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편  을     예  찬  하  며   :


 


 



냉장고와 화폐




 


 


                                                                                                          선풍기와 에이컨 둘 다 성능이 비슷한 가전제품이라고 말하면 누구나 동의한다. 그런데 내가 냉장고와 화폐도 그 성능이 비슷합니다 _ 라고 말하면 아무도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화폐의 효용을 곰곰이 따지고 보면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화폐가 없던 옛날을 생각해 보자.  어부가 그해에 많은 생선을 잡았다고 해서 일년 내내 먹을거리 걱정에서 해방되는 것은 아니다. 걱정 없이 잡은 물고기를 배 터지게 먹을 수 있는 기간은 고작 며칠이 전부이다. 물고기는 살이 물러서 쉬이 썩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생선을 잡았다고 해도 그것을 식량으로 소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생선 보관을 늘리기 위해 고안한 것이이 염장(鹽藏) 저장 방식'이다.  염장은 보관 기간을 최대한 늘려주기 때문에 " 저장(저축, 축적) " 이라는 최초의 경제적 개념을 탄생시켰다.

냉장고(냉동고)는 먹을거리를 보관할 수 있는 기간을 최대한 늘린다는 점에서 차가운 염장 저장 기계'이다. 최근 실험에서 일반 가정집 냉장고에 가득 찬 음식을 다 소비하는데 드는 기간은 평균 3개월이라는 통계값이 나온 적이 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냉장고에 3개월치 식량을 보관, 저장, 축적, 저축하며 오늘은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두고 고한다. 화폐도 마찬가지다. 화폐를 가진 사람은 굳이 생선을 잡을 필요도 없고 잡은 생선이 썩을까 봐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으며 그것을 보관할 음식 창고도 필요없다. 필요할 때 그때그때 화폐와 생선을 교환하면 되니깐 말이다. 화폐를 쌓아둔다는 것은 썩을 걱정 없는 생선을 쌓아둔다는 것과 동일하다.

문제는 다가울 미래를 준비한다는 명목으로 너무 많이 쌓아둔다는 데 있다. 평생 먹어도 다 못 먹을 음식을 냉장고 속에 꾸역꾸역 보관하면서도 신선한 생선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냉장고는 유통 기간이 지나지 않은 싱싱한 생선으로 다시 채워진다. " 얼어 죽을 동태 " 보다는 " 죽은 척하는 생태 " 가 더 맛있는 법이니까. 그렇다면 얼어 죽을 동태들은 어떻게 소비되고 있을까 ?  아마도 오랫동안 냉동고에서 방치되었다고 결국에는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질 것이다. 마치 군둥내가 나기 시작하면 버려지는 늦봄의 김장 김치처럼. 이런 식으로 버려지는 음식(뿐만 아니라 과도하게 생산된 식량과 유통 기간이 지난 식품)이 전체 식량 생산의 40%에 육박한다고 한다1).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죄악에 가까운 소비 습관인 셈이다.  냉장고야말로 자본주의 욕망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상품이다. 냉장고는 진화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요리 레시피까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냉장고가 생산되고 있다.  그 광고를 볼 때마자 징그럽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저런 삶이 편리(편안)한 것인가 ? 편리(편안)해서 행복한가 ?  우리가 착각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불편한 것을 나쁜 것으로 인식한다는 데 있다. 하지만 인간은 불편한 도구를  즐기는 존재이다. 우선 자판 배열 구조 자체가 불편하도록 만들어졌다. 자판기 제조업자가 그 사실을 모른다고 ?

천만에, 그들은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의도적으로 그 자판 배열을 고수한다. 그리고 기타도 악기를 연주하기에는 불편한 구조이다. 그뿐이 아니다. 여행만 해도 그렇다. 여행의 본질은 불편함에 대한 예찬'이다. 산속에서 캠핑을 해본 사람은 그 불편함이 주는 짜릿한 오르가슴을 알고 있다. 우리가 즐겨보는 드라마나 문학, 영화 따위도 대부분은 불편한 설정으로 관객의 흥미를 유도한다. 인간은 타인의 불행에서 행복을 느끼는,  좐인하안 ~ 족속이다. 사람들은 편안한 관계가 좋다고 하지만 나는 사람을 조금은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인간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군가가 나에게 상냥한 표정과 친절한 말투로 우리 편하게 지내자 _ 라고 말하면 나는 시니컬한 표정을 짓고는 이렇게 말한다. 조까세요. 난 조금은 불편하게 좋아요. 꼰대들은 항상 당신에게 이렇게 말한다. 편하게 있어 _ 라거나, 내가 한 살 위이니까 말 편하게 할게 _ 라거나, 우리 회사는 가족 같은 분위기이니 편하게 일해 _ 라거나, 내 딸같이 편하게 생각해서 너의 젓가슴을 터지도록 만졌어 _ 라고 말한다. 가족 같은 분위기는 대부분 회사가 족같을 때 그것을 감추기 위한 전략이다. 그 말속에 숨은 행간을 읽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가 굳이 이 말속에 숨겨진 꼰대의 하대 정신을 들먹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나는 불편함을 찬양한다.










​                                  


1) 대형 곡물 유통 기업들은 곡물이 과잉 생산되면 엄청난 양을 바다에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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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2-12 17: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맛있는 김치를 오래 먹으려면 최소 김치 냉장고 한 대로 부족해요. 김치 냉장고가 일반 냉장고의 냉동실 기능까지 하니 요리 재료 보관에 고민하는 주부라면 안 살 수가 없어요. 먹을 게 많은 것도 단점이 있어요. 먹을 것이 많아지면 보관 장소가 부족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2-12 21:24   좋아요 0 | URL
하긴 제 집도 냉장고가 대형으로 3개였습니다... 일반 대형 양문냉장고 2개에 김채 초대형 한 개....
개인적으로는 이해불가능.. 김장의 80%는 먹지 못해서 나중에는 버리고...
비싼 생태는 떨이로 한 상자당 싼 가격에 사서 무조건 냉동실로... 결국 1년 후에 동태 몇 마리 먹다가
냉동실 냄새난다고 버리고...
전 이런 것을 너무 많이 봐서... 제가 대통령이 되면 법으로 냉장고 용량을 줄일 겁니다..

2017-12-12 17: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12 21:32   좋아요 0 | URL
8대라는 것 자체가 신기할 뿐만 아니라 더 막장은 열쇠를 채웠다고 하잖아요. 누가 훔쳐 먹는다고... ㅎㅎㅎㅎㅎ
냉장고 한대에 3개월치 식량이 들어 있다면 8대면 2년치 식량이 있다는 것인데....
이게 진짜 얼마나 끔찍한 식량 호더 기질입니까... ㅎㅎㅎㅎㅎ


편하게 있어 ! _ 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역설적이지만
막상 그 사람이 거리낌없이 편하게 있으면 불쾌해합니다.

예를 들어

내 집이라 생각하고 편하게 있어. 나 나이 많다고 유세 떠는 놈 아닐세.. 허허..

라고 말하는데 그 자리에서 담배를 피면 어떻게 될까요. 속으로 괴심한 놈미라 생각할 겁니다..ㅎㅎ

ㅎㅎㅎ

똑같은 예로 시어머니가 갓 결혼한 며느리에게
친정이라 생각하고 편하게 있어.. 나 까탈스러운 시어머니 아니란다..

이 말에 갑자기 며누리 쇼파에 누워서 어머니 물 좀 갔다 주세요.. 라고 말한다면...
불같이 화낼 겁니다..

2017-12-12 2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2 2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비  습관을  바꿔야  할 때  :



 

 

 


 


바깥은 여름


 


                                                                                                      자본주의 사회에 살다 보니 우리는 누구나 " 소비자 " 가 된다. 위험한 발상처럼 보이겠지만   :   이 사회에서 돈을 주고 상품을 구매하는 행위는 횡단보도 앞에서 교통 법규를 지키는 준법보다 중요하다.

무단 횡단하는 사람은 경범죄로 처벌하면 문제는 해결되지만 소비자들이 대동단결하여 일시적으로 소비 행위를 중단하면 국가는 파산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준법을 지키지 않는 행위보다 나쁜 쪽은 소비 행위를 멈추는 것이다. 소비자 주권이니 손님이 왕이라는 소리는 신소리가 아닌 것이다. 이렇다 보니 상품을 구매할 능력이 없는(상대적으로 구매 능력이 떨어지는) 계급은 천대받기 쉬운 구조가 바로 자본주의'다. 사람 대접을 받으려면 법을 지키는 것보다는 돈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소비자로서의 덕목이 꽤나 부족한 사람에 속한다.

돈을 12월에 내리는 눈처럼 펑펑 쓰고 싶은 욕망은 있으나 현실은 시궁창이어서 사마귀 오줌 싸듯 찔끔찔끔 소비할 뿐이요, 이것저것 가성비 따지며 실속을 챙기는 소비자도 아니니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F학점'이다. 무엇보다도 나는 성능보다는 디자인에 혹하는 나쁜 소비 습성을 가지고 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을 신뢰하는 쪽이어서 책을 고를 때에도 같은 값이면 표지 디자인이나 타이포그래피'에 신경을 쓴 책을 선호하게 된다. 정성을 들인 레이아웃은 책을 만드는 사람이 그만큼 그 텍스트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사람을 볼 때에도 마음보다는 얼굴을 먼저 보게 된다.

여기서 얼굴을 본다는 말은 미추를 평가하겠다는 소리가 아니라 관상(비스무리한 것)을 본다는 뜻이다. 문학을 평가할 때에도 외모(스타일)을 중시해서 미문에 혹한다. 서정주가 운문으로 쓰인 최고의 미문이었다면 김훈의 << 칼의노래 >> 는 산문으로 작성된 최고의 문장들이었다. 그런데 이명박근혜 시대를 관통하면서 아름다운 문장에 대해 믿음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나쁜 나라에서 듣기 좋은 말이나 아름다운 문장만을 구사하는 것은 문학이 가지고 있는 본질을 훼손하는 것은 아닐까 _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디오피아 난민 여러분 ! 과식은 건강에 해롭습니다아.     

부정부패로 사람들이 기아에 허덕이는 나라에서 과식이 몸에 좋지 않으니 소식을 실천하자는 말은 현실의 괴리를 떠나서 당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오류다. 일제 강점기 때 낙엽을 태우며 커피 향을 생각하며 목욕물 데우는 일에 즐거움을 가지는 이효석의 탐미 정신을 볼 때마다 목욕이라는 사치조차 제대로 누릴 수 없었던 기층민의 곤경과 대비되면서 탐미가 당대의 고민과 연결되지 않으면 기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불행한 시대에 지나치게 낭만을 강조하거나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불행한 시대에 절망을 이야기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옳다.

내가 혜민이나 김난도 그리고 이기주 따위를 경멸하는 이유이다. 이기주 작가 같은 경우는 내 블로그를 구독한 경우이니 그가 성실한 이웃이라면 이 글을 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노파심 하나 투척하련다. << 언어의 온도 >> 는 쓰레기예요. 기분 나쁘라고 하는 소리이니 기분 나쁘셔도 됩니다(그러니까 왜 이웃을 맺고 그러세요).

언제부터인가 김애란의 예쁜 문장이 거북해지기 시작했다. 너무 깔끔하게 다듬은 양파라고나 할까 ?  겉껍질만 제거하면 되는데 지나치게 한 겹, 두 겹, 세 겹을 제거하다 보니 백혈병 환자처럼 창백한 홀쭉한 마늘 모양의 양파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김애란 씨이 ~ ,  양파 껍질을 너무 깠어요. 문장 작법서에서는 불필요한 요소는 남김없이 제거해야 좋은 문장이 완성된다고 강조하지만  지나치게 청결한 문장을 보다 보면 가끔은 질리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불순(물)이 순도의 가치를 높여준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적당한 비문은 완벽한 정문(正文)보다 나은 경우도 있다.

문창과 문체가 고리타분한 이유이기도 하다. 언어의 본질은 순결이 아니라 오염이다. 언어는 외부 침입으로부터 끊임없이 오염되고 사라지고 다시 부활하기도 한다. 섣부른 판단이기는 하지만 이제 김애란에 대한 애정은 접어야 할 것 같다. 아무래도 내 소비 습관을 바꿔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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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조 2017-12-11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김애란의 문장을 두고 ˝너무 깔끔하게 다듬은 양파˝라고 하다니요? 세월호 비극 이후 작가의 글을 봤다면 이런 말 함부로 못할텐데, 아쉽네요. ˝피멍이 담긴 문장˝입니다. 세월호 유가족에게 그 문장, 그리고 소설은 그 시절에 무엇에 비할 수 없는 것이었겠죠.

곰곰생각하는발 2017-12-12 10:40   좋아요 0 | URL
이야기 소재로 세월호를 이야기한다고 해서 함부로 비판하면 안된다는 발상은 지나치게 교조적인 것이 아닐까요. 비판의 영역에서 금기가 어디 있습니까 ?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군함도 비극도 함부로 비판하면 안되는 소재입니까 ? 중요한 것은 소재가 아니라 그것을 다루는 작가의 기술이겠죠.

페스트 2017-12-12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언어의 본질은 순결이 아니라 오염이다. 잘 차려진 언어는 오염의 무질서를 가려버리고, 잘 깍아진 언어는 순결한 오염으로 받들어지기 쉬운거 같아요. 피멍이 담겨진 언어가 있다 칩시다. 피멍의 순결함이라는 절제된 과잉이 오히려 염려되는데요. 오염된 세상을 들여다보는데 정돈된 언어로 보여지는 풍경은 어떠할까. 어 너무 공감되. 고개가 끄떡여지는 그런 언어도 필요하기는 하지만 나는 문학의 언어는 자신도 오염되어 있어야 한다는 주의라서 그런지 정돈된 것을 보면 알레르기가 돋드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2-12 12:30   좋아요 0 | URL
이기주 같은 책을 보세요. 용산의 노동자가 불에 타 죽고,
아이들은 세월호 밑바닥에서 숨을 참아야 하는 고통 때문에 손톱이 다 빠지도록
닫힌 철문을 긁고
물대포에 죽은 농민은 사인이 지병이라고 말하는 세상에서
말랑말랑한, 철저하게 계산된 정돈된 문장으로
아름다운 문장을 쏟아내는 것은 기만이죠.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김애란의 문장은 너무 정돈되었어요. 너무 청결하다고나 할까요. 채소는 적당히 다듬어져서 내놓아야 보기도 좋고 보관도 오래할 수 있지 아주 속까지 벌겨벗기면 깨끗하긴 한데 보기에는 좀 그렇죠..

수다맨 2017-12-14 0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김애란 소설이 너무나도 잘 만들어진 ‘웰 메이드‘ 같아서 거부감이 들더군요. 김애란의 솜씨가 섬세한 수공예품(단편)을 만드는 데에는 빛을 발하지만 거대한 벽화(장편)를 그리는 데에는 언제나 실패하고 있다는 느낌도 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14 16:55   좋아요 0 | URL
그렇죠. 잘만들어진 월메이드 제품 같다는 느낌. 프로의 냄새가 나긴 하지만... 뭔가 좀 결여된 듯한 것 같기도 하고.. 하여튼 두근ㄷ근에서 크게 실망한 탓인지... 바깥은 여름도 그닥 크게 동요되지는 않더군요..
 






주정뱅이 클럽 모임 후기



 


1

어제 모임에서 충격적인 소리를 들었다. 7시간 동안 떠들었는데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단 하나. 목소리가 훌륭하세요. 목소리 괜찮네 _ 가 아니라 목소리가 훌륭하다니. 녹음된 내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부끄러워서 전율하는 내게는 예상치 못한 럭키 펀치'다. 물론 (주거나 받거니 하는 칭찬 도모를 목적으로 하는 모임이기는 하나) 불치병 환자에게 주는 가짜 환약이지만 어찌 되었든!  압니다, 알고요.


 

2

그 많던 택시는 어디 갔을까 ? 도로에 빈 차는 보이지 않았다. 날은 춥고 기다리다 지쳐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낮에는 꼴뚜기처럼 나왔는데 새벽이 되자 오징어로 둔갑하여 걷는데 자꾸 흐느적거리게 된다. 나중에는 오징어에서 문어가 되었다. 왜 항상 꼴뚜기로 나가서 문어가 되어 거리를 방황하는 것일까. 꼴뚜기, 오징어1), 문어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소리지만 셋 다 생김새는 비슷한데 오징어(烏賊魚)나 문어(文魚)는 어류를 뜻하는 접미어 魚로 끝나는데 왜 꼴뚜기는 한자가 아닌 순우리말인 " - 기 " 로 끝나는 것일까 ?   한자어 魚로 끝나는 물고기 이름과  순우리말인 물고기 이름, 예를 들면 물텅벙이(아귀) 갈치 멸치 넙치 개복치 볼락 우럭 쏨뱅이 쏘가리 송사리 미꾸라지 망둥이 가자미 따위의 생김새를 서로  비교 평가하면 답은 나온다.  초등학생에게 물고기 그림을 그리라고 하면 그려지는 그림의 형태2)를 간직한 물고기는 대부분 - 魚 로 끝난다.  그 옛날에 한자를 독점했던 기득권 - 양반 - 남성 계급 - 어르신'이 보기에 생김새가 예쁜 물고기에는 한자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모양이 궤궤하지 못하고 기기하거나 기괴하게 생긴 물고기(너무 크거나 너무 작거나)는 한자 작명을 거부했다. 그렇기에 최초의 이름인 순우리말 이름을 가진 물고기는 한자의 공습으로부터 오염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문어와 오징어는 ?  꼴뚜기와는 달리 이 녀석들은 양반을 상징하는 먹물이 나오잖아.                          참...... 먹물스러운 태도다.  예쁜 것만 보면 환장하는 버릇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됐고 !       충무로에서 서대문 로터리까지 행군했다. 다행히 빈 차를 발견하여 구조되었다. 얼추, 1시간 정도는 걸었던 것 같다. 택시 기사님이 백마 탄 왕자님처럼 보이기는 처음이었다. 거스름돈은 통 크게 기사님에게 쏘았다.



3

어제는 노포(老鋪) 두 곳을 들렀다. 한 곳은 50년째 한자리에서 영업 중이고 다른 한곳은 30년 된 곳이다. 나이가 들다 보니 같이 늙어가는 점포만 찾게 된다. 노포라는 단어 조합이 마음에 든다. 늙을 老, 가게 鋪. 정확한 쓰임새라면 " 가게 " 는 무생물이니 老가 아니라 古 가 되어야 하지만 이 단어는 허름하고 오래된 가게에 생명을 부여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맛은 사실 허구의 세계이다. 눈을 가린 채 코를 막고 (사과라고 속이고) 양파를 주면 피실험자는 그것을 사과라고 생각한다. 어떤 이는 씨 없는 사과라며 맛있게 먹는다. 같은 수작으로 수분을 뺀 수박을 주면 소고기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맛있단다. 내가 노포를 찾는 이유는 맛 때문이 아니라 장소애(topophillia) 때문이다. 필동해물에서 모듬 해물이 맛있는 이유는 싱싱한 해물이 아니라 초라하게 늙어가는 가게에 있다. 그것은 일종의 늙어가는 것에 대한 지지이며 초라한 것에 대한 응원이 아닐까.


 

4

지능이 5세 수준이었던 오세훈이 서울시장이었을 때 한 짓은 피맛골을 정비하는 일이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그가 내놓은 변명이 꽤나 아름다웠다. 피맛골은 길이 좁고 구불구불해서 불이 나면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습니다 ! 오세훈 뜻대로 구불구불한 피맛골은 직선으로 정비되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노포가 아니라 대나무였다. 죽순도 아니면서 죽순처럼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고층건물을 보니 우후, 개에게 죽순 꼴 !  피맛골이 개발되면서 그곳을 떠났던 노포를 찾아 알음알음 종로 어느 빌딩에 있다는 가게를 찾은 적이 있다.  그때 먹은 음식은 이때 먹는 음식과는 달랐다. 30년, 한결같이 같은 맛을 냈던 주인의 손맛은 변함이 없었으나 신기하게도 맛은 변해 있었다. 당연히 그 많던 손님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이후, 이 가게는 문을 닫았다(고 전해진다).



5

도시 미화 사업이라는 이유로 구불구불하고 좁은 골목들은 사라졌다. 이제 서울이라는 도시는 직선만 남은 세계가 되었다. 바둑판 도시는 아름답습니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자연친화적 환경에서 멀어지게 된 이유는 바로 직선이 난립한다는 데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곡선의 소멸에서 찾아야 한다. 그러니까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하자면 서울은 곡선은 없고 직선만 난립하는 도시다. 자연에서 곡선은 속도는 늦추는 역할을 담당한다. 경사진 산길이 대부분 구불구불거리는 형태인 것도 속도를 늦춰서 추락의 위험을 감소하기 위한 전략이다. 강도 마찬가지다. 곡선은 물 흐름을 늦춰서 강 밑바닥이 깊게 파이는 것을 방지한다. 직선이 악셀레이터 역할을 담당한다면 곡선은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서울이라는 도시는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와 같다. 곡선을 담당했던 골목이 사라진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이런 도시에 사는 도시인은 걷는 속도가 빨라진다. 이 속도는 도시인의 자발적 선택은 아니다. 도시인이 지방으로 내려가 그곳에서 살면 서서히 보통의 걸음으로 돌아온다. 그러니까 도시에서 걷는 속도는 비정상적이다.




6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그러니까 이 글의 핵심 요약을 20자로 줄이자면 이런 말이다. 페루애의 목소리는 훌륭하다 !







​                                   


 

1) 오징어라는 말은 까마귀를 잡아먹는 고기라는 의미인 오적어(烏賊魚)에서 온 말이다. 정약전은 << 자산어보 >> 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오징어는 까마귀를 즐겨 먹어서 까마귀를 잡기위해 매일 물위에 떠 있있다가 날아가는 까마귀가 죽은 고기인줄 알고 먹을려고 내려와 쪼을려고 하면 열개의 다리로 까마귀를 감아서 물 속으로 끌고 들어가 잡아 먹으므로 오적어다. 그런데 정약전의 해설은 뻥이다. 오징어는 까마귀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 자산어보 >> 에는 터무니없는 정보가 수두룩하지만 잘못된 정보가 이 책의 가치를 떨어뜨리지는 않는다. 내가 애정하는 오래된 고서는 두 권이다. 한 권은 정약전의 << 자산어보 >> 와 이덕무의 << 청장관전서 >> 이다. 그중에서 이덕무의 << 청장관전서 >> 는 끝내준다. 절판되기 전에 사지 못한 것을 두고 두고 후회할 뿐이다.
 

 

2) 초등학생이 그리는 물고기 그림에 가장 부합하는 물고기는 ' 숭어 ' 일 것이다. 숭어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는 속담이 있다. 전형적인 외모 비하다. 숭어는 수어에서 숭어가 되었는데 수어에서 수는 빼어날 수 秀다. 다들 지레짐작하시겠지만 숭어는 숭배할 숭(崇)을 쓴다. 얼굴이 예쁘다고 숭배까지 할 줄이야. 이제 우리는 외모로 평가하는 양반에게 뾰족한 말풍선으로 공격해야 한다. 시바, 망둥이는 좀 뛰면 안 되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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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12-10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도시인문학 책을 읽는 느낌이네요.
자꾸 이런 식이면 곰발님 1일 1만취를 부탁드릴 수 밖에 없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2-11 12:21   좋아요 0 | URL
1일1만취하면 저 죽습니다..ㅎㅎ

수다맨 2017-12-11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피맛골 와사등에서 곰곰발님과 대야에 담은 막걸리와, 고갈비를 먹었던 기억이 생각나네요. 그때도 지금처럼 겨울이었습니다.
그저께 귀가하실 때 차를 못 잡으셔서, 아무래도 애를 먹으셨던 것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11 12:22   좋아요 0 | URL
그날따라 차가 없더군요. 다음에는 만나는 시간을 좀 당겨서 차 끊기기 전에 나서야 겠습니다. 연말은 정말.. 차 잡기가 쥐약입니다..
 

 

 

 





그런 김치 또 없습니다




                                                                                                        어머니는 둘째 가라면 서워러할 정도의 음식 솜씨를 뽐낸다. 가난한 누대에 태어난, 없는 집 자손인 나로서는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나이가 들면 미각을 잃어 음식 솜씨가 녹슨다고 했던가. 올해 어머님이 담근 김치는 그동안 내가 먹어온 김장 맛과는 사뭇 달랐다. 너무나 맛이......

있는 것이다 !  이렇게 맛있는 김치는 먹어본 기억이 없다1).  평소 어머니의 음식 솜씨는 형편없었다.  아무리 싱싱한 제철 생선으로 요리를 하셔도 요리에서는 비린내가 났다.  가을에 잡힌 전어를 구으면 신기하게도 봄에 잡힌 전어 맛이 났다.  그리고 꽃등심을 구우면 3,300원짜리 대패 삼겹살 맛이 나곤 했다.  김치는 말할 것도 없었다.  어느 해는 짜고, 어느 해는 쓰고, 어느 해는 싱거웠다.  또 어느 해는 물렀다.  봄이 되면 김장 김치의 80%는 버려졌다. 돌이켜보면 어머니는 음식 솜씨가 없었다기보다는 요리에 흥미를 가지지 않는 쪽이었다. 

그래서 식재료인 물고기를 소비하는 방식은 양념이 들어간 찜이나 탕을 끓이는 방식이 아니라 대부분은 구이였고, 길짐승 고기의 활용도 대부분은 구이였다. 고기 종류의 팔 할은 삼겹살이었다. 날짐승 고기라고 다를까 ? 생닭을 활용하는 방식은 지레짐작하시겠지만 삼계탕이었다. 내 기억에는 양념이 들어간 닭도리탕을 먹어본 기억이 별로 없다. 어머니는 삼계탕이라고 우기지만 말이 좋아 말고기요, 닭이 좋아 삼계탕이지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듯이 인삼 한 뿌리 맹물에 툭, 빠트리는 것이 전부였다. 어머니가 음식 맛 평가를 부탁할 때는 난감했다. 맹물 맛이 나서 맹물 맛이 난 것뿐인데 맹물 맛이 난다고 하면 실망하시니 난감할 뿐이었으니 나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인삼 향에 진하네요 ! 국물이.... 국물이......               

하지만 여기서 오해는 금물이다. 어머니는 나름 요리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 계셨으니 msg를 독극물로 취급하셔서 msg의 도움 없이 어머니가 내놓는 음식은 항상 " 지옥 " 을 경험하기에 충분했다. 건강을 생각해서 맛을 포기한 고뇌라는 포장도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주 최강의 짠맛이었으니까. 뭐, 지금까지는 어머니표 손맛에 불만이 많은 아들의 넋두리처럼 포장했으나 사실은 정반대다. 나는 어머니의 음식 솜씨가 형편없다는 사실에 지금도 감사를 느끼곤 한다. (집) 안에서 먹는 맛없는 음식에 익숙하다 보니 밖에서 먹는 음식은 천국이라.

할렐루야, 저는 동네 허름한 김밥천국에서 하늘에서 내리신 김치찌개 맛을 알현하였나이다. msg의 오묘한 감칠맛과 짠맛 속에 숨겨진 단맛에 황홀하였나이다.                  밖에서 먹는 음식이 워낙 맛있다 보니 친구집에 가서도 친구 부모님으로부터 복스럽게 먹는다는 칭찬을 받곤 했다. 집밥을 제외하고는 세상의 모든 음식이 맛있는 것이다. 만약에 어머니의 음식 솜씨가 황홀했다면 나는 밖에 나가서 젓가락이나 깨작거리며 반찬투정이나 했을 놈이다. 나는 어머니의 형편없는 음식 솜씨를 찬양한다. 그랬던 어머니가 올해에는 " 인생 김치 " 를 담근 것이다.

물론 이것은 우연과 우연과 우연과 우연이 겹친 결과일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배추와 그 배추와 가장 잘 어울리는 고춧가루가 우연히 만나서 환상의 하모니를 이룬 것이다. 여기에 덧대어 대충 쏟은 고춧가루의 양과 대충 쏟은 양념의 배율이 신기하게 맞아떨어졌으리라. 지금 냉장고에는 삼겹살과 장어가 썩어가고 있지만 나는 오늘도 김장김치 하나만 놓고 밥을 먹고 있다. 군 고구마 위에 얹어 먹어도 맛있고, 찐 감자와 함께 먹어도 맛있고, 심지어는 호빵에 싸먹어도 맛있는 것이다. 이처럼 행운이란 우연과 우연과 우연이 겹친 결과일 경우가 많다.

불행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우연과 우연과 우연이 겹쳐 불행이 되기도 한다. 내 삶에 있어서 가장 운이 좋았던 행운은 그녀를 처음 본 날이었다. 그녀는 우연히 그 길을 걷고 있었고, 나는 우연히 창밖을 보다가 그녀의 뒷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우연히 그날은 내 생일이었고, 또 우연히 그날은 첫눈이 내렸다. 그리고...... 그리고 또 우연히 나는 그녀의 둥근 어깨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눈을 보았다. 이 우연들이 겹쳐지자 나는 마법처럼 사랑에 빠졌다. 헤어지고 난 후, 나는 헤어진 그녀를 잊지 못한 채 술만 마시면 자주 전화를 하곤 했다. 아침에 일어나 정신을 차리고 수십 통의 통화 발신 기록을 보고는 어제 일이 떠올라 괴로웠다.

가해자가 된 기분이었다. 이성으로써 통제가 가능한 영역이 아니었다. 그때 나는 술을 끊을 수 없는 상태였으니까. 내가 선택한 것은 핸드폰을 없애는 것이었다. 그녀의 전화번호를 기억에서 지울 때까지만 ! 그렇게 6년이 흘렀다. 나는 아직도 그녀의 전화번호를 기억하고 있다. 나는 불행하다. 정말 불행하다. 너무너무 불행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어찌 되었든, 우연과 우연과 우연이 겹쳐 불행을 낳는 결과에 대하여 이제는 그 우연-들을 원망하지 않기로 했다. 나를 불행하게 만들었던 우연들의 합이 언젠가는 행운을 가져다줄 수도 있으니까 ■



​                                                         

1) 내 기억 속에서 가장 맛있었던 김치는 양파 김치였다.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unheimlich1/221048058358



 

 

먹방에도 품격이 있다. 누군가 이 글을 읽고 혀를 끌끌 차며 한심하다는 듯이 지나치려고 한다면 나는 당신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 동영상에 5분만 투자하십시오. 신세계가 열릴 것입니다.  동영상을 보다 보면 사회적 편견과는 달리 혼밥과 혼술의 예술적 아우라를 느낄 수 있다. 요즘 이 동영상을 반복해서 보고 있는 중이다. 침대에 누우면 어제 보았던, 그제도 보았고, 엇그저께도 보았던 이 방송을 틀어놓고 눈을 감는다.  이제 비디오는 필요없다. 오디오가 필요할 뿐이다.  마약 방송이다. 말은 거의 없다. 바람소리, 귀뚜라미 우는 소리, 나무가 불에 타는 소리, 요리할 때와 음식을 먹을 때 나는 소리 그리고 그 맛에 감탄하는, 인간의 짧은 감탄사가 전부다.  (목)소리-성애자인 나는 소곤거리는 소음을 듣다가 어느새 그 소리의 중심에 나를 놓는다. 가끔 살기 위해 먹는다는 교양보다는 먹기 위해 산다라는 본능이 아름다울 때가 있다. 이 영상을 보다 보면 고독해져서 슬픔이 몰려와 소금새우처럼 눈물을 찔끔거리기도 한다. 눈물은 왜 짠가. 입을 다문다는 것은 반대로 귀를 열어둔다는 의미이다.  조용하지만 선명한, 느리지만 강건한 스타일이 좋다. 문장도 마찬가지다. 이런 문장이 좋다. 무의미한 것들이 쌓여서 나중에는 하나의 의미가 되는 행위들. 이 동영상을 보다 보면 코멕 매카시의 < 로드 > 와 존 윌리엄스의 < 스토너 > 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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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2-08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숙성된 양파 김치는 정말 맛있어요. 저는 신맛을 좋아해서 신 김치를 엄청 좋아해요. 집에 오래된 김치가 있는데, 신맛이 강해서 혀 미각이 마비될 정도입니다... ㅎㅎㅎ 밥의 파트너가 될 수 없지만, 찌개 재료로 사용하면 먹을 만합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8 12:09   좋아요 0 | URL
? 아... 양파 김치라는 것이 있군요 ?

혹시 양파 절임 말씀하시는지요. 제가 먹은 것은 양파가 반 배추 반이었습니다.. ㅎㅎ

cyrus 2017-12-08 12:26   좋아요 0 | URL
절임은 아니구요, 양파 김치 만드는 과정이 배추 김치 만드는 과정과 비슷해요. 엄마가 챙겨보는 건강 교양 프로그램에 양파 김치가 소개된 적이 있어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8 12:28   좋아요 0 | URL
오, 그러네요. 저도 지금 막 찾아보는 중입니다. 제가 먹은 김치는 정확히 말하자면
양파배추김치 정도 되겠네요. 나중에는 양파에서 수분이 많이 나와서 물김치 비슷하게 되었는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2017-12-08 1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8 18:27   좋아요 0 | URL
크아.. ㅎㅎㅎ 좋죠 ? 정말 좋다니까요.
자극적이지도 않고 말입니다.
책 읽는데에도 제격입니다.
괜히 유행가 틀어놓고 책 읽는 것보다는
이런 자연의 소리 틀어놓고 읽으면
아주 적막한 공간에서 읽는 것보다 더 가독성이 높습니다..


맞습니다. 신기하기데 야외에서 먹으면 신기하게 맛이 있더라고요...

sslmo 2017-12-08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동영상 두번 봤습니다.
일하면서 틈틈이 봐서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소리는 다 캐치하지 못했지만,
.
.
.
‘무의미한 것들이 쌓여서 나중에 하나의 의미가 되는 행위들‘이란 문장과 그 뒤의 문장엔 격하게 공감합니다.
잘 봤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8 18:25   좋아요 0 | URL
어때요 ? 볼 만하죠... 이런 동영상 은근 중독성이 강합니다.
특히 책을 읽을 때나 잠을 청할 때는 정말 좋습니다.
독서하실 때 이거 틀어놓고 책을 읽어보세요. 굉장히 좋습니다..
자연 속에서 책 읽는 느낌 ?

수다맨 2017-12-09 0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명 BJ/연예인들의 먹방이 포르노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데 이 영상은 고요한 명상 음악 같아서 마음에 듭니다... 저는 연예인들 나와서 보여주는 먹방이 이제는 지겹거든요. 누가 더 많이 먹는지, 누가 더 비싼 것을 먹는지, 누가 더 오버하면서 먹는지를 보여주는 경연장이 된 것 같습니다. 이건 먹방이 아니라 가히 스트립쇼에 가깝다고 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9 13:54   좋아요 0 | URL
저도 유희처럼 즐기는 푸파 스타일 전혀 안 좋아합니다.
이런 작은 소란(소음)들을 듣는 게 좋아요.
음식 만들 때 나는 소리, 도구 소리, 바람 소리 , 불 소리.. 씹을 때 나는 소리.. 자연의 소리 등등... 제가 확실히 소리성애자인 듯합니다... 오늘 약속은 알고 계시죠 ?

2017-12-09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9 1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9 15: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                            

  

취 향 의   공 동 체  :


 




우리가 남이가

 

                                                                                                        친구끼리 우정을 과시할 때 흔히 하는 말이 우리가 남이가 _ 이다. 이 < 말 > 은 그 발화 주체가 남성일 때에만 권위를 얻을 수 있었다. 이 말이 여성에 의해 발화될 경우에는 시시껄렁한 흉내나 전복적 패로디로 인용될 뿐이다. 여성에게 우정이란 고작 여고 동창생 시절에만 유통되는,  유통 기간 날짜가 찍힌 통조림에 불과했다. 

우정은 대대로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 브라더후드 / brotherhood " 는 " 시스터후드 / sisterhood " 보다 우월하고 농도가 진한 격정 서정 멜로'였다(라고 남성들은 주장한다).  그런데 나는 형제애와 동성애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남성 혈맹의 꽤나 끈적끈적한 서정(우정)이 과도한 선전에 의해 왜곡된 미담이 아닌가 싶다.  < 우정 > 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수평적 관계가 유지될 때 발생하는 감정인데 20세기 끝자락에서 21세기를 관통하는 동안 한국 사회가 급속도로 자본화되면서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로 전환되다 보니 수평적 관계는 수직적 관계로 변질되었다.

유사 친족 관계였던 불알후드는 쪼개져서 1등, 2등, 3등으로 분리되었다. 당연히 불알후드의 끈적끈적한 우정도 변질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은 여전히 우리가 남이가 _ 라고 외친다. 가족끼리 우리가 남이냐 _ 라고 묻는 것은 이상할 것 하나 없는 질문이지만 친구끼리 혹은 남남끼리 우리가 남이냐 ? _ 라고 묻는 것은 이상한 질문 방식이다. 에이, 알면서 왜 그래 ?                하지만 그들은 끊임없이 우리가 남이냐며 거짓 우정을 과시한다. 영화 << 친구 >> 에서는 불알친구들이, << 넘버 3 >> 에서는 양아치들이, << 내부자들 >> 에서는 협잡을 도모하는 정치 모리배들이,

<< 사생결단 >> 에서는 뇌물을 주고받는 비리 공무원끼리 은밀하게 외치는 주문이다. 그들은 서로의 욕망이 동일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불알후드라는 이익 공동체를 결성한다.  그것은 우정이 아니라 욕망의 동일화 과정이다.  키케로는 이익이 우정의 접착제라고 말했다.  " 우리가 남이가 " 의 지정학적 버전이 바로 아파트 문화'이다.  공간이 사람을 만든다는 오토 프리드리히 볼노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단지 내 아파트 주민들은 동일한 행동 패턴을 보이는 주거 집단'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이야말로 우리가 남이가 _ 라고 말할 수 있는 남남의 자격이 아닐까.

아파트 구조는 공간 배치는  물론이고 가구 배치까지 동일할 수밖에 없다.  개인의 미적 취향에 따라 가구가 배치된다기보다는 전원 콘센트 위치에 따라 전기 제품과 가구가 배치된다. 거실에 놓인 소파와 티븨의 위치는 1층부터 16층까지 항상 동일할 수밖에 없다.  아파트 주민들은 똑같은 장소에서 똥을 싸고, 똑같은 장소에다 소파를 놓고, 똑같은 곳에 티븨를 배치한다.  행동이 동일하다 보니 생각도 서로 닮아가는 경향이 엿보인다.  생각이 닮아간다는 것은 곧 욕망이 서로 엇비슷하게 되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선(動線)이 노선(路線)을 낳는다. 아파트는 획일화, 집단화, 통일화된 문화의 전형이다. 

이처럼 한국인은 개인보다는 집단 속에서 만족을 느낀다.  뭉치면 살고 흝어지면 죽는다. 흥남부두에 눈보라가 휘날리던 근대 정신은 여전히 현대 정신으로 살아서 정신을 지배한다. 최근 10대와 20대를 상대로 한 설문 조사 결과,  롱패딩을 소유하고 있다는 응답은 45%였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롱패딩을 구입하지 못한 사람에게 ) 올해 롱패딩을 구입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구매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자그마치 25%였다고 한다. 이 둘을 합하면 올해는 70%의 젊은이들이 롱패딩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고 예상되된다고 하니,  

이 기형적인 소비 패턴에 대하여 핫하다고 해야 할지, 힙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학을 떼야 할지 나는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2017년 겨울은 롱패딩으로 대동단결했으니 그들 또한 " 우리가 남이가 " 를 외칠 만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네. 직립보행하는 애벌레여 ! 고마해라, 마이 입었다 아이가.                       식구(食口)가 끼니를 함께 나누는 사이라면 친구는 세월의 동시성과 세대의 공동성을 확인하는 사이'이다. 생면부지인 사람이어도 출생년도가 같으면 친구가 될 수 있다. 이 쉬운 결속과 이 신속한 의지와 조건 없는 환대는 친구라는 개념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만든다.

이런 식으로 결속되는 친구는 정말 좋은 것일까 ?  친구보다 좋은 인간관계는 없다지만, 나는 남남의 끈끈한 애정 문화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 취향의 공동체 " 이지 " 출생(년도)의 공통점 " 은 아니다. 그렇기에 인간관계에서 친구와 우정과 나이따위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계급과 계층과 주거 환경과 통일된 패션 스타일이 중요한 것도 아니다. 우정은 선한 사람들 사이에서만 가능하기에 내 우정은 우정이 아니다. 왜냐하면 나는 선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내 우정 비스무리한 느낌을 취향의 공동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니까 < 취향 > 은 비슷하되 개성은 다양한 관계를, 만나면 편하되 조금은 불편한 관계를, 전화나 문자를 씹어도 서운해하지 않는 관계를 원한다. 그것이 내가 목표로 삼고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번 주말에 모이게 될 2차 주정뱅이 클럽 모임은 제목 그대로 취향의 공동체'다. 낮에는 꼴뚜기처럼 튼튼한 허벅지로 나갔다가 새벽이 되면 문어 다리가 되어 흐느적거리는, 모 시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정 후 뭣 같은, 수족관 속 ​개불처럼 히마리 없이 살아가는 이들의 공동체 모임이라고나 할까 ?  세미나 제목은 " 왜 우리는 꼴뚜기처럼 튼튼한 허벅지를 가질 수 없나  " 정도로 해두자.

누군가 나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우리가 남이가 _ 라며 말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 그러면 여기가 북이냐 ? "  이 말대꾸가 지나치게 전공투적이라면 이런 말대꾸로 전환하는 것은 어떤가. " 그러면 우리가 남이지 님이니, 니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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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7-12-07 0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저도 롱패딩이 유행하는 모습을 보면 왠지 눈쌀이 찌뿌려지더라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7 11:49   좋아요 1 | URL
한번 명동거리에서 유동인구의 70%가 롱패딩 입고 다니는 거 좀 봤으면 좋겠습니다. 장관일 거란 생각이 들고..
또 모르는 일... 이걸 사진으로 찍어서 나중에 풀리쳐 상을 받게 될지도요..절믐의 거리 명동 인구 70%가 롱패딩 입어... 롱패딩 물결 인산인해... 뭐. 이런...

yureka01 2017-12-07 10: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리가 남이가..라고할 때는 대부분 범죄스러운 일에 대해 공범!~일 때나 쓰죠......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7 11:50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이런 말하는 친구는 뭔가 좀 의샘해 봐야 합니다..

yamoo 2017-12-07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로 롱패딩을 입고 ‘우리가 남이가‘를 말할 수 있을 거 같아요...ㅋㅋ 요즘 보면 정말 패딩의 물결인거 같아요. 정말 놀라우리 만치 우리나라 사람들은 비슷비슷하게 입는 거 같습니다. 이런 것도 아파트 문화의 귀결인지..흠~

아파트 이사와서 처음으로 한게 거실 콘센트를 전부 책장으로 감춰버렸다는 거에요. 그래서 현재 제가 사는 집은 거실 벽이 다 책으로 도배가 됐다는..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7 20:06   좋아요 0 | URL
음... ㅎㅎㅎㅎ 그래도 거실에 콘센트가 있어야 청소기라도 밀 수 있는 거 아닙니까 ? ㅎㅎㅎㅎㅎ..
야무 님 아파트로 이사가셨군요. 고생하셨습니다. 책 많은 사람은 정말 이사가 지옥이죠... 이건 진리입니다.
나중에 책장샷 하나 부탁드립니다. 알라디너의 의무죠.. 책장샷은..

그냥 2017-12-07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남이 아닌 사이에는 이 말이 필요없지요. ㅎ 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8 10:08   좋아요 0 | URL
그렇네요. 남이 아닌 사이는 굳이 우리가 남이가 라고 말할 필요가 없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