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공부는 처음이라 - 0원부터 시작하는 난생처음 부자 수업
김종봉.제갈현열 지음 / 다산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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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총평 : 재테크 초보를 대상으로 한, 거시적인 방향과 방법을 제시하는 길라잡이.
결론은? 꾸준히 노력하라는 말입니다.
(유익-중하, 난도-하)

자산관리그룹 ‘로얄클럽‘의 대표이자 전업투자자 ‘김종봉‘과 자기계발서 작가 ‘제갈현열‘의 합작품.
김종봉이 쓰고, 제갈현열이 감수한 것으로 보인다.
2023년에 개정판이 출간되었고, 네이버 카페도 운영 중이다.
후속작으로는 『돈의 시나리오』, 『돈은, 너로부터다』가 있다.

(내용) 제목처럼 돈 공부가 처음인 독자를 대상으로 한 재테크 길라잡이 서적이다.
돈을 대하는 방법과 관점부터 돈을 불리는 단계까지 개괄적으로 다룬다.
잉여자금에 따른 단계별 전략을 제시하는데, 이게 이 책의 핵심이다.
세세한 방법과 기법이 아닌, 전반적인 마인드셋과 방향성을 제시한다.

(쉽다) 확실히 읽기 쉽다.
문장도 문단도 짧게 끊어 써서 가독성도 좋다.
이야기도 쉽게 풀어 써서,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곧바로 이해할 수 있다.
한 페이지에 쓸 수 있는 내용을 2~3페이지에 나눠 쓰는 만큼, 책 자체가 밀도 있지는 않다.
아무래도 돈 공부 또는 투자가 처음인 독자를 타깃으로 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결국 답은) 저자가 주식 투자로 부자가 된 것처럼, 결국에는 주식 투자를 권한다.
후반부의 단계별 전략 역시 주식 투자 위주로 다루면서, 부동산 투자와 창업은 간략히 덧붙이는 정도에 불과하다.
(찾아보니 현재 저자는 결국 주식 투자로 천억 자산가 달성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당연한 이야기) 2020년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한 나에게는,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가 많았다.
마주하고 싶지 않거나 숨겨진 ‘돈의 진실‘을 말하는 것 같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비슷한 내용이다.
물론,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돈이 따라온다‘, ‘돈에 집착하면 오히려 돈을 벌기 힘들다‘, ‘돈을 끌어당겨라‘, ‘이미 부자가 된 것처럼 행동해라‘ 같은 고리타분하거나 샤머니즘적인 이야기는 없다.
현실적으로 돈은 인생에서 매우 중요하고 행복과도 직결되어 있으며, 근로소득으로는 경제적 자유를 이룰 수 없다고 말한다.
재테크와 투자가 최우선인 나에게는 가벼운 훈수 같은 이야기로 여겨졌다.

(취집) 곁가지 이야기긴 하지만, 받아들이기 애매한 글도 있었다.
저자는 ‘취집‘도 부를 얻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긍정한다.
책 속 사례에서의 취집이 꿈인 여자는, 자신의 내면과 외면을 열심히 가꿔서 결국 상향혼에 성공한다.
냉정하게 바라보면 취집도 부자가 되기 위한 방법이라지만, 개인적으로 사랑 대신 돈을 목적으로 하는 결혼을 윤리적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더군다나 책 속 사례는 온건한 편이지만, 대다수의 취집은 사랑과 돈의 주객전도가 아닐까.

(내부자거래) 주식 시장에서의 고급 정보에 대한 글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어떤 회사가 새로운 소재를 개발해 특허를 따내서 주가가 상승하는 상황을 가정하는데,
특허 개발과 관련 있는 대표, 연구원, 특허청 직원 순으로 수익 보는 걸 공평하다고 정당화한다.
당연히 특허를 취득하기 훨씬 전부터 회사 임직원이 주식을 매수했다면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책속에서 특허청 직원까지 예시로 든 건 문제의 소지가 된다고 본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내부 정보를 이용해서 이득을 취하는 건 옳다고 보기 어렵다.
저자가 든 예시는 주가 상승 직전에 주식을 대량 매입하고 주가 하락 직전에 매도하는, 주주 뒤통수를 치는 파렴치한 행위와 한끗 차이다.
‘투자하는 금액은 쓴 시간과 정성에 맞춰야 한다‘는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한 잘못된 예시라고 생각한다.

(총평과 반성) 이미 주식 시장에서 구르고 있는 나에게는, 이 책이 별다른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재테크를 이제 막 시작하려는 독자에게 적합한 책이다.
하지만 주식 투자를 열심히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긴 했다.
현재 나름 큰돈을 굴리면서도 제대로 된 투자 방법이나 기준이 뚜렷하지 않은 것, 제대로 된 확실한 무기가 없다는 건 개선해야 할 점이다.

(비교 마라!) 이 책을 빌려 개인적으로 하고픈 말이 하나 있다.
불행은 비교하는 대상이 있기 때문에 생긴다. (57쪽)
‘누구는 수익률이 얼마다, 누구는 시드가 커서 큰돈을 벌었다‘는 말과 글에 나 역시도 마음이 요동친다.
근데 되도록이면 그러지 말자.
어차피 인생은 출발선부터 다른, 불공평한 세상이니까. 그게 당연하니까.
비교하기 시작하면, 괜히 스트레스만 받고 매매에도 부정적인 영향만 미치니까, 과거의 나랑만 비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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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자 - 2009 제17회 대산문학상 수상작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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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고색창연한 문체로 그려낸 김정호의 인생과 발자취.
알려진 바 없었던 그의 삶을 사실적 허구로 채운다.
(재미-중상, 난도-중하)

‘고산자古山子‘는 김정호의 호號다.
1973년에 등단한 소설가 박범신이 쓴 ‘대동여지도를 제작한 고산자 김정호‘.
이 역사소설로 2009년 17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2016년에 《고산자, 대동여지도》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박범신의 대표작으로는 『은교』, 『소금』, 『촐라체』 등이 있다.

(줄거리) 전국을 돌아다니다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김정호에게 위기가 닥친다.
목판 재료를 구해다 주던 오랜 친우 ‘바우‘가 통덕랑 김성일 집안의 나무를 도둑질했다는 고변에 한성부로 끌려가게 된 것이다.
또 김정호의 집을 방문한 김성일은 김정호의 딸 순실이가 천주학의 상징인 십자가를 그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
어찌저찌 일을 수습한 김정호는 화를 피함과 동시에 『대동지지』 제작을 위해 다시 길을 떠난다.

(창작) 김정호 개인에 대한 역사적 사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그가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데, 작가의 상상력과 추론을 김정호 인생의 공백에 채워 넣어, 김정호를 소설 속 주인공으로 재창조한다.
김정호의 어린 시절, 딸의 존재, 지도 제작 과정 등을 고색창연한 문체로 그려낸다.
그가 지도를 그리게 된 연유도 당시의 역사적 사건과 연관 지어서 납득할 수 있도록 해준다.

지도가 사람들을 죽였다……
그는 그때나 지금이나 그렇게 믿었다.
지도는 언제나 사람들에게 양면성으로 작용한다. 지도가 없으면 사람의 오감이 부풀어오를 대로 올라 스스로 지도가 되지만, 지도가 있으면 지도를 믿기 때문에 오감은 만삭의 돼지처럼 그 운행이 느려진다. 엉터리 지도가 사람들을 떼죽음으로 몰아넣기 쉬운 것은 그 때문이다. (61~62쪽)

(추억여행) 3장까지는 김정호의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가며, 그의 고달팠던 삶을 되짚어본다.
의미 있던 지역을 다니며 과거를 회상하는 건, ‘김정호의 추억여행‘과 다를 바 없다.
각종 지도와 지리서를 편찬한 그의 업적과는 상관없는 이야기가 많다.
홍경래의 난 때문에 가족을 잃었던 과거, 개죽음 당한 아버지의 뒷이야기를 밝히고자 위험을 무릅쓴 사건, 떠돌이 생활과 그러면서 알게 된 혜련 스님 등 역사적 사건과 배경을 바탕으로 한 것이 그것이다.
김정호와 주변 인물들의 아픔과 슬픔, 고달픔은 느낄 수 있지만, ‘이런 스토리를 보려고 이 책을 펼친 게 아닌데‘라는 감상을 느끼기도 했다.

(하이라이트) 3장 초중반부에서는 역사적으로도 생각해 볼 만한 주제를 다룬다.
난고 김병연(김삿갓)으로부터 시작된 대마도와 간도의 소유에 대한 토론으로 시작해서, 우산도(독도)가 김정호의 지도에 빠진 이유에 대해서도 나름 논리적으로 이야기한다.
(실제로도 분첩절첩식인 대동여지도에는 독도가 빠져있다..)
그리고 4장에서는 김정호의 ‘지도 인생‘ 전체를 뒤흔드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과연 이 소설의 백미다.
3장까지 쌓아 올렸던 인간관계에 실망하고, 질긴 악연도 다시 마주하게 된다.
˝묘허에겐…… 세상이 태평성대네그려.˝
고립무원의 상태로 딸 순실이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중인 신분으로서 그가 취할 수 있는 전략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지도 제작에만 헌신했던 김정호의 피나는 노력과 어려운 상황, 그리고 뼈아픈 후회에 감정이입하고 몰입할 수밖에 없다.

(총평) 평소 접하기 어려운 고어와 한문으로 된 표현이 많아서, 독자에 따라 읽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만의 매력과 분위기가 뚜렷한 역사인물 소설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영상화를 염두에 두고 지었다고 해도 좋을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호불호가 나뉠 수 있겠다.
감정적으로 요동치며 소설을 마무리 짓는 4장이 없었더라면, 아마 지금처럼 좋은 평가를 주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활극이 없음에도 지루하다는 감상은 거의 없는 수작이니, 관심이 있다면 선뜻 추천해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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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개념 있는 식생활 청소년을 위한 개념 있는 시리즈
배혜림.이윤정 지음, 김집순 그림 / 뜨인돌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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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우리 식생활을 가볍게 둘러보며 겉핥기. 성인에게는 비스킷 한 팩 정도의 난이도.
(유익-중, 난도-하)

‘청소년을 위한 개념 있는 시리즈‘의 2번째 도서. (지금까지 3권 나온 걸로 보인다.)
중학교 교사 배혜림, 고등학교 교사 이윤정, 이모티콘 작가 김집순의 합작이다.

제목처럼 ‘청소년을 위한 식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다.
‘매운맛, 고카페인, 환경호르몬, 알레르기‘ 같은 음식의 직접적인 영향보다, 식생활과 관련된 간접적인 내용이 많은 편이다.
‘먹방, 혼밥, 푸드 마일리지, 음식물 쓰레기‘ 같은 일상생활부터 ‘3D 푸드 프린팅, 스마트팜, 환경에 좋지 않은 음식‘ 등 식생활의 미래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가볍게) 표지의 집순이처럼 익살스러운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대상 독자가 청소년인 만큼, 쉽게 읽을 수 있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급식, 용돈, 청소년기 등 청소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만, 성인인 내가 실생활에 연결해서 읽기에 전혀 무리가 없었다.

(정보)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내용 두 가지를 메모로 남긴다.
1. 매운맛은 맛이 아니라 통증이다. 이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생성되는 엔도르핀이 스트레스를 해소해 준다. (극한의 고통인 출산 순간 최고치가 되기도 한다.)
2. 환경호르몬(내분비교란물질)은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화학적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여성에 큰 영향을 준다. (난임, 극심한 생리통 등)
이외에도 3D 푸드 프린팅, 건강에는 좋지만 환경에는 좋지 않은 아보카도, 식량 주권과 안보가 중요한 이유 등도 새로웠다.

(지적) 읽다가 지적하고 싶은 부분 두 가지도 남긴다.
1. ‘술이나 담배에 유해성 경고 문구를 필수적으로 표기하는 것처럼 매운맛 음식과 고카페인 음료에도 경고성 문구를 표기하는 건 어떨까‘라는 의견에는 효과는 둘째치고 납득은 할 수 있었지만, ‘청소년의 먹방 시청에 제한을 둘 것인가, 자율적 선택에 맡길 것인가?‘를 논한다는 건 좀 불편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에서 먹방 시청을 가지고 통제 운운하는 건 너무 오버다.
2. 이 책에서 환경파괴와 관련해서 제시하는 해결책은 너무나도 미시적이었다.
‘로컬푸드를 자주 이용하자, 다른 식품으로 대체하자, 아예 아보카도/고기 등을 덜 먹자, 잔반을 남기지 말자‘라고 말하는데, 과연 이게 유의미할까?
청소년들에게 개개인에게 먼저 일상에서의 작은 실천을 권할 수는 있겠지만, 기업 이상의 규모에서 움직이지 않는 한, 실질적인 효과는 없을 것이다.

일독하기에 나쁘지 않은, 식생활을 가볍게 훑는 쉬운 책.
초등학교 고학년 또는 중학생 수준에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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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준지 단편집 Best Of Best
이토 준지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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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이토 준지 자선 걸작집』보다는 조금 하위호환 느낌이지만, 이토 준지의 팬이라면 소장가치는 충분하다.
(재미-중상, 역겨움-중)

2019년에 출간된 이토 준지의 BEST COLLECTION.
총 10개의 작품이 수록됐는데, 이중 4개는 한국에서 정발됐고, 나머지 6개는 일본에서만 잡지에서 게재된 것으로 보인다.

(vs. 이토 준지 자선 걸작집) 2015년에 출간된 『이토 준지 자선 걸작집』과 간단히 비교해 보자.
전작과 겹치는 작품은 없으며, 판형의 경우 해당 작품이 훨씬 더 크다.
컬러 삽화와 채색된 만화 컷도 이 단편집의 특징이다.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 2편, 영국 작가 로버트 히친즈의 작품 1편을 원작으로 한 만화도 있다.
『자선 걸작집』은 이토 준지가 직접 선정했다는데, 이 작품은 어떻게 선정했는지 모르겠다.
작가가 좋아하는 만화가와의 추억을 그리는 「우메즈 선생님과 나」가 수록됐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경고) 깜빡이 없이 바로 들어온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프랑켄슈타인 포스터의 뒤를 이어, 징그럽고 잔인한 「억만톨이」로 바로 악셀을 밟아버린다.
「억만톨이」는 일본의 집단주의를 은유/풍자하는 작품으로, 묘사뿐만 아니라 스토리 구성도 훌륭하다.
수미상관 기법인지, 마지막에 수록된 「유자(遺子)」 역시 충격적이다.
선을 넘는 숨겨져있던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탄식 섞인 실소를 참을 수 없었다.

(👍베스트) 『공포의 물고기』에 수록되었던 「아미가라 단층의 괴기」가 단연코 최고다.
이전에 읽었던 만화라서, 임팩트가 강하지는 않았지만, 소재와 스토리 설정이 기발하다.
단층을 상상하면 다가오는 공포감 역시 현실적이다.
이 작품의 메타포는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
자신만의 단층 구멍을 숙명, 운명으로 볼 수 있을까?
옷을 벗고(모든 걸 포기하고) 구멍 안으로 들어가면 전진 밖에 할 수 없는데, 이건 뭘 뜻하는 걸까?

(자선 걸작집을 뛰어넘지는 못하지만) 『이토 준지 자선 걸작집』과 『이토 준지 단편집 BEST OF BEST』, 둘 다 이토 준지 단편만화의 정수를 담았다고 해도 무리는 없을 것 같다.
고점은 확실히 「글리세리드」를 포함한 『이토 준지 자선 걸작집』이 앞서지만, 전반적인 수위는 『이토 준지 단편집 BEST OF BEST』가 더 세다.
이번 단편집에서는 다루는 소재 자체는 비교적 흔한 편이다.
하지만 그리는 주체가 ‘이토 준지‘다 보니, 어떻게 그려낼지 기대되고, 결코 실망시키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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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서동욱 지음 / 김영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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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파편처럼 흩뿌려진, 철학과 인용으로 점철된 이런저런 이야기들.
그 가운데 나의 마음에 드는 몇 조각만 주울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유익-중, 난도-중상)

벨기에 루뱅대학교 철학과에서 들뢰즈 연구로 박사가 된, 철학자 서동욱의 철학 에세이.
3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집필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지금은 서강대학교에서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평론가 이동진이 2024년 2월의 책으로 꼽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날씨를 선물로 주는 일기예보 스크립트를 써내려갈 수 있을까? 일기예보는 날씨를 알려줄 뿐 아니라, 이미 파산한 이를 위로하며 구제책을 조언하듯 옷을 따뜻하게 입어라, 우산을 잊지 말고 출근하라 말한다. 그런 스크립트를 작성하고 싶어 이 책을 썼다. 그리하여 이 책은 수많은 이야기가 되었다. 이는 그야말로 비와 바람과 햇살과 추위와 더위가 넘쳐나는, 울고 괴로워하며 웃고 또 씁쓸해하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중략) 그러므로 이 책은 세계의 탐색자를 재촉하기보다 여기서 그냥 쉬라고 말한다.
(10~11쪽 - 프롤로그 중에서)

(기대와는 다른 구성) 부제 ‘삶을 쓰다듬는 위안의 책‘처럼, 고달픈 삶에 위로를 주기 위한 책으로 인지하고 독서를 시작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나의 기대와는 다른 구성의 책임을 깨달았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부 아래로 갖가지 이야기가 뻗어나간다.
이야기는 다수의 인용을 토대로 한, 철학에 대한 단편적인 고찰이다.
여러 이야기가 얽히고설키면서 한 가지 주제를 탄탄하게 빌드 업하는 구성을 기대했으나, 그렇지는 않다.
각각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완성형이라서, 철학 칼럼이나 잡지에 수록해도 무리가 없다.

(하우 투 리드) 각각의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하고 음미하면서 읽어야 하는 책이다.
즉, 저자의 빌드업과 하고픈 말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정신집중하고 생각정리하면서 읽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자신에게 와닿는, 그런 이야기를 만나게 될 수도 있다.
나의 경우에는 「자기기만」과 「유머」, 「느려질 권리」가 그랬다.
「자기기만」에서는 나의 책임이 훨씬 더 광범위할 수 있음을 알았고, 「유머」에서는 심각한 상황에서도 숨구멍을 만들어주는 유머의 강력함을 상기할 수 있었다. (유머는 날씨를 바꾼다!)

(총평) 철학에 대해서 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나 같은 독자에게는 온전히 즐기기에는 쉽지 않은 책이다.
각 이야기에서 하고픈 말 정도는 충분히 이해했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기는 힘들었다.
한 챕터를 읽고 잠깐 멈춰서 내용을 복기하기도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철학적 배경지식의 유무에 따라, 깊이 이해하고 음미할 수 있는 정도가 달라지는 책이다.

중요한 건 아니지만, 난 이 책이 ‘철학 에세이‘라는 걸 리뷰를 작성하면서 알았다.
그저 대중철학 서적이라고 인지하면서 독서했다.
오독까지는 아니지만, 깊이 있게 독서하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책을 반납하고 나니, 머릿속에 남아있는 게 딱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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