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고양이'에 대한 진실
- 봉다리잘띠네 씨에 대한 기록
봉다리잘띠네 씨는 4살'짜리 골든레트리버'이다. 말이 좋아 " 골든 " 이지 " 누렁이 " 다. 줄여서 " 봉달이 " 라고 부른다. 사람 나이'로 치면 혈기왕성한 이십대 수컷이다. 사람들은 봉다리잘띠네'라는 이름이 정식 이름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이름 또한 애칭'이다. 정식 이름은 " 봉다리만 보면 좋아서 잘 뛰네 " 다. 몇 번 장가를 보냈으나 모두 퇴짜를 맞았다. 암컷에게 주둥이만 물린 채 돌아왔다. 덩치만 컸지 성적 매력은 없는 모양이었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암컷에게 매력없는 수컷은 모두 불쌍한 존재. 아아. 언제부터인가 봉달 씨'는 내 다리에 붙어서 응응 하는 횟수가 많아졌다. 앞발로 내 허벅지를 꽉 붙잡는 힘이 전해질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고는 했다. " 이 녀석, 성에 대한 욕망이 가,가가가강렬하구나 ! " 나는 조용히 앞발을 풀어 육포 하나를 던져주고는 했다.
한때 쩍쩍이'라는 이름으로 살던 봉달 씨 ▼
< 쩍쩍이 > 는 세 살배기 수컷'이다. 총각으로 늙는 게 안쓰러워서 몇 번 장가'를 보냈다. 장가라고 해 봐야 암컷이 있는 갈빗집 주인 집에서 며칠을 함께 보내는 게 전부이다. 들은 자리는 모르지만 난 자리는 안다고 했던가. 쩍쩍이가 없는 며칠은 온통 쩍쩍이 생각을 하며 그 녀석의 신혼 첫날밤을 생각했다.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 꽃잠 " 으로 불리웠을 것이다. 인간 세상에서는 첫날밤을 꽃잠이라고 부른단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허니문은 이내 비터문'이었음이 밝혀졌다. 돌아온 쩍쩍이의 얼굴은 온통 상처투성이'였다. 콧잔등에도 물렸는지 빨간약이 칠해져 있었다. 암컷에게 물어뜯긴 것이다. 몸 이곳저곳에 털이 뽑힌 흔적이 역력했다. 한번 하고 싶어서 달라들 때마다 물어뜯은 모양이었다.
문득 갈비집 진돗개 암컷의 사나운 이빨이 생각났다. 주인 아저씨는 연신 미안한지 허,허,허 하고 웃기만 하셨다. 아저씨는 밥을 먹고 가라며 갈비탕에 육회를 내셨다. 가는 길'에는 갈비도 포장해 주셨다. 무게로 보아 몇 근은 나갈 것 같았다. 하여튼...... 쩍쩍이는 진순이'의 앙탈을 물리치고 섹스에 성공했을까 ? 결론적으로 말해 섹스는 실패했다. 왜냐하면 진순이가 임신이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키 1미터에 몸무게 30kg의 늠름한 리트리버'를 진순이는 왜 거부했을까 ? 발기하면 내 자지보다 더 큰 자지'를 자랑하는 나의 수컷, 쩍쩍이를.
돌아오는 길'에 흘깃 쩍쩍이를 보니 불쌍한 거다. 털은 뜯겨나가고 코는 빨간 옥도정끼'를 발라서 루돌프가 되어서 절뚝이는 것이다. 김칫국에 밥 말아먹여 키워서 그런가, 힘이 없어서 날마다 괴깃국에 갈비 뜯은 놈에게 호되게 당했다고 생각하니 계급 의식이 발동한 거라. 서러운 거라. 우리 쩍쩍이가 어디 봐서 하자가 있단 말이더냐. 리트리버'는 옛날에 강가에서 숭어 잡던 귀한 놈이었다. 이것아 ! 축 늘어진 귀로 쫄랑쫄랑 따라오는 개를 보니 진순이의 도도하게 쫑긋 솟은 귀가 생각났다. 건방진 년. 네까짓 게 무슨 < 뽕 > 에 나오는 이미숙이더냐 ? 다른 남정네 다 받아도 우리 삼돌이'에게는 죽어도 못 준다 이거지 ? 분통이 터졌다. 사내구실 못하면 어떤가. 잘 키워주마. 사랑으로 잘 키워주마. 주먹을 불끈 쥐었으나 주인이나 개나 사내 구실 못하기는 매한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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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욕은 식욕으로 풀어야 하느니라. 그 후로도 몇 번, 끈끈한 밤을 보내라고 씨 좋은 암컷이 있는 집에 보내고는 했으나 결과는 무참했다. 갈빗집 진순이'에게 물려서 털이 잔뜩 빠지기도 했다. 임신 소식이 없는 것으로 보아 진순이는 봉달 씨'를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네가 뭐라고 ? 감히 네가 뭐라고 봉달 씨'를 무시하느냐. 영화 << 뽕 >> 에 나오는 동네 바보 같은 봉달 씨. 그 영화에서 이미숙이 칼칼한 목소리로 동네 바보 이대근에게 외쳤다. " 다른 사람한테는 다 줘도 너한테는 못 주겠다, 잡놈아 ! " 눈물이 앞을 가린다 x 2 요즘 봉달 씨'는 내 방에서 생활하고 있다. 올 여름에 털을 바짝 깎았더니 산 모기가 떼로 몰려와 물어뜯어 놓았다. 처음에는 피부병인 줄 알고 병원에 갔더니 모기에 물린 자국이란다. 그동안 골든 칼라 털 때문에 모기의 극성을 피할 수 있었는데 삭발을 하다 보니 피해를 입은 것이다.
그래서 방에서 주무신다. 좋으시단다. 이미 침대는 봉달 씨 몫이 되었다. 어제는 봉달 씨 자는 모습을 흐뭇하게 보다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자면서 오줌을 찔끔찔끔 싸는 것이다. 살다 살다 잠을 자면서 오줌을 싸는 놈은 처음 보았다. 귀머거리 개를 키운 적은 있으나 오줌싸개'를 키운 적은 없어서 당황스러웠다. 소리를 질렀더니 봉달 씨는 벌떡 일어났다. 주인님, 무슨 일입니까 ? 사실, 모기 때문에 봉달 씨를 실내에서 키우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길 고양이가 담 아래 새끼를 다섯 마리나 낳았다. 내가 사는 곳은 계단식 집이라 앞집 뒷담이 내 집 앞 담'이 된다. 정확히 말하자면 길고양이는 앞집 뒷담에 새끼를 낳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봉달 씨는 앞발을 담에 걸친 후 새끼들을 내려다보며 으르렁거리기 일쑤였다.
결론은 실내 감금 조치였다. 고양이 새끼들이 얼추 자라서 사회 활동을 하게 될 때까지는 감금 조치를 풀 계획은 없다. 요즘은 담 너머 고양이 보는 맛에 산다. 무럭무럭 커서 골목을 호령하거라. 그나저나 봉달 씨 총각 딱지나 떼내야 할 텐데 걱정이다. 시바, 어느 누가 오줌싸개를 보고 성적 욕망을 느끼겠는가 !
덧대기
고양이 새끼 이름은 " 담 " 과 " 벼락 " 으로 지었다. 나머지 세 마리는 아직 이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