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관한 생각 -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생각의 반란!
대니얼 카너먼 지음, 이진원 옮김 / 김영사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오늘 나는, 나의 불행을 견디기로 했다





 

                                                                                                         올라갈 팀은 올라가고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격언'이다. 강팀은 시즌 초반 밑바닥 성적을 내도 결국에는 뒷심을 발휘해서 기대치에 부응한다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약팀은 시즌 초반 성적이 좋아도 결국에는 밑바닥으로 추락하기 일쑤다. 이것을 좀 유식하게 표현하자면 " 평균 회귀의 법칙 " 이라 한다. 메이저리그에서 최고 승률이 60%를 넘는 성적을 낸 기록이 극히 드문 경우는 야구라는 스포츠가 실력뿐만 아니라 운이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스포츠 잡지 << 스포스 일러스트레이티드  8월호 >>표지 제목'은 " Best Team Ever(역대 최고의 팀 ! ) " 이었다. LA 다저스 팀을 두고 한 말이었다. 놀라지 마시라, 다저스가 8월 말'까지 거둔 성적은 91승 36패였다. 승률이 무려 71.7%로 무적에 가까웠다. 성적이 이렇다 보니 LA 다저스는 9회 2아웃까지 5점 차이'로 경기에서 지고 있어도 왠지 이길 것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 들곤 했다. 바로 그때 평균 회복의 법칙이 가동하기 시작했다.

최근 14경기( 8월 27일부터 9월 8일까지 )에서 1승 13패를 거두고 있다. 패, 패, 패, 패, 패, 승, 패, 패, 패, 패, 패, 패, 패, 패, 패 ! 피식, 웃음이 났다. 그동안 다저스의 승승장구에는 실력보다는 요행이 숨겨져 있던 것이다. 이런 것을 당구 용어로 설명하자면 후루꾸 현상(fluke rule) 인 셈이다.  다저스는 지금 평균으로 회귀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 프로야구의 기아 타이거즈도 마찬가지다. 무적에 가까웠던 기아는 최근에 대책없이 무너지고 있다. 평균 회귀 현상은 비단 스포츠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와 비슷한 현상이 " 마천루의 저주(skyscraper curse) " 이다.

야구에서 타자의 슬럼프가 대부분 최고 성적을 내고 있는 시점에서 발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경제도 호황을 누릴 때 몰락이 찾아온다. 보통 초고층 빌딩이 세워지는 시기는 그 사회 경제가 최고 호황을 누릴 때이니, 도시에서 마천루가 우후죽순 생겨난다는 것은 호황의 징조가 아니라 불황의 징조'일 수 있다. 실제로 1930년과 1931년 미국 뉴욕에 크라이슬러 빌딩과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세워질 무렵에 세계 대공황이 발생했다. 그리고 한국은 2000년대 이후 100층 이상 마천루를 동시에 11개나 짓겠다고 요란을 떨었지만, 2013년 4월 현재 롯데월드타워를 제외하고 모두 사업이 보류 또는 중단되었다.

그러니까 호황이라고 해서 호들갑을 떨 필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호황일 때 다가올 불황을 대비해야 한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이에게 힘이 되는 말을 하자면, 지금 당장 행복에 겨워서 호들갑을 떠는 놈들은 조만간 벼락이 내릴 것이다. 신은 공평하니까. 참...... 신기하기도 하지, 눈에 보이지 않는 평균 회귀의 힘은 ! 그래서 나는 오늘, 나의 불행을 견디기로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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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7-09-08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이 형편없이서 별 세 개 삭제하려다 저자에게 미한해서 두 개만 삭제햤다.

syo 2017-09-08 15: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DTD DTD 신나는 노래.... 나도 한 번 불러본다.... 아, 지금 내 볼에 흐르는 눈물이 내가 흘리는 눈물입니까, 허프가 흘리는 눈물입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7-09-08 15:14   좋아요 0 | URL
GGGGG G. 스

앨지팬이지만, 솔까말.. 올해 전력으로는 엘지는 가을야구 올라가면 안 됩니다. 가을야구의 품격에 못 미치죠.
왜 타자 육성을 못할까요. 진짜 궁금... 이건 안타를 쳐도 단타만 치고 자빠졌으니.... 보다 보면 열받습니다.
단타 백날 쳐도 다 소용없습니다. 야구는 결국 장타의힘 아니겠습니까.

한 팀이 평균 한 경기에서 9개의 안타를 생산합니다. 9개로 몇 점을 내느냐에 달렸죠. 어느 팀은 1,2점에 그치고 어느 팀은 6,7점을 내기도 하고.. 안타는 비슷한데 득점에서 차이가 나는 게 야구죠..

2017-09-08 16: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09 2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17-09-08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TD 법칙. ˝평균 회귀의 법칙˝이라는 고급진 표현이 있었군요 ㅋ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나게 되어있다‘ 는 말이 누군가에는 소망이.. 또 어둠속에서 부끄러움을 모르고 패악을 저지르는 누군가에게는 준엄한 경고이기를..

곰곰생각하는발 2017-09-09 22:07   좋아요 0 | URL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란 말도 있죠.. ㅎㅎ.
좋은 의미로 끝난 게 아니라면 좋을 텐데 나쁜 의미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면 지옥이 되겠죠.

cyrus 2017-09-08 18: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쪽팔리는 고백을 하자면, 저는 이 책을 밑줄 그어가면서 읽었습니다. 번역이 안 좋다는 리뷰를 보고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을 받았어요. 밀줄 때문에 알라딘 서점에 팔지도 못하고.. ㅅㅂ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09-09 22:08   좋아요 0 | URL
이런 책 참 난감하죠 별점 매기기가...
훌륭한 원저를 생각해서 점수를 주자니 번역이 개판이라 괘씸하고, 변역 기준에 맞춰 별점을 주자니 원저자에게 미안하고...ㅎㅎㅎ
 
[블루레이] 악마를 보았다 (1disc) - 인터내셔널 버전 / 아웃케이스 없음
김지운 감독, 최민식 외 출연 / 블루키노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장경철과 한송이




 


                                                                                                                                                                                           네이버 검색창에 " 악마를 보았다 " 를 입력하면 연관검색어로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 간호사 > 다.  그러니까 이 영화를 본 관객의 뇌리에 사면발니처럼 강렬하게 달라붙는 장면은 이병헌도 아니고 최민식도 아닌,

백의의 천사(간호사)가 장경철(최민식)에게 강간당하는 장면'이다.  살려주세요 _ 라는 대사 외에는 이렇다 할 대사도 없던 그녀가 씬스틸러로 등극하는 순간이다.  당신에게 의뭉스러운 질문 한 개를 던져보자면  :  이 장면이 영화의 주제를 함축한 것도 아니요, 명장면도 아닌데 관객은 왜 이 장면을 기억하고서는 애써 소환하려는 것일까 ?  감독은 인간 내면에 숨겨진 지옥도를 보여주고 싶다는 작품 의도를 내세웠지만,  정작 이 영화는 불알후드(brotherhood)의 강간 판타지를 충족시킬 뿐이다.  다시 말해서 관객은 " 지옥도 " 를 보는 것이 아니라 황홀한 " 판타지 " 를 경험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장경철에게 강간당하는 간호사의 나이를 스무 두 살'로 설정한 것을 보면 감독이 숨겨둔 꿍꿍이를 읽을 수 있다. 화장실 벽낙서 서사'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성대상화가 스무살 무렵의 여자요, 직업군이 여교사와 간호사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감독이 이 장면에서 연출하려고 했던 것은 " (악마)본성 " 에 대한 탐구가 아니라 " (남성) 본색 " 을 자극하려던 것은 아니었을까.  저잣거리 입말로 무식하게 말해서 감독이 노린 것은 " 남성 관객을 꼴리게 만드는 것 " 이다. 에로 영화계의 거장,  틴토 불알스 감독'도 울고 갈 만한 에로틱한 장면 연출인 셈이다. 장경철이 간호사에게 질문을 던진다.



 

- 몇 살이야 ?
- 스물 둘이요.
- 어우 !  좋을 때네, 남자친구는 ?
- 네에 ? 없어요.
- 귀엽게 생긴 게(?) 많겠다.
- 네에 ?
- 사실은 어제 좀 재미를 볼 일이 있었는데 어떤 개또라이 새끼 때문에 망쳐 버렸어.




스물 둘이라......  더군다나 간호사 이름이,             한송이다.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애매모호한 작명이다. 수현의 약혼녀 세현을 제외하고는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은 그 어느 누구도 이름을 부여받지 못했는데,  유일하게 이름을 가진 여성 캐릭터가 간호사'였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은 감독이 이 캐릭터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다. 여자를 관상용 꽃에 비유하는 놈치고 제대로 된 놈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영화는 잰더 감수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각본가와 감독이 만들어낸 최악의 참사이다.

감독은 포르노 영화에서 흔하게 소비되는 장면(포르노 영화에서 간호사 복장은 망사 스타킹과 함께 가장 중요한 오브제다)을 연출해서 관객의 헤모글로빈이 남근으로 쏠리도록 유도한다.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았던 열혈남아는 어느새 열혈남근으로 변한다. 아아. 내가 이 영화를 두고 스너프 필름이라고 비난하는 이유는 장경철의 대사에 함축되어 있다. 장경철은 " 어떤 개또라이 새끼(이병헌) " 때문에 망쳐 버렸다고 궁시렁거리지만,  사실은 그 개또라이 새끼 때문에 간호사를 강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는 점에서 국정원 비밀요원 수현은 " 쾌락의 포주 " 인 셈이다.

감독은 수현이라는 장치를 통해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여성 폭력과 강간 서사에 당위성을 부여한다. 그는 악마와 싸우다가 스스로 악마가 된 존재가 아니라 악마에게 희생당할 여자를 지속적으로 공급한다는 측면에서 악질 포주'다. 그것이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윤리적 타락'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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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9-05 11: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번에도 제가 언급했지만, ‘<악마를 보았다> 엑기스’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것이 간호사가 나오는 장면이고, 또 하나가 장경철이 친구의 애인을 강간하는 장면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9-05 12:44   좋아요 1 | URL
저질 포르노 영화 한 편 찍은 거죠. 인간 본성의 심연을 탐구한다는 거창한 제작 의도로 포장된..
 
열차 안의 낯선 자들 버티고 시리즈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홍성영 옮김 / 오픈하우스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알프레드 히치콕과 패트리샤 하이스미스  :






좆은 없습니다만 !



 

 

                                                                                                        대중적인 이름 딕 Dick,릭 Rick,힉 Hick은 사자왕 리처드 1세 Richard l '에서 첫 글자만 바꿔 만든 이름이라고 한다. 중세 무훈담의 단골 주인공이었던 사자왕 리처드가 대중적 인기를 한 몸에 받다 보니 생긴 현상이었다.

히치콕에서 " - cock " 은 누구네 아들'이라는 의미로 종합하면 히치콕은 " 히치네 아들 " 혹은 " 히치 2세 " 라는 뜻이다.  훗날,  영화사에 큰 획을 그은 알프레드 히치콕은 청과상으로 부를 쌓은 상인 히치 씨의 아들'이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히치라고 합니다 _ 라고 말하곤 했다. 그리고는 익살스럽게 뒷말을 덧붙이곤 했다. " 하지만....... 좆은 없습니다. ㅋㅋㅋ " 정확히 기술하자면 " 히치라고 합니다. 콕(cock)은 없습니다만 ! " 인데,  cock이 속어로 페니스를 뜻하는 단어이니 말장난인 셈이다. 이 농담은 가볍게 웃고 넘어갈 일이기는 하나 공교롭게도 히치콕이 영화에서 주로 다루던 주제가 주인공의 정체성'이다

보니 허투루 넘기기에는 뼈 있는 소리에 가깝다. 정설에 의하면 히치콕은 성불능자'였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좆은 없습니다 _ 라는 " 실없는 말 " 은 곧 " 뼈 있는 말 " 이었던 셈이다.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외동딸인 팻을 가지기 위해서 부인과 딱 한 번 섹스를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렇게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소.                        사실은(성불능)은 그가 동성애자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다. 실제로 영화 제작에 참여했던 스텝 중 상당수(아이버 노벨로, 헨리 켄달, 존 길구드, 마이클 레드그레이브, 캐리 그랜트, 아서 로렌츠, 팔리 그레인저)는 동성애자이거나 양성애자'였다.

히치콕 영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 남성 주인공 - 들이 남성다움을 강조하는 마초 이미지'라기보다는 << 사이코 >> 의 앤서니 퍼킨스처럼 여성성이 내포된 이미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평소 여배우는 불화산이라고 말하고 다녔던 감독은 이들 남성 배우들이 여성 배우와의 스캔들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들은 항상 여배우 앞에서 수줍은 표정을 짓고는 했다.  아내와 딱 한 번의 섹스로 낳았다는 딸 팻(페트리샤 히치콕)이 비중 있는 배역으로 출현한 영화 << 열차 속의 낯선자들 >> 도 동성애를 다룬 범죄극에 가깝다.  히치콕이 당시에는 무명에 가까웠던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 열차 속의 낯선 자들 >> 을 영화화하기로 마음먹은 데에는 원작자가

소설 속에 숨겨놓은 동성애 코드를 간파했기 때문이다. 공산주의자와 함께 동성애자를 국가의 적으로 간주했던 당시 상황을 고려한다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겨야 했던 하이스미스 입장1)에서 보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영화였다는 것은 분명하다. 돌이켜보면  :  하이스미스 소설(열차 속의 낯선 자들, 태양은 가득히, 캐롤 등등)을 관통하고 있는 것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긴 채 살아가야 하는 자의 " 내면과 외면에 대한 이야기 " 이다. 만약에 히치콕이 동성애자 혹은 양성애자라고 가정한다면, 그 또한 범죄극이라는 형식을 빌려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긴 채 살아가야 하는 자의 내면과 외면(으로 분리되지만

사실은 하나로 연결되는 뫼비우스의 띠) 다뤘다고 볼 수 있다. 성소수자에게 위장은 생존을 위한 전략일 수 있다. 실제로 하이스미스가 광기에 가까운 혐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이성애자인 척 연기를 했던 것처럼, 어쩌면 히치콕이 선택한 이성애자와의 결혼 또한 위장일지도 모른다. 영화학자 로버트 L 캐린저'가 지적했듯이 가이는 겉(외면)으로 보기에는 미국을 대표하는 스테레오타입 이성애자'이지만 속(내면)을 들여다보면 동성애 분위기에 희생된 사람들을 대신하는 인물로 보인다. 그는 " 타협할 수밖에 없는 취약한 상황에서 발견되는 모호한 성 정체성을 가진 남자 " 다.

 

하이드가 지킬 박사의 내면(이드)이듯이 겉으로는 미국을 대표하는 스테레오타입 이성애자 가이의 외면이자 도플갱어는 (실크 가운을 걸치고 집안에서 빈둥거리며 어머니의 매니큐어를 바르는) 브루노'이다. 브루노는 사회적 억압으로부터 분출된 욕망'이자 동시에 좆이 없는 남자, 이성과는 섹스가 불가능한 성불능자였던 히치콕의 도플갱어가 아니었을까 ?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 현기증 >> 이나 << 이창 >> 과 비교해도 좋을 만큼 걸작'이다. 풍부하고 깊이 있는 텍스트뿐만 아니라 기술적 완성도 면'에서도 매우 뛰어나다. 전반부와 후반부에 두 번 등장하는 놀이동산과 테니스 씬은 명불허전이다(유투브에 한글 자막이 깔린 고화질 풀버전이 있다). 기술은 간결하지만 이미지는 강렬하다.  

 

 

 

 

                                     

1)    패트리샤 하이스미스는 동성애자'다. 그는 동성애를 다룬 두 번째 작품 << 소금의 값(캐롤) >> 를 내놓았지만 사회적 비난을 의식해 클레이 모건 이란 필명으로 출간했다.  그가 자신을 숨긴 채 동성애 문제를 다룰 때 사용했던 40여 개의 필명 가운데 하나였다.  그는 말년이 될 때까지도 공개적으로 이 소설이 자신의 작품이라고 밝히지 않았다.

 

 

 

 

-

 

 

 

 

덧대기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출간 1년 만에 거장들에 의해 영화로 탄생하는 명예를 누렸다. 하드보일드의 거장 레이먼드 챈들러가 이 작품을 각색하여 시나리오를 쓰고, 서스펜스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이 연출하여 영화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이 탄생한 것이다. 최근에는 데이빗 핀처 감독이 다시 영화화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진다.

-출판사 책 소개 글 中

 

그런데 이 정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실제로 레이먼드 챈들러가 이 작품의 각색 작업에 참여한 것은 맞지만 그가 쓴 대본은 쓰레기통에 버려졌다(글자 그대로 히치콕 감독은 이 대본을 쓰레기통에 버린다). 영화에 사용된 시나리오는 챈지 오먼드였다. 챈들러는 엔딩 크레디트에서 자신의 이름을 지워줄 것을 부탁하지만 제작사는 상업적 이득을 고려해서 거절했다. 히치콕은 이런 말을 했다. " 뛰어난 예술영화를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훌륭한 상업영화를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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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kim 2017-09-04 14: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은 주문 했고 영화도 찾아서 봐야지 좋은 정보 고마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9-04 14:45   좋아요 0 | URL
탁월한 선택이 되실 겁니다. 굳럭 ~

꼬마요정 2017-09-04 1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 번의 섹스로 딸을 낳았다니... 대단합니다. 아이를 갖고자 하는 부부들이 모두 히치콕 부부 같다면 좋겠군요.

여러모로 히치콕 감독은 양파 같은 사람이네요. 그리고 곰발님 글은 참 재미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9-05 11:02   좋아요 0 | URL
히치콕은 굉장히 수수께기 인물입니다.. 모호하죠. 뛰어난 장사꾼이기도 하고..
자기가 만든 상품을 몇 배로 부풀려서 팔 줄 아는 비즈니스맨이기도 했습니다. 재미있어요. 영화도 이 양반도..
 
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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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을     내  요 ,     스   몰   우   먼   :



 



    당신의 능력을 보여,

줄 필요는 없어요


 

 

 

 

 

 


 



 

 

 

 

 

                                                                                                           대한민국 문학상은 스파르타 제국의 왕 레오니다스가 이끄는 용맹한 전사 300명보다 많은, 대략 400개가 난립된 상태라고 한다. 간단한 셈법으로 계산하자면   :   365일, 날마다 어디선가 문학상 시상식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하하, 이따위 스파르타 !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독자들이 한국 문학을 외면한 지는 이미 오래이지 않은가. 그런데 문학상은 독자의 외면과는 달리 아쓰뜨랄한 쓰빽따끌 확장을 구가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식당을 찾는 손님은 해종일 열 명 남짓이 전부인데 식당 종업원만 백 명 넘게 근무하는 레스토랑을 보고 있는 것 같다. 허허, 이따위 스파게티 !                 장사도 안 되는데 한국 문단은 왜 이렇게 문학상을 남발하는 것일까 ? 문단 어르신 입장에서 보면 문학상이 난립한다는 것은 일자리 확대를 의미한다. 이명박 식으로 표현하자면 " 비즈니스 프렌들리 " 이고, 박근혜 식으로 표현하자면 " 크리에이티브 이코너미(창조경제) " 이다.

문학상이 난립한 자리에는 문단 어르신 - 들'이 편집위원이나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어 자기 밥그릇을 챙기는 것이다. 그들에게 문학상 신설은 곧 일자리 창출인 셈이다. 문제는 재미를 추구하는 < 대중 > 과는 달리 < 문단 > 이 재미와는 거리가 먼 순문학을 열심히 빨아준다는 데 있다. 그들은 독자에게 행간을 읽는 능력을 요구한다.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고객이 왕인 시대에 독자에게 자격과 품격 따위를 먼저 요구하니 한국 문학이 팔릴 리가 있나.  그렇다면 작가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캐릭터'인가 ?  책이 안 팔리다 보니 작가는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을 포기하는 대신에 문단 권력을 향해 꼬리를 친다.

작가는 편집위원이나 심사위원이 좋아할 만한 " 형이상학의 세계 " 를 던져준다. 옛다, 먹어라 ! 형이상학.                       " 형이상학의 세계 " 란 반드시 행간을 읽어내는 기술을 습득한 자만이 풀 수 있는 이상한 세계이다. 그 세계는 모호하고, 선명하지 않으며, 사물의 본질과 존재의 근본을 탐구하기에 문학에 특화된 이에게는 흥미로운 십자말풀이의 세계이다.  작가가 문단 권력에게 떡밥을 던져주는 데에는 여러 문학상을 수상해서 문창과 교수로 임용될 기회를 노리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문창과 교수가 된 작가는 다시 편집위원이나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어 문단 권력 안으로 입성한다. 

한마디로 한국 문단은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젯밥에만 관심이 있다. 더 큰 문제는 문단 권력이 자랑스럽게 소개하던 제구력(選球眼)이 그닥 훌륭하지 않다는 데 있다1) 그들이 선전하는 핀포인트 정밀 탄착 제구력은 알고 보니 헤드샷 날리기 일쑤다. 한국 문학을 폐허로 만든 원인은 " 문학의 상업성 " 이 아니라 그들만의 짜고 치는 " 문학의 예술성 " 이다. 문학의 예술성을 위대한 가치로 숭배하는 문화 속에서 애지중지 자란 한국 문학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는 사실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

조남주 장편소설 << 82년생 김지영 >> 은 작가가 독자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가 매우 분명하고 친절하다. 조남주는 순문학이 독자에게 요구하는 " 행간을 읽는 능력 " 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당신에게 당신의 능력(행간을 읽는)을 보여주세요  _   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이 소설은 프로파간다 문학이면서 자료와 통계를 소설 쓰기에 적극 반영했다는 점에서 증언 문학이자 르뽀르타쥬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 82년생 김지영 >> 은 선동과 증언 문학 사이에 놓인 작품이다. 또한 각주에서 인용한 자료와 통계는 픽션(드라마)과 논픽션(각주)을 섞어서 소격 효과(브레히트)를 낳는다.

이 소설이 무엇보다도 반가운 이유는 모호성을 예술적 가치로 숭배하는, 순문학의 허세에 함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평이한 문체로 서술하는 소박한 문장은 김지영이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다. 그녀는 납작한 캐릭터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문단의 욕망에 기생하지 않고 작가가 쓰고 싶은 글을 썼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내가 보기에는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김지영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정신과 의사는 남성 중심의 문단 권력(자)에 대한 조롱처럼 읽힌다. 이 소설은 남성 중심 사회에서 보통의 여성이 겪어야 하는 차별과 공포를 다루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남성 중심의 문단에서 보통의 여성 작가가 겪어야 하는 차별과 공포2)로도 읽힌다. 김지영, 건투를 빈다.




​                                                 

1)      편혜영과 한강의 문학 작품은 과대평가된 측면이 있다. 특히 << 채식주의자 >> 는 문청의 습작 수준을 넘지 못한다.

2)     문단 내 성폭력 사태는 남성 중심의 문단 권력이 동료 여성 작가(나 지망생 여성)을 성적 노리개 정도로 취급했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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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의서재 2017-09-03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간만에 접속. 잘 지내셨지요? 특히 각주 1번에 매우 동의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9-04 11:20   좋아요 0 | URL
잘 지내지는 못하지만 잘 지내지 못하는 것이 일상이어서 무덤덤합니다.. ㅎㅎ
 

 

 

 

 


 

내 사랑


 

 

 


 

                                                                                                       종종 배우도 평범한 노동자'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연기자-들'이 있다. 설령, 고난도 액션을 선보여야 하는 액션 배우가 아니라 오로지 표정 연기로만 승부를 거는 배우라 해도 말이다. 지게꾼은 다리와 허리 근육의 힘으로 살아가는 노동자이고 구두수선공은 팔과 손의 힘으로 살아가는 노동자이듯이,

배우는 다양한 23가지 얼굴 부위 근육으로 표정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 표정 > 은 얼굴에 분포된 근육(종류) 중에서 무엇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뿐만 아니라 웃음을 관장하는 근육과 경멸을 담당하는 근육을 섞으면 미묘한 표정을 생산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표정은 화가가 물감으로 그린 그림과 같다. 한 가지 물감'만으로도 색을 표현할 수 있지만 여러 물감을 섞어 미묘한 색을 만들 수도 있으며 덧대거나 붓질의 속도에 따라서도 다양한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수영 선수처럼 특정 부위 근육을 자주 사용하다 보면 유독 어깨와 가슴 부위 근육이 발달하여 독특한 체형이 완성되듯이 

얼굴 근육도 특정 근육을 자주 사용하면 눈에 띈다. 바로 주름'이다. 주름은 그 사람이 자주 사용한 근육의 흔적'이다. 얼굴에 " 주름이 많다는 것 " 과 " 주름의 종류가 많다는 것 " 은 같은 의미이면서 동시에 전혀 다르다. 전자는 늙었다는 증후이지만 후자는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감성이 풍부하다는 증거'이다. 이명박과 박근혜는 주름이 많지도 않을 뿐더러 주름의 종류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그것은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는, 좋은 의미가 아니라 단순한 욕망에 집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권력 욕망에 사로잡힐 때 만들어지는 표정과 주름을 이명박과 박근혜의 추한 얼굴에 통해 목격하게 된다.



말머리로 시작하는 입말이 길었다. 캐나다 화가 모드 루이스 일대기를 그린 전기 영화 << 내사랑, maudie >> 에서 주인공 모드를 연기한 배우 샐리 호킨스'는 우리에게 배우도 노동자라는 단순한 사실을 일깨워준다.  저 표정을 만들기 위해 그녀는 얼마나 많은 힘을 쏟았을까 ?   샐리 호킨스의 인상 깊은 연기를 보면서 배우에게 있어서 주름은 재앙이 아니라 신이 내린 선물이 아닐까  _  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품이 맥주 맛을 풍부하게 만들듯이 주름은 표정을 깊이 있게, 그리고 아름답게 만든다(그런 점에서 주름을 없애는 리프팅이나 보톡스 시술은 배우에게는 치명적인 독이다. 주름을 없애는 시술은 표정을 없애는 공정이다).

관객 입장에서 모드를 연기한 샐리 호킨스의 다양한 표정과 주름을 오랫동안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우리는 지금 다양한 물감을 섞어서 만든 풍경화를 보고 있는 것이다. 비록 실제 인물인 모드 루이스는 그림을 그릴 때 다른 물감을 섞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물론, 이 영화에서는 샐리 호킨스 연기가 압도적이기는 하지만 이 영화를 풍부하게 만드는 요소는 비단 그것만은 아니다. 에단 호크도 뛰어난 연기를 선보인다. 이 영화를 위해 십 년을 준비했다는 감독의 연출도 뛰어나다. 그림보다 더 그림 같은 풍경은 덤이다. 그리고 엔딩 장면은 영화가 끝나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모드가 병실에서 눈을 감는 장면은 영화 << 밀리언 달러 베이비 >> 에서 프랭키(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병실에 누운 매기(힐러리 스웽크)의 산소호흡기를 떼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 새드 엔딩 " 의 모범적 사례'이다. 해마다 보는 영화 편 수가 줄어들기는 하지만 이 영화는 올해 내가 본 영화 가운데 가장 좋은 영화(라고 예측해 본)다. << 내 사랑 >> 이라는 영화가 좋은 작품이라는 사실은 이 영화의 개봉일(7.12)을 보면 알 수 있다. << 군함도 >> 같은 거대 자본이 투입된 영화도 한달을 버티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영화는 입소문을 타고 지금도 순항 중이다. 놓치면, 반드시 후회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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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7-08-30 1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꼭 봐야겠어요. 두근거린다 어떤 작품일지.

곰곰생각하는발 2017-08-30 10:46   좋아요 0 | URL
꼭 보세요. 극장에서... 이런 풍경을 담은 영화는 스크린에서 봐야 제맛입니다.
제 옆에 앉은 분은 영화 시작하자마자 내내 울더군요..

아마도 시작부터 울 준비를 한 것 보면.. 재관람인 듯 !

syo 2017-08-30 1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포스터의 에단 호크 표정도 만만치가 않군요.
저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8-30 11:07   좋아요 0 | URL
끝물이니까 어서어서 서두르십시오. 개봉관 찾기가 그리 쉽지는 않을 듯합니다..
이런 영화는 확실히 스크린에서 봐야 해요.
전 오락 영화보다는 이런 영화야말로 스크린에서 봐야 한다고 믿는 1인.

2017-08-30 1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30 1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울 2017-08-30 14: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진 영화였어요. 재관람하지 못한 것이 후회되기도 합니다만, 붓터치 하나하나..그리고 다른 작품들도 찾아보니 무척 따듯하고 곱더군요. 감사^^

곰곰생각하는발 2017-08-30 14:03   좋아요 0 | URL
보셨군요. 제 옆자리 분은 시작부터 울길래.. 아니 시작부터 왜 울지.. 했는데
곰곰 생각하니 재관람이신 것 같더군요. 느낌 아니까, 시작부터 그렁그렁....

실제.. 그림도 참... 좋더군요.

정말 이런 영화는 안 보면 후회들... 꼭 스크린을 통해 보시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