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는 악인도 영웅도 없다  :



 



기생충과 영웅



 


                                                                                                                                                                                              변 사또 없는 춘향뎐'은 최순실 없는 박근혜뎐이다. 춘향전을 이끄는 주요 서사는 이몽룡과 춘향이의 러브라인이지만 꿀잼은 변 사또의 악행이다. 신파는 " 시련 " 을 종잣돈 삼아 이야기를 전개하는 장르라는 점을 감안하자면 이몽룡 없는 춘향전보다 재미없는 것은 변 사또 없는 춘향전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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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조커 없는 배트맨은 상상하기 힘들다. 조연으로 등장하는 악인은 주인공을 영웅으로 만든다. 반대로 피카레스크 소설은 조연인 악인은 주인공을 더욱 악랄한 악인으로 만든다.  << 배트맨 >> 은 영웅이다. 그는 평창 롱패딩보다 비싸고 아르마니 수트보다도 비싼 블랙 수트를 입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나 악당을 물리친다. 간지난다. 하층민을 대표하는 조커가 보기에 다국적기업 오너인 배트맨은 영웅 놀이에 빠진 인물처럼 보인다. 그것은 정의 실현이라기보다는 익스트림 스포츠에 불과하다.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  조커는 배트맨 앞에 나타나기로 결심한다. 형씨, 맞짱 한 번 뜹시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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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점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악당을 물리치기 위해 배트맨이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배트맨이 있기에 악당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배트맨이 고담 시티의 입주민이 아니었다면 조커는 고담 시티로 향하지 않았을 것이다. 범죄를 소탕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브루스 웨인의 " 익스트림 스포츠 " 를 멈춰야 한다(부잣집 도련님이야 정의 실현이라고 말하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돈 지랄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작년에 왔던 조커, 죽지도 않고 또 온다. 얼씨구씨구. 니미, 조또. 잘 돌아간다.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천국에는 악인이 없다. 이 명제를 바탕으로 또 다른 명제를 도출하자면, 천국에는 영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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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과 영웅은 떼래야 뗄 수 없는 젖은 땔감 같은 사이다. 그들은 쌍생아이며 도플갱어'이다. 그렇다면 강박적일 정도로 영웅을 호명하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는 의미가 된다. 어떤 사회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 슈퍼 히어로 " 를 간절히 원한다는 것은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제도와 법만 가지고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인간이 해결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설 때 우리는 초월자의 재림을 갈망한다. 한국 사회가 " 스타일리시 " 하지 못하다는 증거는 이 사회가 영웅을 과다하게 갈망하고 소비한다는 데 있다.  한때 황우석은 나라를 구할 영웅처럼 떠받들어졌지만 지금은 사기꾼이라는 사실이 폭로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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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를 구할 영웅으로 새롭게 부각되었던 안철수는....... 내가 mb 아밥탑니까, 갑철숩니까 _ 라는 그 한마디에 몰락하고 말았다. 안철수는 미담으로 만들어진 영웅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캐릭터이다. 건강한 사회는 영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아덴만의 영웅이라는 프레임으로 소비되는 이국종 교수도 마찬가지다. 그는 영웅이 아니라 자기 분야에서 성실히 일하는, 한 명의 외과 교수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를 비판하면 안 되는 성역으로 접근하고 있다.  왜 ?  영웅은 순결해야 하니까 !  나는 이국종 교수가 브리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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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서 한국 사람에게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엄청난 합병증을 초래하고 예후를 나쁘게 할 수 있는 기생충이 나왔다. 지금 보면 터진 장을 뚫고 변 내용물과 함께 회충 등, 기생충들이 장을 뚫고 나오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것이다.  

 

 

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진심으로 빡쳤다.  이국종은 의술이 아닌 언술을 활용해서 북한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은유로써 기생충을 활용한다. 이제는 기생충마저 국뽕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북한을 " 기생충 제국 " 으로 만들었다. 변호인이 의뢰인과의 변호 과정에서 얻게 되는 정보를 누설하면 안 되듯이,  굳이 의료법 19조를 거들먹거리지 않아도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면서 얻게 되는 의료 정보를 누설하면 안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그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귀순 병사가 b형 간염이라는 사실도 폭로한다).  그것은 인권의 문제이며 인간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입장을 바꿔서 한국인이 미국 여행 도중 총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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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병원 의사가 미국 사람에게서는 볼 수 없는 기생충이 한국인 환자 몸속에 드글드글하다고 말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  이국종은 변명이랍시고 국민의 알 권리 운운하던데, 나는 그 병사의 생사가 궁금할 뿐이지 그 병사 몸에서 기생충이 장을 뚫고 나오는 장면이 궁금한 것이 아니다. 그는 의사로서 성실한 직업인일 수는 있겠으나 인권 감수성은 둔감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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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대기 ㅣ 다음은 홍석천이 이국종을 지지하면서 한 말이다 : 홍석천은 2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한 사람은 죽어가는 사람 목숨을 구하려 본인의 능력을 최대치로 애쓰는 사람이고 한 사람은 그런 소중한 사람의 의지에 여러 가지 이유로 찬물을 끼얹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 생각한다"라며 “타이밍이라는 게 참 중요하다고 느끼는데 아직도 환자 목숨 구하느라 잠도 못 자고 계실 분에게 힘 빠지게 하는 소리는 나중에 하셔도 될듯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국종 교수를 향해 “한 번 뵌 적도 없지만 응원한다"라며 “혹시라도 제가 위급한 경우가 생기면 교수님이 수술해주시길. 제 몸속 상태가 어떤지 기자들이 끊임없이 물어오면 다 브리핑하셔도 된다. 제 목숨만 살려주신다면 그저 눈떴을 때 감사하다고 뜨거운 눈물 함께 흘려달라"라고 응원했다.


" 제 몸속 상태가 어떤지 기자들이 끊임없이 물어오면 다 브리핑해도 된다 _ 는 홍석천의 주장에 대한 반론은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페이스북에 남긴 글을 인용하는 것으로 끝내겠다.


“에이즈 감염자인 배리 맥기어리를 치료하던 의사는 ‘공공의 안전을 위해’ 배리가 에이즈 감염자라는 사실을 여러 의사들에게 발설했고, 그 이유로 배리는 낙인이 찍혀 사회적으로 완전히 매장 당했다. 이에 배리는 발설한 의사를 고발했으나 재판에서는 무죄. 결국 대법원 상고까지 가는 동안 배리의 신상과 얼굴은 완전히 공개되었다. 대법원 판결을 받기도 전에 배리는 비참하게 죽었다. 이 사건을 통해 ‘공공의 이익’을 위해 무엇을 공개한다는 것에 대한 논란은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그렇기까지 수많은 희생이 있었다. 공공의 관심 때문에 무엇을 공개했다고 말하지 마시기 바란다. 우리는 그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것이 법의 정신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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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3 0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23 0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 2017-11-23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무 생각없이 이 판을 보고 있다가, 의사 입장에서 환자 인권을 보호하는 건 환자를 살리는 거라는 말로 호도하는 거 보고 급실망했습니다. 그건 분변이나 기생충을 공개하는 게 저 환자를 살리게 위해 반드시 택해야 하는 방법이었을 때 말이 되는 변명일텐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1-23 09:46   좋아요 0 | URL
2차 브리핑이 더 웃기죠.

의사 입장에서 환자 인권을 보호하는 최선의 것은 환자를 살라는 게 결국은 인권이라는 논조였는데
이게 웃긴게

환자를 살리려고 노력하는 것은 의사로서의 직무와 책임 의식이지
인권은 아니죠. 물타기 하는 겁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1-23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에 분변이 있습니다..

이게 의사의 소견이란다. 장에 똥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 장에 똥 없는 사람 손 들어보시길.
이걸 브리핑이라고 말하는 게 웃긴 거다.

수다맨 2017-11-23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국종보다도 저는 홍석천의 트윗글이 더 가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국종이야 철저한 계산적인 의도 하에서 저런 브리핑을 했다지만 홍석천은 (앞으로 걸릴지도 모를) 자기 병명에 대해서 의사가 마음껏 누설해도 좋다고 허락까지 했네요. 이 사람이야말로 제정신이 맞는지 의심스럽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1-23 13:47   좋아요 0 | URL

글세말입니다. 생각없음의 결정판 같기도 합니다.
영웅에 대한 어떤 환상 같은..





 

 

 

 

 

 

 

 

 

 

 

 

 

 

 

 

                                         

 

당신의 위로가 고문이 될 때    :



 

 


 

위  로




 

                                                                                                                                                                                    바늘(레코드판), 뾰족구두 하이힐, 단검, 만년필 촉의 공통점은 끝이 뾰족하다는 데 있다. 뾰족구두가 사람 몸에 생채기를 낼 수는 없지만 나머지는 치명적 무기가 될 수 있다.

​

이 단어들의 뿌리를 찾다 보면 stylus가 母語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생김새와 쓰임새가 제각각이어서 서로 남남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면 한배에서 낳은 형제자매인 경우다. stylus이라는 낱말은 철필이라는 뜻이다. 쉽게 말해서 끝이 뾰족한 쇠붓이다. 옛날에는 끝이 뾰족한 필기도구로 잉크를 찍어 글이나 그림을 그렸으니깐 말이다. 이 단어에서 파생된 낱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style이다. 저잣거리 입말로 " 오, 스타일 쥑이네 ~ " 라는 표현은 스타일이라는 녀석이 생래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성질머리를 정확하게 간파한 말이다. (치명적 매력의) 스타일은 " kill " 과 관련이 있다(dressed to kill, kill heel)

​

필름 느와르 장르 영화에서 " 치명적인 여자 " 라는 뜻을 가진 팜 파탈(femme fatale)은 항상 스틸레토힐(끝이 날카로운 하이힐)을 신고 등장한다. 영화 << 원초적 본능 >> 의 그 유명한 장면에서 치명적이었던 것은 팜 파탈'인 샤론 스톤의 무릎과 무릎 사이가 아니라 뾰족구두'이다.  만약에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등장하는 여성이 있다면 그 사람은 팜 파탈이 아니다(나는 수많은 느와르 영화를 섭렵했지만 단 한번도 팜 파탈이 단화를 신고 등장하는 장면을 본 적이 없다).  탐정은, 그리고 관객이었던 당신은 보자마자 스타일이 죽이는 여성에게 유혹당한다.  우리는 그 유혹이 치명적인 위험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빠지게 된다.

​

이 욕망은 에로스라기보다는 타나토스적 본능에 가깝다.  느와르 영화에서 스틸레토힐을 신은 여자는 스틸레토(단검)를 숨긴 악녀다.  이처럼 스타일은 날카로운 형질을 내포하고 있다. " 스타일이 좋다 " 는 것은 결국 " 날카롭다 " 는 뜻이다. 맛으로 표현하자면 사골 곰탕 맛이라기보다는 칼칼한 생태탕 맛에 가깝다. 문장도 마찬가지다. 문장은 문체에 의해 완성된다. 문체가 style이라는 점에서 좋은 문장의 기본은 날카로움이다. 내 기준에 있어서 좋은 문장은 " 모필(毛筆) " 로 쓴  문장보다는 " 철필(鐵筆) " 로 새긴 문장이다. 붓으로 그려진, 생채기 없는 문장은 돼지비계를 기름장에 묻혀 마요네즈에 찍어 먹을 때 느끼게 되는 맛'과 비슷하다.

​

​이기주, 김난도, 혜민의 책을 읽을 때마다 헛구역질이 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컹 !  식감이 형편없다.  그러니까 나는 이런 책들을 읽으면 입덧으로 고생하게 된다.  그들의 공통점은 스타일이 없다는 점이다.  그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 위로 " 가 섹스, 공포와 함께 매우 잘 팔리는 상품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어서 독자를 위로하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  그들은 위로가 잘 팔리기 때문에 당신을 위로할 뿐이다. 만약에 위로가 상품 가치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독설을 쏟아낼 것이 분명하다.  이런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인생을 낭비하는 것이다.

​

고문실에서 고문 피해자들이 심리적으로 무너지는 계기는 고문 가해자의 무시무시한 말이 아니라 말랑말랑한 말'이라고 한다. 피 묻은 손으로 자신의 눈물을 닦아주는 가해자의 친절이 공포스럽다는 것이다. 내일이 없는 사형수에게 내일의 희망을 이야기하며 위로를 하는 행위는 고문이다. 아프니깐 청춘이라는, 이 달콤한 위로가 가지고 있는 본질은 기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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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1-22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실을 왜곡하는 낙관주의는 약자가 처한 문제를 외면하고 방관합니다. 그런 낙관주의자들은 그럴싸한 말만 내세울 뿐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1-23 09:09   좋아요 0 | URL
낙관주의보다는 차라리 비관주의가 낫죠.. ㅎㅎ
 
나는 항상 패배자에게 끌린다 - 내 취향대로 살며 사랑하고 배우는 법
김경 지음 / 달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옷   과      의   자   는      닮   은      점   이      많   다  :



 





롱   패   딩



 

우리는 겉모양새가 사실상 우리의 존재방식이다

가면이 곧 얼굴인 것이다

- 수전 손택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를 듣다가 깜짝 놀랐다. 주정뱅이 클럽 멤버들이 필동의 노포를 돌아다니며 술독에 빠져 있던 그날, 누군가는 새벽 2시부터 거리에 서서 가게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고 한다.

​

요샛말로 표현하자면 이거, 실화냐 ?                  느닷없이 찾아왔던 강추위를 생각한다면, 아아 !  극한의 기다림이 아닐 수 없다. 아침 9시,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공식 라이선스 상품인 `구스 롱 다운점퍼(일명 `평창 롱패딩`)을 구매하기 위해 오돌뼈도 아니면서 오돌오돌 떨었던 사람들은 문이 열리자마자 영화 << 월드 워 z >> 에 나오는 좀비처럼 백화점 안으로 쏟아졌다고 한다. 몸에 맞는 사이즈를 구매하기 위해 아귀다툼을 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이 현상은 평창 올림픽에 대한 열기는 아니다(평창 올림픽 티켓은 절반도 못 팔렸다고 한다).

​

평창 롱패딩 가격이 시중에 유통되는 타 상품보다 싸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 거리에서 장시간 일을 해야 했던 나이트클럽 삐끼 혹은 대리운전 일을 하는 사람들이 보온성 때문에 입거나 운동선수들이 체온 유지를 위해 입던 기능성 운동복이 이제는 겨울철 생활복으로 바뀌었으니 제2의 노스페이스 사태'라 할 수 있다. 등골브레이커의 시작을 알린 노스페이스를 입은 학생들이 앵무새처럼 쏟아냈던 말이 예뻐서 입냐, 추워서 입지 _ 라는 변명이었는데 타임라인을 살펴보니 이번 겨울에 롱패딩을 구입해서 입은 이들의 한결같은 소리도 예뻐서 입냐, 추워서 입지 _ 라는 소리'였다.

​

누가 보면 대한민국은 해발 3000 미터 아래 학교가 있고 영하 40도를 웃도는 북극 날씨여서 앞으로는 모르는 길을 묻기 위해 앞서 가는 양복 입은 신사의 어깨를 두드렸더니 팽귄이 고개를 돌렸다는,  웃지 못할 일도 발생하것어요, 니미.                 나의 과격한 반응에 롱패딩-성애자가 이렇게 대꾸했다. 취존입니다아.                      그는 취향과 유행을 같은말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취향과 유행은 같은말이 아니라 반대말에 가깝다. < 유행 > 은 집단 내 포섭 욕망이고, < 취향 > 은 집단과의 결별과 차이를 뜻한다.  김경은 << 나는 항상 패배자에게 끌린다 >> 에서 이렇게 말한다.


 

​

결국 취향이란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기호나 규율이 아무리 방해해도 자기만의 경험을 통해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것, 사랑하는 것, 재미있는 것,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을 찾아내어 그것들과 함께 삶을 더 잘 즐기기 위한 것이라 말하고 싶다.

 

​

​대세를 따르는 행위는 취향이 아니라 유행이다. 유행은 몰개성적이며 무취향적이다. 롱패딩을 입고 거리를 자신 있게 워킹하는 이들을 볼 때마다 직립보행하는 애벌레를 보고 있는 듯한 착시는 나의 눈병이 낳은 비극일까 ?  유행한다 싶으면 " 빠숑 레밍 " 처럼 달려드는 욕망을 볼 때마다 패션 파시즘을 연상케 한다. 메뚜기도 한철이듯이 평창 올림픽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기념상품인 롱패딩도 한철일 수밖에 없다. 전 국민의 일인일옷(1인1옷)이었던 2002 월드컵 로고가 박힌 빨간 티셔츠를 아직까지 입고 있는 이 없고,  88올림픽 호돌이 기념 티셔츠 또한 그렇다. 이런 옷들은 대부분 과테말라에서나 빈티지스럽게 유통되고 있을 것이다.

​

이 상품은 디자인과 스타일 면에서도 형편없을 뿐만 아니라 가성비 측면에서도 형편없다. 가장 촌스러운 옷은 한때 졸라 유행했던 옷이다. 고가인 옷은 유행보다는 클래식한 디자인의 옷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의자와 옷은 닮은 점이 많다. 디자인과 스타일이 뛰어난 의자일수록 불편하다. 예술사에 한 획을 긋는 의자는 대부분 불편하다. 옷도 마찬가지다. 의자와 옷은 앉았을 때 불편한 느낌이 들어야 미학적으로 뛰어나다. 옷이 태도를 만든다. 편한 느낌은 자세를 망가뜨린다. 무릎 나온 츄리닝을 입고 꼿꼿한 자세를 유지한다는 것은....... 그러니까, 좀... 이상하잖아. 디자인과 스타일이 뛰어난 복장은 몸에 불편하다.

​

그것을 견디줄 아는, 그 결핍을 충분히 받아들일 때 비로소 멋쟁이가 된다. 그런 점에서 머리와 발목만 빼고 온몸을 감싼 롱패딩 패션은 실패한 스타일이다. 겨울철에는 따듯하게 보이는 옷보다 약간 춥게 보이는 옷을 입은 사람이 멋있다. 입만 열면 명풍 타령을 하는 친구가 있었다. 청바지 하나를 사도 몇 십만 원을 주는 것은 기본이고 봄에 입는 바람막이 옷도 백만 원을 주고 사 입는 녀석이었다. 이 친구에게는 고약한 버릇이 있었는데 티셔츠를 청바지 안에 넣어 입는 것이었다. 내가 젊은 놈이 왜 티셔츠를 왜 바지 안에 넣어 입냐고 물었을 때 그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바람이 안으로 들어오잖아.

​

나는 낮은 목소리로 혼잣말처럼 말했다. 아이고, 이 등딱아 !  봄바람에 얼어죽겠구나 ■ 


-


덧대기   ㅣ     스타일은 고가의 명품(재료)을 두른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동네 건달이 금목걸이를 두른 채 백구두에 아르마니 정장을 입는다고 해서 우아해 보일 리는 없다.  버지니아 울프의 << 자기만의 방 >> 을 20자로 줄이자면 이렇다  :  예술 하려면 돈이 좀 필요해 !  어찌 보면 궁상맞기도 하고 속물 같기도 한 넋두리이지만 버지니아 울프의 << 자기만의 방 >> 은 우아하다.  그는 궁상맞은 재료를 우아하게 포장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예술가'다. 글을 쓰는 작가는 문체가 곧 스타일이다.  스타일이라는 낱말은 원래 글을 쓰는 도구에서 유래된 단어이다.  양피지 위에 쓰여진 글이든 화장실 두루마리 휴지 위에 쓰여진 글이든 중요한 것은 문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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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1 09: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21 0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1-21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롱패딩 한 벌 때문에 등골 휘는 사람들이 더 생기겠어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7-11-21 14:01   좋아요 0 | URL
이미 10년 전부터 북창동이나 장안동 가면 겨울 밤 거리에서 늘 보던 패션입니다.
삐끼들이 취객 호객할 때 항상 저 옷을 입거든요.
그래서 저는 롱패딩하면 항상 그런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이게 핫해 핫해 할 줄은 몰랐습니다.

수다맨 2017-11-21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행‘ 은 집단 내 포섭 욕망이고, ‘취향‘ 은 집단과의 결별과 차이를 뜻한다... 이 글의 내용을 가장 간명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압축하는 표현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1-21 14:48   좋아요 0 | URL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유행은 집단 내 포섭 욕망이고
취향은 내집단 탈주 욕망이다.

이런 표현이 적확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식품라벨 꼼꼼 가이드 - 건강한 식품선택을 위한
강희진 외 지음 / 우듬지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                                               


라 면 에  김 치 가  없 었 더 라 면  :



 

 

 

 



 

푸드 나쇼날리즘





 

                                                                                                                                                                                     비만을 방지하고 혈압을 낮추며, 암을 예방하고 노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음식은 무엇일까 ? 정답은 김치란다. << 식품 라벨 꼼꼼 가이드 >> 라는 책에서 가이드가 내놓은 김치에 대한 정의다.

​

전문가들이 내놓은 해설이니 불만을 품고 토를 다는 놈은 배반, 배신, to부정사 취급 당하기 십상이다. 이 설명이 맞는다면 김치는 불로초를 능가하는 음식이다. 김치 먹고 암을 극복했습니다아 ~                 백 번 양보해서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과다 나트륨 섭취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김치(김치를 짠지라고도 한다. 말 그대로 김치는 소금 덩어리 짠 음식이다)가 비만을 방지하고 혈압을 낮춘다는 설명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짠맛이 비만과 혈압을 높인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김치는 비만과 혈압을 높이는 주요 음식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책에서는 나트륨에 대한 경고를 잊지 않고 지적한다는 데 있다.

 


​서울환경연합이 밝힌 라면 한 개당 평균 나트륨 함량은 2,075mg으로 우리나라 1일 성인 섭취 상한선인 3,500mg의 59%에 해당하며, 세계보건기구에서 정한 1,968mg을 훌쩍 넘어선다. 라면 한 개를 먹는 것만으로도 1일 상한선을 넘어서는 나트륨을 섭취하게 되므로 영양성분표에서 나트륨 함량을 꼭 확인하자.( 59쪽)

​

 

왜 이 책의 저자들은 음식을 섭취할 때 나트륨 함량을 꼭 확인하자면서 김치의 과다 나트륨 함량에 대한 지적은 안 하는 것일까. 나트륨이 건강의 적이라면 라면에 김치가 없었더라면...... 더욱 좋겠죠 ?  _  라는 친절한 해석 정도는 붙여야 하는 것 아닐까 ? 그리고 이 세상에서 비만을 방지하는 음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음식은 열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래기 같은 내용을 읽고 있자니 헛웃음만 난다. 그래도.......   여러분은 김치는 비만을 방지하고 혈압을 낮추며 암을 예방하고 노화를 억제한다고 주장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to부정사(취급을 받으며) 산다는 것은 고달픈 일이니까. 우리 모두 합창합시다. 김치 없인 못 살아, 정말 못 살아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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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귀한 보물을 일본이 " 기무치 " 라는 이름으로 소비하고 있으니 한국인 입장에서 보면 열불 날 일이다. 김치 예찬론자이자 자나 깨나 나라 걱정을 하는 이들은 " 기무치 " 라는 명칭이 원조(한국)를 감추고 궁극에는 일본화하려는 고도의 개수작이라는 주장을 한다. 인도에서는 " 마샬라 " 라고 부르는 음식을 한국에서는 " 카레 " 라고 부르는데, 그렇다면 카레라는 명칭은 한국인의 개수작'일까 ?  원조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라도 그 나라 발음으로 발음해야 한다면, 우리는 왜 " 오뎅 " 을 " 어묵 " 이라고 가르치는 것일까 ?  나는 한식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숭배하는 이들을 볼 때마다 징그럽다는 생각이 든다.

​

한식이 슬로푸드의 대명사이기에 건강식이라는 논조에 대한 반박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삼겹살이 불판에서 익는 속도를 감안하면 삼겹살은 패스트푸드가 아닐까 ?  직장인으로 붐비는 식당에 앉자마자 주문한 음식이 나온다면 그것도 패스트푸드가 아닐까 ?  햄버거가 패스트푸드라면 삼겹살도 패스트푸드다. 또한 짜장면이 패스트푸드라면 김치찌개도 패스트푸드'다. 음식은 음식일 뿐이지 열등과 우등을 가르는 문화-리트머스紙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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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1-20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족주의가 너무 과하면 타국 음식을 선호하는 개인의 취향을 짓밟는 경향이 나옵니다. 예를 들면 일본 음식 한 번 먹었거나 좋아하는 사람에게 매국노라고 비난하는 사람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1-21 09:11   좋아요 0 | URL
오죽 할 게 없으면 음식에서 민족주의를 찾습니까. 한심할 뿐입니다. 이러다 보니 이명박 때 우리의 김윤옥이 학식 세계화한다고 김치 칵테일이나 만들고...ㅎㅎ
 





나는 스타일을 신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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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일을 신뢰하는 편이다. 전자제품을 살 때에도 성능보다는 디자인이 좋은 제품을 구매하게 된다. 사람들은 치장(겉)을 보지 말고 마음 됨됨이(속)을 보라고 충고하지만 내 귀에 그런 소리는 개 풀 뜯어먹다가 어금니 빠지는 소리처럼 들린다. 마찬가지로 마음보다는 얼굴부터 보게 된다. 남진은 얼굴만 예쁘다고 여자냐 마음이 예뻐야 여자지 _ 라고 말했지만 여전히 개 풀 뜯어먹다가 어금니 빠지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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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이 좋은 사람이 좋다. 그런데 " 스타일이 좋은 사람 " 에 대한 내 평가는 다른 이와는 조금, 아니 많이 다르다. 스타일이 좋은 사람을 말하기에 앞서 먼저 스타일이 후진 사람부터 말하는 게 순리일 것 같다. 그해의 유행이나 브랜드에 민감한 사람들의 옷차림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는 롱 패딩이 유행인지 너나 할 것 없이 롱 패딩을 입고 다니는데 직립보행하는 애벌레 같다.  자기 깐에는 유행을 선도하는 나는야 패셔니스트 _ 라고 외치겠지만 글쎄올시다. 아이고, 시바. 모르것습니다.                   좋은 스타일의 핵심은 개성이지 몰개성이 아니지 않은가. 좋은 스타일은 개성과 조화의 합이다.

 

 

- ​나는 차별화된 개성에는 성공했지만 조화에는 실패했다. 스타일의 최대 적은 과잉이다


내 기준에 있어 가장 완벽한 스타일은 노숙자다.  은유도 아니고 비유도 아니며 유머도 아니다.  노숙자야말로 가장 완벽한 패셔니스트다.  산발한 머리와 덧대어 입은 옷은 개성과 함께 조화롭다. 왜냐하면 노숙자가 옷을 입으면 그 어떤 컬러도 궁극에는 무채색의 모노가 되기 때문이다. 자의든 타의든 노숙자의 외피는 통일성을 대표한다.  한때 나도 그들이 입는 스타일을 따라 한 적이 있으나 악취를 견디지 못하고 포기한 적이 있다.  여기까지는 삼천포다. 지금부터가 서울로 가는 길이다. 시도 마찬가지다.  시의 핵심은 속이 아니라 겉이다.  그런데 입시용 시 교육은 온통 신체 해부에 열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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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각적 쾌락을 위해서 시를 읽는다. 스타일이 후진 시'는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시는 본질적으로 시옷을 입은 명조체의 세계이다. why ?  시라는 장르는 명조체라는 옷이 가장 잘 어울리니까. 그 사실을 무시하고 궁서체를 입히는 순간 아우라는 사라지게 된다. 배우 조인성에게 모시 적삼을 입힌 꼴이다. 상상해 보라. 아이고, 시바. 잘 모르것습니다.                         스타일이 좋은 시가 끌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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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9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1-19 15:46   좋아요 0 | URL
그런데 좀 과합이다. 제 패션은 과잉이 넘쳐서 조금 아방가르드하게 되었습니다..ㅎㅎㅎ

겨울호랑이 2017-11-19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발님께서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셨음을 사진집(?)을 통해 확인하게 됩니다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7-11-19 16:12   좋아요 1 | URL
사진집이라니요... ㅎㅎㅎㅎㅎ 고맙습니다.

syo 2017-11-19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집을 유심히 관찰해보니, 저 인물들이 전부 동일인은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syo의 날카로운 눈을 속일 수 있을까요?

이를테면, 5행 2열의 인물을 곰발님이라고 하면, 6행 6열의 인물은 곰곰발님, 7행 3열의 인물은 곰곰곰발님 정도로 볼 수 있겠습니다. 유사하나 같지는 않은. 훗.

곰곰생각하는발 2017-11-20 10:59   좋아요 0 | URL
10년 넘게 세월의 차이가 있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