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의 조건

 

 

 

 

 

 

 

 

 

 

                                                                                                   사전 선거를 치르던 날, 작은 사고가 있었다. 어느 여성이 한눈 팔고 길을 걷다가 달리는 오토바이와 부딪힐 뻔했다. 내가 그녀의 팔목을 잡아당기지 않았다면 사고가 났을 것이 분명하다. 다행히도 작은 상채기를 제외하고는 멀쩡했지만, 접속 사고인 만큼 사후 처리를 위해 피해 여성은 내 연락처를 물었다.

어제 그 여성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사례금이라도 준다는 것일까 ? 약속 장소에 나가 보니 그녀 옆에는 아버지로 보이는 노인이 있었다. 흰 수염이 멋진 노인이었다. 그가 말했다. 나, 계룡산 봉자골 산신령이오 ! 자네가 내 딸을 구했다고 ? 오, 오오. 축복이로다. 소원을 말해보게나. 뭐든 들어주겠소. 안철수가 4차 산업 혁명을 입술이 부르트도록 외치는 마당에 산신령이라. 나는 농담처럼 말했다. " 모건 프리먼의 목소리와 베컴의 턱선, 브래드 피트의 양미간, 말론 브란드의 눈빛, 탐 크루즈의 짙은 눈썹을 닮은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습니다. " 산신령은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하, 알았노라. 오늘 밤 집에 가서 푹 자거라. 새날이 오면 어제와는 다른 네 모습을 보리라. 그날 밤은 달콤한 잠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맙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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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송은 " 드라마 천국 " 이다. 시간대와 관계 없이 티븨 채널을 돌리면 어디서나 다양한 드라마를 볼 수 있다. 한국인이 유독 드라마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한국 사회가 문자문화(literacy)보다는 구술문화(orality)에 가깝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문자로 구성된 책보다는 입말의 장관으로 이루어진 영상에 반응하는 사회라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식자력(識字力)은 높지만 문해력(文解力)은 낮은 편이어서 독서 문화가 발달하지 못한 채 영상 문화가 우위를 점한 상태'이다. 좁은 의미로 " 스토리텔링 " 을 음성이나 행위를 통해 소비자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라고 정의한다면, 한국인을 지배하는 서사는 스토리텔링'이다.

상품성이 뛰어난 스토리텔링의 조건은 드라마 << 다모 >> 에서 탤런트 이서진이 한 말에 압축되어 있다. " 아프냐 ? 나도 아프다. " 즉, 드라마 속 주인공의 아픔에 시청자가 공감할 때 시청률은 오른다. 반대로 성품성이 떨어지는 스토리텔링은 조용필이 부른 노래 가사에 담겨 있다.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그러니까 주인공과 시청자가 따로 노는 서사'가 상품성이 떨어지는 스토리텔링이다. 스토리텔링은 비단 드라마나 영화에 국한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살아온 날-들도 하나의 스토리텔링'이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는 훌륭한 스토리텔링을 가진 캐릭터다. 육영수와 박정희의 피살,

독재 정권의 몰락 그리고 청와대에 재입성하기까지 그녀가 살아온 날-들(스토리텔링)은 흥행성을 갖춘 서사'였다. 유권자가 독재자의 딸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하지만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흥남부두 같은 " 최루성 신파 휴먼 드라마 " 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두 팜므파탈의 " 삥땅 프로젝트 필름 느와르 장르 " 였으니 환불 소동이 일어날 수밖에. 이처럼 스토리텔링은 뛰어나나 각각의 요소가 이질적으로 조합하다 보면 이상한 영화가 탄생한다. 각각의 요소를 적재적소에 나열하는 것이 연출의 힘이다. 문재인도 뛰어난 스토리텔링을 간직한 인물이었다.

노무현과 문재인의 브로맨스도 훌륭했고 그가 살아온 날들도 훌륭했다. 스토리텔링이 뛰어나다 보니 굳이 자극적인 연출이 필요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문재인이 웃으면 관객도 따라 웃기 시작했다. 서로 공감한다는 의미이다. 그는 성공한 드라마다.

 

-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거울을 들여다본 나는 비명을 질렀다. 배컴의 목소리와 탐 크루즈의 키, 모건 프리먼의 왕코, 말론 브란드의 머리숱. 시바......  지금 나는 거울을 통해 최상의 요소로 최악의 조합을 이룬 스토리텔링을 보고 있다. 나는 낮게 소리쳤다.  내 이놈의 영감탱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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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7-05-11 16: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거울이 잘못된건지도 ^^..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05-12 10:42   좋아요 0 | URL
거울이 잘못되었나 화장실 거울도 보았으나.. -_-

3시 2017-05-12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선균을 맹글어 달라고 했으면 성공했을것을.아까비~
큰 키에 목소리 멋지고 잘 생기고.
영감탱이가 바다건너 이방인을 어찌알겠소!

곰곰생각하는발 2017-05-12 10:4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전 개인적으로 이선균 목소리에 그닥 흥미를 가지지 않는 1인이라서요..
목소리 하면 좀 굵직해야죠. 모건 프리먼 목소리가 짱입닛닷..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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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들아, 얼큰한 순두부 찌개를 다오  :











홍준표라는 올드 보이



친구가 마지막으로 선보인 음식은 딤섬'이었다. 짬뽕으로 승부하기에는 경쟁이 치열해서 고급화 전략'으로 딤섬 요리 기술'을 틈틈이 공부하고 있다며 내놓은 것이다. 내가 만두'라고 했더니 그는 화를 냈다. " 그, 그그그그것은 딤섬에 대한 모독이야 ! " 딤섬을 點心'이라고 적는단다. 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이름이 시적이어서 마음에 들었다. < 올드보이 > 에서 최민식이 질리도록 먹었던 군만두'는 서비스 메뉴'였을 것이다. 이런저런 추론을 해보면 유지태는 최민식을 사설 감옥'에 보내면서 날마다 밥값을 지불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밥값은 사설 감옥 직원들의 공돈으로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고 대신 서비스'로 나온 군만두를 주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 그러니깐 최민식은 15년 동안 직원들이 점심을 시켜 먹고 남은, 서비스로 나온 만두만 먹다가 속 터져버린 이야기다. 만약에 최민식에게 군만두 대신 딤섬을 點心 으로 내놓았다면 그토록 비극적이지는 않았으리라. 짬뽕이 맵고 자극적이었다면, 김이 모락모락나는 딤섬'은 담백하고 순한 맛있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젊을 때는 자극적인 것을 탐하다가 늙으면 순한 맛에 매료된다.

 

- 보수란 무엇인가, < 짬뽕과 딤섬 > 中

 


                                                                                                 소 뒷걸음질하다가 쥐 잡은 꼴이지만, 홍준표 득표율이 25% 가 될 것이라는 내 예측이 얼추 맞아떨어졌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단순한 계산법을 동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각하 님 탄핵 반대 여론이 25%였다는 것을 근거로 삼았다. 둘째,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준표에게 준 표 25%는 일종의 심리학적 인지부조화로 " 콩코드 효과1) " 에 해당된다. 박근혜의 잘못을 인정하고 지지를 철회한다는 것은 그를 믿고 따랐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해야 되는데 바로 이 지점에서 심리적 인지부조화가 작동을 하게 된다. 그동안 박근혜에게 투자했던 열정이 말짱 도루묵이 될 판이니 못 먹어도 고 _ 를 외치는 것이다. 정치적 지지도 감정이 투자되는 일이기 때문에 열성 지지자들은 지지를 철회해야 마땅한 사태가 전개된다고 해도 지지를 철회하기는커녕 더욱 광신적인 지지를 보낼 수 있다.

그간 쏟은 노력과 정열이 아깝고 억울해서다2). 그러니까 25%는 비싼 돈을 주고 옷을 샀는데 어울리지 않을 때 발생하게 되는 심리적 딜레마와 유사한 것이다. 버리자니 아깝고 입자니 부끄러워서 장롱 속에 처박아둔 철 지난 밍크 코트 같은 심정이리라. 그런 마음이 모이고 모여서 만든 것이 25%이다. 홍준표 입장에서 보면 챙길 것 다 챙겼으니 아쉬울 것 없는, 성공한 결과이다. 그가 목표로 삼은 득표율이 25%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홍준표식 선거 전략은 매우 쉬운 전략이다. 박근혜 지지자를 군만두를 먹고 싶은 유권자로 치환해서 설명하자면 홍준표는 선거 내내 군만두 이야기만 꺼낸 것이다. 

일식집에 가서도 군만두 이야기, 베트남 쌀국숫집에 가서도 군만두 이야기, 자나깨나 군만두 이야기. 군만두가 최고예욧 !  하지만 사람 입맛이란 다양해서 떡볶이와 순대를 먹고 싶은 사람이 있고, 또 누군가는 짜장면을 먹고 싶은 사람도 있다. 이 모두를 아우르는 것이 바로 선거 전략이다. 하지만 홍준표는 떡볶이와 순대를 먹고 싶은 사람과 짜장면을 먹고 싶은 사람은 배제하고 오로지 군만두만 먹고 싶은 유권자를 겨냥했으니 그들에게 지지를 받는 것은 쉬운 일이지 않을까 ?  홍준표식 전략은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은 전술이다. 하나만 계속 먹다 보면 나중에는 질리기 때문이다.

여기 군만두만 먹다가 속 터진 캐릭터가 있다. 바로 영화 << 올드 보이 >> 이 오대수(최민식)이다. 그는 사설 감독에서 군만두만 먹다가 질린 나머지 복수를 다짐한다. 이 놈들아, 얼큰한 순두부 찌개를 다오 !  홍준표와 25%는 오대수를 닮았다. 특이 식성을 가진 그들에게 어줍잖은 충고 한 마디 하자면 이 세상에는 군만두보다 맛있는 음식이 많아요 ■






​                                       


1,2)                   1969년 프랑스와 영국이 합작 투자한 콩코드(Concorde) 비행기가 탄생해 1976년부터 상업 비행을 시작했다. 콩코드는 최고 속도가 마하 2.2로 마하 1에 못 미치는 기존 보잉기보다 2배 이상 빨라, 파리-뉴욕 간 비행 시간을 종전 7시간에서 3시간대로 단축했지만, 높은 생산비, 기체 결함, 소음과 대기 문제 등으로 전망은 매우 어두웠다. 가망이 없는데도 계속 투자하다가 총 190억 달러를 쏟아부은 끝에 2003년 4월에서야 운행을 중지했다. 남은 건 ‘콩코드 효과’라는 말이다. ‘콩코드 효과’는 학술적으론 ‘매몰 비용 효과(sunk cost effect)’라고 한다. 매몰 비용은 이미 매몰()되어 버려서 되돌릴 수 없는 비용으로 ‘함몰 비용’이라고도 한다. 우리 인간에겐 돈이나 노력, 시간 등을 일단 투입하면 그것을 지속하려는 강한 성향이 있는데, 이를 가리켜 매몰 비용 효과라고 하는 것이다. 이는 낭비를 싫어하고 또 낭비하는 것으로 보이는 걸 싫어하는 동시에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기 싫어하는 자기 합리화 욕구 때문에 발생한다. 경제학적 인지 부조화 이론이라고 볼 수 있다.  ( [네이버 지식백과] 매몰 비용 - 왜 헤어져야 할 커플이 계속 관계를 유지하는가? (감정독재, 2014. 1. 9., 인물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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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05-10 16: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선거가 끝나고, 프사도 바꾸고 났는데 뭔가 허탈합니다. 이제까지 딱히 뭘 한 것도 없지만, 이제부터 대체 뭘 해야 할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5-10 16:22   좋아요 0 | URL
안철수 계속 씹어야죠..

syo 2017-05-10 16:26   좋아요 1 | URL
그 껌은 너무 씹었는지 이제 단물이 안나오는것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5-10 16:35   좋아요 0 | URL
ㅋㅋㅋ 그런가요. 전 아직도 이언주, 고연호, 김유정, 박지원 이런 분들 용서가 안 됩니다.

syo 2017-05-10 16:38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턱이 쉴 틈이 없겠네요.... 정치인들땜에 사각턱됨....

만화애니비평 2017-05-10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발님의 킥은 멈추지 않아~!

곰곰생각하는발 2017-05-11 13:28   좋아요 1 | URL
마애비 님 요즘 왜이렇게 뜸하십니까 ? 뭔일 있었수?

만화애니비평 2017-05-11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친구가 생겨서 그렇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5-11 13:44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렇군요. 축하드립니다..
 

 

 

 

                                    

사슴도 아니면서 서슴없이 :




맹주에서 맹추로




 


                                                                                                                                                       문재인은 성공했다. 과반 득표에는 실패했다지만 5자 대결 구도에서 과반은 애초에 미션임파서블한 목표이다. 오히려 2위 후보와 557만 표 차이로 이겼으니 " 압도적 승리 " 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보수 언론이 과반에도 못 미치는 득표 - 프레임으로 네거티브하면 2위 후보와의 압도적 표 차이 - 프레임으로 포지티브하면 되니 절묘한 결과이다. 2위인 홍준표 입장에서도 잃을 것 하나 없는 결과였다. 민주공화제 대신 돼지발정제를 세우려 했던 홍준표의 선방을 놓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세계 어딜 가나 수구 꼴통을 지지하는 세력은 대략 20% 정도는 있는 법, 프랑스의 르펜을 보라. 유승민도 실보다는 득이 많은 결과였다. 싹을 심었으니 뿌리를 내리길 바란다. 다만, 꽃은 피우지 마시길 !  심상정 후보도 진보 정당 후보 중 가장 많은 득표를 해서 기쁜 날이었다. 그렇다면 3위인 안철수는 ?!

좆됐다. 선거 결과만 놓고 보자면 문재인은 대상, 유승민과 심상정은 아차상, 안철수는 울상인 셈이다.  참고로 홍준표는 연구대상. 주역으로 안철수의 괘를 보니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왔다. 득은 없고 실만 가득하니 가는 길에 똥이나 밟아라.                          흥미로운 괘'라 더 살펴보았다. " 호남의 맹주 " 라고 자부했던 이가 쾌남아와 싸워 급전 급락할 운이니 앞으로 " 호남의 맹추 " 가 될 팔자로다.                      무릎 탁 _  치고 아 _ 했다.  주역 점괘가 신통방통하구나. 양다리 걸친 플레이보이의 최후라고나 할까. 절묘하구나. 맹주에서 맹추가 된 기분은 어떨까 ? 

누굽니꽈~ 라는 이상한 종결 어미로 판을 뒤집으려다 후라이팬에서 쏟아져 땅바닥에 떨어진 빈대떡 신사가 된 남자.  실물 정치학에서 新자승자박 네거티브 전략( 내가 mb아바타입니까, 내가 갑철수입니까 ? ) 을 구사해서 대선 때만 되면 방송에서 두고두고 회자가 될 남자.  입만 열면 국민만 보고 정치한다면서 정작 입만 열면 문모닝만 했던 남자.  초록은 똥색이라고 국민의당'도 빈대떡 신사가 될 팔자'다.  문재인과 " 프리허그 " 한 여성 유권자에게 " 간택 " 이란 표현을 사슴도 아니면서 서슴없이 내뱉던 고연호나, 세월호 단식 때 문재인의 폭식 의혹을 제기하며 사자도 아니면서 죽자 사자 하며 물어뜯었던

김유정이나, 기린도 아니면서 수렴청정이라는 그림을 기린(그린) 박지원도 이제는 앞날이 개똥밭이 되었으니 그들 모두 토끼도 아니면서 토껴야 할 판이다.  걱정도 팔자라고 내가 화려한 그들의 험난한 앞날을 걱정한다. " 불광동 오팔자 님이 신청하신 곡입니다. 한복남 씨가 부릅니다. 빈대떡 신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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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7-05-10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준표의 득표율은 높고, 심상정의 득표율은 낮을 것이라는 곰곰발 님의 예상이 맞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5-10 11:11   좋아요 1 | URL
예상은요, 어디서 다 주워들은 거죠..
전 홍준표가 25%에 근접하는 득표를 얻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박근혜 탄핵 반대 여론이 25%였으니까요. 홍준표가 처음부터 목표치를 설정한 기준은 그 25%였으니 홍준표 입장에서는 잃을 것 하나 없는 결과죠.

마립간 2017-05-10 11:52   좋아요 0 | URL
모든 판단은 첩보와 정보(, 쉽게 이야기하면 주워 들은 것)에서 자신의 가치관과 통찰을 적용한 것이죠.

곰곰발 님의 글로 표현되었다는 것은 ; 헛되고 왜곡된 첩보와 정보 중에서 취사선택하고 옳게 판단했다는 것입니다.

박근혜 탄핵 반대가 25%였어도 그 표의 대부분이 ‘홍준표‘로 쏠린 것은 의외로, 트럼프 따라하기가 우리나라에서도 통할 줄 몰랐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5-10 12:01   좋아요 0 | URL
전 프랑스 극우 르펜이 결선 전에 20% 이상의 지지율이 나오는 거 보고 세계 어디에서 극우는 20%는 존재하는구나 했습니다. 자유당의 기준으로 보자면 프랑스는 좌익 빨갱이 새끼들이 사는 나라거든요.. 탄핵 반대 25%나 돼지발정제 홍준표 지지율 24%도 다 그 맥락이 아닐까 싶습니다..

2017-05-10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10 1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투표와 독서




 



 

 

 

 

 

 

                                                                                                          

 

                                                                                                                                                       학습 효과'는 생각보다 놀라운 결과를 초래한다. 어떤 원인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을 때, 숨탄것은 그것을 기억 속에 각인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어떤 행위가 나쁜 결과로 이어졌을 때, 숨탄것은 그것을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것이 쌓이고 쌓여서 종의 성공적 번식에 기여한다. 그러니까 현-존재'란 학습과 각인 그리고 회피의 합작인 셈이다. 19대 대통령 보궐 선거 국면에서 정치 평론가들은 누가 대통령이 되든 여소야대 정국이기 때문에 (대통령 당선자의) 힘이 빠진 형국이라고 말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된다는 가정 아래'에서 말하자면, 그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든든한 지지'를 받는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노무현의 비극적 죽음이라는 실패를 학습한 시민은 이 실패가 다시 반복되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이 실패가 주는 교훈은 < 대통령이 국민을 지킨다 > 는 명제가 아니라 사실은 <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 > 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는 점이다. 그때 우리는 승리에 도취되어 " 국민이 외면하는 순간에 대통령이 국민을 지킬 수 있는 힘을 잃는다 " 는 것을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면전 앞에서 사납게 짖는 개보다 조심해야 될 놈은 앞에서는 꼬리를 흔들다가도 뒤돌아서는 순간 발뒤꿈치를 물어뜯는 개'다. 그것이 수구의 민낯이다. 노무현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그렇게 뒤꿈치부터 뜯어먹혔다. 선거 전야, 오늘 같은 밤. 숨을 쉬면서 절망에 숨을 거두어들인, 발뒤꿈치를 물어뜯긴 한 남자에 대해 생각한다. 머리맡이 소란스럽다. 그는 알고 있었을까, 오늘 같은 날을.

 

노무현의 죽음은 그를 지지했던 유권자에게 트라우마에 가까운 죄책감을 안겼다. 그렇기에 이번에 문재인을 지지하는 유권자는 대통령 당선에 그치지 않고 대통령 당선 그 후'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는 대통령 후보를 결정할 때 " 정책 공약 " 은 부차적 요소로 치부한다.  정책 공약은 앞으로 나아갈 국정 운영의 청사진이기는 하나, 그것만을 놓고 후보를 결정하는 것은 위험한 함정에 빠질 수 있다. 박근혜의 정책 공약집을 살펴보면 이해가 빠르다. 구구절절 옳은 소리여서 밑줄 그을 문장이 많다. 오죽했으면 자유한국당으로부터 친북좌파라는 소리를 듣던 노회찬 의원이 박근혜 정책 공약집을 가리켜 " 가장 훌륭한 정치학 서적 " 이라고 했을까.

대통령 선거에서 유권자는 미래 가치에 투자하는 성향을 보인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 사람이 살아온 날들에 대한 지지'이다. 투표 행위는 책에 그은 밑줄과 같다. 책을 읽다가 좋은 문장이 나오면 밑줄을 긋듯이(그 행위는 저자의 문장에 동의한다는 독자의 의사 표시이며 지지 선언이듯이)  투표 행위도 그렇다. 아직 읽지 않은 페이지의 문장으로 채워진 정책 공약집에 밑줄을 그을 수는 없다. 유권자이자 독자인 내가 그 사람이 살아온 날-들을 기록한 자서전에 밑줄을 긋는다는 것은 그 사람이 살아온 날들에 동의한다는 의사 표시이며 지지 선언이다. 나는 문재인과 심상정이 남긴 문장에 밑줄을 긋는다.

다섯 권의 책 가운데 밑줄을 가장 많이 그은 책은 두 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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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5-09 00: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선거에 나간 것도 아닌데 잠이 안 오고 긴장되네요. ^^: 마치 탄핵심판 전날 같은 밤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5-09 00:33   좋아요 2 | URL
ㅎㅎ 저도 그렇습니다. 1주일 동안 초조불안 상태의 지속이었습니다.. 좋은 결과 있겠지요. 노무현 생각나는 밤입니다..

yureka01 2017-05-09 00: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밑줄은 지지의 표현....포스팅 글 한번 찰지네요..저도 동의합니다.적~극~적으로!~

곰곰생각하는발 2017-05-09 00:46   좋아요 2 | URL
홍준표와 안철수 자서전에서 우리가 과연 밑줄을 그을 문장이 있을까요 ? 아마.. 한 줄도 없을 겁니다.
라면 먹을 때 냄비받침으로 써야 할 것 같습니다..

bookholic 2017-05-09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더디 갑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7-05-09 10:51   좋아요 0 | URL
비도 오고 좋네요... 어젠 문득 문득 노무현 생각을 했습니다..

수다맨 2017-05-09 0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통령 선거에서 유권자는 미래 가치에 투자하는 성향을 보인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 사람이 살아온 날들에 대한 지지‘이다˝ 이 부분 읽다가 감탄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5-09 10:52   좋아요 0 | URL
어떤 이는 정책 보고 판단하자고 하더군요. 웃었습니다.

2017-05-10 1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10 1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누가 그의 뒤통수를 때렸나





팔괘, 육효, 오행으로 앞날의 운수나 길흉을 따지는 점술(占術)을 믿지 않지만 신문 한켠을 차지한, 저 어두컴컴한 변방의 꾀죄죄한 구석에 자리잡은 " 오늘의운세 " 는 꼬박꼬박 챙겨 본다. 내 상황에 맞는 띠별/생년월일 운세를 살펴보니 다음과 같다. 우연히 남의 재물이 내 손안에 들어와 재물이 쌓이는 운이나 기인을 만나 화를 얻을 운세이니 가급적 외출을 삼가라.  처음에는 " 기인 " 을 " 귀인 " 으로 받아들여서 오늘 나의 하루가 운수대통이라 생각했으나 다시 보니 기인'이었다. 기이한 사람을 만날 운세라...... 오늘의 운세에 몸을 사릴 내가 아니다.

사전선거를 하기 위해 동사무소를 향하다가 길에 떨어진 돈을 주웠다. 천 원짜리 종이돈이었다. 이게 바로 남의 재물이 내 손안에 들어와 재물이 쌓이는 운이로구나. 피식 _ 웃었다, 천 원짜리 종이돈도 재물은 재물이니까. 우연이었을까 ? 기분 좋은 마음으로 투표를 하고 나오는 길에 다시 한 번 길바닥에 떨어진 돈을 주웠다. 이번에는 만 원짜리 종이돈이었다. 두 번 연속으로 우연한 행운을 잡자 문득 아침에 읽었던 오늘의 운세가 떠올랐다. 재물이 쌓이는 운, 재물이 쌓이는 운, 재물이 쌓이는 운...... 그때였다. 이번에는 오만 원짜리 종이돈이 길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  나는 기쁜 마음'으로 냅다 돈을 주웠다 ㅡ


라고 말할 줄 알았지 ? 아니다. 행운이 세 번 연속으로 우연히 발생하자 나는 이 행운이 생시가 아니라 꿈이란 사실을 알아차렸다. 하는 일마다 되는 일이 없었던 아비의 자식으로 태어났으니 이런 행운은 꿈속에서나 가능한 법이다. 그때였다. 처음 보는 사람이 내게 다가와 친근하게 말했다. " 나야 만근이, 황만근 ! 국민학교 동창, 코찔찔이 만근이라고. 네가 항상 놀리고는 했잖아. 만 근이 아니라 돼지고기 반 근짜리 비계 새끼'라고 말이야 ? " 그는 웃으면서 말했지만 목소리에는 적의를 내품고 있었다. 그는 돼지고기 반 근짜리 비계 새끼'라는 별명과는 어울리지 않는 외모였다.

검게 탄 피부와 근육질 몸매 그리고 날카로운 눈매는 오히려 도베르만 같은 사냥개를 닮았다. 만근이?  돼지고기 반 근짜리 비계 새끼 ???!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이름은 아니었다. 돼지꿈인 줄 알았는데 개꿈으로 끝이 나는구나. 꿈속의 만근이는 생글생글 웃더니 내 볼을 힘주어 꼬집었다. 아, 아아아 ! 내가 아프다고 소리를 치자 돼지고기 반 근짜리 비계 새끼'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는 이렇게 되물었다. " 꿈인지 생시인지도 모르는 놈 ! " 낯선 사내의 말에 화들짝 놀란 나는 내 볼을 스스로 꼬집어보았다. 아프다. 감각이 살아 있는 것이다. 그때였다. 누군가가 내 뒤통수를 쎄에에에게 후려쳤다. 

나는 그 자리에 쓰러졌다. 누군가가 동요 퐁당퐁당 멜로디에 맞춰 휘파람을 불며 노래를 곁들이는 소리가 들렸다. 홍당안당 돌을 던지자 / 누구 몰래 돌을 던지자 / 똥물아 퍼져라 / 멀리멀리 퍼져라. 남의 재물이 내 손안에 들어와 재물이 쌓이는 운이나 기인을 만나 화를 얻을 운세이니......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병상에 누워 있었다. 안압으로 인하여 앞은 잘 보이지 않았다. 내가 의식에서 깨어나기를 기다렸던 사람이 있었다. 그는 자신을 보험회사 직원이라고 소개했다. " 깨어나셨군요. 아까 의사 선생인 깨어나시면 진통제라며 알약 하나를 저에게 주시더군요. 일단, 삼키시고요... 네네, 아 _ 하세요. 곰곰생각하는발 님 뒤통수 난타 사건이 대선 정국과 맞물리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습니다. 마침 오늘 이 사건과 관련된 사과 방송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크, 시간이 됐군요. SBS 8시 뉴스입니다. " 그가 티븨를 켜자 중년의 남자가 심각한 표정으로 사과문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저의 직원으로 인해 상처를 받으셨을 피해자 가족과 피해 당사자 그리고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저의 직원이 사람을 혼동하여 뒤통수가 닮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뒤통수를 후려친 점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고의는 아니었음을 말씀드립니다. 이와 관련하여 이번 사건을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때린 놈보다 맞은 놈이 발 뻗고 잔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희는 어제 하루 종일 불편한 마음을 가눌 수 없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님, 어제는 숙면하셨는지요 ?  당신이 속 편하게 달달한 잠을 주무실 때 저희는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아아, 그 불면의 밤을 생각하면 내 스스로에 대한 연민이 솟구쳐 오릅니다. 앞으로는 이런 불상사가 없도록 불철주야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사과문 낭독이 끝나자 보험회사 직원이 말했다. "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를 했으니 처벌 수위는 100만 원 미만의 벌금형을 받을 것입니다. 대한민국 법이라는 게 반성하면 감형 사유가 참작되거든요. 뒤통수가 깨진 곰곰생각하는발 님은 억울하시겠으나 어쩌겠습니까. 실수라고 하는데 말입니다. "   그 말을 듣는 순간 빡이 돌았다. " 아니, 저 시발놈이 그냥 앗, 나의 실수 _ 라고 한 마디 하면 끝이 납니까 ?  나는 죽을 고비를 넘겼으며 앞으로 후유증을 걱정해야 되는데 ? 그리고... 사과를 하는 놈이 뭐가 그리 잘났다고 뻣뻣합니까 ? 그래, 시발놈아 ! 나, 그냥, 아주 잠에 골아떨어져서 3일 만에 깼다, 이런 시부럴...... "  

보험회사 직원은 별다른 반응 없이 사무적인 일처리를 끝마치고는 문을 열고 자리를 떠났다. 닫힌 문 너머 복도에서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는 이내 낯익은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홍당안당 돌을 던지자 / 누구 몰래 돌을 던지자 / 똥물아 퍼져라 / 멀리멀리 퍼져라. 티븨에서는 곰곰생각하는발 뒤통사 난타 사건을 두고 홍준표가 소속된 당과 안철수가 소속된 당이 협공으로 문재인이 소속된 당을 공격하고 있었다. 나는 낮게 속삭였다. 니미, 조또...... 시바. 졸음이 몰려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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