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 아빠
한국 사회가 장애인을 방송에 노출시키는 방식을 보면 역겨운 점이 많다. 비단,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특수 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동네 주민 따위(특수 학교 설립 반대를 외쳤던 동네 주민은 히틀러와 견줄 만한 성품을 지녔다)의 고귀한 성품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내가 김애란의 장편소설 << 두근두근 내 인생 >> 을 비난했던 대목은 김애란이 소설에서 장애인을 다루는 태도와 한국 사회가 장애인을 다루는 방식이 그닥 다르지 않다는 데 있다. 장애인을 단순하게 연민의 대상으로만 인식하고 대중으로부터 동정을 끌어내는 수단으로 착한 장애인 서사를 작동시킨다는 점에서 << 두근두근 내 인생 >> 은 보수적이며 퇴행적인 소설'이라 할 수 있다. 내가 묻고 싶은 것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장애인은 왜 항상 " 착한 장애인 " 이어야 하는가 _ 라는 점이다. 나쁜 장애인은 사회로부터 의료 도움을 받으면 안되는 것일까 ? 이런 식의 판단 기준은 성폭행당한 피해 여성을 대할 때도 적용된다.
피해 여성이 업소 여성인 경우는 오히려 꽃뱀이라며 비난의 화살이 가해자 남성이 아닌 피해자 여성을 향한다. 성적으로 자유분방한 여성은 성폭행을 당해도 된다는 것일까. " 선별적 시혜 - 라는 프레임 " 을 조금 더 확장하면 무상 급식 논란과도 연결된다. 올해 추석 연휴, 방송사는 어금니 아빠의 엽기적인 행각에 대해 매일 특종을 내놓고 있지만 이토록 징그러운 괴물을 만든 것은 한국 방송과 한국 사회'가 큰 역할을 담당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어금니 아빠는 방송이 키운 괴물이었으며 우리가 그것을 적극적으로 호응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그는 신파가 돈벌이가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방송사 또한 그것을 이용했다.
그는 최근 방송(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행 2017.02 방송)에서도 불행한 사마리아 사람을 연기했다. 이 가족은 마치 눈보라가 휘날리는 흥남부두에서 서성이는 난민처럼 보인다. 그가 수천 만원에 달하는 전신 문신을 했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여러 대의 외제차도 몰고 다녔다)은 그의 SNS 활동을 살펴보면 금세 알 수 있는 사실인데도 방송사는 검증에 소홀했다. 방송사는 오로지 " 신파 " 를 연출하느라 검증 절차는 관심조차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이 사건의 핵심은 장애아를 둔 가족의 나쁜 패밀리 플롯이 아니라 형편없는 패밀리 플롯을 요구하는 대중의 욕망을 재현한 가족의 사기극'이다.
이제는 눈물을 평가 절하할 때가 온 것 같다. 눈물이란 선한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며 진실을 표현하는 수단도 아니다. 우리는 눈물이 불온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며 동시에 의심이 눈물보다 값진 표상이라는 것도 인식해야 한다. 눈물 따위...... 개나 주시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