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새

 

 

 

 

 

 

 

버클리풍의 사랑 노래 

 

 

 

내 그대에게 해주려는 것은

꽃꽃이도

벽에 그림 달기도 아니고

사랑 얘기 같은 건 더더욱 아니고

그대 모르는 새에 해치우는

그냥 설거지일 뿐.

얼굴 붉은 사과 두 알

식탁에 얌전히 앉혀두고

간장병과 기름병을 치우고

수돗물을 시원스레 틀어놓고

마음보다 더 시원하게,

접시와 컵, 수저와 잔들을

프라이팬을

물비누로 하나씩 정갈히 씻는 것.

겨울 비 잠시 그친 틈을 타

바다 쪽을 향해 우윳빛 창 조금 열어놓고,

우리 모르는 새

언덕 새파래지고

우리 모르는 새

저 샛노란 유채꽃

땅의 가슴 간지르기 시작했음을 알아내는 것,

이국 햇빛 속에서 겁도 없이.

 

ㅡ 황동규, [ 버클리풍의 사랑 노래 ] 전문 

 

 

 

첫 끝발이 개 끝발이라는 말이 있다. 천재적 재능을 너무 젊은 나이 때 발산하게 되면 끝에 가서 재능이 고갈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되는데 한때 천재 시인으로 불렸던 오쉬프만젤쉬탐'도 그렇다.      여기서 말하는 오쉬프만젤쉬탐은 러시아 국민 시인을 말하는 게 아니다       사춘기 시절 시를 쓰기 시작해서 스무살이 되기 전에 시집을 출간했던 시인. 고도리에, 똥 흔들고, 따따블에, 쓰리고를 외치고 피박 뒤집어씌워 첫 판을 휩쓸어 노름판 노름꾼을 가재미 눈깔로 만든 오쉬프만젤쉬탐 ! 하지만 나중에는 요 밑에 꼬불쳐 둔 비상금마저 탈수기처럼 탈탈 털리는 신세가 되었다.  순수했던 어린 시인은 어른이 되어 타락했다.  그나 나나 남들이 부러워하는 인생을 살지 못했으나 나는 그가 부러웠다.

 

그는 넉살이 좋아서 친화력을 갖춘 인물이었지만 이 친화력이 과한 듯하면서 동시에 과하지 않아서 좋았다. 그의 치근덕은 인간적이어서 좋다. 사람을 좋아하는 것을 보면 그는 천상 시인이었다. 나와는 정반대'였다. 나는 거절 공포증이 있어서 어느 정도 친분이 생기지 않으면     여럿이 모이는 자리를 약속한 적은 있어도    단 둘이 만나는 자리를 먼저 제안한 적은 없다. 자칫 잘못하면 치근덕거리는 남자로 오해받는 게 싫어서다.  사랑 고백도 받기만 했을 뿐,  먼저 고백한 적이 없다. 반면 오쉬프만젤쉬탐은 " 거절 공포증 0 % " 환자였다. 약속을 거절해도 서운해하거나 토라지지 않았다. 문득 오래 전에 보았던 자연 다큐'가 생각났다. 수컷 새는 반짝거리는 예쁜 돌을 주워 평소 좋아하던 암컷 앞에 다가가 돌을 내려놓았다.

 

구애 행위'였다. 암컷이 보는 둥 마는 둥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수컷은 보다 더 예쁘고 반짝거리는 돌을 주워 다시 암컷 앞에 내놓았다. 내가 만약에 그 새였다면 첫 번째 거절에 낙담하여 꽁지 빠지게 도망쳤을 것이다. 거절에 대한 불안 공포를 가지고 있는 나로써는 부럽고, 부럽고, 부러운 근성이었다.내가 가끔 떼거지로 사람들을 긁어모아 술을 마시는 이유에는 거절에 대한 데미지'를 최소화하기 위한 나름의 전략이 숨어 있었다는 사실을 당신은 알까 ?  그러니까 이 작전은 스팸 메일과 같은 형태'였다. 다수에게 메시지를 뿌리면 응답하는 이는 소수지만 이 소수 정예'가 마치 다수 의견처럼 느껴져서 거절당했다는 불안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 

 

가지도 아니면서 가지가지한다고 놀려도 좋다. 고래도 아니면서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당신이나      오리도 아니면서 오리무중인 당신이나       나나 피차 매한가지'다. 그게 내가 가진 꾀죄죄한 한계'다. 나는 인간이 품은 품성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월남 쌀처럼 푸석푸석한 술자리를 좋아했다. 끈끈한 관계는 질색이었다. 음식은 영양가 있는 게 좋지만 인간 관계는 영양가 없는 게 좋았다. 별 볼 일 있는 사람보다 별 볼 일 없는 사람을 만나는 게 좋았다. 대화는 즐겁게 관계는 냉정하게 ! 그래서 나는 남자끼리 몰려다니며 " 브라더후드 " 를 강조하는 우정이 못마땅했다. 그것은 " 브라더후드 " 라기보다는 " 불알- 후드 " 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사내새끼들은 테스토스테론이 과다 분비되어서 쓸데없이 우정과 의리'를 들먹인다.

 

나는 한국 남자들에 왜 그토록 브라더후드     지랄같은 남성 혈맹       를 강조하며 끈끈하게 붙어먹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끈끈한 관계는 사랑하는 애인 한 명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  동규 시집 제목이기도 한 시 [ 버클리풍 사랑 노래 ] 는 읽기 전부터 걱정이 앞섰다.  버클리라........      버클리는 도대체 어느 촌구석에 있는 마을일까 ?      양촌리는 들어봤어도 버클리'는 금시초문이어서 버클리풍 사랑 노래'를 내가 과연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걱정하지 마시라. 한국인은 우아하게 스테이크를 썰고, 앵두 같은 입술을 괄약근처럼 오므리며 샐러드를 오물거려도 집에 들어가면 본능적으로 젓갈 냄새나는 묵은지 한 조각 먹고 싶은 DNA가 몸속에 저장되어 있으니

 

<< 버클리풍 사랑 노래 >> 라고 해도 사실은 << 양촌리풍 사랑 노래 >> 와 비슷하지 않을까 ? 시적 화자인 < 나 > 는 여성성이 두드러진 남성이다. " 오빠만 믿어 봐 ! " 라고 호탕하게 허세를 부릴 만도 하지만  나는 묵묵히 사랑하는 그대가 해야 할 일을 기쁜 마음으로 한다. < 나 > 는 사랑하는 " 그대에게 해주려는 것은 / 꽃꽃이도 / 벽에 그림 달기도 아니고 / 사랑 얘기 같은 건 더더욱 아니고 / 그대 모르는 새에 해치우는 / 그냥 설거지일 뿐. " 이라고 고백한다. 힘과 의리를 외치는 수컷들이 못마땅해 할 짓'이다. 사랑하는 당신을 위해 이만큼 준비했다는 생색을 내기 위해서는 티가 나는 이벤트를 벌려야 그대가 감동할 터인데 시적 화자는 단순히 " 그대 모르는 새 해치우는 " 설겆이로 마음을 표현할 뿐이다.

 

누군가는 해야 될, 사소한 일이기에 모르는 새 해야 한다. 사랑하는 마음을 에둘러 설겆이로 표현하는 시적 화자를 보고 있으니 반짝거리는 예쁜 돌을 물어 암컷 새 앞에 떨어뜨리고는 이내 사라지는 수컷 새의 구애가 생각났다. 시적 화자는 예쁜 돌을 주워 사랑하는 암컷 앞에 놓고 가는 대신 설겆이를 선택한다. " 물비누로 하나씩 정갈히 씻 " 으면 반짝거리는 예쁜 돌이 되리라.       시인이 < 물비누 > 란 시어 대신 < 비눗물 > 이라고 했으면 이 시를 좋아하지 않았을 것이다. 시란 작은 차이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아름다운 존재는 항상 " 우리 모르는 새 " 찾아온다. " 우리 모르는 새 / 언덕 새파래지고 / 우리 모르는 새 / 저 샛노란 유채꽃 " 이 피고 우리 모르는 새 사랑은 싹 트고......  

 

시를 읽고 나서 생각해 보니  :  태어나서 멋진 프로포즈 한 번 못했다. 설겆이만 한 인생이다. 만약에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예쁜 조약돌을 주워 여자 앞에 툭, 던져놓으리라. 그대가 거들떠도 안 본다 해도 그 옛날처럼 꽁지 빠지게 도망치지는 않으리. 돌을 주워 만리장성을 쌓으리. 밤새 끈적끈적한 사랑을 나누고 싶다. 타액과 정액으로 범벅이 된 얼룩을 두려워하지 않으련다. 다음날 " 수돗물을 시원스레 틀어놓고 " 서 " 물비누로 하나씩 정갈히 씻 " 으면 되니까. 더러워진 몸, 내가 깨끗이 씻기리라.  유리 접시'를 조심스럽게 닦듯이 !  가을이 되니 시만 읽게 된다. 가을이니까 !

 

 

 

+

참고로 내가 아는 유일한 새 이름은 은하철 씨'다. 나머지는 모르는 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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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D 2014-09-22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석때 전 부치느라 참석 못했지만.. 언젠가 페루애님 만나고 싶네요ㅋㅋ 물론 쑥쓰럼을 많이 타서 술 좀 들어가야 말이 나올듯..으헤헹

푸르푸르 2014-09-22 13:11   좋아요 0 | URL
10월 4일에 페루애가 모임 잡을 듯 하니 그때 오세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2 15:12   좋아요 0 | URL
네에, 그날 날을 잡을 듯하니 토드 님 오십시요. 글구 보니 토드 님도 제 오랜 이웃이군요...

samadhi(眞我) 2014-09-22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따라 말놀이(언어유희)가 절정이구려. 저는 관계에 주로 ˝달려드는˝ 성향이 강해서 사람들이 피해다니는 편이지요. 요즘은 체력이 달리기도 하고, 기도 쇠해져서(?) 누그러졌지만. 남자한테 고백했다 차인 적 많아요^^. 지난 주말, 14년 만에 첫사랑을 만났습니다. 남편에게는 다른 친구 만났다고 하고. ㅋㅋ 아, 바람핀 기분. 아무튼 오~랜 만에 추억(이 말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딱 이 말밖에)에 젖어보았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2 15:17   좋아요 0 | URL
오, 좋아하는 수컷 새에게 예쁜 조약돌 주워다 앞에 놓는 스타일이시구랴.
오쉬프 형 인간이십니다.. ㅋㅋㅋㅋㅋㅋ
위에서도 지적했듯이 전 그런 치근덕이 부럽습니다.


+

첫사랑 만난 일 좀 말씀해주세요. 왜 세월이 흐르면 첫사랑 차라리 안 만나는 게 좋다고
하던데요...

samadhi(眞我) 2014-09-22 20:24   좋아요 0 | URL
그런 얘기는 만나서(?) 들려드릴게요 얘기할 거리는 그다지 없지만 ㅎㅎ

푸르푸르 2014-09-22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dimonofcity.blog.me/220129138147

엄동 2014-09-22 13:4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이거 뭔가요?
아무리 아이디와 패스워들 넣고 엔터를 쳐봐도 넘어가지질 않아요 -0-

푸르푸르 2014-09-22 13:48   좋아요 0 | URL
다시 눌러 보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2 15:14   좋아요 0 | URL
알라딘은 이게 댓글창에 걸면 링크가 안 걸리더라고요...
주소 보니 오쉬프 님 블로그 같소만.....
잠시 글어가서 보겠씁니다.

엄동 2014-09-22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릴땐, 상대의 사심없는 거절멘트에 괜시리 상처받고
생각에 생각. 꼬리를 물었었는데 ㅋ
상대에 대한 기대치가 낮을수록 거절공포증도 제로에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그나저나
황동규˝시인의 시들, 진정 가을에 딱이네요

푸르푸르 2014-09-22 13:12   좋아요 0 | URL
아니 그 거절은 주로 여자들인가요?
엄동님을 거절할 남자들은 별로 없어 보이는데...

엄동 2014-09-22 13:3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남녀불문이죠 뭐.

아니 어쩌다 그런 선입견을..

그 선입견이 파삭 깨질날도 머지 않았습니다

푸르푸르 2014-09-22 13:49   좋아요 0 | URL
4일날 깹시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2 15:16   좋아요 0 | URL
가만 보면 황동규 시인 시는 사실 오글거리는 사랑 시가 많습니다.
전 시를 주로 닭살용으로 읽기 때문에
비장한 시도 좋지만 요런 사랑 시도 참 좋네요..
계절이 계절인지라......

수다맨 2014-09-22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동규가 오래전 썼던 시 중에는 오글대는 사랑시가 많은데, 나이가 들수록 그 오글댐이 조금씩은 사라지는 것 같아요. 한결 관조적이면서 담담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해야할까요. 지금 올려주신 시가 참 좋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4 10:27   좋아요 0 | URL
시 좋죠 ? 이상하다.. 수다맨 님 글에 댓글을 분명 달았는데 지금 다시 보니 없네요...
신기하네.. 하긴 늘 취해있으니...
 

 

 

 

그녀의 착한 복수

 

 

 

 

쨍한 사랑 노래

 

게처럼 꽉 물고 놓지 않으려는 마음을

게 발처럼 뚝뚝 끊어버리고

마음 없이 살고 싶다.

조용히, 방금 스쳐간 구름보다도 조용히,

마음 비우고가 아니라

그냥 마음 없이 살고 싶다.

저물녘, 마음속 흐르던 강물들 서로 얽혀

온 길 갈 길 잃고 헤맬 때

어떤 강물은 가슴 답답해 둔치에 기어올랐다가

할 수 없이 흘러내린다.

그 흘러내린 자리를

마음 사라진 자리로 삼고 싶다.

내림 줄 쳐진 시간 본 적이 있는가 ?

 

- 황동규, 시집 [ 우주에 기댈 때도 있었다 ] 중에서

 

 

하루에도 열두 번,  마음 속에 그 여자 이름을 썼다 지웠다. " 게처럼 꽉 물고 놓지 않으려는 마음 " 과 " 게 발처럼 뚝뚝 끊어버리고 " 싶은 마음이 썰물과 밀물이 되어 서로 뒤엉켰다.  한때 내 전화만 기다렸던 여자는 어느새 내 전화만 받지 않는 사이가 되었다. 미워할수록 보다 간절한 마음이 자랐고,  간절할수록 지독한 미움'이 자랐다. 잊어야 한다는 다짐과 잊을 수 없다는 고집이 싸웠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 뿌리를 뽑진 못하고 애꿎은 이파리만 잘랐다.  지옥에서 보낸 한철이었다.  천국이라 해도 사랑을 잃으면 지옥이 되니까. 말하자면 사랑은 지옥에서도 천국을 경험하게 만들고, 말하자면 이별은 천국에서도 지옥을 경험하게 만드니까. 쨍쨍 해 뜬 날에도 우레 우는 날이 되고, 봄바람 불어도 칼바람 되어 추운 날이 된다. 내가 유독 그 여자와의 이별 앞에서 힘들었던 이유는 착한 여자'였기 때문이었다. 착한 여자가 아니었다면 냉정한 얼굴로 돌아서는 떠돌이 개처럼 미련 없이 그녀를 잊었을 것이다. 낡았지만 오래 입어서 편안한, 몸에 맞는 외투를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지지난해 봄날. 종로 3가 옛 피카디리 극장 터 거리에서 그녀와 우연히 마주쳤다. 행복한 얼굴이었다. 그녀 옆에는 새로 사귄 애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서 있었다. 영화를 보려던 마음이 사라졌다. 좋지 않은 진찰 결과를 통보받고 식욕을 잃은 위암 환자처럼 말이다. 계획을 접고 둘둘치킨에서 술을 마셨다. 같이 영화를 보기로 했던 동료가 나를 위로하자, 겨우내 얼었던 수도가 이른 봄볕에 녹아 요란한 소리를 내며 녹물을 쏟아내듯, 눈물이 터졌다. 그때 깨달았다. 나는 겨우내 꽁꽁 얼었던 수도였고 여자는 빨래감을 들고 수돗가에서 한참을 기다리다가 이내 떠났다는 사실을 !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젖은 빨래가 쥐새끼보다 빨리 마르던 가을 초입의 늦은 여름 오후, 등골을 타고 또르르 굴러 엉덩이 골에 땀이 고이던 날을 기억한다. 여자가 말했다. " 어쩌면 내가 지금 당신에게 보내는 헌신은 훗날 당신을 향한 복수일지도 몰라 ! "  착한 여자가 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말 속에 칼이 숨겨져 있었다는 사실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착한 여자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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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ter 2014-09-21 20: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소라의 노래 중에선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를 가장 좋아합니다. 그게 언제였더라. 한 이 년 전쯤이었을까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무렵이었던 것 같네요. 나에 대해 별로 자신이라는 게 없었는데, 사랑에 서투른 사람이란 게 으레 그렇듯이 누군가의 친절이 그렇게 좋을 수밖에 없었던 때가 그런 때였는데...

맥주를 주고 받으며 대화를 몇 마디 나눴던 게 전부였던 게 첫 만남이었고, 바람처럼 쓸데없이 휘발될 것 같은 풋내기 사랑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스스로 이건 안 되는 사랑이다, 싶어서, 좋다는 말 한 마디 못하고, 사람들이 거의 없는 길 한복판에서 멍하니 서 있던 적이 있었네요. 외로움이란 게 짐승이 달려드는 것보다 더 무섭도 괴롭구나, 싶기도 하고... 그렇게 혼자 서 있던 날 우연히 술자리가 있어서 거기서 눈치없게 소주에 푹 취했던 적 기억이 있네요.

지금도 가끔씩 얼굴을 마주치곤 하지만 남자 대 여자로서가 아니라 학생과 학생으로서... 사심이 없는 척.

그 무렵에 듣게 된 데 이소라의 그 곡인데... 들으면 들을수록 우울해지더군요 :)...

말하자면 사랑 같은 것은... 처음 듣는 이소라의 노래인데 무척 좋네요. 페루애님이 문득 부럽기도 하구요. 짧은 문단 그 사이사이에 많은 흔적들이 보여서.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1 20:46   좋아요 1 | URL
사랑 때문에 술에 취하면 대책이 없죠. 사실 이 노래 저도 처음 들었습니다. 라디오 이 노래 나오는데... 아, 시발... 뭔가 콕 찌르더군요. 이소라 노래 가사말이 좋잖아요. 노래 듣다 보니 쨍한사랑노래 라는 시가 생각나더군요. 마음속 설물과 밀물이 온 길가 갈 길이 되어 서도 부딪다보면 격랑이 일기 마련이죠.

저는 일종의 고백 공포증이라고나 할까요. 먼저 사랑 고백을 한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거절에 대한 공포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누가 나 먼저 사랑한다는 고백을 해주길 바랐죠.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댕에게.. 이 노래도 참 좋죠. 제가 좋아하는 곡입니다. 고백이란 늘 힘들죠. 용기를 한번 내보시기 바랍니다. 단 한번도 사랑 고백을 먼저 하지 않았던 사람의 후회이니 말입니다.

heter 2014-09-22 00:25   좋아요 1 | URL
맞아요. 사랑 때문에 술에 취하면 대책이 없는데... 역시나 고백하지 않는 것은 후회만 남는 일이죠. 알면서도, 역시나 거절에 대한 공포가 남아 있는 건 사실이네요. 아직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2 15:23   좋아요 1 | URL
고백하지 않아도 아마 그분도 알고 계실 겁니다. 괜히 토리 님 댓글에 울컥해서 모르는 새`란 글을 쓰게 되었네요. 고백하지 못함... 말하지 못함.... 이거 참... 힘들죠. 짝사랑은 정말 힘든 겁니다. 힘내십사, 주문을 외우겠습니다.

heter 2014-09-22 20:52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새로 쓴 그 글 역시 일독했습니다.

풀무 2014-09-21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아침에 이런 글을... 곰발님의 독한 가을감성-!

그러고 보면 이소라가 오히려 요즘 여류시인들보다 낫다는 생각을 종종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1 23:15   좋아요 1 | URL
가을 하면 시를 읽는 계절 아니겠습니까.
이소라 노래는 확실히 시적이에요. 가사말이 좋습니다.
바람이 분다 같은 경우는 시보다 더 시 같고 말이죠.....

엄동 2014-09-22 1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곰발님 블로그는
앞으로도 쭈욱.
가을이었으면 좋겠어요
시도, 글도, 음악과 가사마저도 참 좋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2 15:21   좋아요 1 | URL
글은 모르겠으나 시도 음악도 참 좋죠. 제가 황동규 시를 좋아하는데
특히 이 시 1연 2연 은 딱 그 마음이더군요.
이 모순된 집착과 떨침...

가을 되니 시가 읽힙니다.
역시 가을에는 시를 읽어야 함니다.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394
박형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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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바닥이 잘 보인다

 

 

 

 

 

 

서울에서 돈 3000만 원 가지고 전세를 얻기란 하늘에 별 따기'다. 복덕방     부동산 중계소'라는 이름보다 복덕방'이란 명칭이 좋다     에 들어가 3000만 원 전세 있냐고 물으면 대꾸도 안한다. 자꾸 물으면 오히려 화를 낸다. " 아니 요즘 3000짜리 전세가 어디 있수 ! " 결국에는 서울살이를 포기하고 꾀죄죄한 변두리'로 향하게 된다. 직장은 서울이지만 집은 경기도 거주자가 되는 것이다.  만원 버스를 천 원'만 내고 탔다는 기쁨도 잠시     구천 원 번 건가 ?     서서 두 시간 동안 사과 궤짝 속 사과처럼 사람들과 맞닿다 보면 짜증이 올라온다. 마르지 않은 머리는 헤어드라이 대신 창문 바람으로 말리고 숨을 쉬면 어제 먹은 삽겹살에 소주 냄새 날까 봐 숨을 삼켜 항문 쪽에 가둔다. 내려서 쏟아내야지 !

 

순간, 왜 사나 싶다. 버스에서 내렸다고 해방된 것은 아니다. 지각하지 않으려면 뛰어야 한다. 퇴근은 역순이다. 내가 살던 집은 안양 충훈부 버스 종점 근처였다. 반지하'였다. 쪽창 하나가 있었는데 창문을 열면 길바닥이 보였다. 방은 늘 캄캄했고 볕은 2시에서 3시 사이에 머물다 떠났다. 이 시절, 나는 바닥'이었다. 애인은 떠났고, 마음은 무너졌고, 헛것은 자주 출몰했다. 투명인간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때 걱정스러운 마음에 나를 잊지 않고 찾아온 이가 이었으니 그가 바로 은하철 씨'였다. 올 때는 항상 빈손이었으나 그 마음이 고마워 타박하지는 않았다.

 

- 괜찮아 ?

- 응, 괜찮아 !

- 긍정적 생각을 가져. 부정적인 것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좋은 결실이 이루어질 거야.

- 뭔 개소리야 !

- 좆됐어 열 번 외쳐 봐.

- 왜 ?

- 하라면 해 !

- 좆됐어, 좆됐어, 좆됐어, 좆됐어, 좆됐어, 좆됐어, 좆됐어, 좆됐어, 좆됐어, 좋겠어 !

- 봐, < 좆됐어 > 를 열 번 외치면 < 좋겠어 >가 되잖아.

- 음... " 좆됐어 " 의 동의어는 결국 " 좋겠어 " 네. 감동적이다. 시발.

 

 

 

 

쪽창을 열고 밖을 보면 길바닥이 잘 보인다. 당시 내가 벽에 그린 벽화를 보면 답답한 심정이 잘 나타난다. 커다란 창문을 그렸고 환한 볕을 넣었다. 내가 간절히 원한 것은 넓은 창문과 환한 볕이었다. 나는 쪽창을 열어 몇 시간씩 밖을 내다보고는 했다. 반지하 쪽창이다 보니 사람 얼굴이나 상반신은 보이지 않고 다리와 신발만 보였다. 하지만 걸음걸이와 신발만 보고도 생김새를 대충 알 수 있었다. 특히 신발 뒷굽은 많은 정보를 제공했다. 뒷굽이 많이 닳은 사람은 보통 두 부류였다. 가난한 사람이거나 성실한 사람. 나는 쪽창을 열고 방에 앉아서 무수히 지나가는 신발을 보며 그 사람을 상상했다. 어느 날이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쪽창을 열고 지나가는 신발을 구경하다가 낯익은 운동화를 발견했다. 낡은 운동화였다. 낡은 운동화는 머뭇거리며 창문 주위를 맴돌다가 사라졌다. 내 애인의 운동화'였다. 뒷굽이 닳았다.

 

신발 모양'만 보면 그녀는 심성이 곱고 느긋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여자가 내 곁을 떠났다. 생각해 보니, 그토록 오랫동안 그녀를 만났으나 단 한번도 그녀가 걸어온 길을 기억하는 신발 뒷굽을 본 적이 없었다. 부끄러워서 울었다. 그녀는 왜 집 앞에서 서성이다가 떠났을까 ? 캄캄한 밤이 찾아왔다. 뜬눈으로 밤을 샜다. 아침 7시 정각이 되자 은하철 씨가 찾아왔다. 언제나 빈손이었다. 그는 괜찮아로 시작해서 좆됐다 열 번만 외치라는 주문으로 하루 방문을 매조지했다. 은하철 씨는 아침 7시만 되면 내가 사는 집 창문 앞에 날아와 잠시 집구석을 관찰한 후 날아가는 비둘기 이름이었다. 은하철 씨는 쪽창 너머에서 내 방을 들여다보며 나에게 안부를 묻고는 했다.

 

쪽창으로 바닥만 보다가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하니 감동적이었다. 물론 은하철 씨가 사람 말을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비둘기 소리를 내며 말했다. 구구구 ! 그러자 은하철도 구구구, 했다. 나는 장난 삼아 << 은하철도 999 >>  만화 주제가를 부르고는 했다.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우주 정거장에 햇빛이 쏟아지네 행복찾는 나그네의 눈동자는 불타오르고 엄마 잃은 소년의 가슴엔 그리움이 솟아오르네 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999 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999 은하철도999 기차는 은하수를 건너서 밝은 빛의 바다로 끝없는 레일 위에 햇빛이 부서지네 꿈을 쫓는 방랑자의 가슴에선 찬바람 일고 엄마 잃은 소년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 있네 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999 힘차게달려라 은하철도999 은하철도999~

 

저, 어둡고 캄캄한 행성에서도 햇빛이 쏟아지고, 은하수를 건너 밝은 빛의 바다로 끝없이 레일 위에 햇빛이 부서진다는 데 내 방은 언제 볕이 드냐 ? 그렇게 혼잣말을 하면서 말이다. 그립다. 은하철 ! 옛 애인의 낡은 운동화와 은하철 씨에게 이 시를 바친다. 내 시는 아니다.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박형준

 

그 젊은이는 맨방바닥에서 잠을 잤다

창문으로 사과나무의 꼭대기만 보였다

 

가을에 간신히 작은 열매가 맺혔다

그 젊은이에게 그렇게 사랑이 찾아왔다

 

그녀가 지나가는 말로 허리가 아프다고 했다

그는 그때까지 맨방바닥에서 사랑을 나눴다

 

지하 방의 창문으로 때 이른 낙과가 지나갔다

하지만 젊은이는 여자를 기다렸다

 

그녀의 옷에 묻은 찬 냄새를 기억하며

그 젊은이는 가을밤에 맨방바닥에서 잤다

 

서리가 입속에서 부서지는 날들이 지나갔다

창틀에 낙과가 쌓인 어느 날

 

물론 그 여자가 왔다 그 젊은이는 그때까지

사두고 한 번도 깔지 않은 요를 깔았다

 

지하 방을 가득 채우는 요의 끝을 만지며

그 젊은이는 천진하게 여자에게 웃었다

 

맨방바닥에 꽃무늬 요가 펴졌다 생생한 요의 그림자가

여자는 그 젊은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사과나무의 꼭대기,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 박형준 시집,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전문

 

 

 

가을에는 바닥이 잘 보인다.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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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 2014-09-20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생각날때마다 울었다 라는 제목이 참좋네요
서리가 입속에서 부서지는 날들이라..

완연한 가을임을 알려주는
스산한 새벽바람이 좋은 지금이에요

전....출근했습니다
조ㅈ.... 좋겠죠?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0 09:18   좋아요 0 | URL
시 좋죠 ? 출근하실 때 시집 하나 넣어두십시요. 시 읽은 좋은 계절입니다.
토요일 출근이라 그나마 만원 버스는 아니었겠군요. 한 삼천 원 버스했나요 ?

umunym 2014-09-20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피식피식 하다가 아- 하고 길게 육성으로 내뱉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0 15:0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그 육성이 자주 터졌으면 좋겠네요. 봄날 꽃봉오리 터지듯이...

heter 2014-09-20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읽다가 문득 김종삼 시인의 시집이 생각나서 몇 장 읽고 있습니다...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참 좋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0 15:08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참에 김종삼 시인 시를 읽어보아야겠군요. 짧지만 늘 강렬했던 시로 기억합니다...

레베랑스 2014-09-21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글 너무 가슴이 아프네요 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1 09:08   좋아요 0 | URL
이 댓글 읽고 본문을 다시 읽으니 슬프군요...
 

 

 

쩨쩨하게 살겠다

 

 

 

 

 

때는 바야흐로 2048년 대한민국.  한때 뾰족했던 어깨가 닳아서 둥근 어깨가 된 노인이 이웃집 소년에게 말한다. " 내가 말이다. 이 할애비가 옛날에 어느 가난하고 꾀죄죄하며 쪼콤한 녀석을 하나 알고 있었단다. 하고 다니는 꼴은 롹커'인데 노래방 가면 뽕짝만 부르던 놈이었지. 겉과 속이 다른 녀석이었어. 첫날, 라운드티를 입고 왔는데 목 둘레가 닳고 닳았더구나. 남들이 보면 빈티지'라 생각했을 거야. 오래 입어서 너덜너덜해진 건데 말이다. 비루한 인생이었지. 어느 날, 이 사람이 작정하고 블로그에 글을 하나 올렸단다. 너는 모르겠지만 옛날에는 블로그라는 인터넷 상호소통창구가 있었단다. 호기롭게 썼으나 오랜 고민 끝에 썼다는 티가 확 나서 읽는 내내 짠했지. 구걸이었어. 이대로는 못 살겠다. 돈 좀 보태달라, 뭐 이런 내용이었지.

 

꼴에 자존심은 있어서 꽤 유창하게 자기 변명을 했더랬다.  속는 셈치고 이 작자에게 펀딩을 했지. 그리 비싼 건 아니었어. 10만 원짜리 일일티켓이었거든. 그는 그 돈으로 책을 자비 출간했단다. 300부만 찍었지. 지금 그는 이 세상에 없지만 난 여전히 그 친구를 생각한단다. 이 책을 너에게 주마.  "   소년은 책을 받아 이리저리 살핀다. 요즘은 종이 책을 구경하기 힘든 시대다. 모든 책은 전자책으로 바뀐 지 오래되었다.  "  오쉬프만젤쉬땀 할아버지, 그가 누군데요 ? " " 페루애'란다 ? " " 누구요 ??! " " 노벨문학상 수상자 페루애 말이다 ! " " 네에?!!! 페루애요 ? 할아버지처럼 넙데데하고 두리뭉실한 분이 어떻게 그렇게 위대하고, 위대하고, 위대한 분을 아세요 ?  "

 

어깨가 둥근 노인은 한때 어깨가 뾰족했을 때 알게 된 페루애'라는 사내를 떠올렸다.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 35년 전이었지...... "  이야기를 듣는 동안 소년은 쉴 새 없이 마른 기침을 쏟아냈다. 얼굴은 창백했지만 눈은 밤 하늘 높이 뜬 인공위성처럼 반짝거렸다.

 

 ■

 

 

 

 

 

 

안녕하십니까 ? 곰곰생각하는발 페루애'입니다.  소식 하나 알려드립니다. 그동안 절찬리에 방영되었던 < 새빨간활 > 이 2014년 10월 1일부터 < 새빨간활 시즌 2 > 로 새롭게 문을 엽니다. 희소식이 아니라 개 소식'이라고요 ? 맞습니다.  개  소식이면서 동시에 개소식'입니다. 여러분이 채찍을 휘두른다면 기꺼이 가터벨트 입고 엉덩이를 내밀 생각입니다. 그동안 생선 가게에서 카운터를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책을 써야 겠다고 말이죠. 말이 좋아 월급이지 늙은 노모가 용돈 주기 거시기해서 월급 주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살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여러 출판사에서 책을 내자는 제의를 받았습니다만 모두 거절했습니다. 겁이 났다고나 할까요 ?

 

날것 그대로를 보여준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누에처럼 고치 속에서 살아야 하겠습니까. 용기를 내서 밖으로 나올 생각입니다. 일단 자비로 책을 300부 정도만 찍을 생각입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여러분들에게 염치없는 소리를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자비 출간이 저에게는 자존심 상하는 일입니다. 팔순 기념 저서도 아니고 말이죠. 제가 알기로는 니체도 자비로 책을 300권만 찍었다고 하더군요. 10권 정도 팔렸다나 ?! 염치 없는 부탁이어서 자꾸 말이 길어지내요. 툭 까놓고 말하겠습니다. 펀딩입니다. 저를 보고 투자하십시요. 일일찻집 티켓이라 생각하시면 편하실 겁니다. 한 장당 10만 원입니다30장이 팔리면 얼추 자비 출간을 할 수 있겠더군요.

 

그동안 네이버 블로그와 알라딘에 쓴 글 가운데 재미있는 글을 엄선하여 추릴 생각입니다. 알라딘 통계를 보니 제가 2013년 알라딘에 올린 글은 신경숙의 < 엄마를 부탁해 > 10권을 만들 수 있는 원고지 분량이라고 하더군요. 2014년에도 꾸준히 올렸으니 합이 20권입니다. 참새처럼 꾸준히 제 블로그를 찾아오셔서 글을 읽으셨다면 당신은 엄마를 부탁해 20권을 읽은 셈이 됩니다. 셈법이 이상한가요 ? 사실이랍니다. 그러니까 여러분은 돈 한푼 안 내고 책 20권을 읽은 게 되는 거지요. 책값으로 따지자면 20만 원어치 읽은 셈입니다. 그러므로 티켓 한 장에 10만 원은 그리 큰 금액이 아닙니다. 티켓을 사신 분에 한하여 저자 사인과 함께 술을 마실 수 있는 미팅권을 부여하도록 하겠습니다.      술값은 당신이 내세요 !     

 

사람 일이란 건 모르는 일입니다. 제가 만약에 대한민국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탄다면 어떻게 될까요 ? 그렇게 된다면 여러분은 노벨 문학상을 탄 작가가 최초로 만든 책을 가지고 있게 됩니다. 더구나 사인이 적힌 300권은 전무후무한 희귀본이 되죠.  두 세대만 건너뛰면 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을 겁니다. 이 책 한 권이면 은마 아파트 한 채 가지고 있는 것과 동일한 가치를 얻을 겁니다. 농담이라고요 ? 허어, 이 양반들 참.... 아, 그리고 한 가지 약속을 하죠. 제가 노벨 문학상을 탄다고 해서 펀딩에 참여했던 당신을 모르는 척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1년에 한 번씩 만찬에 초대하겠습니다. 산다는 거 얼마나 지겹습니까 ? 다람쥐 첫바퀴 도는 생이죠.

 

하지만 펀딩에 참여하게 된다면 당신은 평생 가장 위대한 이야깃거리를 간직한 행복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일단 참가 의향이 있는 분은 비밀글로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인정에 끌려서 억지로 참여하는 것은 바라지 않습니다. 내가 작가로써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투자를 하시라는 말입니다. 참여자가 30명이 넘으면 교정 후 바로 제작에 들어갈 생각입니다.

 

 

 

- 사진 출처, 감성공작소 마담의 일상

 

번외로 개소식 기념 모임을 갖기로 했습니다. 참여 의사가 있으신 분은  10월 4일 토요일 오후 5시 낙원동 유진식당으로 오십시요. ( 자세한 약도는 낙원동 유진식당'이라고 치면 자세히 나옵니다. ) 노상에서 막걸리 한 잔 합시다. 이 식당 음식이 맛있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지만 가을에 술 마시기 좋은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펀딩 의사가 있으신 분은 비밀댓글로,   술 모임에 참석할 의사가 있으신 분은 공개 댓글로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기껏 모여야 대여섯 명 모일 겁니다.

 

 

이야기가 다 끝나자 소년은 감동하여 눈물을 흘렸다. " 이 할애비가 줄 수 있는 건 이것 밖에는 없구나 ! 전 세계에서 이와 똑같은 판본은 300권뿐이지. 더군다나 페루애 사인이 들어간 책은 30권이지만 현재 남아 있는 책은 이 책을 포함해서 세 권이 전부란다. 이 책을 팔아서 네 병원비로 쓰거라. 책 수집가에게는 꽤 비싼 보물에 해당되거든. 이제 내게 이 책은 필요 없단다.  성격은 괴팍해도 꽤 정이 있는 친구였다. 지금 내 아내를 만난 것도 사실 알고 보면 페루애 때문이었지. 그 자리에서 처음 엄동이란 아가씨를 보게 되었단다. 난 보자마자 심장이 뛰었지. 강남 호박 나이트 성능 좋은 JBL 스피커처럼 말이다. 심장이 너무 뛰는 바람에 스피커 막이 찢어지기도 했지.

 

그게 사랑이란다. 꼬마야, 몸속에 무엇인가가 찢어지는 아픔이 들 때 비로소 사랑이 시작된다는 점을 명심하렴. 오래 전 일이 생각나는구나. 우린 낙원동 유진식당이라는 술집에서 술을 마셨단다. 그때 페루애가 취해서 옆에 앉은 여자에게 들이대다가 따귀를 맞기도 했지. 그래도 계속 깐죽거리길래 내가 가서 그 녀석애개 죽빵'을 날렸단다. 그 자리에 있던 여자가 지금의 내 아내란다. 그때가 좋았다. 지나가버린 것은 다 그리움이 되니깐 말이다. 페루애가 그렇게 허망하게 죽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명성을 얻었다 싶었는데 이내 아내를 권총으로 살해해서 감옥에 갈 줄이야, 사랑하는 페루애가 쏜 총에 죽은 불쌍한 눈미. 박복한 년......   "

 

 

 

 

 

후일담

 

소년은 이 책을 팔아서 병을 고쳤다. 훗날 그는 31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쩨쩨하게 살겠다, 고 대답했다. 화들짝 놀란 기자가 되물었다. " 쩨쩨하게 살겠다고요 ? " 대통령 당선자가 웃으면서 말했다. " 네에, 쩨쩨하게 살겠습니다. " 다음 날, 헤드라인 뉴스 제목은 " 쩨쩨한 대통령 당선 ! " 이었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페루애가 가난하던 시절 이웃 도움으로 출간한 잡문 제목이 << 쩨쩨하게 살겠다 >> 였다. 페루애는 이 책에서 화려한 삶을 꿈꿀 필요 없다고 말했다. 쩨쩨하게 살아도 된다고. 예수도 쩨쩨하게 살다가 갔고, 부처도 쩨쩨하게 살다가 갔다고 ! 대한민국의 자유, 평화, 정의 따위에 목숨 걸지 말고, 동네 난방비 비리에 쩨쩨하게 시비를 걸라고 ! 역설적이게도 그는 이 책을 발판으로 화려한 삶을 살게 된다.

 

소쉬르의 언어학과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를 차용한 << 깻잎오소리입말사전 >> 은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눈 뜨자 돈방석에 앉았다. 개새끼, 이중인격자. 아침에는 철갑 상어알 요리를 먹고 저녁에는 바늘로 거위 간을 108번 찌른 푸아그라 요리를 즐겼다. 하지만 마지막은 비극이었다. 그는 아내를 살해한 죄로 안양 교도소에 수감되었다가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사인은 질식사'였다. 화장실에서 동료 몰래 초코파이를 급하게 삼키다가 음식물이 식도에 걸려 사망했다. 쩨쩨한 죽음이었다. 이로서 그의 철학은 완성되었다. 쩨쩨하게 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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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미 2014-09-20 0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씌 머야! 글 읽다 넘 길어서 맨 마지막 줄만 읽었는데
나 권총맞고주금ㅋㅋㅋㅋ

야 자비출판이건 정식출판이건 다 찬성! 좋다만
책을 낼거면 새글을 써서 내라!
무슨 언젯적 글을 다시 모아 내냐?!
새로운글을 새로 써서 내삼~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0 08:55   좋아요 0 | URL
새 글을 쓰라는 건 새로운 시선이군... 좋은 생각이야...
원래 여주인공은 비련의 죽음으로 끝나야 빛이 나는 법이다.
얼마나낭만적이나냐 권총 맞아 죽다니...

레베랑스 2014-09-20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건 제 생각인데...펀드를 받는것 보다는 책 판매 부수에 대한 예약을 받는 건 어떠세요? 책이 출간될 경우 몇 권을 구입할지 약속을 받고..300권까지만 찍어서 선착순으로 예약자들에게만 파는 걸로. 물론 다 팔릴테니 다시 인쇄하시고...
이렇게 되면 이웃들과 페루애님 상호간 신뢰라는 연결고리가 생기고 작가들에게는 좋은 선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저도 페루애님 출간하시면 10권 구매예약해서 지인들에게 선물할 예정이니 저 같은 사람 30명 모우시는 게 더 의미있지 않을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0 08:54   좋아요 0 | URL
이 생각은 미쳐 하지못했네요. 고거 쏠쏠합니다. 전략을 바꿔야겠군요. 일단 여러 의견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푸르푸르 2014-09-20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글 쓰시오 내가 대출 받아 반 투자할테니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0 08:54   좋아요 0 | URL
출판사 하나 차리시겠다는 말씀이오 ?

푸르푸르 2014-09-22 12:23   좋아요 0 | URL
아니 무슨 출판사씩이나
그저 3,4백은 내 뭐라도 잡히고 대출받아 투자할 수 있단 얘기고
여태 글 정리해서 하신다면 딱 10만원만 내겠지만
새 글 작업하실 의향 있으시다면 급전 3,4백 투자할 의향이 있단 소리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2 15:19   좋아요 0 | URL
ㅎㅎㅎ 알고 있습니다.

봄밤 2014-09-20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글로 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어떤 목차가 나올 것인지 궁금합니다. 응원하고 기다려요! 저는 지금부터 리뷰를 짜야 할지요..ㅎㅎ모쪼록 구체화 되기를 바랍니다. 신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0 15:09   좋아요 0 | URL
봄밥 님 리뷰집 내면 제가 꼭 사서 보겠습니다. 조곤조곤한 목소리가 매력있습니다.

봄밤 2014-09-22 14:42   좋아요 0 | URL
저 또한 분명히 이 펀딩에 참여할겁니다. 이 말을 박아두려고 왔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2 15:17   좋아요 0 | URL
아이구야.. 고맙습니다. 힘을 좀 내야 할 듯합니다.

MQ 2014-09-20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 그리 째째한 놈 아닙니다. 강제로 하는 거 아님. 그 정도야 투자하죠. 새글 또 언제 씀. 그냥 옛글로 하나 내심. 그거 추리는데만 해도 수개월은 걸릴 거 같은데 ..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1 09:09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티켓 2장 발부하겠습니다.

3시 2014-09-23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좌번호 올려주세요!!!
써 논 글 추리는 일도 몇 달 걸릴거임
새 글은 또 다음 책에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3 09:20   좋아요 0 | URL
아니, 왜 이리 오랜동안 걸음이 뜸하셨습니까. 일은 잘 되시나요 ?
현재는 의견 추렴 중입니다....

3시 2014-09-23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일 올 때도있고 바빠서 여러 날 못 올 때도 있고 . 요
십 마넌은 저렴해요. 예전에 시집을 주문하면서
형편없이 싼 가격에 깜놀 !!!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3 20:31   좋아요 0 | URL
오, 세 시 님 자주 오셨군요. 아, 전 그런 줄도 모르고요...
오시면 답글 남겨주세요. 장사는 잘 되시나 모르겠네요.
전 3시 님 팬입니다. 새벽 3시 되면 늘 생각이 납니다...

사무아 2014-10-05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제 5시에 가려고 했는데, 갑작스레 일이 생겨서 못 갔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10-05 21:02   좋아요 0 | URL
아, 그랬군요. 아 이거 절호의 기회를 놓쳤네요. 다음에는 꼭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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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은 쩨쩨한데 문장은 짱짱하다

 

 

 

 

 

[ 글의 종류 ] 에는 네 가지'가 있다. 기행문, 논설문, 기록문, 전기문 따위라고 지레짐작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그런 분류는 사지선다형 중고교 시험 문제를 출제할 때나 쓰이는 갈래'다. 트루먼 카포티의 << 인 콜드 블러드 >> 는  기록문인가 아니면 문학인가 ?  경계가 모호하다. 소설인 듯 소설 아닌 소설 같은 소설도 있고, 전기인 듯 전기 아닌 소설도 있다. 내가 생각하는 << 글의 종류 >> 는 다음과 같다.

 

ㄱ. 재미없는 내용을 재미없게 쓴 글

ㄴ. 재미없는 내용을 재미있게 쓴 글

ㄷ. 재미있는 내용을 재미없게 쓴 글

ㄹ. 재미있는 내용을 재미있게 쓴 글

 

재미     [ 명사 ] 아기자기하게 즐기운 기분이나 느낌    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희노애락'이다. 너무 슬퍼서 눈물이 앞을 가리는 " 눈가리고 아웅하는 소설 " 이나 불합리한 현실을 고발하여 독자를 분노하게 만드는 " 불쏘시개로 들쑤시는 소설 " 을 읽고 나서 " 이 소설 재미있어 ! " 라고 표현하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이상한 표현처럼 들리지만  한국인은 이 복잡다단한 감정을 < 재미 > 라는 단어 하나로 퉁치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     한식이 세계화에 실패하게 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언어 습관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서양 음식은 계량화된 레시피'가 바탕이 된다. 소금 몇 그램, 설탕 몇 그램, 맛술 두 스푼 따위로 말이다. 하지만 한식은 이 모든 것을 " 적당히 " 로 퉁친다.  소금 얼마나 넣을까요 ? - 적당히 ! , 설탕 얼마나 넣을까요 ? - 적당히 ! , 맛술 얼마나 넣을까요 ! - 적당히 ! 여기에 더하여 " 맛의 비결은 손맛 " 이라고 하면 게임은 끝난다. 한식이 세계화가 될 수 없는 이유다.

 

청개구리 언어 습관이라고 할까 ? " 시원하다 " 라는 표현도 " 재미있다 " 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다. 뜨거운 열탕 속에 몸을 담그거나 뜨거운 국물을 삼킬 때 나도 모르게 나오는 소리는 상황과는 정반대'다.   " 시원하다 ! "   대한민국 청소년이 기성 세대에 대해 불신하는 이유는 어릴 때부터 이어져 온 학습 효과 때문이다 -     라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같은 맥락으로 " 죽다 " 도 있다.  사랑 앞에 죽도록이 붙으면 그 사랑은 다른 사랑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밉다 뒤에 죽다가 결합된 " 미워 죽겠어 ! " 도, 맛과 죽다가 결합된 " 맛, 죽인다 ! " 도 모두 ! 이처럼 한국인은 포지티브를 말할 때 자주 네거티브를 사용한다.         글쟁이는 재미있는 내용을 재미있게 쓸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글쟁이가 재미있는 내용을 재미있게 쓸 수 있다고 해서

 

그것을 자랑으로 내놓을 수는 없다. 작가에게 그것은 기본에 해당되니깐 말이다.    야구 선수가 공을 잘 잡는다고 훌륭한 선수가 될 수는 없다. 공도 잘 쳐야 한다.     여기에 재미없는 내용을 재미있게 쓸 수 있는 옵션을 갖추어야 밥 먹고 살 수 있는 작가로 태어난다. 반면 보통 사람들은 재미있는 내용을 재미없게 쓰거나 재미없는 내용을 재미없게 쓴다. 재미없는 내용을 재미없게 쓴다고 해서 절망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정직한 태도'다. 재미없는 내용을 재미없게 쓴다는 데 그 누가 손가락질을 할 것인가 ? 작문 실력이 형편없는 자에게 돌 던질 자 앞으로 나와라, 시댕아 ! 하지만 글쟁이가 재미없는 내용을 재미없게 쓰거나 재미있는 내용을 재미없게 쓰면 욕을 먹어야 한다. 그런 작가는 자격 미달'이다.

 

작문 실력이 형편없는 작가에게 돌 던질 자 앞으로 나와라 ! 라고 말한다면 나는 짱돌 들고 앞으로 나가겠다. 모 시인이 있다. 내가 이름을 말하면 모두 " 아 ! " 라고 대답할 것이다. 꽤 알려진 시인'이다. 블로그 이웃 가운데 한 분이 그 시인이 쓴 글을 발췌해서 인용했다. 물론 출처를 밝혔다. 그런데 그 시인으로부터 경고성 메일이 도착했다고 한다. 저자 동의 없이 글을 올리면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되므로 당장 글을 삭제하라는 메시지'였다. 삭제하지 않을 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단다. 전문을 옮겨 적은 것도 아니고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도 아니며, 출판을 목적으로 쓴 글도 아닌데 한 줄 인용했다고 저작권 위반 운운하니 화딱지가 난 거라 ! 이웃은 포털 사이트 고객 센터에 위법 여부를 문의했다.

 

메시지가 도착했다. 포털 사이트 고객 응대팀이었다. "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 문의하신 내용에 대한 답변입니다. 고객님은 출판을 목적으로 쓴 글이 아니며 출처를 밝혔으므로 저작권법 위반이 되지 않습니다. 이 사실을 알려드립니다. 여담입니다만, 그 작가에게 당당하게 이렇게 말씀하십시요. 개똥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 청양고추 먹고 똥구멍에 불 나라 ! 라고 말이죠. 이상 ○○○ 포털 사이트 고객 응대 팀이었습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 그런 이유로 이름 석 자 알게 된 시인'이었다. 가끔 이 시인 이름을 거론하며 글을 쓰면 30분 안에 다녀간 흔적을 남긴다. 그러니깐 하루 종일 자기 이름으로 모니터링을 하는 것이다. 신문 칼럼에 이 시인 이름을 자주 본다. 칼럼 내용은 늘 거창하다.

 

불의에 주먹 불끈 쥐게 된다거나, 작은 사랑에 감동을 받았다거나, 민주주의의 위기 앞에서 고개를 외면하지 않으리 따위를 말한다. 인성은 째째한데 문장은 거창하다. 차라리 " 고기 앞에서 고개를 외면하지 않으리 ! " 라고 말했다면 비난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재미없는 내용을 재미없게 써서 고민인 평범한 이웃이 좋은 글이라 생각하고 한 줄 따온 것을 가지고도 저작권 위반 운운하며 째째하게 굴던 인정머리 없던 시인은 어느새 만주 벌판에서 말 달리는 선구자가 되어 목에 핏대를 세운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글을 잘 쓴다는 게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작가에 대한 선망이 없다. 모든 인간은 다 거기서 거기'다. 

 

짱짱한 담론을 가지고 싸우는 놈보다는 째째한 담론을 가지고 싸우는 김부선이 더 멋있어 보인다.   아파트 문화는 대한민국 사회의 축소판이다. 나라를 구한다는 이름으로 목숨 걸고 싸우지 말고 아파트 난방비 비리 같은 째째하지만 중요한 싸움을 해라     글 잘 쓰는 놈 믿지 마라 ! 팔 할이 꾀죄죄한 오징어'일 뿐이리......

 

 

 

+

" 팔 할이 꾀죄죄한 오징어일 뿐이리.... " 라는 문장은 사실 내가 만든 말장난'이다. 팔 할 = 8할, 일 뿐 = 1푼, 이리 = 2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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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 2014-09-18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그 시인이 누구입니까. 살짝 귀띔에 주심 안됩니까.
제가 네이버에 종종 시 하나 통째로 옮기곤 하잖습니까.. 이거원 무서워서.. ㄷㄷㄷ

2014-09-18 17: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18 1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18 1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손 2014-09-18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는 한국사람들 아파트 못살어 환장한거 보면 진짜 이해가 안됨.
내가 한국물정을 몰라서 그런건지.. 한국에 있을때 (형편이 안되어?)아파트 살어본 경험이 없어 그런건지..
그주택형태나 구조에 어떤 장점이 있고 이득이 있는지 당췌모르겠음.
언제함 형편피면 한국아파트에서 한 두달정도 월세로 살아보고싶으네..(진심)



+어젠진짜미안 ㅠㅠㅠㅠㅠ
어느새취해잠듬..

ㅎ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8 21:32   좋아요 0 | URL
아파트 주민이 어느새 한국 정치를 따라하더구나...
부녀회장과 동대표 될려고 발악을 하지. 몇몇 소수지만 말이다.
대다수는 관심도 없잖아. 그런데 부녀회장과 동대표가
꽤 쏠쏠하게 뒷돈을 챙긴단 말이지...
만날 정치권 욕하지만 한국인은
이렇게 모이기만 하면 뒷돈부터 챙길 생각을 해.
한국은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적 자세가 없는 거지...
부선 씨 사건처럼 문제 제기하면 폭력으로 일관하고 말이지...
나도 아파트 안 산다......



깐돌이 2014-09-18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김수영 시인이 생각나는군요..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8 21:56   좋아요 0 | URL
앗 !!!!!!!!!!!!!! 진짜 깐돌이로 바꾸셨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수영 시인이 문인의 위선을 아주 적나라하게 고발하고는 했죠. 자아 비판도 얼마나 했습니까.... 큰 거에는 눈 감고 작은 거에만 분누한다고...

깐돌이 2014-09-18 21:5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유아틱하고 어딘가 강아지 이름스럽긴 하지만 달리 쓸 이름이 없어서 말입니다... 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8 21:59   좋아요 0 | URL
깐돌이 얼마나 좋습니까. 확 와닿잖아요...

그렇게혜윰 2014-09-19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앞으로 조심하며 그 시인의 시를 거론하는 일이 없게 저도 알려주세요^^ 본인이 싫으면 피해야죠 뭐^^
사실 시는 Ctrl C Ctrl V가 워낙 쉬우니 조심해드리긴 해야할 것 같아요^^
그래도 시를 옮기는 사람의 마음은 그 시를 알리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이해해주셨으면 더 좋았을텐데요^^

2014-09-19 16:4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