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  람  이     잘    들  린  다  :

 

 

 

 

 

 

 

 

 

 


 

바닥이 잘 보인다


 

 

 


                                                                                                            문태준 시인은 가을에는 바닥이 잘 보인다고 말한다. 바닥은 가랑잎이 떨어지는 소리와 바람에 가랑잎이 휩쓸려 굴러가는 소리. 그리고 낙엽을 밟을 때 나는 소리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시인은 가을에는 " 바닥이 잘 보인다 " 고 말했지만 이 시각은 청각에서 기원한다. 가을에는, 가을에는 바람이 잘 들린다. 이 계절이 오면 생각나는 일이 있다. 군산이라는 소도시에서 방 세 개짜리 아파트에서 산 적이 있다. 이삿짐이 오기 전이라 급하게 시장에서 침구류만 장만해서 텅 빈 아파트에서 2주 넘게 지낸 적이 있다. 바닥에 누우면 바람이 바닥을 휩쓸 때 나는 소리가 들렸다. 또르르르륵. 바람의 세기 때문에 바닥에 버려진 코카콜라 캔(으로 추정되는)이 바닥을 긁는 소리가 부산스럽게 들렸다. 바람이 많은 계절이구나.                               잠 못드는 날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다른 날과 같았다. 바닥에 누우니 밖에서는 바람이 바닥을 긁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늘도 바람이 사납게 구는구나.                           불면증 때문에 졸피뎀을 복용한지도 꽤 오래되었지만 잠은 쉬이 오지 않았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을 설치다가 문득 오싹한 기분이 들어 벌떡 일어났다. 생각해 보니 그날은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할 만큼 잔잔한 날씨였다는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나는 안방에 불을 켠 후, 창문을 열어 밖을 보았다. 바람 한 점 없는 청명한 가을 날씨였다. 창문을 닫고 다시 잠을 청하려는데 바람이 바닥을 사납게 긁는 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

나는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왔다. 조용한 밤이었다. 그때였다. 바닥에 버려진 빈 캔이 굴러가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12살쯤 되었을까 ? 자정이 넘는 시간에 사내아이 하나가 아파트 단지 내에서 약간 가파른 언덕배기에 서 있었다. 그 아이는 언덕배기 위에서 캔을 굴리는 놀이에 열중했다. 또르르르르르륵륵륵. 조용한 밤이어서 바람이 바닥을 긁는 소리는 더욱 크게 들렸다. 저 아이는..... 왜 자정이 넘는 시간에...... 그때였다. 아이가 하던 짓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검은 눈동자가 유독 검은 아이였다. 나는 마치 못 본 것을 본 사람처럼 온몸이 떨렸다.

어떻게 집으로 돌아왔는지는 기억에 없다. 돌이켜보면, 그때 그 일에 대한 확신이 없다, 내가 듣고 본 일들이 실제로 일어난 일인지에 대한. 졸피뎀 부작용일지도 모른다. 나는 종종 약의 부작용으로 몽유병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어느 때는 잠에서 깨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며 화를 내는 나를 발견하기도 했다). 내가 경험한 것이 꿈이었는지 현실이었는지 헷갈릴 때가 있었던 것이다.  그때 내가 보았던 그 소리와 그 소년의 형상도 헛것이었는지 모른다. 어제는 바람이 사납게 불었다. 가을에는 바닥이 잘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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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vis 2017-10-24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사는 소도시에 문태준 시인의 강연 소식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서 길을 가다가 눈을 씻으면서 다시 보았습니다♥눈 씻고 다시 볼 수만 있으면 팩트 확인은 가능하지만 제가 만일 곰발님과 같은 경우를 겪었다면..일단 뛰고 보았을거에요ㅋ오늘도 곰발님 명문으로 가을을 전해받네요 고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0-24 12:44   좋아요 3 | URL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집이 가재미‘입니다.
황지우, 최승자 이후 가장 마음에 드는 시집입니다. 문태준 강연 꼭 보세요.

clavis 2017-10-24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지우 시인은..문예진흥원에서 하는 강연을 들었던 이후로 관심이 사라졌어요~ㅋ이유는 불문에 부치옵니다 도서관에서 하는 강연이던데...가재미 시집은 저도 꼭 사보고 싶네용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10-24 13:01   좋아요 1 | URL
가재미 꼭 읽어보세요. 좋은 시가 많습니다.

syo 2017-10-24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태준은 제가 뻘스트로 사랑하는 시인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0-24 14:19   좋아요 0 | URL
요즘 신세대 시는 너무 난해해서 거부감이 들더군요.

임모르텔 2017-10-25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덩달아, 저도 문태준시인의 시를 읽고싶군요!
그 소년, 착한소년일 것 같아요... 파장에 공명되어서 ,같이 놀아주러 온 듯~ 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10-25 12:07   좋아요 0 | URL
착한소년이란 생각은 못했네요.. ㅎㅎ 이 소년이 일주일 내내 같은 시간에 캔을 굴립니다.
자정 넘어서 말이죠.

하여튼.. 가재미라는 시집 한번 읽어보세요. 아주 좋습니다. 적당히 촌스럽고 적당히 감성적이며 적당히 쉽습니다. 매우 좋은 시집입니다. 양선희의 < 그 인연에 울다 > 라는 시집도 좋습니다. 이 시집도 적당히 감성적이며 적당히 쉽습니다..

최근의 시집들은 난해한데 이 난해가 건설적이라기보다는 그냥 자뻑에 가까운 허세처럼 보여서.. 전 취향이 아니더군요..

임모르텔 2017-10-25 20:04   좋아요 0 | URL
네 ..읽어볼께요. 그 인연에 울다.. 제목이 벌서 짠~한데요..ㅎㅎ 날추워지는데 저체온 조심하세요.
 

 

 

 

 

                               

 

내 가    네   애 비 다   :
 



 

 

 


 


핏줄 마케팅

 

                                                                                                    


                                                                                                                                                                                           막장 드라마가 심혈을 기울이는 장치는 " 출생의 비밀 " 이다. 흙수저가 알고 봤더니 금수저일 때, 그리고 금수저가 알고 봤더니 흙수저라는 사실이 밝혀질 때 정점을 찍는다(내가 네 애비다 _ 라는 폭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흥미진진한 코드 진행 방식'이다. 오죽했으면 패밀리 플롯과는 무관한 장르처럼 보이는 SF 활극 << 스타워즈 >> 에서도 호부호형 서사를 차용했을까).

결론은 핏줄이다. 미우나 고우나 핏줄 앞에 악인은 무릎 꿇는다. 얼핏 보기에는 선한 자가 악한 자를 이긴다는 권선징악을 다룬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뼈대 있는 가문 태생의 핏줄은 못 속여 _ 가 핵심이다. 막장 드라마에서 최후 승리자는 걸인(흙수저)이 아니라 걸인 형국을 한 몰락한 왕후(금수저 태생)이다. 그러니까 흙수저 태생이 대부분인 드라마 시청자는 흙수저 태생인 인물을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났으나 어쩔 수 없이 흙수저로 살아야 했던 " 왕후장상의 씨 " 를 응원하는 것이다(드라마 속 진짜 흙수저 출신은 몰락한 폐족을 위한 어릿광대로 등장한다. 대부분 사람은 좋으나 눈치 없는 캐릭터다).

일종의 계급 배반 지지'인 셈이다. 다시 말해서 드라마를 소비하는 시청자는 선택받은 핏줄의 세습적 계급을 지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애티튜드는 비단 드라마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 예능 방송은 핏줄 마케팅 열풍이 불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 방송은 연예인 핏줄이라는 이유로 온갖 특혜를 누리며 브라운관을 장악하고 있다. 연예인 가족 세습 프로그램이 범람하고 있는 것이다. 10월 15일 첫 방송된 JTBC 새 예능프로그램 << 나의 외사친 >> 은 연예인 가족이라는 이유로 돈을 벌며 공짜로 해외여행을 하며 추억을 쌓고 있다. 만약에 그들이 평범한 흙수저 가족의 자녀였다면 그런 특혜를 누릴 수 있을까 ?

실제로 연예인 가족 세습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2세들이 이를 발판 삼아 연예인이 된 경우는 허다하다. 대표적인 인물이 조혜정이다. 보는 오디션마다 낙방했다는 넋두리를 늘어놓았던 조혜정은 << 아빠를 부탁해 >> 이후 여러 드라마 오디션마다 선방하고 있다. 황신혜 딸, 이경실 아들, 박남정 딸, 최민수 아들도 지금은 배우가 됐다. 조금 거칠게 말하자면 연예인 가족은 왕후장상의 씨로 " 핏줄 장사 " 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와는 결은 많이 다르지만 < 최시원 반려견 사건 > 도 핏줄(반려견은 가족이다)을 이용해 돈벌이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팻 비즈니스 핏줄 마케팅이다. 

연예인 최시원이 기르는 개(벅시)라는 이유로 온라인 캐릭터 쇼핑몰에서 벅시 캐릭터가 새겨진 티셔츠, 머그컵, 부채, 안경, 모자, 열쇠고리를 파는 행위는, 가족을 돈벌이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연예인의 핏줄 장사'와 맥을 같이한다. 이들은 상품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SNS에 지속적으로 사생활을 노출시키지만 막상 문제가 발생하면 사생활 침해라며 대중의 지나친 관심에 대해 피해를 호소한다. 단물만 씹고 버리겠다는 속셈이다. 방송 연예 쪽에서 성공할 확률은 바늘구멍 속으로 낙타가 빠져나갈 확률보다 낮다. 그만큼 연예인을 지망하는 사람이 많다. 

< 슈퍼스타 케이 > 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응시자 수가 174만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예인 가족을 위한 예능 프로그램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정유라 특혜에 대해서는 화를 내면서 연예인 가족 특혜에 대해서는 수목금토하면 안된다. 그것은 명백하게 특혜이며 불공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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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0-23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반려동물판 ‘슈퍼스타 펫’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승 반려동물은 방송 출연 가능. 여기에 반려동물 주인은 돈벼락을 즐거운 비명을 지르겠죠. 반려동물도 인간처럼 명예를 얻기 위해서라면 오디션을 봐야하는 시대..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10-23 14:49   좋아요 0 | URL
전 개마저도 혈통 운운하며 순종 운운하는 게 개웃기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cyrus 2017-10-23 15:01   좋아요 0 | URL
‘똥개’가 원래 잡종견을 속되게 부르는 명칭이었어요. 반려동물 시대가 되니까 ‘똥개’를 친숙하게 부르고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그래도 개의 혈통 따지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을 거예요. ‘똥개’로 분류되는 개는 보신탕 재료가 될 운명이 될 가능성이 높아요.

임모르텔 2017-10-25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벅시...라는 영화 좋아했는데! 워렌 비티 , 아네트 베닝이 그 영화에서 눈맞아 각자 이혼하고 재혼했죠..!


곰곰생각하는발 2017-10-25 12:23   좋아요 0 | URL
벅시, 좋죠. 평단의 반응도 좋았고 흥행도 나름 되지 않았나요 ?

아마도 최시원도 갱스터 같은 개 이미지 때문에 이름도 벅시라고 지은 듯.. 원래 불독이 느와르처럼 생겼잖습니까..

임모르텔 2017-10-28 09:08   좋아요 0 | URL
갱스터 영화로..대부시리즈가 레젼드지만 ..벅시 또한 갱스터영화광인라면 이 비됴를 소장하고 있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0-26 10:58   좋아요 0 | URL
저도 옛날에 비디오테입 열심해 모았더랬지요. 한때 300개 정도 모았던 기억이 나네요. 책장을 아예 비디오테입장으로 꾸몄던 기억이 납니다..
 

 

 

 

 

 

 

 

 

 

 

 

 

 

 

 

 

 

 





한국의 제사 문화



                                                                                                          아버지는 집안 대대로 내려왔던 족보를 귀히 여기셨다. 책을 펼치면 곰씨 가문의 창세기'가 밑도 끝도 없이 이어졌다. 아들아, 우리 곰씨 가문은 나랏 말쌈이 듕귁과 달라 서로 사맛디 아니하기 전부터 누대로 내려왔던 집안이란다. 천방지축 같은 오랑캐 상놈 가문과는 격이 달랐단다.

하지만 말씀과는 달리 곰씨 성의 시조가 오랑캐의 씨앗이었다는 사실을 역사 시간에 배우게 되었다. 역사책에도 나올 정도면 그 악행이 하늘을 찔렀으리라(역사책에 의하면 ●다구는 삼별초의 난을 제압했다고 한다. 특기는 아녀자 겁탈이었다고). 하, 시바 !  이런 출생의 비밀이 있었구나. 부끄러워서 대낮에 낯을 들고 다닐 수가 없구나.           부끄러움도 잠시, 무정부주의자인 내가 그깟 국적 가지고 절망하고 그럴 인간은 아니지 않은가. 이 글을 읽고 누군가 나를 향해 뼈대 없는 놈이라며 너희 몽골로 돌아가 이 색햐 _ 라고  손가락질한다면 그 손가락을 거두는 것은 온당할 것이다.

왜냐하면 양반 계급은 전체 인구의 5%에 지나지 않았으니깐 말이다. 조선시대 지배 계급이었던 양반 사회가 붕괴되자 상놈들은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성을 부여받고 돈으로 족보를 샀다. 그리고 양반 가문의 문화에 속하는 제사를 흉내 내기 시작했다.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것이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유교 문화에 속하는 제사는 계급이 세습되는 사회에서나 통용되는 양식이다. 그렇기에 민주주의 사회에서 제사 문화는,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적폐에 해당된다. 내가 오랑캐의 후손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이 제사 문화가 꼴도 보기 싫다. 전체 인구의 95%가 상놈 출신이었다면 양반 계급에게 착취당했던 옛 설움을 곱씹고 반면교사로 삼아도 모자랄 판에

양반 흉내를 내며 가부장 놀이에 열중하고 있으니 한심할 뿐이다. 문헌에 의하면 제사는 주로 남성(의 노동력)이 차렸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변형되어 온전히 여성의 몫이 되었다. 더군다나 명절날 여성 노동의 팔 할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며느리 몫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제사 문화는 계급 배반이며 반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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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0-11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렸을 때 제사를 안 지내는 종교인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들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어요. 종교인들도 죽은 이를 추모하는 방식이 있으니 인정해야죠. 유교 사회가 아닌 지금에 제사 안 지내는 종교인을 불효라고 몰아세우는 것은 시대에 뒤쳐진 몰상식한 반응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0-12 09:00   좋아요 0 | URL
유교는 일종의 재벌 에티켓 지침서입니다. 우리 같은 계급은 이런 예의를 갖춰야지.. 뭐, 이런 거... 일종의 살롱문화죠. 그것을 왜 대개가 양반도 아닌 평민들이 따라하느냐는 겁니다. 전 이게 상당히 불만스럽습니다.

qualia 2017-10-12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사 문화가 말씀대로 부정적 측면이 많은 것은 사실이죠. 한데 그럼에도 긍적적 측면 또한 있다는 것도 사실인 듯합니다. 해서 말씀하신 부정적 측면들을 최소한으로 줄여나가는 대신 긍정적 측면을 최대한으로 살려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듯합니다. 해마다 한식 무렵과 추석 무렵 두 차례 집안 벌초를 해보니 형제간 사촌간 대화와 교류가 있어서 무척 좋은 점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사람 노릇 못 하다가 저런 계기로 반성하게 되는 것도 있고요. 근데 명절날 한국 여성들의 엄청난 고통과 고충은 어떻게 좀 해결책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0-12 09:00   좋아요 0 | URL
차례와 제사는 비슷하지만 확실히 다르긴 합니다. 차례는 제사의 약식 양식인데요. 전 차례 정도의 양식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풍성한 음식을 선물하신 하늘과 땅에게 기도하는 방식이기도 하니깐 말이죠. 그런데 제사는 참 문제가 많죠. 유교 자체가 종교라기보다는 상위 계급인 양반들의 결속 문화에 속합니다. 이걸 굳이 현대에 와서도 지내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다만, 차례도 왜 굳이 추석 노동을 거의 다 여성이 책임을 지느냐는 것입니다. 저는 남자가 절반의 몫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경상도식 장남 문화.. 질색입니다.
 

 

 

 

 

 

 

 

 

 

 

 

 

 

 

 

 


 



어금니 아빠




 

                                                                                                     한국 사회가 장애인을 방송에 노출시키는 방식을 보면 역겨운 점이 많다. 비단,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특수 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동네 주민 따위(특수 학교 설립 반대를 외쳤던 동네 주민은 히틀러와 견줄 만한 성품을 지녔다)의 고귀한 성품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내가 김애란의 장편소설 << 두근두근 내 인생 >> 을 비난했던 대목은 김애란이 소설에서 장애인을 다루는 태도와 한국 사회가 장애인을 다루는 방식이 그닥 다르지 않다는 데 있다. 장애인을 단순하게 연민의 대상으로만 인식하고 대중으로부터 동정을 끌어내는 수단으로 착한 장애인 서사를 작동시킨다는 점에서 << 두근두근 내 인생 >> 은 보수적이며 퇴행적인 소설'이라 할 수 있다. 내가 묻고 싶은 것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장애인은 왜 항상 " 착한 장애인 " 이어야 하는가 _ 라는 점이다. 나쁜 장애인은 사회로부터 의료 도움을 받으면 안되는 것일까 ?  이런 식의 판단 기준은 성폭행당한 피해 여성을 대할 때도 적용된다.

피해 여성이 업소 여성인 경우는 오히려 꽃뱀이라며 비난의 화살이 가해자 남성이 아닌 피해자 여성을 향한다. 성적으로 자유분방한 여성은 성폭행을 당해도 된다는 것일까. " 선별적 시혜 - 라는 프레임 " 을 조금 더 확장하면 무상 급식 논란과도 연결된다.  올해 추석 연휴,  방송사는 어금니 아빠의 엽기적인 행각에 대해 매일 특종을 내놓고 있지만 이토록 징그러운 괴물을 만든 것은 한국 방송과 한국 사회'가 큰 역할을 담당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어금니 아빠는 방송이 키운 괴물이었으며 우리가 그것을 적극적으로 호응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그는 신파가 돈벌이가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방송사 또한 그것을 이용했다.

그는 최근 방송(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행 2017.02 방송)에서도 불행한 사마리아 사람을 연기했다. 이 가족은 마치 눈보라가 휘날리는 흥남부두에서 서성이는 난민처럼 보인다. 그가 수천 만원에 달하는 전신 문신을 했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여러 대의 외제차도 몰고 다녔다)은 그의 SNS 활동을 살펴보면 금세 알 수 있는 사실인데도 방송사는 검증에 소홀했다. 방송사는 오로지 " 신파 " 를 연출하느라 검증 절차는 관심조차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이 사건의 핵심은 장애아를 둔 가족의 나쁜 패밀리 플롯이 아니라 형편없는 패밀리 플롯을 요구하는 대중의 욕망을 재현한 가족의 사기극'이다.

이제는 눈물을 평가 절하할 때가 온 것 같다. 눈물이란 선한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며 진실을 표현하는 수단도 아니다.  우리는 눈물이 불온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며 동시에 의심이 눈물보다 값진 표상이라는 것도 인식해야 한다. 눈물 따위...... 개나 주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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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0-10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저는 사건 소식을 접하기 전까지는 어금니 아빠가 누군지 몰랐어요. 이런 사람 때문에 진짜로 눈물을 흘려야 할 일이 무시받을까 봐 염려스럽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0-11 15:29   좋아요 0 | URL
장애인을 대하는 일반인의 태도도 괴물스럽죠. 울어봐, 그러면 우리가 동정을 배풀게.. 뭐, 이런 마인드 아니겠습니까.
 

 

 

 

 



남성도 차별받는다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남성 폭력에 대한 여성의 두려움을 어렴풋이 느낄 때가 있다.  여성이 밤에 으슥한 골목길을 지나갈 때 고개를 돌려 주변 환경을 살펴보는 횟수가 10년 전에 비해 늘어났다는 것을 경험칙으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몸짓에서 두려움이 느껴져서 어쩌다가 어쩔 수 없이 함께 골목길을 동행할 수밖에 없는 나는 종종 미안함을 느끼곤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최대한 걸음 속도를 늦춰서 앞서가는 여성에게 안전거리를 최대한 늘려주는 일이 고작이다. 이 두려움은 남성이 없는 곳에서도 발생한다. 여성 탈의실이나 여성 화장실에 설치된 몰카 때문이다. 여성이 옷을 벗는 순간 여성-몸은 상품으로 팔리기에 좋다. 오줌 누고 똥 싸는 동영상마저 쾌락으로 소비되는 것을 보면 불알후드의 발기력은 거머리를 능가할 정도'다. 여성 혐오와 여성차별에 만연한 사회인 데에도

여전히 여성 상위를 주장하며 남성도 차별받는다 _ 고 맞받아치는 남성을 볼 때마다 수족관에 잡힌 개불 생각이 난다. 나는 남성도 차별받는다는 명제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차별이 만연한 사회에서 남성이라고 차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계층과 계급에 따른 차별일 뿐이지 성별에 따른 차별은 아니다. 혐오가 주류가 비주류를 향한 공격이라면 분노는 약자가 강자를 향한 공격이라는 점에서 메갈은 남성에 대한 혐오라기보다는 남성을 향한 분노 표출이다. 남성 사회의 여성 혐오가 없었다면 여성들의 남성 혐오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전자는 원인이고 후자는 결과에 해당된다.

이리 막고 돌려 까고 깐 데 또 까고 그럭저럭 뒤를 후하게 봐준다 해도 " 남성도 차별받는다 " 는 것이 " 여성도 차별받아야 된다 " 는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남성이 살기 좋은 사회라고 해서 여성도 살기 좋은 사회라고는 할 수 없다. 같은 이유로 남성과 여성이 살기 좋다고 해서 장애인이 살기 좋은 사회라고는 할 수 없다. 반대로 장애인이 살기 좋은 사회라면 여성도 살기 좋은 사회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여성이 살기 좋은 사회라면 남성도 살기 좋은 사회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남성 차별을 말하기 전에 먼저 해결해야 되는 것은 여성 차별이고, 여성 차별을 말하기 전에 먼저 해결해야 되는 것은 장애인 차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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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17-10-08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님 늘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사실 전 페미니스트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자리매김했는데요, 출판사에서 책 낼 때 표지에 떡하니 남성 페미니스트, 라고 써놨더라고요.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남은 연휴 잘 보내십시오.

곰곰생각하는발 2017-10-09 00:44   좋아요 0 | URL
마태우스 님도 하루 남은 연휴 잘 보내십시오. 마태우스 님은 뭐 티븨에 늘 나오시니 저에게는 항상 친숙한 분이십니다. 저도 모자라지만 항상 여성을 지지하는 사람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10-08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발님 연휴 잘 보내셨는지요?^^: 하루 남은 장기 연휴 잘 보내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0-09 00:45   좋아요 1 | URL
네에. 고맙습니다. 겨울호랑이 님.. 그리고 연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