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나이트 다이버
덴도 아라타 지음, 송태욱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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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쓰나미가 고향 마을을 휩쓸고 지나간 지 4년 반.
부모님과 형을 잃은 ‘세나 슈나쿠‘는 아버지의 친구인 ‘마쓰우라 분페이‘와 함께 출입 금지 구역의 바다로 간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밝은 달이 뜨고 파도가 거칠지 않을 때, 휩쓸려간 마을의 잔해가 있는 바닷속으로 슈나쿠는 잠수해 들어가 여러 물건들을 수집한다. 이렇게 수집한 물건들을 이 계획의 주모자이자 역시 쓰나미로 아내와 딸을 잃은 ‘다마이 준이치‘에게 가져다주면, 준이치가 회원들에게 물건과 바닷속 상황을 알려준다.

세나 슈나쿠의 관점을 따라 이야기가 진행된다.
슈나쿠의 성격에 따라 분위기와 묘사가 잔잔하고 차분하다. 마치 잠수를 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이다.
잠수 직후 평소와 다르게 돋는 식욕과 성욕에 대한 묘사 역시 격렬하다기보다, 슈나쿠의 생각과 마음을 중심으로 서술하여 어렴풋한 아련함이 느껴진다.
잠수 직후 성욕이 급증하여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고민하는 슈사쿠와 더 많은 사례금을 받고 싶어 하는 배의 주인이자 어부인 분페이의 모습에서, 그래도 살아간다는 인상을 받기도 했다.

소설은 2011년 3월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을 모티브로 하고 있고, 쓰나미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죄책감과 아픔을 둥글게 위로한다. 갑작스러운 자연재해로 인해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생존자들에게 정답을 주지는 않지만(줄 수 없겠지만), 작가 나름의 위로와 안도감을 준다.
허리가 아픈 슈사쿠 대신 형이 부모님을 도우러 갔다가 쓰나미에 휩쓸렸는데, 이에 대해 죄송하지만 신께 감사하다고 말하는 슈사쿠의 아내 ‘미쓰에‘와 사촌 동생들을 생각하면 오히려 다행이라고 말하는 형의 딸 ‘마유코‘는 가슴 아프지만서도 위로가 된다.
남편의 행방을 알 수 없게 된 ‘마베 도코‘라는 젊은 회원이 재혼을 망설이는 이야기에서는, 과거에 얽매이거나 미련을 가지지 않고 다시 출발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주기도 한다.

처음에는 배와 잠수 장비에 대한 용어가 조금 어렵지만 딱히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소설의 분위기가 잔잔한 만큼, 취향에 따라 지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그럭저럭 잘 읽은 것 같다. 재미로 읽었다기 보다 살짝 울컥하기도 하며 약간의 위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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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지막 남은 검은 머리카락 하나
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 백선희 옮김 / 정신의서가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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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노화에 관한 이야기이다.
60살을 맞이한 저자가 노화가 진행되고 있는 삶과 가까워지고 있는 죽음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짤막짤막하게 말한다.
자조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은근한 유머를 곁들어 해학적인 글을 원한 것 같지만, 나한테는 그렇지 못했다.
우중충한 날씨에 괜히 우울해진다. 노화에서 오는 상실감과 긍정하기 힘든 변화를 묘사하는 글에 기운이 빠진다.

이 책을 쓴 저자의 의도는 아니겠지만, 책을 읽으며 건강 관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노화가 진행되는 신체에서 느끼는 점들을 읽자니 그러고 싶지는 않아서..

끌끌... 노화와 죽음은 괜히 서글프다.

책이 짧고 여백도 많아 읽기 쉬운 한편으로, 읽기 힘들었다.
한자리에서 다 읽었는데, 읽고 나니 씁쓸한 기분만 남는다.
무엇보다 이번 책에서는 저자의 유머가 너무 시답잖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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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비틀 킬러 시리즈 2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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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있습니다★★

이사카 코타로의 킬러 시리즈 3부작 중 2번째에 해당하는 작품.
<그래스호퍼>를 읽고 이 책을 읽기를 추천한다. 그러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기무라 유이치 : 전직 업자. 알코올 중독. 건물 옥상에서 아들을 밀어서 떨어뜨린 범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신칸센에 탑승.
왕자(오우지 사토시) : 14살 중학생. 기무라의 아들을 민 장본인. 비상한 두뇌로 사람들을 이용하는 사이코패스. 기무라를 협박하고 이용하여 본인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신칸센에 탑승.
과일 콤비 : 문학을 좋아하는 사려 깊고 날카로운 밀감과 ‘토마스와 친구들‘을 좋아하는 거침없고 단순한 레몬. 살인청부업자. 구출한 미네기시의 아들과 돈다발이 든 트렁크를 옮기라는 의뢰를 받고 신칸센에 탑승.
나나오 : 불운의 여신의 가호를 한 몸에 받는 젊은 업자. 마리아에게, 트렁크를 훔쳐 우에노 역에서 내리라는 의뢰를 받고 신칸센에 탑승.

신칸센이라는 제한된 공간 속에서 각자의 목적을 가진 무시무시한 인간들이 얽히고 부딪히면서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여러 인물들의 시선에서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열차의 칸과 자리를 간단하게 그리면서 읽었다.)
간단한 스토리 라인이지만 개성 강하고 독특한 캐릭터들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6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지루한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었다.
신칸센에서 벌어지는 일뿐 아니라 다양한 읽을거리를 책 속에 녹여놓았다. 그러한 이야기들은 왕자의 입을 통해 많이 등장하는데, 그중 ‘르완다 학살‘은 다시 봐도 충격적이다. 어떻게 1994년에 100일 동안 80만 명이 동족에 의해 학살을 당할 수 있을까.

레몬과 밀감.
너무나도 매력적인 콤비이다. 180cm가 넘는 길쭉길쭉한 신체에서 나오는 거침없고 시원시원한 행동. 살인청부업자라는 무서운 사람들이지만, 대조되는 성격과 비슷한 외모의 둘의 조합에 마음을 빼앗겼다.
특히 레몬은 이 책을 읽는 그 누구라도 흥미를 느끼게 되는 인물일 듯하다.
다음 책에서 이 둘을 다시 만나고 싶지만, 그건 무리겠지... ㅠ

왕자.
자라나는 악의 새싹. 디젤 새끼.
처음에는 왕자의 생각과 행적에 감탄했지만, 보다 보면 역겹고 끔찍한, 무서운 존재이다. 말끔하고 어린 외모와 인간 심리와 역학 관계를 이용해 타인을 마음먹은 대로 부리며, 타인의 불행과 고통을 즐거워하는, 실제로는 있어서는 안 될 인물이다.
책을 읽는 내내 누군가가 빨리 왕자를 처리해 주기를 바랐다. 더군다나 나나오에게 불운이 끊임없이 닥치는 반면, 왕자에게는 끝 모를 행운이 펼쳐져 조바심이 났다. 결국 어른들을 우습게 보며 나서다가 화를 자초하지만...
˝저어,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되나요?˝

<그래스호퍼>의 주인공 ‘스즈키‘가 이 책에 다시 등장하는데, 그의 성장한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전작의 다른 인물들도 추억처럼 언급되거나 재등장하는데 반가웠다. (고래, 매미, 푸시맨, 데라하라...)
특히 이번에는 직접 등장하여 활약하는 ‘말벌‘은 꽤 임팩트 있었다.

킬러들끼리의 싸움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다. 과연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싸울까 기대하면서 읽었다.
<그래스호퍼>에서 아쉬웠던 액션이 이번 책에서는 확실히 만족스러웠다.
기억에 남는 장면들 역시 많은데, 그중에서 왈칵하게 한 부분만 간단히 기록하겠다. (읽은 사람만 알 수 있는..ㅎㅎ)

문 위 벽에 달린 옆으로 긴 전광게시판에 시선이 멎었다.
‘시게루가 시게루에게. 와타루는 무사합니다. 범인은 사망했습니다.‘
그런 메시지가 흘러가고 있었다.

여러모로 빠지는 것 없는 걸작이다. 두꺼운 페이지가 아깝지 않다.
너무나도 매력적인 캐릭터들!
여기저기 뿌려놓은 복선들을 적시에 회수하는 그 맛!
단순하게 킬링타임 하면서 이것저것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
과거에 구판으로 이미 한 번 읽은 책이지만(다 까먹었지만...), 다시 읽어도 즐길 수 있는 재미난 소설이다.

마리아비틀이 영화화된다는데, 꼭 잘 만들어져서 멋진 영화로 상영되기를 바라본다.
그렇게 돼서 이사카 코타로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고, 그의 모든 책들이 한국에서 번역 출간되기를 희망한다.
(기사에 따르면 ‘불릿 트레인(Bullet Train)‘이라는 제목에 ‘브래드 피트‘가 출연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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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 - 풀컬러 일러스트 에디션 아르볼 N클래식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알레+알레 그림, 강수정 옮김 / 아르볼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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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원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듯이, 3차원에 시간을 추가한 4차원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시간 여행자‘가 자신의 시간 여행 경험을 말해준다. (액자식 구조)
타임머신을 타고 802701년으로 간 시간 여행자는 미래의 인류와 조우하게 된다. 작은 체구에 낮은 지능을 지닌 호의적인 ‘엘로이‘ 종족이 평화로운 지구에서 살고 있었다. 그들과 시간을 보내며 관찰을 하는 동안 타임머신이 사라진다. 그러던 중 지하에 살며 빛을 두려워하는 ‘몰록‘이라는 야만적인 종족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들이 타임머신을 숨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타임머신을 되찾기 위해 지하로 직접 내려가고, 녹색 도자기 궁전에서 무기가 될만한 것도 발견하고, 몰록들과 싸우기도 한다. 우여곡절 끝에 타임머신을 되찾은 그는 더 먼 미래로 갔다가 현재로 돌아온다.
다음 날, 그는 증거를 보여주겠다며 타임머신을 다시 작동시켰으나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미래 지구와 인류의 진화(퇴화?)에 대한 그럴듯한 설정에, 심플하면서도 단단한 스토리 라인 덕분에 몰입하며 읽을 수 있었다. 시간 여행자가 미래에서 경험한 것을 인류의 발전에 끼워 맞춰 말하는 것이 꽤나 그럴듯하다.

시간 여행자가 강 속에서 구한 ‘위나‘라는 한 엘로이 여인이 갖가지 보호본능을 일으키면서, 독자인 나까지 위나가 위험에 빠지지는 않을지 걱정하게 된다.

˝오후에 주변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 내가 구해 준 것처럼 보이는 여자를 만났는데, 그녀는 기쁨의 환성을 지르더니 커다란 화환을 안겨 주었습니다. 순전히 나만을 위해 만든 게 분명한 그 화환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아마도 나는 외로웠던 모양입니다.˝
˝그녀는 꼭 어린애 같았어요. 늘 나랑 같이 있고 싶어 했죠. 어딜 가든 나를 따라오려고 했지만, 다음 탐사길에 그녀는 지쳐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결국 애처롭게 나를 불러 대는 그녀를 두고 가야 했습니다.˝
˝위나는 내가 무등을 태워서 출발할 때는 무척 기뻐하더니 얼마쯤 지나자 내려 달라고 했고, 옆에서 깡충거리며 이쪽저쪽으로 달려가 꺾어 온 꽃을 내 주머니에 꽂았습니다. 위나는 늘 내 호주머니를 신기해했는데, 마침내 그게 꽃 장식을 위한 별난 꽃병이라고 결론을 내린 모양이었습니다.˝

위나를 비롯한 엘로이들이 두려워하는 몰록은 지하에서 살다 보니 눈이 극도로 예민해져있는 육식을 하는 종족인데, 그렇다. 엘로이들을 먹는다. 이 무서운 종족은 악역으로 묘사되어 시간 여행자가 이들을 두들겨 팰 때는 통쾌하지만, 시간 여행자가 피운 불로 숲이 불탈 때 극히 고통스러워 혼란에 빠지고 무력해지는 모습은 이상하게도 불쌍하다. 불을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불 속으로 뛰어드는 몇몇 몰록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일러스트레이션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도서관에서 여러 출판사의 <타임머신>을 놓고 고민하다가, 이 책을 대출했는데 잘한 선택 같다.
원작 역시 훌륭하지만, 일러스트레이션이 곁들여지면서 읽는 재미가 더 있는 작품이 되었다.

클래식한 SF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타임머신이라는 소재로 간단하면서도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과학 소설의 아버지라는 명성에 걸맞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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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뱅이 가난뱅이 - 돈나고 사람나는 세상을 향한 위트의 미학
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 최내경 옮김 / 휘슬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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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부자와 가난뱅이를 대조한다. 대개 한 장을 넘지 않는 짧은 글과 삽화로 이루어져 있다.
주인공은 부자 씨와 마나님, 가난뱅이 씨와 아낙네, 그리고 조연은 졸부 씨와 부인이다.
차이 나는 등장인물들의 일상을 대조하면서 현실을 이야기하고 웃음을 주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머리 비우고 읽기를 추천한다.

내 감상은 별로다.
짧고 가벼워서 쉬어가는 기분으로 읽어보려고 집어 들었으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작가는 짤막짤막한 글 속에 위트 있는 한두 문장으로 재미를 주는 편인데, 이번 책은 재미있지 않았다. 책 초반에는 괜찮았지만, 반복되는 구조와 딱히 재미없는 유머에 흥미를 잃었다.
짤막한 글이라도 이어지는 내용이었다면, 다음 내용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읽어 그나마 나았을 것 같다.
가난뱅이에 대한 묘사와 졸부의 무리한 모습에서 씁쓸함만이 남았다.

이때까지 읽은 장루이 푸르니에의 책 중에서는 제일 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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