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 시의 사자 한 마리 문학과지성 시인선 321
남진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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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 시의 남자



                                                                                                       " 세 시의 거리 " 를 걸을 때마다,  3시는 낮이건 밤이건 마법 같은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을 하기에는 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은 시간대여서 이 시간만 되면 거리는 한산해진다.

조금이라도 관찰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비즈니스 프렌들리했던 사람들로 북적거렸던 거리가 오후 3시가 되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 세 시의 거리 " 를 걷는 행인'은 대부분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사람은 아니라는 소리'이다. 이 시간에 거리를 채우는 것은 루즈하거나 루저 - 스러운 사람들이다. 나는 이 루즈한 시간이 좋다. 새벽 세 시에 개를 끌고 집에서 가까운 공원을 찾는다. 새벽 세 시는 오후 세 시와 마찬가지로 거리가 가장 한산할 때다. 공원에는 아무도 없다. 봉달 씨에게는 마법 같은 시간'이다. 공원의 주인공이니까.

목줄에서 해방된 봉달씨는 우사인 볼트처럼 달리고 나는 너트처럼 쫓아다닌다. 앞뒤가 바뀐 역할 놀이이지만 어쩌랴, 오늘의 주인공은 봉달씨이니. 함께 놀아주는 시간은 고작 5분 정도'다. 나머지는 각자의 놀이에 열중하게 된다. 내가 하는 일은 밴치에 앉아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파수꾼이 되어서 공원에 진입하는 사람이 있나 관찰하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공원의 파수꾼이 되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그 남자가 생각났다. 대한민국에서 " 비즈니스 프렌들리 " 한 사람으로는 으뜸이었던 사람. 바쁘다 바빠 _ 라는 소리를 버릇처럼 내뱉는, 지구상에서 가장 바쁜 사내.

그를 처음 만난 때는 2년 전이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토요일 주말 새벽에 일어나 개를 끌고 나갔다가 그를 만났다. 그는 신사였다, 신사복을 입었으니까 !  새벽 세 시에도 넥타이를 루즈하게 풀어헤치지 않은 것을 보면 직업 정신이 투철한 모양이었다. 당시에 그는 거리에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걷고 있었다. 그와 내가 크로스될 때 통화 내용이 살짝 내 귀에 들렸다. 바쁘다, 바빠 ! 아이고, 요즘 바빠 죽겠어 !  내가 그 사람의 첫 만남을 자세히 기억하는 이유는 3시와는 어울리지 않을 만큼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사람이라는 데 있었다. 일요일 새벽에도 그와 마주쳤다. 한 번 보고 두 번 보니 반가웠던 탓일까. 봉달씨가 살짝 꼬리를 흔들었다.

그는 여전히 바빴고, 여전히 신사였다. 신사복을 입었으니까. 어제와 오늘의 상황이 거의 유사해서 기시감마저 들었다. 그는 그날도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와 내가 거리에서 크로스될 때, 그는 어제와 같은 말을 내뱉었다. 바쁘다, 바빠.  돈 많이 벌면 뭐해...... 뭐, 사는 게 다 그렇지...... 언제 시간되면 술 한 잔 하자고 !                                    그를 다시 마주친 때는 몇 주가 지난 주말 새벽이었다. 장소와 시간은 동일했다. 지레짐작하시겠지만, 그는 그날도 신사였다. 신사복을 입었으니까. 넥타이는 숨통을 조일 만큼 단단하게 매여 있었다.

그는 뭐가 그리도 바쁜지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걷고 있었다.  바쁘다, 바빠 ! 아이고, 요즘 바빠 죽겠어 !                        나는 하루 중 가장 정적인 시간에 가장 바쁜 사내의 뒷모습을 보다가 묘한 통증을 느꼈다. 그가 새벽 세 시에 통화했던 수신인은 바로 나였다. 그는 휴대폰 너머의 누군가에게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새벽 거리를 산책하는 내게 말을 걸고 있던 것이다. 새벽만 되면 양복을 차려입고 거리를 방황하는 남자. 자신의 루즈한 삶을 감추기 위해서 바쁘다, 바빠 _ 라는 말을 버릇처럼 내뱉는 남자.

오늘 공원 밴치에 앉아 공원의 파수꾼 역할을 하다가 문득 한동안 새벽 세 시에 거리를 방황했던 그 남자가 떠올랐다. 바쁘다는 것이 능력을 판가름하는 기준으로 작용하는 대한민국에서 무직자였거나 가난했거나 아팠을 그에게는 얼마나 모질고 힘든 사회였을까. 새벽 세 시의 남자, 그 남자



 


 

덧대기 ㅣ 이 글도 역할 놀이가 바뀌었다. 남진우의 << 새벽 세 시의 사자 한 마리 >> 에 대한 리뷰이지만 덧대기로 짧게 언급한다. 졸라 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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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7-07-07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남진우는 작금이 아니라면, 후대에 이르러서라도 하향적인 의미에서 재평가를 해야 하는 문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본인이 가진 문학적 역량에 비해서 너무나도 과도한 대우와 인정을 받는 이가 남진우라고 봅니다. 저는 남진우 시를 읽고 감동은 차치하더라도, 감응한 경험조차 별로 없거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0-20 20:46   좋아요 0 | URL
동의. 왜 사람들이 남진우 시가 좋다고 하는지 1%도 공감할 수 없는 1인입니다.
작위적인 냄새가 나고, 뭔가 욕심 가득한 정치인의 냄새가 나서 질색입니다. 한마디로 좆같은 시죠.

곰곰생각하는발 2017-10-20 20:46   좋아요 0 | URL
동의. 왜 사람들이 남진우 시가 좋다고 하는지 1%도 공감할 수 없는 1인입니다.
작위적인 냄새가 나고, 뭔가 욕심 가득한 정치인의 냄새가 나서 질색입니다. 한마디로 좆같은 시죠.

임모르텔 2017-10-22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도 좋지만~ 음악선곡하시는 초감각이 정말 예리하시네요. 글읽은 후에 음악감상하니, 듁금!! ㅎㅎ
프로필 사진들..와~!! 저도 독학 아마츄어 사진가지만 사진 정말 잘 찍으시네요. 모델도 필링굿입니다.
...동시다발 팔색조 예술혼이시군요^^보면서 자극받으며 무기력에서 벗어나게되네요~ 곰닥터님~()

곰곰생각하는발 2017-10-20 20:44   좋아요 0 | URL
동생이 쇼핑물 한다고 상품 사진 장비 장만했다가 장가 가면서 남겨두고 간 물건으로 종종 우울할 때 찍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