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 개정판
양귀자 지음 / 쓰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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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두 남자를 두고 저울질하는 주인공이 밉지 않은 건, 작가의 순박한 필력 덕분인 걸까?
재미뿐만 아니라, 서사와 구조도 훌륭한, 20~30대 여성에게 인기가 많은 이유를 알 수 있는 작품.
(재미-상, 난도-하)

1978년에 데뷔한 소설가 양귀자의 대표작이자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
2015년 이후로 절필한 것으로 보인다.
저작으로는 『원미동 사람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천년의 사랑』 등이 있다.

(줄거리) 25살의 어느 날, 주인공 안진진은 문득 인생을 바꿔보기로 결심한다.
만나고 있는 두 명의 남자, 김장우와 나영규를 저울질하며 본인의 미래를 진지하게 탐구하고 고민한다.
집을 나간 자유로운 영혼의 무책임한 아버지, 조폭 놀이에 빠진 불량 남동생, 그리고 가정을 지탱하는 어머니.
그리고 어머니와 일란성 쌍둥이지만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이모.
그 사이에서 안진진의 1년이 흘러간다.

🚨스포 있습니다🚨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베스트셀러로 손색없는 작품이다.
양다리를 걸치고 두 남자 중에서 누구와 미래를 함께할지 재는 주인공을 보는 건, 재미없을 수가 없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서정적이고 부드럽게 그려내는 방식은 결코 자극적이지 않다.
모든 등장인물을 일차원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긍정적인 점을 찾아내려는 안진진의 시선 역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든다.
안진진이라는 렌즈를 통해, 거칠고 부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인물들도 사연이 있는 감성적인 캐릭터로 보게 된다.

(문장) 작가가 인생에서 깨달은, 곱씹을만한 깊이 있는 것들을 안진진의 입을 빌려 쉴 새 없이 보여준다.
재독하면서 본인의 인생에 필요한 격언을 얻어 가기에도 충분한 책이다.
(21) 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한다.
(188) 나의 불행에 위로가 되는 것은 타인의 불행뿐이다. 그것이 인간이다. 억울하다는 생각만 줄일 수 있다면 불행의 극복은 의외로 쉽다.
(229) 인생의 부피를 늘려주는 것은 행복이 아니고 오히려 우리가 그토록 피하려 애쓰는 불행이다.
개인적으로는 행복과 불행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 와닿았다.
타인의 행복은 부러워하고 질투하며, 타인의 불행에서는 안도와 위안을 얻는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로맨틱) 진지하고 깊이 있는 문장만 있는 건 아니다.
안진진이 저울질하고 있는 두 명의 남자 중, 순수하고 자유로운 남자 김장우의 담백하고 솔직한 멘트는 로맨틱하기 그지없다.
내가 설렐 일이냐고... 글 참 잘 쓴다.
안진진이 이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에서도 왠지 모를 따뜻함과 상냥함이 글을 읽는 나에게 전달된다.

(엄마와 이모, 그리고 모순) 이 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엄마와 이모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자.
안진진의 엄마와 이모는 일란성 쌍둥이로 굉장히 유사한 인생을 살아왔다.
하지만 결혼을 시작으로 두 사람의 인생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불행은 모두 엄마에게로, 행복은 모두 이모에게로.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실상이 꼭 그렇지는 않다.
불행해 보이는 엄마는 힘겨운 인생에서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기운차게 인생을 살아가는 한편, 행복해 보이는 이모는 굴곡 없는 순탄한 인생에서 답답함과 무기력함을 느끼며 삶의 의미를 잃어간다.
그리고 이야기 말미에 이모는 자살한다.
갑작스러운 전개에 소설의 끝을 날린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굳이 왜 이모를 죽게 하지? 꼭 이렇게 해야만 했나? 방금 전까지 이모와 안진진의 풋풋하고 따뜻한 이야기에 내 마음도 녹고 있었는데...
하지만 결말 부분에서 ‘모순‘을 위해 작가가 의도한 장치임을 알 수 있었다.
행복해 보이기만 하던 이모의 불행을 극대화해서, 작가의 뜻을 확실히 전달하기 위함이다.
모진 풍파가 몰아치는 인생을 살아내는 엄마가 고난을 원동력으로 활기차게 헤쳐가는 모습과 대비되도록 말이다.
안진진은 이모부와 함께 살아가면서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이모를 바로 옆에서 봤지만, 모순적이게도 이모부를 닮은 나영규를 선택한다. 이모의 끝을 알지만 말이다.
이로써 작가의 의도가 보다 명확해졌다.

(아쉬움) 그래도 꼭 이렇게 극단적이었어야 했나, 하는 생각은 여전하다.
죽은 것만 같이 정형화된 평탄한 삶이 싫었다면, 기계 같은 이모부의 뜻을 거스르고 본인의 의지를 강하게 관철하거나 즉흥적으로 작은 일탈이라도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시도와 과정이라도 보여줬다면, 보다 납득할 수 있는 반전이 되지 않았을까?
아쉽다면 아쉬운 전개이기도 하다.

(추천)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독서였다.
일상적인 소재의 장점을 잘 살린, 서사적으로도 재미가 충분한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본인의 삶을 개선하고자 다짐하고, 실천하는 안진진을 응원하면서 읽었다.
이모가 자살하기 전까지는 안진진과 비슷한 시대를 살아간 나의 엄마에게 이 소설을 추천해 주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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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몽키의 한 권으로 끝내는 미국주식 - 금리, 차트, 재무제표 등 어려운 숫자는 NO! 세상에서 가장 쉬운 미국주식 입문서
소수몽키(홍승초) 지음 / 길벗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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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숫자놀이와 그림놀이가 아닌,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미국주식투자의 본질과 핵심을 말한다.
(유익-상, 난도-하)

미국주식 유튜버 ‘소수몽키‘의 저서.
매주 일요일 저녁 미장 현황과 주목할 만한 종목, 주요 이벤트 등을 쉽게 설명해 줘서 종종 시청하곤 한다.
미국주식으로 큰 수익을 본 후, 현재는 직장을 그만둔지 꽤 된 걸로 알고 있다. (파이어!)
공동 저서로 『잠든 사이 월급 버는 미국 배당주 투자』가 있다.

금리, 차트, 재무제표 등 (미국)주식 입문자들에게 낯선 요소는 과감히 제외하고, 최소한의 노력으로 할 수 있는 편안한 미국주식 투자를 이야기한다.
투자에 필요한 핵심적인 내용을 저자의 투자 경험과 각종 예시를 통해 명확하고 간결하게 설명해 준다.
① 미국주식에 투자하기 시작한 이유
② 어떤 종목을 사야 하는지
③ 언제 사고 언제 팔아야 하는지
④ 정보를 어디서 얻을 수 있는지

(좋은 책) 결론부터 말하면, 기본 중의 기본에 집중하는 좋은 책이다.
각종 매매기법 같은 기술적인 부분이 아닌, 정말 투자에서 중요한 핵심을 알려준다.
- 어떤 종목을 사야 하는가
- 언제 사고 언제 팔아야 하는가
이 두 가지 말이다.
이제 막 투자를 시작하려는 독자는 물론이고, 여러 가지 무기로 무장하고 있는 기존 투자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차트 매매, 기술적 분석에 집중하는 투자자들에게도 기본을 일깨워 주는, 가장 중요한 것을 일깨워 준다.

(예적금하면 부자 못 된다) 특별히 인상적인 파트가 있다.
초입부에서 미국주식을 시작하게 된 이유와 함께, 예적금을 강하게 비판하는데, 지금의 나와 생각이 같다.
위험하지 않으니까 예적금을 한다? 세금 떼고 3~4% 이자 받으려고?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사실상 돈이 줄어들고 있는 건데? 이걸로 언제 돈 모아서 언제 부자 되는데? 이런 뉘앙스이다.
물론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고 추구하는 방향성도 다르겠지만, 작금의 상황에서 예적금은 겨우 현상 유지를 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노동만으로 월에 천만 원 이상을 버는 게 아니라면, 나도 예적금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더 이상 하지 않는다.

(강조 2) 매수매도 타이밍과 함께, 강조하는 두 가지가 있다.
① 이벤트가 있기 훨씬 전에 분할매수하고, (장기보유할 게 아니라면) 이벤트가 있기 전에 분할매도할 것. 주식 투자를 한다면 다들 들어봤을 선반영이다.
요즘 미장에서의 실적 발표에 따른 주가 변동을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② 다른 하나는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지금의 나에게도 필요한 문장이다.
여태까지의 수익, 손실은 무시하고 철저히 현재시점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이게 참 어렵다.
특정 종목을 재매수하거나 갈아타려고 할 때, 과거에 거래했던 가격이나 현재 평단가를 고려하지 않는 건 정말 어렵다.
과거에 얽매여서 눈앞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자세임에는 틀림없다.
알면서도 실천이 쉽지 않은 게 문제지. (아이렌을 8달러에서 사서 약간의 수익 보고 팔았던 나...)

(추천) 상향 평준화된 주식 입문서 중에서도 차별점이 있는 좋은 책이다.
투자에 대한 관점을 형성하는 데 특별히 도움이 되는 책이다.
숫자와 차트가 아닌, 기업의 본질에 집중하는 방식이 새롭기도 했다.
꾸준히 투자 중인 나에게도 과거와 현재를 되돌아볼 수 있는 만족스러운 독서였다.
아쉬운 점이라면, 시장점유율과 유망 산업의 종목 중 하나로 CHPT를 소개한 것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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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요정
김한민 글.그림 / 세미콜론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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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프랑스 그래픽 노블 같은 그림체가 매력적이지만, 요정을 메타포로 하는 내용은 아리송하다.
(재미-중, 난도-중하)

1979년 서울에서 태어나 스리랑카와 덴마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서울로 돌아와 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한 후, 남미 페루에서 교사로 일하고, 독일에서 작가로 체류하고, 포르투갈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등 독특한 이력이 있는 작가.
2004년 『유리피데스에게』로 데뷔한 이후, 현재도 꾸준히 집필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줄거리) 1부와 2부로 이루어진 우화다.
(1부) 이야기의 전반적인 배경을 소개한다.
요정학을 연구하는 아빠, 어린 딸 송이, 그리고 조수 우고.
요정, 시지렁이, 요정이 만들어내는 ‘기분‘, 요정이 살아가는 환경 등 다양한 설정을 보여준다.
(2부) 도시 성형으로 인해 요정들은 삶의 터전은 잃고, 우고는 위기에 처한 요정들을 한가득 데려온다.
송이와 우고는 요정들을 살리기 위해 애를 쓰는데...

(독특한 그림체) 만화라고 봐도 될 정도로 책 속에 그림이 가득하다.
프랑스 그래픽 노블 느낌이 물씬 나는 그림체는 작가의 다양한 국가 체류 이력을 보여주는 것 같다.
흑백의 스케치로 그린 그림은 귀엽고 매력적이다.
『꼬마 니콜라』가 떠오르는 그림체다!

(이야기) 이야기 자체는 쉽게 읽을 수 있다.
그림이 많기도 하지만, 서사와 이야기 구성도 어렵지 않다.
‘요정‘이라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의외로 현실적이다.
위기에 처한 요정들은 상처받은 곤충 내지는 작은 동물 같다.
2부에서 그들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송이와 우고의 모습에서 1부와는 사뭇 달라진 절실함과 찡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고픈 말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다소 아리송하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주변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예전의 정겹고 추억 어린 광경이 사라짐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리움 등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왜 요정들은 시지렁이가 쓰는 ‘시‘만을 먹고살 수 있는 걸까?
삶의 터전을 잃어버려서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 특정 환경에서만 서식할 수 있는 생물을 요정으로 표현한 걸까?
『아무튼, 비건』, 『탈인간 선언』, 『제돌이의 마지막 공연』, 『언월딩 : 아마존에서 배우는 세계 허물기』등 저자의 다른 작품 목록을 보면, 이 역시 일리 있다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가볍게 집어 들고 주욱 읽어볼 만한, 그래픽 노블에 가까운 우화다.
하지만 막상 읽고 나면, 저자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 조금이라도 되돌아 생각해 보게 된다.
조금은 어두우면서도 귀여운, 절망적이면서도 애매모호한 기분이 남는 책이다.
번뜩이는 재치는 없지만, 도서관에 있다면 한번 읽어볼 만한 정도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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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네이션 - 쾌락 과잉 시대에서 균형 찾기
애나 렘키 지음, 김두완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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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도파민 세상에서도 ‘중도中道‘와 ‘과유불급過猶不及‘은 통한다!
(유익-중하, 난도-중)

원제 ‘Dopamine Nation: Finding Balance in the Age of Indulgence‘를 직역했다.
도파민 나라. 실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도파민으로 가득 차있다.
스탠퍼드대학교 의과대학 정신의학/중독의학 교수 ‘Anna Lembke‘가 다양한 사례와 실험 등을 들어가면서 도파민 세상의 기본적인 구조와 균형을 잡는 방법을 제시한다.
2024년 실천 위주의 후속작 『도파민 디톡스』를 출간하기도 했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중독과 도파민, 쾌락과 고통의 저울, 항상성 등 기본적인 구조와 상관관계를 탐구하고 분석한다.
2부에서는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3부에서는 건전하고 건강한 쾌락을 추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 3가지를 제시한다.

(?) 1부와 2부는 잘 이어지지만, 3부는 조금 동떨어진다고 느꼈다.
1부에서는 상황과 문제를 분석하고, 2부에서는 이에 대응하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하지만 3부에서는 ①역설적으로 고통을 추구하면 쾌락이 따라온다고, ②거짓말하지 말고 솔직하게 행동하라고, ③친사회적 수치심은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책을 다 읽을 때까지 3부는 저자의 개인적인 팁 같다는 인상을 버릴 수 없었다.
하지만 리뷰를 쓰기 전, 목차를 다시 들여다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 각 부를 한국어로 의역하면서, 원래의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
- 1부. 쾌락과 고통의 이중주
- 2부. 중독과 구속의 딜레마
- 3부. 탐닉의 시대에서 균형 찾기

원문을 직역하면 다음과 같다.
- 1부. 쾌락 추구 (The Pursuit of Pleasure)
- 2부. 자기 구속 (Self - Binding)
- 3부. 고통 추구 (The Pursuit of Pain)

이 얼마나 간단명료한 수미상관 기법의 네이밍인가!
책의 핵심 내용인 항상성, 쾌락과 고통의 저울을 직관적으로 담은 제목이다.
쾌락에 무게를 실으면 고통이 뒤따라오고, 고통에 무게를 실으면 쾌락이 뒤따라온다는, 즉 반대급부가 이어진다는 역설적인 상황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다.
-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가 모두 너무나 비참한 이유는, 비참함을 피하려고 너무 열심히 노력하기 때문이다. (64p.)
3부의 내용은 결코 책의 흐름에서 동떨어진 것이 아닌, 오히려 책의 핵심을 찌르는 파트인 것이다.

(고통 추구) 저자는 3부에서 찬물 샤워와 운동 등 적당한 고통에 뒤따라오는, 자기 파괴적인 쾌락 대신 지속적이고 건강한 쾌락을 추구하라고 권한다.
새롭고 신기한 내용이다.
마치 균형을 맞추고 싶어하는 저울이나 시소처럼 한쪽으로 기울면, 반대쪽으로도 그만큼 기운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쾌락이 아닌 고통을 추구하라고 말한다.
(받아들이기는 쉽지는 않지만 말이다. 운동은 고통스럽다.)

(적용) 1부와 2부는 나의 상황을 대입해 보면서 읽기에 적절했다.
해로운 쇼츠에 중독된 것 같아서 인스타그램 앱을 삭제하고(물리적)
시험까지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상기하면서 미디어를 멀리하고(시간적)
애초에 자극적인 주제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 유튜브를 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등(범주적)
내가 나름대로 중독에서 벗어나려고 노력 중이라는 걸 인지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그런 만큼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총평) 구체적이 방법을 제시하지는 않아서, 크게 도움이 된다고 하기에는 애매하다.
그래도 현실감 생생한 사례를 바탕으로, 책에서 제시하는 8단계(DOPAMINE)에 맞춰 자신의 상황을 진단하고,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할 수 있으며, 나처럼 과거에 자신이 중독 탈출을 위해 노력했던 경험을 떠올려볼 수도 있다.
도파민 가득한 이 세상에서, 쾌락만을 추구하면서 오히려 고통을 얻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깨달음을 주기에는 충분한 지침서다.

여러분도 주어진 삶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길 바란다. 피하려고 하는 대상으로부터 도망치지 말고, 그 자리에 멈춰서 방향을 바꾸어 그것을 마주하길 바란다. (27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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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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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총평 : ‘대한항공 007편 격추 사건‘에 관심이 있어서 이 책을 집어 들었다면, 당신은 미끼를 확 물어분 것이여...
(재미-중, 국뽕-중하)

사회적 이슈를 소재로 공산품 스타일의 소설을 찍어내는 공장형 작가, 한국의 댄 브라운 ‘김진명‘의 2017년 작품.
‘대한항공 007편 격추 사건‘을 소재로 쓴 작품이다.
2022년에 개정판이 나왔는데, 구판과 별 차이는 없어 보인다.
매년 신작을 발표하고 있으며, 대표작으로는 『카지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고구려』 등이 있다.

(줄거리) 1983년 9월 1일, KAL 007 피격 사건으로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다.
주인공 지민은 어릴 적 미국인에게 입양된 여동생 지현의 귀국을 기다리는데, 마침 지현이 탑승한 기체가 KAL 007기다.
지현과의 만남만을 기다려왔던 지민은 여동생의 복수를 대신하기로 결심한다.
복수를 위해 미국, 남미, 유럽을 거쳐 러시아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그려낸다.

(훌륭한 초반부) 항로를 이탈한 KAL 007기를 중심으로 미국과 소련의 대응을 보여주는 긴박한 초반부는 스릴이 넘친다.
이상을 감지한 미국 포스트 굿윌과 일을 키우지 않으려고 하는 상부의 갈등, KAL 007기가 민항기임을 눈치챈 러시아 조종사 오시포비치의 내적 갈등 묘사는 마치 영화 도입부 같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이후 ‘지민‘이라는 한 개인의 서사로 이야기가 좁혀진다.
민항기 격추 사건은 지민의 모티베이션이 될 뿐, 이야기의 후반부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다.
세계를 무대로 하는 지민은 ‘문‘을 만나게 되는데... 이게 이 소설의 핵심이다.

(문선명과 국뽕) 작중 ‘문선명‘은 ‘문‘으로, ‘한학자‘는 ‘한 여사‘로 표기되며, 실명이 언급되지는 않는다.
‘문‘은 합동결혼식으로도 유명한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의 창시자가 맞다.
지민은 미국 댄버리 교도소에서 ‘문‘을 만나게 되는데, ‘문‘을 이 소설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내는 서브 주인공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문‘은 막강한 경제력과 권력을 가진 인격자로 묘사된다.
하느님에 대한 믿음과 공산주의 체제 붕괴를 꾸준히 주장하는데, 그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지민의 복수를 향한 여정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훗날 소련에서 서기장 고르바초프를 직접 만나서 그로부터 공산주의 해체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서기장님! 하느님 믿어야 합니다!˝
˝서기장님, 공산주의가 나타난 이후 전쟁을 빼고도 일억 이상의 인구가 죽음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오시포비치는 죄 없는 민항기를 격추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소련에서는 누구라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이 제도 공산주의 때문이지요. 서기장님, 지금 바로 공산주의 종언을 선언할 생각은 없습니까?˝
이야기 후반부에서는 문 일행이 북한을 방문하는데, 이에 대한 묘사도 엄청나다. (사진으로 대체)

(사실) 마치 냉전의 종식, 공산주의 체제 붕괴에 문이 막대한 영향을 끼친 것처럼 묘사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실제로 문선명이 반공주의자가 맞고, 고르바초프를 직접 만난 것도 맞지만, 소설 속 이야기처럼 저돌적으로 굴지도 않았거니와 소련을 비롯한 공산주의 체제 붕괴에 큰 영향을 끼친 것도 아니다.
북한에서 목숨이 위험할 정도로 주체사상을 비판한 것으로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또한 고르바초프가 KAL 007기 격추 사건에 대해 사과를 했다는 글 역시 픽션이다.
당시 약소국이었던 한국의 한恨을 조금이나마 풀어주는 대체 역사적 요소로 보는 게 적당하겠다.

(특징) 『카지노』, 『천년의 금서』에 이어 3번째로 김진명 작가의 소설을 읽었는데, 공통적인 특징이 몇 있다.
먼저 전개가 굉장히 빠르다. 개개인의 내면 갈등을 깊게 파고 들지 않을뿐더러, 필요하다면 과감히 몇 년을 건너뛰기도 한다. (해당 이야기에서는 지민이 공부를 하는 몇 년간의 시간을 건너뛴다.)
그만큼 지루한 구석이 없다는 건 장점이기도 하다.
무대 역시 한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 세계를 무대로 한다.
그리고 빼놓으면 아쉬운 그의 결정적인 아이덴티티. 바로 국뽕이다.
『카지노』에는 이례적으로 국뽕 요소가 없지만, 대다수의 작품에서 민족주의적인 성향이 강하게 드러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을 기반으로 한 민족주의를 넘어서, 사실로 판명되지 않은 가설과 소문을 사실인 것 마냥 소재로 써먹기도 한다.

(아쉬움과 총평) 아쉬운 점은 명확하다.
‘대한항공 007편 격추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밝혀진 진실은 허무하기 짝이 없다.
해당 사건을 더 깊게 파고들면서 어떤 가설을 제시했다면 보다 풍성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주인공 지민은 ‘문‘을 위한 캐릭터였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종반부에는 ‘문‘에 무게가 실린다.
역사적 사실과 다르게 ‘문‘을 띄워주는 묘사는 마치 통일교 광고 같기도 했다.
정말 흡인력 있는 초반부와 다르게, 이후로 줄곧 개인의 서사에 집중되는 이야기는 아쉬울 따름이다.
그래도 죽 읽어가기에 지루함과 막힘이 없고 예상치 못한 반전도 있으니, 스피디하게 무언가를 읽고 싶다면 이 책은 어떨까...?
막상 추천은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졸작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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