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에 대하여
멘토로 흥한 자 멘토로 망한다
한때 문재인과 함께 첩혈쌍웅으로 거론되었던 안철수는 각종 티븨 토론에서 본색을 드러내자 결국에는 지지율 15% 안팎이라는 참담한 여론조사 결과를 접한다. 이에 절치부심하여 안철수는 선거 기간을 며칠 앞두고 " 뚜벅이 유세 " 라는 맨발의 청춘 코스프레를 선보이게 된다.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나가면 온세상 유권자를 다 만나고 오겠지, 그런 믿음으로. 며칠 전만 해도 15%에 머물렀던 지지율이 대선에서는 20%대 안팎의 득표 결과를 얻자 (반면, 문재인은 예상치보다 4,5% 낮아졌다), 언론은 안철수의 고전 끝 선전을 두고 뚜벅이 유세 전략이 대중에게 먹혔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나는 이 분석이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명색이 대선 후보가 연설은 포기한 채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이 동네 저 동네 다니면서 구멍가게에서 쮸쮸바나 빠는 전술'이 지지율 5%을 올릴 만큼 제대로 먹혔다고 ?! 쮸쮸바가 이데올로기요, 정책 공약이라고 ?! 당최, 이게 무슨 고로쇠 같은 말인가.
그때도 마찬가지이고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언론은 " 안철수. 뚜벅이 유세. 로맨틱 성공적 " - 이라는 프레임을 맹신하고 있는 듯하다. 어느 누구 하나 이 전략 분석이 틀렸다고 지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가 보기에 선거 막판에 15%였던 지지율을 20%로 끌어올린 힘은 뚜벅이 전략이 성공했기 때문이 아니라 국민의당 대선 공작 정치'가 통했기 때문이다. 안철수가 뚜벅이 유세를 하던 날과 국민의당에서 문준용 특혜 의혹이라며 녹음 파일을 공개했던 시점이 일치했다는 것이 그것을 뒷받침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공작 정치로 " 지지율 5% " 를 향상시킬 수 있었다면 대단한 성공인 셈이다.
만약에 문재인과 안철수의 지지율 격차가 5% 이내였다면 당락이 뒤바뀔 수도 있는 결과였던 것이다. 안철수와 국민의당은 지금도 억울하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지만 믿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궁금하다. 이유미와는 문자도 통화도 한 적 없다던 박지원은 조사 결과 통화한 기록이 나왔으며, 지난 1년간 이유미 씨와는 만난 적도 없다던 안철수 또한 모 언론사가 5월 1일 만나서 함께 찍은 사진을 내놓자 할 말이 없어졌다. 뭐, 이럴 때 나올 궁색한 답변은 예상 가능하다. 개인적인 자리에서 만난 적이 없다는 것이지 공적인 만남을 의미했던 것은 아닙니똬 ~~~ 내가 누굽니꽈, 낡은 정치 버리고 새정치 하자는 안철수 아닙니꽈 ~~~
안철수 신화가 시작된 곳은 청춘콘서트'다. 유다세대1)를 위로한답시고 스스로 스승이 된 안철수는 멘티'에게 이런저런 충고와 격려를 하면서 대중으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그것은 안철수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자 동시에 치명적인 한계'였다는 사실을 대중은 자각하지 못했다. 무대 위와 무대 아래 객석이 분리될 때, 다시 말해서 무대에 오르는 멘토와 객석에 앉은 멘티'라는 이분법적 경계가 선명할 때에는 제대로 작동하지만, 그 무대를 벗어나서 정치 영역으로 이동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유권자는 멘티가 아니며 정치가 또한 멘토가 아니다.
하지만 안철수는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그 상황을 인정하는 데 인색하다. 멘토를 자처하는 안철수가 유권자를 계몽의 대상인 멘티로 대하는 순간, 유사 이래로 가장 끈이 가장 길다는 대한민국 유권자는 저항할 수밖에 없다. 또한 국민의당 대선 공작 사건의 공범인 이유미가 안철수가 야심차게 준비한 제2의 청춘콘서트, " 온국민멘토단 " 에서 워킹맘 대표 멘토였다는 사실도 아이러니하다. 온국민을 멘토로 모셔서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겠다는 시늉인데, 자신의 스승인 워킹맘 대표에게 등에 칼에 꽂힌 상태'다. 안철수는 멘토로 흥한 자이자 멘토'로 망한 자이다.
1) 내가 지어낸 신조어다. 경제력이 없어서 유니클로와 다이소에서 주로 상품을 구매하는 88만원 세대를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