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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 몬스터(2disc)
프루트 챈 외 감독, 이병헌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쓰 리 , 몬 스 터 :
이제는 부자가 착하기까지 하다
Q : 이 영화(쓰리 몬스터, 2004)는 프로렐타리아의 피 빠는 부르조아의 이야기인가? 선과 악의 문제를 다룬 것인가?
A : 이 스토리를 만들때 제일 처음 떠올랐던 경험이 있는데 << JSA >> 가 흥행한 직후 여기 저기서 초청이 많았다. 그중에 거절할 수 없었던 조찬모임이 있었는데 ' 21세기를 준비하는 어쩌구 모임 ' 이었다. 재벌 2세나 교수, 의사 등 나이가 나보다는 조금 어린 친구들이 모여 있는 모임이라 가긴 가면서도 밥맛이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다들 매너좋고 겸손하고 지적이고 ...... 선입견이 완전히 무너졌다. 사람이 삐딱하다 보니 그대로 받아들이면 될텐데 좋은 사람이라는 호감보다는 다 가진 놈들이 착하기까지 하구나 싶어 화가 나고 슬펐다. 이 사람들은 맨손으로 뭘 한게 아니라 이미 다 부자들이고 부를 세습한 이들이라 뭐 하나 부족함이 없어서 성격이 나빠질 일이 뭐있냐, 이전엔 천민자본주의가 있었지만 그들의 2,3세는 상류사회 환경 속에서 성장해서 나쁜 것을 할 필요가 없다. 그와 반대로 가난뱅이들은 욕망이 많은데 채워지지 않으니 삐뚤어질 수 밖에 없다. 미덕이 세습된다는 것. 그런 식으로 계급이 정착되고 벗어나기 어려워 지는 것이다. 개천에서 용 나듯이 그래봐야 상류사회의 매너나 교양을 얻을 수는 없다. 그건 나중에 다뤄봐야 겠다, ' 너무 착해 미움받는 사람 ' 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박찬욱 감독).
- 박찬욱 감독 인터뷰 중
박찬욱은 오래전에 어느 인터뷰에서 " 다 가진 놈이 이제는 착하기까지 해서 화가 나고 슬펐다 " 고 말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접했던 재벌 회장님과 그 종간나의 애새끼들만 생각했다가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어, 어어. 뭐지, 이 스마트하고 분홍분홍한 느낌은 ?!
그의 한탄을 듣고 있자니 기똥차게 재미있게 읽었던 고전 소설 한 편이 생각났다. 부유한 부르주아의 딸인 루시와 사촌 살롯은 이탈리아 피렌체 지방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자신들이 머무를 팬션 방이 전망이 좋지 않자 크게 실망하게 된다. 이때 자신들이 머물고 있던 전망 좋은 방과 바꿔주겠다고 선의를 보이는 부자(父子)를 만나게 된다. 여자에게 있어서 여행의 주된 목적은 아름다운 전망이지만 남자에게 있어서 여행의 주된 목적은 아름다운 여자를 만나는 것이니까. 선의를 주면 호의로 되돌아오리라. 루시와 살롯은 낯선 남자의 선의에 대해 의심을 품은 채 마지못해 받아들인다.
전망 좋은 방으로 옮긴 루시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창문을 열어젖히는 것이었다. 창문이 열리자 그림 같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와 ~ E.M 포스터 소설 << 전망 좋은 방 >> 의 도입부'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 부유한 부르주아는 가난한 쁘롤레딸리아보다 더 많은 (그림같은) 풍경을 선점한다 ! " 어디 전망 좋은 풍경뿐이랴, 프롤레타리아는 그럭저럭 그런저런 음식을 먹지만 부르주아는 미식을 향유하며 프롤레타리아는 기술을 제공하지만 부르주아는 미술품을 수집하거나 감상한다. 상류 사회는 < 美 - > 를 독점한다. 박찬욱 감독은 < 미래를 준비하는 어쩌구 모임 > 에서 다들 매너 좋고 겸손하며 지적이고 착한 재벌 3,4세들을 보고 충격을 먹었다고 고백하지만
사실 그들은 같은 계급(이너써클) 내에서만 착할 뿐이다. 재벌 3,4세들이 획득한 근사한 외모와 훌륭한 에티켓 그리고 교양은 몇 세대에 걸친 가계 개량의 승리이자 품종 계량의 승리'이다. 발에 똥 밟고 손에 피 묻히는 일은 이 아비의 몫이니 너희들은 좋은 것만 보고 먹고 자라라. 정략적 결혼을 통해 좀 더 우량한 아이를 만들어내고 기부 입학으로 학력을 높이고 상류계급의 에티켓을 습득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재벌 1세의 자식 농사'이다. 문제는 " 착함의 한계 " 에 있다. 그들이 타자에게 보이는 선의와 예의는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의 회원이 될 수밖에 없는 지위를 획득한 계급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자신이 속한 계급이 아닌, 열외 계급을 마주하게 될 때 표독스럽게 변하게 된다. 근사한 인테리어의 힘은 결국 수납의 힘이다. 잡동사니를 감출 때 실내 인테리어는 빛이 난다. 전망 좋은 풍경도 마찬가지'다. 회장님의 근사한 뷰'를 위해 노동자는 투명인간이 되어 제거된다. 이렇게 조작된, 전망 좋은 뷰를 보고 자란 아이들은 청소노동자를 투명인간 취급한다. 선의가 만민을 향하지 않고 특정 소수 계급에게만 적용된다면 그것은 착함이 아니다. 박찬욱은 그 사실을 놓쳤다. 그렇기 때문에 능력 있고, 부유하고, 착하기까지 한 남부러울 것 없는 인기 영화감독이 착하다는 이유만으로
고문을 당하는 단편 영화 << 컷(옴니버스 영화 쓰리 몬스터 중 한 편) >> 이 형편없는 까닭이다. 긴 말 하지 않으련다. 단편 세 개를 묶은 옴니버스 영화 << 쓰리 몬스터 >> 가운데 가장 후진 작품은 박찬욱이 감독한 << 컷 >> 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