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와 공작새




                                                                                                        모두 다 이세돌을 응원했을 때, 나는 알파고를 응원했다. 한 돌, 두 돌, 세 돌..... 경우의 수가 팽팽하게 대립하면서 알파고가 유리한 포석으로 좌표를 선점할 때마다 나는,  

가시는 길에 영광 있으라.                       기계가 인간을 밀어내고 세상을 지배할 것이란 공포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 SF 영화의 팔 할은 기계 문명화 사회를 다룬다. 인간이 기계에 대해 우려하는 지점은 " 무오류성(자동화 시스템)의 오류 가능성 " 이다. 예를 들민 무인 자동 운전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운전대를 기계에게 맡기다니, 믿을 수 있냐 ?  한술 더 떠, 이거 실화냐 ?                      이럴 때,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기계에게 운전대를 맡겨서 사고가 날 확률과 인간에게 운전대를 맡겨서 사고가 날 확률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위험할까 ? 

적어도 기계는 전화 통화를 하느라 딴눈 팔거나, 홍준표처럼 낮술 먹고 오락가락하거나, 밤술 먹고 가로등을 향해 돌진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무인 자동 운전 시스템이 보다 더 안정적이다.  인간은 " 인간의 오작동 " 에 대해서 무지할 뿐더라 무례하다.  인류 멸망이 지구 멸망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인간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간은 인류 멸망이 지구 멸망이라고 인식한다. 만약에 이세돌이 알파고를 이겼다고 해서, 다시 말해서 인간 지성이 인공 지능을 이겼다면, 인공 지능이 인간 지성을 압도하는 사회보다 더 희망적일까 ? 인간 지성의 오류는 인공 지능의 오류보다 치명적인 경우가 많다.

굳이 머나 먼 나라의 히틀러 총통 각하 님을 호명할 필요는 없다. 가까운 나라의 이명박과 박근혜 대통령 각하 님'도 있으니 말이다. 트럼프와 두테르테는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었으며 보우소나르(브라질), 호퍼(오스트리아), 르펜(프랑스)의 발광 다이오드적 극성도 지적 에러가 낳은 현상'이다. 안철수 신화의 핵심은 멘토(링) 정치'다. 멘토 신화의 정점은 김난도였다. 김난도는 청춘을 싸잡아서 환자로 계급 강등시킨 후 위로와 공감 전략으로 어르고 달래거나 때론 타이른다. 김난도가 달달한 지적질로 승부를 건다면 김미경은 밥집 욕쟁이 할머니로 트랜스포머한다. 

그런데 멘토는 " 꼰대의 부드러운 버전 " 에 불과하다, 멘토와 꼰대의 핵심은 지적-질'이니까. 믿쑵니까 _ 라고 외치는 멘토를 향햔 멘티의 리스펙트는 다음과 같다. 와와 !  안철수는 한때 희망교 교주로서 수많은 신도를 거느렸으나 이제는 철저하게 그들에게서 외면당하는 처지가 되었다. 믿쑵니까 ?  돌아오는 대답은 밉습니다 ! 나는 죄를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헛웃음만 난다. 사실, 죄가 무슨 죄인가. 오히려 죄는 미워하지 말되 사람을 미워해야 되는 것 아닐까 ? 공작새가 자기 몸집보다도 큰 날개를 가졌지만 정작 날지 못하는 이유는 화려한 날개 때문이다.

화려한 볼거리를 위해 총천연색 깃털의 스펙타클을 키우다 보니 몸집보다 날개가 무거워진 탓이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화려한 공작새의 날개는 날개가 아니라 꽁지깃이다. 안철수도 마찬가지다. 그가 한때 대중에서 선보였던 화려한 날개는 알고 보면 꼬리였다. 꼬리가 길거나 무거우면 정작 날지 못하거나 잡히는 법이다. 그것이 공작 정치의 한계이다. 지록위마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꼬리를 가리켜 날개라 한다. 그때 그 당시, 우리가 열광했던 것은 날개가 아니라 꼬리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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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7-07-06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하게 우리는 인간을 기계보다 맹신하는 경향이 있는 듯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기계보다 인간이 훨씬 더 오류 투성인데 말이죠.ㅎ

저는 안철수가 이런 꼴 날 줄, 첨에 몰랐습니다. 첨에 멘토 강의할 때, 딱 그때가 좋을 때였죠. 안철수의 실체가 좋은 이미지로 과대포장된 상태였을 때니까요. 마지막 말씀에[ 무릅을 치게 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7-06 21:26   좋아요 0 | URL
안철수는 꼬리가 너무 커서 날지 못하게 된 공작새 신세입니다, 제가 보기엔 딱 그 정도이고,
새 정치도 알고 보면 새(NEW)가 아니라 새(BIRD)였습니다..

표맥(漂麥) 2017-07-07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런 비유법이 그냥 팍팍 떠오릅니까? 너무 부럽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7-07 15:08   좋아요 0 | URL
이게 다.. 안철수 덕입니다..ㅎㅎ

수다맨 2017-07-07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철수가 말하는 ‘새정치‘가 알맹이라고는 부재한 텅 빈 언어라는 것을 진즉에 알기는 했지만 그의 귀결점이 그래도 국민 사기극일 거라고는 미처 예상치 못했습니다... 그나마 안철수는 ‘인간의 얼굴을 한 이명박‘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이명박 앞에 붙인 수식어도 떼어야 할 시점이 된 것 같기도 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7-07 15:09   좋아요 0 | URL
저도요.. ㅎㅎㅎㅎㅎ 국민사기극으로 정체를 드러낼 줄은 차마.. 그렇게 까지 생각하고싶지 않았으나..
지금 하는 꼬라지를 보면... 그러고도 남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안철수에 대하여





 


멘토로 흥한 자 멘토로 망한다


 


                                                                                                         한때 문재인과 함께 첩혈쌍웅으로 거론되었던 안철수는 각종 티븨 토론에서 본색을 드러내자 결국에는 지지율 15% 안팎이라는 참담한 여론조사 결과를 접한다. 이에 절치부심하여 안철수는 선거 기간을 며칠 앞두고 " 뚜벅이 유세 " 라는 맨발의 청춘 코스프레를 선보이게 된다.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나가면 온세상 유권자를 다 만나고 오겠지, 그런 믿음으로.  며칠 전만 해도 15%에 머물렀던 지지율이 대선에서는 20%대 안팎의 득표 결과를 얻자 (반면, 문재인은 예상치보다 4,5% 낮아졌다), 언론은 안철수의 고전 끝 선전을 두고 뚜벅이 유세 전략이 대중에게 먹혔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나는 이 분석이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명색이 대선 후보가 연설은 포기한 채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이 동네 저 동네 다니면서 구멍가게에서 쮸쮸바나 빠는 전술'이 지지율 5%을 올릴 만큼 제대로 먹혔다고 ?!  쮸쮸바가 이데올로기요, 정책 공약이라고 ?! 당최, 이게 무슨 고로쇠 같은 말인가.

그때도 마찬가지이고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언론은 " 안철수. 뚜벅이 유세. 로맨틱 성공적 " - 이라는 프레임을 맹신하고 있는 듯하다. 어느 누구 하나 이 전략 분석이 틀렸다고 지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가 보기에 선거 막판에 15%였던 지지율을 20%로 끌어올린 힘은 뚜벅이 전략이 성공했기 때문이 아니라 국민의당 대선 공작 정치'가 통했기 때문이다. 안철수가 뚜벅이 유세를 하던 날과 국민의당에서 문준용 특혜 의혹이라며 녹음 파일을 공개했던 시점이 일치했다는 것이 그것을 뒷받침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공작 정치로 " 지지율 5% " 를 향상시킬 수 있었다면 대단한 성공인 셈이다.

만약에 문재인과 안철수의 지지율 격차가 5% 이내였다면 당락이 뒤바뀔 수도 있는 결과였던 것이다. 안철수와 국민의당은 지금도 억울하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지만 믿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궁금하다. 이유미와는 문자도 통화도 한 적 없다던 박지원은 조사 결과 통화한 기록이 나왔으며, 지난 1년간 이유미 씨와는 만난 적도 없다던 안철수 또한 모 언론사가 5월 1일 만나서 함께 찍은 사진을 내놓자 할 말이 없어졌다. 뭐, 이럴 때 나올 궁색한 답변은 예상 가능하다. 개인적인 자리에서 만난 적이 없다는 것이지 공적인 만남을 의미했던 것은 아닙니똬 ~~~ 내가 누굽니꽈, 낡은 정치 버리고 새정치 하자는 안철수 아닙니꽈 ~~~



안철수 신화가 시작된 곳은 청춘콘서트'다.  유다세대1)를 위로한답시고 스스로 스승이 된 안철수는 멘티'에게 이런저런 충고와 격려를 하면서 대중으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그것은 안철수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자 동시에 치명적인 한계'였다는 사실을 대중은 자각하지 못했다. 무대 위와 무대 아래 객석이 분리될 때, 다시 말해서 무대에 오르는 멘토와 객석에 앉은 멘티'라는 이분법적 경계가 선명할 때에는 제대로 작동하지만,   그 무대를 벗어나서 정치 영역으로 이동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유권자는 멘티가 아니며 정치가 또한 멘토가 아니다.

하지만 안철수는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그 상황을 인정하는 데 인색하다. 멘토를 자처하는 안철수가 유권자를 계몽의 대상인 멘티로 대하는 순간,  유사 이래로 가장 끈이 가장 길다는 대한민국 유권자는 저항할 수밖에 없다. 또한 국민의당 대선 공작 사건의 공범인 이유미가 안철수가 야심차게 준비한 제2의 청춘콘서트, " 온국민멘토단 " 에서 워킹맘 대표 멘토였다는 사실도 아이러니하다. 온국민을 멘토로 모셔서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겠다는 시늉인데, 자신의 스승인 워킹맘 대표에게 등에 칼에 꽂힌 상태'다. 안철수는 멘토로 흥한 자이자 멘토'로 망한 자이다.






​                                                    ​                            


1) 내가 지어낸 신조어다. 경제력이 없어서 유니클로와 다이소에서 주로 상품을 구매하는 88만원 세대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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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4 1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06 16: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7-04 17: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철수가 제보 조작 사건에 침묵하는 모습을 보니 감옥에서 지내는 그분이 생각났습니다. 침묵은 금(金)이 아니라 안(安)과 박(朴)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7-06 16:21   좋아요 0 | URL
상왕이죠, 상왕.. 난 안철수가 서민인 척할 때마다 분노가..

singri 2017-07-04 1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박 정계은퇴 각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7-06 16:20   좋아요 0 | URL
정계 은퇴를 넘어 감옥으로 !

붕붕툐툐 2017-07-04 18: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조어가 아주 쏙쏙 들어오네요~ 능력자이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7-06 16:20   좋아요 0 | URL
88세대보다는 유다세대 널리 퍼트려주십시오.
 
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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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순서, 입동 ㅣ ★★★★

두 번째 순서, 노찬성과 에반 ㅣ ★★

세 번째 순서, 건너편 ㅣ ★★★ 1/2

네 번째 순서, 침묵의 미래 ㅣ ★★

오 번째 순서, 풍경의 쓸모 ㅣ ★★★1/2

육 번째 순서, 가리는 손 ㅣ ★★

칠 번째 순서,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ㅣ ★★★★★

 

​                                                    

 

소설집 << 바깥은 여름 >> ㅣ ★★★ 1/3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





 

 

 

                                                                                               영화평론가 정성일은 어느 글에서 영화 별점 체크(or 20자평)에 대해 막돼먹은 짓이라고 신랄하게 비난한 적이 있다. 영화를 상품 취급하지 마세요, 시바 _ 라는 뉘앙스로 쓴 글이었는데,  나는 영화를 상품 취급하면 안되는 이유는 대체 뭐요 ? _ 라고 되묻고 싶을 만큼 반감이 들었다. 

그 짓이 하도 같잖아서 그 이후, 모든 작품(영화,문학)에 별점 체크'를 하고 있다.  물론,  영화를 전적으로 상품 취급하는 자세도 촌스럽지만 무작정 영화를 예술로 취급하는 자세도 촌스럽기는 마찬가지 아닐까 ?  같은 이유로 한국 문학이 위기에 빠진 것은 문학을 상품으로 접근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정성일은 열정적이지만 꽤나 멍청한 믿음으로 영화가 세상을 구원할 것이라고 믿지만 영화보다는 스마트폰이 혁명의 무기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재스민 혁명을 보라!). 칼보다 강한 것은 펜이고 펜보다 강한 것은 스마트폰이다.  이제 사회를 움직이는 동력은 영화나 소설따위가 아니라 cctv, SNS, 클릭수, 좋아요, 유투브 따위'다. on에서 도원결의한 의지가 off로 연결되는 순간에 그 힘은 벼린 칼보다 강력하게 작용한다. 

철저하게 상업적 용도와 계획으로 만들어진 도구들이 사회 변화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말하고 고진은 현대 문학1)의 종언을 선언한 마당에 정성일과 한국 문단만 뜨거운 순혈을 숭배하고 있는 실정이다, 순수하게도 !   그래서 나는 오늘도 별을 헤는 맘으로 패경옥을 불러본다. 경옥아 ! 세 번째 소설집 << 비행운 >> 이후,  5년 만에 내놓은 네 번째 소설집 << 바깥은 여름 >> 에 수록된 첫 번째 단편 < 입동 : 자세한 리뷰는 여기 > 은 " 아토포스 " 로서의 " 토포필리아 " 를 다룬다. 아내가 집착하는 주거 공간에 대한 애착은 주거불안정층이 겪는 곁방살이 설움에서 비롯된 것이다. 장소애는 대부분 그 공간에 함께 했던 사랑하는 이'가 부재할 때, 그래서 그 상실을 자각할 때 발생한다는 점에서 증후적이다.

김애란은 현대인의 주거 불안정성에 따른 불안을 능수능란한 솜씨로 풀어나간다. 긴장감을 유지하게 위해 전사와 후사를 뒤섞는 솜씨와 선명한 상징성이 돋보였다. 반면, 두 번째 순서에 놓인 단편 < 노찬성과 에반 > 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할 만큼 실망스럽다. 주인을 위해서 죽을 때가 되면 스스로 집을 나가는 늙고 병든 개'에 대한 이야기는 닳고 닳은 서사인데 단편 < 노찬성과 에반 > 은 닳고 닳은 서사를 닳고 닳은 방식으로 서술하다 보니 지루했다. 그리고 트럭이 전복되어 차와 함께 불에 타 죽은 아버지를 늙고 병든 개에게 투사하는 방식이 단선적이어서 촌스럽다.

무엇보다도 김애란은 " 소년 " 을 다루는데 서툴다. 그것은 전작인 장편소설 << 두근두근 내 인생 >> 을 다룰 때도 마찬가지였다. 김애란은 자신과 나이가 엇비슷한 캐릭터를 다룰 때는 날카로운데 소년이나 노인을 다룰 때는 대책없이 순진하고 생각없이 긍정하는 우를 범한다. 다시 말해서 김애란은 소년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면서 꽤나 이해하는 척한다. 그런 점에서 여성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여성을 다룰 때마다 고민스럽다고 고백한 김훈은 차라리 솔직한 편이다. 이러한 경향은 여섯 번째 단편 < 가리는 손 > 에서도 반복된다. 김애란은 소년이 등장하는 순간, 한국 문학 특유의 " 포데기 신파-극 " 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녀가 다뤘던 소년들은 모두 납작한 캐릭터여서 생명력이 없다. 어른을 위해 소비되는 피터팬 같다는 느낌이 든다. 세 번째 순서에 놓인 단편 < 건너편 > 도 나쁘지는 않다. < 입동 > 이 주거불안정층을 다뤘다면 < 건너편 > 은 고용불안정을 다뤘다. 도화와 이수는 노량진 고시원에서 만나 연인이 된 사이이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여 안정적인 직장을 얻은 도화와는 반대로 이수는 공무원 시험에 거듭 낙방하면서 균열이 발생한다. 한때 서로 같은 길을 걸었던 연인은 어느새 건너편의 이수를 바라본다. 도화는 수사도, 과장도, 왜곡도 없는 문장으로 이수에게 이별을 통보하지만 짧은 휴지기 같은 쉼표에는 물기를 먹은 감정이 뚝뚝 묻어나 있다.

작가는 이 흔들림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 침묵의 미래 > 는 김애란 단편 중에서도 매우 이질적인데 현학적 우화의 형태를 띠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평소 김애란답지 않을 뿐더러 생경스럽다기보다는 생뚱맞은 작품인데, 이 작품에 대해 이상문학상이 수여되었다는 점도 생뚱맞다.  끝으로 제일 마음에 드는 단편은 남편을 잃고 스마트폰에서 실행되는 응용프로그램인 siri와 대화를 나누는 여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 였다. 물에 빠진 학생을 구하려다 죽은 남편 이야기는 명백하게 세월호 의인과 겹친다는 점에서 김애란은 세월호 그 후, 남겨진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소설은 물에 빠져 죽은 아이 누이가 쓴 편지를 받은 여자의 다짐으로 끝난다. 혼자 남은 아이(죽은 아이의 누이)야말로 밥은 먹었을까.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여자가 몸이 마비되어 병상에 누워 있는, 일가친척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그 아이'를 방문하리라는 사실을 말이다. 남겨진 사람들은 어딘가 서로 기대지 않으면 안 되니까. 김애란이라는 브랜드에 덧대어 말하자면 전체적으로는 조금 아쉬운 소설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학에 빠지지 않고 함께 당대를 고민하는 힘은 돋보이나 자칫 잘못하면 포데기 신파 가족극으로 빠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도 함께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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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7-02 1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상품은 누구나 사고 팔 수 있는 것입니다. 제작자가 만든 영화를 우리는 표를 사서 봅니다. 이러한 행위가 사고파는 과정과 비슷해요. 영화가 ‘상품’이 될 수 없으면 영화 시청은 소수의 사람들끼리 즐기는 고급문화가 됩니다. 그런 고급문화를 평가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평론가입니다. 그들은 고상하게 글로 써서 영화를 평가할 겁니다. 영화를 ‘상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은 시대를 거꾸로 가는 발상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7-02 13:42   좋아요 0 | URL
대중영화가 성공해야 예술영화가 건강하게 설 수 있습니다. 대중영화로 번 자금은 새로운 영화 발굴에 대한 지원으로 이어지니까요. 그것이 바로 영화 산업의 속성입니다. 영화 산업이 육성이 되어야 예술이고 나발이고 하는 것이지, 영화 산업이 붕괴된 지점에서 독야청청 예술 해봤자 말짱 도루목이죠. 대만영화가 그런 경우입니다. 산업이 붕괴되니 예술 영화 자체가 만들어져도 유통이 안되는 것입니다.


문학이라고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순문학이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문학의 상품성이 건강해야 하는데, 한국 문학은 그게 붕괴됐죠. 대만 영화 현실과 비슷한 거죠..

2017-07-03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03 18: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04 0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04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04 16: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벽 세 시의 사자 한 마리 문학과지성 시인선 321
남진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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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 시의 남자



                                                                                                       " 세 시의 거리 " 를 걸을 때마다,  3시는 낮이건 밤이건 마법 같은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을 하기에는 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은 시간대여서 이 시간만 되면 거리는 한산해진다.

조금이라도 관찰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비즈니스 프렌들리했던 사람들로 북적거렸던 거리가 오후 3시가 되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 세 시의 거리 " 를 걷는 행인'은 대부분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사람은 아니라는 소리'이다. 이 시간에 거리를 채우는 것은 루즈하거나 루저 - 스러운 사람들이다. 나는 이 루즈한 시간이 좋다. 새벽 세 시에 개를 끌고 집에서 가까운 공원을 찾는다. 새벽 세 시는 오후 세 시와 마찬가지로 거리가 가장 한산할 때다. 공원에는 아무도 없다. 봉달 씨에게는 마법 같은 시간'이다. 공원의 주인공이니까.

목줄에서 해방된 봉달씨는 우사인 볼트처럼 달리고 나는 너트처럼 쫓아다닌다. 앞뒤가 바뀐 역할 놀이이지만 어쩌랴, 오늘의 주인공은 봉달씨이니. 함께 놀아주는 시간은 고작 5분 정도'다. 나머지는 각자의 놀이에 열중하게 된다. 내가 하는 일은 밴치에 앉아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파수꾼이 되어서 공원에 진입하는 사람이 있나 관찰하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공원의 파수꾼이 되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그 남자가 생각났다. 대한민국에서 " 비즈니스 프렌들리 " 한 사람으로는 으뜸이었던 사람. 바쁘다 바빠 _ 라는 소리를 버릇처럼 내뱉는, 지구상에서 가장 바쁜 사내.

그를 처음 만난 때는 2년 전이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토요일 주말 새벽에 일어나 개를 끌고 나갔다가 그를 만났다. 그는 신사였다, 신사복을 입었으니까 !  새벽 세 시에도 넥타이를 루즈하게 풀어헤치지 않은 것을 보면 직업 정신이 투철한 모양이었다. 당시에 그는 거리에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걷고 있었다. 그와 내가 크로스될 때 통화 내용이 살짝 내 귀에 들렸다. 바쁘다, 바빠 ! 아이고, 요즘 바빠 죽겠어 !  내가 그 사람의 첫 만남을 자세히 기억하는 이유는 3시와는 어울리지 않을 만큼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사람이라는 데 있었다. 일요일 새벽에도 그와 마주쳤다. 한 번 보고 두 번 보니 반가웠던 탓일까. 봉달씨가 살짝 꼬리를 흔들었다.

그는 여전히 바빴고, 여전히 신사였다. 신사복을 입었으니까. 어제와 오늘의 상황이 거의 유사해서 기시감마저 들었다. 그는 그날도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와 내가 거리에서 크로스될 때, 그는 어제와 같은 말을 내뱉었다. 바쁘다, 바빠.  돈 많이 벌면 뭐해...... 뭐, 사는 게 다 그렇지...... 언제 시간되면 술 한 잔 하자고 !                                    그를 다시 마주친 때는 몇 주가 지난 주말 새벽이었다. 장소와 시간은 동일했다. 지레짐작하시겠지만, 그는 그날도 신사였다. 신사복을 입었으니까. 넥타이는 숨통을 조일 만큼 단단하게 매여 있었다.

그는 뭐가 그리도 바쁜지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걷고 있었다.  바쁘다, 바빠 ! 아이고, 요즘 바빠 죽겠어 !                        나는 하루 중 가장 정적인 시간에 가장 바쁜 사내의 뒷모습을 보다가 묘한 통증을 느꼈다. 그가 새벽 세 시에 통화했던 수신인은 바로 나였다. 그는 휴대폰 너머의 누군가에게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새벽 거리를 산책하는 내게 말을 걸고 있던 것이다. 새벽만 되면 양복을 차려입고 거리를 방황하는 남자. 자신의 루즈한 삶을 감추기 위해서 바쁘다, 바빠 _ 라는 말을 버릇처럼 내뱉는 남자.

오늘 공원 밴치에 앉아 공원의 파수꾼 역할을 하다가 문득 한동안 새벽 세 시에 거리를 방황했던 그 남자가 떠올랐다. 바쁘다는 것이 능력을 판가름하는 기준으로 작용하는 대한민국에서 무직자였거나 가난했거나 아팠을 그에게는 얼마나 모질고 힘든 사회였을까. 새벽 세 시의 남자, 그 남자



 


 

덧대기 ㅣ 이 글도 역할 놀이가 바뀌었다. 남진우의 << 새벽 세 시의 사자 한 마리 >> 에 대한 리뷰이지만 덧대기로 짧게 언급한다. 졸라 후졌다.

 

 

 

 

 

 

 

 

 

 

 

 

 

부록 ㅣ 오늘의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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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7-07-07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남진우는 작금이 아니라면, 후대에 이르러서라도 하향적인 의미에서 재평가를 해야 하는 문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본인이 가진 문학적 역량에 비해서 너무나도 과도한 대우와 인정을 받는 이가 남진우라고 봅니다. 저는 남진우 시를 읽고 감동은 차치하더라도, 감응한 경험조차 별로 없거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0-20 20:46   좋아요 0 | URL
동의. 왜 사람들이 남진우 시가 좋다고 하는지 1%도 공감할 수 없는 1인입니다.
작위적인 냄새가 나고, 뭔가 욕심 가득한 정치인의 냄새가 나서 질색입니다. 한마디로 좆같은 시죠.

곰곰생각하는발 2017-10-20 20:46   좋아요 0 | URL
동의. 왜 사람들이 남진우 시가 좋다고 하는지 1%도 공감할 수 없는 1인입니다.
작위적인 냄새가 나고, 뭔가 욕심 가득한 정치인의 냄새가 나서 질색입니다. 한마디로 좆같은 시죠.

임모르텔 2017-10-22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도 좋지만~ 음악선곡하시는 초감각이 정말 예리하시네요. 글읽은 후에 음악감상하니, 듁금!! ㅎㅎ
프로필 사진들..와~!! 저도 독학 아마츄어 사진가지만 사진 정말 잘 찍으시네요. 모델도 필링굿입니다.
...동시다발 팔색조 예술혼이시군요^^보면서 자극받으며 무기력에서 벗어나게되네요~ 곰닥터님~()

곰곰생각하는발 2017-10-20 20:44   좋아요 0 | URL
동생이 쇼핑물 한다고 상품 사진 장비 장만했다가 장가 가면서 남겨두고 간 물건으로 종종 우울할 때 찍곤 합니다.
 
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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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애 란   단 편 , 입 동  : 




 



사상누각


                                                                                                                                                                                                                                                                                                                                                                                                                         중심은 한자 中과 心으로 구성된 단어'다. " 中 " 이라는 잣대는 좌표와 무게의 중간 위치'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 心 " 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중심은 " 엿장수 마음대로 " 다.   중심은 암세포처럼 상황과 처지에 따라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전이된다.  무릎 통증에 시달리는 사람은 무릎이 그 사람의 중심이 되었다가 당뇨로 발끝이 썩어가게 되면 발끝이 그 사람의 중심이자 전체가 된다. 반복해서 말하자면 中이라는 가치중립적 평가는 온전히 편향된 마음(心)에서 나온다, 결핍이 중심이다 !   역설적인 상황이지만  :  한쪽으로 평형추가 기울어진다는 것, 다시 말해서 한쪽으로 마음이 쏠리는 것이야말로 완벽한 중심'이다. 그렇기에 온통 마음을 어떤 특정 대상에게 쏟는다는 것은 항상 위태로운 것이다.



김애란 소설집 << 바깥은 여름 >> 에 수록된 첫 번째 단편 < 입동 > 에서는 " 분양면적 이십사 평, 실면적 십칠 평에 지은 지 이십 년 된 아파트 (12쪽)" 를 장만한, " 한동안 집이 생겼다는 사실에 꽤 얼떨떨했(13쪽) " 던 부부가 주인공이다. " 이십 년간 셋방을 부유하다 힘들게 뿌리를 내린 곳(33쪽) " 이니,  그에게 실평수 십칠 평이라는 공간은 아내의 중심'이자 전부이다.




              아파트를 얻은 뒤 아내는 휴일마다 베란다에서 계속 무언가를 자르고, 칠하고, 조립했다. 우리가 십 년 가까이 쓴 침대와 의자, 식탁과 수납장을 리폼했다..... 아내는 영우가 톱이나 못, 망치 근처로 오지 못하게 베란다 문을 꼭 잠그고 일했다...... 이사 후 몇 달 동안 집에서 페인트와 접착제, 광택제 냄새가 가시지 않았다. '북유럽 스타일 가구 ' 또는 ' 스칸디나비아 패브릭 ' 을 알아보다 가격에 낙담한 아내가 나름 택한 자구책이었다. 아내에게는 정착의 사실뿐 아니라 실감이 필요한 듯했다. 쓸모와 필요로만 이뤄진 공간은 이제 물렸다는 듯, 못생긴 물건들과 사는 건 지쳤다는 듯. 아내는 물건에서 기능을 뺀 나머지를, 삶에서 생활을 뺀 나머지를 갖고 싶어했다. 아내가 인테리어에 가장 정성을 쏟은 공간은 단연 거실과 부엌이었다 ( 단편, 입동 16쪽 ) 


아내의 토포필리아(topophilia, 장소애)는 없는 살림에 이십 년간 셋방살이하면서 겪은,  서러운 결핍의 결과가 반영된 서정이다. 그것은 대학 시절 내내 기숙사에서 살았고 졸업 후에는 학습지 교사로 일하며 독서실을 전전했던, 결혼 후에는 다섯 번의 이사 끝에 얻은 " 집 " 에 대한 애착이다. 이 애착은 평형추가 기울어진 곳에 세워진 중심이라는 점에서 불안하다. 아내는 난임 치료를 받다 두 번의 유산 끝에 얻은 영우를 마음에서 밀어내고 그 자리를 그림 같이 예쁜 집을 꾸미는데 정신이 없다.




                (영우) 아직 어려서 그런지 글씨를 쓰라고 손에 연필이나 크레파스를 쥐여주면 여기저기 형체를 알 수 없는 곡선을 그리며 아내가 애써 청소해놓은 바닥을 더럽히곤 했다. 평소 언성 높이는 법이 별로 없는 아내는 자신이 힘들여 가꿔놓은 공간을 아이가 어지럽힐 때마다 소리를 질렀따. 어느 때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그랬다 ( 17쪽)


...... 그리고 지난봄, 부부는 사고로 영우를 잃는다. 비로소 아내는 삶의 축이자 중심이 집이 아니라 영우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집에 대한 애착은 거실 바닥에 떨어진 갈색 고무나무 이파리처럼 시든다. 단편 < 입동 > 의 끝은 한쪽으로 기울어져 균형을 잃은, 위태로운 삶을 다시 재건하고자 하는 부부의 다짐으로 끝난다. 부부는 자정이 넘는 시간에 도배를 한다.



- 여보, 저기 종이 운 것 같은데. 다시 해야 하는 거 아니야 ?

- 어디 ?

- 저기.

- 괜찮아. 며칠 지나면 흡착될 거야.

- 저기는 ? 삐뚤어진 거 같은데 ?

- 어디 ?

- 난 잘 모르겠는데 ?

- 아니야, 이쪽으로 살짝 기울어졌어.

- 어, 그러네. ( 33쪽)

 


부부는 입동을 앞둔 계절 앞에서 생각한다. 기울어져 균형을 잃은 삶도 기울어지게 붙인 도배지를 살짝 떼어 균형을 맞춘 뒤 제자리에 붙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풀이 금방 마르지 않아 교정이 가능한 도배지처럼 기울어진 삶도 !  첫 번째 소설집 << 침이 고인다 >> 와 두 번째 << 달려라, 아비 >> 에 수록된 단편이 주로 1인용 방에 대한, 셋방(곁방)에 대한 이야기라면 단편 < 입동 > 은 셋방에서 벗어나 집을 장만한 부부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주거 불안정에 따른 불안은 집을 장만했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부부는 흉흉한 소문 때문에 고통을 받지만 대출 빚으로 집을 장만한 부부는 집값에 발목이 묶여 이곳을 떠나지 못한다.

 

스무살 무렵에 글을 쓰기 시작한 김애란은 이제 서른 중반을 훌쩍 뛰어넘었다. 그 시간의 변화만큼 문체도 변했다. 명랑하게 딴청을 부렸던 스무살 소녀는 이제 진지해졌다. 이 변화는 무죄'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입동을 앞둔 계절이 되면 종종 성대 " 도어즈 " 를 찾곤 했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과 찾던 곳이었는데 이제는 혼자 가게 되는 곳이다. 그때마다 절실히 깨닫게 된다. 공간을 아름답게 채울 수 있는 인테리어는 좋은 가구보다는 함께 있어 좋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생각해 보면, 그녀는 내가 얻었던 가장 좋은, 결이 고운 나무로 만든 ■














부록 ㅣ 오늘의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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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30 1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30 1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다맨 2017-06-30 14: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곰곰발님 말씀대로 유머와 딴청이 사라진 자리에 진지한 태도가 생겨났다는 것은 분명 ‘무죄‘이자, 작가의 원숙미에 뒤따르는 긍정적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김애란은 마라톤 선수(장편소설)가 되는 데에는 일시적인 실패를 겪었지만 여전히 단거리 선수(단편)로서는 믿음직한 인상을 보여 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때로는 조영일 평론의 말처럼, 저는 김애란이 너무 영리하게(만) 소설을 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작품에 바로 그 영리함(만)이 돋보이면 저는 별점을 하나씩 깎아버리고 싶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6-30 14:51   좋아요 0 | URL
분석의 대가는 수다맨 님이시죠. 전 문학을 공부하지 않아서 대충 느낌만 받습니다.
이 글은 소설집 중에서 < 입동 > 과 < 노찬성과 에반 > 이라는 두 단편만 읽고 쓴 글입니다.
수다맨 님 말씀처럼 너무 영리하게 쓴 글은 치열하게 쓴 글에 못 미치죠.

제게는 전자가 김영하 같고 후자는 뭐.. 다들 아시다시피 손창섭 같고...


노찬성과 에반은 무척 실망스러운 작품이었고, 입동은 좋더군요.. 선물 받은 책이라
단편 중심으로 몇 리뷰 더 올려야 겠습니다.

요즘은 눈이 나빠져서 책을 오래 읽지 못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6-30 14:54   좋아요 0 | URL
전 이 단편을 통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아, 중심이라는 거...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결국 결핍의 힘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아들을 잃고 나서야 자신의 삶의 중심이 아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처럼 말이죠..

2017-07-03 17: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03 1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