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 몬스터(2disc)
프루트 챈 외 감독, 이병헌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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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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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 리 ,    몬 스 터  :




 



이제는 부자가 착하기까지 하다




 



Q : 이 영화(쓰리 몬스터, 2004)는 프로렐타리아의  피 빠는 부르조아의 이야기인가? 선과 악의 문제를 다룬 것인가?

A : 이 스토리를 만들때 제일 처음 떠올랐던 경험이 있는데 << JSA >> 가 흥행한 직후 여기 저기서 초청이 많았다. 그중에 거절할 수 없었던 조찬모임이 있었는데 ' 21세기를 준비하는 어쩌구 모임 ' 이었다. 재벌 2세나 교수, 의사 등 나이가 나보다는 조금 어린 친구들이 모여 있는 모임이라 가긴 가면서도 밥맛이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다들 매너좋고 겸손하고 지적이고 ...... 선입견이 완전히 무너졌다. 사람이 삐딱하다 보니 그대로 받아들이면 될텐데 좋은 사람이라는 호감보다는 다 가진 놈들이 착하기까지 하구나 싶어 화가 나고 슬펐다. 이 사람들은 맨손으로 뭘 한게 아니라 이미 다 부자들이고 부를 세습한 이들이라 뭐 하나 부족함이 없어서 성격이 나빠질 일이 뭐있냐, 이전엔 천민자본주의가 있었지만 그들의 2,3세는 상류사회 환경 속에서 성장해서 나쁜 것을 할 필요가 없다. 그와 반대로 가난뱅이들은 욕망이 많은데 채워지지 않으니 삐뚤어질 수 밖에 없다. 미덕이 세습된다는 것. 그런 식으로 계급이 정착되고 벗어나기 어려워 지는 것이다. 개천에서 용 나듯이 그래봐야 상류사회의 매너나 교양을 얻을 수는 없다.  그건 나중에 다뤄봐야 겠다, ' 너무 착해 미움받는 사람 ' 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박찬욱 감독).


- 박찬욱 감독 인터뷰 중

 




                                                                                                박찬욱은 오래전에 어느 인터뷰에서 " 다 가진 놈이 이제는 착하기까지 해서 화가 나고 슬펐다 " 고 말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접했던 재벌 회장님과 그 종간나의 애새끼들만 생각했다가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어, 어어. 뭐지, 이 스마트하고 분홍분홍한 느낌은 ?!  

그의 한탄을 듣고 있자니 기똥차게 재미있게 읽었던 고전 소설 한 편이 생각났다. 부유한 부르주아의 딸인 루시와 사촌 살롯은 이탈리아 피렌체 지방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자신들이 머무를 팬션 방이 전망이 좋지 않자 크게 실망하게 된다. 이때 자신들이 머물고 있던 전망 좋은 방과 바꿔주겠다고 선의를 보이는 부자(父子)를 만나게 된다. 여자에게 있어서 여행의 주된 목적은 아름다운 전망이지만 남자에게  있어서 여행의 주된 목적은 아름다운 여자를 만나는 것이니까. 선의를 주면 호의로 되돌아오리라.  루시와 살롯은 낯선 남자의 선의에 대해 의심을 품은 채 마지못해 받아들인다.

전망 좋은 방으로 옮긴 루시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창문을 열어젖히는 것이었다. 창문이 열리자 그림 같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와 ~   E.M 포스터 소설 << 전망 좋은 방 >> 의 도입부'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 부유한 부르주아는 가난한 쁘롤레딸리아보다 더 많은 (그림같은) 풍경을 선점한다 ! "  어디 전망 좋은 풍경뿐이랴, 프롤레타리아는 그럭저럭 그런저런 음식을 먹지만 부르주아는 미식을 향유하며 프롤레타리아는 기술을 제공하지만 부르주아는 미술품을 수집하거나 감상한다. 상류 사회는 < 美 - > 를 독점한다. 박찬욱 감독은 < 미래를 준비하는 어쩌구 모임 > 에서 다들 매너 좋고 겸손하며 지적이고 착한 재벌 3,4세들을 보고 충격을 먹었다고 고백하지만 

사실 그들은 같은 계급(이너써클) 내에서만 착할 뿐이다. 재벌 3,4세들이 획득한 근사한 외모와 훌륭한 에티켓 그리고 교양은 몇 세대에 걸친 가계 개량의 승리이자 품종 계량의 승리'이다. 발에 똥 밟고 손에 피 묻히는 일은 이 아비의 몫이니 너희들은 좋은 것만 보고 먹고 자라라. 정략적 결혼을 통해 좀 더 우량한 아이를 만들어내고 기부 입학으로  학력을 높이고 상류계급의 에티켓을 습득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재벌 1세의 자식 농사'이다. 문제는 " 착함의 한계 " 에 있다. 그들이 타자에게 보이는 선의와 예의는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의 회원이 될 수밖에 없는 지위를 획득한 계급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자신이 속한 계급이 아닌, 열외 계급을 마주하게 될 때 표독스럽게 변하게 된다. 근사한 인테리어의 힘은 결국 수납의 힘이다. 잡동사니를 감출 때 실내 인테리어는 빛이 난다. 전망 좋은 풍경도 마찬가지'다. 회장님의 근사한 뷰'를 위해 노동자는 투명인간이 되어 제거된다. 이렇게 조작된, 전망 좋은 뷰를 보고 자란 아이들은 청소노동자를 투명인간 취급한다. 선의가 만민을 향하지 않고 특정 소수 계급에게만 적용된다면 그것은 착함이 아니다. 박찬욱은 그 사실을 놓쳤다. 그렇기 때문에 능력 있고, 부유하고, 착하기까지 한 남부러울 것 없는 인기 영화감독이 착하다는 이유만으로

고문을 당하는 단편 영화 << 컷(옴니버스 영화 쓰리 몬스터 중 한 편) >> 이 형편없는 까닭이다. 긴 말 하지 않으련다. 단편 세 개를 묶은 옴니버스 영화 << 쓰리 몬스터 >> 가운데 가장 후진 작품은 박찬욱이 감독한 << 컷 >> 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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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7-03-05 0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찬욱에게 느끼는 불편함이 그 인터뷰에 적나라하게 드러나네요. 박찬욱 영화는 ˝고급˝, ˝있어보임˝을 지향하는 듯해요. ‘올드 보이‘(이 영화에도 고급 지향이 엿보이긴 하지만 이 영화가 정말 좋았으니 빼고 ㅋㅋ) 와 ‘복수는 나의 것‘에서 느꼈던 날 것의 신선함이 그 뒤 영화에서 사라져 실망이 컸어요. 근데 그냥 그런 사람이었던 것을 그 두 영화를 보고 기대를 키웠던 모양입니다. 그래도 전 아가씨는 되게 좋았어요, 원작보다도.

곰곰생각하는발 2017-03-05 13:06   좋아요 1 | URL
저도 찬욱 씨의 최고 걸작은 복순 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날것의 쾌감이 있는 영화였죠..
그 다음부터는 좀.. 조미료를 과하게 뿌리는 느낌이랄까요 ?
그래도 아가씨는 좋더군요. 만족스러운 결과였습니다..
 

 

 

 

 

 

 

 

 

 

 

 

 

 

 

 

 

 

                                                     

 

이거  저거  분리  안  시키면  다  죽어 :

 

 

 

 

 

 

 

 

 

 

 

사자를 풀보다 먼저 눕게 만드는 방법

 

 



 

                                                                                                      뉴라이트 집단이 국부로 모시는 " 튀어 이승만 선생 " 은 백성을 향해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선언했다, 정작 본인은 한강 다리를 끊고 남쪽으로 튀어 _ 라고 말했지만 ! 

몸이 작은 물고기는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떼를 지어 다니는 전략을 사용한다. 몸집이 커지면 노출 위험도가 커져서 오히려 불리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유리하다. 한때 나는 불광동 휘발유라는 별명으로 불광천 뚝방을 접수한 적이 있다. 휙휙 ~ 주먹이 바람을 가르며 내는 소리. 이거슨 입으로 내는 소리가 아니여. 나는 16대1의 싸움에서도 승리를 거두고는 했다. 비결은 하나다. 싸우기 전 그들에게 으름장을 놓는 것이다. " 똑바로 들어라, 나는 한놈만 팬다 ! " 목적과 목표를 설정하고 선포하는 행위와 그 대상을 향한 집중과 몰입은 상대방을 쫄게 만든다.

" 제일 먼저 나에게 주먹을 휘두를 놈 누구'냐. 나와라, 이 오호츠크 시밤바 멸치 새끼들아 !!! "  이두박근과 삼두박근에 힘을 주던 놈들은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난다. 선봉에 서면 한놈만 팬다는 저 새끼에게 표적이 된다는 위화감에 선뜻 나서는 놈은 없다. 그럴수록 나는 괄약근에 힘을 주게 된다. 이두박근보다 괄약근이 쎈 놈이 이긴다. 싸움의 기술은 사냥의 기술과 동일하다. 포식자는 사냥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미리 목표를 설정하고 하나의 목표물에 집중한다.  내 눈에 너밖에 안 보여 ~                " 밀림의왕 " 인 사자가 이놈의 들소 뒤꽁무니 쫓다, 저놈의 뒤꽁무니 쫓다 하다가는 초식동물도 아니면서 제풀에 지쳐서 사냥을 포기하게 되는 " 우왕좌왕 " 을 보게 된다.

야생 동물들은 이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다니는 이유는 포식자의 시선을 분산시켜서 집중과 몰입을 방해하기 위해서이다.   물고기들이 떼를 이루면 포식자(어류는 시력이 매우 나쁜 편이다)는 누진 다초첨 렌즈를 착용하지 않고서는 사냥해야 할 표적에게 초점을 맞추기가 어렵다.  이놈 저놈 뒤꽁무니 쫓다 결국에는 풀도 아니면서 제풀에 지쳐서 드러누운 맹금류처럼 포식자도 이놈 저놈 쫓다가 제풀에 지쳐서 풀보다 먼저 눕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몸집이 작은 물고기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참치가 치어일 때 떼를 지어 다니다가 성어가 되면 독립하는 이유이다.

포식자 입장에서 보면 그들은 몸집이 작은 것들이 서로 뭉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김규항은 << B급 좌파, 세 번째 이야기 >> 이라는 책의 한 꼭지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한 사회를 끝장내는 가장 완전한 방법은 무엇일까. 역사 속에서 실행된 적극적인 방법은 학살일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또한 학살만으로 한 사회를 끝장낼수 없음을 보여준다... ( 중략 ) 한 사회를 끝장내는 가장 완전한 방법은 바로 그 사회 구성원들의 결속력을 파과하는 것, 즉 모든 사람을 오로지 나만 아는 인간으로 만들어 만인이 만인을 상대로 아귀다툼을 벌이는 사회로 만드는 것이다... (중략) 광장에서 이명박이 우리 아이들을 다 죽인다고 외치던 사람들도 자정이 되면 눈동자가 풀려 휴대전화로 아이가 학원에 다녀왔는지 확인한다. ( B급 좌파, 245 )


인간사'라고 해서 다를 것 없다. 튀어 선생과 같은 인간 포식자-류'는 몸집이 작은 무리들이 서로 뭉치지 못하게 만든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 발등에 불똥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생각하는 힘을 멈추게 하는 방법은 육체를 혹사시키는 것이다. 아내는 집안일과 육아 노동에 지치게 만들고 남편은 저임금 고노동 일터의 노동자로 만든다. 그리고 아이들은 밤 12시까지 학원가를 떠도는 유령으로 만든다. 육체가 힘들다 보니 타자에 대한 배려 따위는 없다. 혹사된 신체에서 건강한 감정이 생성될 리 없다. 결국 그들은 각자도생을 결의하게 된다. 인생은 고해야, 몰랐어 ? 우리는 하나둘 무리에서 분리된다.

분산되는 순간, 저 멀리서 당신을 노리던 상어의 눈에 들어온다. 목표는 선명하다. 표적에 초점을 맞춘 상어는 힘차게 당신을 향해 헤엄친다. 기둘려라, 내가 간다잉 ~         " 삼성미래전략실 " 을 해체한다는 소식을 듣고 울분을 토하는 이'가 있다. 미래전략실 부서 하나를 해체한다고 재벌 해체라고 주장하던 그는 이제 곧 재앙이 도래할 것이라며 저주를 퍼붓는다. 그깟, 부서 하나가 사라진다고 재벌이 해체된다면 그런 부실한 재벌 기업은 해체되어야 마땅하다.        백 번 양보해서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결과 삼성 재벌이 망했다고 치자. 경제에 대해서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당신 같은 무지랭이도 알고 있는 사실을 이재용만 모른 채 해체를 결정했다면 그 또한 무능의 극치이니 그는 경영자로서 자격이 없는 셈이다.       

같은 이유로 삼성이 망하면 대한민국이 망한다면 차라리 그런 나라는 망하는 게 맞다. 1950년대 포츈지는 50년 후에도 생존할 가능성이 높은 대기업 100를 선정한 적이 있다. 잡지는 이들 기업을 열거하며 미국 사회를 부국강병으로 이끌 기둥뿌리 같은 기업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50년 후, 살아남은 기업은 얼마나 될까 ?  정답은 대부분 망했다, 이다.  포식자와 먹잇감의 전략은 다를 수밖에 없다. 먹잇감은 뭉쳐야 생존 확률이 높이지고 포식자는 뭉친 먹잇감을 분리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게 된다. 그 유명한 죽어 최순실 선생은 " 이거 저거 분리 안 시키면 다 죽어 ! " 라고 말한 바 있다.

분리 안 시키면 포식자인 우리는 다 죽는다는 소리이니 뛰어난 인문학적 상상력이 아닐 수 없다. 튀어 이승만 선생과 죽어 최순실 선생은 서로 다른 시선으로 민중을 이해한 것이다. 포식자를 풀보다 먼저 제풀에 지쳐 눕게 만드는 방법은 하나다. 서울대와 고대 그리고 기타 대학에게는 미안한 소리이지만 연대만이 살 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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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7-03-03 18: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흠 곰발님은 연대만 사랑하시는군요. ㅋㅋㅋ
우리끼리라도 손잡자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3-04 13:08   좋아요 0 | URL
일단 연대의 승리를 확인한 후.... 우리끼리 손잡겠습니다..

시이소오 2017-03-03 2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제 보아도 명문입니다. 그려~~

곰곰생각하는발 2017-03-04 13:08   좋아요 0 | URL
과찬이십니다..

포스트잇 2017-03-04 0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세상이 포식자들 맘대로 안되는게 또 기가막힌 일이거든요. .. 지 발등만 보고 있을 것 같은 작은 것들이, 뭐 자주는 아니지만 한번씩 연대 가거든요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7-03-04 13:07   좋아요 1 | URL
연대가 성대하게 승리하기를 고대합니다. 승리를 위해 술잔을 높이 들고 ˝ 건대 ! ˝
 
언니네 마당 Vol.9 하자보수 - 2017
언니네 마당 편집부 엮음 / 언니네마당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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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에 맞는 몸

 

 

 

 

 

외딴 골목 초입에 " 희망 수선집 " 이라는 아담한 가게가 있다. 옷을 수선하는 곳이다. 희망 수선이라...... 희망을 버리지 않고 수선해서 쓰겠다는 다짐일까 ? 수선이라는 순한 어감과 희망이라는 밝은 느낌이 어우러져 그 가게 간판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주인은 정장 차림을 한 남성이다. 왕년에 시내 중심가에서 양복점 재단사로 이름을 날렸다는 그는 일을 할 때에도 잘 닦은 구두에 하얀 와이셔츠 그리고 화려한 넥타이를 고집한다. 그가 정장 차림을 고집하는 태도에는 양복점 재단사로 일했던 왕년에 대한 자긍심처럼 느껴져서 믿음이 간다. 아닌 게 아니라 일처리도 꼼꼼해서 일감이 많은 모양이다. 그는 늘 바쁘다.

 

내가 희망수선집을 자주 찾는 이유는 공장에서 일정한 치수에 따라 찍어낸 기성복이 내 체형에는 맞지 않다는 데 있다. 기성복을 살 때 어깨 넓이에 맞추면 팔 기장이 긴 편이고 팔 길이에 옷을 맞추면 어깨 부위가 좁은 경우다. 또한 셔츠를 살 때에도 목둘레가 맞으면 어깨가 좁고 어깨에 맞추면 목둘레가 좁다. 표준 체형에서 벗어나다 보니 옷을 살 때마다 하자(瑕疵)가 많은 내 몸을 보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럴수록 내 몸에 대한 불만은 쌓이고 다음 생은 마네킹으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게 된다. 만약에 체형을 수선하는 재단사가 있다면 이렇게 주문하고 싶다. " 팔 길이는 늘리고 어깨는 깎아주세요. 얼마면 됩니까, 네에 ? "

 

어느 날이었다. 수선집에 맡긴 양복 상의를 찾으러 갔더니 마침 내 옷을 수선 중이어서 왕년에 잘나갔다는 재단사의 솜씨도 볼 겸 가게 구석에 놓인 의자에 앉아 수선하는 모습을 구경했다. 바닥에는 내 양복 상의에서 떨어져 나간 것이 분명한 소맷부리 조각이 보였다. 그 천 조각을 보자 내 팔이 잘린 것 같은 환상통이 느껴져서 기분이 묘했다.

 

표준과 평균을 강조하는 규격화된 세계에서 보자면 내 팔은 표준 미달인 셈이다. 기성복을 수선해서 입어야 하는 나 같은 사람은 잘려진 길이만큼 마음에 상처를 입게 된다. 몸매, 처신(몸가짐), 화장, 피부, 제모 관리 따위를 평가하는 사회적 규범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운, 나 같은 남성도 내 몸에 대한 사회적 평가에 신경이 쓰이는데 여성이 받아들이게 되는 억압과 상실의 강도는 어느 정도일까 ?

표준이란 일반적인 것이거나 평균적인 것이어서 보편성과 합리성을 갖춘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알고 보면 폭력성과 획일성을 전제로 한다. 표준은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표준에 대한 사회적 압력은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높다. 한국 사회가 여성에게 여자다운 처신을 강조하는 것도 표준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이다. 서울 표준어가 지방 사투리를 차별한 결과라면, 한국 사회가 여성 육체에게 강요하는, 표준화된 보통의 상식 은 남성이 여성을 차별한 결과다. 가부장 사회에서 강요된 여성의 몸에 반기를 든 페미니스트 샌드라 리 바트키는 여자들은 스스로를 작고 좁게, 그리고 무해하게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지적했다.

훈육적 관행들은 훈련되고 종속된 몸. 즉 열등한 지위가 새겨진 몸을 만들어낸다. 여자의 얼굴은 화장되어야, 말하자면 변경되어야 하는 것이다. 여자의 몸도 마찬가지다. 화장의 기술은 변장의 기술인데, 이는 여자의 얼굴이 결함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여성성이라는 훈육 기획은 일종의 짜고 하는 게임이다. 그것은 근본적이고 광범위한 몸의 변형을 요구하기 때문에 거기에 빠져든 모든 여자는 사실상 어느 정도 실패할 운명에 처한다.”

44,55,66 등으로 불리는 여성복 치수의 유래가 1981년 대한민국 20대 여성의 평균 키인 1m55cm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 여성에게 44사이즈(신장 1m50cm, 가슴둘레 82cm 이하)는 대부분 작은 옷에 해당되겠지만, 언제부터인가 한국 여성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옷은 44사이즈가 되었다. 바트키가 지적한 것처럼 대한민국 여성은 스스로를 작고 좁게, 그리고 무해하도록 만들려고 노력 한다.

다양한 몸은 배제한 채 오로지 표준화된 몸에 대해서만 찬양하는 사회이다 보니 현대 여성은 허리띠 졸라매고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몸에 맞는 옷을 고르는 게 아니라 옷에 맞는 몸을 만드는 것이다. wag the dog, 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다. 이제 몸은 허기와 싸우는 전쟁터가 된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44사이즈는 여성 몸을 옥죄는 코르셋이요, 전족(纏足)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44사이즈에 대한 욕망의 주체는 여성일까 아니면 남성일까, 누구의 욕망이 투사된 결과일까 ? 코르셋과 전족이 남성 욕망을 채우기 위한 오브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44사이즈는 남성이 만든 족쇄다. 이렇듯 여성 몸은 훈육이라는 방식으로 남성에 의해 관리되고 통제된다. 남성은 여성의 몸을 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식()과 색()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유감이다.

이처럼 한국 사회가 여성에게 부여한 표준화된 보통의 상식은 여성 몸을 지배하고 관리하며 통제하고 간섭한 결과이다. 최근에 보건복지부가 <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 일부개정령안 > 을 공개하며 낙태 수술을 비도덕적 의료 행위로 규정한 후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도 국가가 여성의 자궁을 관리하겠다는 꿍꿍이로 읽힌다. 자궁은 공공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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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육체는 전쟁터다. " 이 문장은 페미니즘 아티스트 바바라 크루거가 포토몽타주 기법을 동원하여 만든 작품 제목이다. 최근에 한국 사회에서 벌어진 미소지니(misogyny,女性嫌惡) 논란, 낙태법 강화, 문단 내 성폭력 고발 그리고 백남기 농민 부검 논란을 접하면서 다시 되뇌게 되는 문장이다. 자고이래로 여성은 몸의 주체로서 온전한 주인이 되지 못했고, 이 비극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국가는 자궁을 통제 관리하려 들고, 남성들은 여성의 몸을 강탈하기 위해 서로 다툰다. 그러다 보니 여성 몸은 항상 전쟁터'. 여성 몸은 당신을 위한 추파춥스가 아니지만 남성들은 물컹물컹한 가래처럼 히마리 없는 혓바닥으로 여성 몸을 핥느라 정신이 없다.

수선집에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내가 내린 결론은 내 팔은 짧은 것도 아니고 남들보다 어깨가 넓은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이 불량이 아니듯이 옷에 맞지 않는 몸도 신체적 결함이 아니다. 표준의 기준은 항상 내 몸에서 시작되는 것이니 표준화된 몸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몸은 모두 제각각이고, 또 제각각이어야 정상인 것이다. 프란체스코 교황은 2016612, 병자와 장애우들을 위한 자비의 특별희년 미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우월한 신체를 가진 것이 대중의 신화가 되고 거대 사업이 되어버린 시대에서 불완전한 것은 감춰야만 하는 일이 되었습니다. ”의미하는 바가 크다.

 

몸의 다양성을 배제한 채 규격화된 몸을 강요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한국 사회는 지나치게 여성에게 규격화된 몸을 강요한다. 고생물학자인 스티븐 제이 굴드는 진화는 진보가 아니라, 다양성의 증가라고 말했다. 생명종이 많을수록 건강한 생태계다. 스티븐 제이 굴드의 견해를 받아들인다면 한국 사회는 지금 퇴화하고 있는 중이다

 

- 이 글은 여성 독립 잡지 << 언니네 마당 >> 에도 실렸습니다. 재미는 " 당근 " 보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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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7 2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2-28 10:11   좋아요 1 | URL
붕어빵에 붕어 없고, 애국, 애국 입만 열만 애국 말하는 놈치고 애국하는 놈 없고, 우리가 친구 아이가, 라고 말하는 놈이 항상 친구 등을 찌리고,, 박근혜도 그논리겠죠. 창조경제에 창조는 없고 창조범죄만 있고...

corcovado 2017-02-27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따라 사유를 한 바퀴 잘 구경했습니다. 너무 좋은 글이네요~잡지도 찾아봐야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2-28 10:1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이 잡지 읽을거리가 풍부합니다.. 광고가 팔 할인 일반 잡지보다는 이런 잡지가 알차죠..ㅎㅎ

samadhi(眞我) 2017-02-28 13: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에 인도식당에서 알바를 했어요. 첫 날 매니저가 제게, 화장을 한 거냐?(화장을 할 줄 모르기도 하고 화장을 한거랑 안 한 거랑 차이가 안 나서 ㅋㅋ) 머리를 더 높이 묶어라... 얘기를 하는데 첫 날이라 참았어요. 그렇지, 서비스직이 이랬지 하면서. 아주 오래 전에 호텔레스토랑에서 일할 때도 그랬던 기억이 났죠.

그런데 다음날에도 여자는 남자와 달리 더 고개를 많이 숙여야 한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 한 바탕 했죠.
결국 체력이 딸려서 닷새만에 알바를 끝냈지만(몸이 20대랑 다르더라구요. ㅠㅠ) 보통 직장 내에도 그런 일들이 많지만 서비스직은 특히 여성을 더 억압하는 경향이 더 강한 듯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2-28 14:23   좋아요 0 | URL
남자들의 여성 외모 간섭을 떠나 미용 간섭까지... 징글징글하죠.
제가 여자였으면 화딱지나서 못살았을 겁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 사회라는 생각만 듭니다.
아니 왜 타인의 얼굴과 미용까지 일일이 간섭하며 이래라저래라하는 지
아무리 생각해도 전 이해불가...

cyrus 2017-02-28 16: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한 번 언급하신, 글을 기고한다는 잡지가 <언니네 마당>이었군요. ‘규격화’하면 프로크루스테스죠. 우리나라에 프로크루스테스가 엄청 많아요. 김모 씨, 박모 씨, 박모 씨 추종자들...

곰곰생각하는발 2017-03-03 13:34   좋아요 0 | URL
기고까지야... 그냥.. ㅎㅎ

표맥(漂麥) 2017-03-02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제된 글... 상당한 내공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3-03 13:34   좋아요 0 | URL
아이고, 아닙니다. 제 글 같지가 않아요. 저의 개성은 별로 없는 것 같아서.. 좀 낯설어습니다..
 

 

                                 

너네 엄마, 일하시니 ?  :






토끼는 인생은 매한가지


                                                                                                          남들은 아침 7시에 일어나 학교에 갈 때 나는 9시에 일어나 밥을 먹고 걸어서 학교에 갔다. 차비는 차곡차곡 모아서 주말에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비용으로 사용했다. 당시 학교는 편법으로 아침 0교시 수업(정규 수업이 아닌, 아침 8시에 수업을 진행했다)을 진행했는데,  호랑이 선생님이었던 담임은 8시 이후에 도착한 학생은 1분에 한 대씩 매를 들겠다고 선포했다.


10분 지각이면 10대요, 20분 지나면 20대였다. 그런데 " 매의 셈법 " 이 분(分) 단위를 넘어 시(時) 단위로 넘어가면 애매모호한 구석이 발생하게 된다. 다른 지각생들은 분초를 다투느라 헐레벌떡 뛰어다녔지만 나는 시골 촌놈 서울 구경하듯 느린 걸음으로 아침 10시가 되어서야 학교에 도착하곤 했다. 담임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몇 대를 때릴 것인가 ?  매질이 가장 좋은 교수법'이라 믿었던 꼰대는 며칠 동안 매타작으로 나의 게으른 본성을 바꾸려고 했으나 결국에는 돌하루방'이란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어느 날, 선생은 나를 불러 상담을 하기 시작했다. - 너희 아부지 뭐 하시노 ? - 돌아가셨습니더. - 그럼 어머님은 일하시노 ? - 네에...... ( 이하 생략 )  


그 상담 이후,  나는 반에서 등교 시간이 자유로운 학생이 되었다. 내가 " 왕년 " 에 있었던 일을 소환하는 것으로 말머리를 시작한 이유는 " 어머님은 일하시노 ? " 라는 담임의 질문에 숨겨진 남성적 언어의 한계를 지적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그 질문과 동일한 자세로 대답하는 내 태도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데 있다. 여기서 " 어머님은 일하시노 ? " 라는 질문의 행간은 어머님이 " 직장일 " 을 하느냐는 것이지 " 집안일 " 을 하느냐는 질문은 아니다(어머님의 자리에 아버지를 대입하면, 선생은 " 아버님은 일하시노 ? " 라는 말 대신 " 아버님은 뭐하시노 ? " 라는 질문을 던졌을 것이다). 직장일이나 집안일이나 일터가 다를 뿐이지 동일한 노동 강도를 가진 일인진데,

담임의 질문에 대해서 나는 왜 당연하다는 듯이 " 집안일 " 이 아니라 " 바깥일 " 로 이해했을까 ?  간단하다, 집안일'을 노동으로 인식하지 못한 결과이다. 즉, 한국 사회에서 집안일은 노동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집안일을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다 보니 남존여비사상'은 사라지지 않고 사회적 불평등은 지속된다.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 박근혜를 감옥으로 보내고 정권을 교체하면 " 새로운 나라 " 가 시작될 것 같지만 결국은 " 새누리 " 다. 사자가 떠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늑대'이니까.  토끼인 당신 입장에서 보면 상황이 달라지는 것은 없다.

우두머리가 사자나 늑대나,  토끼는 (포식자인 그들에게 쫓기는) 토끼는 인생이니까.  양성평등 없이는 사회적 불평등은 사라지지 않는다. 늑대(정부)는 감소하는 토끼(인구)때문에 골머리를 썩인 지 이미 오래이지만 출산 장려 정책이랍시고 내놓은 것을 보면 답은 없다. 국가가 하기스 기저귀를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해서 출산 인구가 늘어날까 ?  토끼를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늑대가 토끼를 잡아먹지 않는 것이다. 그래야 토끼는 토끼지 않고 토끼를 낳아 기른다.  이 간단한 " 토끼 어바웃(taking about) " 을 이해 못하니 토끼들이 " 도끼눈1) " 을 뜨고 화를 내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여성 64%가, 성소수자의 84.7%가 생물학적으로 주어진 자기 정체성을 이유로 사회로부터 비난을 받을까 두려움을 느낀다고 한다. 이 값은 여성이라는 잰더 감수성의 특수성 때문이 아니라 남성 사회의 억압 기제'가 작용한 결과'이다. 여성을 단순히 가임이냐 불임이냐로 평가하거나, 기혼이냐 미혼(혹은 비혼)이냐를 두고 한쪽에게 책임을 묻거나,  바깥일과 집안일을 나누거나 남성 욕망과 여성 욕망2)을 다른 방식으로 평가하는 불평등 사회에서는 더 이상의 인구 증가는 없을 것이다. 천국은 지옥이 있기에 가능한 곳이다.

그렇기에 천국과 지옥은 동시대성을 갖는다. 당신에게는 천국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지옥이다. 당신이 안방에서 티븨 보며 등'을 지지 때, 누군가는 시댁에서 전을 지지며 지옥을 경험한다 ■




 

 

                                          

1) 도끼눈은 원래 토끼눈에서 변형된 것이다.

2) 남성이 자신의 은밀한 욕망을 드러내면 고백이 되지만 여성이 자신의 은밀한 욕망을 드러내면 쌍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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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7-02-26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근혜를 구속하라 특별검사 연장하라 자유한국당 해체하라 재벌을 해체하라...

6개월이 넘었는데도 아직 후유증이 남은 남편을 갈궈서 데려가 고생은 했지만 오랜만에 나간 집회라 신나서(?) 고래고래 구호 따라했더니
아직까지 목이 아프네요.

행진하다 골반도 발목도 아프다는 남편을 끄집고 중간에 새지도 못하고
다시 처음 집회장소까지 돌아왔어요. 불꺼진 똥누리 당사 앞에서 느그들 방빼! 고래고래 소리질렀는데
그것들이 정말로 없어질 날이 올지...
그네가 내려가도 그것들 다 쓸어버리지 않으면 그놈이 그놈이더라. 가 될 텐데 걱정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2-26 13:18   좋아요 0 | URL
진아 님, 광화문에 계셨군요 !!!!!!!!!
전 낮 기온 믿고 좀 헐겁게 입고 갔다가
추워죽는 줄....... 전 어제 한 120만 정도 계산했는데 100만 모였더군요..
어제도 무진장 모이셨더군요... 진아 님 수고하셨습니다.

어서 남편분께서 완쾌하셔야 하는데... ㅎㅎ

samadhi(眞我) 2017-02-26 14:08   좋아요 0 | URL
아뇨 광화문까지 갈 여력이 안 돼서 5.18광장, 금남로에 있었어요.
광주랑 서울은 경찰과 시민관계가 다르더라구요. 광주 경찰은 집회 나가는 시민의 안전을 걱정하는 진짜 경찰이었어요. 며칠 전에 광주경찰 페이스북에 올려진 글 봤는데, 시민의 마음을 이해하고 시민을 지켜주겠다고 하더군요. 과연 직접 보니 경찰이 집회 내내 옆에서 같이 걸으면서 중앙선을 넘은 아이에게 안쪽으로 들어가라고 위험하다고 하더라구요. 우와, 역시 광주. 이랬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2-26 14:07   좋아요 0 | URL
아, 그렇죠. 지방마다 전국적으로 집회가 열렸으니.. 아이고, 하튼... 수고하셨습니다..

samadhi(眞我) 2017-02-26 14:10   좋아요 0 | URL
집회 때는 옷 따숩게 입어야 해요. 어제 남편에게도 내복 입혀서^^ 데려갔지요. 저는 바람이 안 들어오는 비닐(?)재질 운동복 입고. 발토시하고.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7-02-26 14:13   좋아요 0 | URL
저도 항상 참석할 때는 스타킹(?) 입고, 위에 털 복슬복슬한 바지 입고, 그 위에 바람막이 바지 입고 참석했는데, 어젠 낮에 날이 유난히 따스하실래 그냥 바지 하나만 입고 갔다가 덜덜 떨었습니다. 해 지면... 한겨울이죠..ㅎㅎㅎ

samadhi(眞我) 2017-02-26 14:16   좋아요 0 | URL
집회는 한 데서 하는 거라 기온 믿고 허술하게 나가면 아니되옵니다. 깔개랑 무릎담요도 챙기고 모자에 목도리 장갑... 과하다 싶게(?) 단단히 무장해야죠.
집회 거의 한번도 안 빠지신 분이 아직도 그렇게 몸 안 아끼시면 어떡합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7-02-26 15:49   좋아요 0 | URL
낮에 약속이 있어.. 영화관에 가야 해서.. 그때는 한낮이라 껴입기에는 좀 거시기하더군요..
원래는 가방 속에 방한 용품을 넣곤 했는데.. 안 가지고 갔더니.. 다음에는 넣어가야 겠습니다..
 

 

 

 

 

 

 

 

 

 

 

 

 

 

 

 

 

 

 

                                                   

 

아니,  선의보다는  정의가  먼저  :



 




안희정의 선의




 


 

                                                                                                       내가 오락실 주인이거나 만화가게 주인이 꿈이었을 나이에 안희정은 혁명을 꿈1)꿨다고 한다. 될 놈은 떡잎부터 다르다는데 난놈은 난놈이구나 _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광야에서 말 달리는 선구자 같은, 중2병적 허세'에 웃음이 나기도 한다.  안희정은 선의 논란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통섭을 거론하며 비판/분석/의심을 20세기 구-지성으로 규정하고 선의/통섭을 21세기 신-지성으로 분류했을 때,  나는 그가 철학을 전공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아,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데카르트는 " 의심한다는 사실로부터 나는 내가 생각한다는 것을 확신한다. " 고 말했다.  < 나는 생각한다 > 는 주체가 곧 < 나는 의심한다 > 라는 진술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데카르트는 의심을 생각의 중심으로 보았다. 

또한 프로이트는 데카르트(R. Descartes)의 『성찰』에 나오는 " 나는 생각한다. 따라서 나는 존재한다(cogito ergo sum) " 를 빗대어서 이렇게 고백한다. " 나는 확신할 수 없다, 나는 의심한다. " 프로이트에게 있어서 " 의심 " 은 확실성의 근거'이다. 안희정이 말하는 것처럼 비판적 사고는 지성의 한 분파이거나 한때 유행하던 것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이며 본질이다. 비판적 사고를 20세기 구닥다리 지성으로 치부하는 자세가 놀랍다. 무엇보다도 모두 다 사랑하리 _ 라고 노래부르는 태도에서 메시아 코스프레를 엿보게 된다. 내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죄 없는 자, 이 여인(박근혜)에게 돌을 던져라 !

안희정은 21세기 신 지식인답게 박근혜의 선의를 믿는다고 고백했지만, 이씹쌔기 구닥따리 좌파인 나는 안희정의 선의 따위는 믿지 않으며 안희정 따위의 선의도 믿지 않는다. 예수의 제자 중에서 도마는 유독 의심이 많은 제자'였다고 한다. 사흘 후 부활한 예수 앞에서 다른 제자들은 두려움으로 고개를 들지 못할 때에도 도마는 예수의 상흔을 일일이 확인하고 손가락으로 찔러보기도 한다. 그는 다른 제자와는 달리 조건 없는 믿음보다는 합리적 의심이 먼저였다. 내가 주목한 것은 도마가 아니라 예수'였다. 예수를 아름다운 사내'라며 감탄하는 이유는 의심하는 도마를 대하는 그의 태도에 있다. 예수는 의심하는 도마를 기꺼이 받아들여서 흔쾌히 상흔을 도마에게 보여준다.

 

의심 없는 믿음(맹신)과 무비판적 자세(맹목)가 결국에는 우상을 섬기기에 차라리 합리적 의심에 따른 사고'가 낫다는 사실을 예수는 알고 있었다. 사기꾼은 사기를 칠 때 " 사기 " 보다는 " 선의 " 를 가장한 몸짓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얻으려고 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안희정의 선의를 믿지 않는다. 그의 선의, 거짓을 포장하기 위한 몸짓처럼 보인다. 안희정의 선의 ?!  아니, 선의보다는 정의가 먼저 ■








​                                             


1) 안희정과 이광재(노무현의동업자들 운명에서 희망으로), 박신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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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7-02-24 18: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왕년에 운동(!)했다는 사람들 중에서 변질되거나 타락한 이들 적잖은 것 같습니다. 혁명 의지가 선의와 통섭의 정신(?)으로 바뀐 건 그렇다 치겠는데 여전히 국민을 몽매한 대상으로 낮추보고, 자신이 이들을 이끌고 나가야 한다는 선민/계몽 의식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 것은 솔직히 가관이라 봅니다. 아직은 좀 덜 망가진 김문수를 보는 것 같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2-24 18:17   좋아요 0 | URL
말투 보면 자신을 합리적 계몽주의자‘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중학교 때부터 독립투사 코스프레하는 버릇이 여전히 남아 있는 모양입니다..
차차기에서는 아마... 왕창 망가질 것으로 추정..

syo 2017-02-24 19: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보수 성향이셨을 어떤 분의 블로그를 지나가다가, ˝안희정은 문재인 이재명같은 버러지들보다는 낫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 확실히 전향한 것 같지는 않아서 지지하기가 힘들다.˝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뭐 이런 식의 이야기를 읽었어요.

진보 진영의 일부는 안희정이 보수 지지층을 흡수하고 진보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고 말하지만, 정작 보수의 안희정 지지는 그가 전향했다고 판단하는 데서 나오는 것 같아요.

저도 현재의 안희정이 1도 마음에 안 들지만, 지금은 그저 뭘 잘 모르거나, 아니면 몰라도 될 걸 불필요하게 많이 알거나 해서 그러는 것일 뿐, 충분히 더 괜찮은 정치인이 될 수 있을거라고 믿고 싶어요. 차차기도 어려울 지는 모르지만, 안희정이 올라갈 최고지점이 어딘지와는 별개로, 어쨌든 김문수 같은 괴물을 또 다시 만들지 않으려면 진보 지지자들의 따뜻하면서도 따끔한 관심이 필요할 것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2-24 19:33   좋아요 0 | URL
저도 한때 안희정이 보수표를 긁을 수 있는 중도확장형 후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약간 달라지게 되네요.. ㅎㅎ 하여튼 관심을 가지고 계속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누가 되었든 야당 후보에게 한 표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samadhi(眞我) 2017-02-24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희정 헛소리보다 탄핵이 물거품 될까봐 조마조마합니다. 그네 쪼가리들이 또 꼼수부리는 작당모의가 심상찮네요. 내일 우리 모두 촛불 꼭 들어야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2-25 13:59   좋아요 0 | URL
탄핵..... 생각만 해도 잠을 설치게 되죠. 기가되어서 박근혜 오만방자한 표정으로 정치에 복귀하는 것을 상상해 보십시오... 생각만으로도 끔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