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종종 배우도 평범한 노동자'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연기자-들'이 있다. 설령, 고난도 액션을 선보여야 하는 액션 배우가 아니라 오로지 표정 연기로만 승부를 거는 배우라 해도 말이다. 지게꾼은 다리와 허리 근육의 힘으로 살아가는 노동자이고 구두수선공은 팔과 손의 힘으로 살아가는 노동자이듯이,

배우는 다양한 23가지 얼굴 부위 근육으로 표정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 표정 > 은 얼굴에 분포된 근육(종류) 중에서 무엇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뿐만 아니라 웃음을 관장하는 근육과 경멸을 담당하는 근육을 섞으면 미묘한 표정을 생산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표정은 화가가 물감으로 그린 그림과 같다. 한 가지 물감'만으로도 색을 표현할 수 있지만 여러 물감을 섞어 미묘한 색을 만들 수도 있으며 덧대거나 붓질의 속도에 따라서도 다양한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수영 선수처럼 특정 부위 근육을 자주 사용하다 보면 유독 어깨와 가슴 부위 근육이 발달하여 독특한 체형이 완성되듯이 

얼굴 근육도 특정 근육을 자주 사용하면 눈에 띈다. 바로 주름'이다. 주름은 그 사람이 자주 사용한 근육의 흔적'이다. 얼굴에 " 주름이 많다는 것 " 과 " 주름의 종류가 많다는 것 " 은 같은 의미이면서 동시에 전혀 다르다. 전자는 늙었다는 증후이지만 후자는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감성이 풍부하다는 증거'이다. 이명박과 박근혜는 주름이 많지도 않을 뿐더러 주름의 종류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그것은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는, 좋은 의미가 아니라 단순한 욕망에 집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권력 욕망에 사로잡힐 때 만들어지는 표정과 주름을 이명박과 박근혜의 추한 얼굴에 통해 목격하게 된다.



말머리로 시작하는 입말이 길었다. 캐나다 화가 모드 루이스 일대기를 그린 전기 영화 << 내사랑, maudie >> 에서 주인공 모드를 연기한 배우 샐리 호킨스'는 우리에게 배우도 노동자라는 단순한 사실을 일깨워준다.  저 표정을 만들기 위해 그녀는 얼마나 많은 힘을 쏟았을까 ?   샐리 호킨스의 인상 깊은 연기를 보면서 배우에게 있어서 주름은 재앙이 아니라 신이 내린 선물이 아닐까  _  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품이 맥주 맛을 풍부하게 만들듯이 주름은 표정을 깊이 있게, 그리고 아름답게 만든다(그런 점에서 주름을 없애는 리프팅이나 보톡스 시술은 배우에게는 치명적인 독이다. 주름을 없애는 시술은 표정을 없애는 공정이다).

관객 입장에서 모드를 연기한 샐리 호킨스의 다양한 표정과 주름을 오랫동안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우리는 지금 다양한 물감을 섞어서 만든 풍경화를 보고 있는 것이다. 비록 실제 인물인 모드 루이스는 그림을 그릴 때 다른 물감을 섞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물론, 이 영화에서는 샐리 호킨스 연기가 압도적이기는 하지만 이 영화를 풍부하게 만드는 요소는 비단 그것만은 아니다. 에단 호크도 뛰어난 연기를 선보인다. 이 영화를 위해 십 년을 준비했다는 감독의 연출도 뛰어나다. 그림보다 더 그림 같은 풍경은 덤이다. 그리고 엔딩 장면은 영화가 끝나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모드가 병실에서 눈을 감는 장면은 영화 << 밀리언 달러 베이비 >> 에서 프랭키(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병실에 누운 매기(힐러리 스웽크)의 산소호흡기를 떼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 새드 엔딩 " 의 모범적 사례'이다. 해마다 보는 영화 편 수가 줄어들기는 하지만 이 영화는 올해 내가 본 영화 가운데 가장 좋은 영화(라고 예측해 본)다. << 내 사랑 >> 이라는 영화가 좋은 작품이라는 사실은 이 영화의 개봉일(7.12)을 보면 알 수 있다. << 군함도 >> 같은 거대 자본이 투입된 영화도 한달을 버티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영화는 입소문을 타고 지금도 순항 중이다. 놓치면, 반드시 후회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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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7-08-30 1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꼭 봐야겠어요. 두근거린다 어떤 작품일지.

곰곰생각하는발 2017-08-30 10:46   좋아요 0 | URL
꼭 보세요. 극장에서... 이런 풍경을 담은 영화는 스크린에서 봐야 제맛입니다.
제 옆에 앉은 분은 영화 시작하자마자 내내 울더군요..

아마도 시작부터 울 준비를 한 것 보면.. 재관람인 듯 !

syo 2017-08-30 1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포스터의 에단 호크 표정도 만만치가 않군요.
저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8-30 11:07   좋아요 0 | URL
끝물이니까 어서어서 서두르십시오. 개봉관 찾기가 그리 쉽지는 않을 듯합니다..
이런 영화는 확실히 스크린에서 봐야 해요.
전 오락 영화보다는 이런 영화야말로 스크린에서 봐야 한다고 믿는 1인.

2017-08-30 1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30 1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울 2017-08-30 14: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진 영화였어요. 재관람하지 못한 것이 후회되기도 합니다만, 붓터치 하나하나..그리고 다른 작품들도 찾아보니 무척 따듯하고 곱더군요. 감사^^

곰곰생각하는발 2017-08-30 14:03   좋아요 0 | URL
보셨군요. 제 옆자리 분은 시작부터 울길래.. 아니 시작부터 왜 울지.. 했는데
곰곰 생각하니 재관람이신 것 같더군요. 느낌 아니까, 시작부터 그렁그렁....

실제.. 그림도 참... 좋더군요.

정말 이런 영화는 안 보면 후회들... 꼭 스크린을 통해 보시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