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도 차별받는다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남성 폭력에 대한 여성의 두려움을 어렴풋이 느낄 때가 있다. 여성이 밤에 으슥한 골목길을 지나갈 때 고개를 돌려 주변 환경을 살펴보는 횟수가 10년 전에 비해 늘어났다는 것을 경험칙으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몸짓에서 두려움이 느껴져서 어쩌다가 어쩔 수 없이 함께 골목길을 동행할 수밖에 없는 나는 종종 미안함을 느끼곤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최대한 걸음 속도를 늦춰서 앞서가는 여성에게 안전거리를 최대한 늘려주는 일이 고작이다. 이 두려움은 남성이 없는 곳에서도 발생한다. 여성 탈의실이나 여성 화장실에 설치된 몰카 때문이다. 여성이 옷을 벗는 순간 여성-몸은 상품으로 팔리기에 좋다. 오줌 누고 똥 싸는 동영상마저 쾌락으로 소비되는 것을 보면 불알후드의 발기력은 거머리를 능가할 정도'다. 여성 혐오와 여성차별에 만연한 사회인 데에도
여전히 여성 상위를 주장하며 남성도 차별받는다 _ 고 맞받아치는 남성을 볼 때마다 수족관에 잡힌 개불 생각이 난다. 나는 남성도 차별받는다는 명제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차별이 만연한 사회에서 남성이라고 차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계층과 계급에 따른 차별일 뿐이지 성별에 따른 차별은 아니다. 혐오가 주류가 비주류를 향한 공격이라면 분노는 약자가 강자를 향한 공격이라는 점에서 메갈은 남성에 대한 혐오라기보다는 남성을 향한 분노 표출이다. 남성 사회의 여성 혐오가 없었다면 여성들의 남성 혐오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전자는 원인이고 후자는 결과에 해당된다.
이리 막고 돌려 까고 깐 데 또 까고 그럭저럭 뒤를 후하게 봐준다 해도 " 남성도 차별받는다 " 는 것이 " 여성도 차별받아야 된다 " 는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남성이 살기 좋은 사회라고 해서 여성도 살기 좋은 사회라고는 할 수 없다. 같은 이유로 남성과 여성이 살기 좋다고 해서 장애인이 살기 좋은 사회라고는 할 수 없다. 반대로 장애인이 살기 좋은 사회라면 여성도 살기 좋은 사회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여성이 살기 좋은 사회라면 남성도 살기 좋은 사회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남성 차별을 말하기 전에 먼저 해결해야 되는 것은 여성 차별이고, 여성 차별을 말하기 전에 먼저 해결해야 되는 것은 장애인 차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