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네 엄마, 일하시니 ?  :






토끼는 인생은 매한가지


                                                                                                          남들은 아침 7시에 일어나 학교에 갈 때 나는 9시에 일어나 밥을 먹고 걸어서 학교에 갔다. 차비는 차곡차곡 모아서 주말에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비용으로 사용했다. 당시 학교는 편법으로 아침 0교시 수업(정규 수업이 아닌, 아침 8시에 수업을 진행했다)을 진행했는데,  호랑이 선생님이었던 담임은 8시 이후에 도착한 학생은 1분에 한 대씩 매를 들겠다고 선포했다.


10분 지각이면 10대요, 20분 지나면 20대였다. 그런데 " 매의 셈법 " 이 분(分) 단위를 넘어 시(時) 단위로 넘어가면 애매모호한 구석이 발생하게 된다. 다른 지각생들은 분초를 다투느라 헐레벌떡 뛰어다녔지만 나는 시골 촌놈 서울 구경하듯 느린 걸음으로 아침 10시가 되어서야 학교에 도착하곤 했다. 담임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몇 대를 때릴 것인가 ?  매질이 가장 좋은 교수법'이라 믿었던 꼰대는 며칠 동안 매타작으로 나의 게으른 본성을 바꾸려고 했으나 결국에는 돌하루방'이란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어느 날, 선생은 나를 불러 상담을 하기 시작했다. - 너희 아부지 뭐 하시노 ? - 돌아가셨습니더. - 그럼 어머님은 일하시노 ? - 네에...... ( 이하 생략 )  


그 상담 이후,  나는 반에서 등교 시간이 자유로운 학생이 되었다. 내가 " 왕년 " 에 있었던 일을 소환하는 것으로 말머리를 시작한 이유는 " 어머님은 일하시노 ? " 라는 담임의 질문에 숨겨진 남성적 언어의 한계를 지적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그 질문과 동일한 자세로 대답하는 내 태도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데 있다. 여기서 " 어머님은 일하시노 ? " 라는 질문의 행간은 어머님이 " 직장일 " 을 하느냐는 것이지 " 집안일 " 을 하느냐는 질문은 아니다(어머님의 자리에 아버지를 대입하면, 선생은 " 아버님은 일하시노 ? " 라는 말 대신 " 아버님은 뭐하시노 ? " 라는 질문을 던졌을 것이다). 직장일이나 집안일이나 일터가 다를 뿐이지 동일한 노동 강도를 가진 일인진데,

담임의 질문에 대해서 나는 왜 당연하다는 듯이 " 집안일 " 이 아니라 " 바깥일 " 로 이해했을까 ?  간단하다, 집안일'을 노동으로 인식하지 못한 결과이다. 즉, 한국 사회에서 집안일은 노동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집안일을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다 보니 남존여비사상'은 사라지지 않고 사회적 불평등은 지속된다.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 박근혜를 감옥으로 보내고 정권을 교체하면 " 새로운 나라 " 가 시작될 것 같지만 결국은 " 새누리 " 다. 사자가 떠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늑대'이니까.  토끼인 당신 입장에서 보면 상황이 달라지는 것은 없다.

우두머리가 사자나 늑대나,  토끼는 (포식자인 그들에게 쫓기는) 토끼는 인생이니까.  양성평등 없이는 사회적 불평등은 사라지지 않는다. 늑대(정부)는 감소하는 토끼(인구)때문에 골머리를 썩인 지 이미 오래이지만 출산 장려 정책이랍시고 내놓은 것을 보면 답은 없다. 국가가 하기스 기저귀를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해서 출산 인구가 늘어날까 ?  토끼를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늑대가 토끼를 잡아먹지 않는 것이다. 그래야 토끼는 토끼지 않고 토끼를 낳아 기른다.  이 간단한 " 토끼 어바웃(taking about) " 을 이해 못하니 토끼들이 " 도끼눈1) " 을 뜨고 화를 내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여성 64%가, 성소수자의 84.7%가 생물학적으로 주어진 자기 정체성을 이유로 사회로부터 비난을 받을까 두려움을 느낀다고 한다. 이 값은 여성이라는 잰더 감수성의 특수성 때문이 아니라 남성 사회의 억압 기제'가 작용한 결과'이다. 여성을 단순히 가임이냐 불임이냐로 평가하거나, 기혼이냐 미혼(혹은 비혼)이냐를 두고 한쪽에게 책임을 묻거나,  바깥일과 집안일을 나누거나 남성 욕망과 여성 욕망2)을 다른 방식으로 평가하는 불평등 사회에서는 더 이상의 인구 증가는 없을 것이다. 천국은 지옥이 있기에 가능한 곳이다.

그렇기에 천국과 지옥은 동시대성을 갖는다. 당신에게는 천국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지옥이다. 당신이 안방에서 티븨 보며 등'을 지지 때, 누군가는 시댁에서 전을 지지며 지옥을 경험한다 ■




 

 

                                          

1) 도끼눈은 원래 토끼눈에서 변형된 것이다.

2) 남성이 자신의 은밀한 욕망을 드러내면 고백이 되지만 여성이 자신의 은밀한 욕망을 드러내면 쌍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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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7-02-26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근혜를 구속하라 특별검사 연장하라 자유한국당 해체하라 재벌을 해체하라...

6개월이 넘었는데도 아직 후유증이 남은 남편을 갈궈서 데려가 고생은 했지만 오랜만에 나간 집회라 신나서(?) 고래고래 구호 따라했더니
아직까지 목이 아프네요.

행진하다 골반도 발목도 아프다는 남편을 끄집고 중간에 새지도 못하고
다시 처음 집회장소까지 돌아왔어요. 불꺼진 똥누리 당사 앞에서 느그들 방빼! 고래고래 소리질렀는데
그것들이 정말로 없어질 날이 올지...
그네가 내려가도 그것들 다 쓸어버리지 않으면 그놈이 그놈이더라. 가 될 텐데 걱정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2-26 13:18   좋아요 0 | URL
진아 님, 광화문에 계셨군요 !!!!!!!!!
전 낮 기온 믿고 좀 헐겁게 입고 갔다가
추워죽는 줄....... 전 어제 한 120만 정도 계산했는데 100만 모였더군요..
어제도 무진장 모이셨더군요... 진아 님 수고하셨습니다.

어서 남편분께서 완쾌하셔야 하는데... ㅎㅎ

samadhi(眞我) 2017-02-26 14:08   좋아요 0 | URL
아뇨 광화문까지 갈 여력이 안 돼서 5.18광장, 금남로에 있었어요.
광주랑 서울은 경찰과 시민관계가 다르더라구요. 광주 경찰은 집회 나가는 시민의 안전을 걱정하는 진짜 경찰이었어요. 며칠 전에 광주경찰 페이스북에 올려진 글 봤는데, 시민의 마음을 이해하고 시민을 지켜주겠다고 하더군요. 과연 직접 보니 경찰이 집회 내내 옆에서 같이 걸으면서 중앙선을 넘은 아이에게 안쪽으로 들어가라고 위험하다고 하더라구요. 우와, 역시 광주. 이랬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2-26 14:07   좋아요 0 | URL
아, 그렇죠. 지방마다 전국적으로 집회가 열렸으니.. 아이고, 하튼... 수고하셨습니다..

samadhi(眞我) 2017-02-26 14:10   좋아요 0 | URL
집회 때는 옷 따숩게 입어야 해요. 어제 남편에게도 내복 입혀서^^ 데려갔지요. 저는 바람이 안 들어오는 비닐(?)재질 운동복 입고. 발토시하고.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7-02-26 14:13   좋아요 0 | URL
저도 항상 참석할 때는 스타킹(?) 입고, 위에 털 복슬복슬한 바지 입고, 그 위에 바람막이 바지 입고 참석했는데, 어젠 낮에 날이 유난히 따스하실래 그냥 바지 하나만 입고 갔다가 덜덜 떨었습니다. 해 지면... 한겨울이죠..ㅎㅎㅎ

samadhi(眞我) 2017-02-26 14:16   좋아요 0 | URL
집회는 한 데서 하는 거라 기온 믿고 허술하게 나가면 아니되옵니다. 깔개랑 무릎담요도 챙기고 모자에 목도리 장갑... 과하다 싶게(?) 단단히 무장해야죠.
집회 거의 한번도 안 빠지신 분이 아직도 그렇게 몸 안 아끼시면 어떡합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7-02-26 15:49   좋아요 0 | URL
낮에 약속이 있어.. 영화관에 가야 해서.. 그때는 한낮이라 껴입기에는 좀 거시기하더군요..
원래는 가방 속에 방한 용품을 넣곤 했는데.. 안 가지고 갔더니.. 다음에는 넣어가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