어 있는데

사라져 버린 듯한 그 상처에서, 끝없이 통증이 스며나오는 것 같은 바람이 지나가고

 

새가 앉았다 떠난 자리, 가지가 가늘게 흔들리고 있다

 

- 김신용, 환상통 전문 

 

 

군산에서 살 때 숙취로 인해 " 죽을 것 같은 세 시간쯤 " 을 견디면서 군산 쌍용반점이 문을 열기를 기다리고는 했다.  " 한 대접의 붉은 물을 흘려야 " 속이 풀릴 것 같아서 도저히 " 모른 체 "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술 때문에 속을 비우고, 비우고, 비우고 할 때마다 관장을 한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눈물이 찔끔 났다. 남들은 똥구멍으로 관장을 하는데 나는 입으로 뱉는구나. 내가 쏟아내는 것은 토사물이 아니라 물똥이구나. 비우고 나면 가벼워진 느낌이 들어 다시 채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쌍용반점을 찾고는 했다. " 자신이 먹는 것이 짬뽕이 아니라 몰입이라는 사실도,

 

짬뽕 한 그릇으로 배를 부르게 하려는 게 아니라 자신을 타이르는 중이라는 사실 " 을 강제로 주입시키면서 말이다. 바로 이 맛 아니겠습니까 ? 아침 8시까지 술을 마시고 나서 버스를 탔다. 생각해 보니 술을 마시느라 정작 대빵 큰 달은 보지 못했다. 버스 안에서 군산 쌍용반점에서 먹던 짱뽕과 전주 웽이집에서 먹던 콩나물 국밥이 생각났다. 나는 버스 기사에게 소리쳤다. 쌍용반점 따따블 !!! 은 농담이다. 버스에서 내려 무작정 첫 번째 오는 버스를 다시 탔다. 공교롭게도 안양행 버스였다. 천변에 내려 물 따라 길을 걸었다. 이 길을 따라 가면 버스 보관소가 있는 충훈부에 도착한다. 나는 이곳에서 살았다. 버스 종착역은 비루한 지역이었다.

 

근처 목욕탕에 가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근 후, 때를 미는 지지대 위에 올라 잠시 잠을 잤다. 불알 까고 대자로 누워 자는 게 부끄러워서 하얀 수건으로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대물을 가렸다. 목욕탕은 전체관람가이니까. 어린이에게 내 거대한 대물을 보여준다는 것은 교육에 좋지 않아. 아빠 것은 보아도 되지만 내것은 안된단다. 목욕탕에서 꿈속에서 묘령의 여인과 섹스하는 꿈을 꿨다. 얼마나 지났을까. 수근거리는 소리에 잠을 깨니 내 앞에 어렴풋이 후지산이 보였다. 내 페니스는 쟈크와 콩나물에 나오는 거대한 콩나물처럼 하늘을 향해 치솟고 있었고 수건은 텐트 모양으로 아슬아슬 가리고 있었다. 나는 솟대처럼 솟은 대물을 보며 속으로 외쳤다. " 좆됐다 ! "

 

우우, 우우우우우 !!!!   전체관람가인 줄 알고 왔더니 18세 이하 관람 불가 영화를 상영하는 것과 똑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라는 후지산 이야기는 농담이고     목욕탕 휴게실에 앉아서 추석 특집 << 진짜 사나이 >> 하일라이트를 보았다. 목욕탕을 나와 천변 근처 놀이터 그네에 앉아 그네를 탔다. 하지만 곧 그 자리를 내주어야 했다. 꼬마들이 몰려와서 그네를 내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순순히 응했다. 놀이터는 어린이 관람가이고 나는 18세 이하 관람 불가아니까. 나는 다시 자리를 옮겨 놀이터 벤치에 앉아 책을 베개삼아 잠을 잤다. 인기척에 깼다 잤다를 반복했다. 일어나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순댓국집에 가서 순댓국을 먹었다. 땡초 하나를 된장에 발라 씹었다. 독한 맛에 입 안이 얼얼했다.

 

눈물이 찔끔 나왔다. 자신이 먹는 것이 순댓국이 아니라 몰입이라는 생각을 하며 먹었다. 내 허기는 내 몸 어딘가를 잘라내고 얻게 된 환상통이었다. 내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이었을까 ? 문득 내가 살던 충훈분 반지하 35촉 알전구 반짝거리던 집에 살았던 전 세입자 생각이 났다. 추운 겨울이었다. 유난히 추운 날이었다. 그때 나는 속초에 있었다. 전화가 걸려왔다. 안양 경찰서였다. 형사가 낯선 이름을 부르며 당신이 그 사람의 동거인이 맞냐고 물었다. 내가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자 형사는 이내 그 사실을 의심하지 않고 인정했다. " 서류를 살펴보니 곰곰발 씨와 그 사람과는 동거인이군요. 그 사람이 이사갈 때 퇴거를 하지 않은 상태여서 당신과 그 사람은 서류상 동거인으로 되어 있습니다. "

 

내가 정확히 무슨 일이냐고 묻자 형사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 거리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사고 원인이요 ?  아사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동사이고요. 사체 처리를 위해서는 가족 동의가 있어야 하거든요. 현재 그는 행불처리된 사람입니다. " 그에게는 " 죽을 것 같은 세 시간쯤을 잘라낸 시간의 뭉치에다 자신의 끝을 찢어 묶어 두려면 한 대접의 붉은 물을 흘려야 하는 "  짬뽕을 살 돈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날 혼자 동명항 방파제 포장마차에서 죽은 자에 대한 위로를 핑계로 술을 마셨다. 첫잔은 그를 위해 바닥에 뿌렸다. 사람은 짬뽕을 먹을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해야 했다. 인생이란 생각보다 단순하다.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모른다. 집에 돌아오니 이미 날은 어두웠다.

 

왁자지껄한 명절이 지나면 사람들은 쓰린 속을 달래며 짬뽕을 실컷 먹을 수 있는 돈을 벌기 위해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사람들은 시원한 맛에 짬뽕 국물을 들이키지만 사실 국물은 뜨겁다. 이 또한 환상통이 아닐까 ?

 

 

 

 

 


댓글(24)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rtour 2014-09-10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후기가 이리 고상한가요? 엄 님을 의식?

Forgettable. 2014-09-10 20:11   좋아요 0 | URL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0 20:29   좋아요 0 | URL
엄동 님을 본 이후로 의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ㅋㅋㅋㅋ..
사실 모임 끝이 좋지 않게 끝났는데 왁자지껄 웃으면서 신나게 쓸 수는 없더군요.
모임 후기는 써야겠고, 모임 풍경은 빼야겠고..
결국 모임 후, 혼자 돌아다녔던 에피소드로 짰습니다.
전 예쁜 아가씨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닙니다. 전 외모지상주의자가 아닙니다. 허허...
취중 후기'가 그동안 좀 과격했죠 ? 허허허허....

글구 포겟 님... 뭐가 완전 공감입니까.. ㅋㅋㅋㅋ.

곰곰손 2014-09-10 21:1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엄님이 그렇케도 미인이시드냐!? 흑흑.. 알겠따ㅡ이만포기하마ㅡ 흑흑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0 21:28   좋아요 0 | URL
뭐가 포기야.. 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녀석이 ㅋㅋㅋㅋㅋㅋ......
웃자고 하는 소리'다.

곰곰손 2014-09-10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근데 사진보니깐 너 살쩠드라!
지금 딱 오동통한 게 보기 좋은듯 ㅎㅎ

어휴~ 난 요즘 진짜 장난아니게 불어서
이제부터 미친듯이 감량할꺼!! ㅠㅠㅠㅜ흑흑흑흑.. 넘 불행해 요즘..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0 21:27   좋아요 0 | URL
나잇살이지... 나 오동통한 너구리되었어....
곰곰손 너 정도가 딱 좋아. 더 뺄 필요 없어. 볼륨감 그거 아무한테나 있는 게 아니다.
무슨 체중 가지고 불행하냐... 잡지사 공모전에도 당선되어서
연재도 하고.. 지금이야말로 좋은 시절이지 않냐..

괜히 행복하면서 불행하다고 하는 거 아냐 ?

곰곰손 2014-09-10 21:4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음.. 그러니까는~

작가로선 행복하고
여자로선 답이 없다 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__ㅠㅠㅠ흑흑흑흑

암튼~ 곰발씨~
우린 겨울에나 보자고~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0 21:51   좋아요 0 | URL
그럼 결론은 행복한 거네... 여자로써 행복한 사람이 몇이나 있겠냐.
다 결핍으로 이루어졌기에 자기 자신에 대해 다 불만을 가지고 있는 거지.
작가로써 대우받고 대형 잡지사( 찾아보니 그 출판사 어마어마한 출판사더군.. 대기업 수준 )
에다 연재하고 그러면 된 거지...

rtour 2014-09-10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손! 사진 어디서 봤수? 나도 보고 싶어요~~~살찐 돼지 페루라든가..미인..엄..님이라든가..쿨럭.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0 23:59   좋아요 0 | URL
허어, 사진이 어디 있다고 그럽니까. 내 옛 사진 보고 그러는 거지요.
글구, 엄동 님이 무슨 미인입니까. 그냥 평범한 여성입니다.
남성 모임 회원들이 너무 호들갑을 떨었어요. 호호...
그러니 즐인 님과 곰곰손을 비롯한 여성분들은 지나치게 질투심에 사로잡히지 마시기 바랍니다.
저도 홍길동처럼 머리 뽑아서 열 개 만들어 하나씩 나눠주면 좋죠. 하지만 그럴 순 없잖습니까.
서로 가지겠다고 서로 잡아끌다가는 저 찢어져서 죽을지도 모릅니다.
질투는 그만 ~ ㅎㅎㅎㅎ

엄동 2014-09-10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1. 전 미인형이 아닌 웃음이 헤픈 호감형입니다
2. 사진유포를 하시다니(아 오쉬쁘님!!) 거 이왕 하신거 저도 좀 봅시다
3. 이병률을 좋아하지만 곰발님 글에 인용하긴, 뭔가 살짝 느낌이 달라요
4. 아침부터 사무실 이사로 파김치되어 귀가했습니다. 힘들어죽겠다고 앓는 소리했는데 막상 하고나니 쾌적하니 괜찮네요ㅋ
5. 찬바람불때쯤엔 모여서 순댓국에 한잔해요. 온장고속 호빵처럼 서로의 온기가 간절해질 그때에 말입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1 00:03   좋아요 0 | URL
ㄱ. 웃음이 맑은 미인형'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습니다.
ㄴ. 오쉬프 님 초상권 무시할 정도는 아니시랍니다. 공개 사진은 없어요. ( 귓속말 : 공개될 경우 모든 호들갑이 다 탄로납니다.. ㅋㅋㅋㅋㅋ )
ㄷ. 이병률 시인을 좋아하시는군요. 저도 참 좋아합니다. 좀 억지스러운 전개죠 ?
ㄹ. 원래 이사하고 청소하는 게 그런 재미가 있잖아요. 다 끝내고 났을 때 비로소 개운해지는 맛..
ㅁ. 네, 그럽시다. 벌써 밤에는 날이 춥더군요. 창문 열어두었다가 깨서 자꾸 닫게되네요..... 순대국(술국) 하면 역시 보라매 공원 순대국이 최고져....

수다맨 2014-09-11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병률은 잘 읽어보지 않아서 몰랐는데 시가 참 좋네요. 술 한잔 거하게 마시고 다음 날 짬뽕으로 해장하기 직전에 읽으면 더욱 감칠맛나게 읽혀질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모임 끝이 그리 좋지 않게 끝난 모양이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1 01:14   좋아요 0 | URL
추석 연휴 여파로 잠이 안 오는군요. 한때 저녁 8,9시에 자서 꼬박꼬박 새벽 3,4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고는 했는데 말입니다. 이병률 시 좋습니다. 여성스러운 말랑함이 있어서 가끔은 뭔가 싶다가도 이 묘한 닭살이 꽤 매력있습니다. 시 몇 편 더 소개할까 싶었ㄴ느데 시집이 안 보이네요. 아마 또 그냥 누구 읽어보라고 준 모양입니다.

rtour 2014-09-11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나도 보자는 말은 취소합니다. 봐봐야 눈만 버릴 듯이라고 자존심을 세우며 퇴장.

곰곰손 2014-09-11 05:03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오쉬쁘님이 그자리에서 인증샷을 보내주셨는데 두분다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얼굴은 못보았어요 ㅎㅎ
근데 페루돼지, 얼굴을 가린 손이랑 반쯤 보인 상체가 정말 오동통 너구리가 됐더라구요 ㅋㅋㅋㅋ

솔직히 이바닥에서 이뻐봐야 즐인님이랑 나만큼 이쁜 뇨자가 있겠습니까? 껄껄!
암튼 우리가 갑임!


깔깔깔깔!!

(나도황급히퇴장;;)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1 12:3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 페루 돼지. ㅎㅎㅎㅎ. 오쉬프가 사진을 찍었나 ? 잘 모르겠네요. 요즘은 술만 먹었다 하면 잘 기억이 안 납니다.... 그동안 살이 찐 건 인정 ~~

솔직히 이 바닥에서 이뻐봐야 즐인 님과 곰곰손 따라올 사람 업슴
인정 !

곰곰손 ! 나도 너 돼지라고 놀리거임..

만화애니비평 2014-09-11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위가 다가오는 기분이 드는 글입니다..어허허허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1 12:36   좋아요 0 | URL
절기'란 게 참 무서워요. 어제까지 덥더라도 가을 되면 바람부터 싹 바뀌니 말입니다.

봄밤 2014-09-14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왔을 시집이 새롭게 보이는 것은 어떤 이유인가요. 가을이고, 다시 기울여서 읽어야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4 11:47   좋아요 0 | URL
시집이야 뭐... 읽고 읽고 읽어야 의미가 더 선명해지는 거 아니겠습니까...

samadhi(眞我) 2014-09-14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아리 생활할 때 새해가 되면 우리끼리, 우리가 작년에 술을 며칠 안마셨지? 이틀인가? 사흘인가? 뭐 이렇게 손꼽고는 했는데...... 이제는 그 생각만 해도 마구 쏠리네요. 그때는 매일 소주냄새 폴~폴 나는 똥을 싸곤 했는데^^ 요즘은 술 처(?)먹고 전화하는 잡것(?)^^들이 줄어들었지만요. 술먹고 전화하지 맙시다^^ 요즘 "처"가 입어 붙어서 아무에게나 아무때나 "처"가 튀어나와서 뒤늦게 입을 막곤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4 19:46   좋아요 0 | URL
글구 보면 옛날에는 무진장 술을 마셨던 거 같습니다
그게 또 낭만이 되던 시대도 있었으니...
이젠 그런 문화는 별로 없는 거 같더라고요....
저도 술을 자주 마시지만 이젠 술문화도 좀 바뀌기는 해야 해요...
 

 

 

 

 

가욋길

 

- 이 글은 엄동 1인을 위한 맞춤 글이다. 모든 딴지를 불허한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사실이지만 : 내 정식 직업은 " 마라토너 " 다. 죽을 둥 살 둥 달려야 하니, 내 인생 이게 뭐니 싶다가도 drunk money '에 취하면 바로 이 맛에 사는 거 아니겠습니까 ? 라는 소리도 새어나온다. 이판사판 악다구니해도 사판'보다 이판'에서 노는 게 낫다는 생각하면 생강처럼 아린 맛도 참고 견딜 수 있었다. 내 소속 팀은 서울역 후암동 동사무소'다. < 그들에게 새로운 날개를 > 이라는 노숙자 재활 프로그램으로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자는 취지로 동사무소로는 최초로 마라톤 팀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니까 나를 지지하는 사람은 후암동 주민이 전부였다. 뛰고, 뛰고, 뛰고, 뛰고, 뛰었다. 기록은 신통치 않았지만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가난한 후암동 사람들이 특정 대상을 지지할 팀이 있다는 게 중요한 것이지 성적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한때 나는 신용불량자였고 노숙자였으며 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상인이었다. 불알 두 쪽과 맨발이 전부인 내게 마라톤은 비타 500이었다. 뛰어서 용기를 줄 수 있다면 얼마든지 뛸 수 있었다. 결승선에 도착하면 탈수기에서 갓 꺼낸 빨래처럼 다리에 힘이 쪼옥 빠져서 바닥에 주저앉게 되지만, 나는 이 " 힘 없는 무저항의 순간 " 을 사랑했다. 탈탈 털린 빨랫감과 마라톤 경기를 막 끝낸 롱 디스턴트 러너   왠지, 갑자기, 뜬금없이 하루키 흉내를 내고 싶었다   의 공통점은 빳빳하지 않다는 점이다. 둘 다 빳빳해지기 위해서는 충전할 시간이 필요하다.    빨랫감은 좋은 볕이 필요하고, 마라톤 선수에게는 시원한 물이 필요하다.

 

동사무소 재정 상태가 열악하다 보니 가욋돈이 필요해서  마라톤 학교에서 일반인을 상대로 마라톤을 가르치고 있다. " 여러분, 영화 << 해적 >> 보셧나요 ? 거기서 유해진이 수영법을 가르치면서 음파음파 하잖아요. 마라톤도 마찬가지입니다. 호흡이 중요해요. 들숨과 날숨을 규칙적으로 쉬어야 합니다. " 그녀를 처음 본 곳도 바로 " 마라톤 학교 " 였다. 그녀가 내게 싸인'을 요청했다. < 행복하세요. - 롱 디스턴트 러너 곰곰발 > 이라고 쓰자, 여자는 화들짝 놀라며 정정을 요구했다. " 어머, 죄송해요 ! 이미 말씀 드린다는 게 그만.... 마라토너 곰곰발'이 아니라 알라디너 곰곰발'로 써 주세요. "

 

시간 날 때마다 알라딘 개인 블로그에 " 달리기 " 에 대한 글을 올리고는 했는데, 그녀가 내 블로그를 눈여겨보고 있었다고 했다. 부끄러웠다. 글이라기보다는 허세가 팔 할'이었으니 말이다. 그녀는 내가 싸인을 해 준 최초의 독자였다. 나 또한 그녀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여자'였다. 체구는 작았지만 야물딱지게 뛰었고 수강생 가운데 하프 마라톤 성적이 가장 좋았다. 그녀가 세운 최종 목표는 마라톤 풀 코스 도전이었다. 여자가 개인 강습을 부탁했을 때 나는 바로 승낙했다. 왜냐하면.... 그녀에게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마라톤을 핑계로 자주 만났으나 마라톤 대신 주로 문학에 대해 말했다. " 왜 그렇게 하루키를 싫어하세요 ? " 여자는 하루키 광팬'이었다.

 

나는 온갖 이유로 하루키를 비판했다. 개똥 같은 소리'였다. 돌이켜보니, 그때 나는 하루키가 싫어서 그녀에게 뾰족한 불 화살을 날린 게 아니라 질투에 눈이 멀었다. 사랑에 빠졌다. 눈이 멀었다. 아마츄어 마라톤 대회가 있던 날, 나는 결승선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일반 선수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입이 바짝바짝 말랐다. 3시간이 경과했지만 그녀는 아직 결승선에 도착하지 못했다. 사라졌다. 그녀는 경기 도중 감쪽같이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경기장에 들어온 선수 기록은 5시간 36분 17초'였다. 그를 끝으로 대회는 끝났다. 하지만 나는 강력하게 항의했다. 아직 끝난 게 아니라고, 결승선을 통화하지 못한, 경기를 포기하지 않은 선수가 있다고, 기다려 달라고.......

 

노래를 잘 부르기 위해서 마라톤을 배우는 수강생이 있었다. ㅡ 강사님, 마라톤 선수와 노래 가수의 공통점이 뭔지 아세요 ? ㅡ 모르겠습니다. 호흡이 틀어지는 순간 망친다는 거죠. 가수 지망생이 학원에서 배울 때 제일 먼저 배우는 게 바로 호흡법이에요. 숨쉬기 운동만 하죠. 마치 소림사 영화에 나오는 수련법과 동일하죠. 왜 사부는 기술을 가르치지는 않고 제자에게 물 긷고 밥 하고, 마당만 쓸게 하잖아요. 기술은 가르쳐주지 않고 부엌 밥풀때기나 시키니 화가 난 제자가 한마디하죠. 언제 가르쳐주실 겁니까 ? 바로 이 지점에서 << 생활의발견 >> 법칙이 적용되죠. 사소한 가사일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것이 기술이었던 거죠. 뭐, 나머지는 다들 아시잖아요. " 하산하거라 ! " 가수에게 호흡법은 제자가 하루 종일 하는 가사일과 비슷해요. 그래서 마라톤을 배우기로 했어요. 이 세상에서 가장 노래 잘하는 가수가 될 거예요. 하하. ㅡ 건투를 빕니다 !  그 수강생은 마라톤 선수가 되어도 될 정도로 타고 난 실력으로 나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그가 생각한 롱 디스턴트 러너 피지컬 트레이닝 시너지 효과는 발생하지 않았다. 노래 실력은 늘지 않았고, 결국 가수가 되리라는 꿈을 접었다. 오늘도 나는 불알 두 쪽 차고 좆빠지게 달린다. 그게 내 일'이니까. 내 최고 기록은 2시간 20분 43.201929343242초'다. 오늘 페이스는 그닥 좋지 않았다. 달리면서 계속 사라진 여자 생각을 했다. 어디로 갔을까 ? 달리는 내내 그녀 생각만 했다.

 

그러니 기록이 좋을 리 없다.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이미 2시간이 지났다. 달리면서 주위를 살펴보니 낯익은 건물들이 보였다. 여자가 살던 곳이었다. 산본이었다.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달리기를 멈췄다. 내가 가야 할 정해진 코스를 보다가 다시 그녀가 살던 아파트를 보았다. 저 길은 가욋길'이다. 나는 가욋길로 뛰기 시작했다. 그녀가 사라진 이유를 알고 싶었다. 다리에 힘이 붙기 시작했다. 어느새 나는 날기 시작했다. 바닥을 보니 내 발은 아스팔트 바닥 위에 붕 떠 있었다. 쏜살같이 흐르는 세월. 나는 곧 바닥으로 떨어졌다. 버스가 나를 쳤고, 나는 10미터나 날아갔다. 비로소 그녀가 사라진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달리다가 낯익은 풍경을 보았으리라. 그리고는 가욋길로 뛰었으리라.

 

경기는 끝났다. 우승은 2시간 13분 12.20381283024823948028420384초를 기록한 삼성생명 소속 김달식 선수가 차지했다. 나는 실종 처리되었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엄동 2014-09-10 0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잉크가 다된 싸인펜으로
무심한듯 그려주신 곰발님의 싸인을 득하다니!
(게다가 맞춤글이라니!!)
아아 영광입니다 진정.

생각지도 못한 가욋길을 걸은듯한 시간이었습니다
제 오랜 팬심이 불필요한 말과 과한 흥분으로 표출되었을텐데
아랑곳없이 유쾌한 분위기로 이끌어주셔서 감사했고요.

축축한 마음엔 좋은 볕이 되주고
퍽퍽한 갈증엔 시원한 물이 되주는
곰발님의 보석같은 글에
제 팬질은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쭈욱~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0 02:33   좋아요 0 | URL
아니, 이 밤중에 깨어 있다니 또 술 드셨구랴 ?
풀타임 꼭 도전 성공하기 바랍니다.
앞으로는 싸인 돈 받고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저도 오늘 아침 8시까지 마셨습니다.
결과는 막장 분위기였으나 그래도 엄동 님 참석으로 화룡점정이 되었습니다.
엄동 님 아니었으면 정말 수컷들만 모인 꾀죄죄한 자리가 될 뻔했어요..

곰곰손 2014-09-10 0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하~ 옆에 계신분이 엄동님이셨구낭~
난 어인일인지 엄동님이 마냥 남자분인줄 알고 있었음!! ;;;
와아ㅡ좋았겠다~ 간만에 오쉬쁘만나고~
나도 당신들 넘 보구싶은뎅~ ㅠㅠㅠㅠ흑흑흑흑.. 아배고프다ㅡ
먼가 먹어야게따ㅡ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0 11:17   좋아요 0 | URL
사실 나도 엄동 님 남자로 착각했던 적이 있었다. 엄동이라는 글자가 남자를 떠올리게 만들거든...
간만에 오쉬프 만나서 반갑지는 않았다. 늘 만나는 처지이니깐...
그날에 일찍 취해서 먼저 떠났어. 옛날처럼 마시지를 못하더군......

잘 지내고 있었누 ? 명절 음식은 좀 먹었냐 ?
사랑한다, 곰곰손 !
좋은 작가가 되기를... 만화야말로 가장 대중적이며 위대한 장르일거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풀무 2014-09-10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헌사글을.. 엄동님 부럽습니다.

헌데 저도 지금껏 엄동님 남자인 줄 았았다는.. :)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0 14:59   좋아요 0 | URL
아마 여성인 줄 안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겁니다.
성의껏 댓글 달았더니 여성이어서 뿌듯했습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 어제는 아침까지 술을 마셨는데 저녁까지 잠을 안 잤습니다. 대부분 왜 자면서 술을 깨잖아요.
멀뚱히 잠을 안자면서 술을 깨니 이게 또 묘한 매력이 있더군요...
아침 8시부터 술을 깰려고 ( 아침에 집에 들어가려 했는데 그냥 버스 타고 아무데서나 내려서 막 돌아다녔습니다. 목욕탕도 가고, 놀이터에서 그도 타고, 천변에서 그늘에 앉아 책도 읽고, 잠도 자고.... 그러다 보니 술을 개더라고요..


안 자면서 깨니깐 숙취도 없는 거 같습니다. 이 방법 추천합니다. 단, 몸이 좀 불편함...


엄동 2014-09-10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여성이어서 뿌듯합니다 (코팜)

놀이터도 가고, 그늘에 앉아 책도 읽고,
그러면서 술을 깬다..
기발하군요

머 어떻습니까
술먹고 누굴 패는것만 아니라면야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1 00:06   좋아요 0 | URL
그나저나 저희 모임들이 호들갑을 떨어서 좀 부담스럽지 않으십니까 ?
평범한 엄동 님을 절세미인으로 만들어놨으니
이거 부담이 가실 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좀 시간이 지나야 합니다.
일종의 신입 회원 신고식이라 생각해 주세요. 시간 지나면 막 대합니다...

엄동 2014-09-11 13:5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하하하하하하
그러니깐요 ㅋㅋㅋㅋ

하지만 다들
개똑같이 말해도 찰똑같이 알아들으시는 사이로 보여 보기 좋습니다 :)

아 그리고 막대하는거, 저 좋아합니다 ㅎ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1 16:37   좋아요 0 | URL
그러면 막 대하겠습니다. ㅋㅋㅋㅋ
 

 

 


 

 

거품 맥주 만드는 법 

 

 

낮술에 취해서 잠이 든 모양이다. 일어나 보니 밤 12시다. 보름달을 보니 전병 생각이 났다. 망망대해에 표류 중인 로빈슨 크루소 같은 심정. 큰 누나는 시댁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친정 엄마를 모시고 일본 온천 관광을 떠났다. 하층민 계급에 속하는 가족이 1년에 2번이나 해외 여행을 떠나다니 어쩌면 내 가족은 빈민을 가장한 중산층인지도 모른다. 평소 기독교 추도 예배 형식으로 명절을 지냈기에 제사를 지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명절 음식은 꼬박꼬박 차렸는데 올해는 누나와 어머니의 폐업으로 명절 없는 명절이 되었다. 씐난다 ! 누나 입장에서는 시댁을 향해 대포를 쏜 격이고, 어머니 입장에서는 자식들과 며느리를 향해 불 화살을 쏜 모양새를 취했으나.... 결과는 모두 해피엔딩'이다.

 

요즘은 소맥으로 거품 맥주를 만드는 재미에 푹 빠져서 날마다 소맥을 마셨다. 명절이니 특별히 거품 맥주 만드는 방법을 당신에게 알려주겠다. 참고하시라. [ 유사 거품 맥주 만드는 법 ] 우선 맥주 잔을 준비하자. 잔 용량을 총 10'이라 했을 때 소주를 1 정도 붓는다. 다음은 맥주 거품이 생기지 않도록 잔을 기울인 상태에서 맥주를 4 정도 따른다. 뜨거운 물에 담근 젓가락을 컵에 넣은 후 다른 젓가락으로 타종을 치듯 쎄에에에에게 친다. 이때 충격으로 인해 거품이 5 정도 만들어진다. " 이거시 " 바로 유사 밀러타임 거품 맥주'되시것어요. 이런 비율로 소맥을 말다 보면 소주 한 병에 맥주 두 병'을 비울 수 있다. 거품을 만들고 거품을 터는 맛에 마신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인생을 10'이라 했을 때 그 가운데 거품이 5'이다. 아무리 잘난 인간이라 해도, 김연아라 해도, 강동원이라 해도, 송혜교라 해도 거품이 반'이다. 그들도 뱃속에는 똥을 달고 다닌다. 거품을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 껍데기 " 가 반이요, " 후루꾸 " 가 반이요, " 후까시 " 가 반이요, " 좆도 아닌 게 " 반이다. 하지만 거품이 있어야 완성되는 게 바로 인생'이 아니었던가.  투수가 공을 100개 던졌다고 했을 때 스트라이크와 볼은 최소 5 : 5 정도'가 되어야 한다.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다고 해서 좋은 투구는 아니다. 스트라이크만 던지면 타자에게 난타당하기 일쑤이다. 삼겹살이 맛있는 이유도 살코기와 비계의 황금비율 때문이 아니었던가 ? 그런 면에서 언어도 적당히 오염된 언어가 좋다.

 

어제 이상한 광경을 보았다. 광화문을 지나가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창밖을 보았는데 일베들이 폭식 투쟁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드디어 거리로 나온 것이다. 버스 안에서 잠시 본 것이 전부였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일베 게시판에 " 집에 귀가하는 여대생을 납치해서 집단 강간하자 ! " 따위가 버젓이 올라오고 그 밑에 " ㅋㅋㅋ " 라는 댓글이 죄책감 없이 기록되는 일베치고는 광장에 나온 이들은 대부분 여리여리한 애 같았다.  단단한 몸과는 멀었다. 일베의 평소 언어 사용으로 보아서는 시뻘건 ㅈ이 생각났으나 막상 실제로 보니 사정 후 쪼그라든 개불 같았다. 이 " 언발란스 " 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문득 버스 안에서 어버이 연합 시위를 지켜보던 때가 생각났다.

 

그때도 기묘한 " 언발란스 " 앞에서 할 말을 잃었다. < 일베 > 나 < 어버이연합 > 이나 집단으로 보면 괴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얼굴을 마주보면 평범한, 너무나 평범한 얼굴에 당황하게 된다.  나는 창문을 열고 닭다리를 뜯고 있는 여리여리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듯한 청년에게 말했다. " 처먹으니깐 맛있냐 ? " 내 말에 일베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누군가 내게 결투를 신청했다. " 버스 안에서 모기처럼 앵앵거리지 말고 나와서 한판 붙자 ! 널 산업화시키겠다. " 와와 ! 일베들 박수소리. 상명여대 앞에서 버스에 올라 탄 아가씨들이 만류했지만 나는 버스 운전수에게 양해를 구하고 버스에서 내려 광화문 광장으로 나갔다. 일촉즉발, 17대 1 . 나는 큰소리로 외쳤다. " 오라 ! 씹떼기들아..... "

 

주머니에서 500원짜리 동전 하나를 꺼내 하늘을 향해 힘껏 던졌다. 저 동전이 떨어지기 전에 너희 모두 섬멸하리라. 일베 좀비들이 떼거지로 달려들었다. " 정의의 주먹이 너희를 용서하지 않으리라 !!!!!!!!!!!!!!!!!! "  주먹이 바람을 스칠 때 나는 소리를 들려주마 !  한놈, 두시기, 석삼, 너구리, 오징어, 육계장, 칠칠이, 팔팔이, 구봉서........  땡그랑 !! 동전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까지 쓰러지지 않고 살아남은  좀비는 단 한 명뿐이었다. 내 주먹은 붉은 피와 양념치킨 양념장으로 물들었다. 마지막 좀비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 너에게 필요한 것은 양념이 아니라 양심이다 ! " 녀석은 떨고 있었다. 그 녀석은 결국 주저앉았다. 일반 시민들은 와와, 했고 일게들은 우우, 했다 - 는

 

뻥'이다. 이 글은 거품이 반이다. 하여튼 볼 일을 보고 다시 버스를 타고 가니 일베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오늘도 ( 자정이 지났으니 오늘'이다 ) 술 약속이 있다. 혹여, 명절 스트레스'에 혈압이 오르는 사람이라면 홍대 놀이터 앞 " 막걸리싸롱 " 으로 오후 5시까지 오시라. 사정 후 뭣 같이 쪼그라든, 개불처럼 생긴 늙은이 몇몇이 쭈구려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을 것이다. 권투를 빈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rtour 2014-09-08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뉴스인지를 보니 박근혜 지지율이 52프로라고...ㅎㅎ 할 말이 없더라구요. 국민과 소통하려했던 노통 지지율이 한 자리수였던 걸 생각해보면 불통을 위엄있는 권위로 생각하는 모양. 박근혜가 입을 열고 행동을 할 이유가 없겠죠.
불통을 대통령의 품격이라 믿는 열혈 지지자들이 50프로를 넘는데..인기 떨어질 일 있나요. 일베 창궐에 멍석 깔아주는 세월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9 22:08   좋아요 0 | URL
참 신기한 동네... 52%는 마지노선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긴 저라도 똥을 싸던 지랄을 하던 50%의 콘크리트묻지마 지지율을 가지고 있으면 내 맘대로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풀무 2014-09-09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널 산업화시키겠다.. ㅎㅎㅎ
그나저나 미안하오.. 밤 열 시가 넘어서야 빠져 나올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경기도..
대신 내년 모임엔 제가 꼭 쏘겠습니.. -_ㅜ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9 22:10   좋아요 0 | URL
새벽 님을 눈이 빠지도록 기다렸으나 오지 않으셨더군요.
사실, 빠져나오시기가 힘드셨으리라 생각됩니다.
특별히 새벽 님은 산업화시키지 않겠습니다.

수다맨 2014-09-09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 동안 집 밖에서 떠돌아 다니다 이제야 귀가했습니다. 집에 오니 제 가족들도 제사랑 성묘 지내고 다들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네요.
저도 막걸리싸롱 가고 싶은데, 안타깝게도 감기 기운이 조금 있네요. ㅠㅠ 나중에 합류하도록 하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9 22:11   좋아요 0 | URL
수다맨 님 그동안 떠돌이 생활히셨군요 ? ㅎㅎㅎㅎㅎ 보고 싶긴 하군요.
언제 시간 내서 만납시다...

봄밤 2014-09-10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석 잘 보내셨나요. 곰발님. 이 글은 특히 마음에 들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0 20:02   좋아요 0 | URL
안녕, 봄밤 님 ! 뭐, 추석 늘 왁자지껄하다 끝나는 거죠.. 허허.
봄밤 님은 잘지내셨기나 보르겠네요. 명절은 남자보다 여자가 힘든 시기이니 말이죠..

봄밤 2014-09-13 23:14   좋아요 0 | URL
이 글 보고 특히 좋다는 말을 하러 왔는데 이미 써있네요! 이 명절은 '엄마'가 힘든 날이 아닌가 합니다. 저야 뭐, 잘 먹고 놀고 그랬지요!

만화애니비평 2014-09-11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베들 이미 산업화 된 사회에서 이제 탈산업화인데
자기들도 산업화 당하면 비정규직 같은 떨거지로 살 게 뻔한 일인데
참 보면...그저 씁쓸..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1 12:30   좋아요 0 | URL
제가 보기엔 인정투쟁이 아닌가 싶습니다. 인정받고 싶어서...
왜 아이들 엄마에게 사랑받고싶어서 일부러 말썽을 부리지 않습니까...
 

 

 

 

개와 고양이'에 대한 진실

 

- 봉다리잘띠네 씨에 대한 기록

 

봉다리잘띠네 씨는 4살'짜리 골든레트리버'이다. 말이 좋아 " 골든 " 이지 " 누렁이 " 다.  줄여서 " 봉달이 " 라고 부른다. 사람 나이'로 치면 혈기왕성한 이십대 수컷이다. 사람들은 봉다리잘띠네'라는 이름이 정식 이름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이름 또한 애칭'이다. 정식 이름은 " 봉다리만 보면 좋아서 잘 뛰네 " 다. 몇 번 장가를 보냈으나 모두 퇴짜를 맞았다. 암컷에게 주둥이만 물린 채 돌아왔다. 덩치만 컸지 성적 매력은 없는 모양이었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암컷에게 매력없는 수컷은 모두 불쌍한 존재. 아아. 언제부터인가 봉달 씨'는 내 다리에 붙어서 응응 하는 횟수가 많아졌다. 앞발로 내 허벅지를 꽉 붙잡는 힘이 전해질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고는 했다. " 이 녀석, 성에 대한 욕망이 가,가가가강렬하구나 ! " 나는 조용히 앞발을 풀어 육포 하나를 던져주고는 했다.

 

한때 쩍쩍이'라는 이름으로 살던 봉달 씨 ▼

 

< 쩍쩍이 > 는 세 살배기 수컷'이다. 총각으로 늙는 게 안쓰러워서 몇 번 장가'를 보냈다. 장가라고 해 봐야 암컷이 있는 갈빗집 주인 집에서 며칠을 함께 보내는 게 전부이다. 들은 자리는 모르지만 난 자리는 안다고 했던가. 쩍쩍이가 없는 며칠은 온통 쩍쩍이 생각을 하며 그 녀석의 신혼 첫날밤을 생각했다.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 꽃잠 " 으로 불리웠을 것이다. 인간 세상에서는 첫날밤을 꽃잠이라고 부른단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허니문은 이내 비터문'이었음이 밝혀졌다. 돌아온 쩍쩍이의 얼굴은 온통 상처투성이'였다. 콧잔등에도 물렸는지 빨간약이 칠해져 있었다. 암컷에게 물어뜯긴 것이다. 몸 이곳저곳에 털이 뽑힌 흔적이 역력했다. 한번 하고 싶어서 달라들 때마다 물어뜯은 모양이었다.  

 

문득 갈비집 진돗개 암컷의 사나운 이빨이 생각났다. 주인 아저씨는 연신 미안한지 허,허,허 하고 웃기만 하셨다. 아저씨는 밥을 먹고 가라며 갈비탕에 육회를 내셨다. 가는 길'에는 갈비도 포장해 주셨다. 무게로 보아 몇 근은 나갈 것 같았다. 하여튼...... 쩍쩍이는 진순이'의 앙탈을 물리치고 섹스에 성공했을까 ? 결론적으로 말해 섹스는 실패했다. 왜냐하면 진순이가 임신이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키 1미터에 몸무게 30kg의 늠름한 리트리버'를 진순이는 왜 거부했을까 ? 발기하면 내 자지보다 더 큰 자지'를 자랑하는 나의 수컷, 쩍쩍이를.  

  

돌아오는 길'에 흘깃 쩍쩍이를 보니 불쌍한 거다. 털은 뜯겨나가고 코는 빨간 옥도정끼'를 발라서 루돌프가 되어서 절뚝이는 것이다. 김칫국에 밥 말아먹여 키워서 그런가,  힘이 없어서 날마다 괴깃국에 갈비 뜯은 놈에게 호되게 당했다고 생각하니 계급 의식이 발동한 거라. 서러운 거라. 우리 쩍쩍이가 어디 봐서 하자가 있단 말이더냐. 리트리버'는 옛날에 강가에서 숭어 잡던 귀한 놈이었다. 이것아 ! 축 늘어진 귀로 쫄랑쫄랑 따라오는 개를 보니 진순이의 도도하게 쫑긋 솟은 귀가 생각났다. 건방진 년. 네까짓 게 무슨 < 뽕 > 에 나오는 이미숙이더냐 ? 다른 남정네 다 받아도 우리 삼돌이'에게는 죽어도 못 준다 이거지 ? 분통이 터졌다.  사내구실 못하면 어떤가. 잘 키워주마. 사랑으로 잘 키워주마.  주먹을 불끈 쥐었으나 주인이나 개나 사내 구실 못하기는 매한가지였다

2013.02

 

펼친 부분 접기 ▲

 

성욕은 식욕으로 풀어야 하느니라. 그 후로도 몇 번, 끈끈한 밤을 보내라고 씨 좋은 암컷이 있는 집에 보내고는 했으나 결과는 무참했다. 갈빗집 진순이'에게 물려서 털이 잔뜩 빠지기도 했다. 임신 소식이 없는 것으로 보아 진순이는 봉달 씨'를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네가 뭐라고 ? 감히 네가 뭐라고 봉달 씨'를 무시하느냐. 영화 << 뽕 >> 에 나오는 동네 바보 같은 봉달 씨. 그 영화에서 이미숙이 칼칼한 목소리로 동네 바보 이대근에게 외쳤다. " 다른 사람한테는 다 줘도 너한테는 못 주겠다, 잡놈아 ! " 눈물이 앞을 가린다 x 2  요즘 봉달 씨'는 내 방에서 생활하고 있다. 올 여름에 털을 바짝 깎았더니 산 모기가 떼로 몰려와 물어뜯어 놓았다. 처음에는 피부병인 줄 알고 병원에 갔더니 모기에 물린 자국이란다. 그동안 골든 칼라 털 때문에 모기의 극성을 피할 수 있었는데 삭발을 하다 보니 피해를 입은 것이다.

 

그래서 방에서 주무신다. 좋으시단다.  이미 침대는 봉달 씨 몫이 되었다. 어제는 봉달 씨 자는 모습을 흐뭇하게 보다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자면서 오줌을 찔끔찔끔 싸는 것이다. 살다 살다 잠을 자면서 오줌을 싸는 놈은 처음 보았다. 귀머거리 개를 키운 적은 있으나 오줌싸개'를 키운 적은 없어서 당황스러웠다. 소리를 질렀더니 봉달 씨는 벌떡 일어났다. 주인님, 무슨 일입니까 ? 사실, 모기 때문에 봉달 씨를 실내에서 키우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길 고양이가 담 아래 새끼를 다섯 마리나 낳았다. 내가 사는 곳은 계단식 집이라 앞집 뒷담이 내 집 앞 담'이 된다. 정확히 말하자면 길고양이는 앞집 뒷담에 새끼를 낳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봉달 씨는 앞발을 담에 걸친 후 새끼들을 내려다보며 으르렁거리기 일쑤였다.

 

결론은 실내 감금 조치였다. 고양이 새끼들이 얼추 자라서 사회 활동을 하게 될 때까지는 감금 조치를 풀 계획은 없다. 요즘은 담 너머 고양이 보는 맛에 산다. 무럭무럭 커서 골목을 호령하거라. 그나저나 봉달 씨 총각 딱지나 떼내야 할 텐데 걱정이다. 시바, 어느 누가 오줌싸개를 보고 성적 욕망을 느끼겠는가 !

 

 

 

 

덧대기

고양이 새끼 이름은 " 담 " 과 " 벼락 " 으로 지었다. 나머지 세 마리는 아직 이름이 없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ㅍㄹ 2014-09-04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머지 세 마리의 이름은 각각
야, 옹, 이
로 짓는게 어떻겠습니까.

식상하시다면
야, 오, 이
도 괜찮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4 14:24   좋아요 0 | URL
음... 센스 있는 작명은 아니군요.

엄동 2014-09-04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리집 개님은 열살하고도 넉달을 더 먹었으니
사람나이로 치면 지천명이군요!
헌데 이 분도 장가를 못갔어요,

아 평생에 딱 한번, 한 일주일정도 잃어버렸다 찾은적이 있었는데
그때나 응응 해봤을라나 ㅋ

개를 키우면서 좋은 점은
뭘 말하든, 씨불이든, 주정을 부리든
묵묵히 들어준다는 거.

가끔 녀석이
애교같지도 않은 애교를 부릴때면
하하 웃곤합니다 :D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4 17:35   좋아요 0 | URL
엄동 님, 추석 당일 시간 되시면 홍대 놀이터 앞 막걸리싸롱'이라는 주점으로 오세요.
막걸리나 한 잔 찌끄립시다. 오쉬프도 온다 하니까요.
5시까지 오시면 됩니다.

시간 안 되면 할 수 없지만서도요...

엄동 2014-09-05 15:24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추석 당일요? 어디들 안가십니까.
안될 듯 예상되지만, 앞일은 모르니.
갈 수 있음 가겠습니다.

홍대는 삼년전에 가보곤 안가봤군요.
놀이터 앞이 어딘지
오쉬프님은 또 누구신지. 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6 12:45   좋아요 0 | URL
아, 나탈야 님 이웃이기에 당연히 오쉬프 님도 아시는 줄 알았씁니다.
전직 시인이셨는데 지금은 타락하신 분입니다.
시간 되시면 홍대 놀이터 앞 이라는 주막이 있습니다
네이버 검색 치면 바로 나옵니다. 오실 의향 있으시면 5시에 오셔도 되고
조금 늦으셔도 됩니다.

풀무 2014-09-04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우연이.. 간밤에 제가 [개와 고양이]라는 일본영화를 보다 잠들었는데 말이죠.
영화는 재미 없었는데 글은 재미있군요.
우리 쩍쩍이 아니 봉달씨와 잘 어울릴 것 같은 암캐가 우리 앞집에 살고 있는데..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5 11:16   좋아요 0 | URL
ㅎㅎㅎ. 봉달이 오줌싸개'입니다. 오줌싸개를 좋아할 암컷이 어디있겠습니까.
한 20시간 정도 잠만 자는 거 같습니다. 운동을 안 해서 오줌싸개가 된 것도 같고...
하체 트레이닝을 좀 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엄동 2014-09-08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명절스트레스 땜에 뛰쳐나왔는데 당췌 어디가 어딘지 ㅋ
오늘안엔 가겠죠뭐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9 23:01   좋아요 0 | URL
아... 엄동 님 ! 그래도 잘 만났으니 다행입니다.
엄동 님은 저에게 특별한 존재입니다.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팬' 아닙니까......
팬 관리'를 좀 해야겠습니다. 제 마음은 무조건 가사로 대신합니다.

당신을 향한 나의 마음은 무조건 무조건이야... 특급 사랑이야....

어제 아침 8시까지 술을 마셨는데 문득 엄동 님이 참 고맙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누가 생면부지 꾀죄죄 사내를 응원하고 그럽니까.
당신은 밤하늘에 뜬 인공위성이에요. 반짝반짝거리니깐 말이죠...


+

그나저나 빈말이아니라 참말 미인이세요 ! 엄동 님 때문에 운 남자 한둘이 아니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