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있음 2021 년 12 월의 달력을 걷어 낼 것이고, 미리 준비해 놓은 새 달력을 걸고 있을 것이다.
예쁜 새 달력을 벽에 걸 때 또는 탁상 달력을 얼른 올려 놓을 때가 기분 좋아 미리 달력을 걸어 두기도 했었다.하지만 이젠 새 달력을 거는 날이 좀 천천히 왔음 하는 바람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아직 새 날이 썩 내켜지지 않다는 건, 아마도 택배처럼 꼬박 꼬박 찾아 오는 나이 때문일 것이다. 알라딘 책이 담긴 택배라면 신이 나서 들고 들어와, 생일 선물 포장 풀 듯 할텐데...나이 택배는 반품도 안되고, 교환 불가라 가장 반갑지 않은 선물이다.
나이는 먹어 가는데 머리는 그만큼 따라 가지 못해 늘 부끄럽다.
이것 저것 한 해 동안 뭘 했었나? 돌이켜 보니 정말 한 게 아무 것도 없다.
아, 작년에 이어 올 한 해도 열심히 아이들 밥을 차려 준 것밖에 기억이 없다.
코로나로 인해 나의 40 대 중반의 인생은 밥, 오로지 삼 시 세끼 였던 것 같다.
처음엔 아이들이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시작했을 때, 부담스러웠지만 나름 지지고 볶으면서 이 정도면 먹을만 하군!! 하며 시간 맞춰 꼬박꼬박 챙겨 먹였더니 아이들 셋 다 몸무게도 늘고,허리둘레도 늘어 바지를 새로 사 입히면서, 나도 허리둘레 한 치수 더 큰 바지를 샀다. 나도 몸무게가 늘었지!! 나도 꼬박꼬박 삼 시 세끼에, 애들이랑 같이 간식까지 세 번씩 다 챙겨 먹었으니 결과는 뻔할 수밖에...(그때 늘어난 뱃살은 아직도 떠나가지 않아,이제 같은 길을 가기로 했다.)
그러다 작년 한 해는 텔레비전을 보다가, 요리책을 보다가, 먹고 싶다!라는 느낌이 오면 바로 바로 해먹는 단계까지 갔었다. 정말 책 읽을 시간도 없이(정말?) 계속 줄기차게 음식을 해 먹었었다.
편스토랑,한국 기행,한국인의 밥상,어쩌다 사장,바퀴 달린 집,윤스테이등등..주로 음식을 하는 예능을 집중적으로 봤던 것 같다.윤스테이는 너무 재밌었는데, 구례 여행 때 촬영지까지 다녀오기도!!!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너무나도 먹는 것에 진심이었던 거다.
그러다 올해 들어 갑자기 현실자각 증상이 왔었고,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귀차니즘의 시대로 돌입했는데 그동안 잊고 있었던 알라딘을 그때서야 떠올렸고...슬금슬금 기어 들어와 눈치 살살 살피면서 근 2 년여 손 놓고 있었던 책을 다시 잡았다. 그게 아마도 여름쯤이었던 것같다.
눈치 보면서 나 원래 여기 이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어색하지 않은 척 했지만 혼자서 우와좌왕 많이도 헤맸다.다부장님이 누구신가?부터 숙지해야 했었고, 글쓰기를 하려고 하는데 글쓰기는 도대체 어디다 써야 하는 것인가? 한참 찾아 헤맸고, 특히 알라딘 친구님들이 무척 헷갈렸었다.
옛날부터 알아 온 닉넴인 것 같기도 하고, 새로운 닉넴인 것 같기도 하고??
북플을 주로 이용하다 보니 북플 친구 등록이 안되어서 그런가?싶어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고, 초반에 친구 등록을 막 누르고 다녔다...원래 낯가림이 있는 편이어 먼저 다가가진 못한다. (아~ 북플 처음 시작했을 때 뭐가 뭔지 몰라 막 누르긴 했었구나!!) 그래서 친구 등록이 많지 않은 편이었는데, 올 해 알라딘 세상이 조금 바뀌었나? 아님 내가 좀 바뀌었나? 다른 때보다 친구를 많이 사귀었던 것같다.
친구가 느니까 뉴스피드에 친구들이 '읽은' 또는 '읽는' 책들이 다양하게 올라오는데 와!!!!!
알라딘 세상은 완전 다른 별세상이로다! 라는 생각을 종종 하는데....와!!!
그저 감탄사만....와!!!!!!!!
암튼, 나만의 세계에 빠져 그저 내가 좋아하는 책들만 찾아 읽던 시간들이었다면,
올 한 해는 알라딘 친구들 덕분에 좋은 책, 몰랐던 책들을 다양하게 많이 알게 되었고, 덤으로 많이 읽었던 것 같다.(고마운 사람들이다.)
서론이 너무 길었는데...그래서 올 해 읽은 책들을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분들의 올 해 읽은 책들 총평을 보면서 더욱 비교가 되는 나의 독서 이력이라 부끄럽기 그지 없어 그냥 넘어가려고 했으나...아무래도 빚을 진 기분이 들더란 말이지!!
얘기를 나누는 게 예의일 것같아 주섬주섬 올 해 읽은 책들을 살펴 보았다.
정말 일관되지 않은 나의 '읽은 책'들 중 몇 권을 골라 낸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다들 척척 책을 골라 내고, 작가를 선정해서 글을 올린다는 것도 대단한 안목이었구나!를
다시 느끼며....어쨌든 나는 '나만의 세계'이자 '나만의 시간'이었던 책들을 정리해 본다.
1.소설(외국 소설)
앤드루 포터의 단편소설집이다.
단편 소설가 중에선 손에 꼽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짤막한 단편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문장들이 깔끔했던 것 같다.
제목의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란 단편은 지금도 조금 알쏭 달쏭하긴 하다...(줄거리를 적다 보니 스포를 하는 것 같아 일단 삭제!! )
알쏭 달쏭 했지만 다 읽고 나서 생각해 볼수록, 그때 과거의 관계에 대해 훗날 돌이켜 보았을 때,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는 긍정의 토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어쩌면 그 순간이 더 아름답게 빛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게 한다.
암튼, 책을 줄곧 못 읽고 있었는데 다시 책 속으로 출구를 만들어 준 책이었다.
현재 목로주점 1권만 읽었고, 2권은 읽기 전이다.
2권은 읽기 전이고, 1권만 읽었는데도 뭔가 심상치 않다.
읽는다고 했을 때부터 라로님은 시간이 오래 지났는데도 기억에 많이 남았던 책이었다고 소회를 남겨 주셨고, 미미님은 에밀 졸라의 책들을 야금야금 잘 씹어 소화를 잘 시키는 듯해 보였는데 목로주점을 읽고 그날 신열이 나 해열제를 먹었다고 한다.아~~ 소설을 어떻게 읽으면 열이 나는 것일까? 그래서 나는 미미님더러 졸라 박사님이라고 농을 걸곤 했지만, 온몸을 다 바쳐 소설을 읽으시는 분 같아 이젠 농을 삼가고, 에밀의 소설을 각잡고 읽을테다.
사실 1권만 읽어도 제르베즈의 삶에 깊이 스며들게 된다. 2권을 읽고 나도 과연 신열을 앓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시간이 지나도 강렬하게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시리즈 책으로 현재 '상'은 읽었고, '중'을 읽고 있는데 세 권을 한 권으로 묶은 합본책이 따로 있어 일단 다 같이 올렸다.나도 따로 읽다가 합본책으로 다시 읽을까 고민중이다.하지만 구간인 '상'을 읽었을 때 느꼈던 감동을 개정판을 다시 읽는다면 고스란히 느끼기에 어색하지 않을까? 안해도 될 걱정이 들었다.
그만큼 이 책도 강렬하고 아끼고 싶은 책이기 때문이다.
토니 모리슨의 '하느님 이 아이를 도우소서'
토니 모리슨의 책을 너무 늦게 읽은 듯 한데...(어디 이 책 뿐이겠느냐만!!!)
감동적인 책이었다.
성차별,인종차별 이런 단어가 언제쯤 사라질까? 아무리 노력해도 사라지지 않을 것만 같은 단어들이라 그저 두렵다.
2.소설 (한국 소설)
한국 소설을 먼저 나열 했어야 했는데 순서가 좀 뒤바뀐 듯 하다만...나에겐 효자 같은 책이다.
몇 년만에 이 책의 리뷰를 통해 적립금도 받았버렸는데..그게 최은영의 책이어서 무척 행복했었다.단아한 이미지의 작가처럼 밝은 밤은 작가의 말을 듣는 것처럼, 읽혔다.
첫 소설 '쇼코의 미소' 그 시간부터 계속 작가의 말을 더 듣고 싶고, 더 읽고 싶어지는 작가 중 다섯 손가락에 드는 작가다.
그동안 책 표지도 바뀌었구나! 뭘 해도 예쁘다. 최은영 작가라서 그런 것이다.
영화감독 출신이라는 강진아 작가의 소설은 처음이었는데 시간이 꽤 지난 이 시점에도 책의 줄거리가 계속 애잔하게 떠오르는 자전적인 소설이다. 나의 사적인 부분도 오롯이 떠올리게 하여 읽는 시간은 힘겨웠지만, 다 읽고 났을 때는 되려 후련한 느낌이 들었던 묵직한 소설이었다.
다음 소설을 쓴다면 어떻게 전개해 가며 쓸 것인가? 무척 호기심이 이는 작가다.
정용준 작가가 쓴 성장 소설이다. 개인적으로 성장 소설의 종류를 좋아한다는 것을 이 소설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읽으면서 작가의 자전적인 부분을 많이 녹였겠다 싶었는데 그렇다고 한다.
딸들과 같이 읽었던 책들이 몇 권 있었는데 이 책도 함께 읽었는데 그래서 내게 더 특별한 책으로 남게 된 것 같다.
3.에세이
멋있으면 언니!!!
하지만 수전 손택을 감히 어떻게 언니라고 부를 수 있단 말인가!
볼수록 반하게 되는 인물, 수전 손택이 내뱉는 말들은 그녀를 더욱 반하게 만든다.
여기 언니가 또 한 명 있다.
캐럴라인 냅의 책은 아직 이 한 권밖에 읽진 못했지만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캐럴라인 냅의 글은 읽는 이를 다독여 주는 힘이 있다.
읽고 정말 많은 심적 안정감을 얻었다. 어서 그녀의 다른 책들을 읽어 보고 싶어지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아무튼> 시리즈를 애정하여 찾아 읽는 편이다. 대부분 어려운 책을 읽고 난 후, 휴식 취하고 싶은 마음으로 한 권씩 찾아 읽곤 했던 아무튼이다. 아무튼 시리즈는 개인의 취미 생활 보고서 같은 책인데, 취미도 보통 빠져 있는 정도가 아니라 업으로 삼고 있는 작가들의 책도 여러 권이다.이 두 권은 직접 쓴 작가가 모두 업으로 가지고 있는 일들(아무튼 클래식의 김호경 작가는 클래식 잡지 기자이고, 아무튼 서재의 김윤관 작가는 목수라고 적어 놓았는데 목공예 디자이너다.)에 대한 전문 지식과 개인의 삶에 대한 견해나 취향을 자유롭게 드러내고 있다. 읽으면서 작가들이 언급하는 전문적인 책들에 솔깃해져 보관함에 마구 담고 본다.
4.만화
나의 또다른 효자 책...
별 생각없이 쓴 리뷰였건만, 적립금을 받게 해줘서 또 애정할 수밖에 없는 만화책이다.
리뷰에는 이제부터 육류 섭취도 줄이고 환경을 생각하고,동물을 생각하겠다고 큰소리 뻥뻥 쳤는데...적립금은 받고,실천을 제대로 못하고 있으니 내가 바로 먹튀! 그런 사람이 된 듯하다.
김장을 담근 날, 아이들이 습관처럼 수육을 먹고 싶다고 하여 고민하다 삼겹살 덩어리를 사다 수육을 해줬다.나는 안먹으면 되니까.......라고 생각하며 잘 실천하고 있었는데 아니었나 보다.
앞에 앉은 작은 딸이 "엄마! 왜 자꾸 고기 먹어요?".."엄마 안먹는다고 맨날 그랬으면 안먹어야 하는거 아닌가?"...............-.-;;;;; 나도 모르게 자꾸 손이 가요,손이 가!!!
힘들지만 노력중이다. 그래 노력한다는 게 어디야????
근데 나만 안먹고, 애들은 지네들끼리 먹고...이거 뭔가 좀 억울하다.
아이들은 언제쯤 엄마랑 같이 행동해 줄까?
사노 요코의 '요코씨의 말'이다.이 책은 글과 그림이 같이 만나니 사노 요코의 냉소적인 말들이 좀 따뜻하고 인자하게 읽힌다. 사노 요코의 '~ 뭐라고'란 시리즈를 읽다 보면 세상 냉철하고,자신감 있게 사는 여성이 사노 요코 작가가 아닌가?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 시절에 그렇게 살기 참 쉽지 않았을텐데...특히 일본에서 말이다.현명한 페미니스트이지 싶다.
그림이 곁들여 있어 재미있었다.
5.여성주의 책.
올 해 가장 큰 독서 수확이라면 여성주의 책, 그것도 아주 어려운 책들을 읽었다는 것이다.
물론 어려웠기에 글자가 정확하게 인쇄되었는가? 확인하 듯 읽은 책들이기도 하다만, 아마도 올 해 알라디너 친구들이 아니었다면 절대 읽지 못했을 책들이었다.
사실 '루스 이리가레'라는 작가 이름도 실로 처음 들은 작가이다.
보부아르와 동급으로 취급될 정도로 프랑스에선 꽤나 유명한 여성학자였대서 놀랐다.
프랑스에는 도대체 왜 이렇게 지성인들이 많은 것인가? 신기하다.
그래서 수전 손택도 프랑스 파리에 수시로 날아가 공부를 했던 것인가?
암튼, 제2의 성,하나이지 않은 성 덕분에 나는 여성주의 책들을 읽는 게 조금 재미가 생겼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일 수 있겠다. 이끌어 준 친구들 덕분이다.
6.청소년
청소년 소설류도 찾아 읽으려고 노력해 보는데 마침 아이들 덕분에 좋은 책을 읽었다.
이금이 작가의 소설인데 어른이 읽어도 충분히 감동적이다.
아이들 책들도 좋은 책들이 참 많다.
그래서 아이들이 참 부럽다.
청소년 책 분류에 들어가지 않고, 영화 희곡 분류로 속하는 것같다.
그래도 나는 청소년 아니 청소녀 얘기이니 아이들 책 분류에 넣는다.
이 책은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동시에 두 개를 접하는 것이 감동이 배가 될 것이다.
김학중 시인이 쓴 청소년 소설집 중 한 권이다.
선천적 저시력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장애인으로서 직접 겪은 이야기를 시로 엮었다.
동생도 같은 장애를 가지고 있는데 지금은 동생은 컴퓨터 공학 박사가 되어 있다고 한다.
동생의 학교 경험담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시를 읽으면서 흐뭇하게 감동 받기는 참 오랜만인 듯 하다.
앞으로 아이들 시집도 챙겨 읽어보고 싶게 만든 시집이다.
그리고 올 해 유일하게 한 권 읽었던 백희나 작가의 '이상한 엄마'
백희나 작가라면 말해 뭘 하나!
그냥 읽기만 해도 웃음이 나는 걸~~
내년에는 그림책도 많이 읽어야 겠다.
더 읽었어야 했고, 더 부지런을 떨었어야 했고, 더 공부를 했어야 했고, 더 생각이 깊어 말실수도 줄였어야 했고,어설픈 행동들도 고쳤어야 했을 1 년이었다.
이젠 깨달았으니 내년에는 실수는 그만 좀 하겠지?
라고 기대하지만 아마도 내년 이 시기에 똑같은 후회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의 천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니까!!
하지만, 변하려고 노력은 조금 더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내년에는 책을 조금 더 읽을테니까!!!